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체 (김돌체)

동일 세계관

1편 《농중조》

2편 《그림자, 달, 숲》

3편 《고담: 안개 낀 밤, 달빛》, 《小話》

작품연표

古談: 안개 낀 밤, 달빛 1-2 (2015. 5. 31, 예약: 20,000원)

작품유형: 동양판타지

시대/장소: 과거/가상왕국

커플: 아신(수백살, 성왕, 묵가 후계자, 집착공), 색명사반(20대 중반, 백공가 공자, 속통, 월주, 열등감수)

고귀한 태생으로 축복받으며 태어났으나 신력을 가진 성통으로 각성하지 못한 사반. 부모와 가문의 가주인 고모에게 외면당하고 외롭게 자란다. 그런 그의 손을 잡고 아버지는 묵가의 심처로 향한다. 그곳에서 사반은 외부에 반응하지 않는 아이를 만나는데…

review:

…하여 태초의 짐승은 갈가리 찢겼다. 짐승의 찢긴 사지에서 네 마리 짐승이 태어났다. 날개에서는 큰 새 붕(鵬)이, 두 앞발과 꼬리에서는 큰 괴 범이, 긴 수염에서는 큰 뱀 용이. 그리고 두 눈에서는 큰 사슴 기린이, 범과 용과 기린의 육신은 각 세계의 땅이 되고 붕은 그 위의 하늘이 되고 태초의 짐승이 흘린 피는 바다가 되었다.

큰 사슴 기린의육신이 땅이 된 후 솟아난 높은 산봉우리에서 신묘한 짐승이 그 땅을 다스리기 위하여 홀연히 나타났다. 몸통은 흰 사슴과 같고 네 다리는 말과 같았으며 꼬리는 소와 같은 그 짐승은 머리가 둘이었다. 이마와 머리카락의 경계에 손가락 두 마디만 한 뿔이 돋아있는 머리와 이마 정중앙에 정교한 포도문(葡萄文)이 있는 머리였다. 각각 독립된 자아를 가진 이 두 머리는 뿔이 있는 쪽을 기(麒), 포도문이 있는 쪽을 린(麟)이라 부르며 서로를 존중하며 기린 세계를 다스렸다. - 1권 11 p. -

세상에 큰 짐승이 있어 각기 하늘과 범과 용과 기린의 땅이 되었다는 작가 고유의 세계관에서 기린국의 이야기입니다. 용국의 이야기는 《농중조》이고, 범의 이야기는 《그림자, 달, 숲》입니다. 기린은 다시 대기(男)와 대린(女)으로 나뉩니다. 왕국의 성왕은 대린의 후손으로 대대로 성산에 살며 세상을 대기의 양기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태어난 성왕은 대린이 아닌 대기로 깊은 잠이 들어 깨어나지 않습니다. 그 사이 세상은 온갖 재앙에 시달리고 대린에게서 권능을 부여받아 세상을 다스리는 4대공가의 가주들은 노심초사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왕이 잠에서 깨어나지만 의욕 없이 살아있기만 하여 석상이나 다름없습니다. 4대 공가의 최연장자 묵가의 가주가 백가의 후예 중에서 성통으로 발현하지 못한 사반을 성왕의 말벗으로 들입니다. 그리고 그의 의도대로 성왕은 사반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나 열등감에 사로잡힌 사반은 성통으로 태어난 동생을 질투하고 자신을 외면한 부모를 원망하고 세상에 분노하기 바빠 성왕을 무시합니다.

동생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산제물로 바쳐질 위기에 처해서야 사반은 성통들의 더러운 내력과 탄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처절히 무너집니다. 그리고 속통에서 성통으로 각성한 청가 공자의 힘을 빌려 세상에서 사라집니다. 한 번 사반을 놓친 성왕은 사반의 신변을 구속해서라도 소유하려 하고 사반은 갖힌 채 서서히 말라죽습니다.  

절대자의 집착과 열등감 덩어리 자격지심 청년의 답 없는 줄다리기가 읽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수백 년을 눈 감고 귀 막고 마음 닫고 산 아신은 사반의 마음을 어루만지지 못하고, 열등감과 분노에 사로잡힌 사반은 신력의 결정체인 성왕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둘을 묶어서 모종의 반응을 끌어내려는 묵가의 가주도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멸망하는 세계, 방관하는 신, 의지를 잃은 인간, 갈팡질팡하는 모략가가 작품을 끌고 갑니다. 답이 없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은 벌여놓은 복선을 수습하여 납득 가능하게 풀었습니다. 절대신 조차도 열등감이 있으며 열등감을 대하는 행태가 인간과 다르지 않음이 주제입니다. 열등감 신과 열등감 인간의 열등감 극복기입니다. 급하게 읽지 말고 씹듯이 읽으면 감동이 있습니다. 

