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안
《검도》 시리즈
1편 《검도삼배단》 윤상현, 서지운
2편 《검도삼배단 II》 윤상현, 서지운
3편 《Impression》윤상규(상현의 사촌동생), 김재준(상현의 후배)
《사윗감》 시리즈
1편 《최고의 사윗감》 지강이, 우혁주
2편 《최악의 며느리감》 지강건(강이의 큰형), 우혁경(혁주의 형)
《중어》 시리즈
1편 《사해》 신경식, 정해신(현진의 고교 후배), 신현진
2편 《파해》 진영환(현진의 고교 동창), 윤치헌(현진의 고교 동창)
3편 《뢰해》 박시백(신경식의 부하), 곽호(현진의 고교 동창)
《core》시리즈
1편 《The core of mind》한청운, 윤지민
2편 《The core of heart》지선규, 정은호(지민의 친구)
3편 《The core of soul》김치우, 위승류(선규, 지민의 동료)
《Liar》시리즈
1편 《손》: 민우형(유인의 선배), 정유인
2편 《毒과 같이》: 이환승(유인의 동기), 이건주(유인의 동기)
3편 《Liar paradox》: 강성찬, 최영식
4편 《밤을 걷다》: 권유철, 고승호
5편 《Trier》: 진찬우, 강우성(유인의 강사)
《Room》 시리즈
1편 《The room(房)》 이진형, 김진명
2편 《어느 일요일》 이진형, 김진명
3편 《Time》 이진형, 김진명
spin-off
1편 《인의 바람》윤정원, 권재경
2편 《Setup》 강현성(정원의 선배), 윤지민
3편 《검도삼배단》윤상현(재경의 선배), 서지운
4편 《Room》 이진형(지민의 고교 동창), 김진명
5편 《최고의 사윗감》 지강이(진형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우혁주(진형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6편 《The core of mind》한청운, 윤지민(진형과 모종의 관계)
7편 《The core of heart》지선규(지민의 후배), 정은호(지민의 후배)
8편 《The core of soul》김치우, 위승류(선규의 동료)
9편 《The act》백유(진형과 모종의 관계), 임도호(강건의 제자)
10편 《The attract》백유(진형과 모종의 관계), 임도호(강건의 제자)
spin-off
1편 《검도삼배단》 한재호(지훈의 이종사촌, 정신과 의사)
2편 《Bet》김운경, 정은준(재호의 환자)
3편 《손》: 민우형(유인의 선배), 정유인
4편 《毒과 같이》: 이환승(유인의 동기), 이건주(유인의 동기)
5편 《Trier》: 진찬우, 강우성(유인의 강사, 재호의 환자)
작품연표
劍道三倍段 : 검도삼배단을 아십니까 = Do you know Kendo-Sam-Pae-Dan? (개인지 3호, 2000. 8. 5(초판), 2001. 8. 4(2쇄), 2003. 6. 22(3쇄), 예약: 9,000원)
작품유형 : 병원물, 코믹물
시대/장소 : 현재/서울
커플 : 윤상현(검도사범, 26, 자상공/폭력공), 서지운(외과레지던트, 27, 얍삽수)
여자 같은 외모 때문에 치한을 만나 위기에 처한 지운이 첫눈에 반한 상대는 검을 든 상현. 막내로 귀여움만 받고 자라서인지 사춘기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몰라도 나이에 비해 정신연령이 낮은 지운은 사건을 몰고 다닙니다. 도장 사범하랴, 지운이 건사하랴, 국가대표로 태릉에 가랴, 몸이 여럿 있어도 모자란 상현은 거북이를 붙여주는데 거북이를 좋아하는 상규는 한쪽에서 눈을 흘기고…….
review: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병원과는 무관한 일을 하는 터라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의학/검도 용어도 뭔가를 배운다는 기분으로 새삼스럽게 살펴보고, 병원과 검도계의 내부사정도 '오오 이런 일이……'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등장인물 한 사람의 독백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균형이 한쪽으로 기운 것은 단점입니다.
劍道三倍段 II : 검도3배단을 아십니까II = Do you know Kendo-Sam-Pae-Dan? II (개인지 12호, 2003. 6. 22,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 병원물
시대/장소 : 현재/서울
커플 : 윤상현(검도사범, 26, 자상공), 서지운(외과레지던트, 27, 얍삽수)
제1장 《Ego-Syntonic》 : 전편 마지막 장면에서 상현의 실상을 알아버린 지운은 연애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 반, 지속하고 싶은 마음 반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게이 커플에 대한 주변의 시선과 불편한 상황도 알게 됨.
제2장 《Drop》 : 작품의 진행상 시리즈의 첫 부분으로 상현이 지운을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 상현이 한 눈에 반한 그 멋진 장면도 내막을 알고 보니 사실과 다르더라.
review:
전작이 콩깍지 쓰는 과정이라면 이번 작품은 현실인식과 상황타개입니다. 전작보다 현실적이지만 지운의 캐릭터가 개구져서 어두운 분위기는 아니며 도저히 말로 표현이 불가능한 미묘한 '무엇'을 선명히 드러낸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雷海 = Lei Hai (개인지 7호, 2002. 1. 20,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현재/부산
커플 : 박시백(넘버2, 전략공), 곽호(수학교사, 상식수)
《중어》시리즈의 동창들(신현진, 윤치헌, 진영환, 곽호)이 고등학교 시절 겪었던 전쟁이 일부 밝혀짐. 창무관의 둘째 아들 호는 전쟁을 책임지기 위해 일선에서 물러나 수학교사가 됨. 넘버2 시백은 넘버1 경식의 내심을 파악하고, 호를 낚아채기 위한 행동에 들어감.
review:
《사해》와 《파해》보다 감칠맛 나는 분위기입니다. 등장인물의 속마음도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고 고교시절의 전쟁과 대학 때의 자살 사건들도 일부 밝혀집니다. 그러나 마무리가 아니라 연장선이라 시리즈의 4편 《劾海》가 나와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S: 처음에는 단순한 실수인가 했는데, 12권이 출판되도록 바뀌지 않으니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커버와 총서사항에는 분명히 "Adrianne"으로 표기하다가 Written by로 시작하는 저자사항에는 "Adrainne"으로 표기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신종 유머인가? 12권 출판할 때까지 알아채지 못한 편집상의 오류인가?
沙海 = Sha Hai (개인지 5호, 2000. 4.14,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 조폭물, 리맨물
시대/장소 : 현재/부산
커플 1 : 신경식(조폭두목, 폭력공-->에로공), 신현진(제약회사 직원, 불운수)
커플 2 : 정해신(현진의 부하직원, 자상공), 신현진(제약회사 직원, 불운수)
제1장 《沙海》: 제약회사 직원 현진은 길을 가다가 거물급 조폭 경식의 눈에 들어 납치, 강간을 당함. 한번뿐인가 했던 이 황당한 일이 반복되자 초조해지기 시작한 현진. 경식의 본심을 몰래 캐기 시작하는데 부하직원 해신이 사랑을 고백해온다. 사면초가에 몰린 현진은 위기를 피해볼 요량으로 고등학교 동창 치헌을 언급한다.
제2장 《浪》: 경식의 본심(전국구 조폭두목의 아내 자리에 현진을 앉힐 계획. 기준도 까다로워 남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대신 이끌어 나갈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의 소유자여야 함. 현진도 그런 의미에서 간택됨)을 알 수 있는 외전. 경식이 얼마나 나쁜 남자인가 잘 알 수 있음.
review:
초반의 분위기로 봐서 진지한 리맨물인가 했는데 중반에 들어와 황당한 조폭물로 돌변했습니다. 작가는 추리물을 표방한 모양인데, 해결을 위한 암시와 복선이 거의 없어 웬만큼 집중하지 않고는 흥미를 잃기 십상입니다(저 또한 중간에 흥미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외전에 약간의 힌트가 있습니다. 외전까지 읽어나간다면 시리즈의 2편으로 넘어가도 괜찮습니다.
한 가지 궁금한 부분이 있습니다.
젠장, 한달 열흘은 생각해야할 것을 지금 이 순간.
뭔가, 뭔가, 뭔가, 누가……
고개를 들었다.
생각이 났다. 상대의 생각을 읽고 판단하고 대처하기로는 나만큼의 인간은 없다, 가 되도록 노력하게 했던 인간이.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판단하고 움직였던,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뛰어나고 치밀한 분석력과 행동력을 갖췄던 사람이.
윤치헌.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던 그 얼굴이 떠오르자 세상이 환해졌다. 할 수 있다. 해낼 수 있다.
나는 이것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는 틀림없이 이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정도의 능력은 충분히 갖춘 사람이다.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이겨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나는, 처음으로… 그 방에서.
신경식을 마주하고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 본문(181 p.) 중에서 -
긴박한 순간에 치헌의 이름을 대고 위기를 탈출한 현진. 과연 그는 어떤 의도로 치헌을 언급했을까? 두 가지 추측이 가능합니다.
첫 번째, 나를 경식의 손에서 빼내 줄 브레인. 외부에서 도와준다는 의미.
두 번째, 내 자리에 대신 들어가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
첫 번째 추측이 맞다면 2편에서 치헌이 어떤 모션을 취할 테고, 두 번째 추측이 맞다면 현진은 천하의 나쁜 놈입니다. 자기 편하자고 남을 밀어넣다니.
