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消意)
《Happy together》시리즈
1편 《Happy together》선우한, 백준휘
2편 《So sweet》선우한, 백준휘
3편 《Baby kiss》유현웅, 이승조(선우한의 친구)
작품연표
사랑에 빠지다(戀愛) (개인지 4호, 2003. 7(초판) - 6,500원)
작품유형 - 학원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강성헌(대학교 1, 실연공), 윤지오(대학교 1, 킹카수) - 공수전환
6년을 친구로 사귀었고 마지막 2년은 사랑의 눈길로 바라본 앤디와의 인연을 인터콘티넨탈에서의 하룻밤으로 마감한 성헌. 대학에 들어와 새로운 남자 지오를 만난다.
사랑에 빠지다
St. Valentine's day
review:
옛 사랑을 뒤로하고 새로운 사랑을 일구어 나가는 과정을 잘 표현했습니다. 첫사랑에 실패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과거의 미련과 미래의 기대와 교차하여 읽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합니다.
영원을 훔치다 (2004. 7. 17(초판) - 5,000원)
작품유형 : SF
시대/장소 : 미래 / 가상행성 세드나
커플 : 엔도 에반스(20대~30대, 데드맨 에지의 아들, 해적공), JD(50살 이상, 데드맨, 카론호의 함장, 불멸수)
"교활한..!!“
속내를 내보인 얼굴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도적에게 있어 최고의 칭찬이다. 그럼, 허락도 받았고 칭찬도 받았으니 시작해볼까.”
이번에야말로 진심으로 발버둥치는 JD를 어깨에 걸치고 걸어가 가볍게 침대에 던져놓았다. 침대에 던져지자마자 몸을 일으키고, JD는 어쨔서냐!!고 소리쳤다. 이렇게 도발하지 않아도 자신은 엔도의 말에 따를 것이었다. 복종할 것이었다.
남자는 턱에 손을 대로 어째서냐고? 스스로 되묻고, 곧 단언했다.
“길들이는 맛이 있어서지.”
하핫, 비열하게 웃는 남자가 JD의 발목을 움켜잡았다.
review:
소의의 작품은 게이 로맨스를 입수하기 시작한 초창기 《Be happy》, 《SSS》, 《Orange chocolate》, 《사랑에 빠지다》의 리뷰를 끝으로 처분해버렸습니다. 편수도 적고 수준도 그만그만해서 소장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도 세트에 딸려온 것으로 원래는 리뷰할 계획이 없었으나 분량이 적어서 금방 읽은 데다 테마가 인상적이라 비슷한 주제의 작품들을 추가로 읽고 정리했습니다.
“나는 아니타가 아니면 안돼. 망가질 걸 알면서도 그 사람을 버렸어. 내가 살기 위해서. ...세상에는 분명히 존재해. 자신을 살게 해주는 사람이. 이 150억 광년의 우주 어딘가에 나를 살게 해주는 아니타가 있어. 설사 ‘다른’ 아니타 이더라도, 나에게 있어서는 그 사람이 ‘아니타’인 거야. 찾아야 해. 내가 가진 것은 영원에 가까운 시간뿐이니까.”
- 《영원을 훔치다》/ 소의. 13 p. -
스토리를 잡으면서 굵은 줄기가 되었던 것은 ‘데드맨을 살게 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치만 영원을 사는 데드맨인데 짝꿍이 일찍 죽으면 불쌍하니까 데드맨으로 해주자. 그치만 또 그렇게 해주기엔 괜히 얄미우니까 데드맨인지 아닌지 아리까리한 놈으로 하자.
- 《영원을 훔치다》/ 소의.《4인4색 M&P 후기》 중에서 -
《영원을 훔치다》라는 제목에 위와 같은 인용이 들어가면 테마를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영원입니다. 정확히는 ‘영원히 사는 사람의 존재 이유’입니다. 작가는 그 대상을 ‘사랑’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이 아니라 ‘사람’으로 축소했습니다. 장르가 로맨스인 만큼 사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당연하지만 특정 개인을 지목하는 것에서 뜨악했습니다. 주제와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철학적이고 사색인 작품이리라고 착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조잡하고 한심한 결말은 기대를 무참히 깨버리고 또 다른 테마 - 마스터와 펫트 - 또한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착상을 그렉 카이저의 《나는 불타는 덤불이로소이다 (원제: I am the burning bush)》에서 따왔으니 아류작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주인공이나 주변인물이 영원, 혹은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살아가는 작품은 많습니다. 영원과 불멸은 다작을 하는 작가라면 한번쯤 거치고 지나가는 통과의례용 소재입니다.
