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 (Stan, 아는사람)
《3월》시리즈
1편 《3월의 보름을 조심하라》김낙원, 박목화
2편 《겨울이야기》김낙원, 박목화
3편 《나타샤》황성주(목화가 일하는 카페와 이웃한 카페 경영), 정은봉
4편 《춘몽》김낙원, 박목화
5편 《Vuelta》이태희(멕), 서만경(서막경, 형인 서경위가 낙원의 직속부하)
6편 《겨울, 일년》김낙원, 박목화
7편 《나와 나타샤》황성주, 정은봉
《야수-천둥》 시리즈
1편 《야수의 날》 강헌영, 홍준경
2편 《천둥이 말하는 것》 서인수(싸이코, 헌영의 소년원 동기), 민은형(푸싱 부라더, 헌영의 소년원 동기)
3편 《데미소다 오렌지》 김계신(헌영의 친구), 정우성(준경의 친구)
4편 《백일몽》 정우성, 김계신
5편 《슬픈 열대》 서인수, 민은형, 강헌영, 홍준경
《Commission》 시리즈
1편 《commission》룩(그레이), 이라즈(라즈)
2편 《7번 배신당한 남자》하쉬쉬(룩의 부하), 카즈(이라즈의 양아버지)
3편 《Scar(흉터)》룩, 블루(룩의 친구)
4편 《Snow white》호엘(카즈의 남동생), 카즈
5편 《Snow Blanket》하쉬쉬, 카즈
《미약》시리즈
1편 《사랑의 미약》 이주(아카기), 김상현
2편 《리골레토》 이주(아카기), 김상현
spin-off
1편 《어린왕자》세난, 일리노프 콘타브스키 소위
2편 《13》잭 얀, 클림트 드 뮈작(콘 소위의 육촌)
3편 《대령의 개》대령(콘 소위의 육촌), 신관
스탠 작품연표
13 1 (장편선 7-1호, 2003. 11. 2(초판), 가격 : 10,000원)
작품유형 : 탐정물
시대/장소 : 2337년 / 뉴욕
커플 : 잭 얀(22, 전직킬러, 사립탐정, 단순공), 클림트 드 뮈작(21, 재벌후계자, 나른수)
세상만사 단순하게 살아가는 킬러 잭. 노리는 사람에게 호박 그림이 그려진 경고장을 보내는 취미 때문에 호박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러나 사립탐정으로 직업을 바꾼 뒤에는 굶주리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유일한 친구는 경호일을 하면서 알게 된 부잣집 아들 클림트다.
chapter 1. 20th century boy
chapter 2. Uptown girl
chapter 3. Melancholy man
chapter 4. Bohemian Rhapsody
외전. 애꾸눈 잭 페릿의 하루
자료 : 지도
후기
review:
“최고로 작가다운 글”,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되어서 행운이야“라고 작가 스스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행운이야“라고 답할 수 있는 독자도 기분이 좋습니다.
20세기 팝송 제목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줄거리(예전에 모티브 차용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멋지게 승화시켰습니다). 짧은 단편이지만 각각의 이야기가 생생히 살아있어 4권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읽었습니다. 기승전결 분명한 구조와 심금을 울리는 테마. 유기적으로 연결된 스토리들의 가치는 가히 꿰맨 진주와 같습니다. 복수도 사랑도 질투도 후회도 추억도 미움도 우애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호박이 누구랑 연결되느냐에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어지든 혹은 삼각관계가 되든 작품의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작가의 작품 중에서 가장 단연 최고입니다.
13 2 (장편선 7-2호, 2004. 1. 11(초판), 가격 : 10,000원)
작품유형 : 탐정물
시대/장소 : 2338년 / 뉴욕
커플 : 잭 얀(23, 전직킬러, 사립탐정, 단순공), 클림트 드 뮈작(22, 재벌후계자, 나른수)
chapter 5. Son of a rotten gambler
chapter 6. Piano man
chapter 7. Changing partners
chapter 8. Perhaps, perhaps, persaps
후기
13호 건물 단면도
13 3 (장편선 7-3호, 2005. 1. 30(초판), 3-4권 세트가격 : 20,000원)
작품유형 : 탐정물
시대/장소 : 2338년 / 뉴욕
커플 : 잭 얀(23, 전직킬러, 사립탐정, 단순공), 클림트 드 뮈작(22, 재벌후계자, 나른수)
chapter 9. Tie a yellow ribbob round the old oak tree
chapter 10. House of the rising sun
chapter 11. Fly me to the moon
chapter 12. Those were the days (1)
13 4 (장편선 7-3호, 2005. 1. 30(초판), 3-4권 세트가격 : 20,000원)
작품유형 : 탐정물
시대/장소 : 2339년 / 뉴욕
커플 : 잭 얀(24, 전직킬러, 사립탐정, 단순공), 클림트 드 뮈작(23, 재벌후계자, 나른수)
chapter 13. Those were the days (2)
chapter 14. Ruby Tuesday
chapter 15. Klim't propose L killing me softly with song
chapter 16. Like a Virgin
외전. Happy birthday
3월의 보름을 조심하라 (장편선 8, 2006. 1. 22(초판), 가격 : 10,000원)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김낙원(金樂園, 30, 경정, 유아독존공), 박목화(朴木花, 31, 전직 조폭 꽃집 사장, 과묵수)
칼맞고 잡혀갔던 행동대장이 가석방되었다. 사건의 시종일관을 지켜봤던 김낙원은 놈의 복수를 기대한다. 그러나 놈은 꽃집에 틀어박혀 꽃만 팔고 있는데…….
목화 ․011
꽃집 ․025
골목 ․056
진실위의 거짓 ․091
저녁 ․123
이상한 동문 ․141
광란 ․158
미친 소의 뿔 ․201
잡복기 ․232
활동기 ․256
납치 ․280
회귀 ․311
에필로그 ․323
POST SCRIPT ․325
review:
생생한 리얼리티와 개성적인 캐릭터가 돋보입니다. 부유하게 컸지만 묘하게 꼬인 김낙원. 어린 시절 사람을 죽이고 소년교도소에 다녀왔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여린 박목화. 과묵하지만 속이 깊은 남자. 의심하기 싫어 감옥에 가는 남자. 자기에게 믿음을 주는 사람을 한결같은 시선으로 보는 남자와 맨홀에 빠진 사람을 구경하는 것이 취미인 남자의 대비가 흥미를 끕니다. 여기에 부동산 사기, 사채업, 검찰과 경찰 내부를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설명했습니다.
낙원의 시점에서 서술하며 목화의 과거와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내는 방법도 재미있습니다. 결말이 극단적인 것과 제목과 내용이 매치되지 않는 점이 흠이지만 서로가 필요하며 함께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묘사했습니다. 수작입니다.
7번 배신당한 남자 (Commission 합본호, 2011. 5. 29, 예약: 9,000원)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미래/라 삐스따야(가상도시)
커플 : 하쉬쉬(전직 킬러, 조직의 행동대장, 배신공), 카즈(레 카자르, 전직 교황, 남창, 포용수)
만신창이로 다쳐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남자를 주은 추기경은 그의 빨간머리가 마음에 들어 보살피고 그가 회복되자 마지막 남은 네 번째 추기경을 만든다. 추기경이 된 남자는 하쉬쉬 중독이지만 놀라운 실력으로 맡은 임무를 수행하지만 추기경의 막내 동생인 교황인 카미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이 발각되어 다시 배신당하고 쫓겨난다.
1장. 하쉬쉬 101
2장. 짧은 사랑 115
3장. 카즈 131
4장. 일곱 번째의 배신 143
에필로그 149
review:
일곱 번 배신당한 남자의 과거를 담백한 필치로 묘사하고 있으나 실상은 일생 한번도 당하기 어려운 배신을 혹독하게 반복하여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운 불쌍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우연이 아닌 계획된 배신에 몸과 마음을 다친 남자가 우연히 마음을 의탁하게 된 종착지가 나이 많은 남창이라는 것이 의미심장합니다. 후속편 《Snow white》에 따르면 이 남창의 과거 또한 만만치 않으나 그 얘기는 후속편에서 다루고 작품을 읽은 처음의 느낌은 '다행이다' 혹은 '잘 됐다'입니다. 이제 배신은 그만 당하고 편안하고 안온한 삶을 살았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데 나이 많은 남창의 태도는 그런 바람이 성취되리라는 확신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일곱' 번이라고 하지 않고 '7번' 이라고 했는지가 궁금합니다. 수준은 평균입니다.
겨울, 일 년 : 삼월의 보름을 조심하라 외전 (2014. 9. 27, 예약: 7,000원)
작품유형: 연애물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 김낙원(金樂園, 31, 경정, 순정공), 박목화(朴木花, 32, 전직 조폭 꽃집카페 사장, 과묵수)
꽃집 겸 카페를 차리고 더욱 바빠진 목화에게 휴가를 바라는 낙원. 그러나 목화는 일 안하는 낙원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며 상대도 하지 않는다. 추석날 정애의 집에 도둑이 들고 범인이 정애의 동생임을 알게 된 목화는 동생들에게 그놈을 잡아오라고 시킨다. 얼굴만 확인하고 보내준 목화와는 다르게 목화의 복잡한 심경을 눈치 챈 낙원은 현직조폭들에게 인간개조를 명령하는데…….
보통의 조건 9
겨울, 일 년 145
Post script 191
순정의 조건 195
review:
제 잘난 맛에 사는 낙원이 목화에게 목매다는 모습이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낙원과 목화의 동생들이 펼치는 개그도 재미있고, 우울증을 입에 담는 목화의 모습도 신기합니다. 연애시작을 선포하고 날짜를 세는 낙원의 마음을 몰라주는 목화는 특유의 둔감함에 혀를 차다가도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 확인시켜 주는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평균이상.
겨울이야기 : 3월의 보름을 조심하라 외전 (2007. 2. 4, 예약: 7,000원)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김낙원(金樂園, 30, 경정, 유아독존공), 박목화(朴木花, 31, 전직 조폭 꽃집 사장, 과묵수)
목화를 위해 사람을 죽이는 일도 망설이지 않았던 김낙원. 목화의 가게를 찾아가는 것은 물론 정애의 가게도 돌보고 있다. 크리스마스 저녁, 자주 가는 카페 주차장에서 습격을 받고 팔을 찔린다.