심리테스트 = Psychological test (개인지 4호, 2000. 12.16,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 대학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심리테스트》커플 : 신진석(신방과, 애매모호공), 진진성(신방과, 평범수)
《Impression》커플 : 윤상규(법대생, 비굴공), 김재준(검도사범, 거북이 또는 준거북, 상식수)
제1장 《심리테스트》: 파트너의 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심리테스트를 실시하고, 테스트 결과를 과신하여 마음 고생하는 수의 이야기.
제2장 《Impression》: 초등학교부터 좋아하는 선배에게 지극 정성을 다하여 결국 함락시킨 상규.
review:
《battle》, 《Setup》, 《검도삼배단》, 《심리테스트》와 같은 초기작이 수를 기준으로 한 1인칭 시점인데, 특이하게 《Impression》은 공을 기준으로 한 1인칭 시점입니다.《최고의 사윗감》, 《word》같은 작품은 공과 수가 번갈아 시점을 바꾸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없는 연애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려주는 《심리테스트》보다 주인공들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을 빙자한 폭력이 등장하는 《Impression》이 낫습니다.
寅의 바람 (아드리안 &미즈하라 트윈지 1호, 1999. 11. 6, 예약: 6,000원)
작품유형 : 릴레이물, 병원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윤정원(21, 대학생), 권재경(25, 정신과 인턴)
정원 - 검도장 창밖으로 보이는 종합병원의 인턴 휴게실. 24시간 불이 켜져 있는 그곳은 창문이 열린 적이 없다. 나 모르게 사고 친 녀석을 데리고 병원을 찾아가서 그를 만났다.
재경 - 병원 로비를 나 혼자만의 방법으로 활보하고 있는데 한 녀석이 계속 쫓아온다. 짜식 제법인데, 이제 넌 내 밥이다. 그런데 나한테 한 번만 맞아주면 안 되겠냐?
寅의 바람
寅의 입원
review:
처음 접하는 릴레이물로 미즈하라와 아드리안이 교대로 한 chapter씩 썼습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재미있을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두 명의 작가가 번갈아가며 집필해서인지 아드리안 특유의 독백식 대화도 안보이고 상황설명도 자세한 편이어서 쉽게 읽었습니다. 다의적(多意的) 해석이 가능한 제목도 작가의 재치를 느끼게 합니다.
썰렁해 보이는 두 사람이 은근히 닭살 모드로 돌입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달콤한 장면을 담백하게 묘사한 것도 매력적입니다. 내막을 모르고 읽었으면 한 사람이 썼다고 착각했을 정도로 호흡을 맞춘 것이 놀랍습니다. 그러나 chapter가 끝날 때마다 잡담이 들어가서 완성도를 떨어뜨린 것과 시점에 따라 같은 상황을 반복해서 보여준 것은 페이지 낭비입니다.
PS: 그나저나 본명을 주인공 이름으로 쓴 작가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정이입에 도움이 됐을지 방해가 됐을지 궁금합니다.
최고의 사윗감 = The man who is the best son-in-law (개인지 10호, 2003. 1. 26,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 대학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지강이(공대1학년, 자상공), 우혁주(국어국문과1학년, 상식수)
최고의 사윗감 6차 방어전에서 서로의 이상형을 만난 두 사람. 그러나 강이는 심각한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앓고 있으며, 혁주는 그런 강이를 개조시키려고 노력하는데…….
review:
역시, 이상형을 만난다는 것은 나 자신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 같다.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앞에 앉아있는 것뿐인데도 나를 이렇게 발전시키다니.
- 본문(43 p.) 중에서 -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속설을 잘 표현한 작품으로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지 못했던 강이가 차츰 변하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전작들에 비해 주인공의 마음상태를 균등하게 묘사한 것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막판에 이르러 갑작스레 사랑을 고백하는 패턴은 너무 많이 사용했습니다.
최악의 며느리감 = The man who is the worst daughter-in-law (개인지 20호, 2005. 7. 17,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 조교물
시대/장소 : 현대/ 서울
커플 : 지강건(고1 --> 28, 물리학 박사과정, 폭력공), 우혁경(고1 --> 28, 소아과 레지던트 1년차, 미인수)
성질나면 패버리고, 반항은 용서치 않고, 자기 말이 곧 법(法)인 강건. 경국미인의 아리따운 모습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단순맨. 생김새 때문에 눈치가 백단인 혁경이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상대다. 그러나 그는 혁경의 고백과 키스를 특유의 단순함으로 무시하고, 혁경은 10년 분의 원한을 간직하고 있다.
review:
천재들의 고단수 두뇌게임을 본 느낌입니다. 척하면 착 알아먹는 대화, 한 페이지에 두 단락 이상 들어있는 독백, 이름과 별명이 뒤섞여 나오는 많은 등장인물과 그들의 직업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독특한 성격, 전편의 내용과 주인공의 학창시절을 뚜르르 꿰고 있지 않으면 이해가 불가능한 복잡한 상황. 과정이 복잡하고 수고스럽지만 다 읽고 나면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의심하면서 다른 쪽으로 단단한 믿음으로 연결된 두 사람의 우정과 사랑이 재미있습니다.
오타입니다.
"그나저나, 강우는 아직도 안 나왔어?“
물론, 휴가라도 나왔다면 당장 입원이었겠지만. 또, 그러니 내가 널 이렇게 맘껏 휘두를 수도 있는 거고.
“그 새끼, 나오면 최소 일 년은 병원에 처넣을 거다. 재혁이 시켜서 가 보랬더니, 장군인 친구 아버지 옆에 붙어있더란다.”
장군이라. 힘 좀 썼구만. 허긴, 안 그랬으면 벌써 누굴 범죄자로 만들어서라도 의가사 재대 시켰지.
“게다가 씨팔, 그 새끼. 거기서 밥 해 먹이고 있다잖아!”
응. 응. 그저 친구 아들(--> 아들 친구)이라는 것만으로 소위다 원사다 좍 깔린 중간 조직의 애들이 휘두르려 눈에 불을 켜는 것까지 다 챙기고 살펴 줄 정도로 신경을(--> 신경이) 써지지는 않지.
- 33 p. -
신기에 가까운 음식솜씨로 자신을 포함한 장정 넷의 식생활을 책임지다가 군대로 날라버리고(거기서도 식사당번) 떨어져 있어도 강건의 마수에서 애견 재키의 생명을 지켜주는 요령좋은 남자. 터미네이터 형에게도 지지 않는 성질머리와 싸움 실력을 갖고 있는 지씨 집안 둘째, 강우가 궁금합니다. 게다가 남자를 좋아한다니…….
실제로 등장하진 않지만 주변인의 이야기만으로 이렇게 보고 싶은 캐릭터는 처음입니다. 다음 작품에 제대한 모습으로 등장하길 기대합니다. 타이틀은 《평범한 솥뚜껑운전수》정도? (과연 이 캐릭터가 평범?)
破海 = Po Hai (개인지 6호, 2000. 7. 15,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현대/포항,부산
커플 : 윤치헌(박사과정, 지략공), 진영환(영어강사, 자상수)
제1장 《破海》: 전작에서 현진 때문에 정체가 드러난 치헌은 쫓아다니는 조폭 등쌀에 미칠 지경. 치헌은 과거 두 번의 자살과 연관되어 죽다가 살아난 경험이 있음. 이유도 모른 채 피해 다니다가 죽마고우 영환을 찾아감.
제2장 《Last night》: 치헌의 주위에서 일어난 첫 번째 자살에 관한 외전.
review:
내가 저 일 순위에 올라간 이유란, 아니. 박시백이 파견한 '일단의 감시 시스템'뿐만 아니라, 직접 신경식이 파트장급의 '안권영'을 24시간 체제로 이 포항바닥에 파견한 이유란, 그 정도를 움직이도록 할 수 있을 근거란.
현진이가 직접. 나를 언급했을 것.
남은 의문은 두 가지.
신경식과 신현진은 과연 현재 어떤 형태로의 만남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와,
어째서…… 현진이가. 내가 어떤 상황에 빠질 것인지 뻔히 알고 있고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알고 있는, 자신 역시 그 과정에서 진저리를 쳤던 저 신현진이.
내 이름을 언급했는가. 라는.
아니, 어떤 상황이면 내 이름을 직접 언급할 수 있었는가, 라는.
- 본문(165 p.) 중에서 -
전편의 궁금증을 가지고 작품은 진행됩니다. 평범하지 않은 치헌의 과거와 내면의 고통이 그를 극단으로 몰아가는데 유일한 탈출구는 죽마고우 영환. 우여곡절 끝에 영환을 찾아간 치헌, 현진을 만나 궁금증을 해결합니다.
"미안하지만, 네 능력에 붙여서… 정말로 그랬어. ……한번 이겨냈으니, 틀림없이 이번에도 될 거라고. 그리고…, 그걸로 모든 것을 잃었으니…… 더 이상 상처받을 것은 없는 상태라고. ……가장 타격을 받을 '주위'가 적고, 그리고 가장 유연하게 빠져 나올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어."
- 본문(215 p.) 중에서 -
현진은 자기 자리에 치헌을 밀어 넣을 생각으로 이름을 말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너무 강력하고 치헌에게 영환과 사랑에 빠지는 계기가 되었을 뿐, 사건은 다음 편으로 넘어갑니다.
