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온

화선 : 길가온 감성 소설 1-3 (뿔미디어 Boys Love & Mental 3호,  2013. 9. 25 - 2쇄, 가격: 37,000원)  

작품유형: 차원이동, 황궁물

시대/장소: 과거/가상제국 서로국

커플: 시건(27-->30, 서로국 황제-->선황제, 천방지축공), 정해우(20-->23, 미술학도, 아방수)

가난하지만 재능 있는 미대생 정해우. 친구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고 쓰려져 있는 사이 알 수 없는 꽃에 의해 이세계로 떨어진다. 당도한 곳은 조선시대와 비슷한 시기의 서로국으로 해우는 그를 구해준 기생 홍매의 도움으로 화가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편 전쟁터에서 다리를 잃은 황태자를 대신하여 황제가 된 시건과 해우는 저자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고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만남을 이어간다. 

해우는 그를 서로국으로 데려온 꽃을 각고의 노력 끝에 그리는데 성공하고 그림을 본 황제는 꽃이 황제의 정원에만 피어있는 황가의 보물임을 알아보고 해우를 다그친다. 제국을 수호한다고 알려진 월하화는 시들지 않는 꽃이었으나 수명이 다할 것을 예감하자 꽃 그림을 전문으로 그리는 해우를 불러들여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그림으로 남아 제국을 지키려 했던 것. 해우가 황제와 함께 꽃을 구경하고 그림을 완성하자 그는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1권

프롤로그   9

1. 월향루의 소년   14

2. 가라앉는 배 위에서   80

3. 꽃의 신선, 화선   181

4. 신선은 황제 손바닥 위에   281

2권

5. 그놈의 입술   9

6. 예성왕의 강림   122

7. 해우 찾아 삼만 리   210

8. 찌고 치는 간택식   276

9. 꽃을 만난 청년 1   357

3권

10. 꽃을 만난 청년 2   9

11. 손에 남은 꽃잎   21

12. 해우(解憂)   80

외전 1. 시건   231

외전 2. 서희   266

외전 3. 그 후의 이야기   295

후기   380

review: 

이번에는 확신범입니다. ISUE의 《황제 품에 숨을 은》, 유리엘리의 《그림자 황후》에 이은 뿔미디어의 세 번째 황궁물입니다. 발행순서는 이 작품이 가장 먼저 나왔습니다만 제가 읽은 순서는 세 번째입니다.    

소녀, 못 다한 말이 남아 무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몇 자 적어 올립니다.

제가 원하는 것과 폐하께서 지키려 하시는 것은 같습니다. 저는 그것을 궁 밖으로 가지고 나가려 하나 감히 그것을 행할 수 없고, 폐하께선 그것을 지키려 하시나 그 뜻이 순탄치 않음을 압니다.

그에 감히 제안하건대, 저와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으면 합니다. 제 청이 무례하다 생각하신다면 이 서신을 불태워도 할 말이 없사오나, 이야기를 들어 주시겠다면 동생을 통해 그 뜻을 전해 주십시오. 더 이상은 몇 자 적어 글자로 할 말이 아닌 줄 압니다.

푸른 연못에 머무는 아이에게 안부 전해 주십시오. - 2권 273 p. -

《황제 품에 숨을 은》이 마지막까지 황후가 남자임을 밝히지 않고, 《그림자 황후》는 천제의 신탁을 받아 남자도 황후가 되는 판타지라면 《화선》은 조력자와 속일자를 구분하여 일부의 도움으로 나머지를 속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두 작품을 절충했습니다. 앞으로 뿔미디어의 《B&M》시리즈는 황궁물만 먼저 리뷰할 것 같습니다. 작품의 수준을 떠나서 설정과 배경의 패턴을 분석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작가에게는 처녀작이고 시리즈에서도 세 번째라 프로 소설이라기보다 노력한 습작의 느낌이 납니다. 베테랑이라면 하지 않을 실수들이 보입니다. 독자를 잠재적인 우호 세력으로 판단하고 슬렁슬렁 넘어가려 합니다. 그러나 독자는 냉정한 비평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해우가 다치자 황제는 그를 궁으로 데려와 비어있는 황후궁에서 지내게 하겠다고 말합니다. 주변인들은 모두 반대합니다. 그러자 황제는 그를 20개의 후궁전중에 가장 외진 창연각에 머무르게 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의 진행상황이 실소가 나올 정도로 허술합니다. 내관들은 자기 방을 내주겠다고 하고, 황제는 아픈 사람을 어떻게 내관의 방에 재우냐고 하고. 그 넓은 황궁에 꼭 황후궁과 후궁전과 내관의 방만 있는 것도 아니고. 손님과 사신이 머무는 전각이 최소한 다섯 개는 넘을 텐데, 독자가 이해하리라고 생각한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최근에 강소영의 《우화원 귀인》외전 연재분을 챙겨서 읽고 있는데 세세한 장면이 더욱 비교되어 이 작품의 허술함이 더욱 크게 보입니다. 그 외에도 지나치게 엽기발랄한 황제와 그의 어린 조카딸, 그리고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맥없이 당하거나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는 해우. 유명한 기생이 제국의 황후로 신분상승하는 허술한 플롯, 엉성한 사건의 진행 등 유치하고 단선적입니다. 디테일이 살아있지 못하고 드라마틱한 임팩트가 없습니다. 조잡하게 그려진 모작을 보는 것 같습니다. 수준미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