겨울 011
1. 이브 11
2. 크리스마스 48
3. 반지하의 동거 87
4. 오른손 150
여름 185
Post script 225
review:
대답 없는 이름만 부르던 낙원이 습격을 계기로 목화와 동거생활에 들어가는 과정을 특유의 잘난척하는 태도로 설명했습니다. 전편의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낙원의 처음 해보는 행동과 처음 당하는 사태로 인해 재미있습니다. 평균이상입니다만 목차가 후기 바로 앞에 위치하는 편집오류가 있습니다.
나와 당나귀 (2018. 8. 10, 예약: 8,000원)
작품유형: 재회물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황성주(고2-->30, 전직외과의사, 카페주인, 얼떨결공), 정은봉(고2-->30, 조폭똘마니, 짝사랑수)
카페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다 다치기까지 한 철거반원이 고등학교 동창이란다. 아, 그래서 쉽게 집안까지 들였구나 납득한 것도 잠시. 욕실에서 발기한 채 찬물로 식히는 이유는 무엇?
나와 당나귀 007
응앙응앙 150
마가리 170
review:
《나타샤》외전입니다. 짝사랑하는 은봉이는 그렇다 치고 잘난 왕자님 성주의 심리가 궁금했는데 이 작품에서 잘 설명했습니다. 진심의 힘이 이렇게나 큽니다. 정말 사랑해서 들이대는데 성주는 면역이 없어서인지 홀랑 넘어갑니다. 주제파악 잘 하는 은봉이 말도 없이 숨어버려 추적물 비슷하게도 보입니다. 전작의 궁금한 점을 해소한 적절한 외전입니다.
나타샤 (2008. 12. 21, 예약: 7,500원)
작품유형: 재회물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황성주(고2-->30, 전직외과의사, 카페주인, 얼떨결공), 정은봉(고2-->30, 조폭똘마니, 짝사랑수)
고등학교 시절 감히 올려다보지도 못할 종합병원 원장 아들인 반장을 짝사랑하던 은봉. 떡볶이 노점을 하는 어머니가 쓰러지자 자연스럽게 폭력의 세계에 들어가고 별을 단다. 세월이 흘러 의대에 간 반장은 카페 주인이 되고, 조폭똘마니가 된 은봉은 노점상 철거반으로 만난다.
나타샤 007
후기 203
review:
어린 시절 짝사랑하던 친구를 사회인이 되어 만나는 작품은 많이 있습니다. 김다윗의 《이왕 꺾은 꽃》, Samk의 《삼겹살》, 유우지의 《place to be》, 허샤바이 《위험한 달링》등이 대표적입니다. 위에 언급한 작품들과 《나타샤》가 다른 점은 은봉의 철저한 주제파악입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모티브로 사용했고, 시의 주제 - 어울리지 않는 상대를 사랑하는 자신에 대한 연민 혹은 절망 - 도 그대로 차용했습니다. 쓰러져 의식도 없는 어머니를 모시는 조폭 똘마니로서 의사출신 카페주인을 좋아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은봉의 심리는 알겠는데 성주의 심경 변화는 알 수 없는 것이 단점입니다. 은봉의 고백과 그의 불분한 상황에 휩쓸려서 좋아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짧은 외전에서라도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3월》시리즈의 3편 《춘몽》에 등장하여 목화의 100억 카페를 견제하는 황성주와 정은봉의 모습에서 잘 살고있구나 은봉이는 성주의 카페에서 일하는구나 정도로 둘의 미래를 알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입니다. 평균작입니다.
대령의 개 (2004. 7. 17(초판) - 5,000원)
작품유형 : SF, 조교물
시대/장소 : 24세기/사막행성 A417
커플 : 대령(20대후반~30대 초반, 악마공), 조니 워커(20대초반, 미우라족 사제, 페트수)
“놈이 뭔 줄 알기나 하면서 하는 소리냐?”
그러자 로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냐는 듯이 대령을 쳐다보았다. 오티도, 다이엔도, 다른 부대원들 모두 대령을 일제히 쳐다보았다.
그 의아하다는 눈빛에 소리 내어 웃고 싶은 욕망을 누르며, 대령은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본심을 드디어 입 밖으로 내었다.
“놈은,”
대령은 싱긋 웃었다.
“-내 개란 말이야.”
review:
미래를 배경으로한 판타지라서 그런지 SM이 가미된 조교물임에도 거부감 없이 읽었습니다. 싸가지 만땅의 대령님도 매력적인 개성이 넘치고 욕하면서 닮는 부하들도 밉지 않습니다. 개그스럽고 유쾌한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든 조니의 과거도 마음에 듭니다. 분량이 적지만 깔끔하게 마무리한 작품으로 평균이상입니다.
PS: 오류입니다.
13과 어린 왕자를 보신 분이라면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반골기질의 이 대령님은 콘의 사촌이 됩니다. 벨타 아미 회장 외동딸의 외동아들이 콘, 회장 동생의 직손이 대령님, 여동생의 딸의 아들이 클림트.
- 후기 중에서 -
할아버지들이 형제간이라면 손자들은 6촌입니다. 부모가 형제라야 자녀들이 4촌이 됩니다. 따라서 콘과 대령과 클림트는 모두 6촌입니다.
리골레토(개인지 6호, 2003.7.27(초판) - 9,000원)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현재/로키산맥
커플 : 이주 아카기(29, 신디케이트 두목, 광공), 김상현(31, 회계사, 얼음수)
《사랑의 미약》속편으로 미약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다시 미약을 먹이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기억을 잃은 상현은 기억이 없는 동안은 이주를 사랑하나 기억을 되찾으면 도망가려 합니다. 이주는 이를 막기 위해 다시 미약을 먹이고.
review:
<사랑의 미약>의 인물들이 주인공입니다만,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독립된 한 편의 이야기입니다.
- 《Post script》 중에서 -
작가는 속편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전작의 상황을 그대로 차용한 이상 속편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완전히 독립된 이야기를 하려면 배경에 깔린 포석을 약간이나마 바꿨어야 합니다.
사랑에 빠진 남자가 사랑을 붙잡으려 애쓰는 모습이 눈물겹지만 작품 자체가 해피엔딩이 아니라 우울하게 끝났습니다. 뫼비우스의 띠 같이 결말 없는 결말입니다. 전작부터 비슷한 상황이 세 번 이상 발생하니 지루합니다. 똑같은 등장인물, 비슷한 상황, 비슷한 묘사, 지루한 독자.
이 작품과 같이 단편에서 장편으로 개작된 유형의 작품을 모아봤습니다.
송곳니 : 《38단》--> 《18단 대 38단》
송곳니 : 단편《내가 눈뜰 때 넌 잠이 든다》--> 장편 《내가 눈뜰 때 넌 잠이 든다》
아드리안 : 단편 《검도삼배단》--> 장편 《검도삼배단 I》
《사랑의 미약》에서 미술관을 막 빠져나와 한숨 돌렸더니 이번에는 베르디의 오페라가 열창되고 있습니다.
"음악 말야, 나 누워 있을 때 들렸었는데.."
어디에 오디오가 있는 거냐는 질문을 막 하려던 차에 이주가 먼저 물었다.
"리골레토?"
어디에서 들어본 것 같긴 했지만, 확실하게는 기억나지 않았다. 잘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더니 이주가 잠깐 망설이다가 흥얼거리듯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밝은 멜로디, 한 번 들으면 언젠가는 자기도 모르게 흥얼거릴 것 같은 노래.
La donna e mobile, Quai piuma al vento
Muta d'accento E di pensiero...
"여자의 마음?"
그러자 이주가 싱긋 웃었다.
"그래, 리골레토에서 만토바 공작이 부르는 노래잖아. 너무 멜로디가 기억에 남아서 베르디가 공연 삼일 전에야 가수에게 주고는, 절대로 자기 집에서 연습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지. 그랬다간 온 피렌체 사람들이 전부 부르고 다닐 거라고. 실제로 초연뒤에는 사흘이 지나자 모든 사람들이 부르고 다녔던 모양이야."
- 본문(56 p.) 중에서 -
오페라의 줄거리는 물론 멜로디까지 알고 있어야 분위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제목도 오페라의 제목과 같습니다.
사자와 집시(중단편선 1호, 개인지 5호, 2003. 7.27(초판) - 8,000원)
《사랑의 미약》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현재/뉴욕
커플 : 이주 아카기(신디케이트 두목, 광공), 김상현(회계사, 얼음수)
《즐거운 노래를 불러봐》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할 수 없음/가상도시
커플 : 남자(도시의 지배자, 강공), 보컬(노예, 굴림수)
《페스트》
작품유형 : 패러디
시대/장소 : 과거/오랑시(알제리)
커플 : 코타르(밀수업자, 살인자, 공), 리외(의사, 수)
《사랑의 미약》 : 사랑에 빠진 신디케이트 두목은 사랑의 미약을 먹여 상대방의 의지를 꺾는다. 그러나 미약은 부작용이 있는데…….
《즐거운 노래를 불러봐》 : 노예로 붙잡힌 보컬로 도시의 지배자. 남자는 사랑과 폭력 사이에는 갈팡질팡한다.
《페스트》 : 의사 리외와 밀수업자 코타르가 페스트로 고립된 오랑시에서 관계를 가진다.
review:
단기 집중이 필수인 단편의 특성이 무색하게 주위가 소란스러운 장소에서 읽으면 이해 할 수 없습니다. 배경으로 사용된 소재가 특이하여 어설피 알고 달려들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사랑의 미약》은 현대 미술에 관한 예비지식¹이 있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으며, 《즐거운 노래를 불러봐》는 작품에 등장하는 가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까뮈의 《페스트 (원제: La peste)》를 패러디한 《페스트》는 원본 《페스트》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덧붙여 여러 군데에서 보여지는 오타가 집중력을 떨어뜨리는데 일조 했습니다.
PS:
주1. 현대 미술에 관한 예비지식 : 진. 슬로안, 롬니(George Romney), 마그리뜨(Rene Francois-Ghislain Magritte), 헨리 루소, 막스 에른스트 등 몇몇 작가와 작품이 언급되었습니다.
