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악연》시리즈
1편 《악연 1-4》유진, 서인하
2편 《선인장 1-2》카일 잭슨 클라인(인하의 친구), 김수현(인하의 친구)
3편 《카오스 1-2》설도훈(지수의 전속모델), 신기영(김기영, 인하의 동복동생)
4편 《한여름밤의 꿈》유진, 서인하
《터닝포인트》 시리즈
1편 《사랑의 터닝 포인트》임지수, 송연후
2편 《여름 안개》염재룡(연후의 친구), 배창영
3편 《미운오리새끼》강민(재룡의 사장), 임윤수(지수의 동생)
《푸딩》시리즈
1편 《누가 내 푸딩을 먹었을까》이관우, 차신형
2편 《열대어의 꿈》김지건(신형의 이웃), 박현제(관우와 신형의 의붓아들)
작품연표
누가 내 푸딩을 먹었을까? 1-2 = Who eat my puddings? (개인지 7호, 2005. 6. 12 - 초판, 예약 : 20,000원, 현매 : 22,000원)
작품유형 : 호러, 할리퀸, 소꿉친구물
시대/장소 : 현대/당진
커플 : 이관우(28, 출판사 사장, 마당쇠공), 차신형(28, 삽화가, 순진수)
산부인과 동기로 생일이 같은 관우와 신형. 고용인의 아들과 고용주의 입장이지만 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질기고도 깊다. 서로를 배려한 마음이 지나쳐 엇갈린 길로 나아가버렸지만 두 번째 기회가 왔다. 그러나 푸딩 도둑만은 잡아야 한다. 집안의 평화와 마음의 안식과 뜨거운 밤을 위해서!
1권
1996년 3월 17일
2005년 3월 17일
누가 내 푸딩을 먹었을까
열아홉의 미열
2권
누가 내 푸딩을 먹었을까
에필로그
서랍 속의 아이들
review:
발표하는 작품마다 작기복제가 심하고 테마도 비슷해서 포기 상태였는데 기본은 있는 작가라 나오는 대로 사놓고 읽지는 않았습니다. 6호 《크로스로드》에서 뭔가 바뀐 부분이 있다는 말도 들리고 7호는 달콤한 할리퀸이라 어제 집에 오자마자 읽었습니다.
테마는 물론 문체, 대화, 묘사 등이 기존의 작품과 전혀 달라 딴 사람이 쓴 줄 알았습니다. 멋진 변신입니다. 달콤한 로맨스에 애절한 감정과 섬뜩한 공포를 절묘하게 버무렸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궁금증과 사건들, 작품 저변에 흐르는 인간애와 징글징글한 우정, 반 박자씩 엇갈리는 유머, 그리고 평생을 이어온 사랑.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습니다. 관우의 출판사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진 것이 옥의 티입니다.
동행 = COMPANY (뫼, 2002. 4. 12(초판) - 7,500원, Yaoi Books ; 46)
작품유형 : 무협물
시대/장소 : 현대/부산, 지리산
커플 : 백가람(24, 강공), 정준휘(강준휘, 26, 지랄수)
산다는 건, 인생이란 건, 버스를 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혼혈 사생아로 태어나, 화가의 꿈을 품은 채 홀어머니와 함께 힘든 삶을 살아온 정준휘.
그러나 화가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라서는 순간, 그 대가로 어머니를 영원히 잃게 된다. 그에게 화가의 재능과 고통만 물려준 생부로 인해.
자신의 꿈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자책감과, 생부에 대한 증오와 복수를 꿈꾸며, 준휘는 인생이란 버스에서 내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여행길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 여행길에서 난데없이 조폭들에게 납치를 당하게 되고, 종국엔 그 조폭 두목과 그를 강아지처럼 쫓아다니는 덩치 세 마리들과 함께 전혀 엉뚱한 노선을 여행하게 되는데…
review:
유명한 화가를 아버지로 둔 혼혈 사생아. 당사자 또한 상당한 그림 실력을 갖고 있습니다. 아버지에 의한 어머니의 죽음. 아들의 마음에 피어나는 분노와 자괴감. 아버지의 집에 찾아가 한바탕 소란을 피운 아들은 자살을 계획하고 길을 떠납니다. 여기에 동참하게 된 엉뚱한 사람들.
설정과 시작 부분만 보면 뭔가 음울하고 드라마틱한 전개를 기대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조폭 4인방이 등장하면서 코믹하고 황당하게 전개됩니다. 잘 된 작품은 아니지만 크게 탓잡을 정도도 아닙니다.
한겨울의 지리산 등반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한 편의 기행문을 읽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 하나만으로도 작품을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PS : 오타입니다.
하나 어지간해선 동요라곤 할 줄 모르는 윤모상(--> 윤상) 역시,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인 채 똥 밟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175 p.)
사랑의 터닝 포인트 = The turning point of love(개인지 2호, 2001. 4. 7 - 초판)
작품유형 : 복수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임지수(32, 음모공), 송연후(26, 싸가지수)
제 잘난 맛에 사는 초특급 왕 싸가지 막강 공 송연후.
어느 날, 채팅에서 알게 된 묘령의 남자와 드디어 만남을 갖게 되는데...
단지..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잔인하게 걷어차 버린다. 그런 왕 날돌이의 뒷덜미를 잡아채는 정의의 건맨이 하나 있었으니……
review: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파트너를 발로 차버린 첫 장면 이후로 연후의 눈에 눈물 흐를 날은 언제인가 궁금했는데 2권에 가서야 연후가 사랑의 가슴앓이를 합니다.
초반에 지수의 과거와 사연을 미리 풀었으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사람이 왜 그렇게 연후에게 연연하는지 작품을 읽는 내내 지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막바지에 떠밀리듯 설명을 해 놓았지만 궁금증을 너무 오래 끌어 맥이 빠졌습니다. 설명도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PS : 오타입니다.
연호는(--> 연후는) 칫솔을 물고 있다는 것도 깜박 잊어버리고 이를 으드득 갈다가, 황급히 칫솔을 입에서 빼냈다. (1권 113 p.)
선인장 1 = The cactus 1(개인지 4호, 2001. 10. 7(초판) - 10,000원)
선인장 2 = The cactus 2(개인지 4호, 2001. 11. 12(초판) - 10,000원)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현대/뉴욕, 일산
커플 : 카일 잭슨 클라인(칼, 12-->30, 둔감공), 김수현(크리스, 12-->30, 칼수)
고아원에서 자란 영재인 수현은 아홉 살이 되던 해, 계획적으로 영재들을 키워내 정부 요직에 들어앉혀 조직의 힘으로 사용하는 zero의 보수에게 뽑혀 간다.
