5. 임신수를 소재로 한 작품의 핍진성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임신수의 핍진성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남성의 임신을 독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장치가 작품에 있는지 찾아보면 됩니다.

레벤-.

그것은 수태기에 체질이 변화하여 수태를 할 수 있는 남성체의 마족을 일컫는 말이었다.

원래가… 피(血)와 색(色)을 좋아하는 마족이다. 굳이, 수태기가 아니더라도 할 짓 못할 짓 가리지 않고 다 하고 살지만 다음 대응 위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건 오직 이 시기 뿐이다.

마족들은 힘과 공포를 숭배하는 종족. 아무래도 강한 마력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여성체보다 남성체 쪽이 훨씬 유리하고… 그런 이유로 마족은 남자 쪽이 월등하게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덧붙이자면, 역시 강한 후손을 얻기 위해서 마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체 대신 레벤으로 변화한 남성체를 수태상태로 맞이하길 원했다.

- 중략 -

수태기에 들어선 마후의 특징은 몸의 일부분에 마안(魔眼)의 형상을 가지게 된다고 하며… 실제의 마안이 접근을 하면 할수록 그것의 색이 짙어지고 전신에서 사향(麝香)과도 같은 수컷을 유혹하는 짙은 향을 풍긴다고 한다.

- 《마후 상》/ 바우와우. 27 p. -

수태기의 레벤을 안는 건 처음이지만… 거기가 어떻게 그 용도가 바뀌는 지 은근한 입소문으로 들었기에… 가슴이 절로 두근거려진다. 평상시에는 레벤도 남자인 이상 역시나 구멍을 찾아 사정을 하는… 제대로 된 구실로 사용하지만…. 지금은 상대를 위한 애액을 분위하는 기능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오직, 마족의 수컷을 위해서만… 몸밖으로 배출한다는 향긋한 윤활유. 또한 거기에 원기를 보충해주는 작용까지 있어 지칠 줄 모르고 허리를 놀리게 된다던가.

- 《마후 하》 / 바우와우. 137 p. -

임신이 가능한 몸으로 변하는 남성체 마족을 레벤이라 합니다. 힘을 숭상하는 마족답게 연약한 여성체보다 임신 가능한 남성체의 몸에서 나온 아이를 갖기 원하며, 레벤의 성기는 미향을 보내는 용도로 변하여 성관계시 도움을 줍니다. 마계와 마왕이 등장하는 판타지와 어울리는 설정입니다.

‘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데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자가 임신할 수 있다는 소리는 생전 처음 들었습니다. 이런 일이 생리적으로 가능한 건가요?’

‘닥터 슈바리의 이론에 따르면 가능합니다. 실제로도 체외수정 후 복강 내로 수정란을 삽입하여 제왕절개로 출산한 사례도 있었구요. 그 사진도 있는데 보시겠습니까?’

‘싫습니다. 그런데 그건 체외수정이잖아요. 제가 묻고 싶은 건 정자와 정자가 만나 어떻게 수정이 되느냐 그걸 알고 싶다는 겁니다.’

‘여성의 난자와 달리 정자 그 자체가 몸 속 기관을 타고 침입해온 타인의 정자와 다투다가 공존을 위해 세포 변이를 일으켜 즉 수정란으로 변형되는 것입니다.’

- 《맛있는 관계》/ 자오선. 14-15 p. -

언뜻 그럴싸해 보이지만 말이 되지 않는 이론입니다. 거기다가 작가는 각주에서 예로 든 인물이 가공의 인물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히 거부감이나 위화감이 들지 않는 것은 작품 전반에 걸쳐 찬영의 임신을 기정사실화 하고 계속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신주가 오해하고 일본으로 가기 전까지의 행동은 찬영의 입덧을 위해 음식을 사다 나르는 것으로 메우고 있습니다. 말이 되지 않지만 당사자는 물론 주변에서 인정하고 그에 어울리는 행동을 취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과 등장인물의 분위기를 이용하여 독자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모아즈들은 애 낳을 때가 되면 그냥 빌면 된다는 건가?“

아아, 정말 애까지 가졌으면서 저 순진함이라니! 하지만 그런 생각은 세르카에 대한 섣부른 판단이었다.

