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
Honey book (개인지 2호, 2012. 11. 25, 예약: 8,000원)
작품유형: 피폐물, 치유물
시대/장소: 현대/가상왕국 바덴
커플: 세드릭 발타(28, 노링어 백작, 경호원, 전직 준장, 포기공), 허니 스왈로(21, 남창, 굴림수)
전장에서 인간성을 상실하고 자살 직전에 몰려 전역한 세드릭. 새로운 일자리는 유력한 백작의 애완 남창을 경호하는 일이다. 그러나 외부로부터의 경호가 아닌 남창의 자살을 막는 일이 대부분이다. 주인에게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때때로 자살을 시도하는 남창은 3년전 만난 적이 있다. 그때에는 살기 위해 도망중이덨던 남창은 3년이 지나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은 채 주인의 명령으로 내돌려지고 있다.
review:
인간에게는 매저키즘과 새디즘이 공존합니다. 보통은 가운데에 있거나 한쪽으로 약간 기울어 있지만 특정인의 경우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 새디스트나 매저키스트가 되기도 합니다. 실생활에서 새디즘, 매저키즘 어느 쪽도 경험이 없어서 제 개인적인 성향은 알 수 없지만 작품을 읽을 때는 성향이 있습니다. 몰입하기 쉬운 쪽의 스위치가 켜집니다. 그웬돌린의 《앙앙》을 읽을 때는 전직 용병이자 혼혈 거구인 김규원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 철저히 윤화영의 입장이 되었으며, 쏘니의 《Nothing more》에서는 이중권의 의중을 파악할 수 없어 송난호에게 감정이입을 했습니다. 이 작품의 경우 불행하게도 허니 스왈로의 처지에 놓여서 30페이지 읽고 모자 하나 뜨고 다시 30페이지 읽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만큼 고통스럽고 괴로운 삶이었습니다. 그가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고 2부의 행복한 삶이 위선으로 생각될 정도로 피폐했습니다.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장시간 읽었기 때문인지 생각할 거리도 많았습니다.
치유물은 필연적으로 상처를 입는 과정이 선행됩니다. 빈수의 《그대가 잠들 무렵에》를 읽으면서 치유에 관심을 둔 반면 이 작품은 상처 혹은 상처를 입는 과정에 신경이 쓰였습니다. 재일교포 소설가 양석일의 동남아시아 스트리트 칠드런을 다룬 르포소설 《어둠의 아이들 (원제: 闇の子供たち)》이 허니 스왈로의 처지와 가장 비슷합니다.
“냉장고하고 텔레비전이 있다니. 굉장한걸. 방콕에서도 이런 게 있는 집은 많지 않다고.”
남자와 여자는 자랑스러운 듯 웃는다.
이 년 전. 딸 야이룬을 판 돈으로 치앙마이까지 나가서 산 중고품이다.
왕파오는 밖에 있는 딸 센라를 부른다. 센라는 이 년 전에 팔려갈 당시의 언니와 같은 나이인 여덟 살이었다. - 12 p. -
“울지 마! 이년아! 넌 이제 집에 갈 수 없어. 내가 너를 산 거야. 넌 내거야!.”
그래도 센라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충은 피우던 담뱃불로 아이의 팔을 지졌다.
“알겠어? 너희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어. 여기가 너희 집이지. 말을 잘 듣지 않는 놈은 죽을 줄 알아. 밥도 먹을 수 없을 테니까. 그런 줄 알아. 너희는 상품이다. 장사하는 도구! 그러니 비싸게 팔리려면 손님을 즐겁게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손님을 즐겁게 할 수 있을지 지금부터 가르쳐주겠다. 몸에 잘 익혀라. 조금 아프더라도 참는다.”
충은 의식을 잃은 센라를 큰 대야 속에 앉혔다. 그리고 센라의 몸이 따뜻해지자, 몸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경직된 전신근육을 풀고 엉덩이 살점을 문지르며, 음부를 마사지하도 하듯이 애무했다. 목을 늘어뜨린 센라는 의식이 돌아왔는지, 본능적으로 움직여 충을 밀어내려 했다.
충의 두툼한 손가락 두 개가 센라의 질 속에 푹 들어가자 보고 있던 아이들은 놀랐다.
“소리지르지 마. 좀 아파도 참아. 울면 팔 꺾어버린다!”
주위에 둘러서 있던 아이들은 그야말로 절개수술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 51 p. -
여덟 살 센라는 부모에 의해 방콕의 사창가로 팔려 갑니다. 그녀의 언니도 같은 나이에 팔려 갔는데 에이즈에 걸리자 산 채로 쓰레기 봉투에 넣어져 하치장에 버려집니다. 천신만고 끝에 집에 돌아온 센라의 언니는 아버지에 의해 불태워집니다.
두 달쯤 전, 중개인으로부터 일본 아이가 장기이식 수술을 받고 싶어한다는 연락을 받고 장기를 제공할 아이를 찾기 시작했다. 가격은 수술비를 포함해 심장이 사천만 엔, 신장이 이천만 엔, 그리고 폐, 위, 대장, 눈, 피부, 뼈, 뇌 등이 다 합해 칠천만 엔이다. 이때 마피아가 챙기는 알선 수수료는 삼십 퍼센트였다. 그리고 검사 결과, 각지에서 모인 열세 명의 아이들 중 가지카와 쓰바사의 체질에 가장 가깝고 건강하며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은 아이로 센라가 선택된 것이다. - 343 p. -
주인공 허니 스왈로는 창녀의 몸에서 태어났는데 탄생부터 구경거리가 되었으며, 어머니의 각성제 다섯 알을 위해 첫 경험을 하고 몇 번의 항문 재건수술을 받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받습니다. 그런 그를 죽지 않게끔 보호하고 지켜보는 경호원 세트릭 발타도 명문가에서 가문의 몰락으로 외삼촌과 전장을 떠돌며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습니다. 파멸로 가도 이상할 것 없는 조합인데 왕세자와 귀족간의 권력다툼과 음모, 자기파괴적인 로맨스가 반전입니다. 심호흡 하면서 찬찬히 읽으면 못 읽을 정도는 아닙니다. 평균이상입니다.
PS: 오타입니다.
열린 창을 통해 들려오는 키니의 높은 신음성과 도박꾼은(--> 도박꾼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키니가 들려준 이야기를 상상해보았다. - 42 p. -
왕국의 방패이자 개국공신이었던 노링어 백작가가 역모사건에 연류된(--> 연루된) 이후로 균둥했던(--> 균등했던) 저울의 바늘은 서서히 귀족파로 기울기 시작했다. - 131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