그리고 열 두 살이 되었을 때 역시 열 두 살난 보스의 유일무이한 후계자 칼과 첫대면을 하게 되고, zero의 보스는 수현을 칼의 오른팔로서 키운다.
호탕하고 대담무쌍하며 밝으면서도 일에 있어서는 냉혹하고 철두철미한 행동파인 칼과, 명석하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 냉정, 도도한, 제갈공명을 방불케하는 두뇌파 수현은 그 성격차이로 인해 매번 부딪히지 않을 수 가 없었지만, 후계자로서 조직의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와야 하는 칼과 함께 생사를 넘나들며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깊은 관계를 구축하게 된다.
그러나 수현은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칼에 대한 묘함 감정을 숨길 수 없게 되고... 그 감정에 솔직해지기도 전에 칼은 인하를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된다.
소책자 《The Ugly Duckling》- 《The turning point of love》외전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강민, 임윤수
review:
가시밭길을 걸어도 함께 걸어줄 사람이 있다면 참을 수 있음을 말하는 이 작품은 형제처럼 자란 두 남자가 사랑에 도달하는 힘든 여정을 보여줍니다. 군데군데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과 과장된 배경이 작품의 자연스러움을 방해하지만 양념처럼 등장하는 진과 인하의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마음속에 물을 간직한 수현의 감정에 몰입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쉽습니다.
PS: 《악연》에 이은 두 번째 영어 오타입니다.
To Kal
난 너의 일부가 아닌, 너의 전부를 원해.
너의 전부를 가질 수 없다면, 난 시작도 하지 않겠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널 주지 않겠어.
그림자를 잃어버린 실체 역시... 허상에 불과할 테니까.
From shu hnu(--> hun)
등장인물의 이름을 잘못 표기한 오류입니다.
강민은 친구인 병수와(--> 병기와) 윤수 사이에 끼어 앉아, 윤수가 들고 있는 팝콘을 간간히 집어 먹었다. - 《미운오리새끼 1》130 p. -
설화 (2001. 3. 9)
작품유형 : 기억상실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이서현(지극정성공), 이명(기억상실수)
연인에 대한 오해로 교통사고를 내고, 명은 그의 기억을 깡그리 잊어버린다. 극심한 상처를 입은 서현은 몇 번의 수술과 재활이 끝나자마자 명이 사는 곳으로 이사와 수퍼마켓을 여는데…….
review:
합동지 《칵테일 바》에 실린 단편으로 작가의 홈에 가면 읽을 수 있습니다. 기억상실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약간의 신파가 적절히 가미된 작품으로 그럭저럭 읽을만합니다.
惡緣 1-4(소장본, 2001. 7. 15(1-2권 2쇄, 3-4권 초판) - 예약 40,000원, 현매 44,000원)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유진(26-->29, 폭력공), 서인하(김수현, 26-->29, 얼음수) - 공수전환
第一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흩날리는 꽃비...
그 속에서 넌 내 영혼을 바꿔 놓았다.
난 알지 못했다.
증오 뒤에 조그맣게 웅크리고 있던 그 사랑을...
뺨을 스치고 입술을 훌어가는...
부드럽고 달콤한 감촉과 그 잔향...
드디어 내게로 돌아와 줬구나.
너만을 바라보며... 너만을 기다렸던 내게로...
봄, 사월, 벚꽃... 그리고 그...
다가오고 있어.
벚꽃이 휘날리는 봄이.
내게는 보여.
꽃비를 맞으며 서성이는 네 모습이
열이나. 살과 뼈가 녹아버릴 것처럼 뜨거워. 온 몸이.
내게 봄은... 얼음으로도 식힐 수 없는 열병이 시작되는 계절이야.
열병의...
第二券
자신이 피우던 담배도 필터만 남기고 다 타 들어갔고,
그가 피우던 담배는 흙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기에 채 다 타지도 못하고 꺼져갔다.
바람이 불 때마다 빗줄기는 이리저리 비틀대며 그 바람에 휘둘렸다.
차라리 폭우가 내렸음 좋겠다.
그럼.. 눈물도 흘릴 수 없는 차가운 사이보그의 얼굴이라 할 지라도.
흠뻑 젖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럼.. 그걸 눈물이라고 우길 수 있을 테니까.
第三券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복수를 시작한 것을 후회하는 건 아니었다.
어쩌면 그를 사랑하게 된 자체를 후회하는 거였다.
그리고... 잊을 수 없음을 후회한다.
아니, 정말은 삼 년 전 그를 잡아 강간당하게 한 걸 후회한다.
비디오로 찍어... 야차보다 더 잔인하고 비정한 그의 아비에게 보낸 것을 후회한다.
그 아비한테 꽂을 칼을 그에게 먼저 휘두른 것을 후회한다.
그리고 이 담벼락에 그를 내버리고 간 것을...
정말... 정말 심장을 후벼 파내고 싶을 정도로 후회한다.
- 후회한다.
복수, 오로지 복수 때문이라고 되 뇌이며 그를 잔인하게 유린했었다.
그를 이 담벼락에 놓고 갈 때도,
다시 되찾아올 것이라고 맹세를 할 때도,
오로지 복수 때문인 줄로만 알았었다.
그가 한국을 떠나고... 그를 잡으로 갈 계획을 세울 때도,
오로지 복수 대문이라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그가 죽었을 때... 후후.
그때서야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갑자기,
전신을 날카로운 창에 꿰 뚫린 사람처럼 그런 아픔으로
깨달아야만 했던 것이다.
- 십 년 간의 사랑과 증오... 그 애증의 차이를...
第四券
- 쳐다보지 않을 것이다.
그 감정의 이름이 무엇이든...
- 뒤도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스물 거리며 덮칠 듯 뒤따라오는 저것의 정체가 무엇이든...
- 필요하다면 장님도... 귀머거리도 될 것이다.
그리고 결심했다.
- 놈을 망가뜨린 뒤... 버리기로.
계속 가지고 있기엔 너무 위험한 물건이니까.
- 원치 않는 자신의 두려움의 원인이니까.
- 그러니 유진. 너의 모든 걸 무니뜨리고... 널 가진 뒤 버리겠다.
그리고... 다시는 다시는 보지 않을 것이다.
- 꿈에서라도.
빌어먹을. 왜 이리 심장이 타는 듯이 아픈 걸까...
