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정
작품연표
불꽃 = Crown of blaze 1-2 (개인지 3호, 2009. 8. 23, 가격: 20,000원)
불꽃 = Crown of blaze 3-4 (개인지 3호, 2010. 2. 28, 가격: 20,000원)
불꽃 Side story (개인지 3호, 2010. 6. 27, 가격: 10,000원)
작품유형: 판타지
시대/장소: 과거/혼니르(가상국가)
커플: 검은 산의 주인 동토의 왕 불꽃을 쓴 자 영광된 야로슬라브 시모레리어(시모어, 30--> 30대 중반, 혼니르의 왕, 무감정공), 은혜로운 라흐게니아 아이반호르(순백의 슈네바이스 아이반, 27-->30대 초반, 수호기사, 복수수)
불꽃을 쓴 자, 야릭왕은 대륙의 다섯 나라를 정복하고 통일한다. 남편에 의해 멸망한 왕국의 공주가 된 왕비는 회군하는 왕을 맞이하고자 궁 밖을 나섰다가 납치당하고 모든 사람은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석 달 후 왕비는 한 기사와 함께 돌아오고 기사는 수호기사로 임명되어 왕궁에 머무른다.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유들유들하고 잘난척이 하늘을 찌르는 기사 아이반은 사냥대회에서 멋진 사냥감을 잡아 사람들의 눈을 끌고자 왕의 사냥터에 은밀히 사냥꾼을 고용하고 대회 당일 그를 만나 멋진 담비를 잡는다. 그러나 알고 보니 도와준 이는 약속한 사냥꾼이 아니라 왕의 그림자 호위기사였고, 아이반 자신은 신분을 숨기고 있었다.
봄의 풍경 7
광야에서 164
여름이 오면 188
정원으로 가는 길 208
폭설 267
사막의 밤 290
review:
이쯤되면 과연 정체불명의 사냥꾼이 왕의 그림자인지 왕 자신인지 의심하게 됩니다.
1권의 첫머리에 묘사된 아이반의 가벼운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사놓고 읽지 않았는데 외전이 의외로 괜찮아서 외전을 먼저 읽고 본편을 나중에 읽었습니다. 그 정도로 마음에 드는 외전입니다. 본편 또한 다른 게이로맨스에서는 볼 수 없는 개성이 있습니다.
첫째, 호칭
우리나라,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등 지구에서 사용하는 성과 이름에는 유추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서가 있습니다. 유럽의 로스차일드에서 돈의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며, 미국의 케네디에서는 정치의 분위기를 느낍니다. 만복이나 칠성이 같은 이름도 개성이 있습니다. 앙드레 김의 본명과 그의 직업 사이의 간극은 한 토막 유머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판타지 소설의 등장인물 이름에서 개성을 알아내기는 어렵습니다. 시간과 공간이 동떨어져있고 신분과 직업이 생소한 상황에서 이름만으로 그의 직업과 집안과 성격과 생김새를 추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런 약점을 이 작품은 수식화(修飾化)한 성(姓)을 사용함으로써 보완했습니다.
진실한 아이겐 하무드
싸늘한 리반 아이리스
용맹한 로바르트 리제프
현명한 라노비츠 이고르
예리한 아이스 슈벤더
무거운 딕폰 호라스
매서운 조제 알바론
한 번만 읽어도 출신내력이나 성격, 외모를 유추할 수 있어 캐릭터에 현실성을 부여하며 불필요한 설명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둘째, 구조
선조부터 내려온 두 나라 사이의 은원 관계와 신화시대 전설을 현실과 맞물리도록 구상하여 필연적 원수지간이 되어 서로를 겨냥할 수밖에 없는 시모어와 아이반의 입장에 개연성을 부여합니다. 또한 국가와 가문, 개인간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구조입니다. 중간중간 복선, 단서, 회상, 예시, 암시를 적절히 배치하여 처음과 마지막에 일관성이 있습니다.
단, 까마귀 요로르가 인간형으로 등장하는 '요론'이라는 캐릭터만 붕 떠 있어 현실감을 주지 못하는 것은 단점입니다.
셋째, 소년
'왕께선 어떤 모습이신가요?'
- 중략 -
'왕께선 늠름하시다. 어느 남자와도 비할 바 안 되지.'
