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
《오메가버스》시리즈
1편 《Turn》차해범, 민제언
2편 《못》민제준(제언의 동생), 고성야
못 1-2 (2014. 9. 1, 예약: 20,000원)
작품유형: 오메가버스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민제준(19-->30, 테마파크 기획자, 민제언의 동생, 우성알파, 질투공), 고성야(19-->30, 조경사, 제준의 고교동창, 상처수)
제준과 성야는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지만, 친구는 아니었다. 그 시절, 제준이 기억하는 성야는 자신의 몸 하나 지키지 못하는 한심한 놈이었고, 성야가 기억하는 제준은 이인의 친구면서, 조금 특이한 남자였다.
둘에게는 각자 좋아하는 상대가 있었다. 아름답게 포장하고 싶지만, 처절한 기억에 불과한 첫사랑.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그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형편없는 사랑만을 해왔다. 사랑에 지치고 상처 입은 두 사람은 십년 뒤, 우연한 계기로 재회하게 된다.
업무적으로 시작된 만남은 사적으로 이어지고, 어느새 둘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기에 이른다. 껄끄럽기만 하던 감정은 어느새 묘하게 뒤바뀌고. 가벼운 관계를 고집하던 두 사람에게 차츰 변화가 생긴다.
제준과 성야는 서로를 통해 타인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낯선 감정이 어색하기만 하다. 사랑은 아닐 거라고 부정해보지만, 관계는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review:
《Turn》의 소심한 무용수 민제언의 헤어진 동생 민제준의 이야기입니다. 형은 오메가지만 동생은 우성 알파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미술선생님과의 불같은 사랑과 이별이 트라우마로 남아 깊은 인연을 맺지 못하고 방황하는 인물입니다. 어디까지나 내면의 모습일 뿐 겉으로는 잘 놀고 일도 잘하는 고수익 엘리트입니다. 고와는 고등학교 동창이지만 왕따와 우성 알파라는 갭으로 깊이 있는 사귐은 갖지 못합니다. 그러나 체육창고 뒤에서 강간당하는 고를 도와준 것이 고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새로운 인연으로 나타납니다.
날 나가는 제준 보다 상처 입은 고에게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부모님, 할아버지의 죽음과 엇나간 누나와의 악연은 그를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렸고, 동경하던 사람과의 인연도 갈라놓습니다. 신산하고 고생스러운 삶이 이순정의 《비탈길》을 떠올리게 합니다. 소녀적인 감성으로 그리지는 않았지만 읽으면 가슴이 먹먹한 것이 예사롭지 않은 감수성이 엿보입니다. 그러나 그 동네에는 게이바가 하나뿐인지 바에만 나가면 이사람, 저사람 다 만나는지 알 수 없습니다. 평균이상입니다.
PS: 오타입니다.
그래도 이인에게(--> 고에게) 제대로 된 또래 지인은 나밖에 없다. - 1권 190 p. -
전원일기 (2011. 4. 24,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향토물
시대/장소: 현대/시골
커플: 콘스탄틴 세르게예프(21, 러시아인, 대형견공), 박명규(33, 농촌총각, 얼떨결수)
총각귀신으로 늙어 죽을 동생을 염려한 형님에 의해 러시아 여자와 국제결혼을 하게 된 농촌총각 박명규. 그러나 그에게 찾아온 사람은 예쁜 러시아 처녀가 아니라 건장한 러시아 청년이었다. 명규와 결혼하기로 약속한 여자의 남자친구로 여자가 명규의 돈을 갖고 도망가자 볼모가 되기로 자처하고 명규네 집에 머무른다.
Part1. 봄/여름 5
Part2. 가을/겨울 201
Part3. 그리고 봄 266
review:
향토물의 계보를 잇는 작품입니다. 기존의 향토물은 시엔의 《향토물》시리즈 - 《등대마을 파출소》, 《봄을 노래함》 - 와 낙무아이의 《호미와 오징어》등이 있습니다. 시엔의 시리즈는 장소가 주문진이고 등장인물은 농사짓는 사람들이 아니라 배경만 향토고, 《호미와 오징어》도 배경만 시골이고 등장인물은 건어물집 아들과 전직 조폭입니다. 피모의 《도깨비》시리즈에서 정인이가 사는 곳이 강원도 원주고, 방임 양계장이 배경이라 농촌 분위기가 나기도 합니다만 정통 향토물은 이 작품이 처음입니다.
