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이라츠 후지코(花郞藤子)
《위험한 방과후》 시리즈
1편 《Call me》후카시로 타케시, 미즈미 히로아키
2편 《Naughty boys》후카시로 타케시, 미즈미 히로아키
3편 《Without you》아마치 코이치로우, 치히로
4편 《Wild flower》야유카와 케이, 토우노 쿠니히코
5편 《천사는 라이플을 들고》시이나 츠구토시, 신교우지 코우타(리차드)
작품연표
異形綺譚 白泉社花丸文庫 (白泉社, 2001. 4)
주술과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물.
花郞藤子の世界 이마쥬북스(Vol.5) (コアマガジン, 1995. 10) 하나이라츠 후지코의 세계
「천국까지 몇 마일」등 소설 5편 외에 삽화를 담당한 松崎司등과의 대담, 에세이, 만화 등이 가득. 현재의 하나이라츠 후지코를 알 수 있는 책.
목차
小說「天國まで何マイル」
--> 소설 《천국까지 몇 마일》일러스트 : 杉野まお
對談 花郞藤子×松崎司
--> 대담 하나이라츠 후지코, 松崎司
ロンゲストＱ＆Ａ
--> 론 게스트 Q&A
漫畵「ジ-ン·ジニ-」
--> 만화 《진·지니》松崎司
小說「今夜も殘業」
--> 소설 《오늘밤도 잔업》일러스트 : 星野朔實
對談 花郞藤子×よしながふみ
--> 대담 하나이라츠 후지코, よしながふみ
漫畵「海邊の家」
--> 만화 《해변의 집》こおはらしおみ
禽獸の系譜 Special キャラクタ-·デ-タ-ベ-ス
--> 《금수의 계보 스페셜》캐릭터 데이터베이스
漫畵「禽獸の系譜 番外編 夜香木」
--> 만화 《금수의 계보 번외편 야향목》에세이 기고 : 江上冴(아)子, 月夜野亮, 百田智佳
小說「傳導の書に捧げる薔薇 俱樂部」
--> 소설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클럽》
(로저 젤라즈니의 유명한 SF소설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원제: A Rose for ecclesiastes)》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小說「ヴィヴィアン番外編 その後のオ-キス皇帝一家」
--> 소설 《비비안 번외편 그 후의 오키스 황제 일가》일러스트 : 이시하라 사토루
(《비비안》의 속편으로 국내 미번역)
漫畵「恐怖の男たち GLASS HOUSE」
--> 만화 《공포의 남자들 GLASS HOUSE》そねはらすみこ
小說「FACE to FACE」
--> 소설 《FACE to FACE》일러스트 : よしながふみ
あぶない放課後 - Call me 화환 노벨즈 (白泉社, 1993. 10) 위험한 방과후 1 : Call me (2003. 10, 가격 - 7,000원) - 와가마마 번역
작품유형 : 학원물
시대/장소 : 현대/일본
《Call me》 커플 : 후카시로 타케시(고3, 럭비부 주장, 열혈공), 미즈미 히로아키(고3, 학생회장, 얼음수)
《Pleasure》 커플 : 쿠가 교우스케(19, 무심공), 요시오카 이즈미(25, 교사, 배려수)
Call me : 쇼우인 학원 럭비부의 후카시로가 마음의 생각을 고백한 상대는 쿨한 미즈미 학생회장. 그리고 일년 후, 둘 사이는 주위의 기대대로 진전하지 않는다. 그때 사건이 발생하는데…….
Pleasure : 쇼우인 고등학교 3-A반 담임 요시오카 이즈미는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매력남이다. 그의 연인은 과거가 의심스러운 제자 쿠가 쿄우스케인데…….
review:
교풍이 자유로운 사립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텅 빈 머리의 스포츠 스타, 냉정한 학생회장,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주먹을 가진 숨은 일진과 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교사가 등장합니다. 아방 캐릭터만 있었다면 평범한 학원물의 모델 같은 작품이 되었을 텐데 다행히 아방한 등장인물은 나오지 않습니다.
작가는 책을 통해 뭔가를 남기는 스타일인데 이번 작품은 학원물이라 그 효과가 배가 되었습니다. 전형적인 캐릭터가 지나치게 전형적으로 움직인 것이 흠이지만 캐릭터의 의지가 분명하고 목적이 뚜렷해서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あぶない放課後 2 - Naughty boys 화환 노벨즈 (白泉社, 1994. 10) 위험한 방과후 2 : Naughty boys (2003. 11, 가격 - 7,000원) - 와가마마 번역
작품유형 : 학원물
시대/장소 : 현대/일본
커플 : 후카시로 타케시(고3, 럭비부 주장, 열혈공), 미즈미 히로아키(고3, 학생회장, 얼음수)
학생회장 미즈미는 교사 요시오카 이즈미로부터 아직 학교에 친숙해지지 못한 토우노 쿠니히코를 돌보는 것을 부탁받지만 중학교부터 함께 올라온 후카시로나 아마치들은 그런 토우노에 대해서 묘하게 쌀쌀하다. 중학생 시절 그들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이것저것 하는 동안 토우노와 미즈미는 학원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차례차례로 말려 들어가지만….
review:
전편의 캐릭터들에게 깊이를 더했습니다. 미인 대회를 방불케 하는 축제, 부비를 결정하는 예산회의, 어둠의 학생회, 학생들이 총 동원된 내기까지 학원물의 특징은 빠짐없이 그렸습니다. 중학교 시절 토우노를 둘러싼 후카시로와 아마치의 과거도 나옵니다.
후카시로의 한결같은 마음과 냉정한 듯하지만 그런 후카시로를 받아들이는 미즈미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あぶない放課後 3 - Without you 화환 노벨즈 (白泉社, 1996. 3) 위험한 방과후 3 : Without you (2003. 10, 가격 - 7,000원) - 와가마마 번역
작품유형 : 학원물
시대/장소 : 현대/일본
커플 : 아마치 코이치로우(고3, 상식공), 치히로(고2, 여리수)
쇼우인 학원 럭비부 주장 아마치는 방위청에 다니는 부친의 영향으로 강경파의 길을 걷는다. 그런 그의 앞에 오랜만에 나타난 사촌동생 치히로는 여장버릇이 있어 그것을 찍힌 사진으로 협박당하고 있다. 치히로에게 좋아한다고 고백 당해 복잡한 심중이면서 야쿠자와 대치하는 처지가 되는 아마치….
review:
후키시로처럼 만사 태평하지도 않고 미즈미처럼 냉철하지도 않은 보통 아이큐에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럭비부 주장, 아마치 코이치로우. 지극히 평범하고 상식적인 아마치의 약점은 머리 좋은 쌍둥이 누이에게 품고 있는 콤플렉스입니다. 그런 그에게 문제가 생겼으니 한 살 아래의 외사촌 동생(男)에게 고백을 받은 것. 젊어서 과부가 된 고모의 모습을 빼다 박은 치히로는 여장 취미가 있는데…….
체계가 잡히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논리는 서 있는, 앞으로의 인생을 좌우할 가치관이 성립할 아슬아슬한 시기. 그 절묘한 타이밍에 던져진 폭탄 같은 사건에 우왕좌왕하는 사춘기 소년의 모습을 잘 묘사했습니다.
주위가 온통 남남 커플이니 아마치의 결정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짐작이 가지만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심리묘사가 읽을 만 합니다.
PS: 작가의 유머를 느낄 수 있는 대화 한 컷입니다.
「난 더운 건 싫은데.」
「추운 건 더 싫어하잖아.」
「응.」
「바보자식. 그냥 비실이잖아.」
후카시로는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가냘픈 한숨을 쉬었다.
「게다가 나 오늘 생리고….」
「미즈미를 못 만난 날을 생리라고 하는 건 그만 둬!」
걸음을 멈추고 아마치는 저도 모르게 고함쳤다.
- 11 p. -
あぶない放課後 4 - Wild flower 백천사 화환 노벨즈 (白泉社, 1999. 4) 위험한 방과후 4 : Wild flower (2003. 10, 가격 - 7,000원) - 와가마마 번역
작품유형 : 학원물
시대/장소 : 현대/일본
커플 : 아유카와 케이(28, 기타리스트, 자신감공), 토우노 쿠니히코(고3, 상처수)
어느 날 쇼우인 학원에 다니는 토우노 쿠니히코는 담임 요시오카 이즈미에게 「보컬을 찾고 있다고 하는 밴드의 관계자로부터 토우노에게 연락이 되지 않을까 부탁 받았다」라고 전해 듣는다. 짐작이 가는 토우노는 분명히 거절하러 가려고 클래스메이트이자 학생회장인 미즈미를 불러 만날 장소로 나갔지만 밴드의 멤버 아유카와의 고압적인 태도에 이성을 잃고 거절할 것이…!?
review:
이즈미는 토우노가 일어서도록 받쳐주었다. 그가 그라는 것, 그 자신일 뿐이며 그것이 가치 있다는 것을 열심히 설명했다.
- 중략 -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좋을지, 자신에게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목표가 전혀 없었다. 그래도 일단 앞으로 나가자고 토우노는 분발했다.
<자신>이라는 것을 찾고 싶다.
그는 이를 악물고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136-137 p. -
소아마비에 걸려 다리가 불편해지면서 부모로부터 감정적으로 버림받은 토우노가 자신을 찾는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주인공이 나락이 없는 바닥에서 치열하게 차고 올라오는 모습이 보고 싶었는데, 작가가 안전하게 설계한 플롯으로 무사히 안착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あぶない放課後 番外編 - 天使はライフルをぶら下げて 화환 노벨즈 (白泉社, 1997. 8) 위험한 방과후 외전 : 천사는 라이플을 들고 (2003. 10, 가격 - 7,000원) - 와가마마 번역
작품유형 : 학원물
시대/장소 : 현대/일본
커플 : 시이나 츠구토시(고2, 상처공), 신교우지 코우타(리차드, 고2, 상식수)
쇼우인 학원 고교 연극부의 리차드, 신교우지 코우타는 「지옥의 천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학원의 유명인인 친구 시이나 츠구토시의 최근의 행동에 고민하고 있다. 어느 방과 후 시이나가 아직 중학생으로 있을 무렵에 잘 가던 장소를 찾아가자 그때와 같은 멤버들에게 둘러싸인 그의 모습이 있었던 것이다.
review: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는 시이나. 시이나에게 힘이 되어주길 바라지만 우정과 애정의 기로에서 갈팡질팡하는 리차드.
상처받은 마음을 리차드에게 숨김없이 드러내는 시이나가 안타깝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합니다. 그럭저럭 읽을 만 하지만 딱히 기억에 남지는 않습니다.
ウルバンの月 백천사 화환 문고 (白泉社, 2000. 10) 우르반의 달
신진기예인 실버 보석 디자이너 沢木理玖는 숙모 부부의 집에서 멀어진 곳에 공방을 짓고 제자인 榎田數馬와 공동생활을 한다. 理玖는 16살 때 사고로 부모님을 잃음과 동시에 숙모의 딸 涼子도 죽었다. 그리고 지금은 집을 떠나 있는 숙모의 장남 仁과 理玖 사이에는 육체관계를 강요받은 괴롭고 괴로운 과거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고교를 졸업 하는 날 돌연 종지부를 맞았다. 「두 번 다시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그렇게 신을 자르듯이 자취를 감추었던 것이다. 그리고 4년….
鬼火 ― ホラ-競作集 백천사 화환 문고 (白泉社, 2000. 7) 귀화 - 공포 단편집 (2001. 10(초판), 가격 - 7,000 원) - MAX 번역
하나이라츠 후지코, 요시다 타마키, 미네기리 코우, 美樹静의 글을 모은 단편집
하나이라츠 후지코의 《12―트웰브》를 시작으로 요시다 타마키, 미네기리 코우, 美樹靜의 실력파 집필진이 만든, 아름답고 무서운 옛이야기. 사람들을 미치게 하는 여름밤 푸른 불꽃이….
12- twelve (12―トゥエルヴ) / 하나이라츠 후지코
무카사리 에마 (むかさり )/ 요시다 타마키
반각 (返却 - 되돌려 보냄) / 미네기리 코우
일곱 번째의 연인 (七番目の恋人) / 美樹静
12―トゥエルヴ 백천사 화환 문고 (白泉社, 2000. 7) 12- twelve(2001. 10(초판), 가격 - 7,000 원) - MAX 번역
작품유형 : 공포물
시대/장소 : 현대/일본
커플 : 하나무라 아키라(25, 시인), 나나미 렌지(21, 하나무라의 이복동생)
안개와 같은 회색의 눈동자를 가진 수수께끼에 쌓인 미모의 청년 하나무라. 무더위에 12명의 아동이 연속해서 실종되는 사건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하나무라가 봉인한 꺼림칙한 과거와 너무 아주 비슷하다.
review:
공포를 소재로 4명의 작가가 낸 단편집 《鬼火》에 실린 첫 번째 작품입니다. 《13일의 금요일》과 《드라큘라》를 섞어놓은 분위기로 더운 여름밤, 냉장고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하나무라의 비밀과 렌지의 대답이 압권입니다.
オ-ディンの三つ子 (白夜書房, 1993. 4) 오딘의 세쌍둥이
언젠가 누군가가 진정한 나를 찾으려 할 때
完全版 ヴィヴィアン 상 - 聖なる半陰陽神 (白夜書房, 1992. 5) 비비안 상 : 성스러운 반음양신
황태자로 태어난 비비안은 황태자 재위 중에 돌연 혼 대신관의 신탁에 의해 국외 추방되었다. 그가 반음양의 황제, 제노비아의 환생이라는 이유로….