이어 이고르에게 말소리가 들린다는 걸 미처 생각지 못한 듯, 개인적인 소감을 덧붙였다.
'그리고 마치 소년 같은 매력이 있으시지.'
- 중략 -
그는 정말 모르는 것이다. 이고르가 추하다는 것도, 그는 아니라는 것도. 슬론니하를 넘어 바르브치하 왕과 거울 마녀조차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내고서도 왕은 모르는 게 많았다. 아직 세계는 그에게 미지였다. 그것이 던지는 무색무취의 그림자 때문에 왕에겐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토러스는 그것을 '소년 같은 매력'이라고 평했고, 이고르는 꽤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 1권 127-128 p. -
대륙을 통일했지만 욕망이 없는 시모어는 독특합니다. 많은 주인공이 성취욕이 높고, 성취도도 높고, 연인을 독점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시모어는 아이반을 만나기 전까지 원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흡사 로봇이나 안드로이드처럼 인풋과 아웃풋이 한결같아서 인간미가 없었는데 사랑을 하면서 욕망에 눈뜨고 감정을 느끼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그렸습니다.
감정적 동요가 심한 1-2권에 비해 공간적 이동에 비중을 둔 3-4권은 지루한 감이 있지만 나쁘지 않았으며 그 후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을 보여준 외전은 백미입니다. 평균이상입니다.
PS: 오타입니다.
왕이 곰처럼 건강하고 누처럼 강인한 걸 생각하면 그의 치세는 길 터였고, 이고르는 가끔 그 앞날을 생각하면 기대감에 가슴이 설 다(--> 설렜다).- 1권 128 p. -
비탈길 1-2
짐승 獸 (개인지 1호, 2007. 12. 2, 가격: 10,000원)
작품유형: 조선판타지, 임신수
시대/장소: 조선/방방곡곡
커플: 사내(호랑이, 후회공), 송지언(20대, 낙방선비, 임신수)
몰락한 양반가문의 젊은 선비 송지언은 과거에 낙방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한다. 그를 구한 사내는 지언을 여자로 생각하여 겁간을 하고 아이를 낳으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다.
review:
외전이 이북으로 나와서 읽고 리뷰를 썼습니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올리려고 보니 본편의 리뷰가 없는 것을 알았습니다. 2007년에 책이 나왔을 때 나름 충격적으로 읽었었는데 충격만 받고 리뷰를 쓰지 않은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작가의 작품을 전부 모았으나 일괄 리뷰를 하려고 기다렸던 것 같기도 하고, 내용은 충격 이었으나 폰트도 작고 답답한 전개가 마음에 들지 않아 겉핥기식으로 읽어서 리뷰할 거리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10년도 넘은 일이라 정확한 이유는 더 이상 떠오르지 않습니다. 외전 리뷰를 쓰기 전에 본편 리뷰가 선행되어야겠기에 부랴부랴 다시 읽었습니다.
역시 당하는 송지언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전개가 이어집니다. 사랑인줄도 모르고 소유욕과 집착에 사로잡혀 삽질만 하는 사내는 서툰 짐승입니다. 사람의 거죽을 뒤집어썼다고 사람이 되지 않는 것처럼 인간의 감정을 모르는 사내는 순정이 있지만 표현하는 방법이 잘못됐습니다. 사내와 지내며 그의 성격과 감정도 알게 된 지언은 측은지심이 없지는 않지만 억울한 감정이 앞서 사내를 배려하지 못합니다. 사내 때문에 짐승으로 추락한 지언이 사내에게 복수하기 위해 짐승보다 못한 행동을 하는 것이 작품의 절정입니다. 결국 짐승과 인간은 맹꽁이 설화¹처럼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관계가 됩니다. 지언을 놓아주느니 그의 품에서 죽기를 바란 사내와 낳은 아이를 벼랑에 던져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 된 지언의 미래가 암울합니다. 해피엔딩이 되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그러나 독특한 설정, 치밀한 감정묘사, 솔직한 사내의 순애보가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PS: 주1. 맹꽁이 설화
