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무

열정 (2006. 3. 26, 예약: 11,000원)

작품유형: 불륜물, 리맨물, 삼각관계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정우진(26-->34, 포토그래퍼, FM공), 한이수(25-->33, 에디터, 컴플렉스수)

화냥년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나 화냥년 아들 소리를 듣고 자란 이수. 그가 반한 사람은 외강내강 스타일의 정도를 걷는 정우진이다. 결혼하여 아이까지 있는 우진과 처음 잔 것은 우진의 결혼식 이틀 전이고, 두 번째로 잔 날은 아들의 돌잔치에서다.

불륜에서 오는 죄책감과 그러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미련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이수의 숨통을 틔워준 것은 아낌없이 사랑을 베푸는 연상의 하영락과 불같은 사랑을 갈구하는 연하의 김태석이다.  

모든 불륜이 그렇듯 마지막은 다가오고, 이수의 양다리는 태석에게 들키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1. 해피엔드   11

2. 열정   201

3. Maybe tomorrow   291

입맞춤   325

From Mars   347

휴가   355

후기   367

review: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고생한 과목은 예체능이었습니다. 체육은 지구력은 있었지만 순발력이 모자랐고, 음악은 타고난 음치에 피아노도 바이엘로 그만두어서 문외한이나 마찬가지고, 미술은 재능이 없었습니다. 실기 70점에 필기 90점을 더하여 간신히 '우' 정도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미술에서 두각을 보인 과목은 '색채와 구성'이었습니다.

타고난 이과형 두뇌인데, 색채와 구성은 수학적 응용이 가능했습니다. 몇 개의 선으로 면을 구성하고 명도와 채도와 보색을 적절히 배분하면 그럴싸한 그림이 완성되곤 했습니다. 생래적 재능에 그만큼의 훈련이 필요한 소묘나 수채화 등은 언감생심 기대도 안 했지만 색채와 구성에 있어서는 몇 번의 상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학창시절의 미술수업 얘기를 꺼낸 것은 이 작품에서 비슷한 구성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수를 가운데에 그린 도화지가 있습니다. 우진은 중심을 관통하는 메인 선이고, 태석과 영락은 이수를 둘러싼 보조선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면에 무수한 그라데이션을 칠하여 작가는 《열정》이라는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반듯한 우진을 사랑한 이수. 그에게 우진의 반듯함은 태생적으로 가지지 못한 컴플렉스를 반영합니다. 불륜을 저지르는 죄책감은 절대로 외면하지 않는 영락에게 위로받고,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관계는 그를 위해 직장도 그만두고 부산으로 내려가는 태석에게 보상받습니다. 그러나 시종일관 이수가 집중한 것은 우진이었으며, 우진도 이수에게 한결같았습니다. 처음부터 엇갈린 관계에, 우진 부인의 집착이 족쇄가 되어 추접한 불륜은 곪아 터질 만큼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이수를 가지려만 반듯함을 버려야 하는데, 아내와 자식을 버린 자신을 이수가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으니 우진에게는 딜레마입니다. 파국은 태석의 질투에서 시작하여 이수를 피폐하게 만들고, 우진을 사지로 몰아넣습니다. 여기에 영락의 연륜이 빛을 발합니다. 그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이수의 정신은 붕괴되었을 것이며, 태석은 방황하다 제풀에 쓰러졌을 것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출구가 없을 줄 알았는데 용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태석은 지은 죄가 있으니 알아서 물러나고, 처음부터 베풀기만 했던 영락은 이수를 우진에게 맡기고, 남편의 극단을 직시한 우진의 아내는 떠납니다. 이수는 비뚤어진 우진을 갖게 되지만 사실 이수가 원한 우진도 바른 우진은 아니었습니다. 이수는 몰랐지만 우진도 이수에게 미쳐 있었으니 제정신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삼각관계 혹은 사각관계의 균형이 잘 잡혀있고 각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당위성이 있어 억지스럽지 않습니다. 심리묘사가 탁월하고 작가의 내공을 보여주는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마지막 장면에 우진의 아들까지 등장하여 일말의 걱정도 잠재운 것이 놀랍습니다. 명불허전. 수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