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십삼이)
樂 : 즐거워, 좋아해 1-2 (개인지 2호, 2010. 10. 3, 예약: 22.000원)
작품유형: 리맨물, 치유물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조문엽(37, CRID네트웍스 전무이사, 기다림공), 이락(Joy Lee, 33, Studio 樂의 대표 포토그래퍼, 상처수)
열 살 때 양부모님의 사망으로 미국의 이모에게 맡겨진 Joy Lee. 미국 유수의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유명 사진가의 스튜디오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중 애인이자 선배인 스튜디오 수석에게 사진을 도난당한다. 선배는 그가 선물한 사진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콘테스트에 출품하고, 사실을 안 스승이 진실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사건은 추잡한 3각 스캔들로 변질된다. 연인에게 감금당하여 포르노 사진을 찍히다 구출당한 그는 너덜너덜해져 귀국한다.
10년 후 이락은 괴로운 과거를 뒤로한 채 상업적인 인물사진만 찍으며 한 달을 넘기지 않는 짧은 만남을 계속하고 있다. 어느 날 눈을 뜨자 옷을 벗은 채 호텔방에 누워있는데…….
1권
Prologue 3
즐거워 樂 11
2권
Midlogue 3
좋아해 樂 11
Side 1. Joy X 2 349
Side 2. First Love 362
후기 368
review:
미스터리가 없어서 전작 《辱》에 비해서는 독자에게 친절한 작품입니다. 사진 작업에 대해 프로급의 해설이 있고, 클라이언트와 계약(협업)에 관한 구체적인 사례도 등장합니다. 그러나 작가가 처음 시도하는 일인칭 시점이라 시행착오가 있습니다. 일인칭 시점은 한 사람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독자와 화자와의 교감이 중요합니다. 흥미진진한 사건 위주로 몰아쳐서 긴장감을 높이든가 깨알 같은 개그(웃음)로 시종일관 웃기거나 화자의 감정선과 독자의 심리를 일치시켜 한 호흡으로 가야 하는데 이 부분이 부족했습니다. 화자는 화자대로 독자는 독자대로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 문제의 사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작품에는 이락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사진이 두 장 나옵니다. 애인에게 선물하여 콘테스트에 물의를 일으킨 사진과 감금당한 채 찍혀 수치와 후회를 몰고 온 사진입니다. 두 번째 사진에 대해서는 설명하고 있으나 첫 번째 사진은 모호하게 나와서 읽는 동안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찍었길래 애인의 질투심을 자극하고 스승이 한 눈에 알아보며 조문엽을 사랑에 빠뜨렸는가. 아쉽게도 마지막까지 설명이 없습니다. 청년시절 이락의 모든 것을 보여줄 사진에 대한 묘사가 빠져서 100퍼센트 감상이 불가능했습니다.
둘째, 독자에게는 초보나 다름없는 사진업계에 대해 너무 깊이 들어갔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화가와 독자가 따로 노는 와중에 생소한 용어와 당사자들만 아는 업계생태계가 등장합니다. 분량도 많고, 동일한 패턴(회의/미팅-실사-프레젠테이션-촬영-연락두절)이 계속되어 지루합니다. 계약에 관해서도 유사한 이야기가 여러 번 등장하여 질리게 합니다. 자세한 것도 좋지만 과한 것도 좋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조문엽이 이락의 정체에 대해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정확히는 작가가 독자에게 너무 늦게 알렸습니다.) 1권 중간이나 마지막 즈음에 알았으면 적당한 타이밍으로 보입니다. 사진만 보고 한 눈에 반해 5년이나 기다린 사람에 대한 기대는 조문엽뿐만 아니라 독자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자도 모르는 사이 조문엽은 이락의 정체를 알고 그의 사진을 모으고, 도움을 줍니다. 일인칭 시점에 따른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일인칭에서 제외된 등장인물의 행동에 제약이 가해져 작품 전체를 조망하지 못했고, 독자는 메인 클라이맥스를 고스란히 날렸습니다. 자술서 비슷한 조문엽의 사이드 단편으로는 설명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기대 만발인 독자에게도 찬물을 뿌리는 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 가치는 있습니다. 믿었던 연인에게 잔인하게 배신당한 모델급 외모의 사진작가가 재벌 2세와 만나 과거를 극복하고 꽃가마 타는 신데렐라 스토리라 대리만족이 됩니다. 두 사람의 밀당에 긴장감이 있고, 사진업에 대한 충실한 간접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숫자로 된 작가의 이름(13)과 한 글자 제목(《辱》, 《樂》) 이 주는 검색의 불편함을 감안한다면 (지금 손에 쥐고 있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처분하고 나면 검색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PS: 오타입니다.