강소영 《UJ 보고서》
광년 《폴 보이스》
기프트 박스 《천녀후애》, 《백년의 고독》
나다 《인어의 혈족》
란마루 《바람의 정원》, 《홍염》
무위 《숲》
바우와우 《마후》
반 《젊은 용병의 노래》
스탠 《어린왕자》, 《13》, 《텐이야기》
애루하 《유한천리》, 《풍엽만리》
에리훤 《조브》,《금성의 마법사》, 《영원의 서》
연야린 《일호구미삼시랑》 , 《장승제》
유마 《흑무를 손에 쥐다》, 《흑풍애》
유우지 《신역의 아이》
지그 《태양의 연인》
칼리프 《설》
킬루 《흑마법사의 연인》
토라마마 《황무지》
파이사사 《오즈》
피모 《가희》, 《대체! 그 많던 도깨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오마루 《브라이드》
호박대왕 《철의 도마뱀》
다케우치 리우토 《키나이 시리즈》
야마아이 시키코 《The dark blue》
요시하라 리에코 《그림자의 관》, 《어둠의 봉인》, 《순혈의 감옥》
츠모리 토키오 《삼천세계의 까마귀를 죽이고》, 《상냥한 용의 살해법》
하나이라츠 후지코 《12―트웰브》
과거를 기억하는 환생물이나 윤회에 바탕을 둔 작품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월등히 많아집니다. SF라면 안드로이드나 인조인간, 수명개조나 클론으로 젊음을 유지하는 인간이, 중세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는 엘프, 드래곤, 마법사가, 동양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는 용, 신, 귀신 등, 현대물은 드라큘라가 불사의 존재로 등장합니다.
사람은 보통 70~80살을 삽니다. 영원과 비교해 찰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순간임에도 한 번 이상은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이런 고민은 문자가 생기기 이전부터 종교나 철학으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원히 사는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 이런 고민을 하며 지낼지 궁금합니다.
늙어서 죽은 자들은 영원불변의 존재에 로망을 느끼고 있지만, 살해당하지 않는 한 노쇠로 죽는 일은 없은 호우라이진은, 유한필멸의 것에야말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원불변의 것 따위 지겹기만 할 뿐이다.
- 《삼천세계의 까마귀를 죽이고 4》/ 츠모리 토키오. 155 p. -
「너는 주위에 있는 연하의 인간이, 자신보다 빨리 나이를 먹고 있나? 이 마음은 경험하지 않으면 몰라. 나 혼자 내버려져, 점점 내 시간은 길게 늘어져 가. 나만이 시간에 붙잡혀서 닽은 날을 되풀이하듯이, 내일의 나는 어제의 나와 변함 없어.」
- 중략 -
「지구인인 너는, 내--우리들 트윈메어의 기분을 몰라.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수명을 기다리지 않고, 언제나 사고사라는 최후를 선택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그건 즉 사고사로 보이는 자살이라는 건가?」
- 《삼천세계의 까마귀를 죽이고 6》/ 츠모리 토키오. 227-229 p. -
영원한 삶은 발광해서 스스로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지식과 부의 축적을 동반합니다. 그러나 주위와 다른 시간의 흐름은 당사자를 외로움에 빠뜨리고 공감대가 없는 소외는 의기소침과 위축을 불러옵니다. 반면 신적인 존재가 되어 모두의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리트 영원히 살고 싶지 않아?“
“...뭐?”
히크르는 리트에게 얼굴을 향하고는 마을 처녀에게 싱거운 농담을 거는 사냥꾼처럼 느긋하고 헤프게 웃었다.
“나와 영원을 같이 사는 거야.”
“영원이라니.”
히크르가 짧게 웃었다.
“당신에게 힘을 주지. 상상해 본 적도 없는 힘을... 심장을 운용할 수 있도록 몸도 나처럼 단단하게 만들어 주겠단 거야.”