PS: 오타입니다. 

내 한 몸조차 간사하지(--> 건사하지) 못하고 있는 주제에 무슨 개소리를 하느냐고

- 2권 97-98 p. - 

그림자, 달, 숲 1 (2012. 6. 1,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현대판타지, 초능력물, 근친상간, 환생물

시대/장소: 현대/가상도시

커플: 한지형(13-->20, 강지운의 이부동생, 전생의 어금니, 집착공), 강지운(강인형, 18-->25, 전생의 범, 결핍수)

이야기는 주인공인 ‘강지운’이 누군가의 장례식장에 있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오후, 보통 때라면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어야 할 소년 강지운은 어떤 부부의 장례식장에 있습니다. 그러나 고인의 친족임에도 불구하고 강지운은 그 장례식장의 분위기와 조금도 어울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고인인 한씨 부부와 강지운 사이에 얽힌 과거 때문인데요, 고인 부부는 다름 아닌 불륜으로 이혼한 강지운의 어머니와 그 불륜 상대였습니다. 때문에 장례식장에서 겉돌던 강지운은 부모님에게 방치 당하며 자란 탓에 자신에게 집착하는 의붓동생 ‘한지형’과 자신을 어려워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일단 장례식장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그곳에서 강지운은 검은 우산을 든 낯선 남자가 물끄러미 장례식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상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삼일장이 끝난 후, 강지운은 장지(葬地)로 향하는 다른 유족들과 떨어져 자신의 빌라로 돌아갑니다. 그 빌라는 강지운이,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와 이전부터 살았던 곳으로 어머니의 불륜 사실이 발각되며 벌어졌던 온갖 안 좋은 기억들이 모조리 얽혀 있는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 때문에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강지운은 집으로 돌아가 죽음 같은 잠이 빠집니다.

그러나 강지운은 예정했던 것보다 빨리 눈을 뜨게 됩니다,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 까닭입니다. 자신이 경찰이라고 밝힌 방문자는, 고인의 장지로 향한 유족들이 탄 버스가 빗길 전복사고를 당했으며 유족들은 그 사고로 모두 전멸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강지운은 그 경찰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주춤하는데, 그 때 이번에는 인터폰이 울립니다. 인터폰을 들자 또 다른 방문자가 자신이 경찰이라며 문을 열어주기를 요구합니다. 그 둘 중 누구도 믿을 수 없던 강지운은 핸드폰을 들고 빌라 밖으로 탈출하기를 꾀합니다.

하지만 그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사층인 강지운의 빌라 벽을 새하얀 손이 타고 올라옵니다. 이윽고 강지운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눈과 코가 없는 괴물. 그리고 그 괴물은 커다란 입을 벌려 강지운을 삼켜 버립니다.

사실 강지운을 찾아온 것은 그를 살해하려는 자와 그것을 방해하려는 자, 이 두 집단이었습니다. 강지운의 죽음을 확인한 살인자들이 돌아가자, 강지운은 구하기 위해 왔던 두 사람은 빌라 안으로 들어와 강지운을 삼킨 괴물, 즉, ‘아귀’를 발견합니다. ‘아귀’에게 삼켜져 살아난 사람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던 탓에 그들도 돌아가려 하지만 그 때 놀랍게도 아귀가 강지운을 토해내고 두 사람은 강지운을 자신들이 지내는 장소로 데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강지운은 거기에서 그 집단의 우두머리인 ‘염화’를 만나, 자신을 습격한 자들의 정체에 대해 듣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힘’이 있는 자인 ‘간물자’와 ‘힘’이 없는 보통 사람인 ‘민물자’로 나뉘는데, 그 ‘힘’의 유무는 소위 ‘소금’이라 부르는 하얀 알갱이의 유무로 결정된다고 합니다. ‘힘’을 얻게 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알 수 없는 병을 앓아 간물자가 ‘되거나’, 아니면 간물자나 혹은 ‘소금’을 가진 괴나 영목(靈木), 영수(靈獸)들을 상처 입혀 거기서 나오는 소금을 ‘먹고’ 간물자가 되는 것.

강지운을 습격한 자들은 그 중 병을 앓고 간물자가 된 자들이 모인 단체로, 그 집단에 몸담으려는 새로운 능력자, 즉 ‘햇비’는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혈육을 죽여야 하는 법칙이 있었습니다. 또한 ‘햇비’가 너무 어릴 경우에는 그의 후견인이 규칙을 대행해도 된다고 합니다.

