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거리

계란 한 판 서스펜스 = Suspense in thirty 1-2 (개인지 2호, 2014. 12. 6, 예약: 20,000원)

작품유형: 조폭물, 복수물, 재회물, 학원물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강재복(15-->31, 조폭간부, 와신상담공), 이선재(15-->31, 수학교사, 채무자수)

호모라고 쫓겨나 의절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망신고를 하고 어렵사리 취직한 학교에 다니고 있을 무렵, 돌아가신 아버지의 채권자가 들이닥친다. 빌려간 돈은 오백만원인데, 사채가 새끼를 쳐서 갚아야 할 돈은 천오백이다. 선재가 고등학교 수학교사인 것을 안 조폭놈은 수학문제를 들이대며 풀어보라고 하는데, 평생 처음 보는 무식함이다.

One 

폭풍의 전학생   1

생존의 법칙   45

나를 빡치게 하는 사람들   91

생명의 은인   109

몇 가지 번뇌와 그 결론   129

통수 조심   173

과거의 반격   211

진실vs구라   267

Two 

계란 한 판 서스펜스   5

끝인 척 하는 서스펜스   81

外 : 계란 한 판 하고도 한 알 서스펜스   121

후기   283

계란 한 판 서스펜스   286

계란 한 판의 조선 상놈   296

review: 

유사성 논의는 비공개의 《마왕 발정하다》를 읽을 계획이니, 《마왕 발정하다》리뷰를 참고하십시오. 예전에 《마왕 발정하다》를 갖고 있었는데, 두어 번 읽기를 시도하다 졸려서 읽지도 않고 처분한 적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퇴근길에 읽다가 내려야할 곳을 지나쳤습니다. 《마왕 발정하다》보다는 재미있습니다.  

모든 작품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작품들은 작가의 집필의도가 선명히 드러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후기에 소회를 밝히지 않아도, 광고에 키워드를 누설하지 않아도 읽으면서 이 작품은 이런 의도에서 썼구나 하고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작품은 내용이 부실하고, 캐릭터가 망가지고, 구성이 허술해도 완결감이 있습니다. 반면 집필의도가 불명확한 작품은 혼란에 빠지기 쉽습니다.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며,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이상한 결론을 내리기도 합니다. 이 작품이 그렇습니다.

내릴 곳을 까먹을 정도로 재미있는 부분은 처음뿐으로, 그 이후에는 궁금할 뿐입니다. 작품의 주인공 이선재 뿐만 아니라 독자인 저도 의심스러웠습니다. 궁금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과거로 돌아가야 합니다.

서울을 평정하고 전국구 조폭으로 나가려는 강재복의 아버지에게는 두 명의 동등한 직위의 부하가 있었습니다. 이중석은 이선재의 아버지이고, 다른 한 명의 현재의 회장인 윤형철입니다. 불법의 허물을 벗고 합법적인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강재복의 아버지는 이중석과 마음이 맞아 일을 진행시키지만 반대하는 윤형철에게는 철저히 숨깁니다. 이상한 상황을 눈치 챈 윤형철이 강재복의 아버지를 죽이고, 열일곱의 강재복에게 거짓 자백을 강요합니다. 강재복은 감옥에 가고, 출소하자마자 일본으로 뜹니다. 조직은 자연스레 윤형철에게 넘어가고 이중석은 실종됩니다. 아버지의 직업을 몰랐던 선재는 고학으로 대학을 졸업하여 교사가 됩니다. 그리고 죽은 아버지의 빚 독촉에 시달립니다. 

선재에게 수학문제를 들이댄 강재복은 생활기록부를 조작하여 선재의 반에 일 년 꿇은 복학생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선재를 괴롭힙니다. 돈에 자존심이 팔린 선재는 담임이지만 강재복에게 굽신거리며 속으로 울화를 참습니다. 또한 강재복과 학교에서만 만나는 것은 아닙니다. 강재복은 선재의 단골 게이 바의 사장님으로 나타나서는 보디가드를 붙여줍니다. 그리고 윤형철의 아들과 몸을 섞곤 합니다.

자신을 아버지를 죽인 패륜아로 만든 윤형철에게 복수하기 위해 강재복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야쿠자와 손잡고 조직을 없애려고 합니다. 윤형철의 아들을 마약쟁이로 만들고 윤형철을 살해하도록 상황을 몰아갑니다. 몇 번의 폭력이 오가고 강재복은 칼침을 맞고, 거대한 오해의 강을 넘어서 둘은 과거를 복원시키고(15년 전 동급생), 복수를 완성합니다. 그리고 선재는 사라진 아버지와 재회합니다.

독자를 끌어들이는 화법을 사용하고, 정치를 풍자하고, 자학에 가까운 자기 성찰 등 독특한 면은 있습니다. 그러나 독자를 끌어들이는 화법은 몰입을 방해했고, 정치 풍자는 카타르시스보다 불쾌감을 주었으며, 자기성찰은 솔직함보다 혐오감이 앞섭니다. 화려하게 등장한 조연들은 선재를 한 번씩 놀래 키고, 의미 없이 사라지니 캐릭터 간에 단절감이 있습니다. 존재도 몰랐던 놈이 나타나 네 아버지는 살아 있으며 강재복은 나쁜 놈이라고 경고하고, 모든 사건의 원흉인 강재복은 선재에게 어떤 설명도 없으니 선재는 답답할 뿐입니다. 독자도 답답합니다. 궁금증의 답은 마지막에 유추가 가능하나 끝까지 활자로 표현되지는 않습니다.   

초반의 궁금증은 중반의 의문부호로 커졌으나, 마지마의 용두사미식 결론에 묻혔습니다. 조폭, 학원, 복수, 재회의 키워드가 어우러지는 것이 아니라 따로 놀고 있습니다. 평균이하입니다.    

PS: 1권 목차 페이지가 전부 오타가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