리트의 눈이 경악과 혐오로 일그러졌다.
“거절하겠어!”
“왜지? 무상으로 나눠주는 거라고.”
“그래서 나도 너와 같은 괴물로 만들려고?”
- 《금성의 마법사 하》/ 에리훤. 191 p. -
“수오는 이규석을 만나기 전까지 정상적인 성장과 노화의 과정을 밟고 있었습니다. 실종되기 전까지 그는 스티그마타를 지닌 청년이었을 뿐, 다른 능력은 보고 된 바가 없습니다. 수호가 변한 건 이규석의 죽음 이후였습니다."
“늙지 않는 것 말이오?”
“예, 늙지 않고, 죽지 않으며, 죽은 자도 다시 살리는 이적을 일으키는 것 말입니다.”
- 《황무지 1》/ 토라마마. 54-55 p. -
게이 로맨스뿐만 아니라 일반 로맨스나 SF, 판타지 만화에도 불멸의 존재는 자주 나옵니다. 작가에 의해 장기말의 졸처럼 취급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가끔은 진지하고 심오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기도 합니다.
“나는 앞으로 일 년 정도 살 수 있을 것이오. 리싱. 대략 일 년 정도. 나는 내가 세상에 나온 지 이백 년 되는 날까지는 견딜 수 있을 것이오. 모든 일을 정리하자면 그때까지는 살아 있어야 할거요. 그러고나면 자연스레 죽음을 맞이하는 거요. 리싱. 다른 로봇들은 보통 해체되면서 종말을 맞고 있소.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져 가지만 나는 그저 작동이 중지되는 거요. 죽음을 맞이한 최초의 로봇. 만약 내가 죽어서도 계속 로봇으로 남게 된다면 말이오.”
“당신이 지금 하는 말을 나더러 믿으라는 거예요? 앤드류, 그렇게 해서 좋은 게 뭐가 있어요? 당신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자신을 파괴하고 있는 거라구요. 아무 대가도 없이! 값어치도 없는 일이에요.”
“그렇소.”
그러니까 당신은 멍청이구요, 앤드류.“
“아니오.”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만약 그렇게 해서 인간이 될 수만 있다면 그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오.”
- 《양자인간 (원제 : The positronic man)》/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실버버그. 366-367 p. -
뛰어난 두뇌와 인심 좋은 주인을 만난 덕에 자유와 부를 거머쥔 로봇 앤드류는 인간이 되기 위해 영원한 삶을 포기합니다. 주제가 인간제일주의로 흐른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작품곳곳에 스며있는 사색과 성찰은 고민해볼 만 합니다.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은 과연 무엇인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쉽게 죽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많은 종교에서 말하듯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되는지...
사랑이 해답이 될 수도 있지만 사랑만으로 모든 것을 커버한다고 믿기에는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습니다. 게이 로맨스에서도 이들 소재를 보다 넓고 진지한 시각에서 다루었으면 좋겠습니다.
Be happy (개인지 1호, 1999. 11 - 초판)
작품유형 : 학원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Happy together!!》, 《So sweet》커플 : 선우한(18, 연도고2, 비굴공), 백준휘(18, 연도고2, 단순수)
《Baby kiss》커플 : 유현웅(19, 영탑고2, 마당쇠공), 이승조(17, 연도고2, 어린애수)
《보스와 그의 애첩》커플 : 이도현(17, 고1, 마당쇠공), 이재윤(17, 고1, 자상수)
술 먹고 깨어나 보니 이불이 피로 젖어있었다. 상대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고 몸만 생각나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빠의 재혼의 재혼상대가 데려온 아들은 좋아하던 준휘가 아닌가!
review:
평범하지 않은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입니다. 독특한 캐릭터와 특이한 상황들로 인해 생활감이 없지만 각자의 심리를 집요하게 쫓아가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혼식은 정신이 없었다. 아버지 친구분들, 아줌마의 오빠 한분과 그 분의 가족들, 아줌마 친구분들, 그리고 내 친구들(백준휘는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은 것 같았다.)뿐이었는데도 정신없이 바빠서 나는 피로연이 끝날때까지 백준휘, 아니 이제 선우준휘와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할 수가 없었다. - 83 p. -
의붓자식은 양부의 성을 따르지 않는데 작품에서 준휘의 성을 바꾼 것이 아쉽습니다.