이번에 간물자로 판명 난 ‘햇비’는 바로 강지운의 동생인 한지형이었고 강지운은 그 때문에 살해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강지운을 죽이려던 자는, 이미 죽은 줄 알았던 강지운의 동모이부 형인 한인형이었습니다.

병질로 간물자가 된 자들, 일명 인호(人虎)들 사이에서도 한인형은 손꼽히는 능력자였는데, 그 이유는 그가 옛 기록에나 남아 있는 능력자인 범의 ‘눈’이었기 때문인데, 범의 ‘눈’은 다른 능력자와 비교할 수 없는 강한 힘을 가진 대신에 진능자의 ‘힘’을 앗아 제 힘으로 삼는 기생자를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능력자였습니다. 염화는 강지운이 살 수 있었던 이유가 한인형의 ‘힘’에 기생하는 ‘거울’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강지운은 그에 크게 반발하며 자신의 ‘힘’을 없애 달라 하는데······.

그림자, 달, 숲 2-4 (2013. 1. 3, 예약: 30,000원)

2권은 1권 2부 끝으로부터 얼마 시간이 흐르지 않은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1권 2부에서 희생된 한희정 형사 사건이 어딘가 미심쩍다는 생각에 주인공 강지운은 그의 뒷조사를 하지만 별다른 수확은 없습니다. 그런 와중 그는 원한관계에 있는 형 한인형과 그를 포함한 진능자 집단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됩니다.

진능자들의 기원을 기록한 책, 산군운기.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을 찾아 강지운은 깊은 산골까지 내려가지만 책의 주인인 강승범은 이미 그 책을 도둑맞은 뒤였습니다. 강승범에게 정보를 받은 강지운은 겁도 없이 자기보다 먼저 산군운기를 스틸한 잡것을 찾아 그를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막상 도달한 그 산에서는 여러 가지 기묘한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거기서 누군가에게 부름을 받은 한인형과 마주쳐 사투를 벌이는 도중 그에게 당해 정신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강지운이 눈을 떴을 때, 그는 낯선 남자의 방에 와 있었습니다.

강지운을 감금한 남자는 강지운이 도망칠 수 없도록 팔에 수갑을 채운 것과는 달리 그를 지극정성으로 수발합니다. 하지만 인간불신에 걸린 강지운은 그럴수록 그가 의심스러울 뿐입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자신의 말에는 무조건 복종한다는 것을 알게 된 강지운은 그를 속여 산군운기를 훔친 후 탈출하고, 거기에서 진능자를 세상에서 완벽하게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그것이 진짜인지 시험해보려고 하는데…….

그 이후에 강지운은 신분이 노출되어 있는 진능자(독괴) 하나를 잡아 실험을 해보려고 하는데, 거기에는 현재의 독괴와 아는 사이인 간물자 최태경이 동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독괴와 강지운 양 쪽에 악감정이 있는 최태경은 이세울 몰래 음모를 꾸미게 되고…….

review: 

"기린과 범과 용께서는 그 몸을 바쳐 삼계의 땅을 이루셨습니다. 그리고 공혜의 마지막 조각이신 새(鳥)께서는 그 땅 위의 하늘이 되셨고, 공혜를 만드신 혼(魂)께서는 비로소 형성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정신인 혼(混)으로서 다시 태어나 땅 아래의 물이 되셨습니다. 그러한 탓에 기린의 세계와 범의 세계와 용의 세계는 위로는 하늘로, 아래로는 물로 이어져 있습니다. 때문에 드물지만 삼계에서는 서로의 백성이 하늘과 물을 통해 다른 시조의 세계로 방문하는 일이 있게 됩니다." - 《籠中鳥》1권 28 p. -   

《籠中鳥》초반에 나오는 설정인데 여기에 등장하는 범이 이 작품의 주인공입니다. 

검은 덩어리에 불과했던 것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각기 다른 사고를 하게 되었고 결국은 조각조각 찢어져 검은 덩어리와는 다는 존재로 거듭났다. 그것이 바로 대붕과 용(龍), 기린(麒麟)과 ‘그’, 그리고 그들이 태어나고 남은 조각.

오만한 신들은 세상에 ‘세계’를 창조했다. 용과 기린은 거대한 차원이 되었고 대붕은 각 차원을 잇는 하늘이 되었다. ‘신’이 떨어지고 남은 검은 덩어리의 핵은 차원을 관통하며 흐르는 바다가 되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검은 덩어리의 ‘조각’은…. 차원을 만들었다. ‘신’들은 비웃었고 더러는 노여워했다. 중요한 것들이 빠져 나오고 남은 쓰레기에 불과한 것이 ‘인’인 자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행위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불쾌했던 것이다.