“사실은 그 기간에 들어가는 모아즈들은 명사을(--> 명상을) 하는 동안 의식적으로 몸을 조절하는 겁니다. 모아즈에게는 스타멘과 피스틸이라는 것이 있는데, 스타멘과 피스틸에서 각각 나오는 아기의 씨가 결합하도록 조절하면 아기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는 열 달이 차면 피스틸을 통해 태어나지요.”

열 달을 채워 애가 태어난다는 것은 인간과 똑같지만, 그 이상의 것은 인간들이 이해하기에 너무나 난해했다. 먼 옛날의 어느 곳에 정말로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들은 적은 있지만, 정말로 그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세르카의 이야기대로라면 모아즈는 몸속에 남자의 기능과 여자의 기능을 모두 가지도 있다는 뜻이 아닌가? 그들의 뇌리로 그나우스교 경전이 모아즈가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과연, 그게 이런 뜻이었구나!’

사람들은 그 구절에 대해서 모아즈가 여자와 남자의 성기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물론 세르카를 구석구석까지 씻겨 본 황후의 의전관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도 그런 내막까지 알 리야 없는 것이고, 단지 중성 같은 몸이라고 경전의 내용을 이해했을 뿐이었다.

- 《모아즈 이야기 : 루테른의 달》/ 일지선. 275 p. -

세르카가 임신하는 과정이 담긴 중요한 문장입니다. 그러나 모순되는 내용이 들어있어 명확한 이해가 불가능합니다.

세르카의 이야기대로라면 스타멘(stamem, 식물의 수술)과 피스틸(pistil, 식물의 암술)을 갖고 있는 모아즈들은 양성구유임이 틀림없습니다. 일반 사람들 또한 그나우스교 경전에 실린 “모아즈가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라”는 말을 양성구유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세르카를 목욕시킨 의전관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세르카가 양성구유가 아닌 남자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양성구유가 아닌 세르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임신이 되었는지 설명되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빠졌습니다. - 또 한가지 위의 문장에 나오는 내막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번호를 매기며 체크하다가 도저히 정리가 되지 않아서 포기했습니다. - 변죽만 울려놓고 핵심을 비켜갔으니 어이가 없습니다. 비슷한 상황은 앞에도 나옵니다.

“우리 모아즈들은 우리들의 말 밖에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말을 듀나스들은 자신들의 언어로 알아듣지여. 그러니까 나는 지금 모아즈의 말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러분들은 자신들의 언어로 그 말을 받아들이고 있는 겁니다.”

그들은 침묵했다. 그들은 이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말하는 것을 거부했다.

- 중략 -

“그건 어떻게……? 그러니까 어떤 방법으로 우리가 모아즈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거지? 네가 우리 머릿속으로 말을 전하는 건가?”

간혹 영적인 능력을 보이는 자들 가운데 그렇게 머릿속으로 생각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머릿속으로 전해서 그런지 언어의 장벽은 없다고 하는데 세르카도 그런 경우인가 해서 물었다. 세르카가 빙긋 웃었다.

“나도 모릅니다.”

- 《모아즈 이야기 : 루테른의 달》/ 일지선. 104-105 p. -

이 상황에서 나도 모른다고 하면 “너 바보냐?” 소리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작품 리뷰에서 주인수를 유치하고 멍청하다고 한 것은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부분을 모르쇠로 일관했기 때문입니다. 독자를 납득시키고 이해시켜야 할 부분에서 모른다고 빼는 작가는 집필능력에 의문을 품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진부하고 개연성도 없고, 리얼리티도 빵점입니다. 핍진성? 전혀 없습니다.

