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진
불가역 1-6 (2016. 2. 12, 서울문화사, 리디북스 제공, 가격: 20,000원)
작품유형: 동양판타지, 기억상실, 임신수, 황궁물, 환생물
시대/장소: 과거/창제국(가상제국)
커플: 산(17-->33, 창제국 초대황제, 불신공), 채강(이강, 채성진군 한려, 나이불명, 출생 후 5년 지남, 천인-->황비, 죄책감수)
하늘의 명으로 난세를 끝내려고 연제국에 내려온 천인 한려. 제국 끄트머리 청천성주의 둘째 아들 산을 낙점하여 그의 책사가 된다. 주저하는 산을 채찍과 당근으로 독려한 지 10년. 건국은 다가오고 하늘의 기한이 다한 한려는 돌아간다. 한려를 사랑하여 제국을 일통하는데 힘을 쏟은 산은 영혼이 없는 한려의 몸을 붙잡고 기다린다. 그러나 건국을 바라는 부하들은 화친을 위하여 한려의 몸을 토막 내서 오랑케에게 준다. 대노한 산은 사건을 주도한 채윤직의 개국공신위를 박탈하고 창천성주로 보낸다. 그리고 창제국의 건국을 선포한다.
5년 후 산은 고향인 창천성으로 밀행을 오고 채윤직의 양자 채강을 만난다. 그리고 그의 그림 솜씨에 반해 도성인 중경으로 데려온다.
review:
3세 때 황태자의 자리에 오르고, 10세 때 아비인 공휼황제가 훙(薨)하자 간세들의 책략으로 말미암아 칼을 찬 채 전장으로 떠밀렸으며, 15세가 되서야 비로소 황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무휼황제다. 이나마도 죽으라고 보냈는데 죽인 고사하고 연일 승전보를 울리며 주변국을 속국으로 복속시키니 더 놔뒀단 병권을 송두리째 빼앗길 것 같아서 부랴부랴 불러들인 것이다. - 《연우도령 上》by 송곳니 49 p. -
열세 살 어린 나이에 전장으로 떠난 직계 황자에 대해 많은 이들이 가책을 느꼈다.
- 중략 -
1년 뒤, 열네 살의 소윤회가 북주 밖으로 전선을 완전히 밀어냈다.
- 중략 -
열다섯 소윤회가 완성을 수복하였다. 열여섯 소윤회가 북주 밖 6성을 평정했다. 열일곱 소윤회가 국경선을 새로 설정하였다. - 《야연》by B1 12 p. -
파의 원제(元帝)는 원재 북(北)의 이족 출신이었다.
저를 따르는 소수의 무사와 함께 사막을 건너온 그는 무서운 기세로 각 토후(土侯)의 성을 먹어치워 가더니 급기야 강 이남 지역을 제외한 대륙 전체를 통일했다.
- 중략 -
패기만만하던 젊은 황제는 곡여흔을 전적으로 신뢰하였다.
- 《바르도의 宮 1》by 바밀씨 25 p. -
황제는 냉혹하고 잔인했다. 열두 살 어린 나이에 황위에 올라 열다섯이 되었을 때부터 전쟁터를 싸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국정은 수렴청정을 했던 태후와 외척의 손에 맡겨두고 정복전쟁에 뛰어든 황제는 차례로 인근 중소 국가를 점령하고 스물다섯이 되었을 때 제국을 그의 발아래 두었다. - 《왕이 산다 1》 by 피모 - 11 p. -
적지 않은 작품에서 소년 군주들은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여 나라를 복속시키고, 반란을 평정하고, 군부도 장악하면서 국경선도 넓힙니다. 그러나 과정이 어땠는지, 후유증은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승승장구하여 나라를 안정시킨 소년에서 청년이 되었을 때, 그들의 화려한 후궁에 남자가 끼어들어 벌어지는 전쟁 버금가는 궁중암투가 기둥 줄거리가 됩니다.
이 작품은 산의 10년 전쟁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열일곱의 산은 변방 성주의 망나니 차남에서 제국의 초대 황제로 도약합니다. 하늘에서 그를 난세를 평정할 인물로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채성진군 한려와 그의 조력자 여천랑이 하계로 나려와 산의 책사가 됩니다. 10년 동안 산은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배반을 당하고 목숨의 위협을 느끼며 싸움을 이어갔고 점점 변해갑니다. 부모에게 외면당한 출생이라 마땅한 교육도 받지 못했을 뿐더러 치국에 대한 갈망도 없었습니다. 그런 그가 쉼 없이 달린 것은 한려를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남아있겠다고 약속한 한려는 하늘로 돌아갑니다. 상처 입은 산은 천인을 섬기는 신궁을 불태우고 억신정책을 폅니다. 건국 후에는 개국공신이자 승상인 유자명과 제국의 실권을 놓고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며 가진 것을 하나씩 잃어버립니다.