허나 그들은 건방을 떠는 ‘조각’을 바로 벌하는 대신 기다렸다. 조각이 스스로 파멸하기를. ‘신’들의 통찰력은 과연 훌륭했다. 그들의 예언대로 조각은 자신이 만든 세계를 포기하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신’들은 비웃었다.

그러나 그때 ‘그’는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발 디뎌 쉴 땅도 없이 격류에 떠밀려가면서 울부짖는 수만은 생명. ‘그’는 그들이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에게 동조하는 벗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 세계는 ‘실패’했어. 실패한 것은 ‘가치’가 없어.

…‘그’는 동의할 수 없었다. 실패와 성공에 대한 벗들의 기준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실패했으니 그 안의 수많은 생명까지 겸허히 죽음을 맞아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 ‘그’는 조각이 만들고 도망친 세계로 내려갔다. 오만한 용은 그를 비웃었고 냉소적인 기린은 그 또한 좌절할 것이라 말했으며 검은 덩어리였던 시절 그와 가장 가까운 곳에 붙어 있어 벗이라기에는 차라리 형제에 가까운 대붕은 마지막까지 그를 만류했다.

- 중략 -

그는 가장 먼저 자신의 본신을 땅으로 만들어 조각의 피조물에게 내주었다. 땅에 발을 디딘 짐승들은 울면서 기뻐했고, 땅에 부리 내린 식물들은 꽃과 열매를 맺음으로써 위대한 자를 칭송했다. ‘그’는 만족했다. 그런 정신적인 만족과는 달리 그의 몸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해져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 4권 107 p. - 

자신이 창조하지도 않은 “실패”한 세상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내어준 범은 인간의 몸을 뒤집어쓰고 왕이 되어 세상을 돌봅니다. 가끔 불쌍한 짐승이나 인간을 구해주기도 했는데 범의 힘을 나누어 받았기 때문인지 짐승들은 영물이 되어 범의 곁에서 그의 시중을 들었고, 인간도 주변에서 범을 받들었습니다. 그러나 형제 같은 친구 대붕의 우려대로 범의 시중꾼들은 점차 그의 힘을 탐했고, 결국 범은 배신당하여 죽습니다. 범을 배신하지 않은 유일한 두 짐승 뱀과 까치는 범의 복수를 하기 위해 천년의 세월을 기다립니다. 뱀과 까치는 범의 눈을 차지한 사냥꾼과 그의 열 발톱의 힘을 나눠가진 후예들을 추적하여 하나씩 제거하거나 한편인척 속여 그들을 조종합니다. 그러나 범의 두 눈 중 누가 진짜고 누가 거울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또한 범이 죽을 당시 범의 복수를 위한 만든 가장 강력한 힘인 송곳니는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뱀과 까치는 송곳니를 태어나도록 조작하고, 범의 두 눈은 탄생부터 지켜보아 진짜와 가짜를 알아냅니다.

욕심 많은 여자 황유경이 첫 번째 남편에게서 낳았지만 두 번째 남편의 아들로 속여 키운 한인형은 범의 눈 중에서 진짜입니다. 황유경의 첫 번째 남편의 아들로 태어나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외면 받으며 자란 강지운은 범의 눈 중에서 거울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는 범의 환생체입니다. 황유경이 두 번째 남편에게서 낳은 한지형은 범의 송곳니입니다. 범의 송곳니는 태생적으로 범을 찾게 되어 있으니 그가 강지운에게 집착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범의 환생체임을 알지 못한 강지운은 아버지가 다른 한지형을 저어하지만 어려서 부모님에게 외면당한 기억으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도 갖고 있습니다. 위태하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황유경과 그녀의 두 번째 남편이 죽고, 뱀과 까치가 만든 집단이 한인형을 각성시키고  강지운을 핍박하고 한지형을 납치하면서부터입니다. 

설정이 복잡하고, 분량은 많고, 모든 등장인물이 일인이역을 하는 통에 작가가 설명한 줄거리 외에 《籠中鳥》의 세계관과 작품에서 발췌한 별도의 설명을 추가했습니다. 4권의 플롯이 짜임새 있고 시종일관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은 장점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장면마다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지칭하는 대명사와 진능자와 간물자들 사이의 얽킨 인연들이 읽는 내내 진을 빼게 합니다. 최소한 소제목으로라도 구분했으면 좋았을 텐데, 1장부터 27장까지 번호로만 진행되니 최소한 두 번은 읽어야 제대로 된 감상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잔인하고 우울한 내용이라 두 번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창조부터 몰락까지, 하나의 세계가 만들어지고 멸망하기까지, 너그러운 조물주와 욕심 많은 피조물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환생하여 인간과 동화된 신이나 신의 강력한 무기로 만들어졌으나 신이 아닌 인간을 선택한 송곳니나 배신당한 것을 복수하기 위해 배신하는 충신들이나 모두 인과율에 따라 움직입니다. 역설과 모순을 잘 보여주었고 허무하면서도 후련해지는 결말도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애로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며, 군데군데 나오는 오타와 한자의 편집실수는 옥의 티입니다. 평균이상입니다.