그 흔들리는 목덜미와 흰 동체를 보며, 갑자기 감겨든 차가운 공기에 이주는 문득 헨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를 떠올렸다. 그것은 벌판에 누워 잠자는 집시를 달빛 아래 사자가 내려다보고 있는 그림이었다. 사자는 집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집시를 깨우고 싶기도 하고 혹은 그대로 내려다보고 싶은 그런 눈을 하고, 정말로 깨워버렸다면. 사자는 집시를 먹어치웠을까 아니면 떠나갔을까. 아슬아슬한 감정의 분기선에 서 있던 눈으로 집시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사자에게는, 달이 사라져 집시가 스스로 눈을 뜰 때까지 견딜 인내는 없어보였다. 달려들던지, 아니면 낮게 짖어, 어떻게든 깨워, 집시의 눈을 보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차서, 결국엔 그 눈을 먹어치웠을 것이다-…
- 본문(109 p.) 중에서-
위의 문장에서 보듯이 그림을 모르면 작품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헨리 루소(Henri Rousseau)의 《잠자는 집시 (원제: The Sleeping Gypsy)》는 표지로 사용됐습니다.
슬픈 열대(개인지 3.5호, 2002.11.17)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근미래(2012년)/서울
커플 1 : 강헌영(33), 홍준경(33) - 공수교대
커플 2 : 서인수(33, 광공), 민은형(33, 냉수)
1장 《보리수》
2장 《윤, 가출하다》
3장 《슬픈열대》
4장 《준경의 하루》
《보리수》: 윤과 동거하게 된 싸이코가 소년원시절 무솔리니라고 불리던 양호 선생에게 찾아가 윤과의 동거를 알리며 소유권을 주장함.
《윤 가출하다》 : 김홍일을 은밀히 추적하던 윤은 "간다"는 메모를 남기고 출장을 가는데 싸이코는 윤이 가출했다고 오해한다. 조직과 공권력을 동원해 윤을 찾아낸 싸이코는 끔찍한 방법으로 윤을 다루는데 사실을 알고 나서…….
《슬픈열대》 : 크리스마스를 맞아 총통, 준경, 싸이코, 윤, 삐끼는 정신병원에 갇힌 히믈러를 만나러 간다. 15년 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히믈러를 위해 소년원 동기들은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준경의 하루》 : 감기에 걸린 준경이 집에 홀로 누워 싸이코와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린다. 계신의 죽음을 얼마간 완화시켜 주었던 '바이마르 헌법 연구 학회'를 이끌었던 싸이코와 동류임을 깨닫지만 서로 다가가지 않던 두 사람. 잠에서 깨니 일 치르고 나타난 헌영이 흥분해 있더라.
review:
《야수의 날》과 《천둥이 말하는 것》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것들을 마무리했습니다. 윤과 싸이코의 사랑의 결말, 살인을 저지른 히믈러의 재판 결과, 서로에게 사로잡힌 두 마리 야수가 어떻게 지내는지 등등. 계신이와 우성이의 이야기는 《데미소다 오렌지》와 《백일몽》에 있으니 주요 등장인물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추측이 가능합니다.
PS: "보로로 족에 대한 이야기, 기억나?"
"어떤 거지?"
"세라족과 투가레족으로 반씩 나뉘어 있고, 번걸아가면서(--> 번갈아가면서) 살게 되어 있어서 집들이 서로 대칭을 이루면서 원형을 이루는……"
"아, 알겠어. 계속해."
- 중략 -
"이들은 전부가 대칭이 되어 있잖아. 세라와 투가레, 동과 서, 신도 둘, 그리고 세계는 갈려 있지. 죽은 자와 산 자."
"....."
"단지 그들에 있어서는 죽음의 정의가 우리와 조금 틀릴 뿐이야. <그녀가 죽었다> 라고 말할 때에는, 그들이 그 여자의 병세를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그러면 그녀는 동시에 죽은 게 되어버리는 거야. 군대에서 부상자와 사망자를 전상자라는 단일한 명칭 내에 포함시키는 것과 똑같지. 둘 다 싸우지 못한다는 면에서는 같으니까. 어쨌든간에-"
"......"
"한 사람이 죽으면, 이 두 세계간의 균형이 깨진 거야.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그들은 산 자 하나를 뺏긴 거지. 그래서 장례식은 사냥으로 치러져. 만약 세라 족의 누군가가 죽었다면 반드시 투가레의 반족이 사냥을 치른다. 죽은 자가 이 사냥꾼들에 의해 죽음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면 영혼들의 사회로 들어갈 수가 없어. 그래서 사냥은 몇 주씩 계속되지..."
"그만해,"
- 본문(143-144 p.) 중에서 -
제목은 물론 작품의 여러 부분에 인용된 《슬픈 열대 (원제: Tristes tropiques)》에 와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에 관해 짧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슬픈 열대》를 집필한 레비-스트로스는 프랑스의 저명한 인류학자이며 사상가로 구조주의의 창시자입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브라질의 상파울루 대학 사회학 교수로 취임하게 되는데 브라질에 체류하는 동안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하게 아마존 강 유역의 원주민 사회를 답사하는 기회를 갖습니다. 원주민들을 직접 대면하면서 민족학적 조사를 하게 되고 1936년에 처음으로 논문을 발표합니다. 1938년에는 브라질 정부의 후원으로 브라질 내륙지방의 원주민 사회 조사단의 일원으로 참가할 수 있었고, 이때 조사한 네 원주민 부족에 관한 민족지(民族誌)가 바로 《슬픈 열대》의 주요 내용입니다.
국내에 여러 번역본이 있는데 가장 최근에 간행된 한길사의 번역본이 분량도 많고 사양도 좋습니다.
야수의 날 上(개인지 2호, 2002.1(2쇄)-10,000원)
작품유형 : 학원물
시대/장소 : 현재/서울, 여주
커플 : 강헌영(고2, 리더공), 홍준경(고2, 얼음수)
프롤로그
제1장 《유령》
제2장 《두 짐승의 짧은 봄》
제3장 《여름》
제4장 《짐승이 깨어나던 날 : 그 여름의 끝》
에필로그 《새로운 시작》
제어할 순 없지만 넘쳐나는 힘을 갖고 있는 17세. 고2의 사내아이 둘이 만났다. 자타가 공인하는 학교의 수재 준경과 알 수 없는 힘으로 주위를 불러모으는 조폭 아들 헌영. 인간 사이를 유영하는 두 짐승은 접점없이 지내다 서로를 의식한다.
"같이 가자, 홍준경.
넌 나와 같은 유일한 놈이야."
인간 사이에서 살아가는 두 짐승은 견제하며 어울린다. 그러나 준경의 비밀 때문에 생긴 오해로 한 소년이 죽자, 한 소년은 소년원에 들어가고 남은 소년은 야수가 된다.
review: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표현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묘사와 성(姓)을 포함한 호칭 등 분위기에 어울리는 대화에 책장을 빠르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사랑보다 소년들의 거친 우정과 애증을 다루었습니다. 최인호의 《불새》에 등장하는 영후와 민섭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습니다.
PS: 친구를 위험에서 구해내고 대신 죽는 눈물겨운 우정은 여러 작품에 등장하지만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우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안스바하는 주군의 유체에 팔을 내미는가 싶더니, 군복의 단추를 풀고는, 그 속에서 원통과 입방체를 조립한 기괴한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백병전에 사용하는 강력한 소형 화포인 핸드 캐논이었다. 안스바하는 시체의 내장 속에 핸드 캐논을 감추어 두었던 것이다.
역전의 용장들은 너무도 갑자기 일어난 일에 처음에 모두 망연자실했다. 라인하르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음에 닥칠 일을 짐작하면서도 수의근(隨意筋)을 움직일 수 없었다. 포구는 금발의 젊은 개선장군 라인하르트를 겨누었다.
"로엔그람 후작, 우리 주군의 원수를 갚겠노라!"
안스바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핸드 캐논이 불꽃을 내뿜었다. 핸드 캐논의 화력은 장갑차나 단좌식 전투정도 단 한방에 파괴시킬 정도로 강력하다. 그러니 라인하르트의 육체쯤이야 갈래갈래 찢어져 사방으로 흩어질 것이었다. 하지만 조준이 빗나갔다. 라인하르트로부터 왼쪽으로 2미터 떨어진 벽면이 파편과 흰 연기를 흩날리면서 우수수 떨어졌는데 그 중 한 조각이 라인하르트의 볼을 슬쩍 스쳤을 뿐이었다. 안스바하의 입에서 낙담의 절규가 가늘게 흘러나왔다.
모두들 내노라하는 명장들이었건만 그들은 살아 있는 화석이 된 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용감하게 빨리 나선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는 안스바하를 덮쳐 핸드 캐논의 겨냥을 빗나가게 했던 것이다. 키르히아이스였다. 핸드 캐논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금속성의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젊음·기민함·체력에서 모두 상대보다 윗줄인 붉은 머리칼의 젊은이는 암살자의 팔목을 붙잡고 바닥에 찍어 눌렀다. 안스바하의 관자놀이에 푸른 힘줄이 솟으면서 얼굴이 처절하게 일그러져갔다. 그는 아직 자유스러운 한 손을 뻗어 그 손등을 키르히아이스의 가슴에 갖다 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은백색의 빛이 키르히아이스의 등짝에서 내뿜어졌다. 안스바하는 반지로 위장한 레이저 총도 준비했던 것이다.
가슴 한가운데에 살인 광선을 맞은 키르히아이스는 타버릴 것 같은 고통을 느꼈으나 암살자의 팔목은 끝내 놓지 않았다. 재차 반지가 불길하게 빛을 뿜으면서 이번엔 경동맥을 관통했다. 하프의 현을 몇 가닥 묶어 자르는 듯한 이상한 소리와 함께 키르히아이스의 목으로부터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와 대리석 바닥을 적셨다.
그제야 사람들은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우르르 몰려나와 인스바하를 떼어놓았다. 우두둑 하는 소리와 더불어 팔목이 부러졌다. 두 군데나 치명상을 입고 많은 피를 흘리면서도 키르히아이스는 암살자의 팔목을 붙잡고 놓지 않았던 것이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키르히아이스의 목에 미터마이어가 손수건을 갖다 댔다. 백색의 실크 손수건이 금방 붉게 물들었다.
"의사, 의사를 불러라!"
"이제 늦었어."