Orange chocolate(개인지 3호, 2001. 8(초판) - 현매 10,000원)
작품유형 : 학원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권이강(고1--> 대2, 여왕공), 채선유(고1-->대2, 아방수)
가벼운 자폐증세와 함께 아방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채선유. 그런 선유를 호구, 불가사리, 똥기계 등으로 부르며 종 부리듯 휘두르는 권이강. 겉으로는 못살게 구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강의 속마음은 다르다.
Orange chocolate
Don't drug!!
One lemon tea
바이브에 관한 진실
Honey mint kiss
Bubble bath
review:
독자의 엿보기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작품으로 이강의 괴롭히기가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선유의 어리숙함이 감상 포인트입니다.
아방한 등장인물은 남들 다 아는 사실을 자신만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모습은 순진함 또는 착함과 같은 이미지를 주는데, 선유의 경우 순진하지만 멍청하지 않고 착하지만 어리석지 않은 부분이 마음에 듭니다. 비슷한 등장인물을 사용하는 작가로 하야마(葉山)가 있습니다. 《그 눈동자에 사로잡혀 있고 싶다 (원제: その目にとらわれていたい)》의 세이와 《심견초 (원제: 深見草)》의 케이카는 선유와 비슷한 캐릭터입니다.
오타입니다.
그렇지만 둘 다 사과 같은 걸 하지도 않고 서로에게 요구하지도 걸(--> 않는 걸) 봐서, 친구가 맞긴 한가 보다. - 29 p. -
PS: 오늘의 주제입니다.
선유는 정체(?)를 드러낸 그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것은 마치…… 마치 남자의 삐리리 같은…………
“이 여자가…!!”
옆에서 어깨 너머로 지켜보고 있던 이강이 튕기듯 자리를 박차고 전화기로 달려들었다. 이강이 흥분한 채로 전화기를 부술 듯이 번호를 눌러대는 것을 뒤로하고 선유는 홀린 듯이 ‘그것'을 내려다봤다.
이것은 바로……… 그, 바… 바이브레이터?! - 180 p. -
이 바이브가 어떤 운명을 맞이했느냐는 작품을 직접 읽어보시고 - 전혀 예상하지 못한 용도로 쓰입니다 - 작품에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한 번 읽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단어라 기억나는 대로 찾았습니다.
손도 대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엉덩이를 들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 동안에도 웅웅거리는 흉물스러운 소리를 내며 아주 천천히 빠져 나오는 그 물건은 마치 내장이 송두리째 뽑혀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여 바득바득 이를 갈고 있는 재호의 성질을 더 불붙여 놓을 뿐이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것이 바닥으로 떻어져 혼자 덜덜거리며 꿈틀대고 빙빙 돌고 있는 광경이란…
- 중략 -
그렇게 굵고 무시무시한 모습은 아니지만 그냥 봐서도 남성의 성기임을 알 수 있는 길쭉한 바이브를 치켜들고 뛰어가는 사내나 그거에 한 대 얻어맞고 더 맞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몸을 피하는 사내나 사정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배를 잡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지만 나름대로 진지하고 심각한 두 사람은 기를 쓰고 좀은 집안을 뛰어다니며 잡으려고 혹은 잡히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 중략 -
소파 위를 훌쩍 넘어서 식당으로 욕실로 용케도 추격전을 벌이던 두 사람은 아무런 예고 없이 벌컥 열리는 문소리와 함께 동작을 멈추었고 그 곳 환하게 쏟아지는 문 앞에 커다란 여행 가방과 함께 서 있는 이치로가 있었다.
이치로는 작은 사이즈의 바이브레이터를 치켜들고 있는 재호와 한 팔로 머리를 막고 인상을 쓰고 있는 가지를 번갈아 보고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하던 일 계속 하십시요.”
- 《청홍사 II》/ 피모. 109-112 p. -
-->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위의 장면을 목격한 탓에 이치로는 가지와 재호의 포지션을 착각합니다.
"저거 말이야...“
슬쩍 발치로 밀어놓은 상자를 가리키며 정진이 꽤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
“응? 아.. 잊어버려. 니가 싫으면 안 해. 그냥 재미로 한번쯤 해 봤으면 했는데 뭐.”
