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ine
작품연표
마녀의 아들 (개인지 2호, 2009. 11. 15, 예약: 13,000원)
모래안개 숲의 신부 (개인지 3호, 2012. 11. 25, 예약 : 14,000원)
작품유형: 판타지
시대/장소 : 과거 / 모래안개 숲
커플 : 후유셴(24, 수호자의 아들, 무른공), 유안(18, 후유셴의 신부, 연약수)
신수들은 그런 인간들에게 세계수를 시들게 만든 죄를 굳이 묻지 않았다. 너그러이 그들을 용서하며, 숲을 침입하지만 않으면 자신들은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인간들은 절대 숲에 침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인간들에게 신수들은 한 가지 요구 조건을 붙였다.
우리가 원할 때 언제든 아름답고 정숙한 처녀를 신부로 내어줄 것.
그들은 세계수를 되살리기 위해 천계에서 내려온 신수다. 때문에 주어진 임무를 다 마친 이상 천계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그들이 사라지면 또다시 인간들의 욕심으로 세계수가 시들게 될지도 모른다. 그들이 없더라도 안개의 숲의 결계를 유지하며 세계수를 지킬, 강한 힘을 가진 수호자가 필요했다.
- 중략 -
소문은 진압되지 않고 더욱 퍼져만 갔다. 숲의 괴물을 분노케 하면 나라가 멸망한다. 사람들은 쉬쉬했지만 소리 없는 소문은 대륙의 끝까지 퍼져 나갔다. 결국, 수호자들은 대륙의 공적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정말로, 신부로 바쳐지는 여자들 중 순순히 그들의 후계를 낳아주는 여자는 없게 되었다.
- 12-13 p. -
첫 번째 이야기 004
두 번째 이야기 063
세 번째 이야기 383
네 번째 이야기 402
다섯 번째 이야기 411
여섯 번째 이야기 419
일곱 번째 이야기 434
여덟 번째 이야기 463
아홉 번째 이야기 490
review:
두 명의 작가가 동일동일 열매를 먹었는지 함께함께 열매를 먹었는지 같은 날 출간된 두 책이 같은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우주토깽의 《만약 신이 원하신다면》과 Amine의 《모래안개 숲의 신부》입니다. 출퇴근길에서는 《만약 신이 원하신다면》을 읽었고 집에서는 《모래안개 숲의 신부》를 읽어서 자연스레 비교가 되었습니다. 같은 소재를 사용했지만 정반대의 결과물이 나온 것은 작가의 개성 때문입니다.
우선 비슷한 점을 짚어보겠습니다. 왼쪽이 《모래안개 숲의 신부》이며 오른쪽이 《만약 신이 원하신다면》의 설정입니다.
1. 동서남북 네 명의 수호자 vs. 동서남북 네 명의 드외로드 :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신수와 신의 존재
2. 늑대의 모습을 한 후유셴 vs. 롯의 모습을 한 유스타스 : 인간과 짐승의 모습을 오가는 주인공
3. 세계수 vs. 아시르 : 수호자와 드외로드가 지켜야할 존재
4. 유안 vs. 윤재우 :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계로 들어간 불구의 주인수
5. 세계수의 열매 vs. 드외로드의 의지 : 임신을 가능케 하는 것
6. 후계자 vs. 아즈하르 : 주인공이 참여해야 하는 경쟁
시작이 이렇게 비슷한데도 결과는 물론 작품의 분위기마저 딴판입니다.
1. 괴물 vs. 신 : 비슷한 능력을 가졌지만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한쪽은 피해야 할 괴물이며 다른 쪽은 경배하는 신입니다.
2. 처음부터 유안에게 본신의 모습을 보인 후유셴 vs. 마지막까지 윤재우에게 본모습을 속이고 다른 사람의 발설조차 막은 유스타스 : 주인공들의 조화와 화합으로 시작된 《모래안개 숲의 신부》와 달리 《만약 신이 원하신다면》은 본신과 인간의 다른 모습 때문에 마지막까지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습니다. 또한 유스타스와 그의 롯이 동일한 존재임을 알게 된 후에도 윤재우는 둘을 구분하여 인식합니다.
3. 안개숲 vs. 칼리트의 숲 : 인간(외부)들의 침입에서 세계수를 지키기 위해 만든 안개숲과 사악한 드외로드 아시르(내부)의 탈출을 막기 위한 결계는 성격이 반대입니다.
4. 강요 vs. 자살 : 별채에서 몰래 키워지다 아버지의 강요로 후유셴에게 온 유안과 축구선수로서의 화려한 과거를 잊지 못하고 자살로 이계로 넘어온 윤재우. 다리를 고칠 방법이 있음에도 고치려 하지 않는 유안과 다리를 고치려 노력하다 결국 다리를 고치게 되는 윤재우. 각기 순응하는 성격과 대드는 성격의 전형을 보여주며 작품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영향을 미칩니다. 처음부터 신부로 인정받아 안정적인 관계를 이루어나가는 유안은 조용하고 차분한 작품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반면 장난감에서 성노리개로 다시 반려로 신분이 상승하는 윤재우는 작품에 긴장감을 줍니다.
5. 기적 vs. 일상 : 자식을 갖는 것이 일생의 기적이 되는 반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한 일상입니다.
6. 포기 vs. 가능성 : 아버지의 기대가 무색하게 일찌감치 후계자 경쟁에서 벗어난 후유셴과 신중의 신 아즈하르의 자리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유스타스. 소박함과 화려함의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교는 이만하고 본격적인 리뷰에 들어가겠습니다.
