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힐(Meehil) 

그대에게 = To You 1-2 (개인지 3호, 2012. 6. 24(2쇄), 예약: 26,000원)

작품유형: 신파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서유준(박해준, 4-->20, 대학생, 재벌 후계자, 일편단심공), 서한경(7-->29, 연예부 기자, 동생바보형)

어린 동생이 납치되고, 어머니는 동생 때문에 심장병이 악화되어 죽었다. 가세는 기울었는데 폐인이 된 아버지는 길 잃은 어린아이를 데려와 양자로 입적시킨다. 보험을 잔뜩 들어둔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가장한 자살을 하고 형제는 보험금으로 생활의 안정을 찾는다. 세월이 흘러 형은 연예부 기자가 되고, 동생은 공부 잘하는 수험생이 되었다.

얌전한 모범생인줄 알았던 동생은 오직 형에게만 숙이고 들어가지만, 형은 아무것도 모른 채 남자를 몰고 다닌다.   

review: 

2006년에 나온 작품인데 2012년에 재판이 되었습니다. 무기로 쓸 수 있을 정도의 두께, 깨알 같은 글씨에 기가 질려 차일피일 미루다 단편집 《Remembrance》를 리뷰하면서 함께 읽었습니다.

줄거리가 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표면적인 줄거리는 위에 소개한 것이고, 이면의 줄거리는 Ijen의 《나의 푸른 하늘》과 비슷합니다.

한경의 옆집에는 유명한 여배우와 자수성가한 벤처 사업가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여배우는 활동을 시작하고, 아이는 비슷한 시기에 한경의 동생을 낳은 한경의 어머니가 함께 돌보았습니다. 사실 아이는 아이 아버지가 외도를 하여 낳은 사생아인데,  여배우가 친자로 입적시키는 대신 아이의 생모를 외국으로 보냅니다. 이에 아이의 생모와 알고 지내던 남자가 불만을 품고 아이를 납치합니다. 이 과정에서 한경의 동생이 아이로 착각되어 희생당합니다. 몇 년 후 여배우의 아들이 납치되어 4천 만 원을 요구받습니다. 납치범은 돈을 받지 못하면 아이를 죽인다는 연락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춥니다. 사라진 아이가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과, 과거 이웃집 아이의 사고의 내막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여배우는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거액의 위자료를 받고 이혼합니다.

한경은 우연한 기회에 여배우와 인터뷰를 하면서 실종된 아이의 사진을 보게 됩니다. 친동생보다 더 알뜰히 키운 동생의 사진을 보면서 아버지의 행적에 의문을 품습니다. 잠깐 돌보기로 했던 길 잃은 아이가 어떻게 아버지의 호적에 올라갔는지, 아이는 모르는 남자의 손에 얌전히 이끌려 왔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당시의 사건을 파헤치던 중 아이의 아버지 쪽에서 한경의 행적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역으로 한경의 뒤를 캡니다. 결국 한경의 입양된 동생 유준이 당시 사라진 재벌 후계자임이 밝혀지고, 유준은 폭풍의 핵으로 떠오릅니다. 모든 과거는 기사화 되어 까발려집니다. 집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한경은 회사에서 잘리고, 명예훼손으로 고발까지 당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얌전하던 동생은 한경을 향해 욕망을 드러내고,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한경은 심장발작을 일으킵니다.

한사코 형의 옆에 있으려는 유준이지만, 형을 향한 이상한 집착을 끊어버리기 위해 한경은 동생을 친아버지에게 보냅니다. 유준은 유학가라는 아버지의 말을 귓등으로 듣고, 형만을 바라보지만 한경은 칩거하며 나타나지 않습니다.

복잡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꼬인 인과관계입니다. 처음에 한경의 친동생과 유준이 착각으로 뒤바뀐 것 정도는 이해 가능하나, 출생의 비밀과 입양되는 과정은 작위적입니다. 여배우의 비뚤어진 욕망, 재벌 친아버지의 독불장군 같은 행태, 끝까지 당당하게 나서지 못한 한경의 태도까지 비틀리고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면이 강조되었습니다. 