“그냥 단지 재미야? 장난처럼?”
“그럼 뭐. 내가 진짜 딜도 들고 설치는 SM 매니아라도 되는줄 알아?”
- 중략 -
“괜찮아?”
“매일 저걸 들고 설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하자!”
- 중략 -
그는 상자 가득 들어있는 인조 성기들을 연인의 눈앞에 가져다대면서 하나하나 짚어 정진의 눈치를 살폈다.
- 《지지리 궁상. 두 번째 이야기》/ 피모. 246-247 p. -
--> 연인의 생일을 기념해서 정진은 하나 착용하는데 나중에 눈물이 쏙 빠질만한 사태에 이릅니다.
그래, 그러고 보니 벌써 며칠을 안 한 건지.
얼핏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열흘은 넘은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 되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까지,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았을 때 가끔 쓰다가, 이후로는 일약 급변한 환경 탓에 거의 잊고 있었다.
사랑스레 내 방의 서랍장 안쪽 깊숙이 잠들어있는 작고 귀여운 로터.
- 중략 -
먼저 크기는, 적당한 게 좋다. 너무 작은 건 허전하고, 큰 건 빡빡해서 아프다. 로터라는 게 물론 대체로 바이브보다 크기가 작긴 하지만, 그래도 큰 건 손가락 세 개 굵기까지 가는 게 있어서, 자칫하다간 속이 얼얼해져서 오히려 기분이 나빠진다.
- 《같은 공기 마시기 1》/ 유우지. 134-135 p. -
--> 해신의 은밀한 취미생활도 상헌과의 관계가 본격궤도에 이르자 자취를 감춥니다.
데스데모나는 나무로 된 벽에 귀를 대고 멀어져가는 그의 발자국 소릴 들었다.
그가 엘리베이터 앞에 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는 문을 홱 열고 복도로 몸을 내밀었다. 스타크는 복도의 저 끝에 서 있었다. 여전히 불안한 듯 시계를 보고 있었다.
데스데모나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그래, 나한테는 기분이 어땠느냐는 말 한 마디 없이 한밤중에 도망치듯 가봐. 누가 신경이나 쓴대?!”
스타크가 아연실색해서 돌아섰다. “아니, 도대체 무슨 짓이야?”
“내가 처음으로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하면 누가 믿겠어요? 그게 당신에게 무슨 상관이 있겠어? 당신 같은 남자는 아마 셀 수도 없는 여자들에게 오르가슴을 밥 먹듯이 선사하고 다녔을 테니까. 당신에겐 일이랄 것도 없지. 안 그래요, 스타크씨?”
- 중략 -
“데스데모나, 사람들이 보고 있다구. 이제 그만 하고 열어 봐.”
“웨인라이트 사람은 언제나 구경꾼 앞에서 공연을 해요. 어서 가요. 생각해 줘서 고마워요.”
“젠장, 미치겠네.”
안에서 듣자니 그는 얼마간을 망설이다가 다시 엘리베이터로 가는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그가 갈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살짝 문을 열어보았다.
구경꾼은 애커비 부인 말고도 더 있었다. 508호에 사는 크리스토퍼 피터스 씨도 나와 있었다.
“괜찮아요?” 크리스토퍼가 친절하게 물었다.
“네, 고맙습니다.” 데스데모나의 대답.
애커비 부인은 딱하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찼다. “처음으로 오르가슴을 느꼈단 말이지? 벌써 몇 년 전에 겪었어야지. 내 진동기를 빌려줄 걸 그랬네.”
- 《나를 믿어요 (원제: Trust Me)》/ 제인 앤 크렌츠. 중앙일보사. 1995. 146-147 p.
--> 동성애 로맨스에만 바이브가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극히 적은 경우지만 이성애 로맨스에도 등장합니다.
머리가 시트 위에 짓눌러 지고 하체는 높이 들어올려진 굴욕적인 자세로, 끝도 없이 흔들리고 흔들렸다. 짐승답게 삽입만으로 제 욕구를 끝내버린 놈은, 자신의 머리칼을 움켜쥔 채 거칠게 일으켰다.