- 《(SF 大望!)은하영웅전설 2》/ 다나카 요시키. 을지서적. 1993. 315-317 p. -
야수의 날 下(개인지 2호, 2002.2(2판)-10,000원)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근미래(2012년) /서울, 여주
메인 커플 : 강헌영(33, 조폭 두목), 홍준경(33, 검사) - 공수교대
프롤로그
1장 《동창회》
2장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뽑지 마라》
3장 《서울》
4장 《사랑》
5장 《야수의 날》
에필로그
15년이 지나 다시 만난 두 사람. 어릴 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증폭되고 확장되었음을 깨닫는다. 헌영은 조직을, 준경은 직업과 가족을 걸고 서로를 잡기 위한 행동에 들어간다. 최후에 남은 것은?
review :
15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만나자마자 어제 헤어진 사람처럼 상대방을 대할 수 있다면 그를 계속 생각해 왔거나 아주 무심한 경우일 것입니다. 잊은 것처럼 지냈지만 한시도 잊지 않은 헌영과 준경은 예상대로의 결말을 보여줍니다.
<야수의 날>의 배경은 거의 실화라고 생각해도 좋겠지요. 애초에 신문을 보다가 생각하게 된 이야기입니다. - 하략 -
작가 후기에서 알 수 있듯이 특정 인물과 사건을 소설적 상황으로 재구성했는데,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사용해서인지 검찰과 조폭, 언론계의 내부를 깊이 파고들었음에도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오류가 있습니다.
contents에 에필로그는 269 p.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표기되었는데 실제로는 289 p.에서 시작합니다.
PS: 《The commission》에 사용되었던 빠스의 시가 다시 언급된 점이 흥미롭습니다.
두근,
입술이,
닿았다.
....뜨거웠다.
오후 1시에 허공으로 뛰어드는 흰 새의 날개처럼 그렇게 뜨거웠고 그렇게 눈부셨다. 빠스의 시의 한 구절이 머릿속을 지나간 것은 일순간이었다.
- 본문(119 p.) 중에서 -
약탈(掠奪) (합동지 야오이 리퍼블릭 1호 축전, 2001)
작품유형 : 약탈물
시대/장소 : 과거/미상(작은마을)
커플 : 메네카(용병대장, 약탈공), 미하크(소년, 무심수)
평화로운 마을에 용병대가 들이닥쳐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죽인다. 소년의 누나도 희생당했다. 용병대의 한 사람을 죽인 소년은 대장에게 붙잡혀 몹쓸짓을 당한다.
review:
끔찍한 사건을 담백한 문체로 묘사해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이 《commission》과 비슷합니다. 축전용 단편에 분량이 적어서 프롤로그 분위기가 나기도 합니다. 심리묘사보다 현상의 기술에 치중해서 주인공의 생각을 짐작하기 어렵지만 몽환적인 분위기에 미스터리한 소년의 캐릭터는 인상적입니다. 평균작입니다.
어린왕자 : 숲의 왕 연대기(개인지 4호, 2003. 1. 26(초판) - 예약 10,000원, 현매 11,000원 )
작품유형 : SF
시대/장소 : 미래/행성B612
메인 커플 : 세난(디아난, 공), 일리노프 콘타브스키 소위(21, 옥수수 왕자 또는 얼굴만 왕자로 불림, 수)
보조 커플 : 켄 중위(29, 숲의 왕, 공), 류(디아난, 수)
범죄자들만 모인 행성에 배치된 콘 소위. 엉뚱한 중위를 만나 원치 않는 전쟁에 참여하고 급기야는 숲의 왕이 되는데…….
review:
이 이야기는 몇 년 전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를 보면서부터 구상한 것입니다만, 지금의 형태로 완전히 꿈을 꾼 것은 작년 6월경이군요.
- 중략 -
생 떽쥐페리의 '어린 왕자'야 안 보신 분들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 《작가 후기》 중에서 -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원제: Le petit prince》,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 (원제: The golden bough)》¹뿐만 아니라 영화 《배틀필드》², 《양들의 침묵》³, 살인마 잭. 너무 많은 작품을 모티브로 삼아서 작가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습니다.
행성 B612호에 대한 배경설명이 약간의 호기심을 유발시킬 뿐, 다양한 군대용어와 전투액션은 실감나지 않으며 렉터 박사에 의해 알려지는 중위의 어린 시절은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PS:
주1. 《황금가지》 : 작품의 모티브 자체를 차용했습니다. 이탈리아의 디아나 숲, 다이아나를 섬기는 신전, 신전의 사제, 사제는 숲의 왕이라 불리며 황금가지를 꺽어야 사제가 되며, 새로운 사제가 되려면 꺽은 가지로 전임 사제를 죽여야 하는 것까지.
주2. 영화 《배틀필드》 : "인간…… 멸종 직전의 동물이다." 로 시작하는 L. 론 허버트의 원작 소설 《Battlefield earth》를 영화화한 것으로, 사이클로인 사령관 테라 타르(존 트라볼타)가 지구에 유배된 경위가 국회의원 여자친구 때문입니다.
원작 소설은 1991년 나경문화에서 《BE》라는 제목으로 발행되었고, 2001년 자음과모음에서 《배틀필드》라는 제목으로 재번역 되었습니다. 번역은 나경문화사 쪽이 낫습니다.
주3. 《양들의 침묵 (원제: The silence of the lambs)》 : 작품에 등장하는 렉터 박사를 패러디 한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유고 (돌발호, 2007. 7. 28, 가격: 10,000원)
작품유형: SF
시대/장소: 미래/가상행성
커플: 이호 델라 루나(이니고, 32, 중령, 배신자공), 루이스 C.(34, 반체제 지도자, 저항수)
오랜 기간 준비해온 미끼를 잡아당겨 이단의 고위 인사를 사로잡은 이호. 진실의 목소리로 불리는 루이스는 과거 귀족원 의장의 서기로 신분은 평민이지만 누구보다 권력에 가까이 있었던 인물로 군부와 정계의 비밀을 꿰고 있다. 심층암시로 대주교인 총독과 교황에게 충성을 맹세하도록 하는 강력한 자기 암시를 당한 자만이 장교가 될 수 있다는 "세례"의 비밀을 알고 있는 루이스는 이호의 역린을 건드리고, 화가 난 이호는 루이스를 이용하여 이단의 본거지를 칠 계획을 세우는데…….
1 철거 011
2 예배당 021
3 본부 044
4 심문 077
5 탈출 117
6 잠입 139
7 심장 157
8 심판 193
9 전향 217
10 그 아래 256
11 방아쇠 280
post script 301
review:
신앙과 독립 혹은 종교와 혁명을 배경으로 개인의 죄의식과 사랑의 결과에서 오는 거대한 파도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고뇌하는 순교자와 흔들리지 않는 혁명가로서의 루이스는 동성애라는 작은 흠집을 제외하면 나무랄 데 없는 메시아이고, 배신과 술수에 능한 이호는 심층암시에 의해 강제로 지워진 죄책감을 빼면 체제의 엘리트로 손색이 없습니다. 접점이 없는 이 둘을 교묘하게 엮은 것이 작가의 역량입니다. 초보 작가에게서는 볼 수 없는 느릿느릿하지만 착실하게 쌓이고 있는 긴장, 가느다란 낚싯줄에 매달린 루이스의 사소한 성적 취향을 흔들어 철벽처럼 쌓은 이호의 자기보호와 자기기만을 부수는 과정, 강제로 잊혀진 기억을 되살리고 행성의 체제를 전복시키는 과정이 손바닥만한 모자에서 각종 스카프와 토끼와 비둘기가 쏟아져 나오는 마술 같습니다.
배신자도 희생자도 혁명가도 반역자도 모두 불쌍한 작품은 오랜만입니다. 공공의 적을 행성 밖에 두고 안에서 지지고 볶으니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제로섬 게임이 되었습니다. 에필로그는 보다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몇 년이 흘렀건 몇 시간이 지났건 루이스가 코마 상태에서 깨어난다는 사실 이외에 그를 부른 이호의 목소리에서 짐작하듯 이호는 그때까지 루이스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으며 루이스의 몸이 온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에서 혁명이 최소한 실패하지는 않아서 이호의 보호가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본성과 대치중이어서 이호가 혁명군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아니면 독립을 쟁취하여 공신으로서 영화를 누리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수작입니다.
PS: 설정오류입니다.
서른둘에 중령, 여태까지 군의 역사상 유례없이 빨랐던 진급이었다. - 50 p. -
- 중략 -
"몇 살이지?"
"……29."
그는 한 살을 깍아서 이야기했다. - 147 p.-
--> 시작부분에서 이호의 나이는 서른두 살이었는데 어느새 서른 살로 어려졌습니다.
PS: 오타입니다.
전향하지 않는 루이스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그들 사이에 있을(--> 있을 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벌인 일이었다. - 262 p. -
유정 (2011. 11.27, 가격: 10,000원)
작품유형: 가출물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강해리(31, 나이트클럽 사장, 과묵공), 한정환(19, 고3, 왕따수)
학교에서 빵셔틀로 고생하는 정환은 사실 인터넷 아프리카에서 여장을 하며 돈을 벌고 있는 이중생활자다. 여장한 모습을 아버지에게 들켜 준비없이 가출한 정환은 갈 곳 없이 방황하다 해리의 나이트클럽에 아르바이트로 들어가려하나 나쁜 놈에게 얻어맞고 사장에게 도움을 받는다.
8개월 딸의 울음을 그치게 한 정환을 아르바이트 보모로 채용한 해리는 조폭같은 모습과는 정혀 다른 성품을 내보이는데…….
1장 007
2장 026
3장 079
4장 115
5장 179
6장 219
7장 250
후기 295
review:
오래전에 여중, 여고를 나와서 현재의 인문계 남고의 분위기를 잘 모르는 관계로 작품에 등장하는 현실이 진짜인지 과장된 픽션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섬세한 캐릭터 분석보다 과장된 캐리커처 같은 느낌의 작품입니다. 외모와 직업, 신분과 어울리지 않는 성품의 해리와 가출한 어머니,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괴롭히는 동기들, 나이어린 새어머니에게 시달리는 예쁜 남자 정환은 모아놓고 보니 현실감이 떨어집니다. 거기에 가출과 살인 사건, 하늘이 내린 보모는 현실적인 면을 전혀 부각하지 못했습니다. 수준이하입니다.
