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온화 

토요일의 주인님 1-5 (2017. 10. 18, 비욘드 출판, 리디북스 제공, 가격: 16,000원)

작품유형: 리맨물, SM, 피폐물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한주원(35, 컨설팅 2팀 팀장, 후회공), 이서단(28, TF팀 팀원, 상처수)

고교시절 아웃팅에 이어 윤간을 당한 이서단. 상처가 가시기도 전에 부모님에게 내쳐저 홀로 살아간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자발적으로 가족과 인연을 끊은 그는 아르바이트와 장학금으로 버티며 제대 후 대기업에 입사한다. 그러나 회사에서 성희롱에 힘들어하는 선배를 돕다가 찍혀 지방으로 내려가거나 영업부로 가야하는 기로에 선다. 그때 사내 인트라넷에 3개월짜리 TF팀 모집공고가 난다. 지원 자격이 안 되지만 귀신에 홀린 듯 원서를 낸다. 그리고 팀장은 면접을 본다.

TF팀 합류의 조건은 매주 토요일마다 호텔방에서 팀장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는 것. 이서단은 몸을 팔아 커리어를 살리라는 팀장의 거래에 응한다. 학창시절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그에게 한주원 팀장의 요구는 끔찍한 무엇이다. 트라우마는 그대로 남아 있는데 몸을 팔아야 하는 이율배반은 이서단의 정체성을 위협한다. 그러나 그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토요일마다 호텔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주인과 노예 흉내를 낸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생소한 업무를 배우고, 휘몰아치는 업무로드에 몸은 파김치가 되고, 토요일은 온몸이 굳어지는 트라우마를 눌러가며 몸을 여는 생활이 3개월간 이어질 예정이다. 

review: 

설정이 스토리를 하드캐리하는 작품입니다. 고교시절의 아우팅 --> 윤간 --> 내쫓김 --> 힘든 고학생활 --> 취직 --> 사내 왕따 --> 억지 성관계/새로운 업무로 이어지는 과정은 이서단의 의식을 좀먹습니다. 게다가 일하는 날과 쉬는 날(토요일)에 따라 가면이 180도 바뀌는 한주원 팀장과의 부대낌은 결정타가 됩니다. 언제 이서단이 기브업 할지 가슴 졸이며 읽었는데 업무적으로 성장하면서 강제적 관계 중에도 성애에 눈 뜨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됩니다. 이서단은 커리어도 손에 넣고 사랑도 쟁취합니다.

내심 이서단의 과거를 알게 된 한주원의 절절한 후회가 보고 싶었는데 그의 시각에서 집필된 챕터는 몇 페이지 안 되고 원하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강간 트라우마 철벽남을 사랑에 적극적인 열정 가득한 젊은이로 변화시키는 작가의 필력은 인정할 만합니다. 특히 매개로 쓰인 소재가 돔과 섭이 등장하는 SM이라 아이러니하면서 독특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하필 바로 전에 읽은 작품이 산호의 《처우》라 연달아 피폐를 접하게 되어 후유증이 있을 줄 알았는데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PS: 보기 드문 정통 리맨물입니다. 특히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했던 몇몇 TF팀에서의 개인적 경험이 중첩되어 쉽게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