'조인족은 아이를 낳기가 힘들어. 모든 아이는 사산되어서 태어나는데, 그 중에서 되살릴 수 있는 아이는 극히 드무니까. 기형이 아닌 형태로 태어나는 경우가 채 오 할도 안되거든. 뇌가 없거나, 손가락이 하나도 없거나, 심지어는 사지가 없을 경우도 있어. 얼굴에 눈도 코도 입도 없는 채로 태어나는 아이들도 있지. 수태조차도 수십 년에 한번 정도로 힘든데, 기껏 낳은 아이들이 그 지경이면 되살릴 수조차 없는 거야.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줄 아나? 자손을 생산하는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수명이 끝나면, 정원에 봉인이 되어야 해. 다행히 되살릴 수 있었던 아이들이 다시 깨어나는 ‘그 날’이 올 때, 그 아이들을 돌보아야 한다는 책임을 지고.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몰라. 살아 있는 채로 나무의 수액 속에 갇히는 그 사람들이 그 오랜 시간동안 의식이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른단 말이야. 사람들이 정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래서야. 죽음? 그거야 깔끔하지. 죽어버린다면 이 지긋지긋한 삶은 끝날 테니. 하지만 봉인이 된다면 어떻게 하지? 봉인이 된 후에도, 의식이 있는 거라면.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냐구.

- 우리는 그 짓거리를 비석에 새겨진 이름들과 아이들의 숫자가 맞을 때까지 해가야 해. 우리들이 살아가는 것은 결코 조인족이 ‘부활’하는 것이 아니니까. 진정한 부활은 그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는 그 때에야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자네 같으면, 이렇게 빌어먹은 운명에 순응하고 싶겠나?

- 중략 -

‘알겠냐고. 오늘 날 우리가 왜 이래야 하는지를. 멀쩡하게 살아 있는 사람의 배를 찢어발기고, 끝도 없이 죽은 아이를 낳고, 그렇게 낳은 아이 중에 건질 수 있는 아기가 없으면 살아 있는 채로 나무에 박혀 봉인되어야 하고, 가엾은 요아킨이 자신의 기운인지 생명인지 영혼인지 알 수 없는 뭔가를 호흡을 준답시고 아이에게 불어넣은 후 사경을 헤매야 하고, 내가 자네에게 이 빌어먹을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 까닭은, 자네와 나의 멀고 먼 조상 중에 한 놈팽이가 죄 없는 다른 종족의 처녀를 잡아서 재미를 봤기 때문 인 거야’

- 《바람의 정원》/ 란마루. 137-138 P. -

남성이라도 왜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 원인과 결과를 명확한 인과관계에 의해 자로 잰 듯이 설명하여 아귀가 딱 맞아떨어집니다. 또한 성경에서 유래한 듯한 원죄(자네와 나의 멀고 먼 조상 중에 한 놈팽이가 죄 없는 다른 종족의 처녀를 잡아서 재미를 봤기 때문)와 형벌(정원에 봉인)과 대속물(되살릴 수 있는 아이), 천사(그 아이들을 돌보아야 한다는 책임)와 지옥(봉인이 된 후에도, 의식이 있는 것)을 연상시키는 구조로 슬픔과 긴장감을 주었습니다.

오래전 옛날.

사람들은 태양을 숭상하며 노래를 불렀다. 믿고 의지할 우리의 지도자를 보내달라고 목청을 높여 하늘에 기도했다. 정성으로 백일을 구하고, 산 제물을 바치자 하늘에서 번개를 타고 그들의 신이 내려옴에, 그 얼굴이 너무도 아름다워 태양을 바로보지 못하는 것처럼 감히 쳐다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신은 그들에게 자신의 핏줄을 남겨주기로 결심하여 가장 아름다운 처녀를 택하여 동침하였고, 열 달 후 건강한 사내아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그가 장성하여 첫 번째 족장이 되었다. 족장은 스스로 신이라 칭하며, 그 증거로 날개를 달고 태어났다. 족장은 두 명의 아내를 거느렸으나 그녀들의 자식 중 아무도 족장과 같이 날개를 달고 태어난 자는 없었다.

- 중략 -

일주일 만에 하산한 족장은 신탁을 얻어왔고, 신탁에 따라 마을의 한 젊은이를 신부로 맞이하였다. 최초의 신부는 남성이었다. 남성의 몸으로 신부는 아이를 가졌다. 신의 권능은 척박한 볼모의 땅에도 생명을 잉태시켰다. 신부는 열다섯 달간 임신해 있다가 아들을 낳았는데, 아들의 등에는 아비의 것보다 작은 날개가 달려있었다. 그것이 천 년 전의 이야기.