完全版 ヴィヴィアン 하 - 赧き禍津日の神 (白夜書房, 1992. 5) 비비안 하 : 얼굴을 붉히는 재앙신
그 아침, 비비안은 언제나 대로7시에 기상했다. 아침부터 햇볕의 따뜻한 이 기분이 좋은 하루가 자유로운 한 명의 인간으로서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되리라고는 …
完全版 - ヴィヴィアン (コアマガジン, 1995. 10) 비비안 (2004. 2. 15(초판), 예약 - 10,000원, 현매 - 11,000원) - 솔트 번역
작품유형 : 양성구유
시대/장소 : 현대/오키스(가상왕국)
커플 : 크로스(26, 오키스의 황자, 광공), 비비안(27, 오키스의 황태자, 온화수, 크로스의 사촌형)
“보시는 대로 비비안 전하와 크로스 전하는 부군이 다릅니다. 비비안 전하의 부군이신 아움 황제는 젊으신 나이에 서거하시고, 한살 연하의 썬 황제가 뒤를 이어 즉위하셨습니다만, 동시에 계승상은 형수인 전황후를 그대로 정(正)황후로 맞이하였고, 따라서 썬 황제의 제2부인의 아들인 크로스 전하가 정2위, 그리고 비비안 전하가 정1위가 되는 것입니다. 비비안 전황태자는 진보적인 사고의 소유자로, 국체의 정교분리를 희망하는 발언을 했던 황태자제위중에 갑자기 신전의 상징인 혼 대신관의 신탁에 의해 국외로 추방당했습니다. 추방을 초래한 신탁은 1위가 전설의 불길한 반음양의 황제, 제노비아의 환생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오키스를 파멸로 이끌었다고 하는 황제 제노비아가 자신만의 생식기로 아이를 낳아 잡아먹은 후 국민의 갓난아기를 차례차례 잡아먹자, 이에 분노한 신의 벼락을 맞아 불기둥이 되었지만 여전히 죽지 않아, 태양, 별, 불등의 모든 선신(善神)의 도움을 빌린 민중의 손에 의해 간신히 대신전에 봉해졌다고 합니다. 후대에 대신전의 봉인을 파괴하고 호광(毫光 - 부처 미간의 백호에서 가늘게 사방으로 비치는 광선)이 뻗어 나와 사방으로 방사한 그 광선속에서 제노비아와 똑같이 생긴 대신관이 탄생해 황폐해진 제국을 구원하고 치유했다고 합니다.”- 26 p. -
성스러운 반음양신(上)
1. 신들의 섬
2. 반음양신
얼굴을 붉히는 재앙신(下)
3. 재앙신
4. 황혼으로 돌아가다
review:
작품을 읽다보면 ‘내 애인이었으면 좋겠다’싶은 주인공이 있습니다. 제 경우는 《동물병원 옆 찻집》(피모작)의 고원장이 그렇습니다. 반면,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 먹었을 때 배탈이 날 것 같은 주인공이 있습니다. 《그 눈동자에 사로잡혀 있고 싶다 (원제: その目にとらわれていたい)》(하야마 작)의 타이치로우입니다. 공작같이 화려한 외모에 돈도 엄청나게 많고 끔찍하게 상대방을 위하지만 왠지 저를 세이의 입장에 놓으면 천리만리 도망갈 것 같은 위화감이 있습니다. 타이치로우는 타블로이드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서 흥미를 갖고 지켜볼 대상일 뿐, 실생활에는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타이치로우와는 전혀 다르지만 비비안도 ‘남의 것’입니다. 온화한 성격, 논리 정연한 사고, 다감하진 않지만 결코 예의를 잊지 않는 행동거지. 애인으로 삼기에 별로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가까이 하기보다 우러르며 존경할 경외의 대상입니다. 《북해의 별》의 유리핀 같다고나 할까요?
누군가에게 쫓겨 집 마당에 뛰어든다면(실제로 비슷한 장면이 여러 번 나옵니다) 함께 도망가거나 모험에 동참하기보다 적절한 도움을 주고 뒤에서 가슴을 쓸어내릴 것 같습니다. 세월이 지나 아련한 추억으로나마 그때를 회고하게 되는 캐릭터입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인간의 드라마를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대로 의지와 무관하게 소중한 것을 계속 잃어버리는 주인공이지만 중요한 것은 끝까지 놓치지 않는 의지가 있어 읽는 내내 위로가 되었습니다. 어린아이 같은 소유욕을 보이는 크로스도 마지막에서는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것 같고…….
잘 된 작품입니다. 아울러 국가간 거대세력의 힘겨루기와 통치자의 내면을 읽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ヴィヴィアン番外編 その後のオ-キス皇帝一家 비비안 번외편 - 그 후의 오키스황제 일가 - 미번역
작품유형 : 양성구유
시대/장소 : 현대/가상왕국 오키스의 오코조섬
커플 : 크로스(30대 초반, 오키스의 황제, 광공), 비비안(30대 초반, 오키스의 황제, 온화수, 크로스의 사촌형)
아침에 눈을 뜨니 크로스는 여자가 되어있었다.
침대위에서 10초정도 경직상태가 되었다. 중력에 역행하는 것처럼 가슴이 앞으로 튀어나와있다. 그 때문에 아래쪽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고가 마비 된 채로 크로스는 양손을 부풀어있는 두 곳에 대고 손바닥으로 그 곳을 감쌌다.
가슴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슴이다.
부은 것도 뾰루지도 잡티도 아닌 더할 나위 없는 유방이었다.
껍질이 반들반들한 두리안(동남아시아 원산의 과일 - 역자주)인지, 방사능오염으로 거대해진 복숭아인지...... 그건 아니다. 구릿빛의 크로스로 보자면 분류상으로는 봐줄만한 유방 이지만 시각적으로는 비비안의 하얀 유방의 고혹에는 미치지 못한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크로스의 얼굴은 갑자기 달아올랐다.
나쁜 예감이 들었다.
두개의 유방을 헤치고, 그 사이를 들여다보았다. 매끈하고 날카로운 광택을 발하는 흰 실크 속옷으로 덮인 하반신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나서 무릎을 벌리고 천의 이음새 사이로 살그머니 한 쪽 손을 찔러 넣었다.
-없다.
크로스의 얼굴은 한 순간 핏기가 사라졌다.
쿠테타로 미친놈 취급을 당하며 별궁에 유폐되었던 때조차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던 크로스였다. 실각을 노리는 외국인에게 이국에서 총에 쫓기면서 하마터면 아무도 모르게 죽을 뻔 했을 때에도, 모기에 물린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크로스였다.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동궁여관장 이븐 다라기예자가 혹시 지금의 이 창백한 얼굴을 본다면 “적”의 불행을 틀림없이 기뻐할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자신으로 돌아온 크로스는 필사적으로 사타구니를 더듬어 보고 나서, 튀어나온 가슴을 어떻게 해야할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 보는 경험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며 하반신을 들여다본다.
거기에는, 없어야 할 것이 없는 대신에 있어야 할 것이 있었다.
쇼크라는 것은 이런 상태를 가리키는 것인지, 서른이 넘어서 처음으로 체험해 본 크로스 였다. 그곳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창백해진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 것은 본 적이 없다. 아니, 본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이것은 큰 충격인 것이다.
『무신경』이라고 불려도 아무렇지도 않아하기는커녕 가슴조차 펼 수 없는 크로스에게 있어서 얼굴에 티가 날 정도로 동요할 때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우선 그의 베스트 러버인 비비안과 관계된 일이라면 100퍼센트 그렇다. 지금 이 순간 그를 덮친 충격도 그러했다.
신체기관의 분실이라는 사실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분실의 결과가 보여주는 현실의 의미에 입각하는 것으로 평이한 말로 요약하자면 결국 - 이렇게 해서는 더 이상 비비안과 “섹스”를 할 수 없어. 「--- 내 인생에 이 이상의 불행이 있을까?......」
지구상에, 인류의 수만큼 “섹스”의 종류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통속적인 “남자끼리의 섹스”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크로스에게 있어서는 『남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듣는 것과 같다........아니, 이제는 남자가 아니기 때문에 『여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듣는 것과 같다..... 아니아니, 아직 여자가 아니라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섹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
「- 어쨌든, 죽은 사람도 생각하지 않고 자살을 하고 싶을 정도의 쇼크였다.......」
만약을 위해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았지만, 어떻게 확인을 하든지 간에 없는 것은 없었다. 뒤쪽에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찾아보았지만 거기는 엉덩이였다.
원숭이에게 신앙심이 없는 것처럼 크로스에게도 신앙심은 없다. 하늘을 우러러보며 말하는 것은 신에게 의지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항의의 말이다.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review:
1995년 이마쥬북스에서 간행한 《花郞藤子の世界 (하나이라츠 후지코의 세계)》에 실린 《비비안》 번외편 《その後のオ-キス皇帝一家 (그 후의 오키스 황제 일가)》입니다.
하나이라츠 후지코의 작품을 리뷰하면서 꼭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절판되어 구하지 못하다가 어렵사리 입수했습니다. 뭔가 특별한 내용이 들어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과연 크로스가 여자로 둔갑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녀석, 비웃을 거야.」
크로스는 푸른색의 눈동자로 자신을 주시하며 투덜거렸다.
사랑하는 상대의 반응을 상상하니 참을 수 없이 화가 나서 암울함이 싹 가셔버릴 듯 했지만 지금 나의 모습으로는 나를 비웃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어디서부터 보아도 어떻게 보아도 - 그것은 역시 호모 프로레슬러 - 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로스의 예상과는 달리 전혀 동요하지 않는 비비안. 휴가온 섬을 폐쇄시키고, 함구령을 내리고, 접객을 금지하고, 의사를 부르는 등 추후의 일을 척척 지시하는 모습이 과연 황제로서의 위엄이 조금도 녹슬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이런 곳에 숨어있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그 모습으로 왕궁으로 돌아갈 작정이야?」
비비안의 반론에 크로스는 말문이 막혔다.
「게다가 혹시 병이라면, 전염될 가능성이 있는지 고려 해봐야해.」
새근새근 조용한 숨소리를 내던 일위(一位 : 두 사람의 아들 - 역자주)의 머리를 비비안은 살짝 어루만졌다.
「원인이 확실해 질 때까지는 접촉하지 않는 게 좋아.」
크로스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일반적인 병이랑은 좀 다른 것 같아.」
「잘 모르겠어. 우리들이 모르는 가슴이 부푸는 병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가슴뿐만이 아니야.」
진지하게 굳은 표정을 하고 숨을 죽이며 크로스는 비비안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괜찮겠어? 침착하게 들어. 가슴뿐만이 아니라 - 아래 부분도 여자가 되 버렸어.」
오키스 황제이자 부인과 남편사이인 둘은 가만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를 주시했다.
「성전환 증후군」이윽고 비비안이 명명했다.
「일부의 게이가 감염되고 싶어 하는 병이네.」
「마음대로 병명을 갖다 붙이지마.」
화를 내며 크로스는 부르르 가슴을 흔들었다.
「나는 여자가 되어 버렸어. 다른 할 말이 있을 것 아니야.」
「물론이지. 가능하면 그런 육체의 아빠는 -」
큰 목소리 때문에 일위가 눈을 잠을 깼다.
「- 부탁이야. 목소리 좀 낮춰.」
「사랑 없는 말투로 말 하지마. 사랑 없는 말투로.」
몹시 화가 난 아빠를 일위가 잠이 덜 땐 눈으로 올려다보며
「오늘은 내가 엄마랑 자는 날 이니까, 화내면 안돼요. 아빠」
손등으로 쓱쓱 눈을 비볐다.
「너 때문에 화내는 거 아니야.」
목소리를 부드럽게 바꾸고서 크로스는 몸을 굽혔다.
「일위, 벌써 아침이야. 아침인사는?」
작은 양손을 펴서 아빠의 얼굴에 입맞춤을 하려는 자세를 취하던 일위는 그 때 확실히 잠을 깼다. 경계의 눈빛을 띄며 말했다.
「- 아빠가 아니야」
「무슨 소리야. 아빠잖아.」
크로스가 손을 뻗자 일위는 비비안의 그늘에 숨으려는 듯 몸을 기대어 그 손을 거부했다.
「아빠 목소리지만 아빠가 아니야. 누구야. 어째서 아빠 얼굴을 하고 있는 거지?」
「그러니까, 나야 아빠 일위.....」
크로스는 웃음이 사라졌다.
「잘 봐.」
일위는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일위 아빠는 그렇게 큰 가슴을 가지고 있지 않아. 가짜 아빠야.」
「어떻게 좀 해봐. 비비안」
해명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비비안은 특별히 곤란한 표정을 짓지 않으면서
「그래도...」
라고 중얼거리며 유심히 다시 살펴보았다.
「크고 훌륭한 가슴이야.」
곰곰이 생각해봐도 섬에 들어올 때 입은 상처에서 감염이 됐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크로스.
「그래서 크로스, 네 생각은 어때?」
비비안이 묻자, 매섭게 쏘아보던 눈을 마지못해 돌렸다.
「어제 입은 상처에 균이 들어갔다고 생각해.」
「어제의 상처?」
「아아, 이거야」
라며 오른쪽 정강이를 가리켰다.