The act (개인지 21호, 2006. 1. 22,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 캠퍼스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백유(23-->25, 심리학과 대학원생, 집착공), 임도호(20-->22, 치대생, 해바라기수)
친구의 실연을 계기로 만난 두 사람. 첫눈에 반하나 속마음을 숨기기에 급급하다. 과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을지...
제1장 Behavior
Part I 임도호
Part II 백유
Part III 임도호
Part IV 백유
제2장 Deed
Part I 임도호
Part II 백유
제3장 Conduct
Part I 임도호
review:
폭설도 아니건만 삽질도 잘하고 달다 못해 쓴 사카린 맛이 납니다. 특유의 집필 패턴은 여전해서 어지간히 집중하지 않으면 스토리 파악이 어려우나 중간 중간 액션이 포함되어서 골치 아플 정도는 아닙니다.
첫눈에 반하는 장면이 어색하지 않게 묘사되었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합니다. 평균입니다.
Attract (개인지 22호, 2006. 2. 26,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 달달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부산
커플 : 백유(25, 심리학과 대학원생, 회원제 클럽 지배인, 집착공), 임도호(22, 치대생, 해바라기수)
도호의 실습 때문에 클럽이 휴업을 하고 부산에 있는 백유의 집에서 그의 일상을 엿보고 공부 때문에 갈등하는 두 사람.
제1장 Captive
Part I 백유 9
Part II 임도호 61
제2장 Entice
Part I 임도호 153
제3장 Chard
Part I 백유 251
Part II 임도호 277
review:
시엔의 향토물을 리뷰하면서 아드리안의 《Attract》를 언급했는데, 정작 《Attract》의 리뷰가 없는 것을 나중에 알아서 부랴부랴 씁니다. 올해의 목표는 일차적으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리뷰해서 작가들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존에 작품분석까지 마친 작가들의 후속작을 리뷰하여 홈페이지를 현행화(일상적으로 사용하지만 국어사전에는 없는 단어입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의미입니다)하는 것입니다. 뜬금없이 란마루, 스탠(아는 사람), 호박대왕, 요시하라 리에코의 리뷰가 나온 것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제 현행화 작가에 아드리안을 추가합니다. 새로운 작가들의 맛보기성 리뷰, 기존 작가들 최근작만 리뷰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놓치는 것이 생기는데 아마 올해는 깊이 있는 작가 분석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상반기에 메카니스트, 하반기에 니르기 정도를 계획하고 있는데 오늘이 6월 마지막 금요일이니 메카니스트의 《Toxin》과 작가 분석은 빨라야 7월 정도에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두 작가 모두 열권이 안 되는 작품을 냈습니다. 30, 40권 되는 빈수, 새벽바람, 송곳니, 우주토깽, 조반유리, 황곰, 나다의 리뷰는 어떡하라고? 70권이 넘는 Zig와 80권이 넘는 피모의 리뷰는? 강소영, 그루, 광년, 기프트박스, 김금주, 김다윗, 나니에부터 시작해서 Ijen과 leefail, Samk로 끝나는 10권에서 20권 가량의 책을 낸 서른 명의 작가들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리뷰만 안 썼을 뿐 여러 번 읽어서 내용은 숙지하고 있습니다. 백유는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사생활은 비밀에 쌓여있고, 머리는 무섭게 좋고, 눈치도 빠르고, 심리학 전공자답게 유식한 말도 일상적으로 쓰고, 영어 번역은 부업이고, 책 부자고, 읽은 감상을 책에 꼭 남기는 성실 리뷰어고, 책을 사기 위해 점심을 굶고, 유명 회원제 클럽의 어둠의 지배인이고, 선배와 친구들은 모두 한가락씩 하는데 그에게 한 수 접어주고, 인연의 울타리는 튼튼하고 강고해서 그를 정신적, 육체적, 감정으로 다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타인에겐 틈을 보이지 않지만 도호를 향한 집착은 도를 넘고, 도호 전용 폴더를 만들고 꾸준히 현행화를 하고(이 현행화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번에 체감하고 있습니다), 도호와의 추억이 깃든 물건은 뭐든 챙기고 아끼고 가끔 꺼내보고, 결정적으로 침대에선 야수가 됩니다. 거기다 절정의 피아노 실력까지. 사고로 예전처럼 칠 순 없지만 그마저도 아련한 매력으로 승화시킨 작가의 표현력이 발군입니다.
백유를 향해 한결같은 사랑을 보내는 도호도 백유 옆에 서기에 모자라지 않습니다. 백유가 남긴 마크와 멍 따위를 백유의 친구들에게 보이며 자랑하고, 그들이 놀라는 모습을 즐기며, 백유에게 뭔가를 항상 주고 싶어 하고, 서울대 치대생에 돈도 많고, 백유를 따라 부산으로 내려갈 결심을 할 정도로 함께 있고 싶어 하고. 사건은 별 것 없습니다. 스켈링 연습한다고 클럽 식구들 모두 드라큘라 만들어 놓고, 백유의 부산 집에 내려가 한바탕 책장을 뒤집어놓고 현욱이에게 이상한 오해나 받고, 각자의 공부를 위해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마지막에서 달달함이 사라지고 현실이 끼어들었지만 능력 있는 두 사람이니 적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평균이상입니다.
PS: 오타입니다.
그러므로, 직원수가 작진(--> 적진) 않지만 주말의 오프 인원은 아무리 많아봐야 넷이다. - 30 p. -
Bat (2000. 11. 5)
작품유형 : 코믹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연규진(고등학교 2학년 열혈공), 주세훈(고등학교 2학년, 둔감수)
만년 반장 세훈은 맞짱 뜬 규진이 자신의 절친한 친구 은준을 좋아한다고 추측한다. 그러나 정작 규진이 사랑하는 사람은 둔감하기 짝이 없는 세훈. 고등학교 1학년 때 시작된 이들의 사랑은 2학년에 올라와 절정에 달하는데 규진이 세훈에게 키스를 한 것. 피치에 몰린 세훈, 3주 동안 규진을 피해 다닌다.
review:
다른 필명을 사용하여 출판해도 아드리안의 작품이라고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코믹물입니다. 주인공 두 사람보다 관찰자의 입장에 선 은준이 《검도삼배단》의 비중 있는 조연 한재호 선생의 환자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battle (개인지 1호, 2000. 2. 26(초판), 2002, 4. 21(재판),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 대학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메인 커플 : 이민수(법학과, 21), 박희준(고분자공학과, 22) - 공수관계 파악불능
보조 커플 : 유경진(철학과, 21, 아방공), 강기혁(법학과, 21, 책략수)
제1장 《battle 1》 : 경진과 기혁의 스토리. 이민수 한 건 해결. 알고 보니 강기혁의 손에 놀아남.
제2장 《battle 2》 : 희준의 고백에 패닉에 빠진 민수. 시간이 흘러 본질(남자에게 고백당하다)을 깨달음.
제3장 《외전》 : 민수의 이상야릇한 꿈.
제4장 《battle 3》 : 남모르게 욕도 많이 하고 눈도 흘겼지만 이민수 사실은 희준을 많이 좋아함.
review:
일견 무례해 보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세련되어 보이는 유니크한 문체는 작가를 권투시합의 해설자로 보이게 합니다. 엄숙한 테마도, 교훈적인 주제도, 혁명적인 시대배경도 아니지만 그럭저럭 시간은 때울 수 있습니다. 단, 경진이와 희준이는 실생활에 없는 캐릭터라는 것만 염두에 두십시오.
표지 그림 자체는 상당히 괜찮은데 작품 내용과 매치되지 않습니다. 좀더 만화틱하고 아기자기한 그림이 어울립니다.
PS: 문맥상 오기(誤記)가 있습니다.
"저기, 내가 아무래도 경진이(--> 기혁이) 보다는 힘이 좀 좋잖아."
- 36 p. -
Bet (개인지 17호, 2004. 6. 27,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 학원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메인 커플 : 연규진(중앙고2-->사장, 열혈공), 주세훈(중앙고2-->대학교수, 둔감수) - 공수교대
보조 커플 : 김운경(회사원, 공), 정은준(중앙고2-->회사원, 천재수)
고교 때의 찰거머리를 대학에 들어가서도 떼어내지 못한 세훈. 한 술 더 떠서 두 사람은 동거까지 하게 되는데…….
한편, 사랑하는 사람과 한 집에 살면서 손도 대지 못하는 불행한 남자, 규진은 뭔가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고등학교 시절 절친한 친구 두 사람이 사귀게 되면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은준은 자신의 연인을 찾는다.
제 1 장 BET
Part I - You Bet?
Part II - You Bet!
Part III - Bet(w).
제 2 장 책
Part I - 책(責)
Part II - 책(冊)
Part III - 책(策)
제 3 장 BED
Part I
Part II
Part III
후기
review:
합동지 《Project A》에 실린 《Bat》를 개작한 장편입니다. 처음의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하여 규진은 끊임없이 착각하고 대시하며, 세훈은 무심히 있다가 뒤통수 맞고 혼자 열내고, 그런 두 사람을 은준은 열심히 응원하는 패턴입니다.
1장의 특징을 등장인물의 성장 속도에 맞추어 3장까지 무난히 이어갔고 결정적으로 두 번, 세 번 되새기게 하는 재치 있는 제목이 압권입니다.
적당히 달콤하고 생각할 거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작가의 유별난 문장 전개 방식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하지만.
PS: 오류가 있습니다.
장면 1.