천둥이 말하는 것 1, 2(개인지 3호. 2002.7/8 - 각권 10,000원)
작품유형 : 소년물
시대/장소 : 과거(15년전)-->현재/소년원, 서울, 김제
《천둥이 말하는 것》커플 1 : 서인수(18-->33, 싸이코, 광공), 민은형(17-->33, 푸싱 브라더, 냉수)
《천둥이 말하는 것》커플 2 : 하철권(17-->33, 히믈러), 함문현(17, 문조, 상습범)
《천둥이 말하는 것》그 외 : 강헌영(17-->33, 총통), 조금만(17-->33, 조울증 삐끼)
《데미소다 오렌지》커플 : 정우성(준경의 친구), 류시준(우성의 제자), 강성일(헌영의 조카)
《백일몽》커플 : 정우성(준경의 친구), 김계신(헌영의 친구)
《천둥이 말하는 것 1》
1장. 《윤》
2장. 《강헌영, 소년원에 오다》
3장. 《총통과 그 무리들》
4장. 《형이 말하는 것》
5장. 《합창제》
6장. 《보리수 아래 사랑을 키우다》
7장. 《싸이코》
《천둥이 말하는 것 2》
1장. 《싸이코 드라마》
2장. 《상습범의 일요일》
3장. 《메마른 천둥소리》
4장. 《재회, 동거의 시작》
5장. 《추적》
6장. 《천둥이 말하는 것》
자료. 《소년원 자료》
《천둥이 말하는 것》: 계신의 죽음과 연관되어 소년원에 간 헌영이 겪는 다양한 사건들. 여섯 명의 동갑내기 소년원생들은 나름대로 세상과 투쟁하지만 번번히 좌절하고 만다. 그 과정에 또 다른 죽음이 발생하고, 소년들은 뿔뿔히 흩어진다. 15년 후, 한 대학교수의 죽음으로 다시 만나게 된 소년들.
소책자 1 《데미소다 오렌지》 : 계신의 영향으로 고등학교 세계사 선생이 된 우성. 우성을 좋아하는 제자와 또 다른 조폭의 이야기.
소책자 2 《백일몽 : 어느 날 오후, 정우성의 김계신에 대한 단상》 : 교무실에서 잠이 든 우성은 중학생이 된 계신과 만나는 꿈을 꾼다.
review:
결론보다 과정을 다룬 작품입니다. 심리적인 인자와 물리적(폭력적)인 인자가 균형을 맞추어 작품이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습니다. 굉장히 많은 것을 포함했고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가자면 한도 끝도 없기에 한 줄 짜리 서평으로 대신합니다. "상식적으로 이해 불가능한 소년 여섯이 소년원이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특이하게 행동하는 작품"입니다.
문조의 아버지가 그를 성적으로 학대했는지 정신적으로 학대했는지 분명하게 드러내어 작품 후반에 행해지는 철권의 복수에 적절한 근거를 삼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정확치 못한 추측에 기대어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는 것에 독자의 감정은 동화되지 못합니다.
"<여기는 물이 없고 단지 바위뿐, 바위는 있는데 물은 없고 모랫길 뿐, 산들은 물이 없는 바위산, 여기는 설 수도 누울 수도 앉을 수도 업다. 여기에는 정적마저 없다. 비 없는 메마른 불모의 천둥소리 뿐.>...네가 예전에 말했던 그 부분은 시의 앞 부분이야."
이 녀석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윤은 가만히 녀석을 쳐다보았다.
싸이코가 말했다.
"실제로 그 시에서 천둥이 뭐라고 말하는 지 알아?"
",,,?"
의아한 눈길로 녀석을 쳐다보자, 싸이코가 읊었다.
"<그리고나서 천둥이 말했다.
주라: 우리는 무엇을 주었던가?
공감하라: 나는 언젠가 문에서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단 한번 돌아가는 소리. 각자 자기의 감방에서 우리는 그 열쇠를 생각한다.
제어하라... 이 단편들로 나는 내 폐허를 지탱해 왔다,>"
- 2권(307 p.) 중에서 -
작품에도 여러 번 언급되고 제목으로도 사용된 《천둥이 말하는 것 (원제: What the thunder said)》은 엘리어트(Thomas Stearns Eliot,1888-1965,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영국으로 귀화. 1948년 노벨 문학상 수상)의 대표시 《황무지 (원제: The Waste Land)》의 5부입니다. 《황무지》까지 올리려니 분량이 너무 많아서 《천둥이 말하는 것》만 올립니다. 《황무지》 전문은 여러 검색엔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황무지》¹
I. 사자(死者)의 매장
II. 체스 놀이
III. 불의 설교
IV. 수사(水死)
V. 천둥이 한 말
땀에 젖은 얼굴들을 붉게 비춘 횃불 뒤에
정원의 서리 같은 정적(靜寂)
암지(岩地)의 고민
아우성과 울음소리
감옥과 궁전과 먼 산을 넘어오는
봄의 뇌성의 반향(反響)
살았었던 그는 지금 죽었고
살았었던 우리는 지금 죽어간다
약간 인내하면서
여기는 물이 없고 다만 바위뿐
바위만 있고 물이 없다 그리고 모랫길
길은 산 사이로 꾸불꾸불 돌아 오르는데
그 산들도 물이 없는 바위만의 산
물이 있다면 우리는 멈춰 마실 것을
바의 사이에선 사람들이 멈추어 생각할 수도 없다
땀은 마르고 발은 모래 속에 빠져
바위 사이에 물만 있다면
침도 못 뱉는 이빨이 썩은 죽은 산의 아가리
여기서는 서지도 눕지도 앉지도 못한다
산 속엔 정적조차 없다
오직 메마른 불모의 뇌성뿐
산 속엔 고독조차 없다
오직 갈라진 토벽 집 문에서
빨간 성난 얼굴들이 냉소하며 으르렁거릴 뿐
물이 있고
바위가 없다면
바위가 있고
또 물이 있다면
물이
샘물이
바위 사이에 웅덩이라도 있다면
오직 물소리만이라도 들린다면
매미나
마른 풀의 노래 소리가 아니라
바위 위로 울리는 물소리라도
그곳 솔숲 속에 노래하는 은둔 - 티티새 소리라도 있다면
드립 드롭 드립 드롭 드롭 드롭 드롭
그러나 물은 없다
당신 옆에 언제나 걷고 있는 사람은 누구요?
내가 헤아려 보면 당신과 나뿐
그런데 내가 하얀 앞길을 바라보면
당신 옆엔 언제나 낯선 사람이
갈색 망토에 싸여 미끄러지듯 걷고 있어, 두건을 쓰고 있어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난 알 수가 없어
- 그런데 당신 저편에 있는 저 분은 누구요?
공중 높이 들리는 저 소리는 무엇인가?
저 어머니의 비탄 같은 흐느낌은
평탄한 지평선으로 둘러싸인 갈라진 땅 위를 비틀거리며
끝없는 벌판을 넘어 몰려오는
저 두건 쓴 무리들은 누구냐
저 산 너머 보랏빛 하늘에
깨어지고 개조하고 폭발하는 저 도시는 무엇인가
무너지는 탑들
예루살렘 아테네 알렉산드리아
비엔나 런던
허망하구나
한 여자가 그녀의 길고 검은 머리칼을 잡아당기어
그 현(鉉) 위에 나지막이 음악을 켰다
보랏빛 속에 어린애 얼굴을 한 박쥐들이
휘파람 불며 날개치며
머리를 거꾸로 하여 시커먼 벽을 따라 기어 내려갔다
공중에 탑들이 거꾸로 되어 있고
시간을 알렸던 종소리는 다만 추억 속의 종
그리고 목소리는 빈 물통과 물이 마른 샘에서 노래 부른다.
산 속의 이 황폐한 골짜기에서
희미한 달빛 아래 풀 울음 소리가
예배당 주위의 딩굴어진 무덤들 위에서
거기에 있는 건 다만 텅빈 예배당, 바람의 집뿐.
창문도 없고 문은 흔들거린다,
마른 뼈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오직 수탉 한 마리가 용마루 나무 위에서 운다
꼬 꼬 리고 꼬 꼬 리꼬
번쩍하는 번개 속에. 그러자 별안간 비를 몰아오는
일진 습풍(濕風).
강가 강은 바짝 마르고 맥을 잃은 나무들은
비를 기다렸다, 한편 먹구름이 일었다,
저 멀리 히마봔트 산에.
밀림은 쭈그리고 등을 굽혔다, 침묵을 지키며.
그때 천둥이 말했다.
다
다타(주라). 우리는 무엇을 주었던가?
벗이여, 내 마음을 흔드는 피
한 시대의 사려 분별로도 철회할 수 없는
한 순간에 항복하는 무서운 대담(大膽)
이것으로 오직 이것만으로 우리는 존재해 왔다
그것은 우리들의 사망 광고에도
자비스런 거미가 짜는 유방(遺芳)에서도 찾을 수 없다
혹은 텅빈 방에서 여윈 변호사가 개봉하는
유언장에도 남지 않는다
다
다야드봠(共感하라). 나는 일찌기 한 번
꼭 한 번 도어를 잠그는 열쇠 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열쇠를 생각한다 각자의 감방에서
열쇠를 생각함으로써 각자 감방임을 확인한다
다만 해가 질 때 천상(天上)의 풍문(風聞)이
잠시 몰락한 코리 올라누스를 회상시킨다
다
담야타(制御하라). 보우트는 경쾌히
응했다, 돛과 노에 숙련한 사람의 손에
바다는 잔잔했다, 당신의 마음도 경쾌히
응했으리라, 초청받았을 때, 제어(制御)하는 손에
순종하여 침로(針路)를 바꾸면서.
나는 해안에 앉아
낚시질했다. 등뒤에 메마른 벌판을 두고.
적어도 내 땅만이라도 정돈해 볼까?
런던 브리지가 무너진다 무너진다 무너진다.
그리곤 그는 정화(淨化)하는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언제 나는 제비가 될 것인가 - 오 제비, 제비여
폐탑(廢塔) 속의 아뀌떼느 왕자
이 단편(斷片)들로 나는 나의 붕괴를 지탱해 왔다.
그럼 그렇게 해 드리죠. 히에로니모가 또 미쳤어.
다타. 다야드봠. 담야타.