소책자 《summer brume》- 《The turning point of love》외전
작품유형 : 리맨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염재룡(마당쇠공), 배창영(상처수) - 공수전환
사랑하여 어렵게 이어진 연인에게 배신당한 창영은 다른 사람을 사귈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헤어진 연인은 라이벌 회사로 들어가 사업도 휘청거리는데, 누군가 애처로운 눈길을 자꾸 보낸다.
review:
지나치게 작위적인 플롯으로 자연스러운 맛이 전혀 없습니다. 철저히 흥미 위주로 작품을 진행시키며, 쥐어짜내는 듯한 등장인물의 감정에서 그들이 흘리는 눈물이 사랑의 눈물이 아니라 악어의 눈물(가증스러운 기만)로만 느껴집니다. R 그룹, T 백화점과 같은 이니셜도 작품에 사실성을 부여하는데 방해가 됩니다.
등장인물들의 주고받기식 복수전 말고 다른 소재도 사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PS: 오타가 여러 곳 발견됐는데 하나만 예를 들겠습니다. 지금까지 한글 오타는 많았어도 영어 오타는 처음 봅니다.
“자넨 말이야... 차가워서 더욱 매력적이야... 나의 Ice plowers(--> flowers)..."
열대어의 꿈 (개인지 12호, 2013. 10. 14, 예약: 12,000원)
작품유형: 재회물
시대/장소: 현대/와룡도
커플: 김지건(김원경, 29, 펜션 사장, 복수공), 박현제(26, 화가, 기다림수)
별장 일가족 도끼 참살사건이라는 참혹한 비극의 피해자였던 박현제와 김지건. 그 후 4년 간 두 소년을 옭아맸던 비극의 사슬은 차신형과 이관우가 사건의 전모를 밝히면서 끊어진다. 그러나 지건은 끝내 자취를 감춰버린다.
8년 후.
다정한 신형과 큰강아지라고 부르며 귀여워(?)해주는 관우, 친형처럼 따르는 강휘의 곁에서 현제는 안정적인 삶을 이어간다. 신형과 관우의 도움으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일러스트 작가로도 활동하는 등, 폭넓고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문득 이런 것이 행복 아닐까, 수긍하게 되는 평온한 나날이지만, 지건이 사라진 후 생긴 가슴의 구멍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기만 한다.
신형이 그리움이라고 가르쳐준 구멍.
그리움은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 상사병은 그리움이 깊어지면 죽는 병.
처음엔 십 원짜리 동전만 하던 구멍이 지금은 가슴 전체가 뻥 뚫릴 만큼 커졌으니,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죽기는 싫어 그를 잊으려 노력했지만, 오히려 더욱 뚜렷해지기만 한다. 결국 현제는 슬퍼할 신형과 강휘를 위해 미리 유서를 써놓고 지하방의 보물들도 정리해놓는 등, 마음의 준비를 한다.
그 모양을 킬킬거리며 내내 지켜보던 이관우가 어느 날 갑자기 외친다.
“여행 가자!”
그렇게 떠난 휴가여행의 목적지에서 현제는…….
review:
전작인 《누가 내 푸딩을 먹었을까》는 소꿉친구물에 육아도 있어서 참신했는데 속편은 《악연》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용서할 수 없는 원수. 지건에게 4년간 시달려 인간적 감수성도 사라지고 목소리도 잃은 현제. 동행할 수 없는 둘 사이에 흐르는 거부할 수 없는 성적 긴장감. 생활감 있는 《악연》으로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두 사람보다 세월에 둥글어진 관우와 신형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사춘기에 휘둘리는 강휘와 무서운 조직을 가진 남자에게 쫓기는 건장한 아저씨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평균작입니다.
PS: 오타로 보기엔 문제가 있어서 적었습니다. 설정오류인지 작가의 일시적인 착란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건은 이미 7년 전 불귀의 객이 되어버린 유영의 부친을 습관적으로 잘근잘근 씹었다. - 11 p. -
그것에 그치지 않고 오건학은 그를 어린 딸의 후견인으로 지정했다. - 32 p. -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진 편이에요. 그대는 진짜, 지인짜~ 사람 같지 않게 무뚝뚝했거든요. 얼마간은 할아버지가 사람 모양 돌덩이를 주워온 줄 알았다니까요. 제 이름도 할아버지 돌아가신 날에야 처음으로 불러줬어요. 같이 산지 칠 개월인가, 팔 개월인가 후였죠.“
유영은 흐흐거리며 개구지게 웃었다. - 171 p. -
--> 아무리 늦둥이라도 그렇지 아버지를 할아버지로 둔갑시키다니 글 안 써진다고 발송까지 미루면서 이런 오류도 잡아내지 못하고 한심합니다.
龍戀歌 (2001. 12. 16 - 초판)
작품유형 : 무협물
시대/장소 : 과거/중원
커플 : 룡후(공후, 철혈승룡, 24, 추악공), 단목운(18, 악질수)
사도 제일 방파 흑혈문의 삼공자 단목운은 무공을 거의 하지 못하는 연약한 몸이다. 그런 그를 어릴 때부터 보살펴 온 공후는 얼굴을 추악하지만 무공만은 일급 수준. 어느 날, 단목운의 둘째 형이 의문의 죽임을 당하고 무림에 피바람이 분다.
review:
합동지 《Terrorist》에 실린 단편으로 작품유형과 캐릭터의 성격이 미리 정해져 있습니다.
줄거리만 봐서는 엄청난 내용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장편의 내용을 단편으로 축약시키다 보니 지나치게 생략된 부분이 많습니다. 사건과 상황을 좀더 자세히 묘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작가는 한자(漢字)가 섞인 단어는 괄호 안에 한자를 병기(倂記)하거나 주석을 달아서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집필했습니다. 불구대천지수(不俱戴天之讐), 무릉도원(武陵桃源), 이목구비(耳目口鼻), 풍류(風流), 멸문지화(滅門之禍)같이 한자를 병기하지 않아도 그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쉬운 단어조차 일일이 한자를 병기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한자를 병기해야 할 곳에는 빼먹었습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별호(別號), 문파(門派)를 한글로만 표기한 것입니다. 주인공인 룡후(공후)와 단목운의 이름은 물론, 룡후의 별호, 두 사람의 출신 문파인 청룡문과 흑혈문도 한자 없이 한글로 표기했습니다. 룡후(龍后)나 청룡문(靑龍門), 흑혈문(黑血門)은 대강 때려 맞춘다 해도 공후와 단목운의 이름은 무궁무진한 경우의 수를 갖습니다. 또한 철혈승룡이 鐵血乘龍인지 鐵血勝龍인지도 미스터리입니다.
PS: 오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잘못 표기했습니다.
룡회(--> 룡후)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차분하게 대꾸했다.