「어제 섬에 도착했을 때 전날 기상이변의 장대비 때문에 강물이 불어서 차에서 내려서 너를 안고 건넜잖아. 그 때 뭔가에 베었어. 가벼운 찰과상이라 간단히 소독하고 끝내면 되는 정도였는데 그 상처에 알 수 없는 균이 들어간 게 틀림없어.」
「그래?」
비비안은 아무렇지 않은 듯 받아 넘기며
「저건 저명한 일본인 건축가의 별장이었지.」
그리고는 술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가족보다 한발 앞서 와서는 젊은 아가씨에게 치료를 받고 그 뒤에 부엌에서 입맞춤을 했지.」
크로스는 움찔하며, 얼굴이 화끈 거렸다.
「- 어떻게 알았지?」
「난 신의 아들이야.」
새침한 얼굴을 하며 비비안이 대답했다.
전혀 대답이 되지 않았지만 크로스는 되묻기로 했다.
「키스 한 두 번에 여자가 되냐? 에이즈도 보통 키스로는 전염되지 않잖아.」
「키스 이상의 행위를 했다면?」
테이블에 놓여진 유리잔이 희미하게 소리를 냈다. 한순간 그곳이 너무나도 조용해졌기 때문에 작은 소리가 이상하게도 크게 들렸다.
공룡 <바니>의 손과 발을 쥐고 장난을 치고 있는 일위만이 긴장감이 감도는 공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무슨 소리야.」
한 박자 쉬고 단호한 목소리로 크로스가 반론하였다.
한순간이라도 주눅 들어 버린 것이 실수였다고 생각하며 목소리의 크기로 그것을 되돌리려고 곧바로 큰소리를 내며 이야기했다.
「신경에 거슬리는 소리 하지마.」
보고 있었던 것처럼 이야기 하지마. 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정말로 보고 있었다면 곤란하기 때문에. 열여덟, 아홉의 탄탄한 글래머로 크로스가 좋아할 만한 체형의 젊은 여자로 그 쪽에서도 크로스에게 살짝살짝 호감을 표시했기 때문에 결국에는-.
하지만, 혹시 보고 있지 않았다면 거기까지 이야기해서 스스로 실수를 들추어낼 필요는 없다. 부인에게 바람핀 것이 발각되면 정사장면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한 절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그리고 만일 발을 들여놓으면 아직 넣지 않았다고...
병을 옮겼으리라고 지목받은 건축가의 딸과 바람핀 것을 비비안에게 정통으로 들켰지만 특유의 뻔뻔함으로 간단히 무시하는 크로스. 그러나 건축가에게 아들만 둘 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크로스는 자신이 여자로 변한 남자와 키스를 했나 의심합니다.
「임무 상, 섬의 주민에게 사전 조사를 철저히 시켜두었습니다. 지난밤, 보고서를 재점검하던 중에 가족구성은 아내와 아들 두 명, 각각 26세, 18세, 아내의 나이는 52세입니다.」
「오호.」
엷은 미소를 띠며, 비비안은 의자에 기대었다.
「이미 철저히 체크를 마쳤군.」
「예정표에 없는 우발적 사건을 후에 다시 조사하는 것은 통상 책무의 일관이기 때문에.」
눈을 내리깔고 다라기예자는 조심스레 대답했다.
「그래서 어떻다는 거야?」
라고 불쾌한 듯 크로스가 말참견을 했다.
「그녀석들 나이가 뭔 상관이야?」
「오코조섬은 오키스 본토와 달리 외국인의 내섬에는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사전에 관리국에 등록을 마치고, 심사를 거친 사람이외에는 상륙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건축가의 “딸”은 심사를 통과해서 상륙했다......」
가는 손가락으로 턱을 지탱하며 비비안이 보충 설명을 했다.
「그렇습니다. 상륙시에 제시를 요구하는 등록증으로 사진과 지문이 맞는지 조사합니다. 성별은 포함되어있지 않습니다.」
비비안은 수긍했다.
「당연하지.」
「해당 소녀의 구속명령은 당일 날이 샐 무렵에 발령됩니다.」
「좋아.」
생각에 여유를 가지면서 비비안은 손끝으로 턱을 어루만졌다.
「만약 추측이 어긋났을 경우, 이건 상당히 흥미로운 사태가 되겠군.」
「큭, 바보 같은 소리하지마!」
풍만한 가슴 아래에 팔짱을 끼고, 경멸하는 듯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는 크로스는 거만하게 말했다.
「그 아가씨가 정말 남자였다 말이야? 그래서 내가 여자가 된 거야? 젠장, 만화도 아니고. 점막감염으로 남자와 여자가 바뀌냐?」
「호오. 점막감염이 걱정될만한 행위를 했다는 소리군.」
냉소적인 비비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긴장한 크로스의 뺨이 무의식중에 실룩실룩 치켜올라갔다.
「.....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말하자면....」
「의외로 이것은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겠군. 너같은 녀석은 여성의 몸이 된 것이 이 세상을 위한 것일지도 몰라. 이 기회에 인생을 바꿔보지 그래.」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한달로 충분해. 백보 양보해서 일년도 참을 수 있어. 평생 여자로 산다는 건 딱 질색이야!」
「여자의 인생도 나쁘지는 않지.」
그 말에는 분명 비아냥거림이 들어있었다.
키스로 인한 감염인지 알기 위해서 친위대장 다라기예자에게 억지로 키스를 퍼부은 크로스. 비비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군과 신하는 강의 상류와 하류라는 이상한 논리를 펴며 상류가 오염됐으면 하류도 마땅히 오염되어야 한다고 큰소리칩니다.
「- 지옥이다. 이제 너를 만질 수 없다니...」
비비안은 찻잔에 손을 뻗어 그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덧대어 그렸다.
「왜 날 만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생각해봐」
토해내듯 말했다.
「난 “여자”잖아. 이 육체로 어떻게... 너와 할 수 있겠어.」
「그럼, 내가 “남자”역을 한다면?」
무심코 크로스는 뒤를 돌아다보았다.
청량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고 있는 비비안의 하얀 옆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너 그런 말 하고도 역겹지 않아?」
비비안은 크게 웃었다.
「확실히. 지금의 너는 내가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이 아니긴 해.」
그리고 웃음을 머금은 눈동자로 크로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체형이야 어떻든 간에 너는 너야. 겉모습이 바뀌어도 그 안까지 바뀌어 버린 것도 아니고. 오늘아침의 말다툼이 그 예지. 그것을 보면 어제까지의 우리들과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 그렇다면 넌 그대로 나의 남편인 셈이고 난 너의 부인임에 변함이 없다는 말이야.」
- 중략 -
「병이 옮으면 어쩌지......」
「난 그다지 상관없어.」
비비안은 시원스레 대답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남자면서 여자이기도한 몸이, 여자면서 남자이기도 한 몸으로 바뀌어봤자 별 차이 없잖아.」
동의할 수 없는 것 까지도 설득력 있게 말을 하여 크로스는 비비안에게 입맞춤을 했고, 달콤한 타액과 부드러운 혀를 마음껏 맛보았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대답을 해 준 비비안 덕분인지 다음날 크로스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역시, 그 아가씨는 “딸”이었습니다. 귀국을 서둘러서 공항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을 잠복하여 지켜보던 부하가 신병을 구속하였습니다. 외교문제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비밀리에 조사를 진행시킨 결과 자신도 일본국내에서 감염되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남자로 변해 있었나?」
「네. 타인에게 감염을 시키면 자신은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몹시 화가 난 크로스는 그 사실을 수긍하며,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을 물어보았다.
「몇 번이고 감염 되는 거야?」
「그의 말에 의하면 한 번 앓으면 면역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래..」
넋이 나갈 정도로 당황했던 어제의 체험을 떠올리며, 이제 두 번 다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크로스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리며, 눈살을 찌푸린다.
「그런데..... 다라기예자」
「네?」
「왜 자네는 가슴이 안 나오는거야?」
「왜라고 물으시면...」
「옷을 좀 벗어봐.」
「여기서 말입니까?」
「그래.」
「그럴 필요없어.」
라며 냅킨을 놓고 비비안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했다.
「다라기예자는 남자 그대로야. 자, 일위」
서둘러 일어나 일위의 손을 잡았다.
「어제 미아가 된 바니를 찾으러 가자.」
빠른 발걸음으로 식당을 나가려고 하는 뒷모습을 보고 크로스가 예리하게 질문했다.
「왜 해결 된 거지?」
「왜 라니, 네가 남자로 돌아왔으니까...」
크로스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관자놀이의 혈관이 부풀어 올랐다.
「...비비안...!!」
크로스의 화난 목소리가 등 뒤에서 폭발하자마자 벌꿀색의 두 개의 머리는 복도를 향해 달려 나갔다.
다라기예자가 여자가 되지 않은 것은 누군가가 그와 키스를 했다는 말이고, 그 누군가 - 아마 비비안이 틀림없습니다 - 가 누구인지 깨달은 크로스의 분노를 피해 비비안이 일위와 도망가는 것이 끝입니다. 자신의 행위는 싹 무시하고 눈엣가시 같은 다라기예자와 키스했다는 사실만으로 머리꼭대기까지 화가 난 크로스의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크로스가 여자가 되어도 너는 너라는 비비안의 말에서 작가가 여전히 정체성 문제에 천착(穿鑿)하고 있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完全版 ジ-ン ジニ- ― 天使の住む街 (白夜書房, 1992. 6) 완전판 진 지니 - 천사가 사는 거리
カンナギ樣式 비보이 노벨즈 (ビブロス, 2002. 6) 칸나기 양식
고교생의 神薙密과 宮은 하얀색과 검은색 같이 정반대의 내면을 가진 쌍둥이. 언제나 위험한 남자에 매료되어 버리는 密에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려 하고 있던 그 무렵, 宮은 친구들을 이끌고 어둠의 세계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 하지만 宮이 야기한 사건이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密의 사랑과 만나는데…….
ガルシアと呼ばれた男 백천사 화환 문고 (白泉社, 1998. 2) ガルシア로 불린 남자
천재 과학자 デ ラ メア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생명 AL은 「인간에게 복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생물」이다. 주인인 コルテス 중위를 잃은 그 순간, AL イリヤ는 죽은 사람과 같이 쓰레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キング에 의해 쓰레기 버리는 곳에서 건져져서 ガルシア로 불리는 그 남자를 만날 때까지는….
恐怖の男たち (白泉社, 1992. 8) 공포의 남자들 1-2 (2003. 12. 30(초판) - 22,000원) - 엔딩번역
작품유형 : 용병물, (양성구유)
시대/장소 : 현대/세계각국, 팔미라(가상왕국)
커플 : 일라이저 그레이(30대 후반~40대 초반, 용병공), 애쉬(24, 샤오란, 팔미라의 황태자, 연약수)
은의 미모를 가지는 청년은 제３눈으로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피에 젖은 호랑이 모습 그대로 죽음과 초연의 냄새 사이에 서 있었다…. 아프간으로부터 유럽, 그리고 얼음의 황야, 국가적 모략과 욕망이 소용돌이치는 한가운데에서 청년은 같은 용병으로서 남자의 옆에 있는 것을 선택했다. 그것은 그의 과거와 정신과 육체를 남자에게 바치는 운명의 서장이었다…. 초고를 집필한 지 10년, 피와 진흙 사이를 기어가며 자신의 삶의 방법을 관철하는 인간들을 그린 하나이라츠 후지코의 대작, 마침내 간행.
서장
제 1 장 알미니아에 비가 내릴 때
제 2 장 에제키엘 삼십칠장
제 3 장 붉은 제독
제 4 장 신의 정원
제 5 장 유다를 위하여
제 6 장 랑그레는 춤춘다
제 7 장 은색 쥐
제 8 장 호랑이의 어금니
제 9 장 약속의 땅
종장
당주(堂主)의 귀환(歸還)
review:
치밀한 배경조사와 자세한 자료조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동독과 서독이 대치하고 미․소간 냉전이 치열했던 것으로 보아 1989년 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내전으로 왕위를 잃은 왕자와 그를 둘러싼 미국과 소련의 파워게임. 왕자를 돕는 멋진 용병들이 한 무더기 등장하는 《비비안》의 업그레이드 판입니다.
주변의 돌아가는 상황에서 잠깐이라도 눈을 떼면 흐름을 놓치는 것은 물론, 대사 하나, 문맥 하나도 주의 깊게 읽어야 작품의 깊은 맛을 알 수 있습니다. 자아를 상실한 애쉬의 모습이 너무 연약하게 그려져 작가 특유의 근성 있는 수를 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육체적인 능력이라면 육해공 어느 부분에도 빠지지 않지만 마음속의 얘기는 언제나 모호하게 표현하는 일라이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배경을 독자가 알기 쉽도록 쓰지 않은 것과 캐릭터의 내면이 모호하게 그려진 것은 단점이지만 보통의 게이 로맨스에서 다루기 어려운 배경을 그에 걸 맞는 설명으로 마무리한 작가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恐怖の男たち ― Les affres (1) 백천사 화환 문고 (白泉社, 1997. 10)
恐怖の男たち ― Les affres (2) 백천사 화환 문고 (白泉社, 1997. 10)
恐怖の男たち ― Les affres (3) 백천사 화환 문고 (白泉社, 1997. 10)
禽獸の系譜 (白泉社, 1992. 12) 금수의 계보 (예약 - 9,000원, 현매 - 10,000원) - NG19 번역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현대 / 일본
커플 : 쿠로하시 유우지(37-->40, 조폭공), 토쿠사 레쯔(17-->27, 연약수)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북일본 일대를 지배하는 토쿠사조의 모든 것이 열일곱 살이 되는 레쯔의 어깨에 덮친다. 상속을 둘러싸고 조에서는 내부 항쟁이 일어나 간부의 대부분이 광기에 휩싸인다. 중압감에 짓눌리는 레쯔가 의지하는 사람은 수수께끼에 싸인 젊은 두목 쿠로사와 유우지. 그런데 쿠로사와가 잡혀 들어가는 동시에 레쯔에게 조직원의 비열한 욕망의 손이 뻗친다. 어쩔 수 없이 유린되는 레쯔 앞에 쿠로사와가 다시 나타난다 -.