그리고 턱을 움켜잡아 입술을 억지로 벌리게 한 뒤, 여느 때처럼 펠라를 강요했다. 기계적으로 놈의 물건을 입에 물고 움직이며, 하진은 지우를 생각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거칠게 부딪혀 오는 짐승의 몸이, 풍겨지는 악취가 역겹고 역겹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얀 도화지 같은 머릿속은 그 어떤 색깔도 거부했다. 시커먼 독기조차도... 마침내 입 안 가득 들어차는 짐승의 체액을 전부 밖으로 흘려내고 시트를 들어 입안까지 거칠게 닦았다. 그리고 정해진 패턴처럼 놈이 침애 위에 늘어놓는 각양각색의 바이브들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짐승이 웃는다.
- 《Intensive》/ 카라. 185 p. -
--> 바이브는 강간이나 고문, 폭력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Sunshine, Sunny day, Sunday afternoon (sss) (개인지 2호, 2000. 12(초판), 2003. 9(2쇄) - 예약 8,000원)
작품유형 : 학원물
커플 : 유한조(18, 고2, 썰렁공), 이유현(18, 고2, 썰렁수)
남몰래 의심하고 있던 성적 취향을 단 한번의 키스로 깨닫게 해 준 친구는 이미 연인이 있는 상태. 그러나 육체뿐인 관계는 계속 이어진다. 수험이 다가오면서 유현은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그리고, 일요일 오후
time limit
축전 아가雅歌 / saroni
review:
음침한 남자고등학생 두 명의 이야기입니다.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과 사귀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하게 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자신감 결여, 포기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급기야는 상대방을 떠나는 주인공의 감정을 건조한 문체와 쿨한 행동으로 묘사했습니다. 동기부여가 좀더 많이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럭저럭 읽을 만 합니다.
작풍을 살펴보겠습니다. 작가는 코믹, 시리어스, 가벼운 학원물, 우울한 SM, 평범한 고교생에서 혼혈인 조폭 2세까지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하지만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1. 등장인물 - 개성적
조폭의 금지옥엽 혼혈아들 - 《사랑에 빠지다》의 정앤디 -, 유명한 여배우의 조카 -《사랑에 빠지다》의 윤지오 - , 누구나 뒤돌아보는 외모 -《Orange chocolate》의 채선유와 권이강, 《사랑에 빠지다》의 윤지오, 《Be happy》의 백준휘 -, 재벌의 사생아(《Orange chocolate》의 채선유), 자취하는 고등학생 - 《sss》의 이유현 -, 학교짱 - 《Be happy》의 선우한, 유현웅, 《사랑에 빠지다》의 정앤디 등 남과 다른 캐릭터가 많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틀 특별한 등장인물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심리를 표현해서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친구의 친구 중에 그런 사람이 한 둘은 섞여 있을 것 같은, 어디선가 듣거나 본 적이 있는 사람들로 생각됩니다.
2. 작품 - 개별성
대부분의 작가들과 달리 4편의 작품 사이에 어떤 연관성도 없습니다(단, 한 작품에서는 겹치는 등장인물이 존재함). 건너 건너 아는 사이라던가 이 작품의 주인공이 다른 작품에서는 조연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3. 장르 - 학원물 위주로 집필
《Be happy》를 제외한 나머지 3편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아우르지만 4편의 작품 모두 등장인물의 고등학교 시절이 묘사됩니다. 일부러 그런 것인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인지 작가의 나이가 등장인물의 나이와 비슷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일상을 그린 작품이 전부입니다.
4. 내용 - 심리묘사
주인공의 심리를 깊이 파해쳤습니다. 화자(話者)는 물론 상대방의 마음도 시점을 바꾸어서 알기 쉽게 묘사해서 독자가 주인공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작품의 진행을 쉽게 따라오도록 합니다.
5. 진행 - 발단이 느림
작품이 시작되고 한 호흡 지난 후에야 본격적인 사건에 돌입합니다. 옴니버스식으로 진행되는 《Orange chocolate》를 제외한 《사랑에 빠지다》, 《Be happy》, 《sss》가 이런 방식을 취합니다. 작품의 첫머리만 봤을 때 등장인물들 사이의 연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작품이 중반에 접어들어서야 커플을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도입부와 전개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은 작품의 흐름을 방해하고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