벼농사 짓고 비닐하우스에 특용작물 키우고 텃밭에 소소하게 먹을거리 키우는 한적한 농촌총각 박명규와 러시아 고아원에서 자라 돈 벌러 한국에 온 바이 청년 콘스탄틴의 조합은 수수하고 소탈한 면에 있어서 어울립니다. 적당히 두 사람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명규가 콩스탄틴에게 마음이 기울었을 무렵 명규에게 시집오기로 한 나타샤가 사실은 콘스탄틴의 여자친구가 아니라 누나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결혼날짜가 다가오자 나타샤는 겁을 먹었고 콘스탄틴은 누나를 대신해서 분위기 파악겸 명규를 먼저 찾아온 것입니다.
20년 전쯤 신문에 동남아처녀들이 농촌에 시집오게 되면서 관련 기사가 신문에 난 적이 있습니다. 전통과 혈통을 중시하는 농촌에서 대를 잇기 위해 타민족 처녀들을 수입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기사였습니다.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판타지입니다. 외국인 처녀도 아닌 총각을 명규의 형과 형수가 묵인하는 과정이 자연스러웠고(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평소 게이가 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고 성정체성에 의문을 가져본 적도 없는 명규가 콘스탄틴과 어울리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계절별 리얼한 농촌생활이 등장하는 것 외에 특별한 메리트가 없습니다. 평균이하입니다.
충계 1 (2011.9. 25. 예약: 10,000원)
충계 2 (2011.12. 11. 예약: 10,000원)
충계 3 (2012. 5.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판타지, 차원이동, 임신수
시대/장소: 미래/충계
커플: 데커(100세 이상, 전갈 자이언트 데스 스토커, 능력자공), 이신언(18-->30대, 고등학생-->교사, 순종수)
이신언은 결혼하지 않은 한국인 어머니와 서양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혼혈이다. 지질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세계 곳곳을 다닌 그는 그리스에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에게 보내진다. 떠나기 전날 아버지가 키운 곤충들의 얘기를 알아듣는 신기한 일이 일어나고, 공충들을 풀어준다. 고등학생이 된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깨어나니 곤충이 지배하는 충계에 와 있었다.
충계는 인류가 멸망하고 인간화된 곤충이 사는 세계다. 인간형에 가까울수록 권력이 높고, 상위계급인 나비족은 군주의 명령으로 인간계에서 인간을 데려올 수 있다. 충계에는 두 명의 완전체가 있는데 한 명은 군주인 퍼넬(타란튤라 거미)이며, 다른 하나는 사막의 지배자인 데커(전갈)이다. 갑작스러운 소환으로 나비섬이 아닌 숲속에 떨어진 신언은 감옥에 갇혔다가 나쁜 사마귀의 노리개가 될 처지가 된다. 자살을 기도하며 뛰어내린 그는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구하고 사막으로 떠났다가 데커를 만난다.
충계에 내려온 인간은 나비족의 주술로 독특한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다. 그러나 누가 어떤 능력을 발휘하는지는 알 수 없다. 신언의 아버지 또한 충계에 내려와서 치유능력으로 곤충들을 치료하는 일을 했다. 또한 미약하게나마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다. 그는 얼마 후 충계에 인간이 내려와 큰 혼란이 벌어질 것을 예시한다. 신언은 나비족이 불러온 인간이 아니다. 그는 어린 시절 구해준 곤충무리에서 주술의 능력이 있는 나비 불러온 것이다. 따라서 특수한 능력도 없고, 충계에 애착도 갖고 있지 않다. 신언이 유일하게 집착하는 존재는 데커이며 그에게만 마음을 연다. 그러나 군주인 퍼넬은 첫사랑은 신언의 아버지와 닮은 신언에게 집착한다.
review:
세계관은 독특하나 개연성은 없습니다. 아프리카에 선교를 간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가장 필요한 능력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말이 통해야 하니까 언어? 죽지 않기 위한 의학적 지식? 생명이 위험에 처해도 설교할 수 있는 투철한 사명감? 전부 아닙니다. 아프리카 선교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직업은 목수입니다.
이 작품은 전혀 다른 세계, 인종, 언어, 생활습관과 마주친 사람이 적응하고 관여하고 질서를 이루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아프리카에 선교하러 가는 것과 닮았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노력이 빠져 있습니다. 초반에는 감옥에 가는 등 고생을 하지만 사막에서 우연히 만난 데커의 도움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습니다. 그는 작가의 안배에 의해 어떤 어려움도 없이 충계에 자리를 잡습니다. 충계에 글과 언어를 알려준 사람이 한국인이어서 따로 말을 배울 필요도 없었으며, 나비족이 아닌 개인적인 주술로 충계에 내려와 곤충들에게 부채감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먼저 다녀가서 최고 지배층의 호의도 조건 없이 받습니다. 주술로 얻은 능력도 인간의 속마음을 읽는 것이어서 반역도 미리 알아냅니다. 어느 것 하나 개인적인 노력이나 자질로 이룬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작품에 긴장감이 없습니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한 성격과 공교로운 우연의 남발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인간의 반란을 진압하고 다시 인간계로 돌아간 것은 시련이라기보다는 지루한 페이지의 연장으로 보입니다. 주술에 의한 임신도 절박함이나 축복이 아니라 작가의 심심풀이로 생각될 정도로 성의가 없습니다.