아들 하나를 둔 과부가 있었다. 과부는 아들 하나 키우는 재미로 살았는데, 자신이 죽어서 좋은 곳으로 가고 싶어 항상 ‘나무아미관세음보살! 나무아미관세음보살’하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그런데 아들도 장성해서 결혼을 하고, 점점 늙으니 정신이 산만하여 그 소리를 잊어버렸다. 어느 날 과부는 며느리에게 자신이 항상 하던 노래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그런데 이 며느리는 성질이 나빠 바른 대로 말해 주지 않고, “뒷집에 가 홀아비 진서방 있고 건너 마을에 홀아비 박서방 있다고 했어요.”라고 하였다. 과부는 며느리가 일러준 대로 ‘나무아미관세음보살’ 소리는 잊고 ‘뒷집이 진서방 건너 마을 박서방’ 하였다. 집에 돌아온 아들이 과부가 이렇게 노래하는 것을 듣고 부인에게 어머니가 미쳐서 이제 우리를 망신시키려고 저런 소리를 하니 어머니를 죽여 없애야겠다고 하고는 부인과 계획을 꾸몄다. 하루는 아들과 며느리가 생전에 안 입던 좋은 칠한 옷을 꺼내어 어머니에게 입혔다. 그리고 구경을 하자고 하며 어머니를 데리고 부여 백마강 낙화암으로 갔다. 어머니는 아들 덕에 좋은 옷을 입고, 좋은 곳을 구경해 좋아하였는데 뒤에서 아들과 며느리가 밀어버려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백마강 밑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난데없이 중간에서 안개가 일어나고 구름이 피어나더니 어머니가 빠진 자리에서 연꽃 한 송이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둥둥둥 뜨더니 연꽃 속에서 어머니가 나와 너희들 덕으로 이렇게 좋은 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하고, 옥황상제가 부르셔서 가니 너희들도 잘 살라고 하였다. 그러고 선남선녀가 나타나 연꽃송이를 옹위해서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이를 본 아들과 며느리는 자신들도 좋은 곳으로 가고 싶어 칡덩쿨을 끊어 자신들의 몸을 둥글게 묶고 낭떠러지 밑으로 뛰어내리는데 서로 계속 묻기를, “꽁꽁 묶었니 꽁꽁 묶었다. 꽁꽁 묶었니 꽁꽁 묶었다.”하였다. 결국 아들과 며느리는 물속에 떨어져 죽어서 맹꽁이가 되었는데 그래서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에는 맹꽁이가 ‘맹꽁 맹꽁’한다고 한다.
짐승 외전 (2018. 4. 6 – 2018. 4. 23, 고렘팩토리 출판, 리디북스 제공, 가격: 3,800원) 작품유형: 조선판타지, 임신수
시대/장소: 조선/방방곡곡
커플: 사내(호랑이, 지극정성공), 송지언(20대, 선비, 임신수)
새의는 지언과 사내의 뜻에 따라
그들의 아이인 이언을 잠시 맡게 된다.
하지만 잠시일 줄 알았던 시간은 삼 년이나 흘러버리고….
“내 부모는 언제 와?”
“나도 모른다.”
“오기는 해?”
“그것도 모르겠다.”
“아니면, 있기는 해?”
아이의 말에 놀란 새의.
그에게 부모가 필요하단 걸 그제야 깨닫고
아이를 데리고 지언과 사내를 찾아 나선다.
review:
작품의 중후반까지 사내와 지언이 아닌 둘의 아이 이언과 그의 양육자 새의의 방랑기가 이어집니다. 결말을 몰랐다면 이언과 새의의 이야기로 착각했을 듯합니다. 후반부에야 사내와 지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순리를 어기고 이언을 낳은 후 몸이 상하여 살날이 멀지 않은 지언을 살리려 기약 없이 떠난 두 사람의 방랑기입니다. 고물고물한 자식도 떼어놓고 시시각각 나빠지는 몸을 추스르며 이정표도 없이 떠도는 모습이 비극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사내의 범상치 않은 내역으로 돈을 융통하기 어렵지 않고, 사내에게 마음을 연 지언이 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입니다. 일방이 아닌 쌍방으로 흐르는 감정은 전작의 고통과 저항을 기억하는 독자의 마음을 흐뭇하게 합니다. 아쉬운 점은 긴 세월이 흘러도 아들과 재회하는 모습이 없는 것입니다. 몇 페이지라도 한 장면 넣었으면 좋겠습니다.
Time to say goodbye 1-2 (개인지 2호, 2008. 8. 3, 가격: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