Pf. 주세훈.
출신 : 중앙고 1학년 8반 출신.
--> 작품의 제일 앞 페이지에 등장인물의 프로필이 실려 있는데, 세 사람 모두 중앙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당연히 세훈이도 중앙고등학교에 다닙니다.
장면 2.
“어, 그렇네? 경채 너랑 반장 연고 출신이구나. 이야~. 이런 인연도 있네. 아, 반장. 나랑 경채 한 동네 살아. 같은 학원 계속 다녔거든.”
--> 세훈이의 별명은 ‘반장’입니다. 뭐든 잘 챙기고 실제로 중고시절 반장을 계속 해오기도 했습니다. 대학에 와서도 그때의 인연으로 ‘총대’가 되었으니 체질적인 반장입니다. 그런데, 장면 2에서 세훈이가 ‘연고’를 나왔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장면 1에서는 분명 ‘중앙고등학교’ 였는데, 장면 2에서 왜 ‘연고’로 둔갑했는지 궁금합니다.
The core of heart : the dream of the world (개인지 15호, 2004. 6. 6,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 초능력물(오컬트)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지선규(대학3, 음울공), 정은호(대학1, 새싹수)
어렸을 때부터 귀신에게 시달려온 선규. 대학생이 되어도 시달림은 여전해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유일한 보호막은 몸속에 내재된 알 수 없는 힘으로 이 힘을 이용해서 귀신을 물리친다. 어느 날 귀신을 보고도 싫어하지 않는 후배 은호를 만나는데…….
review:
외사랑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다가가 내 마음을 분명히 고백하리라.
전생의 기억인지 리얼한 꿈인지 알 수 없지만 지독하게 슬픈 사랑만 하다 연인의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 꿈을 꾸면서 선규는 맹세합니다 그러나 이번 생에서도 마찬가지로, 연인의 병이 자기 때문에 생긴 것 같아 멀리서 지켜보기만 합니다.
전개와 복선이 길어서 늘어지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테마와 공의 성격이 어긋나는 듯 하면서 어울리는 묘한 작품입니다.
PS: 이번 작품은 유난히 1인칭을 3인칭처럼 사용해서 읽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쉽게 읽는 방법 한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선규야 남의 연애사 거드는 것은 질색이니 그렇다 치고.”
누구 멋대로 질색이야? 나는 그저 위험 부담 안은 고백 정도의 도전도 하지 않고는 남의 마음을 답싹 잡지 못한다고 빌빌대는 놈들이 꼴 보기도 싫은 거라고. 나도 괜한 오해로 갈라설 문제가 생긴다든지의 사태에선 기꺼이 개입 해.
“시끄럽잖아.”
응??
“저 둘.”
................너, 최고야. 이태관.
“푸하하하하하핫”
시온아, 너는 웃어 쓰러질 수라도 있으니 좋겠다. 나는 지금 머리 속이 어질어질하려 그래. 태관이가 보여주는 ‘둘이 커플이 될 경우’가 휘몰아치자.
“푸하하하. 아하하하하... 야, 이태관. 우하하하하.”
나름대로 꽤 폼 잡고 사는 것에 집착하는 강시온이 무슨 일로 저리 굴러 떨어질 정도로 미친 듯이 웃어대느냐로 다들 눈치를 주지만,.... 나는 지금 내 머리 속 장면만으로도 괴롭다고.
이런 걸, 이태관. 너 이런 걸 머리 속에 그리면서도 그렇게 별 것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앉아서 물 마실 수 있냐.
내가 널 과소평가 했다. 미안해. 으아.
- 59 p. -
선규의 눈과 마음을 통해 주변인물의 성격과 행동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쓰러질 듯 웃는 시온, 시온에게 눈짓하는 친구들, 머릿속으로 묘한 상상을 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태연히 물을 마시고 있는 태관, 뚱하니 마음속으로 꿍시렁대는 선규까지. 보통의 작가들이 3인칭이나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묘사하는 장면을 1인칭으로 해치우고 있습니다.
읽는 사람이 약간의 상상력만 발휘하면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그릴 수 있습니다. 주관적인 성격이 강한 1인칭 시점으로 객관적 묘사를 한 것이 독특하고, 독자에게 상상력의 여지를 준 것 또한 마음에 듭니다. 읽는 방법에 따라 평범한 3인칭 묘사보다 생생히 살아있는 캐릭터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입니다.
아드리안의 작품은 선규나 태관이처럼 머릿속으로 장면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읽어야 제 맛이 납니다. 작품의 맛을 알면 끌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The core of mind 上, 下(개인지 13-14호, 2003. 10. 12, 예약: 20,000원)
작품유형 : 초능력물(오컬트)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1: 한청운(퍼렁이, 중3-->대학3, 지극정성공), 윤지민(중3-->대학3, 고뇌수)
커플 2: 강현성(외과의사, 바람둥이공), 윤지민
몸속에 용을 키우는 남자 윤지민. 생래적으로 타고난 힘을 억누르며 살아가지만 목숨이 경각에 달린 연인(한청운)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한다. 얼마 후, 지민은 한 남자(강현성)를 만나고 그 사람에게 자기와 비슷한 힘이 있음을 깨닫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든다.
상 : The dream of the night
하 : The night of the dream
review:
쉼표와 마침표를 남발하고 구어체적 도치문을 자주 사용하며 자가당착식 배려 없는 대화로 독자를 곤란에 빠뜨리는 작가. 작품을 읽기 위해 독자가 특별한 기술(skill)을 익혀야 하는 작가. 알고 보니 작품의 발행 순서도 거꾸로 입니다.
《Setup》을 리뷰하면서 “딱히 적을 만한 인상이 남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유를 알았습니다. 후속작을 먼저 읽었으니 이야기의 전개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Setup》에서 단 한번도 이름이 언급되지 않고 인칭대명사 ‘그’로만 묘사된 사람이 이번 작품의 주인공 ‘한청운’입니다. 혹시 《Setup》만 읽고 《The core of mind》를 읽지 않으신 분, 반드시 찾아서 읽으십시오. 전작을 읽지 않고는 후속작의 반의반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배경설명은 이만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 작품은 로맨스에서 보기 드물게 사랑을 부차적인 문제로 다루었습니다. 메인 테마는 주인공 지민의 오컬트적 파워의 발견과 제어, 그리고 그 상황을 둘러싼 지민의 갈등입니다. 주변 모두의 응원을 받으며 시작했지만 눈물겨운 이별을 맞이한 청운과의 사랑도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능력자들끼리의 생래적인 끌림으로 시작한 현성과의 사랑도 서브 테마입니다. 두 번의 사랑 모두 파경의 원인이 지민의 힘(power) 때문이라서 타격이 컸습니다.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힘을 사용해 연인을 돕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추측을 뛰어넘는 지민의 행동이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난해한 문장 때문에 작품의 맥을 잡기 어려웠지만 읽을 만 합니다. 특히 지민의 심리를 선명하게 머릿속에서 그려가며 읽는다면 괜찮은 심리물 하나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첫째, 비록 에필로그에서 여운을 남기고는 있지만 사랑이 완성되지 못함으로써 작품에 임팩트를 주지 못했습니다.
둘째, 지민과 사귀면서도 예전의 여자친구와 계속 만나는 현성의 우유부단한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셋째, 작가 특유의 ‘나는 알고 있지만 아직은 말해줄 수 없어’식의 마무리로 완성도가 떨어졌습니다(시리즈의 다음 작품에서 지민의 사랑이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
PS 1. 예약 메일을 보내면서 12권이 발행되도록 고치지 않은 저자표기의 오류를 지적했더니 고쳤습니다. 그러나 서명 표기에 오류가 있습니다. 《The core of mind》가 《The core of mine》로 둔갑했습니다.
PS 2. 용의 화신(化身)이든 용의 현신(現身)이든 용 자신(自身)이든 아무튼 용이 등장하는 작품을 몇 작품 찾았습니다.
판타지 : 다나카요시키(田中芳樹)의 《창룡전 (원제: 蒼龍傳)》
--> 류도가의 4형제는 위기에 처하면 용으로 변신한다.
SF : 고든 R. 딕슨(Gordon R. Dickson)의 《드래곤과 조지 (원제: The dragon and the George)》
--> 약혼자를 찾아 다른 세계로 떠난 대학 강사 짐 엑커드. 도착하니 용이 되어 있다.
이성애 로맨스 - 테레사 메디로우즈(Teresa Medeiros)의 《매혹 (원제: Touch of enchantment)》
-->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주는 마법의 목걸이를 빼앗은 악당 브리스베인은 용으로 변신해 사람들을 괴롭힌다.
국내 창작 - 피모의 《三神際(삼신제)》
--> 동해안 석유시추 공사때 희생된 동해 용왕 창명이 등장.
일본 번역 - 츠모리 토키오의 《상냥한 용의 살해법 (원제: やさしい龍の殺し方)》
--> 어린아이지만 어른인척 하는 우란보르그는 드래곤이자 당대의 환수왕임.