- 중략 -
룡회(--> 룡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단목운이 날카로운 일갈로 냉큼 잘라버린다. (122 p. )
잔혹한 여름날의 초상 = The portrait of cruel summer day(개인지 3호, 2001. 4. 7 - 초판)
작품유형 : 리맨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이유신(19-->27, 광공), 강희수(21-->29, 후회수)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희수는 대학 이학년 여름방학, 농활 활동을 간 시골에서 만난 티없이 맑은 한 소년에게 빠졌고, 그래서 강제로 가졌고, 그리고 두려워 도망쳤다.
악몽에 시달리며 팔 년을 보낸 후, 아스팔트를 녹이는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건장하게 성장한 그 소년이 그리운 풀내음을 풍기며 자신에게 성큼 다가선다.
review:
과거의 잘못을 잊지 못해 악몽에 시달리는 희수. 악몽이 현실로 나타나자 체념 상태가 되어 나자빠집니다. 그런 희수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과거의 애증에 묶여 희수를 괴롭히는 유신. 단 한번이라도 사랑의 무게에서 뒷걸음치지 않는 희수의 모습을 보고자 온갖 짓을 저지르는 유신이 애처롭습니다. 복수로 얼룩진 전개 때문인지 우울한 분위기의 작품입니다.
PS : 오타입니다.
피부를 저미듯 스며드는 지옥처럼 차가운 냉기가 벼(--> 뼈)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온 몸을 얼려 버리는 것만 같다. (156 p.)
연후는(--> 희수는) 어느 결에 부드러워져 버린 그의 입술을 정신 없이 쫓아가며, 자유로운 두 손으로 그의 몸을 미친 듯이 쓸어 내렸다. (266 p.)
--> 주인공 이름을 바꾸다니.
카오스 상, 하 = The choas(개인지 5호, 2002, 4. 21(초판) - 20,000원)
작품유형 : 리맨물
시대/장소: 현대/일산
커플 : 설도훈(19-->22, 음모공), 신기영(김기영, 27--> 30, 상처수)
열 아홉이라는 어린 나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무겁고 벅찬, 한국 최고의 톱 모델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설도훈.
그런 명성을 얻기 위해 그가 치뤄왔던 전쟁들은 살을 찢고 뼈를 깍아내는 것마냥 고통스럽고 치열했었다.
허나 그 혹독했던 전쟁들도 어느 날 새벽, 어둠에 휩싸인 시외 도로에서 주웠던 이 사내와의 전쟁에 비하면, 한낱 어린애들의 골목 전쟁에 불과할 뿐이었다.
마치 주인에게 버림받은 강아지 꼴로 넋이 나가 있던 주제에, 자신의 기준으로 본다면 형편없을 만큼 평범하고 또 평범한 주제에.
그러나 그 평범한 사내로 인해 이제까지 필사적으로 닦아놓았던 도훈의 아우토반이, 갑자기 말굽고개처럼 비틀리고 휘어져 돌아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도훈의 기준으로 본다면 입맛만 버릴, 너무도 평범하고 또 평범한 한 사내로 인해...
소책자 《The Ugly Duckling two》- 《The turning point of love》외전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강민, 임윤수
review:
성장소설 분위기가 풍기는 작품으로 소년기의 혼돈을 헤치고 성숙한 남자가 되는 과정을 고통스럽지만 시원하게 묘사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도피성 출국도 마이너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잘 보여줍니다.
한여름밤의 꿈 : 惡緣 外傳 (개인지 8호, 2005. 8. 28,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현대 서울
커플 : 유진(30대초반, 조직두목겸 대기업 회장, 마당쇠공), 서인하(30대초반, 대기업 회장, 상식수) - 공수역전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에 이른 진과 인하. 그러나 둘의 투닥거림에 주변인물만 피해를 본다.
동상이몽
천생연분
곰보다 여우
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 Eve's
천적
한여름밤의 꿈
축전 만화 - by 이진
후기
review:
전작의 애증이 무색하게 닭털을 날립니다(목공소를 차려야 할 정도로 대패질을 했습니다). 사족인가 싶을 정도로 자세하게 풀어서 지겹기도 하지만 달콤한 내용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만족하실 듯……. 평균작입니다.
Cocktail Bar (2001. 3. 9)
0.99 와 1.00의 차이 written by 야시상
설화 written by 카라
凰黨懋溪 written by 카키
OZ written by paisasa
전쟁 같은 사랑 written by 달의 여왕
제2의 남자 written by 레이지
Complex X Complex written by 게으름뱅이
소책자 《히로시와 나》란도우 료우
Cross Roads 1-2 (개인지 6호, 2004. 3. 28(초판) - 예약 : 20,000원, 현매 : 22,000원)
작품유형 : 심리스릴러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강성훈(고2-->29, 시나리오 작가, 광공), 황보율(고2-->29, 영화감독, 고뇌수)
쌍둥이 형제 성진과 성훈에게 사랑받는 율. 그 자신도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 알지 못한다. 성진이 사고로 죽자 본심을 깨닫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이미 없는데……. 죽은 사람이 보낸 시나리오가 발목을 잡을 줄이야.
1권
겨울을 물고 날아온 새
前奏曲 : 주박 呪縛
第一幕 : 수면 위, 수면 아래, 그리고 호수
間奏曲 : 새의 길
2권
第二幕 : 미로 迷路
終曲
a monologue
review:
복선과 암시가 지나쳐 읽는 사람이 피곤합니다. 서술과 묘사를 삼분의 일로 줄이고 대화로 상황을 설명했으면 이렇게 헷갈리지는 않았을 텐데…….
오랜시간 침묵하다 나온 작품인데다 작가가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곳곳에 보이지만 독자를 배려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최소한 두 번은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만 두 번 읽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내용을 이해할 수 없으니 재미가 없고, 그렇다고 문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니 읽을 맛도 안나고. 들인 정성에 비해 반응이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냥저냥 읽을만합니다.
Deeply I-II (개인지 9호, 2012. 1. 29, 예약: 20,000원)
작품유형: 조폭물, 복수물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하성재(30, 금융회사 사장, 광공), 윤태주(정동우, 31, 검사, 희생수)
윤대감댁 머슴으로 태어난 조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태주에게 집착하게 된 성재는 태주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집을 뛰쳐나와 엘리트 조폭의 길을 간다. 어느 날 운영하고 있는 술집에서 간부에게 칼을 휘두르는 남자를 구해주는데 죽은 줄로만 알았던 태주가 아닌가. 즉시 태주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파헤친 성재는 태주를 데리고 몸을 숨기고 태주를 찾으려는 일당은 그들을 뒤쫓는데…….
I
prologue 9
Deeply 27
II
epilogue 251
kissing you 261
side story 1 263
side story 2 297
side story 3 303
후기 315
review:
5년만의 작품인데 전작들과 거의 변한 부분이 없습니다. 작가의 조폭물은 복수와 어린시절 인연이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하는데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닙니다. 약방의 감초처럼 나타나 주인공들의 행복한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해주는 똘마니까지 빠지지 않습니다. 단, 한층 업그레이드 된 정사신은 기억에 남습니다.
