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젬

Nada 上, 下 (개인지 1호, 2000. 11. 4 - 초판)

작품유형 : 강간물, 조폭물, 근친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엄도율(고3-->31, 책임공), 주혁경(고3-->31, 굴림수)

고등학교 때 집단 강간을 당한 혁경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여러 사람과 관계하며 방황을 계속한다. 9년 후 사건의 원인이었던 도율이 혁경이 다니는 회사의 사장으로 부임하고 혁경과의 관계를 되살리려 한다.

한편, 고등학교 시절 혁경을 좋아했던 찬규는 혁경이 자살했다는 소식에 복수를 다짐한다. 그러다가 혁경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는데…….

上

part I. Anagarika

part II. Dukkha

下

part III. gonna seek my Sukha

epilogue - Ranta

Yohimbine[porno version) - 나다 외전 9.

review:

수간(獸姦)¹과 근친(近親)과 강간(强姦)이 등장하는 하드한 작품입니다. 끔찍한 강간의 기억으로 마음의 문을 닫은 혁경이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이 기둥 줄거리입니다. 여기에 도율의 두 동생과 혁경을 사모하는 여러 등장인물이 복잡하게 얽혀서 퍼즐 같은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설명 없는 장면전환, 호흡이 긴 만연체의 문장², 수많은 캐릭터의 복잡한 관계, 문단이 시작되는 부분마다 인용된 생소한 불교용어, 100건이 넘는 각주 등 지나친 작가 본위의 집필로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말하는 것이 위의 단점을 커버할 만큼 훌륭하냐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오빠를 사랑하는 고등학생의 비뚤어진 연심에서 나온 행위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놀아난 꼴입니다. 당하는 사람이야 마음 아프고 육체적으로 괴롭겠지만 전형적인 질투와 오해, 상처와 복수, 사랑과 배신 플롯은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거기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과도한 폭력이 어우러져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작품이 되었습니다.  

PS:

주1. 수간(獸姦) : 끔찍하기는 하지만 수간이 등장하는 작품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몇 작품 찾았습니다.

저 멀리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게 기어 달려온다. 뭔가 미지근하고 축축하며 불쾌한 악취를 묻힌 천 쪼가리가 애널 주위를 적시며 문질러왔다. 더 이상 당할 수치는 없을 거라고 체념하며 의식의 끈을 스스로 놓으려는데, 갑자기 뜨겁고 거대한 고체덩어리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골반을 꿰뚫어 온다.

“아아아아악!!!”

튀어나갈 듯 확장되는 눈, 테두리가 시큰거리며 핑 도는 눈물과 함께 괴성처럼 갈라진 비명이 터졌다.

“으르르... 컹컹! 커컹컹!!”

....... 믿을 수가 없었다. 황급히 고객 들어 우악스레 굴착질을 해대는 놈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안면이 충격으로 쩌억 갈라지는 메마른 오지의 땅처럼 표정이란 게 경직되었다 산산이 부서져 갔다.

엄청나게 커다란 털북숭이 개가 앞발을 내 배에 올리고 길게 늘어진 혀를 출렁대며 인두처럼 달아로은 페니스를 박아대고 있었다. 음낭이 아닌 짐승의 까실한 털이 엉덩이에 부딪쳐오고 사타구니 위로 떨어지는 침의 파편.... 육체적 고통보다 지독스런 치욕 때문에 내 정신은 철저히 와해되고 말 것 같았다.

- 《Nada 上》/ 나젬. 8 p. -

-->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끔찍하다고 해야 합니까? 아니면 오싹하다고 해야 합니까? 아무튼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죄송합니다. 잠시 제가 감상에 젖었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이족의 사내들은 자신들을 짐승이라고 부르며 자진하는 송 대의 귀부인들을 위해서 꽤나 잔혹한 도락을 벌린 적이 있었습니다. 주로 그들에게 굴하지 않은 우국지사들의 부인네들에게 저지른 일이었지요. 너희들은 짐승이다. 짐승에게 몸을 내주진 않겠다-는 그녀들에게 그들은 그럼 진실로 짐승에게 안겨 보라 하며 개를 풀어준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여인들은 질겁을 했었지요. 허나 개들에게도 그 일은 달가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짐승들이 철이 아닌데 발정이 날 이는 없었을테고, 또한 같은 종이 아닌데도 발정이 날리는 더더욱 없었을테니까요. 이족의 사내들은 그래서 자신들의 개를 특별히 교육시켜야만 했었습니다. 자신들이 생각해낸 이 즐거운 도락을 위해서는 여인들뿐만이 아니라 그 개들의 도움 또한 필요했으니까요. 그들은 암캐를 여인들에게 문질러 그 암내를 배게 하고 발정난 개들을 그 방안에 밀어 넣는 수법을 주로 썼습니다. 다른 종의 여체에 익숙하지 않은 개들을 위해 사시사철 어린 계집아이 품에 개들을 잠들게 했다는 그들입니다. …들어는 보셨을 겁니다. 송대의 귀부인들을 고문하기 위해 길들여졌던 그 몽고견들의 이야기는. 훈련받지 않은 개는, 더군다나 이 계절에 발정을 할 리가 없다는 사실을. …수간을 당한 여인이 있다기에 떠올려 본 이야기입니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 《暗香梅之天嶺 一권》/ 란마루. 230-231 p. -

