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극(無言劇)

주기(週忌)(2001. 6.,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신파, 새드

시대/장소: 현대/미상

커플: 박규희(드랙퀸, 보모수), 화자(話者, 장애인, 상실공)

연인을 잃고 드랙쇼에너 만난 쇼보이와 함께 사는 남자. 스스로 걷지도 못하는 장애인이다. 그를 둘러싼 슬픔은 연인의 주기(週忌: 사람이 죽은 뒤 그 날짜가 해마다 돌아오는 횟수를 나타내는 말)가 돌아올 때마다 증가하는데…….

review: 

《Kill me》 첫머리에 실린 단편입니다. 언제 자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남자와 그를 보살피는 드랙쇼의 쇼보이가 나옵니다. 《Kill me》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everfree의 나머지 작품도 그렇고 수록된 작품이 모두 새드엔딩에 죽음을 암시하는 분위기가 짙습니다. 죽은 연인과 걷지 못하는 몸과 상실감에 물든 인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우울할 때 읽으면 여파가 며칠 갑니다. 10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치고 여운은 만만치 않습니다. 평균입니다.  

Kill me (2001. 6., 예약: 10,000원)

작품유형: 새드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한수영(22, 대학생, 자살공), 김현인(목마름, 26, 청승수)

이반 사이트에서 만난 닉네임 목마름과 하룻밤을 보낸 한수영. 시골에서 올라와 갈 곳도 없는 목마름은 채팅방에서 재워줄 사람을 찾고, 한수영은 그런 그를 다시 만난다. 어눌하고 느려빠진 목마름을 괴롭히다가 다른 남자에게 던져주기도 하는 한수영. 그러나 이상하게 마음에 쓰이는데……. 

주기(週忌) by 無言劇   1

왼손잡이 by everfree   10

Kill me by 無言劇   37

연(緣) everfree and 無言劇   405

後記   439

review: 

2001년도 작품이라 그런지 편집이나 글씨체가 초창기 분위기가 남아 있습니다. 채팅창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문장도 그렇고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화법도 그렇고 세련된 방법은 아닙니다. 단행본 《Kill me》의 메인 작품입니다. 제목도 동일합니다. 

가정부로 일하는 집 주인의 아이를 낳은 어머니와 호적상의 아버지의 폭력, 그리고 며느리를 미워하는 할머니 사이에서 학대당하며 자란 김현인(목마름)은 자살한 어머니를 시작으로 아버지와 할머니를 차례로 여의고 동네 아저씨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하다가 고아원으로 들어갑니다. 그곳에서도 나이 많은 형들에게 성적으로 유린당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채 살아갑니다. 열네 살에 들어간 친아버지의 집에서 만난 이복형의 친절을 가장한 고백은 그에게 또 다른 공포임에 틀림없습니다. 형이 요양차 일본으로 떠나자 마름은 요양원에 보내지고 그곳의 직원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하며 살아갑니다. 결국 마름은 직원을 죽이고 피의자 신분이 되어 수배령이 내려진 채 서울로 올라와 한수영을 만납니다.

나름 똑똑한 학생이던 한수영은 사귀던 남자 애인이 보름 후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고 자살을 기도합니다. 깨어나서도 자포자기 상태로 살아가는데 옆에 있는 목마름도 불쌍한 인간이니 두 사람 모두 파국을 향하는 기차에 탄 형국입니다.

일본에서 돌아온 형은 수소문 끝에 수영을 만나 마름을 인계받고, 수영은 힘겹게 마음을 잊어가려는 찰나 마름의 사망 소식을 듣습니다. 유산을 노린 형이 마름을 죽인 것입니다. 마름을 잃고 삶의 의욕을 잃은 수영은 수차례의 시도 끝에 자살에 성공합니다.   

처음은 발랄한 채팅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나는 각자의 음울한 과거는 읽는 사람도 우울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잃기 힘든 무성의한 독백이 반복되고 말더듬 증상이 있는 마름의 대화는 읽는데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두 번 읽기 힘든 작품으로 차근차근 음미하며 읽으면 내용 파악은 물론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주제도 파악이 가능합니다. 메시지가 우울하고 표현이 미숙해서 그렇지 보기 드문 작품입니다. 평균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