복잡한 인간관계와 여러번 바뀌는 주인수의 신분이 헷갈리고 마지막에 남호태와 오기현의 죽음까지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져 연결감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입니다. 평균입니다.
Intensive : 지독한 사랑(개인지 1호, 2000. 12. 16(초판) - 9,000원)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1991-->2001/서울
커플 : 조지우(dark baal, 19-->30, 비굴공), 이하진(death flower, 19-->30, 여왕수)
사랑했기에 절망했고……
그 사랑을 위해 절망을 껴안는다……
- 본문 中 -
강간당한 친구의 복수를 위해 상대방 패거리의 보스(지우)를 강간한 하진. 지우는 다시 하진을 잡아와 자신의 집에 일주일간 억류시킨다. 지우가 졸업식에 참석한 사이, 하진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4년 후, 조직의 보스와 게이바의 사장으로 다시 만난 두 사람.
축전
예이츠를 위하여 / 애드 십이
review: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지우에게 고백조차 못하는 하진과 내막도 모르면서 보답 없는 사랑을 기다리는 지우의 모습이 절절합니다.
두 사람의 고등학생 때의 모습과 조폭 지우의 모습이 유치하게 묘사(별명에서 뒤로 넘어갔습니다)된 것이 아쉽지만, 격렬한 감정 묘사와 스피디한 전개가 작품에 긴장감을 줍니다.
스트레스 받을 때 읽으면 도움이 될 듯…….
PS: 한강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의외로 많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데 한번 모아봤습니다.
“한강변으로 가자.”
한 밤중에 뜬금 없이 한강으로 가자고 하는 데도, 철수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핸들을 꺽는다. 가다가 눈에 띄는 편의점에서 소주 몇 병과 오징어를 사들고, 한강변에 도착하자마자 둑에 앉아서 나발을 불기 시작했다.
- 중략 -
재민과 철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자신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나란히 앉아있었지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초봄의... 그것도 한 밤중의 한강변엔 인간이라곤 거의 없었다. 시커멓게 출렁이는 물결과 주황불빛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는, 몇 개의 다리들만 항상 지키고 있었던 것처럼 제 자리들을 지킬 뿐, 지우는 다 비워버린 빈 병을 강물 속으로 홱 집어던져 버리고, 폐부 깊숙이 갇혀있는 것들을 억지로 다 끌어올려 밖으로 힘껏 내동댕이쳤다.
“우아아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 《Intensive》/ 카라. 293 p. -
--> 지우는 치미는 울화를 푸는 곳으로 사용했습니다.
“이러고 싶으냐?”
“뭘?”
서경은 손에 쥐고 있던 캔을 슬쩍 흔들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여기 앉아서 이러고 싶으냐고?!”
벌컥거리며 순식간에 한 캔을 다 비운 도훈은, 싱긋 웃으며 쾌할한 어조로 대꾸했다.
“응. 이러고 싶어. 한국에 오면 두 번째로 하고 싶은 일이었거든.”
“십 년만의 최대 이상기온이라는 이 혹한에, 꽝꽝 얼어붙은 한강변에 쭈그리고 앉아, 달달 떨어가며 차가운 맥주를 마니는 게?”
“음. 뭐, 봄이나 가을이면 더 좋겠지만 어쩔 수 없지.”
“넌 뭔가 일이 있을 때마다 한강을 찾던데... 이유라도 있냐?”
내리꽂히던 햇살이 조금씩 길게 드러눕는다. 그대로 소리도 없이 얼음을 슥 갈라버릴 것만 같다. 도훈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냥. 탁 트였으니 속이 좀 시원해지잖아. 쉽게 올 수 있고. 다른 곳과는 달리 주변 사람들 신경 쓸 필요도 없고. 그리고 너니까 솔직히 말하는 건데. 여기서, 이 자리에서 참 많이 울었었다. 한 마디로 내 전용 화풀이 장이었지. 저 물이 삼킨 소주병만 해도 용달차 한 대는 거뜬할 걸.”
- 《Chaos 하》/ 카라. 219-220 p. -
--> 죽을 마음을 먹으면 떠올리는 장소. 한바탕 소란을 부리고 싶을 때 찾아가는 장소. 울고 싶을 때 달려가는 장소.
차가 멈춘 곳은 뜻밖에도 한강 유람선 선착장이었다.
연후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평일 오전이라 사람들이 뜸해 한산하기까지 한 선착장 주변을 멍청히 두리번거렸다.
경치 좋은 곳만 골라 자신을 많이 끌고 다니긴 했지만, 거의가 다 서울 외과 쪽이었고 주로 이색 식당이나 러브호텔을 찾아 다녔기 때문에 조금 의아스럽긴 했지만... 머 지 제멋대로의 성격에 갑자기 유람선이 타고 싶었던 모양이지.
- 중략 -
속으로야 이런 절규를 내지르고 있었지만, 연후는 그 상태로 끽 소리도 못하고 선착장을 향해 질질 끌려갔다.
그리고 그 상태로 순조롭게 유람선에 승선할 수 있었다.
- 《사랑의 터닝 포인트 1》/ 카라. 230-233 p. -
--> 다음 장면이 “너 이실직고해라” 이니 고백의 장소 또는 변명의 장소로 사용했습니다.
연후에게는 한강이 의아스러운 장소일지 몰라도 한강이 등장하는 작품을 연달아 세 편 읽으니 그리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필름은 없습니다. 디스켓이죠. 디지털카메라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웬만한 프린터만 있으면 즉석에서 출력이 되죠. 고화질로, 아주 선명하게.”
해원은 제희의 옆자리에 앉아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악몽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미줄로 온몸을 칭칭 동여맨 느낌이다. 끔찍하다.
“잘됐구나. 안 그래도 신고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그게 증거물이 되면 바로 구속될거다. 아마.”
해원은 냉정하게 말하며 차다못해 얼어붙은 눈으로 제희를 돌아보았다. 제희는 멍하니 강물을 보고 앉아있었다.
- 《In your eyes 上》/ 란마루. 99 p. -
--> 협박의 장소로 사용했습니다.
제희가 데려 간 곳은 고수부지였다. 그렇게도 갈 데가 없었던 건지, 아니면 다른 곳이 생각이 안났던 것인지. 그렇게 난동을 피워놓고 온 곳이 고작해야 한강 고수부지라니. 어울리지 않게 웃음이 나려 한다. 하지만 그러다가 생각이 나고 말았다.