카타르시스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거대 재벌의 재력은 강력한 무기가 되어 형제를 옥죄고, 도망하는 형과 뒤쫓는 동생 사이는 일방통행이라 단단한 울타리가 되지 못했습니다. 주변에서 둘을 응원하는 사람은 없고, 전부 헤어지기만을 바라니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다 읽으면 감정적으로 피폐해집니다. 마지막에 둘이 함께 있으면 뭐합니까. 온통 암흑인 것을 현실이 어려워도 미래가 기대되는 작품이 있습니다만 이 작품은 끝까지 암담합니다. 감정적인 카타르시스를 원하는 분들은 읽지 마십시오. 해결되지 않는 욕구불만의 여운이 깁니다. 

추억을 돌아보는 이의 눈은 슬펐다 (개인지 2호, 2004. 6. 5, 예약: 14,000원)

작품유형: 시리어스

시대/장소: 1990년/서울

커플: 제갈건휘(제갈이건, 18-->27, 고등학생-->유명소설가, 기다림공), 지운해(20-->29, 정각장애인 대학생, 상처수)

조그만 잡지사 기자인 신비영은 혜성같이 등장한 유명 소설가의 인터뷰를 떠맡게 된다.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어 사직할 예정인 그에게는 갑작스러운 일이다. 편집장의 읍소를 가장한 강요에 소설가의 집으로 찾아가서야 그가 인터뷰어로 선택된 이유를 알게 된다. 소설가가 수화로 인터뷰를 한 것. 수화가 가능한 그에게 인터뷰가 올 수 밖에 없었다. 소설가는 인터뷰보다 어떤 사람을 찾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가 유명해진 이유도 누군가를 찾기 위한 방편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소설가가 만난 ‘그’는 도우미 아주머니의 아들로 언어장애가 있는 수학과 신입생이었다.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하는 큰아버지에게 입양된 소설가는 한 눈에 그에게 반하고, 어머니에게 부탁해 수학 과외를 하게 된다.

review: 

단편집 《Remembrance》에 실린 작품입니다. 단편집 전체가 시리어스라 내내 우울한 분위기인데 이 작품도 《Phantom pain(환상통)》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죽습니다.

아쉬울 것도 거리낄 것도 없는 고2 소년은 첫눈에 반한 청각장애인 대학생을 과외선생으로 모시고 꾸준히 대시하여 손에 넣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는 금방 들키고 과외선생은 소년의 어머니(큰어머니)에게 지속적인 압박을 받습니다. 소년의 어머니가 주선한 선에 나가고, 소년이 집안에서 권하는 여학생과 사귀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소년은 소년대로 현실을 무시하고 이상만을 쫓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자 선생을 말로 상처 입힙니다. 머리 식히러 여행 다녀오니 가정부 모자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소년은 집과 절연하고 유명 소설가가 되어 사라진 연인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비영은 소설가가 죽어가는 이종사촌 형의 헤어진 연인임을 알고 형에게 만남을 제의하지만,  목숨에 얼마 남지 않은 그는 조용히 죽습니다. 인터뷰 기사가 나고 기자가 사직한 것을 알게 된 소설가는 빈소에 찾아가고, 마주한 영정사진에서 모든 것을 알고 오열합니다. 

운해의 병명이 뭔지도 나오지 않았고, 어이없는 오해와 얄팍한 조작으로 헤어지는 커플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시리어스에 치중한 나머지 개연성을 말아먹은 작품으로 평균이하입니다.

Remembrance (개인지 2호, 2004. 6. 5, 예약: 14,000원)

Phantom pain(환상통)   5

Your mark(side story)   35

추억을 돌아보는 이의 눈은 슬펐다   263

Tantalizing   393

축전 《I love you much too much》 written by Karoline

뒷방이야기   550

Phantom pain(환상통) (개인지 2호, 2004. 6. 5, 예약: 14,000원)

작품유형: 시리어스

시대/장소: 2000년대/서울

커플: 강준영(회사원, 사망공), 선동하(회사원, 프리 디자이너, 상처수)

연인이 죽었다. 동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연인이 집안을 위해 그를 버리고 떠났다고 생각한다. 그게 죽은 것보다 나으니까.

review: 

가난한 연인과 부잣집 아들. 회사와 집안을 이어야 하는 준영이 가난한 동하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는 것이 내내 미안했습니다. 준영이 교통사고로 사망했지만 때로 동하는 그가 집안을 위해 자신을 버렸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비극적인 이야기입니다. 미래가 없는데, 둘의 학창시절과 사귐이 우여곡절과 노력으로 점철되어 여운을 털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Tantalizing (개인지 2호, 2004. 6. 5, 예약: 14,000원)

작품유형: 학원물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허인우(고2, 평범공), 명해원(고2, 평범수)