폐쇄된 특수한 세계에 사는 남자들. 돈을 굴리고 사람을 조종하며 보다 큰 것을 위해 죽어간다. 그들을 "극도"라고 부른다….
review:
사랑은 조금 나오고 액션과 스토리, 플롯이 많이 등장하는 정통 하드보일드입니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사나이가 있는가 하면 잔인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당도 있습니다. 사건을 결정적으로 반전시키는 정신병자도 등장합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은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특이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데미지는 있지만 한번쯤 읽어봄직 합니다.
PS:《쿠로하와 모즈메》를 먼저 읽어서인지 《금수의 계보》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캐릭터에 괴리감을 느꼈습니다. 트로이의 목마 안에 숨어드는 쿠로하라든지 손가락을 자르는 모즈메가 영 어색합니다.
《쿠로하와 모즈에》의 쿠로하라면 목마 안에 숨는 짓은 비겁하다고 할 것이며, 누가 모즈메에게 손가락을 자르라면 특유의 요염한 눈매로 쳐다보며 냉정한 목소리로 “내가 미쳤냐? 손가락을 자르게” 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禽獸の系譜 (上) 화환 노벨즈 (白泉社, 1997. 5) 금수의 계보 상
북일본을 지배하는 토구사조. 조장의 외아들이지만 폭력을 싫어하는 고독한 열일곱의 소년, 토쿠사 레쯔는 조의 젊은 두목으로 그 협기를 존경받는 쿠로하시를 동경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과 계모의 확집, 조직원의 은밀한 욕망, 혈족끼리의 항쟁이 얽혀 돈과 권력을 둘러싼 남자들의 세계로 레쯔를 말려들게 한다….
禽獸の系譜 (下) 화환 노벨즈 (白泉社, 1997. 5) 금수의 계보 하
그 「시부야 항쟁」으로부터 2년이 지났다. 스무 살이 된 토쿠사 레쯔는 대학에 다니면서 친구도 얻는다. 쿠로하시는 2인자인 청룡회의 두목 모즈메 나츠히코를 오른 팔로 삼아, 광역 폭력단 천당회의 거액을 운용하며 많은 사람의 절대적인 신봉을 받고 있었다. 깊게 연결된 레쯔와 쿠로하시지만 쿠로하시에게 편집적인 생각을 안는 아카기와 레쯔를 단념하지 않는 히라야마가 나타나 레쯔는 한층 더 「극도」의 세계에 끌려들어간다….
黑羽と鵙目 화환 노벨즈 (白泉社, 1996. 8) 쿠로하와 모즈메 1 (2000. 10. 28(초판), 예약 - 8,000원, 현매 - 9,000원) - 심포닉 H 번역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현대/요코하마
커플 : 쿠로하 나리아키라(黑羽齊彬, 18-->34, 조폭두목, 강공), 모즈메 타카유키(鵙目隆之, 17-->33, 바텐더, 냉정수)
모즈메 타카유키는 텐구회의 젊은 회원과 함께 있을 때 기습을 받고 맨션으로 끌려간다. 대립하는 잇신렌고가 벌인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쿠로하파의 조장 쿠로하 나리아키라가 꾸민 일. 좁은 맨션에서 반복되는 굴욕적인 행위는 모즈메에게 16년 전의 텐잔 소년원의 날들을 생각나게 한다. 반발하면서도 쿠로하의 매력에 매료되어 가는 모즈메.
쿠로하와 모즈메
더럽혀진 사랑
사랑의 오만
review:
침착하고 냉정한 모즈메. 갑작스러운 습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듯 했지만 상대가 좋지 않았습니다. 모즈메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쿠로하에게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 16년만의 만남이지만 어제와 같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두 사람의 과거.
겉으로는 냉랭해 보이지만 마음 깊은 곳에 약한 사람에 대한 동정과 공감을 품고 있는 모즈메와 그런 모즈메를 양심으로 생각하는 쿠로하. 뒤통수를 치는 유머와 심금을 울리는 사색이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 삽화도 멋지고 캐릭터도 마음에 듭니다. 그러나 오류가 있습니다.
상황 1.
화풀이를 하듯이 툴툴거리며 무를 깎고 있는 모즈메의 등뒤로 쿠로하는 타월 한 장으로 두른 사타구니를 갖다 대었다.
「…하지마」
조용한 목소리로 모즈메가 위협했다. (140 p.)
--> 방금 목욕을 마친 쿠로하는 타월 한 장만을 걸치고 있습니다.
상황 2.
「…부딪혔나?」
「부딪혔나가 아니야… 아야야…. 타카유키, 손 좀 빌려줘…」
다다미방에 앉히려고 하자 「바지에 주름이 간다고…」라고 말하다가 모즈메에게 야단을 맞았다.
「바보야, 옷이야 구겨지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141 p.)
--> 이때 하토코가 들이닥치고 쿠로하는 하토코가 가져온 수박에 다리를 부딪쳐 다다미방에 앉는데, 바지에 주름이 간다고 말합니다.
상황 3.
「시끄럽게 떠들어대지마! 나리아키라, 밥이 먹고 싶으면 당장 옷을 걸치고 와! 너도 마찬가지야, 하토코. 부엌에서 밥 차리는 거 도와!」
「네엡!」하고 대꾸한 하토코가 일어나자, 쿠로하도 「네엡!」하고 그 목소리를 흉내내고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 (145 p.)
--> 상황 1. 타월만 걸치고 있었다. 상황 2. 바지에 주름이 간다고 걱정한다. 상황 3. 밥을 먹기 위해 옷을 입으러 간다.
연속해서 이어지는 장면인데 쿠로하가 옷을 입었는지 벗었는지 아리송합니다. 문맥상 타월만 걸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니 상황 2가 오류입니다.
PS: 하나이라츠 후지코의 작품에는 웃기는 대사나 장면이 종종 등장합니다.
모즈메는 침대 다리 쪽에 걸쳐둔 밝은 색 캐시미어 코트를 가리켰다.
「거기 코트 안에 성냥이나 라이터 없나 한번 찾아봐 줄래?」
인형처럼 고개를 돌려 마에다는 그쪽을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벽에서 떨어져 코트를 손에 들었다. 처음 손에 잡힌 물건을 꺼내 눈앞으로 들어올렸다. 그것은 반으로 접어 고무줄로 동여맨 만엔 지폐 다발이었다. 백만 엔은 가볍게 넘을 것 같았다.
모즈메는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돈다발을 바라보았다.
「이래서 깡패는 싫다니까…… 다른 주머니에는 없어?」
돈다발을 다시 넣고 마에다는 다른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손에 잡힌 물건을 꺼내었다. 이번에는 마권 다발이었다.
힘없이 한숨을 내쉬고 모즈메는 포기했다.
「그만 됐어」
- 222 p. -
주머니에 고무줄로 동여맨 돈다발과 마권 다발을 넣고 다니는 사람. 발췌 부분이라 감이 떨어질 수 있는데, 참으로 쿠로하다운 것들입니다.
黑羽と鵙目 2 화환 노벨즈 (白泉社, 1998. 7) 쿠로하와 모즈메 2 (2001. 1. 28(초판), 예약 - 9,000원, 현매 - 10,000원) - 심포닉 H 번역
모즈메 타카유키가 가장 사랑하는 누나가 마에다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 모즈메와 마에다의 관계를 의심하는 쿠로하파의 조장 쿠로하 나리아키라와는 기묘한 삼각관계에…!? 그리고 모즈메를 존경하는 낙오 소년 마사루와 하토코도 말려들어 쿠로하와 모즈메의 관계는 한층 더 요염하고 위험하게 전개되는데…
은밀한 즐거움
섬세한 남자들
사랑은 속박한다
홀로 걸었던 여름
review:
전편의 스토리를 좀더 발전시켰습니다. 막무가내 쿠로하. 냉정하고 침착한 모즈메. 둘 사이에 끼어든 마에다. 자아가 약한 마에다는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분란만 일으킵니다. 결국 모즈메까지 위험하게 만들고 두 사람은 도망을 칩니다. 사람을 다루는데 도가 튼 쿠로하는 아무도 모르게 도청기까지 달아놓고 모즈메를 뒤쫓습니다. 작품의 마지막에 실린 고등학교 시절의 모습에서 장래에 펼쳐질 두 사람의 관계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PS:
「타카, 뭐 하는 거…」
모즈메는 손을 저어 하토코의 입을 다물게 하더니 드라이버 끝으로 수화기 부분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탁자 위에 달그락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진 검은 부품을 세 사람의 눈동자가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제 말해도 돼?」
「아직 안돼」
나지막한 목소리로 모즈메는 그렇게 말하고 손가락으로 그 부품을 집어들더니 안쪽 자리에 앉아있던 젊은 커플이 계산대를 향하며 그들의 탁자 옆을 지나갈 때 여성의 숄더백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 부품을 집어넣었다.
「타카…」
눈을 휘둥그렇게 뜨는 하토코에게 「이제 말하고 싶은 대로 다 해」하고 허가를 내리고는 카운터로 고개를 돌렸다.
「돼지고기 볶음밥 하나」
「뭐야뭐야? 도대체 지금 그거 뭐야?」
핸드폰 뚜껑을 다시 닫는 모즈메가 입가를 조금 일그러트렸다.
「도청기야」
「도청기?」
마에다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방금 들은 단어를 다시 말했다.
「쿠로하 놈 짓이야」
모즈메는 씁쓸한 목소리로 내뱉듯이 말했다.
「그 자식 특기야」- 209-210 p. -
애인의 핸드폰에 도청기를 붙이는 사람이나 쉽게 찾아내는 사람이나 보통이 아닙니다. 도청기 같은 물건은 이성애 로맨스에서는 보기 어렵습니다. 밀리터리 로맨스(군인이나 군 관련 사건이 등장하는 로맨스)에서 주인공이 임무를 수행할 때 몇 번 나오지만 일상생활에서 도청기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게이 로맨스에는 가끔 나옵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카즈토!”
유타카가 쓰러지는 카즈토의 몸을 급히 부축했다. 의식을 잃은 카즈토를 또다른 리무진에 실은 유타카는 타카하시가 창고 한 구석에서 가방을 하나 찾아들고 나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그것입니까.”
“아아.”
타카하시는 유타카의 뒤를 이어 차에 오른 후 가방을 열었다. 더럽혀진 미즈노의 가방 안에 무사히 들어있는 휴대폰을 보고 타카하시는 미소지었다.
“역시 성능이 좋군. 애써 만든 보람이 있어.”
자신의 스티커 사진을 보고 피식 웃었던 타카하시가 휴대폰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 특별히 제작된 소형 발신기다. 이걸로 타카하시는 미즈노의 소재를 언제든 알 수 있었다. 미즈노가 평소 생활반경을 벗어나면 언제든 경보가 울리게끔. 그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즈노를 보호한다는 구실이 되기도 했지만 역으로 그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어떻게 형님께서는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예상하셨던 겁니까? 아리사토군에게 발신기를 장착할 생각을 하시다니……”
의아한 얼굴로 물은 유타카에게 타카하시가 대답했다.
“야쿠자로서 살아남기 위해 감이 발달했을 뿐이야.”
- 《사랑한다고 말해 줘》/ 지그. 307-308 p. -
--> 이번에는 도청기가 아니라 발신기입니다. 야쿠자로서 살아남기 위해 감이 발달했다는 타카하시의 말대로 언제나 등 뒤를 조심해야 하는 사람은 주의력도 남다른 법입니다.
“무리 중 몇몇의 머리에 전파발신기를 동여매 두었다. 손바닥에 올릴 수 있을 정도의 크기에 무게는 180그램. 태양광선으로 충전 가능한 니켈 카드뮴 전지를 사용하고 있다. 전파는, NASA와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관측위성 아르고스에 의해 중계되지. 대략 1시간마다, 위성이 상공을 지나칠 때 발신기로부터 전파가 나오도록 프로그램 되어있다. 고유의 인식코드와 함께 주변 온도나 발신기의 본체가 움직이고 있는가 정지해있는가 하는 데이터도 같이 보내지지.”
필립이 하품을 했다.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순록이 하루에 몇 번 섹스를 하는 지도 알려져 버린단 소리잖아.”
“이전까지는, 비행기나 자동차에 수신기를 달고 쫓아갔던 모양이더군. 하지만, 대륙을 횡단했다가 바다를 건넜다 하는 새들에게는 사용하지 못하지. 인공위성이라면 북극이나 남극의 동물이라 해도 자리에 앉은 채로 추적을 할 수 있다.”
“하항?”
필립은 코코넛 파이를 베어 물었다.
“혹은 의지에 상관없이 움직여지는 성인 남자라 하더라도. …어이, 크림이 묻었어.”
허둥지둥 필립은 턱을 삐죽 내밀어 떨어지기 직전의 크림을 핥아 올렸다.
“젠장, 사람 애간장이나 태우고! 뒤쫓아 가지 못하겠다고 아까 전에 말했잖아!”
“기지에서 기지로, 그대로 군용기기로 옮겨져 버렸다면 무슨 짓을 하려 해도 헛수고다. 움직이는 걸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거기에 데이터 전송에는 한 시간의 시차가 존재해. 그 타임 로스의 몫을 만회할 수 있다면 얼마만의 가능성이 나오지 않는 것도 아니지.”
“발신기가 발견되었을지도 모르잖아.”