- 《신부 1》/ 앰버. 17 p. -

남성 신부가 아이를 낳을 때는 독사의 독을 배합한 마라꽃을 먹여 정신을 혼몽하게 하고 육체의 감각을 잃어버리게 한다. 신부가 완전히 마비되면 그 배를 절개하여 내장의 가운데 짓눌린 아이를 꺼낸다. 이때 신부가 충격으로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은 반반이므로 산파는 신부보다 아이를 살리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 중략 -

칼날이 깊이 파고들수록 내부가 벌어지고, 복벽 사이로 검붉은 살덩어리가 보였다. 아마도 여성의 자궁을 대신한 것인 듯 피와 살로 이루어진 독특한 내장의 형태와 같았다. 그 두꺼운 벽을 떨리는 손으로 찢어내자 비릿한 양수가 터져 흘렀다.

- 《신부 2》/ 앰버 244-245 p. -

신화와 전설을 이용해서 남성의 임신을 자연스레 설명하고 있습니다. 신의 후예로 여겨지는 족장이 등장하고 신전과 신탁의 권위가 강하고 사람을 산제물로 바치는 세계관이라 어색하지 않습니다. 《신부》에는 남성임신뿐만 아니라 근친상간도 함께 등장하는데, 배경에 무난하게 어울립니다.

“그게 아니라 핀곤. 생각을 해봐. 너도 남자고 나도 남자인데 어떻게 애를 낳을 수가 있......”

“아, 그거라면 걱정 없어!”

차근차근한 마에드로스의 설명이 채 시작하기도 전에 핀곤은 반색을 하며 눈을 저 하늘의 별같이 반짝였다. 흠칫 하며 물러나는 마에드로스의 두 손을 어느새 인산 벌떡 일어나 꼬옥 붙들고 그는 신난 어조로 떠들어댔다.

“엘다르 체질 중에 남자라도 애를 가질 수 있는 체질이 있다고 했어. 아버지가 다름 아닌 백부님이 그런 체질이셨고 쿠루핀도 그런 체질이라고 하셨으니 마이티모도 그런 체질일거야! 틀림없어!”

- 《야사 : 사랑스럽기에 슬픕니다》/ 에크. 178 p.-

“얼마 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어.”

- 중략 -

“엘다르의 남성 중에는, 수태를 할 수 있는 체질을 지난 자들이 드물지만 있다는 이야기였지.”

- 중략 -

“상당히 희귀한 체질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시도해봐서 나쁠 건 없지?”

- 《야사 : 부서진 아이들의 잔혹한 이야기》/ 에크. 310 p.-

《야사》는 자타공인 씬을 위한 작품입니다. 씬을 위한 작품에 굳이 남성의 임신을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등장인물의 성관계가 씬을 위한 행위인지 임신을 위한 행위인지 착각을 불러옵니다. 수태가 가능한 체질이라는 설명만으로 남성의 임신을 납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인간이 아닌 엘프이고 마침 자식들이 있으니 그냥 엮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 또한 핍진성이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찾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제목으로 충분히 알 수 있듯이 엄청 야합니다.

부족의 힘이 약해진 동안 솔론이 쳐들어왔던 것이다. 그들과 싸우기 위해 거의 모든 랏수스의 남자들이 전투에 나가 있던 어느 날, 반대쪽에서 쳐들어온 테론이 주인이 비운 빈 집에 들어와 랏수스의 모든 여인들을 끌어가 노예로 삼았다. 반항하는 사람은 죽였다. 남자들이 돌아왔을 때 남아 있었던 것은 죽은 여자의 시체뿐이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제국은 그저 보고만 있었다. 자신의 형제들이 살육당하고, 멸망해 가는 것을.

당대의 신관은 울면서 그들의 신인 강철의 도마뱀에게 열흘 밤낮을 호소했다. 신관의 목숨을 가져가는 대가로, 강철의 도마뱀은 그들이 괴로운 삶을 이어갈 단 하나의 방법을 내려 주었다.