샨티 샨티 샨티
[譯註] 1) 《황무지》: "이 시의 제목뿐만 아니라 설계와 많은 부수적인 상징은 성배(聖杯)전설에 관한 제씨 L. 웨스튼 여사의 저서 《제식(祭式)으로부터 기사(騎士) 이야기로 (From Rutual to Romance)》(케임브리지 대학출판부, 1920)에 의해 시사(示唆) 되었다. 정말, 너무나 깊이 나는 힘입었으며, 웨스튼 여사의 저서는 이 시의 난해를 나의 주(註)보다 훨씬 더 잘 해명해 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저서를(저서 그 자체의 큰 흥미는 별도로 하고) 그러한 시의 해명을 수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나는 인류학의 또 하나의 저서, 즉 우리들의 세대에 깊은 영향을 끼쳤던 저서 《황금가지 (The Golden Bough)》에 전반적으로 힘입었다. 나는 특히 《아도니스, 아티스, 오시리스》의 두 권을 사용했다. 이 저서를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이 시 속에 식물제(植物祭)에의 약간의 언급들을 즉시 알아차릴 것이다."(엘리어트)
- 《세계현대시선. 16권 : 엘리어트 외》/ 이재호 역. 삼성출판사, 1984. 57-60 p. -
엘리어트가 자신의 시를 해설하면서 언급한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 (원제: The Golden Bough)》를 유의하십시오. Stan의 다른 작품 《어린 왕자 : 숲의 왕 연대기》의 주요 모티브입니다.
춘몽 : 삼월의 보름을 조심하라 외전 (2009. 7. 19, 가격: 8,000원)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김낙원(金樂園, 31, 경정, 유아독존공), 박목화(朴木花, 32, 전직 조폭 꽃집카페 사장, 과묵수)
강우가 목화에게 남겨준 백억으로 멋진 카페겸업 꽃집을 차리고 사택으로 빌라까지 구입한 낙원.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목화는 더욱 바빠졌고 그를 따르는 독수리 오형제까지 생겨버렸다. 한편 여름이 되어 목화와 휴가를 기대한 낙원은 부산에 가고 싶다는 목화의 말에 경악하는데…….
백억카페 011
카페가 잘 되는 이유 093
바캉스 105
Post script 207
Valentine 213
review:
《겨울이야기》의 분위기를 이어간 작품입니다. 백억원짜리 가게를 차려주고 목화가 한가해지길 기대한 낙원의 꿈이 무참히 깨져 목화는 더욱 바빠졌지만 동거라는 목적도 이루었고 함께 휴가도 다녀왔으니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나타샤》의 은봉과 성주의 모습도 잠깐 등장하고 강우가 등장하는 작품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수준은 평균입니다.
텐이야기 1-2 (손안의책, 2003. 11. 10(초판) - 각권 8,500원, 스노우북스)
작품유형 : 서방판타지, 호러물
시대/장소 : 현대/부에노스아이레스
커플 : 텐(용담공, 무모공, 샤를 르 테메레르 Duc Charles "le Temeraire", 1433년 생, 딜레마공), 백신우(고압선 백신, 17, 딜레마수)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백신우는, 동생 현우의 지하철 사고를 시작으로 가족이 모두 다른 이유로 차례차례 죽어나가는 기이한 경험을 한다.
모든 가족을 잃고 혼자 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2주.
슬퍼할 기운도 없이 망연자실한 신우 앞에 낯선 외국인이 나타난다.
'나는 텐이다'로 모든 자기소개를 끝낸 그는, 신우의 가족들이 죽은 것은 동생이 죽을 때 <노니시드>가 되었기 때문이며, 이대로는 조만간 신우도 죽게 될 터이니 잘 아는 주술사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한다.
그의 말을 믿는 건 아니지만, 그가 부모님이 남긴 억대의 빚을 갚아주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주술사가 있다는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향하는 신우.
그러나 도착해 보니 문제의 주술사는 변사의 시체로 나뒹굴고 있고,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의 도시에서 신우는 경찰서의 유치장에 갇히고 만다.
사순절을 지킨다며 생선과 계란과 우유밖에 먹지 않는 이상한 남자 텐과 함께.
1권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야.
나는 잠시 그렇게 생각했다. 대체 뭐가 나온다고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는지, 아니 왜 내 앞에 나타난 건지부터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빚으로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도.
“마르께스,”
그는 두 번째로 이름을 부르더니, 예의상 한 번 문을 두드리고는 또 곧장 열었다. 그러나 들어가자마자 기묘한 냄새가 확 끼쳐왔다.
“……?”
그 때 내 앞에 막아서듯 멈춰선 텐이 격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그리고 그의 굳은 어깨 너머로 고개를 빼었을 때, 나는 그 기묘한 정적의 냄새의 정체를 알았다.
“……!”
어두운 마루바닥에 쓰려져 있는 건, 이미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검은 깨 같은 벌레들이 모여들어 있었다.
2권
“과연 네 앞에 나타난 게 우연이었을까? 그렇다고 해도 마르께스에게 데려오기로 마음먹은 걸 보면, 단단히 빠졌는지도 모르지만 말야…….”
“아냐…!”
아무 증거도 없잖아. 네 얘기뿐이잖아. 네 동생의 팔목에 그런 건 없었어 - 정희, 정희 팔목, 이븐시나와 싸웠을 때 마셨던 피. 벌레에 물린 듯이 붉게 남아 있었던 반점……! 아냐, 아냐, 그런 건 조금도 증거가 될 수 없어. 나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어. 이건 네가 한 이야기야. 아무것도 믿을 수 없어,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돌아섰을 때였다.
“……!”
뒤에는 그가 서 있었다.
태양빛 아래, 차마 술길 틈도 없이 얼굴을 나에게 드러내고.
그 대 나는 어떤 증거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에게 말할 수 없었던 진실이 낱낱이 파헤쳐진 자가, 바로 내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그는 내 앞에서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
어떤 변명도 도해도 없었다.
“---텐!”
그를 쫓아 나가는 내 등뒤로 이븐시나의 저미도록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1권
episode 1 《사순절(Lent)》
episode 2 《부활절(Easter)》
episode 3 《성령강림절(Whitsuntide)》
외전 1 《부활절(Easter)》
2권
episode 4 《성 요한과 바울의 날(Saint John's and Saint Paul's day)》
episode 5 《만성절 전야(Halloween day》
episode 6 《위령의 날(All Saint's day)》
외전 2 《The Fool》
review:
부르고뉴 지방의 공작인 샤를 르 테메레르는 혈통에 흐르는 광기에 사로잡혀 흡혈귀와 늑대인간의 중간인 바르콜락 족(族)의 로아가 됩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이 아닌 반신반마의 존재. 20살의 나이로 영원히 사는 존재. 사랑하는 사람을 잡아먹는 존재. 500년의 세월동안 무덤 같은 삶을 살아온 그가 사랑에 빠집니다.
시간에 따라 작품이 진행되는 플롯과 chapter의 첫머리에 인용구를 사용한 것에서 작가의 전형적인 집필 습관이 보입니다. 그러나 조폭물에서 서방 판타지로 장르가 바뀐 것은 주목할 만 합니다.
텐 이야기는 일종의 역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역설(逆說)이라는 것은 때로는 가볍고, 때로는 무겁습니다. 결국 사고를 어떻게 뒤집어보느냐에 따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뒤집다 보면, 내가 만들어낸 세계가 일종의 논리를 가졌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때가 바로 저로서는 ‘앗, 무사히 현실의 세계에 착상했군’하고 느끼게 되는 때랍니다.
- 작가 서문 중에서 -
신화와 전설과 역사를 현실에 매치시키려고 노력한 흔적은 보이나 무사히 현실의 세계에 안착하지는 못했습니다. 1권은 맥락 없이 전개되어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렵고, 2권은 결말 없이 끝나버려 허무합니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이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서술이 빠진 것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Carnival (합동지 1호, 2001.8. 4(초판) - 10,000원)
《사랑의 미약》by Stan
《칼리르》by Shui
《Dog Eat Dog》by Saroni
축전《夫人》 by 란마루
Commission(개인지 1호, 2001.11, 가격: 5,000원)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현대/라 삐스따야(가상도시)
《Commission》커플 : 룩(그레이, 조직의 행동대장, 무뚝뚝공), 이라즈(Eraz, 라즈, 20대, 남창, 자존심수)
《7번 배신당한 남자》커플 : 하쉬쉬(조직의 행동대장, 배신공), 카즈(남창, 자존심수)
《Commission》: 화요일 오후. 자기 구역을 돌며 커미션을 걷던 룩은 남창에게 빠진다. 그의 불행은 자신의 감정을 깨닫지 못한 것. 한동안 남창과 동거하던 그는 마음을 잠식해 들어오는 남창을 일부러 내치는데 남창은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존재를 각성시킨다.
《7번 배신당한 남자》: 이라즈의 아버지 카즈와 전직 킬러, 하쉬쉬의 이야기. 일곱 번이나 배신당하고 배신한 남자 하쉬쉬. 카즈를 만나 새로운 운명을 개척한다.
소책자 《Scar(흉터)》: 그레이라 불라던 남자, 룩(비숍)의 과거. 그의 몸에 흉터가 생긴 과정이 나옴.
review:
가상도시를 배경으로 한 몽환적인 분위기의 작품입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등장인물의 마음속을 설명 위주로 묘사하여 늘어지는 감이 있지만 군데군데 폭력적인 묘사로 주의를 환기시켜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솔직한 마음의 반향대로 행동하는 것이 상황에 따라 어려울 수도, 불가능할 수도 있음을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오렌지 냄새와 달 모양의 쇠장식 같은 키워드를 찾아내는 즐거움도 쏠쏠합니다. 그러나 결말이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첫째, 살인사건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자연스레 무마된 점.
<감사하다가 비숍 하나가 죽었다지.>
<남창을 끼고 있던 비숍을, 착복한 게 들통난 부하가 찔러 죽여버렸대>...<그래서 그 부하를 죽인 룩이 승진하게 되었다고,> (138 p.)
--> 가능합니다. 그러나 관련된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두 사람(남창과 룩)이 사건이 끝난 후 함께 살기 시작했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나름대로 토를 달아봤습니다.
<감사하다가 비숍 하나가 죽었다지.>
<남창을 끼고 있던 비숍을, 착복한 게 들통난 부하가 찔러 죽여버렸대>...<그래서 그 부하를 죽인 룩이 승진하게 되었다고,>
<그런데, 그 룩과 남창이 예전부터 그렇고 그런 사이였대. 뭔가 이상하지 않아? 조작된 음모의 냄새가 난다구.>
--> 작품의 주변인물들이 이런 의문을 한번쯤 떠올렸을 것 같습니다. 독자인 저도 상당히 궁금합니다.