산이 데려온 채강은 하늘의 관리로 있다가 죄를 지어 하계로 내려온 천인입니다. 하계에서 8년을 보내면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데 산의 눈에 들어 후궁에 들어갑니다. 하루하루 하늘로 올라갈 날만 기다리던 채강이 후궁의 음모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산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 기둥 줄거리입니다. 그러나 채강은 한려의 환생체였고 기억도 돌아옵니다. 그리고 산에게 죄책감을 갖습니다. 자신에게서 한려의 그림자를 보는 산과 과거를 떨치지 못하는 채강의 불신이 작품을 마지막까지 긴장하게 합니다.
장편 6권 분량을 지루함 없이 읽었습니다. 인간 본성의 막장을 봤습니다. 주제도 줄거리도 나무랄 데 없으며 예스러운 문장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복선과 플롯도 신선합니다. 임신수, 환생, 황궁물, 기억상실 등 다양한 장르를 섞었음에도 위화감이나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구성이 탁월합니다. 아쉬운 점은 황제의 후궁이 겨우 일곱뿐이라는 것입니다. 후궁들의 서브 스토리를 적재적소에 넣어 작품의 동인으로 삼았으나, 최소한 열 명은 넘어야 황제의 후궁다운 면모가 섭니다. 수작입니다.
불가역 외전 (2019. 3. 27, 연필 출판사, 리디북스 제공, 가격: 3,000원)
작품유형: 동양판타지, 육아물
시대/장소: 과거/창제국(가상제국)
커플: 산(36, 창제국 초대황제, 불신공), 채강(이강, 채성진군 한려, 나이불명, 의귀비, 죄책감수)
강이 낳은 아이 매위(윤)는 태중 기억이 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구박하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피해 멀리 도망가 자신을 낳은 기억은 윤에게 아버지의 인상을 최악으로 만들기 충분하다. 궁으로 돌아와 태자가 되어도 아버지에 대한 나쁜 인상은 여전하여 어머니와 쌍둥이 여동생만 좋아한다. 아버지는 얼굴도 보기 싫어 이리저리 피해 다닌다. 윤의 행동의 원인을 알게 된 강은 핑계를 만들어 산과 아들의 만남을 의무로 만든다.
불가분
소문성 회고록
review:
《불가역》의 외전입니다. 지금까지 내리 외전만 3편을 리뷰하고 있습니다. 《마대리, 성부장》, 《but, its love》, 《불가역》까지. 리디북스 이북은 십오야 쿠폰을 사용하느라 보름에 몰아서 결제하는데 신간보다 외전 위주로 결제하고 있습니다. 외전은 전작이 형편없지 않으면 거의 챙겨서 읽는 편입니다. 《불가역》의 외전은 사연이 있습니다. 모 사이트에서 개인지로 나왔던 것을 이북으로 내면서 일종의 특전이었던 육아물 외전이 빠졌었습니다. 당연히 이북 구입자들의 원성이 생겼고 결국 개정판이라는 타이틀을 달면서 재발행할 때 종이책 외전이 포함되었습니다. 개정판은 말만 개정판이지 초판과 내용이 별 차이 없습니다. 외전 발행 구실용 개정판입니다.
《불가역》외전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외전의 내용도 읽을 만하다는 평이 무수했었는데 읽어보니 수긍이 갑니다. 전작과 주제가 다르고 갈등이 해소된 후 달달한 일상에 육아가 곁들여져 힐링이 됩니다. 전작의 기기묘묘한 복선과 전술이 무색하게 아버지를 미워하는 아들과 그런 아들에게 목매는 아버지를 화해시키려는 어머니의 고민이 주제입니다.
태내기억은 성장에 중요한 키워드가 됩니다. 텐시엘의 《광야》에 등장하는 태이경은 태내기억으로 어머니의 고통과 아버지의 미안함을 이해하고 둘 사이에서 적절히 처신하는 어른스러움을 보입니다. 호박대왕의 《황금악어》에서 트로가이아스는 때때로 보이는 환청과 환상이 탄생의 순간 보게 된 황제의 감탄이었음을 알게 된 후 리히트와 아버지 가이아스 사이의 갈등을 알게 됩니다. 송곳니의 《연우도령》에서 연우가 낳은 태자는 연우의 배속에 있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앙탈을 부라고 어머니에게는 지극한 효심을 보입니다. 원투의 《해어화》에서 2황자 광의 아들 금아는 태중에서 부모의 말을 알아듣고 대답합니다. 광 또한 태중 어미의 속마음은 물론 태 밖의 세상 돌아가는 사정까지 꿰뚫고 있었습니다.
고생하는 어머니를 위해 성장속도를 높였던 윤은 궁에 들어가서는 성장속도를 정상으로 돌립니다. 그리고 공부가 싫어 매번 도망가는데 이조차도 아버지를 빼닮았습니다. 강의 지혜와 산의 노력으로 윤은 아버지와 화해하고 태어날 동생을 기다라는 것으로 작품은 마무리됩니다. 전작의 권모술수에 지친 독자들에게는 위로가 됩니다. 평균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