일라이저는 집게손가락을 들어올려 이마 정 가운데에 두었다.
“여기다.”
“어느 사이에 설치했는데?”
“런던에서 돌을 다시 박을 무렵. 10그램도 안 되는 최소 사이즈의 녀석을.”
“기막힌 이야기구려. 그렇게나 오래 전부터라니. 지독하게도 용의주도하시구만.”
“녀석은 인기인이니까.”
- 《공포의 남자들》2권 / 하나이라츠 후지코. 156-157 p. -
--> 이번에는 한 술 더 떠 몸에다 박아버렸습니다. 하나이라츠 후지코는 소유욕을 가진 주인공을 자주 등장시키는데 이들은 철저하고 계산된 행동을 합니다.
“꼬마- 무사하냐-!?”
귀에 들어온 익숙한 목소리에 하루카는 겨우 시선을 들었다.
“………카이즈카…상……”
죄송합니다.
약속을 어기고 외출해버려서.
그렇게나 걱정해 주셨는데, 그 마음을 헛되이 해 버려서……
말도 없이 올려다보는 하루카에게 카이즈카는 쿠헤헤헤 하고 호쾌하게 웃었다.
그리고 말한 것이다.
“역시. 발신기를 붙여둔 게 정답이었어!”
휘익하고 손을 뻗어 하루카가 두르고 있는 머플러를 집었다.
모자 쪽은 어느사이엔가 벗겨버린 듯 했지만, 머플러는 뱃지로 고정시켜두었던 탓에 풀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 뱃지를 손에 들고 카이즈카는 득의만만하게 이야기했다.
“자 보라고. 이거 알아채지 못했겠지, 꼬마? 내 작전 승리라구-.”
- 《A steward & his master, lover 2》/ 요시다 타마키. 156-157 p. -
“나 학교까지 태워 줘. 위치추적 해보면 알잖아. 집 근처야.”
퉁명스러운 것은 아닌데 뭔가…친구와 말하고 있는 것 같은 재호였다.
강욱은 고래를 갸웃거리며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게 설명하면 더 헤깔려(--> 헷갈려). 골목 안쪽인데 큰길까지만 나가 있을게. 아니 상운이 삼촌 집 근처야. 응. 아니야. 전에 아버지 기암하고 나서는 추적기를 항상 켜놓고 다녀. 또 놀라게 했다가는 아버지 쓰러질꺼라고 협박한 게 누군데!”
추적기는 뭘까… 강욱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재호는 작게 웃으며 핸드폰을 가리켰다.
“아니. 친구도 같이 있어. 이 녀석이 오늘 좀 늦게 나오는 바람에 늦어진 거야. 그런데 아빠 자꾸 잔소리하면 나 지각하는데? 응 만나서 이야기해. 그럼 나 이동한다. 큰길까지만 갈게. 응…”
핸드폰을 다시 가방 안의 깊숙한 곳으로 집어넣으며 재호가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강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그냥 핸드폰이 아니야. 한번도 본적이 없는 모델이지? 아빠가 워낙에 부자라서 아버진 내가 납치 같은 걸 당할까봐 항상 걱정하시거든. 어렸을 때 가출 한번하고는 바로 개목걸이 찬 거지…”
- 《월산 : 인연》/ 피모. 158-159 p.
--> 도청기, 위치 추적기, 발신기는 보통 신변에 위험이 따를 때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아무 위험이 없어도 단순히 감시하기 위해 도청기를 설치하는 쿠로하는 어떤 사람일까요?
黑羽と鵙目 3 화환 노벨즈 (白泉社, 1999. 6) 쿠로하와 모즈메 3 (2001. 1. 28(초판), 예약 - 8,000원, 현매 - 9,000원) - 심포닉 H 번역
경찰서장인 하토코의 아버지가 부하인 오가를 사주해 모즈메를 폭행한다. 그러나 오가 또한 말 못할 사연을 갖고 있다. 권위적인 아버지에게 눌려 살아온 하토코와 무관심한 어머니에게 상처받은 마사루에게 부모의 감정을 느끼는 모즈메. 한편 모즈메와 가까이 있고 싶다는 이유로 마에다는 모즈메의 누나에게 청혼하고 누나는 받아들이는데…….
영혼의 모독 1
영혼의 모독 2
영혼의 모독 3
등장인물 소개
후기
review:
전작들의 스피디한 전개에서 한숨 돌리는 분위기로 주인공들보다 주변인물을 부각했습니다. 로맨스 긍정적인 기능을 강조한 작품으로 상처받은 두 청소년은 모즈메를 만나 작은 안식을 얻습니다.
모즈메는 무릎에 엎드린 마사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가슴에 엉겨 붙는 하토코의 등을 나머지 한손으로 안아주었다.
완전히 손을 놓고 엉엉 울어대는 두 사람을 아무 말 없이 손으로 달래주면서, 암담한 마음이 가슴을 밀고 올라왔다. 그리고 동시에 이렇게 소중한 소년소녀를 너무나도 간단하게 상처 입히는 어른들에게 격렬한 분노를 느꼈다.
설사 부모라 하더라도, 자기 아이들의 존엄성을 함부로 더럽힐 권리는 없다.
그래, 이건 나야- 하고 모즈메는 동감하였다.
이 자리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은 나다. (179 p.)
- 중략 -
「얘들아-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고 모즈메가 말했다. 「- 자식에게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부모도 있는 법이야」
바람이 그들의 귓가에서 소리를 내며 스쳐지나갔다.
곧 빗방울도 떨어질 것이다.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듯이, 여러 종류의 부모가 있어. 아무리 나쁜 부모라도 자식에게 부모는 부모인 법이고, 어떤 부모 밑에 태어날지는 사람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사랑받지 못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어른이 되는 수밖에 없어」
바닷바람을 피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인생은 살아있으면 장땡이야. 게다가 너희는 혼자가 아니잖아. 주위를 돌아보면 누군가가 옆에 붙어 있고. 나도 있고, 마사루는 형도 있고, 우리 누나나 시즈카도 있어. 외로울 때면 우리들에게 응석을 부리면 된다고. 힘든 일이 닥치면 우리들 중의 누군가가 너희들의 힘이 되어줄 거야. 집도 말이야. 내 집을 너희들 집처럼 생각하면 되잖아.」(187-188 p.)
문제아만 전문으로 상담하는 베테랑 카운슬러의 충고처럼 보이는 이 말이 소년원 출신에 깡패 두목을 애인으로 갖고 있는 바텐더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작가의 필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는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을 당연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黑羽と鵙目 4 화환 노벨즈 (白泉社, 2000. 12) 쿠로하와 모즈메 4 (2001. 7. 15(초판), 예약 - 8,000원, 현매 - 9,000원) - 심포닉 H 번역
갑자기 생긴 3일간의 휴가. 하지만 모즈메는 쿠로하의 운전으로 신슈 여행에 억지로 끌려간다. 쿠로하의 계획은〈돌체 비타〉라고 하는 이름의 호텔에서 마음껏 사랑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도중에 길을 잃어 버려 어쩔 수 없이 오래된 숙소에 머무른다. 그런데 다음날 근처에서 자고 있었음이 분명한 쿠로하의 모습이 사라지고 대신 아이가!? 게다가 태도는 쿠로하 그 자체인데…!?
연인의 형태
풀하우스
휴가
겨울날
인물소개
review:
꾸준한 마에다의 어택에 반 포기상태가 된 모즈메, 나불거리는 하토코의 장난으로 오가의 연인으로 변신한 모즈메, 여우에게 홀린 휴가기간, 깡패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츠요시가 모즈메의 도움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4권은 기둥 줄거리에서 벗어난 소품들입니다.
그 유명한 진주이야기 입니다. 이야기 자체의 화제성보다 하나의 사건을 놓고 취하는 등장인물의 여러 행동에서 그들의 성격을 예측하면 재미있는 특성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임마… 너 뭐 하는 거야!」
「다리 잡아」
그렇게 말하고 쿠로하는 푸른빛이 도는 작은 빌로드 상자를 모즈메의 눈에도 보이도록 살짝 기울였다.
「긴자의 일류 가게에서 파는 가장 비싼 놈이야」
이해를 못하고 그저 눈만 크게 뜨고 있는 모즈메의 머리 위에서 뚜껑을 젖혀 진주를 손가락으로 빼내들었다.
「깡패다운 몸으로 만들어주지」
- 중략 -
「깡패는 네놈이잖아. 나리아키라! 너나 처넣으란 말야!」
「내가 넣으면 괴로운 건 너 아니냐? 타카유키」
- 1권 150-151 p. -
진주를 박는 것이 깡패다운 지는 모르겠으나 진주를 박은 또 다른 깡패가 있습니다.
“저기 말이야……”
“응.”
“…… 너 말이야……”
“응?”
그렇다고 싸가지 없게 말하는 저 반말이나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살벌하기 그지없는 화법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행동이 입안의 혀처럼 변했을 뿐.
“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게지?”
“……”
“재호?”
“너 다마 빼라!”
그 구슬이 다른 곳에 있는 구슬이었다면 넘의 속사정 상관하고 싶지도 않았고 상관해서도 안 되는 문제이지만 그 구슬로 시달려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 《청홍사》2권 / 피모. 98 p. -
「동성한테 인기가 있으면 또 어때? 그래서 나를 거부하는 거라면 그건 문제가 다르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그건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그 사정이 뭔데?」
시즈카의 추궁에 난감해진 모즈메는 입을 다물었다.
「왜 그러는데?」
언짢은 표정으로 모즈메는 미간을 찌푸리며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즈카…… 진주 넣은 거 싫어?」
- 1권 150 p. -
어지간한 사건이 눈앞에 벌어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 같은 모즈메. 그러나 의외로 예민한 신경을 갖고 있습니다.
「모조리 다 알고 싶어. 왜 진주를 넣었는지도 알고 싶고」
「어머니 유품이야」
하고 모즈메는 대답했다.
「거기 넣으면 잃어버리고 싶어도 잃어버릴 수 없잖아?」
「흠, 그렇군」
「임마, 납득하지마」
「어?」
「농담이야」
「그렇구나, 농담이구나」
「…대체 우리 뭐하는 거라냐?」
- 4권 59 p.-
되는 대로 지껄여도 곧이곧대로 믿는 마에다에게 모즈메는 반 포기하고 맙니다.
黑羽と鵙目 5 화환 노벨즈 (白泉社, 2004. 1) 쿠로하와 모즈메 5 (2004. 8. 29(초판), 예약 - 10,000원) - 심포닉 H 번역
신주쿠 경찰서의 형사 오가의 애인의 노릇을 하게 된 모즈메는 하토코의 어드바이스를 받고 살풍경한 오가의 아파트를 재배치하고 식사를 만드는 등 애인역할을 능숙하게 해내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모즈메의 부탁으로 이케부쿠로에 가게 된 안도 마사루의 형이 그 근처를 배회하던 야쿠자에게 납치 감금되고 그것이 쿠로하의 귀에 들려오는데…
하트의 킹
카우보이
비스트 & 비스트
review:
좀더 길게 늘이던가 아니면 앞에서 잘라야 했는데 이야기가 중간에 끊겼습니다. 전작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데 주제 없이 표류하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코믹한 대화와 엉뚱한 상황은 여전합니다.
「시즈카」
「싫어라, 아까부터, 뭐야.」
후후 웃고서, 『레이디 인 더 레이크』의 아름다운 여주인이 단정한 바텐더를 바라봤다.
「진주 - 그거, 빼라고 하면 당장 뺄게.」
눈을 동그랗게 뜬 얼굴이, 금세 웃음으로 무너졌다.
「별로 상관없어.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별로 나쁘지도 않으니까.」
- 30 p. -
아직도 진주에 연연하는 모즈메입니다.
寂しい金魚 화환 노벨즈 (白泉社, 2004. 7) 외로운 금붕어 (2004. 8. 29(초판), 예약 - 7,000원, 현매 - 8,000원) - 지니하트 번역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현대/일본
커플 : 신도 쿠로(30대, 조폭두목, 복수공), 야히로 타다시(27, 여고교사, 무기력수)
매일을 무위로 보내는 여고 교사 야히로는 제자인 사야에게 속아 큰 병원의 원장인 사야의 부친을 공갈한 죄를 덮어쓴다. 야쿠자 간부 신도의 모종의 계획을 위해 조직의 매춘부들과 동거하게 된 야히로는….
review:
"만약 이대로 시바자키가 죽는다면 당신도 경계 너머로 가버릴지도 몰라. 신도, 당신은 괴물이 되지 말아줘."
"난 야쿠자야. 원래 경계고 뭐고 없어."
신도가 큰소리쳤다.
"아니."
필사적으로 말하며 야히로가 고개를 저었다.
“난 전에 당신에게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살고 싶었어. 살아서 제대로 된 어머니와 제대로 된 생활과 제대로 된 애정을 가지고 싶었어. 사실은 살고 싶었다고. 그러니 당신의 거짓말은 네겐(--> 내겐) 통하지 않아. 당신은 내 부탁을 들어주고 테레사를 구해줬어. 보내기 싫어. 경계 너머로. 괴물의 세계로.”
후지모토가 눈썹을 찌푸렸다.
“이 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신도가 조용히 웃었다.
“버릇이 없어 그래.”- 236 p. -
창녀의 아들로 태어나 방치된 채 자란 야히로. 어머니를 증오하는 야히로가 냉혹 무정한 조폭 신도를 만나고 신도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신도를 변화시키는 성장물입니다. 초반의 당혹감을 넘길 수 있다면 마지막의 우아한 화해가 마음에 드실 겁니다. 평균작.