처음 자신에게 협박을 해 왔던 장소가 바로 여기였다는 사실을. 63빌딩이 보이는 각도나 여러 가지 풍경으로 볼 때 장소까지 바로 거기인 거 같았다. 해원은 기가 찼다. 악취미군 이제희. 그렇게 지 상처를 후벼파는 게 좋으냐. 너 아무래(--> 아무리) 생각해도 매저다.
- 중략 -
해원은 강물을 보았다. 짙은 남빛의 물이 잔잔하게 넘실거리고 있었다. 회색의 콘크리트 안으로 우겨 넣은 것처럼 보이는 그 물들은 그래도 별 상관이 없는지 아무런 동요도, 아무런 분노도 보이지 않고 그저 찰랑찰랑 흘러갈 뿐이었다. 그걸 보니 화가 나려고 했다. 아무런 죄도 없이, 아니 오히려 혜택만을 준 인간들이 자신을 가두고 자기가 원하는 길로 흘려보내고, 종내는 막아버리기까지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냄 없이, 아니 자기가 그런 짓을 당한다는 사실도 모른다는 듯이 그렇게 하는데로 당하고만 있는 것을 보니 옆자리에 앉은 누군가랑 지독하게 닮아있는 거 같아서 보기가 싫었던 것이다.
- 《In your eyes 下》/ 란마루. 287-288 p. -
--> 또 다른 시작을 말하는 장소. 가라는 대로 흘러가는 한강물이 해원에게는 시키는 대로 하는 제희와 겹쳐 보입니다.
서울 땅에 오니 자신의 심란함을 풀어줄 자연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촌놈의 티를 내는 거냐고 자조를 해 보았자, 풍부한 자연에 휩싸여 살아오던 놈이 갑자기 도시에 적응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지헌은 속이 상할 때면 고향의 해안가를 대신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래도 출렁이는 물이 있다는 기분으로. 그래도, 발 밑에서 찰싹거리는 파도소리가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하지만 오늘은 그 대용품도 제대로 듣지 않는 것 같다. 가슴속의 풍파를 담아 떠내려 보내기엔 한강은 스케일이 너무 작은 것이다. 찰싹 찰싹 쳐대는 앙증맞은 파도는 우울함을 식혀주기는커녕 오히려 짜증을 북돋운다.
- 중략 -
가만있다가도 문득 문득 자신이 한 짓이 생각나 쪽팔려서 자살하고 싶은 지헌은 한강물에 뛰어들고 싶은 유혹을 강렬하게 느꼈다. 그러나 차마 그러지 못한 것은 오염된 한강수와 물에 불은 시체는 추하더라는 속설 때문이다. 아무리 죽고 싶어도 추하게 죽는 꼴은 보이고 싶지 않다. 사나이 나이 열 여덟. 사랑이나 우정보다는 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은 자살 후의 모습에서까지 미학을 찾았다.
“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지헌은 그래서 한강을 향해 울부짖는 걸로 투신 자살을 대신했다. 그 울부짖음 사이에는 간간히 조한욱 죽일놈, 내 인생 물어내라 등등의 듣기만 해도 처절한 외침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모습이 아닐 수가 없다.
《Animal history》/ 란마루. 171-173 p. -
--> 《Chaos》의 도훈이에겐 속 편안해지는 한강도 바람의 사나이 지헌에게는 좁기만 합니다.
은곡동을 출발하고 20분만에 차는 벌써 한강 고수부지에 와 있었다.
출근 시간이라 어지간히 차가 막힐텐데도 워낙에 난목하게 운전을 하고 있는 벤츠에게 모두 짜증스럽게 몇 번의 경적을 울리고는 길을 비켜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공원에는 한가하게 먹이를 찾는 비둘기말고는 인적이 없었다.
난폭하게 차를 세우고 선재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갔다와.”
“...?”
“첫 기일은 직접 찾아 뵙는 거다. 몰랐냐?”
- 중략 -
불에 타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다시 태워 재로 이곳에 뿌려드렸다.
아무도 그가 하는 일을 지켜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저곳에 앉아 한참을 생각하다가 두 분의 유해를 섞어 강으로 흘려보냈었다.
- 《월산》/ 피모. 31-33 p. -
--> 부모님을 보내드린 장소.
하지만 선재는 부드러운 눈으로 이층 거실의 베란다 문을 밀고 나가는 그의 손길을 보면서 그가 이 집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앞으로 안고 있듯 흐르는 강이며 차들의 소음으로 꽤나 시끄럽기는 하지만 매끄러운 샤시문을 닫으면 집은 절간처럼 조용했다.
아니, 무엇보다 그런 확신이 들게 한 것은 주석과 같은 느낌으로 마감되어 있는 베란다의 난간을 살그머니 쓰다듬는 그의 손과 어딘지 아련해 보이는 표정이 그리운 것을 떠올리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 중략 -
“방이 두 개 짜리 작은 아파트였는데 말이죠. 손바닥만한 베란다가 있었어요. 어릴 적에는 떨어진다고 베란다에 못나가게 하셨는데..... 거기서 저 강이 딱 이렇게 보였어요. 커다랗게 소리도 없이 흐르는 것처럼 말이에요. 새벽에 안개가 끼면 강 건너 저편의 도시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바다처럼 쏴아쏴아 하는 소리를 내며 내내 강이 흘렀어. 새벽에 그렇게 베란다 나가서 가만히 서 있으면 아침 지으려고 엄마가 나와서.... 훈아! 추운데 서서 뭐해. 감기 든다.....”
- 《월산 : 아사가》/ 피모. 256-257 p. -
--> 도훈에게 한강은 부모님을 보낸 곳이기도 하지만 아련한 추억이 서린 곳이기도 합니다.
Terrorist (합동지, 2001. 12. 16(초판) - 10,000원)
1편 《Inverse》Code name Mizuhara
2편 《龍戀歌》Code name Kara
3편 《소년이여, 전설이 되어라!》Code name Haohmaru
4편 《블라인드 게임》Code name Dongha
작풍을 살펴보겠습니다.
1. 직선적이고 원색적인 감정묘사
초조함과 불안함. 두려움 등이 마구 뒤섞인 격렬한 감정이 온몸을 아프도록 후려쳤다. 두려워. 너무 두려워서 차마 수평선 쪽으론 시선도 돌릴 수 없었다. 심장을 갈가리 난도질하는 절망감에 미쳐버릴 것만 같아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리고 싶었다. - 《동행》288 p. -
하지만 그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는데... 그의 향기는 계속 남아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연후는 차분한 몸짓으로 어깨에 두르고 있던 그의 코트를 끌어내렸다.
그리고... 조금 전의 일이 꿈이 아님을 인정해야만 했다.