둘째, 룩이 부하를 잘못 다루었다는 책임을 지지 않음.
착복이 들통난 부하가 비숍을 찔렀다는 이야기 (145 p.)
--> 부하가 비숍을 찔러죽였음에도 그의 상관이 무탈하게 승진했다는 것도 의문사항입니다. 비록 그가 복수를 빙자하여 부하를 죽였다고 하더라도 일정부분 책임을 면키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타입니다.
평소에는 자유를 주는 대신 1년에 두 번, 비숍(:쥬교) (--> 주교)의 철저한 감사를 통해 통제한다. (82 p.)
항상 난방(--> 남방)에 면바지 차림이던 것과는 달리 (123 p.)
중세에 가까울 정도로 엄격한 위게질서(--> 위계질서)와 성품(聖品)이 지배하는 곳이다. (소책자 7 p.)
PS: 작품 전체에 걸쳐 모티브로 사용되는 시(詩)가 있습니다. 199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옥타비오 빠스(Octavio Paz)의 《되풀이》입니다.
피 속의 검은 말
날마다 물어도 대답없는 아픔,
이름도 부피도 없는 아픔
때묻은 시간 침 뱉은 사랑,
미친 웃음과 지독한 거짓말
걸어온 길은 걷지 않은 길.
<옥타비오 빠스, 되풀이 中>
- 《The commission》에 소개된 내용 -
1장, 8장의 첫머리에 인용되었고 일부 문장은 소제목 - 8. 걷지 않은 길 (118 p.) - 과 지문 - 시간에 때묻어 사랑에 침뱉은 그런 사람 (127 p.) - 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자세히 모르는 분들은 위의 구절이 시의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분을 발췌, 인용한 것으로 원래의 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아래는 시의 전문(全文)입니다. (여러 번역본이 있는데 뉘앙스가 달라 모두 소개합니다)
다시 하기
<Repeticiones>
그 성난 고동소리와 심장.
검은 피 속의 말
고삐풀린 망아지
눈먼 망아지
공포의 수레바퀴 밤의 축제행진
빨간 꽃들 벽을 향한 절규
걸어온 길은
걷지 않은 길
곤두세운 날의 육박전과 사념
대답없는 아픔일 뿐인 날마다의 심문
부피도 이름도 없는 아픔
하나의 핀이 뚫고 나간 구멍
많은 고생했던 날의 구멍
침뱉고 때묻은 사랑
지독한 거짓말과 미친 웃음
세상과 고독
걸어온 길은
걷지 않은 길
휘파람과 피와 괭이의 광장
상처 위의 햇빛
죽은 물 위의 털많은 하늘
입맛 쓴 분노와 온몸의 뒤틀림
사고는 녹슬어가고
병에 걸린 글씨
입에 자갈을 물고선 괴로운 하루의 새벽
갉아먹는 밤의 뼈다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밤
항상 되풀이 되고 항상 새로운 곳으로
걸어온 길은
걷지 않은 길
양철판, 같은 혀에 물 한 컵 약 한 알
깊은 밤 꿈속의 개미굴
검은 피 속의 폭포
밤중의 돌의 폭포
총 무게의 허무
커다란 도시의 차의 엔진소리
내 귓가에 멀리 가까이 멀리
벽이 몸짓하고 눈이 나타나고
지하철이 절름발이로 나타나고
물에 빠져죽은 사람과 허물어진 다리
걸어온 길은
걷지 않은 길
가족 분위기와 빙글빙글 돌아가는 사념
넌 무엇을 했는가
나는 무엇을 했나 우리는 뭣을 했던가?
죄없는 죄의 미궁
상처를 내고 있는 침묵과 이의제기하는 거울
불모의 고통 분노의 나로 불모의 밤
고독한 사람이 없는 잡동사니 세계
이젠 모두 사라진 대기실
그 길이 그 길이고
고개로 돌리지 않고 삶은 가버리고 없다.
- 《1990 노벨 문학상 수상 작품집 옥따비오 빠스 태양의 돌》/ 김주현 옮김. 삼성서적. 1990. 48-50 p. 스페인어를 번역했음 -
반복
심장과 그 성난 고동소리
피 속의 검은 말
눈먼 망아지 고삐 풀린 망아지
밤의 축제행진 공포의 수레바퀴
벽을 향한 절규와 빨간 불꽃
걸어온 길은
걷지 않은 길
날을 곤두세운 사념과 육박전
날마다 심문을 해도 대답없는 아픔
이름도 부피도 없는 아픔
핀 하나가 뚫고 나간 동공
고생 많았던 날의 동공
때묻은 시간 침뱉은 사랑
미친 웃음과 지독한 거짓말
고독과 세상
걸어온 길은
걷지 않은 길
피와 괭이와 휘파람 소리의 광장
상처 위에 햇빛
죽은 물 위에 털보 하늘
분노와 온몸이 뒤틀리는 쓴 입맛
녹슬어가는 사고
병든 글씨
괴로운 새벽 입에 자갈을 물고선 하루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밤 갉아먹는 밤의 뼈
항상 새로운 항상 되풀이되는 공포
걸어온 길은
걷지 않은 길
물 한 컵 약 한 알 양철판 같은 혓바닥
한 밤 꿈 속에 개미굴
피 속의 검은 폭포
밤 속의 돌의 폭포
허무의 총 무게
커다란 도시의 차의 모터 소리
나의 귀 주위에 멀리 가까이 멀리
눈이 나타나고 벽이 몸짓을 하고
절름발이 지하철이 나타나고
부서진 다리와 물에 빠져죽은 사람
걸어온 길은
걷지 않은 길
뱅글뱅글 도는 사념 가족 분위기
내가 뭘 했는가 넌 뭘 했는가 우리는 무얼 했는가?
죄없는 죄의 미궁
이의를 제기하는 거울과 상처를 내는 침묵
불모(不毛)의 날 불모의 고통
잡동사니 고독한 사람이 없는 세계
이젠 아무도 없는 대기실
그 길이 그 길이고
생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가버리고 없다.
- 《'90노벨문학상수상작가 오타비오 파스 詩集 태양의 돌》/ 조칠환 옮김. 참빛. 1990. 112-114 p. 스페인어를 영어로 번역, 영어 번역을 한국어로 번역한 이중번역임 -
반복
심장 그 성난 용트림
피 속의 검은 말
눈먼 말고삐 풀린 말
밤의 축제행렬 공포의 우물
멱을 향한 절규 쪼개진 불꽃
걸어온 길은
걷지 않은 길
날을 곤두세운 상념과의 육박전
날마다 심문해도 대닶없는 고통
부피도 이름도 없는 고통
핀 한 개가 뚫고 지나간 눈꺼풀
힘들었던 날의 눈꺼풀
때묻은 시간 침 뱉은 애정
미치광이 웃음과 지독한 거짓말
고독과 세상
걸어온 길은
걷지 않은 길
피와 창과 휘파람 소리의 광장
상처 위의 햇살
죽은 물 위에 빳빳이 곤두선 하늘
분노와 온몸이 뒤틀리는 신맛
녹슬어 가는 사고
부패된 글씨
축 늘어진 새벽 입에 자갈을 물고선 하루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밤에 갉아먹힌 뼈
항상 새롭게 항상 반복되는 공포
걸어온 길은
걷지 않은 길
물 한 컵 약 한 알 양철판 같은 혀
온 밤 꿈속의 개미굴
피 속의 검은 폭포
밤 속의 돌로 된 폭포
허무의 총무게
거대한 도시에 차들의 경적음
내 귓가에 멀리 가까이 멀리
눈이 나타나고 벽이 몸짓하고
절름발이 지하철 부서진 다리
물에 빠져죽은 사람이 나타난다
걸어온 길은
걷지 않은 길
뱅글뱅글 도는 상념 가족이라는 고리
내가 뭘 했는가 넌 뭘 했는가 우리는 뭘 해왔는가?
죄없는 죄의 미궁
고발하는 거울 부패하는 침묵
불모의 날 불모의 밤 불모의 고통
잡동사니 고독 사람 없는 세상
이제는 아무도 없는 곳의 대기실
그 길이 그 길이고
삶은 얼굴도 돌리지 않고 가 버렸다.
- 《옥따비오 빠스 시와 산문》/ 김현창 옮김. 민음사, 1990. 52-54 p. 스페인어를 번역했음 -
Honey (합동지 야오이 리퍼블릭 1호, 2001)
고백은 포르테로 - see - 5
홈쇼핑은 사랑을 싣고 - mintscent -69
허니 허니 - lu -113
숨막히는 키스가 하고 싶어 - karamado - 137
장갑 한 짝 - mintscent -161
선수 치는 자가 이긴다 - see - 208
비와 와인과 장미의 나날들 - mintscent - 279
먹이 사슬 - see - 302
축전
donae - Love Love Battle - 320
빈수 - 킬리만자로의 표범 - 365
saroni - 하르마탄 - 380
소의 - 여왕님과 그녀의 충견 - 411
stan - 약탈 - 426
Snow white (Commission 합본호, 2011. 5. 29, 예약: 9,000원)
작품유형 : 근친상간
시대/장소 : 미래/라 삐스따야(가상도시)
《Snow white》커플: 호엘(8-->32, 추기경 --> 교황, 집착공), 카즈(13-->37, 호엘의 형, 교황 --> 남창, 감금수)
《Snow Blanket》커플 : 하쉬쉬(전직 킬러, 조직의 행동대장, 배신공), 카즈(레 카자르, 전직 교황, 남창, 포용수)
연약한 어머니와 듬직하지만 어딘가 불안한 형, 정신이 모자란 여동생을 둔 호엘은 예민한 소년이다. 한 지역을 통치하는 명문가의 위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머니의 죽음과 더불어 형제의 목숨을 노리는 위협은 사라지지만 어머니의 정부이자 충성스러운 부하인 일렌과 새로이 교황이 된 형의 동침은 소년에게 충격과 함께 본성을 깨우는 계기가 된다. 형의 손에 넣기 위해 결혼과 자식까지 이용한 호엘의 몸부림이 눈물겹다.