"씌어봐(--> 씌워봐)" - 2권 167 p. -
辱 (개인지 1호, 2012. 9. 2 - 2쇄, 예약: 13,000원)
작품유형: 추리, 막장에로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제명헌(30대, 고문서 사설도서관 <서림>의 관장, 고 예술품 경매 컨설턴트 <쉬라>의 대표이사, 서예가, 냉혹공), 강수영(법학과 복학생, 복수수)
학내 최고미인인 여자친구가 호텔에서 낯선 남자와 벌거벗고 있는 것을 발견한 수영. 배신감에 치를 떨던 중 상대 남자에게 약에 취해 강간을 당한다. 칼을 품고 남자를 찾아다니다가 견디지 못하고 해병대에 들어간다. 제대 후 숙식제공 아르바이트로 사설 도서관에 들어가는데 도서관장이 그 남자였다.
鑑定 004
感情 302
Side 1 蘭草 440
Side 2 嚆矢 466
後記 470
review:
읽는 내내 떠올렸던 것이 G바겐의 《입실론》입니다. 정체불명의 초능력 단체 ‘유이사’럼 이 작품에도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이름 없는 조직이 나옵니다. 《입실론》처럼 초능력도 함께 나왔으면 이처럼 뜬금없진 않을 텐데……. 공화국 이전의 왕조시대부터 역사를 기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조직은 역사를 지배하는 순간 현실도 조율하게 되어 무소불위의 능력을 발휘합니다. 최고 지도자 총수와 그를 보좌 또는 견제하는 다섯의 대표로 이루어진 조직은 현 총수가 모든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다섯의 대표를 제거하면서 분열하게 됩니다.
네 명의 대표는 총수가 뽑은 인간감정사들에 의해 제거되고, 유일하게 남은 대표 –제명헌 –은 총 100명의 인간감정사들에게 감시당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집착하는(소유하길 원하는) 인간이 강수영입니다. 제명헌의 100번째 인간감정사인 최경훈의 고등학교, 대학교 절친으로 제명헌의 눈에 들에 어이없는 강간을 당하고, 군대로 도망치는 인물입니다. 제명헌은 총수에게 대항하기 위해 검찰 조직을 끌어들이고, 강수영은 조직의 추적과, 제명헌의 집착과, 검찰의 감시와, 최경훈의 마수에서 이유도 모른 채 시달립니다. 대부분의 분량을 여기에 할애했습니다.
작품 중반까지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아 추리 혹은 미스터리 적인 요소가 많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조직에 대한 개연성이 부족해서 흥미가 떨어집니다. 총수와 대표는 어떻게 선택되었는지 - 혈연관계인지 아니면 개인적 능력으로 뽑혔는지 –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궁금했습니다. 제명헌의 하수인과 유능한 검사 역할을 이중으로 하고 있는 캐릭터도 현실성이 없습니다. 그러나 제명헌과 강수영 사이의 건조하면서도 각진 감정의 파고는 강수영의 돌발행동으로 변곡점을 맞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풀었습니다. 캐릭터와 진행은 괜찮은데 설정이 아쉬운 작품입니다.
PS: 오타입니다.
“그 파일의 주인들이 쓰레기였든, 아니든, 일단은 네 손에서 놀아나게 둘 수는 없어. 내 놔.”
“내(--> 네) 손에 놀아나는 건 괜찮고?” - 415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