The core of soul : the world of the dream (개인지 16호, 2004. 6. 6,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 초능력물(오컬트)
시대/장소 : 현대/지리산
커플 : 김치우(대학1, 일편단심공), 위승류(34, 온유수)
생후 6개월부터 스승님에게 특별한 교육을 받으며 자란 승류. 호적도 없고 주민등록도 없이 무거운 책임을 순순히 받아들여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러나 20살 어린 시절 갑작스레 찾아온 사랑은 모든 것을 바꾸었고 급기야 스승님의 생명을 앚아가는데……. 연인을 포기하고 스스로의 생명까지 내어주며 지키고 있는 것은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일까?
review:
치우와 승류의 이야기보다 소책자에 실린 떠나버린 옛사랑이 더 아쉽고 애틋했습니다. 그러나 살아가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 옛 기억은 가슴에 묻어두고 새로이 마음을 엽니다. 차분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승류의 마음 씀씀이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소책자
Hunted boy (합동지 《적야림》2호, 1999. 여름)
작품유형 : 릴레이물, 학원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이준석(17, 고1, 억지공), 임기원(17, 고1, 대시수)
큰 키에 봐줄 만한 얼굴, 강력한 주먹을 갖고 있는 준석에게 쪼그만 꼬맹이가 달려들었다. 입만 살아서 뭐라뭐라 떠드는데 요점을 말하면 사귀자는 얘기다. 성질대로 한 대 팼으면 좋겠는데 손이 나가지 않는다.
review:
아드리안, 미즈하라, 하오마루가 릴레이로 쓴 학원물로 1997년에 집필되었습니다.
한 달 안에 잡아먹히리라(아니면 잡아먹으리라)고 결심한 기원의 끊임없는 대시에 홀랑 넘어간 준석이 재미있습니다. 세 사람이 썼음에도 무리 없이 이어지는 것이 보기 좋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테마가 작품의 수준을 끌어내렸습니다.
Jesebel &Spleen Ver 1.0 (2000. 6)
지하철 치한에 관한 보고서
plus, 번외 알콜의 다른 용도 by Jesebel
중독(C'est un poison) by Spleen
조명은 은은하게, 화면은 가득하게 by Jesebel
The Word by adrianne
어느 케이크 중독자의 주말 by Spleen
더.. 깊게... by Jesebel &Spleen
Liar(개인지 18호, 2005. 3. 30,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 심리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손》커플 : 민우형(대학생, 유인의 선배, 자상공), 정유인(대학생, 상처수)
《毒과 같이》커플 : 이환승(대학생, 보모공), 이건주(대학생, 어리광수)
《Liar paradox》커플 : 강성찬(20대후반, 번역가, 거짓공), 최영식(30대, 비밀수)
《밤을 걷다》커플 : 권유철(30대, 주유소사장, 착각공), 고승호(30대, 조각가, 상처수)
Prologue 《손》: 함께 지내던 남자가 집을 비우자마자 정체불명의 손이 등에 달라붙었다. 형상도 냄새도 없지만 분명한 부피와 무게를 갖고 있는 그것은 어깨에서 엉덩이까지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존재를 알린다. 왜 손이 내게 달라붙었을까?
제1장 《독과 같이》: 과 동기의 등에 손이 달라붙었다는 얘기에 눈을 반짝거리는 건주를 건사하기 바쁜 환승. 흥미로운 얘기임은 분명하지만 건주를 속였다는 양심의 가책이 마음을 짓누른다.
제2장《Liar paradox》: 옆자리에 앉아있는 영식을 볼 때마다 성찬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렇게 맑고 깨끗한 사람이 내 연인이라니. 그러나 과거의 거짓말이 거대한 그물이 되어 성찬에게 덮친다. 성찬과 거짓은 이미 한 몸이 되어버렸다. 언젠가의 커피숍에서 손이 등에 붙었다고 말하던 학생은 과연 손을 떼어버렸을까?
제3장《밤을 걷다》: 10대의 만남이 20대의 연인을 거쳐 30대의 안정적인 괘도에 오를 때까지 유철은 언제나 마음 약한 승호를 배려했다. 그러나 필요에 따라 연인이 되었다가 친구가 되었다가 남이 되기도 하는 이중적인 생활에 승호는 서서히 지쳐간다. 혼자 남은 유철은 승호에게 프로포즈한 커피숍을 떠올리며, 그때 그 학생에게 손이 아니라 입이 붙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review:
손이 등에 붙었다는 하나의 사건을 메인 소재와 작은 소품으로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단편집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사이에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이 고리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으로 넘어갔습니다.
베테랑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서 집필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수작으로 정신과의 다양한 케이스를 섭렵한 기분입니다. 자신의 전문분야를 이런 식으로 소설화할 수도 있구나 라고 감탄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에 저질러질 수 있는 실수와 또한 이를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바탕도 사랑뿐임을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리포트같이 딱딱하지 않지만 각각의 사례(작품)는 분명한 테마가 있으며, 작가는 네 개의 씨앗을 넘겨줍니다. 이 씨앗이 멋진 싹을 틔울지 그냥 죽어버릴지는 독자의 몫입니다. 모든 독자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몇 년간 일용할 마음의 양식이 되어줄 것입니다.
네 작품 모두 개성이 넘치고 독특한 분위기를 가졌지만 개인적으로 《Liar paradox》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가 막힌 반전을 은밀히 예고하는 마지막 단서가 압권입니다(과연 영식의 정체는?).
Orange vill (합동지 적야림 2호, 1999)
아카키 류(Akaki Ryu)
-- 정사(情事)
-- 치스 3화
객원 Heavysmoker
-- 17&24
아마노 미즈하(Amano Mizuha)
-- 잠 들 수 없는 5월의 밤에
-- Happy happy so happy♡
-- 침향무(枕香霧)
-- 나는 천사가 되려 한다
객원 릴레이 : 미즈하라, 하오마루, 아드리안
-- Hunted boy
세노오 하지메(Senoo Hazume)
-- Plot
-- Dream in the rain
-- 달리기
Project A (합동지 1호, 2000. 11. 4)
1편 《The end of summer》 by Akaki(루크)
2편 《3인칭의 메르헨》by Amano
3편 《Bat》by Adrianne
4편 《히라유 온천》by 神崎春子
Psychiatry (개인지 8호, 2002. 10. 14,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 심리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일상》 커플 : 백종학(대학생, 공), 이호재(대학생, 수)
《Frotteurism》 주인공 : 이부장(샐러리맨, 공)
《Paedophilia》 주인공 : 40대 남자(공)
《Youth》 주인공 : 이주환(고등학생, 수)
《緣》 커플 : 이윤기(샐러리맨), 김준호(샐러리맨) - 공수관계 파악불가
Prologue 《텅 빈 거리》
제1장 《일상》 :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인 두 사람. 호재는 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나 상대방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졸업한다. 대학에 들어와 종학을 사귄 호재. 고등학교 때 짝사랑의 대상인 이관이 자신을 좋아했음을 알게 된 호재는 갈등한다.
제2장 《Frotteurism》 : 위아래로 치이는 샌드위치 샐러리맨 이부장이 스스로를 위해 준비한 것은?
제3장 《Paedophilia》 : 40대의 남자와 10살짜리 아이의 이상한 관계
제4장 《Youth》 : 어린 시절의 경험이 사춘기가 되어도 영향을 미치는데…….
제5장 《緣》 : 아내가 발견한 남편의 사랑.
review:
1장부터 4장은 한 장소에 우연히 있게된 4사람의 이야기가 각기 다른 상황에서 전개되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영화 《블루》, 《화이트》, 《레드》¹와 비슷한 전개입니다.
5장 《緣》이 인상적이었습니다. 5년 간 완벽한 결혼생활을 유지한 윤영은 남편과 남편의 절친한 친구를 눈여겨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남편의 아내가 된 것은 차선으로, 남편의 최선은 남편의 친구임을 깨닫게 됩니다. 영혼의 동반자가 아니라면 헤어지겠다는 생각은 남편이 자상하고 성실한, 그야말로 최고의 인격을 가진 사람임을 생각할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윤영의 결심은 굳습니다. 《인형의 집》²집을 뛰쳐나온 노라를 이해하는 독자라면 윤영의 행동에 박수를 보낼 것이고,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라면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읽어보면 작가가 제시하는 새로운 시각에 무릎을 칠 것입니다.
작가는 《후기》에서 《緣》을 소개하며 "주제에 어긋난 글이 자그마치 100쪽이 넘게 들어갔다"고 독자들이 "'아- 씨, 이게 왜 여기 있어'라고 분노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이 작품에서 《緣》을 뺀다면 일반적인 수준에 머무르지만 《緣》이 포함됨으로써 그 가치는 훨씬 높아졌습니다.
PS: 남편의 남자 애인을 알게 된 아내가 어찌 윤영 한사람뿐이겠습니까. 한도회의 작은 사모님(홍지영)도 목하 고민중입니다.
적반하장이라고 했던가. 남자 애인을 두고 결혼을 한 주제에 그 사람이 다쳤다는 이유로 아내를 죽이려고 들었던 남편이었다. 따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던 사람이다. 그 사람이 너무나 소중하다며 자신의 품안에서 울기도 했던 사람이고, 이런 집안에서 태어난 죄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 할 수도 없는 것이 자신들의 운명이라 생각해 그런 남편을 너그럽게 이해해보려고도 했던 지영이었다.
허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편의 상대가 남자였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 상대가 자신이 힘들때면 기대고, 또한 자신과 남편의 사이를 중매했기에 신뢰하고 있었던 남편의 측근이었다는 것은 지영을 기함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일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그것을 이해하라 할 수가 있단 말인가.