꿈속에서 향기까지 느낄 수는 없을 테니까...
연후는 천천히 그 코트에 얼굴을 묻었다.
은은한 카론 향과 뒤섞인 그의 향취가 콧속으로... 무너져 가는 가슴속으로 서서히 밀려들어온다.
조그만 심장을 가득 채우고... 허파와 간을 물들이고... 온갖 내장들과 혈관까지 모두 그 향기로 물들이고도 끊임없이 밀려들어오기만 한다. - 《사랑의 터닝 포인트 2권》87 p. -
피가 부글부글 끓어올라 금방이라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
호흡도 할 수 없을 만큼 목구멍이 붓고, 거대해진 심장 울림에 이대로 가슴이 터져 당장이라도 죽어버릴 것 같았다.
도무지 더 이상은 지금의 이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 《선인장 2》339 p. -
진은 점점 창백해져 가는 인하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심장을 옥죄어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악연 3》320 p. -
미칠 것만 같았다.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자신이 금강불괴(金剛不壞)의 신체라는 것이 차라리 저주스러웠다.
그를 무공도 익히지 못하는 이 따위 몸으로 만든 것이 스스로의 심장을 잡아 뽑아 버리고 싶을 만큼 후회스러웠다. - 《용연가》185 p. -
간신히 이어져 있던 가느다란 신경 줄이 모조리 끊어져 나간 것만 같았다. 꾹꾹 눌러 참기만 했던 그간의 아픔과 괴로움들이 흉측한 이빨을 드러내며 자신을 집어삼킬 듯 사납게 덮쳐 들었던 것이다.
너무나 괴로워서... 괴로워서 그대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대로 죽을 것만 같았다. 죽을 것만 같았다.
얼마나 그렇게 몸부림을 친 걸까?
정신을 차려보니 부드러운 담요 위에서 유신에게 꽉 끌어 안겨져 있었다.
심장이 거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숨이 가빴지만, 가슴속은... 신기하리 만치 텅 비어 버렸다. - 《잔혹한 여름날의 초상》337-338 p. -
심장이, 살갗이, 뼈 마디마디까지 주체하기 힘들만큼 아파서 참아낼 수가 없다. 구터운 철근이라도 관통해 나간 듯 뻥 뚫린 구멍이, 그곳으로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이 너무도 차가워 견딜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고 제발, 제발 이 모든 것이 꿈이었다고 그가 말해주길, 기영은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그러나 이어지는 도훈의 절박한 외침은, 남아있던 기영의 작은 미련바저 모조리 깨부쉈다. 잘게, 잘게, 모래알처럼 잘게. - 《카오스 2》168 p. -
마약... 그는 자신에게 일종의 마약이었다. 그것도 품질이 너무 좋아서 자력으로는 절대 끊을 수 없는 마약. 끊으려면... 죽음밖에는 없겠지. 아니, 죽어도 그를 놓아줄 수는 없었다. 지옥으로 가든 천당으로 가든, 그는 반드시 데려갈 생각이니까... 자신이 없어지면 얼씨구나 하고 다른 놈 품에 안겨 들 그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타오르고 뇌수가 녹아 내리는 것 같다. - 《Intensive 》64-65 p. -
거의 모든 작품마다 위와 같은 묘사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의 글은 독자가 작품과 공명하면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지루하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2. 과장된 배경
주인공 대부분이 조직의 보스거나 후계자(조폭물)거나 대기업의 사장, 일류 디자이너, 세계적인 모델(리맨물) 또는 한 문파의 장문인(무협물)입니다. 《악연》, 《Intensive》, 《선인장》은 조직과 대기업이 섞여 있습니다. 총 11편의 작품 중에서 한 그룹의 리더가 아닌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은 《설화》뿐입니다.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럽습니다.
3. 자기복제
두 세권 읽으니 작가의 집필 패턴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몇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첫째, 플롯
시작도 못해보고 깨진 동생의 연심의 되갚아줄 마음에 시작한 복수가 발단이 된 《사랑의 터닝 포인트》, 억울하게 돌아가신 부모와 누나의 복수를 다룬 《악연》, 가문을 무참히 말살한 원수들에 대한 한풀이 《용연가》, 어린 시절 외면당한 사랑을 세월이 지나 다니 만나게 된 《잔혹한 여름날의 초상》, 강간당한 친구의 복수를 위해 상대 조직의 보스를 산 《Intensive》.
대부분의 작품이 발단 부분에서 원수관계(적대적 관계)로 시작합니다. 조폭물의 경우는 연인의 신변에 큰 위험이 닥칩니다(《Intensive》, 《악연》, 《선인장》).
둘째, 배경과 사건
지리적인 배경으로 한강이《사랑의 터닝 포인트》와 《카오스》,《Intensive》에 등장합니다. 작가가 자주 사용하는 장소로 한강 말고 게이 바가 있습니다. 《미운오리새끼》, 《설화》, 《Intensive》에 나옵니다.
등장인물이 여장을 하는 장면도 《선인장》에 한 번, 《Intensive》에 두 번 나오는데, 그 목적이 폭력과 복수라는 것까지 같습니다.
동인녀가 등장하는 작품은 《사랑의 터닝 포인트》, 《악연》,《Intensive》입니다.