PS: 오타입니다.

이 집단에 몸을 담기 위해서는 자신의 혈육을 없어야(--> 없애야) 한다. - 1권 55 p. -

아이 씨, 박희정은(--> 한희정은) 땀이 배어 나온 이마를 손목으로 훔치면서 – 1권 198 p. -

자신의 힘은 본체인 강인형(--> 한인형)에게서 비롯된 것. - 2권 66 p. -

그 소리에 양지연에서(--> 양지연에게서) 수차례 뒤통수를 얻어맞은 적이 있는 – 3권 30 p. -

강지운의 추궁에 이세울을(--> 이세울은) 팔을 조금 벌리고 머리를 약간 저었다. - 4권 36 p. -          

까마귀의 시계태엽 1-2 (2016. 11. 25, 신영미디어 출판, 리디북스 제공, 가격: 9,000원)

작품유형: 서양판타지, 회귀물

시대/장소: 1943-->1946 / 가상제국

커플: 그윈티르 델 라와더(러디어드, 황제의 형, 마법사공), 린리 초서 메이터블(그라니스카 백작, 여장 메이드, 회귀수)

나는 3년전인 1943년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 세 번째를 걸쳐 이제 벌써 네 번째 회귀.

한데 이번 1943년은 뭔가 다르다!

늘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던 일이 빨리 진행된다 싶더니 웬 역병 가면을 쓴 까마귀 같은 놈이 나타났다. 그는 내 이름을 읊으며 이렇게 말했다.

"찾았잖아, 룰러."

나를 멋대로 다른 사람으로 착각해 놓고 그 사람이 아니면 머리에 총알을 박아 버리겠단다.

……이 까마귀가 미친 걸까, 아니면 내가 미친 걸까?

"돌겠네, 진짜."

review:

죽기만 하면 1943년으로 돌아가는 린리를 백굴왕이 찾아옵니다. 린리는 그의 요구에 따라 다이사드 백장 행세를 하며 액턴 여사의 두 딸에게 접근합니다. 그러나 신변에 위협이 따릅니다. 백굴왕은 백굴왕대로 신분이 의심스럽고 행동은 더 의심스럽고 린리를 납치한 대마법사도 린리에게 모종의 요구를 하고 예전에 죽은 줄 알았던 정신병자 지인도 나타나 린리를 괴롭힙니다. 그 와중에 백굴왕의 저택에서 몸을 섞은 남자는 자꾸 치대고 다가옵니다. 혼란이 극에 달했습니다. 마지막부터 읽었는데 역순으로 읽으니 그나마 이해가 쉽습니다.

정신병자 마법사 하나와 갇혀 자란 능력자의 무지가 합심해 린리를 휘두르는데 처음에는 정신을 못 차리다 차츰 자신을 추스르고 주변을 정리하는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작가의 장기인 판타지성 성정에 구멍도 없고 복잡하긴 하지만 은원도 확실하게 해결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카타르시스가 부족하고 의전이 심각하게 모자라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평균입니다. 

籠中鳥 第一券 (2011. 7. 31, 예약: 11,000원)

序   5

一   13

籠中鳥 第二券 (2011. 7. 31, 예약: 11,000원)

二   5

후기   359

籠中鳥 第三券 (2011. 9. 25, 예약: 10,000원)

三   5

후기   301

秘   305

籠中鳥 第四券 (2012. 1. 29, 예약: 14,000원)

四   5

난후(亂後)   377

구원(救援, 構怨)   433

탄생(誕生)   471

후기   491

秘   495

籠中鳥 外 (2012. 7. 29, 예약: 6,000원)

작품유형: 동양판타지, 기억상실, 임신수, 차원이동

시대/장소: 건제(乾製)8년/예제국(가상제국)

커플: 문위 제안(提岸, 19-->28, 황제, 심판공), 서문경(徐門慶, 20-->28, 물손님-->용황비, 평범수)

"기린과 범과 용께서는 그 몸을 바쳐 삼계의 땅을 이루셨습니다. 그리고 공혜의 마지막 조각이신 새(鳥)께서는 그 땅 위의 하늘이 되셨고, 공혜를 만드신 혼(魂)께서는 비로소 형성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정신인 혼(混)으로서 다시 태어나 땅 아래의 물이 되셨습니다. 그러한 탓에 기린의 세계와 범의 세계와 용의 세계는 위로는 하늘로, 아래로는 물로 이어져 있습니다. 때문에 드물지만 삼계에서는 서로의 백성이 하늘과 물을 통해 다른 시조의 세계로 방문하는 일이 있게 됩니다."