조셉 골드(Joseph Gold)의 《비블리오테라피 : 독서치료, 책속에서 만나는 마음 치유법 (원제: Read for your life)》라는 책에 인상적인 사례가 실려 있습니다. 어린 시절 친척어른의 지속적인 성폭력에 시달려온 여자가 후에 자신이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빨간머리 앤》덕분이라는 고백을 합니다. 가난한 고아 앤은 신데렐라가 된 것도 아니고 빼어난 미인도 아니며 천사 같은 성격을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고집 세고 지기 싫어하며 눈에 띄는 빨간머리 때문에 피해도 많이 봅니다. 그런 앤이지만 초록지붕 집에 심부름꾼으로 들어가 마릴라 아주머니와 매튜 아저씨와 가족을 이루고 원하던 공부를 계속하여 선생님이 되며 멋진 남자와 결혼하여 아이도 많이 낳습니다. 여자는 앤에게 자신을 투사하며 위로를 받은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빨간머리 앤》을 읽으며 비슷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빨간머리 앤》과 비슷한 효과를 보입니다. 지팡이가 없으면 걷지도 못하는 유안,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괴물의 신부로 보내진 그가 참한 남편을 만나 사랑을 완성하고 시아버지에게 인정받으며 자식 같은 애완동물과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작가는 시종일관 침착하고 편안한 문장으로 묘사했습니다. 특히 후유셴이 제대로 걷지 못하는 유안을 여러 방법으로 배려하는 모습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유안 또한 스스로를 괴물로 인식하여 자식을 낳으면 짐승의 모습을 하고 있으리라고 경고하는 후유셴의 트라우마를 자연스레 치료합니다. 손을 깍지 끼는 단순한 행위조차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묘사가 뛰어나고 시적인 표현도 곁들여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건강한 밥상을 받은 느낌입니다. 저질스런 말투와 등장인물의 잘난 척이 하늘을 찌르는 《만약 신이 원하신다면》과 함께 읽어서 그런지 치유의 효과가 배가되었습니다.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성과 주제는 뛰어나지만 설명적인 묘사로 긴장감을 떨어드린 것은 단점입니다. 줄거리 대신 인용한 첫머리의 개요는 교과서 같은 느낌마저 줍니다. 《만약 신이 원하신다면》처럼 등장인물의 대화나 사건의 진행에 따라 설정이 하나씩 풀리도록 했으면 훨씬 세련된 방법으로 독자를 이해시키고 작품에 긴장감도 줄 수 있었는데 아쉽습니다. 또한 아버지가 유안을 대하는 태도나 그에 대응하는 유안의 모습도 지나치게 여성적으로 묘사되어 위화감이 있습니다. 후유셴의 두 형과 그들의 파트너와의 만남과 결과도 자연스럽지는 않습니다. 이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작품 자체가 갖는 치유의 힘은 큽니다.
이 숲에 들어온 이후, 항상 그랬다. 유안이 보지 못했던, 볼 수 없었던 세상은 빈약한 상상력으로 그렸던 것보다 훨씬 더 넓고 다양했다. 이 세상을 눈으로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정말로, 살아있어 다행이었다. - 509 p. -
제 어깨에 기댄 유안의 머리 위에 살며시 제 머리를 기대며, 후유셴의 시선 역시 넓은 꽃밭을 향했다.
새하얀 꽃. 새하얀 나비. 새하얀 꽃밭. 그리고 유안.
“좋다.”
“저도요.” - 511 p. -
읽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평균이상.
모래안개 숲의 신부 Side story (개인지 4호, 2013. 3. 31, 예약 : 14,000원)
작품유형: 판타지
시대/장소 : 과거 / 가상국가 에델츠, 모래안개 숲
커플 : 후유셴(25, 수호자의 아들, 무른공), 유안(19, 후유셴의 신부, 연약수)
잃어버린 세계수의 가지를 찾아 온 얼음안개 숲의 후계자 펜카비가 유안에게 반하자 후유셴은 싸움을 걸고 크게 다친다. 이를 계기로 유안은 임신을 결심하고, 모래안개 숲의 식구들은 출산을 도울 신관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수도에서 우연히 만난 청년이 유안의 친형임이 밝혀지고 유안의 출생과 성장과정이 알려진다. 한편 각자 목적에 따라 인간 행세를 하고 있는 투프와 쿠스람은 세계수의 가지를 갖고 있는 마법사와 펜카비와 마주치고 서로를 겨누는데……
첫 번째 이야기 006
두 번째 이야기 012
세 번째 이야기 024
네 번째 이야기 041
다섯 번째 이야기 061
여섯 번째 이야기 095
일곱 번째 이야기 324
여덟 번째 이야기 346
아홉 번째 이야기 362
열 번째 이야기 389
열한 번째 이야기 422
열두 번째 이야기 447
열세 번째 이야기 469
열네 번째 이야기 487
뒷이야기 500
review:
전작에서 모호하게 설명되었던 제국의 이름이나 유안의 집안 이야기가 나와서 동화 같은 느낌은 덜합니다만 우화 분위기는 여전합니다. 빡빡한 편집에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임에도 등장인물이 각각의 스토리를 갖고 진행되어서 지루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유안의 과거사는 없는 편이 좋았습니다.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으로 개연성과 자연스러운 맛이 떨어집니다.
후기에 실린 에피소드를 읽으면 후속작이 한 권은 더 나올 듯도 한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긴장감이 없는 대신 안정적인 평안함이 작품의 특징인데 빡빡한 세 권 분량이면 지루해질 것도 같고 청심환 대용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동화작가가 되는 유안의 미래는 상상해보지 않았는데 정말 어울립니다. 환상의 숲에 사는 착한 남자의 직업으로 그만한 게 없습니다. 평균작입니다.
칸 비유라 1-2 (개인지 1호, 2009. 7. 19, 예약: 2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