그리고 랏수스의 남자들은 죽은 여자들을 대신해 아이를 낳았다. 어떤 자는 미치고, 어떤 자는 생명을 잃었다. 하지만 그들은 오욕을 무릅쓰고 계속해서 아이를 낳았다. 황금 악어들이 원하는 대로 멸종하지 않기 위해서.

- 《철의 도마뱀 전편》/ 호박대왕 179-180 p. -

랏수스의 남자들이 어떻게 아이를 가질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상황의 절박함에 신관의 희생이 더해져 랏수스는 멸망하지 않고 살아남았습니다. 신화와 역사를 절묘하게 결합한 이야기로 핍진성은 물론 비장미까지 풍깁니다.

「너도‥ 참 기이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구나…」

이것도 모두 신의 안배 속에서 이루어진 일이라면, 가장 기구한 운명은 바로 이 소년의 운명이다. 흑무를 몸에 들여 12번째 흑무를 낳고, 생살이 찢기는 아픔 뒤엔 온 몸이 수 십 번 불에 타는 경험을 했고, 그 혹염지옥을 경험하고 지금은 혹한지옥 속에 던져진 듯 온 몸이 얼어서 부서지고 터지는 아픔을 겪고 있으니, 이 얼마나 기구한 운명이란 말인가.

「무엇을 얻기 위해 이 고생을 가는 건가…」

모든 고행에는 대가가 있을 터인데, 이 소년은 무엇을 얻으려 이 고생인지를 묻고 있었다. 그저 운명의 장난에 의해 이 상황에 처해진 것일 수도 있는가 하고 되물어 본다. 하지만 흑무는 알고 있다. 천계의 망나니라 불리는 막되어 먹은 녀석이지만 자신도 천계(天界)지존(至尊)으로부터 속박을 받고 있으니, 이 아이의 고통도 어떠한 인과율에 의해서 주어진 것일 게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을 얻게 될지 모르지만, 한갓 17살의 어린 인간 소년이 이런 고통을 받는 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 《흑무를 손에 쥐다 중편》/ 유마. 153 p. -

아버지 산소에 갔다가 얼떨결에 뱀 하나를 몸속에 넣게 된 영하는 식충이처럼 지내다가 예쁜 키이를 낳습니다. 그러나 키이는 난폭한 칠조룡 흑무 광아의 다른 자아이며 한 몸에 두개의 자아를 갖게 된 흑무는 참을 수 없어 합니다. 흑무의 운명에 휩쓸린 영하. 온갖 고생을 하지만 질긴 생명력으로 버티는데, 위의 인용에서 보셨듯이 영하의 신분은 따로 있었으며 그의 임신과 출산과 양육과 결혼과 고생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수많은 정보는 대부분이 전문적인 용어로 되어 있어서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주르륵 훑어 내려간 오비완은 대강의 요점만은 잡아낼 수 있었다. 생체 데이터. 한 여성의 생체 데이터였다. 오비완은 디스켓을 꺼내고 다시 다른 것을 집어넣어 읽어 내렸다. 세포로부터의 유전 정보 추출. 체외 수정. 인공 자궁과 수정란의 생성. 그리고 여러 가지 수술, 그 경과에 대한 기록 -수정란 삽입 성공, 정착함, 순조롭게 성장중.

- 《dream-morpheus : Another world》/ 에크. 330 p. -

SF 영화의 신기원을 이룩한 스타워즈. 동양적 기의 사상과 서양의 테크놀로지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남성 임신도 위화감이 없습니다. 특히 체외수정, 인공자궁, 수정란, 착상의 과정이 시험관 시술과 많이 유사합니다.

약탈혼의 상징으로도 쓰였던 그들은 전 은하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생식방법을 지니고 있다. 난생인 그들은 불행히도 공기에 노출될 경우 급속도로 녹아버리는 특성을 지닌 알을 보호하기 위해 그 육체의 내부에 알을 담아둘 숙주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단순히 ‘숙주’라는 단어 하나로 그들의 이 독특한 생식 방법을 정의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전 생애 단 하나의 숙주를 택하는 데, 그 기준은 현재로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숙주의 내부에서 유충은 태내의 태아에 비견되는 것이 걸맞을 정도로 미숙한 모습으로 부화하는데, 그들은 유전자 정보를 얻어 점차 고유의 모습을 띄어간다. 종족 고유의 형질은 잃지 않은 채 숙주의 우수한 점을 물려받은 그들은....(중략).... 이것이 단순히 숙주라는 단어가 아닌 때로는 ‘모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이다.....