"그럼…."

서문경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불안해졌다.

"새의 날개를 타고 오신 손님들을 일러 하늘손님이라 하고, 물을 타고 오신 손님들을 물손님이라 합니다. 그리고 손님께서는 그 중 물손님이십니다." - 1권 28 p. -   

1. 효영(曉映)   07

2. 두연(斗然)   77

3. 우중방매(雨中訪梅)   131

4. 귀향(歸鄕)   141

후기   169

秘   175

review: 

빠른 속도로 여러 번 읽으면 좋은 책 - 기분전환용 코믹물, 할리킹, 스릴러, 개그물 - 이 있고, 단 한 번이라도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좋은 책 - 여운이 긴 단편, 역사물(시대물), 감정 소모가 큰 신파 - 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후자에 속하는데 평소 읽는 속도의 1.5배 내지 2배의 시간을 들여서 읽기를 권합니다. 처음 보는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복선이 길고 복잡하여 시작부터 집중하지 않으면 단서를 놓치기 십상입니다.

서론은 이 정도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아이는 차별 없이 키워야 한다. 

비뚤어진 충성은 나라를 망친다.

엉뚱한데 화풀이 하지 마라.

천하의 나쁜 놈은 알고 보면 불쌍한 아이였다.

누군가 너의 뒤통수를 치려 하니 항상 긴장해라. 

섭정하는 태황태후는 모두 친정의 영달¹을 위한다.

성별의 구분 없이 용(용비)는 아이를 낳을 수 있다².

중구난방이긴 하지만 작품의 키워드입니다. 비뚤어진 발상이 기형적인 탄생과 어이없는 복수를 낳고, 힘없는 황자와 불쌍한 소년은 적이 되어 서로를 겨누어야 했으며, 의지할 데 없는 여인들은 질투와 연모에 스러지고, 마음 맞는 연인들은 이별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계에서 온 손님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명랑해 보였으나 그 또한 허상이며 거짓이니 긍정적인  결말은 요원합니다. 3권까지 우울한 전개가 이어지다 4권에 와서 비밀이 밝혀지고 원인이 드러나는데 예상치 못한 반전과 독특한 시각을 제공합니다. 과정이 힘들었던 만큼 해방감도  큰데 전개를 한 권정도 줄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길고 지루하여 읽다가 포기하거나 지칩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생소한 한자어를 적절히 사용하고 해설을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도운 부분입니다. 4권이나 되는 장편에 외전까지 일관된 집필방법은 칭찬받을 만합니다. 송곳니의 《연우도령》이 순우리말의 사용이 두드러진 반면 이 작품은 한자의 보고(寶庫)입니다. 작품에 소개된 한자와 해설만 제대로 읽어도 한자 능력 1등급 정도는 올릴 수 있습니다. 평균이상입니다.

주1. 친정의 영달 : 조선후기 세도정치의 시작이 되었던 영조의 계비(둘째부인) 정순왕후 김씨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열다섯에 예순여섯인 영조에게 시집와 정조가 급사하자 정조의 아들 순조(11살)의 수렴청정을 하면서 친정의 사돈의 팔촌까지 조정에 불러와 사리사욕을 채우다 나라를 망치는 원인이 됩니다. 이 작품을 비롯하여 강소영의 《우화원 귀인》, 원영의 《백룡의 비》, 송곳니의 《연우 도령》에서 주요 소재로 사용되었습니다.  

주2. 용(용비)는 아이를 낳을 수 있다 : 핍진성(자세한 내용은 《테마리뷰 - 임신수 - 핍진성》을 참고하십시오)을 획득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판타지 장르에서 성별을 불문하고 용의 반려(용비)는 아이(혹은 알)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표적인 작품으로 피모의 《광동수산》, 원영의 《백룡의 비》, 가규의 《Snow white》, 송곳니의 《연우 도령》, 돌체의 《농중조》가 있습니다. 이 명제가 이의 없이 받아들여진다면 핍진성을 획득한 것입니다. 핍진성을 획득했다면 이후에 발행되는 작품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용들은 인간 혹은 다른 종족의 반려를 맞아 아이를 낳고 양육할 것입니다.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타당한 설명과 적절한 소설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과도기인데 동일한 소재로 일이년 이내에 메이저 작가의 인기작품이 나온다면 핍진성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PS: 오타입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그 방을 빠져 나올 때까지 쉬지도 않고 고함을 질러더군요(--> 지르더군요)." - 1권 23 p. -