PS: 이 작품은 《금수의 계보》를 시리어스하게 패러디했다는 점에서 코믹 버전인 《쿠로하와 모즈메》와 한 줄에 설 수 있고, 아동학대를 다룬 점에서는 《カンナギ樣式 (칸나기 양식 - 미번역)》과 맥을 같이합니다. 아동학대를 다룬 국내 작품으로 피모의 《18》이 있습니다.
セントエルモスファイア Be boy novels (ビブロス, 1998. 12) 세인트 엘모스 파이어(2003. 6(초판) - 9,000원) - 심포닉 H 번역
작품유형 : 범죄물
시대/장소 : 현대/일본
커플 : 후도우 타케루(不動健, 26, 금속공예가, 은근공), 카와무라 카즈히코(河村和彦, 26, 번역가, 무심수)
친구 후도우와의 관계는 「집」에 사로 잡혀 사는 카와무라에게 있어서 여동생에게 품고 있는 연정과 함께 잠시 동안의 평온함이었다. 그러나 우정과 연애 사이에 있던 그 관계에 전환기가 찾아온다. 어느 큰 비밀을 공유하게 되어 버린 두 사람은 -.
review:
지나간 영화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카와무라. 엄청난 빚과 오욕으로 얼룩진 태생인 그에게 대학에서 만난 후도우는 유일한 안식처입니다. 그러나 후도우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현실에 짓눌려 미래를 저당 잡힌 주인공의 엉뚱한 결심에 과감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후도우의 행동이 인상적입니다.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오랜 세월 은근한 정열을 불태우며 음으로 양으로 카와무라를 도운 후도우도, 자존심만 남은 할머니에게 몰락한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한다는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카와무라도 아닙니다. 석양빛에 반사되어 타오르는 불꽃으로 주변에 길을 밝혀주는 오래된 저택이 주인공입니다.
夏に触れろ (白夜書房, 1994. 7) 여름을 느껴봐 (2003. 11(초판) - 9,000원) - 심포닉 H 번역
작품유형 : 학원물
시대/장소 : 현대/일본
《여름을 느껴봐》 커플 : 야히로 이사무(15-->21, 대학생, 냉정공), 사와무라 세이지(15-->21, 축구선수, 침착수)
《꽃그늘》커플 : 카이(고3, 유혹공), 고토우(고3, 모범생수)
여름을 느껴봐 : 청춘은 그 여름의 날을 닮지 않은가. 중학생 시절 축구부에서 활약한 야히로는 고등학교에서 수영부에 들어갔다. 여름은 여러 가지 추억을 가져온다.
꽃그늘(花蔭) : 교내에서 경원시되고 있는 카이에게 이상한 끌림을 느끼는 고토우. 그런 고토우를 유혹하는 카이.
여름을 느껴봐
꽃그늘
해변의 집
review:
《위험한 방과후》시리즈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학원물입니다. 나른하고 태평하지만 언제 튀어 오를지 모르는 충동을 품고 있는 학창시절을 묘사했습니다. 기승전결 분명한 장편보다 상상의 여지가 남는 단편으로 마무리한 것이 마음에 듭니다.
海邊の家 (白夜書房, 1994. 7) 해변의 집(10,000원) - cherry shake 번역
작품유형 : 회상물
시대/장소 : 현대/일본
커플 : 마에다 요이치(30, 공), 코바야시 코지(28, 자존심수)
14살에 고아가 된 요이치는 삼촌의 집으로 가면서 소꿉친구였던 코지와 헤어진다.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젊은 열정을 불태우나 요이치가 대학을 졸업하면서 연락이 끊긴다.
review :
cherry shake 2호지 《Memory》에 실린 단편입니다. 자존심과 돈이 얽혀 사이가 벌어진 두 남자가 오해를 풀고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을 담담한 필치로 그리고 있습니다. 단편이라 깊은 인상은 남기지 못하지만 보통 수준은 됩니다.
PS: 타로라는 이름을 가진 개가 화자(話者)입니다.
Memory (10,000원) - cherry shake 번역
1편 《Pleasure》하나이라츠 후지코
2편 《가면 무도회》요루노 하세오
3편 《해변의 집》하나이라츠 후지코
4편 《최고의 보물》츄우죠 아키라
5편 《가슴속의 야수》히자키 이사무
廢園の番人 백천사 화환 문고 (白泉社, 1993. 4) 황폐한 정원의 파수꾼(2003. 7. 27(초판) 예약 - 7,000원, 현매 - 8,000원) - 지니하트 번역
작품유형 : 양성구유
시대/장소 : 현대/영국
커플 : 이안 리버스(27, SAS대원, 자상공), 세실 스트레튼(26, 기업후계자, 강박수)
과거의 비밀을 가지는 세실 스트레튼은 영국 최고 기업의 후계자. 최근 누군가에게 협박받고 있는 세실은 스물여섯 살 생일 파티에서 어릴 적 매년 여름을 모두 보낸 이안 리버스와 재회한다. 세실이 숨겨왔던 과거를 아는 이안을 보고 14년 전의 울적한 여름날을 생각해 내는 세실. 그러나 씩씩한 군인으로 성장한 이안에게 아버지는 세실의 신변 경호를 의뢰하는데…….
review:
어색한 상황을 재치 있는 유머로 바꾸는 반전이 뛰어난 작품입니다. 남/녀간 사랑이 아닌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설정도 좋고 등장인물의 개성도 돋보입니다. 그러나 클라이맥스를 뻔한 갈등으로 몰고 간 것은 단점입니다.
요리를 입에 머금은 세실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이 됐다.
“…옛날, 제 몸은 중립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디로 보나 남자죠. 실제로도 육체적으로는 완벽한 남성이고, 스스로도 자신은 남자라는 인식밖에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옛날의 난 이미 없다고 말할 때마다 그건 거짓말이라고 마음속으로 대답했죠. 다시 태어난 거라고 아버지는 말하지만, 전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걸 제 자신은 분명하게 잘 알고 있습니다. 외모는 변할 수 없는 하나의 성이지만, 마음에는 또 다른 공간이 있어서…거긴 먼 옛날에 버림받은 장소로, 황폐해진 채 모두에게 잊혀진 정원 같은 곳이죠. 하지만 내 일부는 계속 그곳이(--> 그곳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일부니까요. 그 황폐해진 정원도 내 자신이니까. 사람들은 돌보지 않고 내버렸지만, 전 떠나갈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 --- 제게 마음의 균형이란 것은 그 장소를 가슴 깊이 묻어둔 채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코 잊은 게 아니라…결코 잊을 수 없는…” - 152 p. -
작가의 인간에 대한 연민이 묻어나는 작품의 테마이자, 제목의 기원이 되는 문장입니다. 작가의 인간에 대한(정확히는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연민과 동정은 《비비안》에도 나타납니다. 남/녀 두 성(性)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여러 번 종용당하지만 비비안은 한사코 그대로 있겠다고 말합니다. 어느 쪽도 아닌 이 몸이 바로 자신이라고.
작풍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이라츠 후지코의 작품은 다음의 세 장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조폭물 - 《금수의 계보》, 《외로운 금붕어》, 《쿠로하와 모즈메》
판타지 또는 이형물(異形物) - 《12(트웰브)》, 《공포의 남자들》, 《비비안》, 《황폐한 정원의 파수꾼》
학원물 - 《꽃그늘》, 《위험한 방과후》, 《세인트 엘모스 파이어》, 《해변의 집》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세 장르에서 유사한 특징을 골고루 발견했습니다.
1. 공통의 적
여기에서 말하는 적이란 사람은 물론이고 고리타분한 관념, 통제되지 않는 열정, 끝없는 증오, 무한한 탐욕, 잔인한 폭력, 양립할 수 없는 신념, 해결하지 못한 복수를 말합니다. 등장인물에게 맞서 싸울 궁극의 적이 있다면 작품은 어떤 방향으로 나갈까요?
「미노루는 여기에 있어」
「마시타상, 당신이 그러니까, 미노루군은 십 사년이 지나도 아직도 편안히 잠들지 못하는 겁니다. 자기 아이가 귀엽다면, 편안히 잠들라고 기원해주면 돼. 당신이 그렇게, 죽은 자가 살아돌아오기를 믿는 한 자식의 혼은 언제까지 공허하게 세상을 떠도는 거야. 어디로 돌아갈 곳도 없이. 당신의 자식은 죽었어. 잘 봐요. 살도 없어, 눈동자도 없어. 남아있는 것은 버석버석 하면서 허무를 노래하는 뼈 뿐이야.」
하나무라의 지팡이가 유리 어항을 난폭하게 찔렀다.
탁한 비명이 주변을 찢었다.
주사기를 떨어뜨리고 하나무라에게 달려드는 여자의 손에는, 어느 틈엔가 살을 자르는 식칼이 굳게 쥐여져 있었다.
- 《12- twelve》 91-92 p. -
"우리 민족은 이미 끝이다. 블슈 족은 인종적 종말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종언(終焉)은 이미 가까이 와있다. 내가 한 일은, 전혀 쓸모가 없는 일이었다는 소리다. 왕과 샤린을 죽게 만들 필요는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주변은 이미 완전히 날이 저물어 있었다. 암흑에 익숙해있던 눈이, 약한 야광으로 일라이저의 총구를 분간시켜주고 있다.
불쑥 애쉬가 말했다.
“두 사람과, 그리고 옌호우, 다.”
-- 《공포의 남자들 2》11 p.
반대편 보도에서, 이 광경을 레쯔는 보고 있었다. 차가 한적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자, 남자에 벤츠에서 좇겨나는 중이었다. 내던져 진 남자는 앞의 웅덩이에 고꾸라지더니, 그 다음에 종종 걸음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수분 후, 파우더 그레이의 벤츠가 폭발해 불타 올랐다.
- 《금수의 계보》189 p. -
“저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탄사 전장군은 비비안을 돌아 봤다.
“저와 교대하듯 당신께서 오키스에 돌아가시고 빠르게 지나간 이 몇 달, 당신이 다시 오키스를 떠나 저의 손아귀에 들어오기를 무엇보다 기다리고 있었지요. 두 분 모두, 부디 이쪽으로.”
말투는 정중했지만 사실 지시는 자동소총으로 행해졌다. 일행 한명이 철제계단의 난간을 잡고 그 계단 밑의 얇은 기둥에 수갑의 한쪽을 돌려 그대로 크로스의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
- 《비비안》209 p. -
"어서오세요, 아가씨.“
발길을 멈추고 나루시마는 교복 차림의 미오코를 물끄러미 훑어보았다.
카와무라는 불쾌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남자가 미오코의 귀가시간을 노리고 찾아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점점 아름다워지는군요.”라고 감탄하며 나루시마는 미소지었다.
“요 몇 년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여자다워졌어요. 요즘 여자아이들의 발육은 굉장하군요.”
“휙 등을 돌리고 미오코는 모습을 감췄다.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귀엽네요.”
싱글거리며 그쪽을 바라보는 남자를 무시하고, 카와무라는 무표정하게 현관문을 열고, 얼른 돌아가라는 듯이 차갑게 작별인사를 했다.
- 《세인트 엘모스 파이어》55 p. -
가정부인 오노 테루코에게 부탁해 얼음 베개를 준비한 그는 수건 이불을 젖히고 여동생의 다리 사이에 대주었다.
열은 밤이 되어도 좀처럼 내려가지 않아 아버지는 친하게 지내던 의사를 불러 여동생을 진찰하게 했다.
재학 부속 병원의 의사였던 시바자키 요시오는 그 뒤 갑자기 주머니 사정이 좋아진 듯 근무하던 병원을 재빨리 그만두고 자신의 클리닉을 지었다. 그 뒤 여동생은 그 클리닉에 다니게 되었다.
수면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어머니는 아침까지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아버지는 보다 빈번하게 여동생 방을 찾았다.
- 《외로운 금붕어》207-208 p. -
「아버지가 음악가셔?」
「피아니스트. 지금은 저쪽 음악학교에 교사로 계셔. 작년에 엄마와 이혼했어. 마지막으로 날 보고 쳐보라고 했는데 그런데…, 필요 없다고. 필요 없다고 날 두고 갔어.」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공의 움직임을 쫓으며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젓가락도 못 쥘 때부터 가르친 주제에 계속 치도록 시킨 주제에. 여기까지 와서 갑자기 앞으로 별로 빛을 못 보겠다며 간단히 휙! 버렸어.」
- 《천사는 라이플을 들고》58 p. -
자신이 직접 돈을 구해온 것이 아니었다. 빌려다 막아준 건 쿠로하였다.
동생이 능력이 좋아서 구한 게 아니란 말이야, 누나 -- 그렇게 자신을 비웃으며 고백하지도 못했다.
깡패 돈을 돌려다 쓴 것이라는 소리를 당당하게 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왜 쿠로하가 그를 위해 그렇게까지 하는 지는 더더욱 미안해서 말할 수가 없었다.
받은 돈을 가지고 남편이 사라졌다고 누나가 설명했다.
세간은 모조리 저당 잡혔고, 손때가 묻은 정든 집에서도 쫓겨났으며, 손에 남은 물건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길에 나앉게 된 것이다--.
- 《쿠로하와 모즈메 2》33 p. -
"무섭다, 라---앤도 그 말을 입에 담았어. 이제 그 애와 사는 건 견딜 수 없으니 이혼해 달라더군. 혐오와는 다르다고 했어. 공포라면서... 그게 말이 돼? 세실은 괴물이 아니야.“
스트레튼은 단숨에 와인을 들이켰다.