--> 자세한 방법과 훈련과정까지 나와 있습니다. 수간은 고문의 한 방법으로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심장까지 틀어쥐고 서서 이제 목숨까지 니 놈 꺼니 맘대로 하겠다는 거야? 니가 진 선재한테 총질을 해. 너 그러고도 사람이냐? 그러고도 사내야? 무서워? 니 놈이 무서워하는 것에 천 배는 더 두려워하는 게 저 덩치밖에 없는 진 선재다. 알아? 너는 열 일곱 될 때까지 부모님 사랑 받고 자랐지...... 유괴된 기억 있다고 너 어디가서 힘으로 지지 말라고 여름마다 겨울마다 고수들 찾아다니며 무술 가르친 네 어머니 계시지? 저놈한테 뭐가 있어. 뭐가 있는 것 같아. 나 저 놈 예일에 쓰레기 마약중독자로 찌들어 있는걸 주워 저 정도로 만들어 놨어. 양년 껌둥이 개 고양이 안 가리고 좆질하는 거 모가지 끌어다 사람 꼬라지 만들어 놨다. 뒷골목에서 코카인에 찌들어 히히덕 거리며 러시안 룰렛하는 거 지근지근 밟아 아파트 쑤셔놓은 거 한 두 번 아니고 저새끼 가방에서 LSD 끌어내서 쓰레기통 쑤셔 박은 거 니 몸무게 만큼은 할꺼다. 왜 그랬을꺼 갔냐? 응? 이 개새끼야 입 있으면 말 해봐 내 몫은 없는 거야? 말 해봐. 진 선재 사람 만들어 놓은 내 몫은 없는 거냐? 니 놈이 저놈 심장 틀어쥐고 있으면 난 그래도 목숨 줄 하나 그 명줄 몇 가닥 결정할 권한 가지고 있어 누구 마음대로 총질이야 누구 마음대로 엉!!!!”

- 중략 -

“감동적인 연설이었습니다. 조 주혜 여사님.”

“....뭐야”

“주혜야...... 도훈이 아니야. 도훈이가 저러는거 아니야. 도훈이 아니야.....”

“그런 쓰레기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겁니다. 조금은 흔들리고 있던 제 마음을 확고하게 붙잡아 주시는 군요. 그런 쓰레기이기 때문에 절대로 도훈이 못 주는 겁니다. 아십니까? 몰랐던 정보를 많이 주시는군요. 마약중독에 수간에 총기 사용.... 하! 이건 어지간한 범죄자는 명함도 못 내밀겠군요. 그런 놈한테 어떻게 이 아름다운 사람을 넘깁니까? 다복한 가정에서 사랑만 받고 자란 건전하고 평범하고 순결한 이 사람을 어떻게 내줍니까. 안되지요. 세상에는 ‘어울리는’이라는 단어가 있죠? 말이 되는 소립니까? 기 도훈과 진 선재라니요.... 절대로 안 되는 커플링이죠.... 안그래요? 호모도 게이도 아니고 타락하고 난잡한 것과는 어울리지도 않는 기 도훈을 어떻게 마귀 같은 저 사람 곁에 세웁니까. 암만 팔이 안으로 굽는다지만 너무하시네요.... 갖다 붙일걸 갖다 붙여야지요.... 하늘이 두쪽 나도 안 되는 일 아닙니까?”

- 《월산 : 내가 가진 모든 것》/ 피모. 222-223 p. -

--> 선재가 대학다닐 때 별 짓 다했다는 주혜의 말 가운데 수간이 나옵니다. 그러나 화난 김에 없던 사실이 튀어나왔던 듯. 《월산 : 월산밖으로》에서 도훈이 강아지를 키우려고 할 때 선재는 개에 대해 심각한 거부반응을 보입니다. 

주2. 호흡이 긴 만연체의 문장 : 읽으면서 애먹은 부분입니다.

다시금 깨어지기를 갈망하는 하얀 흔적은 타성이 된 것 같은 7일만의 정제된 백색의 밀물을 기다리며 불안으로 왜소해 진다. 타락의 행위를 일삼아 왔던 동굴은 처녀처럼 신선한 채 협소하지 못하고 이제 동일하지만 매번 별다른 느낌의 수컷만을 받기 위해 조개처럼 수줍게 열린다. 매번 강렬한 타격에 부서지길 희망하며 새로이 머금게 될 그의 흔적을 암팡지게 끌어안고 일상으로 돌아서 버리는 그를 차마 붙잡지는 못하고 아쉬움과 약간의 원망까지 담아 바라보는 것이다. 파렴치하다, 이런 욕심. 하지만 거리낌없이 과감한 나체로 눈앞에서 정사 뒤의 흡연에 멍한 채인 그가 허탈해 보여서, 또는 내 마음이 스산해서 충혈된다. 하반신이 붉게붉게 열을 모아 속삭인다, 그를 가지라고.