"소신에게 금위군 자리를 주니니(--> 주다니) 차라리 진짜 매(鷹)나 호랑이(虎)에게 호위를 맡기는 것이 나을 것이옵니다." - 1권 227 p. -  

남자는(--> 남자가) 있는 곳은 어두웠다. - 2권 259 p. -

단 한 번 탄생하신 적이 있는 청룡의 벽하는 귀하신 분을 인간을(--> 인간의) 허물로 아깝게 보내고 만 죄책감을 담아 실제와는 달리 강건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 2권 260 p. -

겉옷도 껴입고(--> 껴입지) 못한 채로 그대로 영탄강 강가로 버려졌다. - 4권 403 p. -/

서문경은 눈 앞의 여인은(--> 여인을) 응시했다. - 외전 70 p. -

그야말로 발상이 도토기(--> 도토리) 키 재기랄까. - 외전 170 p. -

小話 : 안개 낀 밤, 달빛 외전 (2015. 10. 11,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동양판타지

시대/장소: 과거/가상왕국

커플: 아신(수백살, 성왕, 집착공), 색명사반(20대 후반, 백공가 공자, 열등감수)

사반을 무시하고 버린 백공가가 역모로 멸망하고, 묵가의 가주도 사라지고 청가에는 새로운 가주가 등극하는 등 세상에 변화가 찾아온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성왕의 등장이었다. 묵공가의 후계자로만 알려진 대공자가 성왕이고 백공가의 속통 아들 사반은 죽은 사람이 되어 성왕의 곁에 남는다. 그러나 과거의 그림자와 현실의 괴리가 둘 사이에 앙금처럼 남아있다. 이때 청가의 새로운 가주가 사반을 초대하는데…….

과거: 묵부   7

현재: 청부   79

현재: 묵부   191

오래지 않은 과거   243

돌아와, 현재   257

현재: 적부   271

후기   295

祕   299

review: 

죽었다고 알려진 묵가의 가주와 영원을 사는 성왕과 그가 사랑하는 인간 사반의 전작에 얽힌 인과를 푸는 외전입니다. 사반에게 묵가의 가주는 양아버지이며 원수가 되고, 성왕은 유사동생이자 열등감을 자극하는 완전체입니다. 외면하고 싶으나 외면할 수 없는 상처와 치유되지 못한 자존심이 얽혀 사반의 심정은 복잡합니다. 내면의 괴로움은 성왕에 대한 난폭한 행동으로 이어지고 성왕은 성왕대로 사반의 심기를 살피느라 전전긍긍합니다.

청가를 방문하여 자리가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목격한 사반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동참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발동이 늦게 걸린 건지 고집이 센 것인지 주변인들의 애는 있는 대로 태우고 마지막의 마지막에서야 무거운 엉덩이를 드는데 납득은 되지만 기다리다 진이 빠졌습니다. 그래도 전작의 미진한 부분을 보충했고 엔딩도 꽉 막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평생을 인정받기 원했으나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청년이 고아가 되고, 키워준 스승으로부터 독립해서야 홀로 설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겪은 게 많아서인지 장래가 걱정되지 않습니다. 

호상 1 (2014. 8. 19, 예약: 10,000원)

호상 2 (2015. 1. 25, 예약: 20,000원)

작품유형: 동양판타지, 궁중물

시대/장소: 과거/가상왕국 진

커플: 단제신(10대 후반-->20대, 의선대군, 금상의 계비 공씨의 아들, 집착공), 단희백(20대-->20대 후반, 익안대군, 금상의 적장자, 도망수)

황혼여우의 신이 왕으로 군림하는 진나라는 대대로 가장 강한 신력을 가진 이가 임금이 된다. 익안대군 희백은 왕의 적장자임에도 신력이 없어 세간의 의심을 산다. 결국 세력이 없던 정비 강씨는 폐비가 되어 죽고, 희백은 서연당에 유폐된다.