- 《Killing time 1》/ 란마루. 2002. (193 p.) 중에서 -
지영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알 수 없지만 같은 입장에 놓인 은희의 결심은 확고합니다.
"됐어요. 난 어차피 결혼식장에서 신랑한테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남자라는 폭탄선언을 들은 신부였는 걸. 그래도 이혼은 못해줘요."
- 《One point relief 4권》/ 호박대왕. 2003. (149 p.) 중에서 -
주1. 《블루》, 《화이트》, 《레드》: 폴란드 감독 키에슬롭스키(Krzysztof Kieslowski)의 《세 가지색》 3부작으로 자유, 평등, 박애를 그림. 영화의 마지막에 주요 등장인물이 한 장면에 나타남.
주2. 《인형의 집》: 노르웨이 작가 헨릭 입센(Henrik Ibsen)의 희곡. 원제 《Et dukkehjem》. 여주인공 노라는 변호사인 남편과 네 아이를 가진 행복한 여성이지만 자아를 찾아 집을 떠난다. 출판되자 부인해방의 바이블이라고 박수를 보내는 자와, 결혼 생활과 가정을 파괴하는 불량서적이라는 반응이 서로 엇갈려, 논란하는 사람들 사이에 맹렬한 논쟁이 벌어지는 동안 노라는 어느새 신여성의 대명사가 됨.
Setup = Re-Set-Up (개인지 2호, 2000. 6. 3, 예약: 9,000원)
작품유형 : 대학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Reset》, 《Setup》 커플 : 강현성(대학병원 외과 레지던트, 자상공), 윤지민(대학생, 수)
《The room(房)》 커플 : 김진명(번역가), 이진형(형파 조직장의 조카, 파도 출신의 완) - 공수관계 파악불가
제1장 《Reset》, 제2장 《Setup》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지민이 새로운 사랑을 인정하는 과정을 주인공의 독백 위주의 서술로 묘사.
제3장 《외전 및 단편》 : 《가뭄》, 《어느 일요일 1》, 《어느 일요일 7》, 《어느 일요일 8》, 《향수》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느 일요일》 시리즈가 《The room(房)》의 외전이고 나머지는 단편임.
제4장 《The room(房)》 : 서로의 방을 감당 못해 헤어진 연인 중 한 사람(김진명)이 다른 상대를 만나 공유할 방을 만들기 시작하는 이야기.
review:
지나친 독백 위주의 서술이 집중력을 끊어놓은 원인이 되었습니다. 딱히 적을만한 인상이 남지 않았습니다.
PS: 오류가 있어서 바로잡습니다.
신이 난 척 개괄식(--> 개가식) 도서관을 헤집어 시선이 닿지 않을 곳으로 향하고는, 한숨을 쉰다. (9 p.)
Time (개인지 9호, 2002. 11. 17,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 심리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김진명(번역가, 26, 내맘대로수), 이진형(레스토랑 사장, 표리부동공)
제1장 《Time》: 짝사랑의 괴로움에 빠진 진명의 좌충우돌 스토리. 진명이 술취한 상태에서 역사는 이루어짐.
제2장 《Mark》: 《Re-setsup》의 주인공 현성과 진형의 대화가 주를 이룸, 진형의 짝사랑이 적나라하게 묘사됨.
review:
"전 남자에 대해선 잘 몰라요."
자신이 무슨 얘길 하는지 그 의미를 이해해주길 바라면서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셀리나는 이해했음에 틀림없었다.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는 한 남자만 이해할 수 있으면 돼요. 그리고 때때로 인내심을 가지고 그에게 자기만의 공간을 주세요. 그가 갖혀버렸다는 느낌만은 갖지 않도록."
- 《황홀한 포옹》/ 안네뜨 브로드릭. 창인사문고, 1987. (150 p.)중에서 -
결혼을 앞둔 사람들이나 진지한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자주 듣는 충고입니다. 《올바른 결혼생활을 위한 지침》같은 책을 보면 '상대방에게 숨쉴 공간을 주라'는 충고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알려 하지말고 알고도 모른 척, 모르고도 모른 척 하라는 이 충고는 지나친 간섭으로 상대방이 숨이 막힐 것을 우려한 베테랑 카운셀러의 단골 설교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Setup》의 4장 《The room(房)》의 속편으로 파트너의 비밀스러운 방(자기만의 공간)을 엿보려다 사이가 틀어진 진명이 술에 취해 속내를 털어놓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진형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품 중반까지 진명의 독백이 지루하게 계속되다가 후반에 이르러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되는데, 이것이 꽤 재미있습니다(앞부분은 지루하다가 뒷부분이 읽을 만 했다는 의미).
개인적으로 진정한 영혼의 동반자라면 '서로의 공간을 인정하고, 상대의 공간이 어떤 상태인지 잘 알고 있지만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터치하지 않는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PS 1. 《Room》 시리즈는 연이어 읽어야 제 맛이 납니다. 따로 읽으면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반의반도 알 수 없습니다.
Trier(개인지 19호, 2005. 4. 24,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 심리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진찬우(18, 고2, 접근공), 강우성(30, 대학강사, 둔감수)
부동의 탑, Mr. 페로몬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나방이 불길에 끌리듯 우성에게 다가간 찬우는 우성이 의외로 순진하고 세상사에 어둡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기에서 물러서면 죽도 밥도 아니라고 생각한 찬우. 나무 찍기 1000번에 도전한다.
제1장 Real trier
제2장 Tester
review:
아전인수격 독백이 계속 이어져 스토리 파악이 까다로운 작품입니다. 발단과 전개 또한 길어서 작품의 흥미가 반감되었습니다. 사소한 암시와 작은 복선을 통해 밝혀지는 우성의 과거는 끔찍하지만 밝고 성실한 찬우라면 충분히 극복하리라 생각합니다. 평균작입니다.
word(개인지 11호, 2003. 3. 30,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 대학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박준현(대학원생, 침착공/만능공), 유기현(대학생, 걱정수)
제1장 《The word》: 사랑하고 있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몰라 애태우는 두 사람.
제2장 《The heart》: 마음을 알게되자 자연스레 몸이 따라가는 과정.
제3장 《The soul》: 몸도 마음도 하나되어 조화를 이룸. 행복한 에피소드.
review:
"Don't!" she cried out softly, reaching her arms around his powerful shoulders and burying her face in his neck.
"Please, please don't do this. Just talk to me. Please talk to me."
"I can't," he whispered against her shining hair. He drew a long, tortured breath.
"I can't find the words."
The naked anguish in his voice brougth tears to her eyes as she leaned back and looked adoringly at him.
"I can," she whispered brokenly.
"You taught them to me - I love you. I love you."
- 《Whitney, my love》¹ / Judith McNaught. Pocket Books, 1985. 538 p. -
그랬다. 막상 말을 시작하려하면 한 마디 한마디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져 말하기가 힘들었다. 내 언어로는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이런 안타까움을, 가슴 벅찬 느낌을, 척추를 달리는 달콤한 간지러움을,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행복감을.
- 47 p.-
너무 사랑하면 가슴이 벅차올라 적절한 말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은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남녀 커플/남남 커플을 가리지 않습니다. 시대와 장소와 상황이 다르지만 같은 말을 내뱉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사랑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도 로맨스를 읽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제목과 내용이 절묘하게 일치하는 작품으로 속마음을 말로 전하지 못하는 상황을 잘 묘사했습니다. 독자는 알고 있는 사실을 당사자들은 모른 채, 이리 저리 떠보고 마음대로 추측하고 비정상적인 억측을 넘어 엉뚱한 오해로 치닫다가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에 이르는 플롯은 잔재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전개부분에서 좀더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고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모른다는 소재는 작품을 진행하기 쉽지만 결론이 도출되고 나면 장애물이 되기 십상입니다. 2장에서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데 왜 육체관계를 맺지 못하는지에 대한 개연적인 설명이 부족하여 처음의 긴장이 마지막까지 유지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3장은 사족일 뿐이고.
이 작품은 제1장 《The word》, 제2장 《The heart》, 제3장 《The soul》로 모두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오른쪽 페이지 하단에 전부 "제1장 THE WORD"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2쇄 찍을 때는 반드시 수정이 필요합니다.
제 책이 파본인지 다른 사람들의 책도 그런지……. 인쇄가 안 된 부분이 세 곳 있습니다. 나름대로 채웠는데 작가가 아니니 맞는지 틀리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1. "관둬라, 야. 아무리 둘이 쓰는 방이라지만 지혜까지 데려와서 뭐라고 변명을 하게? 기현이나 괜히 올라가서 정교수에게 면?????? 않게 끄집어와라." (50 p.)
--> 면박당하지 않게
2. 대답할 새도 없이 끊어진 전화를 잡고, 기쁜 건지 슬픈 건지 한심한 건지 한스러운 건지… 묘한 감정에 잡혀 멍- 하니 베란?????? 하늘을 응시한다. (67 p.)
--> 베란다에서
3. 마음을 다잡고 노려보는데, ……선배는 말라버린 입술 사이로 힙겹게 뜨거운 숨을 밭으면서도 어쩐지 행복해 보이는 얼굴????? 있다. (116 p.)
--> 얼굴을 하고 있다.
PS: 주1.《Whitney, my love》: 주디스 맥노트의 대표작으로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남주 클레이튼 웨스트모어랜드는 클레이모어 공작, 여주 휘트니 스톤은 가난한 젠트리 계급의 딸로 등장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만난 두 사람이 주변의 음모와 서로의 오해로 헤어졌다가 만나기를 반복하는 전형적인 이성애 로맨스입니다.