 - 제다이 아카이브 <표준 대백과 사전> 중 발췌.

- 《dream-morpheus : Mirror》/ 에크. 407 p. -

사전 형식으로 글을 작성해서 신빙성을 주었습니다. 이계 생물의 숙주가 되어 알을 품다가 낳는 오비완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보름이 월묘들이 태어난 날이라는 건 혹 들으셨나요?”

“아, 연리에게 들었습니다만….”

“네. 그 날은 절대 펠라 금지입니다.”

“쿨럭-. 무, 무슨….”

- 중략 -

“그 날 펠라하시면 100% 애가 들어섭니다. 부디 가족 계획은 신중히 하세요.”

“…! 월묘는 애도 가지나요?”

“뱃속에 씨앗이 하나씩 들어있습니다. 참고로 연리씨의 큰형인 연향군은 현재 8살짜리 아들이 있습니다.”

- 《Email bride》/ 하얀버들. 66 p. -

뱃속에 씨앗이 들어있다니, 차라리 난자라고 할 것이지……. 작품 리뷰에서도 밝혔듯이 이 작품은 주인공을 여자로 한 이성애 로맨스가 딱 어울립니다. 거기다가 작가는 펠라치오와 임신의 상관관계를 하나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왜 펠라치오를 하면 임신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작가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나열만 한다고 독자가 납득하는 것은 임신한 달토끼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핍진성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비록 남자의 몸으로 뱃 속에 알 수 없는 변신사자의 아이를 베고(--> 배고) 있고 그 아이가 5개월만 있으면 배를 찢고 태어난다 하더라도, 뭐 하프-겔리언들의 힘으로 다시 살아나서 아이를 키우면서 나한테는 늘 헌신적인 남편과 알콩달콩 살아보는 것도 나쁘진….

- 《Flesh eating instinct 1권》/ 새우깡. 215 p. -

"그럼 저 녀석도 변신괴수냐?“

손가락으로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대롱대롱 매달린 용이를 가리키자 명호는 고개를 저었다.

“용이는 인간이야.”

“인간 남자가 어떻게 애를 벨(--> 밸) 수 있냐?”

“왕의 신부니까.”

제발 알아들을 수 있게 부연 설명같은 건 좀 해 주라.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믿을 수 없는 설명들.

- 《Flesh eating instinct 1권》/ 새우깡. 309 p. -

독자도 알 수 있게 부연설명을 해 주기를 바랍니다. 왕의 신부니까 아이를 밸 수 있다는 설명으로 독자를 납득시키기는 불가능합니다. 덧붙여 '배다'를 '베다'로 잘못 사용하고 있어서 작가에 대한 신뢰감이 한층 떨어졌습니다.

에크의 《dream-morpheus : Mirror》가 사전의 형식을 빌었다면 파티의 《Walking on water》는 보고서 형식입니다.

임신수(heterophyes pregnantia)는 Helminth(연층)중에서 이형흡충과 매우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 개체마다 여러 개의 촉수부분이 있으며 이것을 이용하여 숙주의 몸속에 파고든다. 그 후 방광과 대장 사이의 위치에 정착하여 기생하며 필요가 없어진 촉수들은 분해되어 숙주의 체외로 배출된다.

- 중략 -

이 ‘임신수’는 평소에도 무수정란을 생산하는데 기생하지 않을 땐 촉수분분으로 옮겨가 저장되고, 촉수부분이 떨어져 나가면, 그때부터 촉수부분의 체세포와 결합하여 새로운 ‘임신수’로 성장한다. 숙주에게 기생한 후에도 수정란 생산은 계속되는데, 놀랄만한 것은 생산된 수정란에서 숙주의 유전정보가 확인되었다.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conjugation(세포간의 수평적 유전자 이동 및 교환)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정한은 정세포와 결합하여 별 이상 없이 태아를 형성하는데, ‘임신수’의 유전정보를 전혀 가지지 않은 태아를 형성한다.