“...여자를 때린 건 태어나 처음이었어. 마음이 좋지 않았지. 최악이야. 여배우 따위와 결혼하는 게 아니었어.”
- 《황폐한 정원의 파수꾼》65-66 p. -
「잘 들어.」
천천히 이즈미는 자신의 학생들의 얼굴을 보았다.
「너희들 고등학생에게도 여러 가지 고등학생이 있다. 마찬가지로 교사 중에도 여러 교사가 있다. 난 <교사로서 올바른 행동>이나 <교사는 성직(聖職)>같은 말이 싫다. 그런 건 전부 거짓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난 지금 곤다 선생에게, 그의 교육방침에게 이기고 싶다고 생각한다.」
- 《Call me》214 p. -
학생들이 하교한 밤의 학교에서 메구로와 친구들은 토우노를 발가벗겨서 풀어놓고 그 뒤를 쫓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교사(校舍)에 남아있던 학생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수치심과 짐승처럼 사냥 당하는 비참함에 떨며 두려워서 온실로 도망쳐 들어간 토우노는 부들부들 떨며 숨어있던 좁은 지하실에서 그들에게 끌려나왔다. 남자들은 아름답고 청신(淸新)한 소년이 무참하게 알몸으로 바닥을 기며 용서를 구하고 더러워진 얼굴을 눈물로 적시는 그 모습을 웃으며 즐겼다. 오랫동안 즐겼다. 그 때 우연히 그 곳을 지나가던 세 명의 소년이 인간으로서 용서할 수 없는 그 참혹함에 격분해서 뛰어들어올 때까지 그것은 계속되었다. 토우노에게는 길고 긴,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느껴지던 시간이었다….
- 《Wild flower》135-136 p. -
「…이런 옷을 입고 가끔 거리로 나가보거나 해. 다른 사람들이 봐줬으면 하는 기분이 들어서…. 난 아직 밝은 곳을 다닌 용기가 없어서 저녁이 된 뒤에 혼자서 밖으로 나갔어. …그랬는데 모르는 남자가 불러 세우더니 갑자기 사진을 찍었어. 놀라 가만히 있는데 얼마냐고 물었어. 느낌이 무척 안 좋아서 뛰어서 도망치려고 했더니 팔을 세게 붙잡혀서 빌딩 뒤로 끌려 들어갔어. 그리고 진노조의 사람이라면서 30만엔으로 봐준다고…. 학교나 엄마 아빠에게 들키는 게 싫으면 다음주까지 돈을 가져오라고 했어. 그런 돈 없다고 했더니 부모님 통장에서 꺼내든지 인감도장이라고(-->인감도장이라도) 가져오라고 해서….」
- 《Without you》60-61 p. -
하나이라츠 후지코의 등장인물은 공통의 적이 생겼을 때 연합전선을 구축합니다. 등장인물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작품의 집중력을 높이고 통일을 가져옵니다.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 좋은 방법입니다.
2. 둘만 갖고 있는 감정(경험)의 공유
남들은 모르는 둘만의 감정이나 경험을 주인공들은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형제(친구)간의 우애(우정)일 수도 있고, 하나를 건네면 열로 받아들이는 사춘기 소년들의 열정일 수도 있고, 생사를 앞에 둔 전투에서 함께 싸운 동료애일 수도 있고, 잔인하고 끔찍한 사건을 함께 겪은 잊고 싶은 기억일 수도 있습니다. 남들이 모르는 두 사람만의 내밀한 공감은 주인공을 주변 인물과 떨어뜨리며 이들이 타인과 사랑할 수 없는 개연성을 연출합니다.
친구의 가족처럼, 보통의 형제라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다.
특별한 인간.
「난, 아키라라고 부르면 돼」라고, 그렇게 말해 주었다.
렌지는 네 살이었지만, 그 때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선명하다.
마치 특별한 애정을 표현해 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 삼년 후, 아키라는 11세로 나나미가에서 내보내졌다.
어린 마음에 렌지는, 아키라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계모니까, 할 수 없는 건가하고 느꼈다.
아버지는 아키라를 지인에게 양자로 보냈다. 그 이래, 나나미가에선, 그는 죽은 자처럼 취급당했다.
반신에 바짝 붙어있던 소중한 온기를, 피부채로 어거지로 잡아 뜯겨진 것 같은 아픔과, 갈 곳 없는 외로움으로 한때는 식사도 목구멍을 넘어가지 않았던 렌지였지만, 다행히도 아키라는 전학하지 않았다.
- 《12- twelve》 91-92 p. -
오늘까지 약 4년. 그와 페어를 이루어 세계각지의 전장을 누비며 살아왔다. 그 사이 애쉬가 일라이저로부터 배운 것은 셀 수도 없을 정도다. 일라이저는 결코 틈을 만들지 않고, 결코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그 철저한 주의력이 애쉬의 목숨을 구해준 적도 몇 번이나 있었다.
- 《공포의 남자들 1》16 p. -
“나에게는 유우지상을 좋아하는 것, 그게 전부였었어. 그것밖에는 사랑은 몰라.”
“아버지 이야기는 지겨워 죽겠어!”
그렇게 토해 버리고, 유키마사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들리지 않았던 것처럼 레쯔는 중얼거렸다.
“……유우지상에게 사랑 받고 싶었어…….”
유키마사가 기가 질렸다는 듯이 “사랑 받았잖아”라고 말을 쏘아 붙였다.
“어땠을까…….”
“레쯔는 쓸쓸한 듯이 말했다.
“몰라…. 혼자뿐인 아이를 내버려 둘 수가 없었기 때문일 지도 몰라. 그런 사람이었어.”
초조함이 유키마사에게 험악한 표정을 짓게 했다. 유우지를 향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레쯔에게 안달복달 애가 타고, 그런 레쯔에 대해선지, 유우지에 대해선지 알 수 없는 증오의 감정이 가슴에 검은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아버지 이야기는 그만두라고 말했잖아.”
- 《금수의 계보》 230 p. -
소년은 성인 어른도 주눅들만한 육체를 그 나이에 이미 갖고 있었다.
대리석 바닥에 내던진 무지개 색으로 반짝거리는 대어.
“강바닥에서 반짝거리고 있었어. 너 줄게.”
풍성하게 부풀어 오른 금사자의 갈기는 빨리도 말랐다. 귓불에서 금환이 반짝거렸다.
시선을 깨닫고 적동색의 가슴에서 배에 튄 피를 손으로 문지른다.
“여기로 오는 도중에 멧돼지를 발견했지만 네가 그런 건 싫어한다는 게 생각나서, 숲에 내버리고 왔어.”
“아이의 팔뚝 정도나 되는 물고기의 비늘 아래로 피가 번지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헐떡이는 입 옆에 열린 눈이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름답지? 마음에 들어?”
한걸음으로 다가갔지만 뒷걸음치자 소년은 심기가 상했다.
“뭐야. 마음에 안 들어? 짐승도 싫다, 새도 싫다, 이번에는 물고기도 싫어?”
쫓아가듯 휙 다가온 반라의 앞에 수건이 내밀어진다.
“……아아, 피?”
소년은 휙 등을 보이고 석벽을 뛰어넘어 외연에 내려서서 문수를 뒤집어썼다. 머리까지 적셔 대충 씻고 나서 돌아와 내민 수건 째 팔을 잡고 끌어당긴다.
입맞춤은 집요했다.
- 《비비안》21-22 p. -
"훨씬 전에, 아직 중학생이었을 때 후도우씨가 가르쳐줬어. 자기는 오빠가 제일 중요하다고……. 그때 ‘나랑 오빠 중에 누가 더 중요해?’라고 물어봐 버렸어. 나, 싫은 질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묻지 않을 수가 없었어. 후도우씨는 조용하게 미소짓고는, 오빠라고 했어. 그땐 섭섭했어.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 뒤에도 섭섭했어. 하지만 지금은 아냐. 왜냐면 지금은 우리들에겐 특별한 연결고리가 있으니까. 우리들 세 명은 이제 특별하니까. 아마 평생 벗어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으로 묶여 있으니까.“
- 《세인트 엘모스 파이어》93 p. -
"그녀가 자신을 가리켜 또 한 사람이 너라고 말했을 때, ‘뭐야, 지금껏 난 뭘 그리 까다롭게 생각했지?’ 하면서 맥이 빠져 버렸어. 열다섯 살의 나는 알고 있었던 거야. 그 의미를 이미 이해하고 있었던 거야. 야히로 - 함께 자든 자지 않든, 우리는 「특별」했어. 같이 잤기 때문에 특별해진 것도 아니고, 같이 자기 때문에 특별한 것도 아닌.“
미지근해진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즉, 인간의 폭(幅)이 없었던 거야.”
- 《여름을 느껴봐》151 p. -
호적상의 이름은 <신교우지 코우타이>다.
하지만 그를 그 이름으로 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같은 반 녀석뿐만이 아니라 학교 내에서는 다들 그렇다. 하급생들까지 그를 <리차드 선배>라고 부른다.
분명히 그의 본명 같은 건 대부분 잊어버렸을 거다.
숙제에 본명을 썼더니 돌려받을 때 「이래서야 누군지 알 수가 없잖아. 다음부터는 리차드라고 써」라고 주의를 주는 교사조차 있었다.
부모님 또한 예외가 아니다. 어머니는 근처 사람들 앞에서도 태연한 얼굴로 「리차드 너 말이지…」라고 말한다. 아버지마저 그렇다.
유일하게 상식적인 이름으로 불린 기회는 그가 강제적으로 그렇게 부르도록 시킨 5살 밑의 남동생이 부르는 「형」이라는 호칭과 치과 대기실에서 의료보험증에 적힌 이름을 불릴 때 정도다.
길가에서 아는 사람이 큰 목소리로 「리차드!」라고 부르는 일에도 이미 익숙해져 버렸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대답하는 모습에 분명히 주위 사람들은 그가 교포나 동남아시아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 그 정도로 리차드라고 하는 이름을(--> 이름은) 본인에게 있어서 마치 피부처럼 몸에 배어있었다.
그에게 그 별명을 붙인 건 시이나였다.
- 《천사는 라이플을 들고》15-16 p. -
분노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았다. 늘 그렇다. 물론 쿠로하라는 남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텐잔에서도 그의 말에 갈피를 못 잡고, 증오하면서도 혼란스럽게 휩쓸려 들어가…그리고 결국에는 거절하지 못하고 이 자리에 있다.
어쩌면 그 자신이 쿠로하와 재회하는 날이 오리라고 마음속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바라고 있었을지도.
텐잔에 들어가기 전에, 언젠가 이렇게 서로의 길이 교차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던 열다섯 무렵에 너의 존재가 신경 쓰여 반대로 도망치듯 피해 다녔었다는 사실을 너는 알고 있을까?
- 《쿠로하와 모즈메 1》80-81 p. -
“요우짱, 역시 가는 거야?”
작은 목소리에, 요우이치가 괴롭다는 듯이 대답했다.
“응. 외숙부가 거둬 주시기로 했어.”
“외숙부, 어디 사시는데? 여기서 멀어?”
“하야마 라는 곳이야.”
“거기가 어딘데? 도쿄?”
“아니, 가마쿠라 쪽.”
“…멀다, 이제 못 만날 거야.”
코우지가 울먹였다.
“그렇지 않아. 만나려고만 들면 언제든 만날 수 있어.”
- 《해변의 집》182 p. -
그들은 모두에게 행복한 마음이 들게 했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히 웃는 얼굴이 됐다. 신이 축복한 아이들. 누구나 그들을 사랑했다.
세실에게는 그건 훨씬 더 절실했다.
그들이 별장을 찾아와 준 여름의 그 시간만이 세실의 삶의 보람이었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하는 여름이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다--- 그 정도로 필사적이었다.
- 《황폐한 정원의 파수꾼》22 p. -
아직 중학생이었던 우리들은 그 때는 물론 이즈미짱에 대해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아는 게 없고, 새로 온 교사라는 정도밖에 몰랐어. 이즈미짱은 우리들에게 재빨리 지시를 내렸어. 임시로 울타리로 만든 들것으로 고등학생을 나르고, 우리들에게 온실 안을 정리시키고 피를 씻어내도록 말하고, 준비성 좋게 전화를 불러낸 웨건 차에 다친 사람을 싣고, 토우노를 끌어안고 자신도 같이 탔어. 그리고 우리들에게 간단히 입막음을 시킨 뒤 어딘가로 가버렸어.
- 《Naughty Boys》198 p. -
「오래간만이지.」
「응.」
「어릴 때는 매일 우리 집에 놀러왔는데, 너 고등학교에 가고는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아버지가 쓸쓸해하셔. 뭐라고 해도 친자식들보다 널 더 귀여워하시니까.」
「하지만…, 우리 학교는 밖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시끄럽고….」
「그건 중학교 때도 똑같았잖아. 그대로 중학교 때는 주말에 고모네 집이 아니라 우리 집에 ‘귀가’했으면서.」
- 《Without you》56 p. -
3. 긍정적인 감정의 유도 : 교훈적 성장, 계몽적 발상전환, 정체성의 확인
각 장르는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조폭물은 아이러니 하게도 도덕(moral)적 테마를 많이 다루었으며, 판타지는 자기 정체성(identity)의 확인을, 학원물은 청소년의 제한된 경험을 의식해서인지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며 성장과 교육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유우지상...”
“왜..”
“..... 나는.... 정말,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어. 내가 옆에 있잖아.”
입술이 부드럽게 겹쳐졌다. 레쯔는 발버둥치고 있던 파란 물 속의 발 밑에 확실한 용의 단단한 비늘을 느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강하게 유지의(--> 유우지의) 머리에 매달렸다.