평범한 고등학생인 인우와 해원. 해원이 사귀는 여자마다 가로채는 인우가 밉지만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인우에게 초등학교 때 외국으로 간 여자 친구가 돌아온다. 해원은 인우에게 여자 친구가 있었는지도 모르는 상태다. 여자 친구가 있는 놈이 왜 내 몸에 집착하는 걸까?

review:

단편집 《Remembrance》에 실린 작품입니다. 시리어스인줄 알았는데 평범한 학원물입니다. 책에 실릴 이유를 찾지 못한 습작물입니다. 인우의 여자 친구는 고종사촌으로 드러나 해원을 어이없게 만들었다는 식상한 줄거리입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들이대는 친구를 열심히 외면하는 것이 게이 로맨스의 정석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보통은 외면하기보다 반기는 편임.)

PS: 설정오류입니다.

차라리 이대로, 인우를 몰랐던 중학교 시절로 회귀하고 싶을 정도로 –444 p. -

그는 방금 5년 지기 친구에게 열렬한 고백을 받은 참이었다. - 472 p. -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후의 영어 시간은 인우에게는 늘상 고문이었다. - 490 p. -

5년 사귄 친구 사이에 고등학교 2학년 이면 중학교 1학년부터 알았다는 말인데, 인우를 몰랐던 중학교 시절은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Your mark(side story) (개인지 2호, 2004. 6. 5, 예약: 14,000원)

작품유형: 학원물

시대/장소: 1990년대/서울

커플: 강준영(중학교 1학년-->회사원, 짝사랑공), 선동하(중학교 1학년-->회사원, 프리 디자이너, 상처수)

중학교 1학년 같은 반에서 만난 동하와 준영. 시골 출신으로 서울로 유학온 동하와 부잣집 모범생 준영은 접점이 없다. 그러나 쪽지 마니아 동하 덕분에 팔자에 없는 셔틀 노릇을 하다 둘은 친구가 된다. 골수 신앙인인 준영과 함께 교회에 나가게 된 동하는 교회 앞 나무에 쪽지를 매다는 전통을 만든다. 몇 년 후 나무는 소원을 매다는 나무로 소문이 난다.

고3 겨울. 나무에 동하에게 보내는 편지가 지속적으로 매달리고 동하를 비롯한 패거리들은 편지의 주인공을 궁금해 한다. 마침 기찬이 나무 앞에서 서성이는 여학생을 발견하고 동하와 연결 지어 추궁하면서 여학생은 동하에게 고백한다. 대학입시로 어수선한 가운데 준영은 교회를 빠지게 되고 이를 이상히 여긴 동하는 준영을 찾아간다. 목사를 꿈꾸었던 준영이 동하를 향한 마음을 접지 못해 성직을 포기한 것을 알게 된 동하는 친구 이상이 될 수 없음을 말하지만 준영을 내치지는 않는다.  

준영과 다른 대학에 들어간 동하는 고백한 여학생과 캠퍼스 커플이 된다. 그리고 준영은 동하의 동선을 꿰뚫으며 스토킹 같은 만남을 지속한다. 동하의 입대가 다가오자 동하의 여친은 준영과 동하를 화해시킬 생각으로 준영과 만난다. 그리고 준영이 자기가 찢어버린 편지의 원주인임을 알게 된다. 그녀는 우연히 나무 옆에 서 있다가 편지의 주인으로 오해받아 동하와 사귀게 된 것. 그리고 동하도 사실을 알게 되는데…….

review:

단편집 《Remembrance》에 실린 《Phantom pain(환상통)》의 외전입니다. 그러나 본편보다 앞선 이야기이며 분량도 훨씬 많습니다. 본편이 프롤로그 형식이고 이 작품이 본편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에 뛰어난 재능이 있지만 큰아버지 집에서 더부살이 하며 전자공학과에 진학한 동하. 부잣집 아들로 모범생 신앙인 준영, 전국적인 성적으로 의대에 진학한 민혁과 사교성 좋은 기찬은 고등학교 동기이며 깊은 우정을 갖고 있습니다. 이중 동하와 준영은 중학교부터 친구로 준영은 동하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준영의 마음을 모르는 동하는 편지의 주인으로 착각한 여학생과 사귀며 상처를 줍니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준영의 일방통행과 정성은 보답을 받습니다. 후속작이라 그런지 마무리가 요약하는 형식의 내레이션으로 이어지며 서두른 느낌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