국내에 고려원에서 《내 사랑, 휘트니》로, 깊이와 넓이에서 《추억의 이름으로》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습니다. 《내 사랑, 휘트니》는 마지막 두 chapter가 잘리는 바람에 번역되지 못했고 《추억의 이름으로》는 눈뜨고 볼 수 없는 오역으로 작품의 수준이 크게 떨어져 원문을 올렸습니다.
아드리안의 작품을 읽은 독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취향을 탄다. 둘째,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든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취향을 탄다는 말은 특유의 집필 습관 때문에 독자가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오해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든다는 말은 맞습니다.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1. 문체에 관하여
대화는 소설의 리듬을 살리는 데 있어서 불가결한 요소다. 전체의 20~30퍼센트밖에 대화 부분이 없다면 그 소설은 팔리지 않는다. 묵직한 설명문만 이어지는 소설은 심리적으로도 독자에게 호감을 줄 수 없다.
그러나 몇십 페이지씩 계속되는 대화 역시 몇십 페이지씩 계속되는 설명문과 마찬가지로 지루하다.
미스터리 소설이나 서스펜스 소설의 마지막 장에서 어느 등장 인물에게 주인공이 상황 설명을 해주거나, 살인범이 누구인가를 알아낸 과정을 설명해 줄 때, 작가는 그 막대한 양의 정보를 독자에게 드라마틱하게 전해 줘야 한다. 주인공의 단독적인 연기에 의해 독자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조연자들이 반박을 하거나 질문을 던지게 할 수도 있다.
- 중략 -
여기서 한 가지만 더 여러분에게 주의를 줄 것은 혼동을 피하기 위해 절대 밝혀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가 말하고 있는가 하는 대화의 주인공을 명시하지 말라는 점이다. 다음의 두 사람의 대화를 참고해 보자.
"다친 덴 없었어?"
잭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난 괜찮아요."
샌디는 떨면서 대답을 했다.
"하지만 그 놈이 칼을 들고……."
"후려쳐 버렸어요."
"정말?"
"조금 빗나갔을 뿐이에요."
"어떻게 생긴 놈인지 봤어?"
"몸집이 컸어요, 머리는 검고."
"눈 색깔은?"
"잿빛이었는데 섬뜩했어요."
"얼굴에 상처 같은 건 없었나?"
"그래요, 생각나요. 입가 오른쪽에 가느다란 달 모양으로."
"됐어. 그 놈의 얼굴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야. 딴 여자들은 폭행을 당하고도 얼굴을 못 봤지."
잭이 기뻐하며 말했다.
대부분의 화자가 누구인지 명시되어 있지 않는데 주목하자. 두 사람 간의 대화라면 그럴 필요가 거의 없는게 보통이다. 만일 화자를 일일이 밝히지 않으면 안될 처지라면 그건 대화 자체가 잘못 구성된 것이다. 몇 번이고 고쳐 써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 《베스트 셀러 소설 이렇게 써라 (원제: How to write bestselling fiction)》/ 딘 쿤츠. 문학사상사, 1996. 174-180 p. -
--> 미국의 유명한 호러소설가 쿤츠는 소설 문체론에서
첫째, 대화를 가급적 많이 집어넣을 것.
둘째, 대화를 집어넣을 때는 독자들이 지루하지 않게 리듬을 탈 것.
셋째, 화자가 누구인지 일일이 명시하지 말 것. 그러나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독자가 확실히 파악하도록 대화를 구성할 것.
을 충고했습니다. (텍스트가 복잡하지만 요약하면 위의 셋으로 정리됩니다.)
아드리안은 작품에서 대화를 어떤 식으로 묘사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똑똑-
1. 우앗, 와아앗.
2. 야, 너!! 흡…; 으.. 읍, ………하, 아……,
3. "윤사범님-"
4. "들어와."
5. 하아……, 하… 아……,
6. "야, 너 뭐야!"
7. 너, 너. 너…… 가만히 얌전히 있더니만, 거의 다 끌어갔는데, 너. 너, 정말! 뭐야, 막판에 갑자기 밀어 붙이다니!
8. "상현이 형, 안 나와요? 밖에서 찾는…… 어, 뭐야. 또 싸웠어요?"
9. "아니."
10. "키스했어."
11. "엑-?!"
12. "……야..;;"
13. "저 치사한 놈이 가만있겠다고 하더니만, 막판에 갑자기 달려들잖아. 너만 노크 안 했으면 내가 끝낼 수 있었는데, 젠장."
14. "………저, 저기……,"
15. "신경 쓰지 마."
16. "신경이 안 쓰여요?"
17. "저거 진짜 치사한 놈이야. 처음엔 입도 안 열더니만."
18. "……저기, 형……!!"
19. "고개도 안 숙이더니만, 임마, 손자국 남겠다. 네 약력(--> 악력)이 어느 정돈지 자각이나 하고 있는 거야? 뭐, 여자 친구가 무섭다고 차? 당연하지! 키스 한번에 허리에 멍들면 누가 옆에 있겠냐?"
20. "형, 좀!!"
21. "너도 좀 생각해 봐, 지 기분 난다고 무작대기로 끌어당겨서 손자국까지 남으면 누가 좋다 하겠냐? 게다가, 실실 놀리듯이 굴면."
22. "…뭐, 그건 확실히 기분 나쁘겠지만…,"
23. "들었냐? 반성 좀 해! 게다가 너, 손 힘 조절 좀 하라구! 적당히 잡아야 기분이 좋지, 이건 뭐. 아프도록 당기면 좋던 기분도 다 날아간단 말야. 너, 그것도 테크닉이다, 잘 배워!"
24. "……저기…,"
25. "거북이 너도 마찬가지야. 보니까, 뭐. 너도 약력(--> 악력)은 만만찮을 것 같은데. 자기 힘 정도는 자각해야 할 거 아냐?"
26. "알았어, 앞으로는 쥐지 않을게."
27. "좋아. 받치는 건 용서하지만, 또 쥐었다가는 너 어딘가 된통 잘라버릴 테다."
28. "하지만, 너무 감질나게 굴었어, 너."
29. "야, 그건 시작이었잖아!"
30. "……거기까지도 '시작'이야?"
31. "그래, 그냥 뒀으면 너 허리 빠지게 할 수 있었어!"
32. "으아, 형들!!!"
33. "시끄럿, 거북이. 저게 지금 날 무시하잖아!"
34. "좀 그만 못해요?!"
35. "놔 둬. 재밌잖아."
36. "재밌어? 재밌어? 윤상현 너, 그 소리 못나오게 해 줘?!"
37. "해봐."
37. "좀, 좀, 좀!!!!!!!! 관둬욧-!!!!!!!!!!"
39. 뭐, 뭐……야?
40. "야, 뭐 그렇게 소리를 지르냐..?"
41. 그것도 숨까지 몰아쉬면서.
42. "나, 형들 키스하는 장면 같은 거 보고 싶지 않아요..."
- 《검도삼배단》 중에서 (160-163 p.) -
--> 등장인물은 셋입니다. 윤상현, 서지운, 거북이.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여러번, 정말 여러번 읽었습니다. 간단한 테스트를 해 보겠습니다. 각 번호에 말 한 사람의 이름을 적어보십시오. 대화의 앞뒤를 잘라놓고 어떻게 상황파악을 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품은 분들을 위해 부연설명을 드립니다. 위의 예문은 문단의 시작부분입니다. 자르지 않았습니다.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똑똑
1. 우앗, 와아앗. - 서지운
2. 야, 너!! 흡…; 으.. 읍, ………하, 아……, - 서지운
3. "윤사범님-" - 거북이
4. "들어와." - 윤상현
5. 하아……, 하… 아……, - 서지운
6. "야, 너 뭐야!" - 서지운
7. 너, 너. 너…… 가만히 얌전히 있더니만, 거의 다 끌어갔는데, 너. 너, 정말! 뭐야, 막판에 갑자기 밀어 붙이다니! - 서지운
8. "상현이 형, 안 나와요? 밖에서 찾는…… 어, 뭐야. 또 싸웠어요?" - 거북이
9. "아니." - 윤상현? 서지운?
10. "키스했어." - 윤상현? 서지운?
11. "엑-?!" - 거북이
12. "……야..;;" - 윤상현? 서지운?