- 《금수의 계보》126 p. -
--> 폭행당하고 강간당해 다시는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없다고 자학하는 레쯔. 그런 레쯔 가장 듣고싶어하는 말을 해 주는 유우지.
“어떻게 돈을 갚을지는 생각중이야. 교사를 그만두면 내가 뭘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돈은 갚지 않아도 돼.”
“하지만 그럴 수는…”
“그 대신 넌 교사를 해. 가르치는 걸 계속해서 무슨 일로 학생이 널 의지해 오면 또 여기저기 뛰어다녀주라고.”
- 《외로운 금붕어》247 p. -
「그 사람이면 뭐가 어때서! 지금까지 어디 누구하고 섹스를 하든 화낸 적도 없잖아. 왜 그러는 거야? 타카, 내가 어떤 애인지 잘 알면서. 이런 건 그저 장난이잖아. 이제 와서 화내고 자시고 할 게 뭐가 있다고!」
「옷을 입어라. 감기 걸린다」
모즈메는 파고 들어갈 여지가 눈곱만큼도 없을 정도로 냉기가 감도는 낮은 목소리로 하토코의 항의를 딱 잘라버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집밖으로 나가버렸다.
「바보! 타카는 바보야!」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는 하토코의 훤하게 드러난 어깨에 시바타가 뒤에서 자신의 웃옷을 걸쳐주었다.
그리고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원래 『아버지』란 이치에 안 맞는 존재니까」
하고 말했다.
- 《쿠로하와 모즈메 2》191 p. -
「내가 무섭지 않아?」
「안 무서워」
「아까의... 나를 봐도냐」
「말했지. 쭈욱, 회색 눈동자인 사람밖에 좋아진 적이 없어, 라고」
고개를 숙이고, 렌지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틀림없이, 아키라는 자신의 출생 문제로 나한테 차갑게 군다고만 생각했었어. 유괴사건이 있었던 때문이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어」
「내가 좋나, 렌지」
「응」
「내가 괴물이라도 말이냐」
말하고 하나무라는 자조를 떠올렸다.
「아키라는 괴물같은 게 아냐. 나는 알고 있어」
- 《12- twelve》 91-92 p. -
ꡒ다른 사람과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슬퍼해도 하는 수 없지. 인정하렴. 하지만, 부끄러워할 필요는 전혀 없어. 머리카락이 금색이든 검든, 피부가 황색이라도, 어누(-->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듯이 말야. 조소당했다면 상처를 입는 게 당연. 그렇다고 해서 열등감을 안을 필요는 없지. 타인이란 자신과 다른 존재라고 하는 사실을 현실로써 받아들여 확실히 바라보렴. 그리고 자신에 대해 긍지를 가지지 않으면 안돼. 왜냐면 타인과 같은 부분이 있든 없든, 결국 이 세상에는 당신은 당신 한사람밖에 존재하지 않으니까.ꡓ
- 《공포의 남자들 2》/ 하나이라츠 후지코. 263 p. -
"도저히, 생각을 바꾸실 수는 없으십니까?“
비비안은 그 음성과 마찬가지로 표정 없는 다라 기에자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남녀 중 한쪽을 택하라는 얘기 말인가?”
“예에. 외람되오나 전의를 대기실에 데려 왔습니다. 하나의 성별을 선택하시면 신탁은 무효가 됩니다.”
부인이 소매 자락에 매달렸다.
“부디……부디, 결단을! 제발 부탁이옵니다!”
비비안은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눈에서 궁전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파란 남국(南國) 하늘과 머리 꼭대기에 떠있는 태양을 받아 사금을 뿌려놓은 듯 반짝거리는 황금색 바다. 멀리를 보는 그 눈이 눈부심 때문인지 작아졌다.
“사물에는 모두 저마다 어울리는 모습이 있다. 기괴(奇怪)도, 전아(典雅)도, 미추(美醜)도, 모두 신께서 내려주신 유일한 형용(形容). 나는 - 내가 아닌 다른 것이 될 생각은 없다.”
- 《비비안》49-50 p. -
“…이 다리를 보라고…부들부들 떨고 있잖아. 이런데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걸으면서도 세실은 약한 소리를 내뱉었다.
“너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어. 수술하기 전에도 그랬고, 수술한 뒤인 지금도 그래. 세상에 단 하나, 누구와도 바꿀 수 없어. 네게는 가치가 있어. 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야. 날 믿어.”
- 《황폐한 정원의 파수꾼》127 p. -
“후도우,”
라고 그는 목소리를 바꾸어 남자를 불렀다.
“집을 버린다고는 했지만, 난 그집을 나오지는 않을 거야.”
남자는 말이 없었다.
“거기서 내 인생을 다시 한 번 확실히 꾸려보고 싶어. 집안의 부흥이나 할머님의 기대 같은 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곳은 내 집이야. 나와 미오코의 집이야. 그러니까 내 힘으로 그 집을 좋은 가정으로 만들고 싶어. 거기서 시작하겠어. 겨우 알았어. 난 그 집에 묶여 있던 게 아니라는 걸. 거기가 내 집인 거야.”
- 《세인트 엘모스 파이어》228-231 p. -
「…애초에 공부를 계속할 수 없는 뒤떨어진 학생이니까 그렇겠죠.」
「견딜 수가 없어지는 겁니다. 동급생은 선배가 되어버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졸업해버려서 아무도 없어지죠. 그리고 지금까지 제대로 안중에도 없었던 하급생들과 책상을 나란히 하고 공부… 싫어하는 학교가 더욱더 싫어지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 방은 말이죠 교감선생님….」
빙글 머리를 돌리며 이즈미는 카운슬러 실을 돌아보았다.
「그런 녀석들의 피난처입니다. 등교거부의 학생이나 유급과 중퇴, 진로, 성에 대한 고민, 가족과의 문제…. 그런 너무 거친 파도에 견디지 못하게 되거나 뱃멀미로 힘든 녀석들이 잠시 쉴 수 있는 항구죠. 작년에 졸업한 학생 한 명은 <오아시스>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지만 전 좀더 단순히 <마음의 양호실>이라고 부릅니다. 언제든지 표면에 드러나는 문제는 전체의 일부분뿐입니다. 원인은 그 밑에 숨겨져 있기 마련이죠. 반대로 말하자면 원인은 그렇게 간단히 표면에 나타나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카운슬링이 필요한 거죠. 학생들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상대가 스스로 변해 가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카운슬러, 그것이 저의 일입니다.」
- 《Call me》109-110 p. -
「-누군가 생일을 축하해 준 건 입원하고 있었던 11살 때가 마지막이었어. 학교 행사 외에 찍었던 개인 사진은 모두 타 버렸고.」
「이제부터는 매년 생일 때 찍은 사진을 앨범에 붙여가자.」
후카시로가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진도 점점 늘어갈 거야. 조금 있다가 여행이라도 가자」
- 《Naughty Boys》216 p. -
그렇게 몇 년간 계속해서 혼자서 싸워왔다. 그 후로 몇 가지 변한 것이 있다. 다리가 떨려서 교문조차 지나지 못했던 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반이 바뀌고 미즈미라고 하는 친구가 생겼다.
지금도 안은 텅 빈 채 그대로다.
하지만 알게 된 것이 있다.
미즈미의 과거를 알고 싸우고 있는 건 자신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Wild flower》138 p. -
「…치히로짱.」
치나츠 고모는 아들을 불렀다.
「난 사실대로 말하자면 왠지 요즘 네가 알 수 없어져서, 모르는 아이가 된 것처럼 느끼고 있었어. 중학생 때까지는 뭐든지 이야기해주고, 이쪽 집에 와있어도 엄마는 전혀 외롭지 않았어. 그런데 점점 네가 엄마와 이야기하지 않게 되고 서먹서먹해져서 눈도 마주치지 않게 되었어. 남자애는 엄마와 거리를 두게 되는 때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나이 탓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위로했는데, 그런 게 아니었던 거지? 그동안 힘들었었지?」
손수건을 주물럭거렸다.
「미안하다, 엄마가 알아주지 못해서.」
- 《Without you》163 p. -
《금수의 계보》, 《쿠로하와 모즈메》, 《외로운 금붕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가는 변주(變奏)에 능합니다. 그러나 훌륭한 변주는 좋은 오리지널과 정확한 해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좋은 오리지널이란 무엇인가? 연애 소설의 기본 개념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연애소설의 요건과 범주 - 김창식
연애소설이 갖추어야 할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은 무엇인가? 연애소설로서 최소한의 필요조건은 남녀간의 사랑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녀간의 사랑을 그린다고 다 연애소설이 될 수는 없으므로 여기에 연애 소설로서의 충분조건이 뒤따르게 된다. 이제 그 문제를 하나하나 검토해보기로 한다.
첫째, 남녀간의 사랑이 나타난다고 다 연애소설은 아니므로, 먼저 그 사랑이 소설 구성상 전면적인 것이냐 부차적인 것이냐 아니면 부차적인 것이냐를 따져봐야 한다. 만일 부차적인 것이라면 연애소설로 보기 힘들다. 수많은 이야기에 사랑이 등장하지만 이를 모두 연애소설로 볼 수 없는 것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험소설도 사랑의 재미를 포함하지만, 그것은 명백히 영웅이 온갖 위험과 장애물을 물리치고 극복하는 것에 대해 부차적 의미만 지닐 뿐이다. 모험소설에서 영웅과 악당 사이의 관계는 영웅이 여자로 인해 어려움에 처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하다. 예컨대,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를 살펴보자. 여기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항상 어떤 여인과 연애 관계에 돌입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이야기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본드가 악당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으로, 거칠고 비정한 세계에 낭만적 분위기를 불어넣음으로써 긴장과 위기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다소 누그러뜨리고 부드러움으로 감싸주는 구실을 한다.
- 중략 -
둘째, 연애소설에서는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나 인물들이 반드시 등장해야 한다. 이는 사랑을 전면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한 문학적 장치이다. 능숙한 연애소설 작가는 이 장애물을 소설 곳곳에 적절히 배치하여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독자들이 연애소설에 흠뻑 빠지는 이유도 두 남녀의 사랑이 그런 장애에 부딪혀 어떻게 바뀌며, 또한 그 사랑은 최종적으로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궁금증을 끝내 떨쳐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연애소설에서 사랑의 장애물과 그 극복 과정은 독자들을 사로잡는 관건이 된다.
- 중락 -
셋째, 다음으로 문제삼아야 할 것은 소설에 나타난 사랑의 목표나 지향점이다. 연애의 과정이 행동 발전의 중심축을 이루더라도, 그 목표가 인간간의 깊은 이해나 화합(화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혐오나 진정한 인간 관계를 단절시키는 데 있다면, 이를 연애소설에 포함시킬 수 없다. 이는 사랑이 '자기 실존의 성취'와 관련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 자신의 실체를 깨닫는 한편, 남을 이해하며 그들과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 우리가 어릴 때 연애소설에 쉽게 빠져드는 것도 그런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을 발견하고 아울러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 《연애소설이란 무엇인가?》/ 대중문학연구회. 1998. 국학자료원. 13-21 p. -
Romance Novels : What Are They
Two basic elements comprise every romance novel: a central love story and an emotionally satisfying and optimistic ending.
- 중략 -
An Emotionally Satisfying and Optimistic Ending -- Romance novels end in a way that makes the reader feel good. Romance novels are based on the idea of an innate emotional justice -- the notion that good people in the world are rewarded and evil people are punished. In a romance, the lovers who risk and struggle for each other and their relationship are rewarded with emotional justice and unconditional love.
- RWA(Romance Writers of America) Homepage -
로맨스(연애소설)를 다룬 가장 기본적인 이론서와 로맨스 작가들이 스스로 말하는 로맨스의 조건은 같습니다. 첫째, 사랑 이야기가 주가 될 것(central love story). 둘째, 둘의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있을 것(lovers who risk and struggle for each other and their relationship). 셋째, 권선징악(good people in the world are rewarded and evil people are punished).
사랑. 남녀간 사랑이든 남남간 사랑이든 사랑 얘기가 주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장애물.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이라는 소설의 구성요소를 생각해 보아도 타당한 조건입니다. 갈등(장애물)이 없으면 위기도 절정도 결말도 없습니다. 문제는 세 번째 권선징악입니다. 아동용 위인전도 아닌 것이 참 예스러운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일반 소설과 로맨스를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로맨스는 사랑을 주제로 합니다. 사랑은 헌신과 희생, 호의, 인내, 감사, 겸허와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대표합니다. 즉, ‘사랑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입니다. 로맨스 작가들은(최소한 미국 로맨스 작가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으며, 비평가는 작가가 그런 방향(인간간의 깊은 이해나 화합)으로 글을 써 주길 바라며, 독자들은 주인공의 행동이 정의롭길 기대합니다. 이제 하나이라츠 후지코의 작품을 위의 조건에 맞추어 보겠습니다.
사랑. 하나이라츠 후지코의 두 번째 특징으로 말씀드린 “둘만 갖고 있는 감정(경험)의 공유”로 볼 수 있습니다.
장애물. 첫 번째 특징인 “공통의 적”에 해당합니다.
권선징악. 하나이라츠 후지코를 하나이라츠 후지코답게 만드는 가장 큰 특징입니다. “긍정적인 감정의 유도”. 주인공은 물론 독자도 작품에 감화되어 뭔가를 깨우치게 만들며 두 번 생각하고 한번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
변주를 잘하기 위해 기본이 탄탄해야 하듯, 비틀린 아이러니와 재치 있는 대화 이면에는 로맨스의 세 가지 조건을 훌륭히 충족시킨 바탕이 깔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