셋째, 자주 사용하는 문장
아버지와 능히 맞짱을 뜨고도 주리가 남을 놈이었다. - 《동행》154 p. -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네. 뭐. 천왕봉까지 왕복하고서도 주리가 남을 깡다구야.“ - 《동행》188 p. -
“이불에 그냥 둘둘 말아놔도 이 정도 온도면 푹 쪄지고도 주리가 남아.” - 《동행》306 p. -
실제로도 지금 홀 안의 모든 마짜들의 시선을 독으로 받고 있었다. - 《사랑의 터닝 포인트》56 p. -
"웃기지 마. 네 놈은 그렇게 하고도 주리가 남을 놈이야!!! 구제 불능의 미식가 놈!!!“ - 《사랑의 터닝 포인트》61 p. -
정말이지, 인하가 없었다면 총부림이 몇 번 일어나고도 주리가 남았을 일. - 《선인장 1》306 p. -
“사랑이 그 야심보다 더 소중했다면, 넌 이미 칼을 수중에 넣고도 주리가 남았을 놈이야.” - 《선인장 2》72 p. -
"그 놈이 그 자존심에 그런 이야기 할 놈이냐? 멍청한 놈. 수현이 왜 저러는지 이해가 가고도 주리가 남는다. 쯧.“ - 《선인장 2》246 p. -
비록 거의 매일 우유나 참치 캔만 사가지만, 그래도 개장 초기 때부터 단골이었건만 그에게서 흔한 인사말 하나 듣지 못했던 것이 이해가 되고도 주리가 남는 것이다. - 《설화》-
“씨팔... 정말 시대를 잘 못 타고 태어난 여자야. 16, 17 세기 유럽 권의 왕족으로 태어났다면 남편, 자식들 다 죽이고 여 황제가 되고도 주리가 남았을 여잔데 말이야.” - 《악연 3》319 p. -
정말이지... 남자로 태어났다면 한 나라를 좌지우지 하고도 주리가 남았을 여자였다. - 《악연 3》342 p. -
뭐라고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어 기어드는 음성으로 얼버무리는 자신에게, 그는 다른 사원들이 들으면 기절하고도 주리가 남을 유쾌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 《잔혹한 여름날의 초상》154 p. -
다 듣고도 충분한 주리가 남았을... - 《잔혹한 여름날의 초상》179 p. -
서경이 왜 그렇게 조심스러웠는지 이젠 이해가 가고도 주리가 남을 정도였다. - 《카오스 1》82 p. -
“눈곱만큼이라도 그럴 마음이 있었다면 벌써 터트리고도 주리가 남았을 거다.” - 《카오스 2》123 p. -
노마가 봤다면 아마 십리 밖으로 줄행할치고도 충분히 주리가 남았을 괴기한 웃음을 터뜨리며, 하진은 그 물건들을 천천히 집어들었다. - 《Intensive 》57 p. -
놈이라면 그러고도 주리가 남을 놈이니까... - 《Intensive 》116 p. -
안 그랬으면 여러 놈들 인생 망치고도 주리가 남았을 놈이다. - 《Intensive 》157 p. -
“사고치고도 주리가 남을 놈이야.” - 《Intensive 》245 p. -
“오면 술은 독으로 다 퍼 마시고, 잘만 놀다 가면서. 밀린 외상 값이나 좀 갚으시죠. 자. 갑니다. 선배.” - 《미운오리새끼 1》 44 p. -
그런 주제에 자신들이 남창들과 좀 난잡하게 놀아나면 경멸을 하며 깨끗한 척은 독으로 다 해대는 것이다. - 《사랑의 터닝 포인트》75 p. -
지금 이 시간에야 당연히 편한 단잠 속에 빠져 있을, 그리고 이제 몇 시간 후면 그 멋들어진 교복을 차려 입고 당연한 듯 최고급 자가용을 타고, 최고급 사립 고교 정문 앞에 내려서서 다른 이들의 선망의 시선을 독으로 차지하며 점잖은 척 미소를 짓겠지. - 《악연 3》267 p. -
어딜 감히 기어올라? 하여튼 재롱을 독으로 떠는 놈. 쿡쿡. - 《악연 3》300 p. -
하얏트호텔에 들어서면서부터 그곳을 미친 듯이 튀어나와, 한강에서 술을 독으로 퍼마시고 필름이 잘려버린 그 순간까지의 모든 기억들이. - 《카오스 1》82 p. -
“킬킬... 건방은 독으로 다 떨더니 꼴 좋다.” - 《카오스 1》207 p. -
함께 사호선 열차를 탄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독으로 잡아끌었다. - 《카오스 2》28 p. -
매번 이런 일 겪을 때마다 상처는 독으로 다 받는 주제에 왜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거야. 왜?!! - 《Intensive 》115 p. -
각 작품마다 등장인물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즉, 한 사람의 습관적인 입버릇이 아니라 작가의 입버릇이 작품에 반영된 것입니다. 이 외에도 자주 사용하는 문장으로 “이판사판 곱이 팔 판이다(또는 이판사판 공사판이다)”와 “콧방귀를 풍 끼었다”가 있습니다.
스티븐 킹은 이런 습관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8학년 때 나는 머리 랜스터[Murray Leinster: 1896~1975. 미국 소설가-옮긴이]의 어느 보급판 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별 볼일 없는 과학 소설가였던 그는 주로 《어메이징 스토리즈 Amazing Stories》같은 잡지사에서 턱없이 적은 원고료를 주던 1940, 1950년대에 대부분의 작품을 썼던 사람이다. 나는 렌스터의 다른 책도 읽어보았으므로 그의 작품이 들쭉날쭉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날 읽은 책은 소행성대에서 광석을 캐는 이야기였는데, 이 책도 별로 뛰어난 작품은 아니었다. 아니, 그 말은 너무 잘봐준 것이다. 사실은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인물 묘사는 종잇장처럼 얄팍했고 플롯도 터무니없었다. 그 중에서도 (당시 내가 느끼기에) 최악이었던 것은 렌스터가 ‘열띤(zestful)'이라는 말을 몹시도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광석이 있는 소행성이 가까워지면 등장인물들은 ’열띤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채굴선에서 식탁에 앉을 때도 ’열띤 기대감‘을 품었다. 끝부분에서 주인공은 가슴이 커다란 금발의 여주인공을 끌어안고 ’열띤 포옹‘을 나누었다. 나에게는 그것이 문학적인 천연두 예방 주사와 같았다. 내 기억에 나는 지금껏 장편에서든 단편에서든 ’열띤‘이라는 말을 쓴 적이 한 번도 없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소행성의 광부들》(정확한 제목은 아니지만 대충 비슷하다)은 독자로서의 내 삶에서 중요한 책이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순결이나 동정을 잃은 순간을 기억하듯이 대부분의 작가는 어떤 책을 내려놓으면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나도 이것보다는 잘 쓰겠다. 아니, 지금도 이것보다는 훨씬 낫지!’
- 《유혹하는 글쓰기(원제: On writing》/ 스티븐 킹. 김영사, 2002. 176-177 p. -
카라 작품의 키워드는 대강 셋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복수와 분노와 정열. 작가는 복수와 분노에서 파생되는 폭력과 배신, 상처와 질투 같은 감정에 역동적이고 스피디한 전개와 등장인물 사이에 신랄하게 주고받는 대화를 곁들여 작품을 대하는 독자의 집중력을 높이고 감정이입을 도와줍니다. 그러나 이런 작품들은 쉽게 지치고, 많이 읽을수록 내성이 생기는 단점이 있습니다. 작품이 많아질수록 감정의 수위가 격렬해지다가 어느 정도에 도달하면 독자와 작품 사이를 이어지는 감정의 끈이 끊어지면서 독자는 작품과 괴리됩니다. 저는 《Intensive》와 《동행》까지는 작품과 공명했으나 《악연》에 이르러 더 이상 작품에 몰입할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 자기복제된 플롯, 소재, 배경, 사건, 문장이 곁들여져 총 11편의 작품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조폭물, 리맨물, 무협물 세 권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