PS: 오타입니다.
“필요한(--> 필요 없는) 인간은 죽는 게 마땅하다.” - 1권 123 p. -
“갓 충계로 넘어온 인간들을(--> 인간들은) 힘이 없어.” - 2권 62 p.-
이건(--> 이런) 보답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 3권 157 p. -
Turn (2014. 4. 3,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오메가버스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차해범(26, 대학생, 부잣집 아들, 우성알파, 집착공), 민제언(26, 무용수, 열성오메가, 위축수)
[ ‣오메가버스 요약 ]
: 서양 웹에서 유행된 세계관
*알파 - 오메가를 임신 시킬 수 있는 존재
*오메가 - 알파를 통해 임신할 수 있는 존재
*베타 - 알파와 오메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평범한 인간
*히트사이클 - 오메가의 발정기로 이 시기에는 알파를 유혹할 수 있는 강력한 페로몬이 나오는데, 억제제를 먹으면 진정시킬 수 있음
*노팅 - 섹스 중 성기를 삽입한 뒤, 안에서 부풀어 올라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개의 교미와 비슷한 개념
알파 아버지와 오메가 아빠 사이에 태어난 민제언. 어린 시절 부모의 불화와 이혼은 그에게 상처로 남는다. 아버지를 따라간 동생과도 헤어진다. 안무가 아빠는 그에게 강제적으로 무용을 시키고, 억제제를 먹여 성욕도 임신도 발정기도 막는다. 얌전히 수긍하면서도 때로 솟아오르는 반항기에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제언. 학창시절 만난 베타 친구를 향한 긴 짝사랑만이 그의 유일한 비밀이다. 그런 그에게 우성 알파 차해범이 대시하는데…….
review:
소심하고 위축되어 자란 제언은 오메가가 겪는 발정기와 임신에 공포심을 갖고 있습니다. 헤어진 남편에 대한 미움과 갈등을 아들에게 투사한 그의 아빠 때문입니다. 제언은 대인기피와 심리적인 왜곡도 있어 일상생활도 간신히 해내고 있습니다. 그의 유일한 위안은 베타 친구 이주한에 대한 사랑입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갑자기 나타난 차해범 때문에 위태로워집니다.
주한을 향한 감정은 해범에게 진작에 들켰고, 오랜 기간 복용한 임신 억제제(피임약)는 몸에 부작용을 일으켜 더 이상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때문에 발정기의 페로몬 방출과 솟아오르는 성욕은 그에게 공포가 되었고, 유일하게 알고 지내는 알파 차해범만이 해결책으로 다가옵니다. 제언은 발정기 때마다 해범을 찾지만 급할 때만 그를 찾는 이기적인 자신을 경멸합니다. 활짝 웃는 제언의 사진에 반해 억지로 그와의 인연을 만든 해범은 사방이 막힌 제언의 상황에 도움을 주기 원하나 외부로부터 스스로를 가둔 제언은 접근조차 쉽지 않습니다. 교착상태에 놓인 둘 사이에 변화를 준 것이 발정기입니다. 억제제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음약을 먹은 효과를 내는 발정기를 제언은 참지 못했고, 해범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합니다.
오메가버스물의 설정을 십분 활용한 플롯으로 용서와 화해 같은 심리적 치유와 육체적 욕구를 자연스럽게 해결했습니다. 외부에 두려움을 갖고 스스로를 가둔 제언은 마음을 여는 방법조차 몰랐지만 발정기를 통해 강제로 문을 연 것입니다. 둘 사이에 딸까지 낳으며 안정적인 가정을 이룬 것이 마음에 듭니다. 임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린 나이부터 억제제를 먹었지만 임신과 출산을 계기로 성숙한 어른이 된 제언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러나 히스테리한 이혼녀에 빙의한 제언의 아빠는 개성이 없습니다. 그리고 해범의 아버지가 제언이 일하는 무용단을 후원하는 재단의 이사라는 설정도 작위적입니다. 테마는 괜찮으나 디테일한 부분이 부족합니다.
PS: 오타입니다.
억제제를 뱉어내니 신기할 만큼 몸이 회복됐다. 이로서(--> 이로써) 억제제 때문에 몸이 박살났다는 - 114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