- 하략 -

- heterophyes pregnantia(임신수(姙娠獸))에 대한 기밀 보고서 中에서 -

                                                              (2433. 10. 11.,미스X)

- 《Walking on water 2권》/ 파티. 128 - 133 p. -

얼마나 감쪽같은지 처음에는 진짜인줄 알았습니다. 마지막에 2433년과 미스X라는 부분에서 소설적 허구임을 알았지만 그 전까지는 완벽한 사실로 믿었으니 작가의 솜씨가 대단합니다. 2433년만으로 독자가 소설적 허구임을 알 수 있는데 미스X라는 허구적인 이름을 넣어서 "이건 가짜야“라고 알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럴싸한 이름을 적는 것이 핍진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작가가 꼭 허구임을 표기해야 한다면 각주나 후기에 밝히는 것이 더 좋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보고서는 위에 인용한 에크의 《dream-morpheus : Mirror》에 실린 제다이 아카이브 <표준 대백과 사전> 의 발췌분과 내용이 비슷합니다. 숙주(모체)의 개념, 일생에 단 하나의 반려만을 맞는 것, 남성도 출산이 가능한 것, 숙주의 유전정보를 남기는 것이 비슷합니다. 숙주의 몸에 알을 집어넣어 2세를 생산하는 것은 지구상의 많은 종들의 생존 방법이니 새삼스러울 것은 없습니다. 단지 숙주의 유전자가 남아서 2세의 어머니 역할을 하는 것이 다릅니다. 두 작품의 임신 메커니즘의 가장 큰 차이는 임신 유도제의 유무입니다. 《dream-morpheus : Mirror》의 괴생물체는 스스로 촉수를 통해 유충을 집어넣지만, 《Walking on water》의 임신수는 오직 결합을 유도하는 유도제의 역할만 한다는 점입니다.

《dream-morpheus : Mirror》는 정자(유충, 유도제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는 + 숙주(몸체)의 유전자로 2세를 탄생시키지만 《Walking on water》는 정자 + 숙주(몸체)의 유전자(임신수가 유도제의 역할을 하지만 자신의 유전자는 남기지 않음)로 2세를 만듭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나는 지금 당장 아이를 가져야겠어. 아, 어떻게 남자의 몸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냐고 물었었나?」

날카로운 이빨로 목덜미를 덥석 메어 물며 그가 나른하게 중얼거렸다.

- 중략 -

「...이제부터 가르쳐주지. 네가 어떻게 아이를 가질 수 있는지는.」

- 《Rain Forest : The legend of White Dragon》/ 이드. 162 p. -

「조금 있으면 아이도 태어나겠지요.」

「응. 기대되기도 하고.」

뺨에 홍조를 일으키며 세이란이 기쁜 듯 눈을 휘었다.

몸속에 있는 아니는 겨울에 태여(--> 태어) 날 예정이었다. 인간들처럼 9개월을 있다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고박 12개월, 일 년을 다 채운 후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다. 그러나 배가 부른 것도 아니고,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어째서 배가 부르지 않냐고 궁금한 듯 묻자, 카이는 픽- 작은 소리를 내며 웃기까지 했다.

『남자인 네 몸에 아이가 자라날만한 공간이 있을 리가 없잖나. 그리고 가슴도 없으면서 젖을 물려줄 생각을 했던 건가. 인간과 같다고 생각하지 마라.』

-《Rain Forest : The legend of Moonlight Owen 1》/ 이드. 250-251 p. -

판타지와 동화를 섞은 《Rain Forest》에서 드래곤의 아이를 갖는 세이란. 그러나 자세한 설명이 빠져 있습니다. 작품에는 “임신 할 수 있다”라는 말 다음에 “임신했다”로만 나옵니다. 배경이 판타지이고 주인공이 드래곤이라서 리얼리티가 없어도 어느 정도 용인이 되지만 세이란의 임신은 줄거리나 구성에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 여러 동화의 주요 모티브를 차용해서 남성의 임신도 어디선가 따온 듯한 인상을 줍니다. 작품의 반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소재를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