13. "저 치사한 놈이 가만있겠다고 하더니만, 막판에 갑자기 달려들잖아. 너만 노크 안 했으면 내가 끝낼 수 있었는데, 젠장." - 서지운
14. "………저, 저기……," - 거북이
15. "신경 쓰지 마." - 서지운
16. "신경이 안 쓰여요?" - 거북이
17. "저거 진짜 치사한 놈이야. 처음엔 입도 안 열더니만." - 서지운
18. "……저기, 형……!!" - 거북이
19. "고개도 안 숙이더니만, 임마, 손자국 남겠다. 네 악력이 어느 정돈지 자각이나 하고 있는 거야? 뭐, 여자 친구가 무섭다고 차? 당연하지! 키스 한번에 허리에 멍들면 누가 옆에 있겠냐?" - 서지운
20. "형, 좀!!" - 거북이
21. "너도 좀 생각해 봐, 지 기분 난다고 무작대기로 끌어당겨서 손자국까지 남으면 누가 좋다 하겠냐? 게다가, 실실 놀리듯이 굴면." - 서지운
22. "…뭐, 그건 확실히 기분 나쁘겠지만…," - 거북이
23. "들었냐? 반성 좀 해! 게다가 너, 손 힘 조절 좀 하라구! 적당히 잡아야 기분이 좋지, 이건 뭐. 아프도록 당기면 좋던 기분도 다 날아간단 말야. 너, 그것도 테크닉이다, 잘 배워!" - 서지운
24. "……저기…," - 거북이
25. "거북이 너도 마찬가지야. 보니까, 뭐. 너도 악력은 만만찮을 것 같은데. 자기 힘 정도는 자각해야 할 거 아냐?" - 서지운
26. "알았어, 앞으로는 쥐지 않을게." - 윤상현
27. "좋아. 받치는 건 용서하지만, 또 쥐었다가는 너 어딘가 된통 잘라버릴 테다." - 서지운
28. "하지만, 너무 감질나게 굴었어, 너." - 윤상현
29. "야, 그건 시작이었잖아!" - 서지운
30. "……거기까지도 '시작'이야?" - 윤상현
31. "그래, 그냥 뒀으면 너 허리 빠지게 할 수 있었어!" - 서지운
32. "으아, 형들!!!" - 거북이
33. "시끄럿, 거북이. 저게 지금 날 무시하잖아!" - 서지운
34. "좀 그만 못해요?!" - 거북이
35. "놔 둬. 재밌잖아." - 윤상현
36. "재밌어? 재밌어? 윤상현 너, 그 소리 못나오게 해 줘?!" - 서지운
37. "해봐." - 윤상현
37. "좀, 좀, 좀!!!!!!!! 관둬욧-!!!!!!!!!!" - 거북이
39. 뭐, 뭐……야? - 서지운
40. "야, 뭐 그렇게 소리를 지르냐..?" - 서지운
41. 그것도 숨까지 몰아쉬면서. - 서지운
42. "나, 형들 키스하는 장면 같은 거 보고 싶지 않아요..." - 거북이
-->"몇십 페이지씩 계속되는 대화"도 아니건만 누가 누구에게 말하는지, 어떤 액션을 취하며 말하는지 장면 하나하나를 연상하며 읽으니 상당히 피곤합니다. 열심히 읽었지만 몇몇 대화의 정확한 화자를 찾는데 실패했습니다. 대화의 내용이 자극적이거나 중요한 스토리를 포함하고 있다면 좀 나을 텐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결국 건성건성 읽게 됩니다. 이 작품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초기작 대부분이 위와 같은 대화 패턴을 갖고 있습니다. 웬만한 집중력과 노력이 아니고는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2. 저자와의 협약 - 용어 파악
사업상 성공적으로 교섭하고 나면 마지막 단계가 계약을 맺는 것이다. 그 뒤에 남은 일은 서명뿐이다. 하지만 책을 분석하며 읽을 때에는 윤곽을 그리고 나서 처음으로 하는 일이 계약을 맺는 일이다. 독자가 저자와 협약을 맺지 않으면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지식이 전달 될 수 없다. '저자가 사용하는 용어를 파악하고 그 의미대로 이해'하겠다는 협약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단어 대 용어
'용어'란 단순한 '단어'가 아니다. 특정한 용어로 쓰였는지 일반적인 단어로 쓰였는지 구분할 필요없이 모든 낱말이 한 가지 의미만 가지고 있다면, 저자의 글을 이해하기 위해 그저 중요한 단어만 찾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단어들은 보통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요한 단어일수록 그렇다. 저자가 이런 의미로 이야기하는데 독자가 저런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저자의 용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의사소통을 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모호한 점이 있다면 서로 의사가 소통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커뮤니케이션"이란 단어를 보자. 그 어원은 "common", 즉 "공통"이란 단어와 연관이 있다. 커뮤니티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집단을 말한다. 커뮤니케이션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혹은 동물이나 기계)과 지식, 마음, 감정과 같은 어떤 것을 공유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성공하려면 둘 사이에 주고 받는 정보나 지식에(--> 지식이) 공통적이어야 한다.
지식을 전달할 때 애매모호한 점이 있다면 서로 주고받은 단어들 때문일 것이다. 모호한 점을 그대로 두는 한 저자와 독자는 같은 의미를 공유할 수 없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양측이 같은 단어를 '같은 의미'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즉, 이런 단어를 이런 의미로 이해하자는 협약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두 정신 속에 같은 사고가 깃드는 기적이 일어나게 된다.
-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원제: How to read a book)》/ 모티머 J. 애들러, 찰스 반 도렌. 멘토. 2001. 107-108 p. -
--> 앞서 창작론을 예로 들었으니 이번에는 독서법을 예로 들겠습니다.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독자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나 위의 예문에서 보듯 열심히 노력했지만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잘 모르는 독자는 취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취향이 아니라서 집중하기 어려운가 보다. 취향이 아니라서 이해하지 못하는가 보다' 그러나 취향 때문이 아닙니다. 작가와 독자간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일차적인 책임은 복잡한 문장을 집필한 작가에게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독자는 적극적인 자세로 작품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며 읽어야 합니다. "아드리안의 작품은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 든다"는 말은 이런 노력을 통해 작가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한 독자들의 경험담입니다. 제 경우, 집중해서 두 번 정도 읽으니 작가 특유의 집필 방법에 익숙해졌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복잡한 대화도 무리 없이 따라가고 작가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집필 의도는 가볍지도 어설프지도 않습니다. 진지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몇몇 작품은 주의를 환기시키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3. 텔레비전과 독서
내가 독서와 그 혜택에 관한 워크숍을 운영할 때마다 반드시 나오는 질문이 있다. TV와 영화는 독서를 대체해버렸는가? TV 시청으로 독서와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는가? 그러면 TV에서 움직이는 이미지를 보는 것과 독서를 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간단히 살펴보자.
설혹 TV 프로그램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광고를 배제하고 흥미로운 볼거리와 정보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독서와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독서와 TV 시청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TV의 화면 앞에서는 인간의 두뇌가 수동적인 상태로 빠져든다는 점이다. TV는 제공하고, 시청자는 받는다.
그러나 당신이 소설을 읽는다면 그때는 '당신이' 그림, 음향효과, 냄새, 색깔, 목소리를 제공한다. 그러니까 책 속의 세상을 생생하게 살려내기 위해 당신은 당신 자신의 전용영화관을 운영하는 것이다. 당신이 곧 감독이자 카메라 기사, 음향효과팀, 캐스팅 담당, 편집자가 되는 것이다. 이 인력을 어디서 다 데려오는가? 당신의 경험, 당신의 기억창고에서 가져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당신은 스토리에 친숙해지고 또 스토리는 당신에게 중요한 정보 또는 자료가 된다.
스토리는 당신이 써야 하는 자료를 불러오는 하나의 틀을 제공한다. 방금 읽은 내용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당신은 여러 자료를 적극적으로 기억해내야 한다. 당신은 당신의 정신적 필요에 따라 읽은 내용에 의미를 부여한다.
- 《비블리오테라피 (원제: Bibliotherapy)》/ 조셉 골드. 북키앙, 2003. 56-57p. -
--> 작가와 독자간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머리 속에 장면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읽어라. 스토리를 정보로 이용하라. 읽은 내용에 의미를 부여하라.
4. 적극적인 독서로의 초대
텔레비전은 우리를 수동적으로 만든다. 그것은 우리에게 기다리라고 말한다. 즉 우리가 원하는 것이 곧 나타날 것이니 이 광고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만일 독서가 수동적인 것이된다면 우리의 천재는 죽고 말 것이다.
여러분은 어떤 형식의 독서를 하든지 항상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임할수록 독서는 점점 더 쉬워지고 원하는 결과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다. 능숙한 독자들은 목적의식을 가지고 책을 읽고, 책을 읽으면서 작가들에게 질문을 함으로써 높은 창의력을 유지한다. 적극적인 독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집중은 지켜야 하는 계율이 아니라 독서를 하는 태도이다.
- 《포토 리딩 (원제: The photoreading whole mind system)》/ 폴 R. 쉴리. 럭스미디어, 2003. 273 p. -
독서는 TV보다 능동적이며 왕성한 지적 운동입니다. 가벼운 여가로 생각하고 읽는다면 그만큼의 효과를 볼 것이며, 진지한 자세로 임해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면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PS: 작풍을 짤막하게 요약할 생각이었는데, 참고자료를 찾다가 곁길로 빠졌습니다.
아드리안의 작풍을 간단히 요약했습니다.
1. 작품 전반에 걸쳐 주인공의 독백이 주를 이루는데 대부분 수의 시점에서 진행
-->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캐릭터가 한 사람에게 치우치면 작품은 균형을 잃고 기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2. 다양하게 연결된 인간관계를 통해 많은 시리즈와 spin-off를 집필
--> 작가의 머리 속에 대규모 프로젝트(특히 《중어》 시리즈)가 진행중인 것은 알겠는데 독자에게 힌트를 너무 적게 주는 바람에 흥미를 반감시키고 작품을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됩니다.
3. 철저한 배경조사
--> 읽는 동안 어떤 위화감이나 의문사항을 떠올리지 않았습니다. 작가가 의료 계통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지식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4. 통렬한 사회비판
-->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부조리를 적절한 상황을 예로 들어가며 비판하는 것은 흥미로운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