- 《Nada 下》/ 나젬. 323 p. -

--> 차라리 시(詩)였다면 그러려니 했을텐데……. 수많은 은유와 상징, 비유와 직유, 낯선  명사, 생소한 형용사로 포장되어서 등장인물의 생각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하물며 복잡하게 얽힌 캐릭터와 조각조각 흩어진 단서로 퍼즐을 맞춰야 하는 장편 소설에서는 피곤한 작업입니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위와 같은 문장을 해독하는 방법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런 멋진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까? 시장 각하?”

“간단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되지요. 아시다시피 기호논리학이라는 학문이 있지요. 이는 인간의 언어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허접쓰레기들을 깨끗하게 제거하는 데 쓰일 수 있답니다.”

“무슨 말입니까?”

풀햄이 물었다.

“바로 그것을 적용한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바로 여기에 있는 문서에 적용했지요. 본인은 이것을 적용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기에 나를 위해 적용해볼 필요는 없지만, 다섯 분의 자연과학자 선생님들에게는 언어보다는 기호쪽이 설명하기가 더 쉬울 것입니다.”

하딘은 서류철에서 세 권의 서류를 꺼내어 펼쳐놓았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것은 제 자신이 생각해낸 것이 아닙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분석보고에는 논리학자 뮬러 호크의 서명이 붙어 있습니다.”

피렌느는 더 잘 보려고 상체를 테이블 위로 굽혔고 하딘은 말을 계속했다.

“아나크레온에서 온 통고 자체가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이 통지문을 쓴 자들은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여기 기호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말하고자 하는 취지를 쉽게 단도직입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 기호를 대충 언어로 풀어보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일주일 이내로 달라. 주지 않으면 너희들을 쳐부숴서라도 빼앗을 것이다’는 말로 요약됩니다.”

-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원제: The Foundation)》/ 아이작 아시모프. 3권 : 위대한 탄생. 현대정보문화사. 1991. 89-90 p. -

--> 작품에서 언급한대로 기호논리학은 문장을 단순화하는 것입니다. 보고서와 해설서 같은 실용서적을 읽을 때 사용합니다. 빠른 시간에 요지를 파악하고 결단을 내리는데 도움이 됩니다. 소설을 읽는 방법으로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감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Nada》와 같이 뒷 문장을 읽다가 앞 문장을 잊어버리는 만연체 작품에는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최소한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야 하니까 말입니다. 기호논리학을 적용하여 위의 발췌문을 간략화하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만들어집니다.

“일주일에 한번으론 부족해”

페이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긴 문단이 11자로 축소되었습니다. 소설의 묘미로 보기엔 문장 꾸임이 지나칩니다.

어휘들은 연장통 안에서도 제일 위층에 넣어야 한다. 그러나 어휘력을 키우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는 없다(책을 읽으면 저절로 해결될 일이지만 이 문제는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다). 글쓰기에서 정말 심각한 잘못은 낱말을 화려하게 치장하려고 하는 것으로, 쉬운 낱말을 쓰면 어쩐지 좀 창피해서 굳이 어려운 낱말을 찾는 것이다. 그런 짓은 애완 동물에게 야회복을 입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애완 동물도 부끄러워하겠지만 그렇게 쓸데없는 짓을 하는 사람은 더욱더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그러므로 지금 이 자리에서 엄숙히 맹세하기 바란다. ‘평발’이라는 말을 두고 ‘편평족’아라고 쓰지는 않겠다고. ‘존은 하던 일을 멈추고 똥을 누었다’ 대신에 ‘존은 하던 일을 멈추고 생리 현상을 해결했다’고 쓰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똥을 눈다’는 말이 독자들에게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존은 하던 일을 멈추고 대변을 보았다’고 써도 좋다(‘존은 하던 일을 멈추고 응가를 했다’도 괜찮겠다).

내 말뜻은 굳이 천박하게 말하라는 게 아니라 평이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쓰라는 것이다. 낱말을 선택할 때의 기본적인 규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일 먼저 떠오른 낱말이 생생하고 상황에 적합한 것이라면 당연히 그 낱말을 써야 한다.’ 여기서 머뭇거리면서 이리저리 궁리하기 시작하면 곧 다른 낱말이 생각나겠지만 - 다른 낱말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 그것은 처음 떠오른 낱말만큼 훌륭하지도 않겠거니와 여러분이 정말 말하려는 의미를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할 것이다.

이 의미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믿지 못하겠다면 여러분이 누군가에게서 ‘어떻게 설명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든지 ‘내가 하려는 말은 그게 아닌데’ 따위의 말을 들은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상기해보라. 여러분 자신이 (대개는 많든 적든 좌절감이 깃들인 말투로) 그런 말을 한 적은 또 얼마나 많았는지 생각해보라. 낱말이란 의미를 담는 그릇일 뿐이다. 제아무리 글을 잘 써도 대개는 본래의 의미를 온전히 표현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자기가 정말 쓰고 싶은 낱말의 아류에 지나지 않는 낱말을 선택하여 상황을 더 악화시킬 필요가 있을까?

- 《유혹하는 글쓰기 (원제: On writing)》/ 스티븐 킹. 김영사. 2002. 141-142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