희백의 아버지 암야는 세력가의 딸을 후비로 맞이하고 아들을 낳는다. 의선대군 제신은 폐비와 적장자 희백의 존재를 알게 되자 호기심에 찾아가고, 그에게 신력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집요하게 희백을 쫓는다. 몇 년 후 희백의 아버지는 세자를 정하기 위해 희백과 제신의 신력 대결을 명령하며 희백의 지위를 복권시킨다. 제신의 외가에서는 희백을 없애려 하고, 제신은 기행을 일삼는 아버지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review:

돌체의 작품은 《그림자, 달, 숲》과 《농중조》두 편을 읽었는데, 공교롭게도 세계관이 연결된 장편의 동양판타지였습니다. 이 작품도 두 권 분량이지만 앞서 언급한 작품들처럼 서사성이 강한 동양판타지로 진나라의 기원부터 멸망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태초에 신력을 가진 황혼여우는 그의 힘에 버금가는 그림자여우를 만들고 친구 겸 가족으로 생각하며 동거했습니다. 그러나 그림자여우는 황혼여우의 기대와 달리 황혼여우만을 보지 않았으며, 스스로의 세상을 만들고 그 속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분노한 황혼여우는 그림자여우가 거두고 힘을 나눠준 여아(女兒)의 혼백을 바꿔치기하여 세상에 보내고, 요선(妖仙)은 한 나라의 왕비로 군림하여 나라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그림자여우는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여자를 죽이고, 그녀의 아들에게 힘을 나눠주고 왕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모든 일을 꾸민 황혼여우의 앞에서 사라집니다. 이것이 대대로 왕들이 강력한 신력을 가져야만 인정받는 진나라의 탄생비화입니다.

세월이 흘러 현왕 암야에게는 두 명의 적장자가 생깁니다. 익안대군 희백은 폐비의 아들로 유폐되어 자랐고, 세도가 출신 후비의 아들인 의선대군 제신은 차기 세자로 기대되며 세력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암야는 두 아들을 경합시켜 더 큰 신력을 가진 자에게 세자자리를 주겠다는 선언을 합니다. 출생부터 신력이 없어 의심을 받던 희백은 아버지보다 더 큰 신력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제신에게 번번이 지고, 입지가 좁아집니다. 그러나 제신은 희백의 진짜 능력을 알고 있었으며, 형님에게 다른 마음을 품게 됩니다.

한편, 그림자여우가 사라지자 황혼여우는 뒤늦게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찾아다닙니다. 그러나 그림자여우는 나타나지 않고, 황혼여우는 함정을 팝니다. 그림자여우의 미련을 미끼삼아 그의 양아들이자 손자인 진나라 초대왕 성하를 봉인하고, 그 아들을 새로운 왕으로 세웁니다. 세월이 흘러 황혼여우는 진나라 왕의 몸을 빼앗고, 왕이 되어 그림자여우를 기다립니다. 사실 두 대군의 아버지인 암야는 황혼여우에게 몸을 뺐긴 꼭두각시이며, 점차 이지를 상실해가고 있습니다.  

왕궁 곳곳을 탐색하며 암야의 약점과 비밀을 캐던 제신은 북궁에 봉인된 초대왕 성하를 발견하고 풀어줍니다. 그리고 그가 희백의 친부이며, 그림자여우의 양자임을 알고 암야를 해치는데 이용합니다. 제신은 아버지이자 황혼여우인 암야를 흡수하고 능력과 기억을 공유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희백은 성하와 사라지고, 남은 제신은 혼군(昏君)이 되어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갑니다. 폭정은 계속되고, 친아버지이자 양아들인 성하가 죽자 그림자여우의 기억을 엿본 희백은 도피 생활을 마감하고 제신을 없애기 위해 반정을 일으킵니다.

예상했던 격렬한 저항대신 희백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제신의 자살이었으며, 이로써 오랜 은원은 해결이 되는 듯합니다. 그러나 제신은 혼백으로 남아 희백의 주위를 맴돌며 집착과 독점욕을 보입니다. 결국 만사를 포기한 희백이 제신에게 남기로 하면서 작품은 마무리됩니다.

자기보다 못한 존재, 자신이 만들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했던 그림자여우에 대한 멸시와 자만심 때문에 소중한 존재를 놓친 황혼여우의 눈물겨운 회복기입니다. 따로 정리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인연의 사슬과 해결이 요원한 인과율에서 《그림자, 달, 숲》, 《농중조》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독자를 배려하지 않은 자기 본위의 서술은 맥락을 잡기 어려웠고, 말줄임표의 과사용과 불명확한 대상을 지칭하는 대명사의 남발은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의 주체와 화자도 모르게 만들었습니다. 평균이하입니다.

PS: 오타입니다.

"이름을 붙었으니까요(--> 붙였으니까요)." - 1권 9, 154, 252 p. -

--> 1권을 관통하는 키워드인데 세 번 모두 오타입니다.

제신이 손에 힘을 주지(--> 주자) 황혼여우의 심장이 - 2권 84 p. -

외적이 해상에 나타나거나 국경이(--> 국경에) 나타나면 두 줄기의 연기 - 2권 119 p. -

희백이 몸은(--> 몸을) 어떤 한 방향으로 트는 순간 - 2권 152 p. -

자개를(--> 자개는) 숨을 삼켰다. - 2권 220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