007 The commission
083 The commission 외전: 흉터(The scar)
099 7번 배신당한 남자
151 Snow white
263 Snow Blanket
269 post script
review:
개인지 1호 《Commission》의 시작이 되는 작품으로 《Commission》의 주인공 이라즈의 양아버지 카즈의 과거가 그려져 있습니다. 분위기는 19세기 유럽 명문가의 운명적인 몰락과 비슷하나 - 몸과 정신이 온전치 않은 여동생, 충성스러운 유모의 걱정, 비밀을 간직한 부하와 연약한 안주인의 관계, 책임감에 짓눌리는 장남과 신경질적인 차남까지 프랑스나 제정러시아의 우울한 귀족 스타일입니다. - 실상은 여러 행성에 콜로니를 건설하고 지배를 위해 가톨릭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미래가 배경입니다.
남동생 호엘의 입장에서 보면 《폭풍의 언덕》비슷한 비극이지만 형인 카즈의 눈으로 보면 첫사랑의 슬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랑과 가족을 획득하는 인간승리의 드라마입니다. 전작 《7번 배신당한 남자》와 연결하여 읽으면 당연히 카즈의 입장에 서게 되는데 하쉬쉬, 카즈 모두 고생 끝에 낙이 찾아온 케이스라 읽으면서 충족감을 느꼈습니다. 평균이상입니다.
Sugar Sugar 1 (2015. 12. 27, 예약: 10,000원)
Sugar Sugar 2 (2018. 3. 1, 예약: 11,000원)
작품유형: 역키잡
시대/장소: 1996-2006/흑해연안
커플: 샨 이바노프 밀리치(11-->21, 사생아-->러시아 신흥재벌, 광공), 이반 미슬레니코프(28-->38, 특수부대 장교-->죄수-->삼류용병, 마약중독자, 무기력수)
주인공(수) 이반은 스패츠나츠(구 소련 특수부대) 출신으로 소련 때에는 고아원에서 자라서 인민의 아들로 키워져 군대에 들어가 특수부대 장교까지 올라갔지만, 연방도 해체되고 체첸전이 끝나고 나니 옐친 파 윗대가리가 특수부대에서 내무부로 소속을 바꿔버립니다. 스물여덟 살, 평생 군대에서만 살던 직업군인 장교에게 갑자기 군복도 벗고 군인증이 아니라 공무원증을 들고 다니라는 겁니다. 당연히 장교아파트를 나가야 되지요. 살인적인 물가에 주택난을 겪고 있는 모스크바에서 보증인도 없이(!) 방을 구해서 살라니…… 이반은 방을 못 구해서 신병 막사에서 며칠 자며 신병들을 괴롭힙니다. 결국 상관이 정말 어쩔 수 없이 신원 보증을 서서 허름한 아파트를 구해줍니다. 그 아파트가 바로 어린 시절의 공을 만나도록 한 마(魔)의 아파트가 되는 거지요.
이 당시 공은 열한 살, 그러나 자기 나이도 셀 줄 몰라서 열 살인 줄 아는, 덜떨어진 애라고 낙인이 찍힌 코찔찔이 옆집 애새1끼입니다. 공의 모친은 당의 고위 간부의 정부로, 툭하면 애한테 스트레스를 풀고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그 탓에 발달 장애가 왔던 거죠. 이걸 숫자를 가르치고, 시계도 보게 하고, 말도 가르치고, 사람 좀 만들어놓은 게 주인수 이반입니다.
행복한 한때는 길지 않았지만요.
이반은 곧 혹독한 현대사를 겪게 됩니다.
숙청- 형무소살이- 마약 중독의 쓰리콤보! 당연히 아파트도 아듀! 그로 인해 마약쟁이에 절름발이로 삼십대 후반을 비루먹은 개처럼 살게 됩니다. 형무소에서 겪은 윤간(회상장면으로 1, 2권에 걸쳐 두 번 등장)의 충격도 있고 해서 까칠한 중년으로 거듭난 상태입니다. 이 책은 여기에서 시작하므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매우 어둡고 음울합니다.
지금 이반은 삼류 용병1 신세입니다. 오데싸의 나이트클럽에서 포주가 여는 격투장에 가끔 나가 싸우고 마약이나 받아먹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 포주가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 재벌) 한 명 왔다고 알바 좀 하라고 불러내는데, 이반은 전혀 모르지만 공은 한 번에 알아봅니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선생님’이죠.
공인 샨은 피와 마약으로 부를 쌓아올린 러시아식 백만장자 올리가르히고, 수인 이반은 절름발이 약쟁이 떠돌이로 재회하게 된 것입니다.
review:
1권 나왔을 때가 2015년 12월이고, 2권이 2018년 3월이니 1권 읽은 지 만 2년이 지나 2권을 읽은 셈입니다. 1권을 상당히 강렬하게 읽어서 2년 후에 2권을 읽어도 이야기의 흐름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1권은 어린 샨을 툴툴거리면서도 돌봐주는 이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성인이 된 샨이 병들고 고생한 이반을 살뜰히 돌봐주는 그런 2권을 기대했었습니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은 결말입니다.
2권이 초반은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지지만 이반의 총상 이후로 싸이코 드라마가 되더니 마지막에는 거하게 뒤통수 있는 반전이 있습니다. 고생한 이반이 꿈을 이루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샨의 모습은 정녕 독자의 희망사항일까요? 발행사항: 2015. 12. 27(1권), 2018. 3. 1(2권)가격: 21,000원작품유형: 역키잡, 마약물시대/장소: 1996-2006/흑해연안커플: 샨 이바노프 밀리치(11-->21, 사생아-->러시아 신흥재벌, 광공), 이반 미슬레니코프(28-->38, 특수부대 장교-->죄수-->삼류용병, 마약중독자, 무기력수) Story line: 주인공(수) 이반은 스패츠나츠(구 소련 특수부대) 출신으로 소련 때에는 고아원에서 자라서 인민의 아들로 키워져 군대에 들어가 특수부대 장교까지 올라갔지만, 연방도 해체되고 체첸전이 끝나고 나니 옐친 파 윗대가리가 특수부대에서 내무부로 소속을 바꿔버립니다. 스물여덟 살, 평생 군대에서만 살던 직업군인 장교에게 갑자기 군복도 벗고 군인증이 아니라 공무원증을 들고 다니라는 겁니다. 당연히 장교아파트를 나가야 되지요. 살인적인 물가에 주택난을 겪고 있는 모스크바에서 보증인도 없이(!) 방을 구해서 살라니…… 이반은 방을 못 구해서 신병 막사에서 며칠 자며 신병들을 괴롭힙니다. 결국 상관이 정말 어쩔 수 없이 신원 보증을 서서 허름한 아파트를 구해줍니다. 그 아파트가 바로 어린 시절의 공을 만나도록 한 마(魔)의 아파트가 되는 거지요.이 당시 공은 열한 살, 그러나 자기 나이도 셀 줄 몰라서 열 살인 줄 아는, 덜떨어진 애라고 낙인이 찍힌 코찔찔이 옆집 애새1끼입니다. 공의 모친은 당의 고위 간부의 정부로, 툭하면 애한테 스트레스를 풀고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그 탓에 발달 장애가 왔던 거죠. 이걸 숫자를 가르치고, 시계도 보게 하고, 말도 가르치고, 사람 좀 만들어놓은 게 주인수 이반입니다.행복한 한때는 길지 않았지만요.이반은 곧 혹독한 현대사를 겪게 됩니다.숙청- 형무소살이- 마약 중독의 쓰리콤보! 당연히 아파트도 아듀! 그로 인해 마약쟁이에 절름발이로 삼십대 후반을 비루먹은 개처럼 살게 됩니다. 형무소에서 겪은 윤간(회상장면으로 1, 2권에 걸쳐 두 번 등장)의 충격도 있고 해서 까칠한 중년으로 거듭난 상태입니다. 이 책은 여기에서 시작하므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매우 어둡고 음울합니다.지금 이반은 삼류 용병1 신세입니다. 오데싸의 나이트클럽에서 포주가 여는 격투장에 가끔 나가 싸우고 마약이나 받아먹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 포주가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 재벌) 한 명 왔다고 알바 좀 하라고 불러내는데, 이반은 전혀 모르지만 공은 한 번에 알아봅니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선생님’이죠.공인 샨은 피와 마약으로 부를 쌓아올린 러시아식 백만장자 올리가르히고, 수인 이반은 절름발이 약쟁이 떠돌이로 재회하게 된 것입니다.review: 1권 나왔을 때가 2015년 12월이고, 2권이 2018년 3월이니 1권 읽은 지 만 2년이 지나 2권을 읽은 셈입니다. 1권을 상당히 강렬하게 읽어서 2년 후에 2권을 읽어도 이야기의 흐름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1권은 어린 샨을 툴툴거리면서도 돌봐주는 이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성인이 된 샨이 병들고 고생한 이반을 살뜰히 돌봐주는 그런 2권을 기대했었습니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은 결말입니다. 2권이 초반은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지지만 이반의 총상 이후로 싸이코 드라마가 되더니 마지막에는 거하게 뒤통수 있는 반전이 있습니다. 고생한 이반이 꿈을 이루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샨의 모습은 정녕 독자의 희망사항일까요? 꼼꼼한 자료조사와 자세한 심리묘사, 1권의 복선이 2권에서 마루리되는 플롯이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Vuelta(2010. 7. 28, 가격: 10,000원)
작품유형: 범죄물
시대/장소: 2020년/한국
커플: 이태희(멕, 18, 조직부두목, 폭주족, 천재공), 서만경(서막경, 26, 순경, 순진수)
잘난 형에게 눌려 살았지만 크게 삐뚤어지지 않고 순경시험에 합격하여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막경. 삼일절 폭주족 단속에 나섰다가 차가 크게 파손되자 홧김에 사이트카를 뺏어타고 뒤쫓는다. 그러나 폭주족 대장은 유유히 빠져나가고 막경은 시말서를 쓰는 처지가 된다.
1. 2월 27일 009
2. 2월 28일 029
3. 3월 1일 060
4. 첫출근 088
5. 월요일 121
6. 관계 137
7. 첫 연애 149
8. 연애의 힘 202
9. 첫사랑 267
10. 체포 267
에필로그 295
Post script 305
review:
아무데 내놔도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김낙원의 직속부하 엘리트 서경위의 사고뭉치 동생, 막경이 주인공입니다. 형과 생김생김은 닮았지만 성격이 달라 생각하는 것이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나는 막경은 한국인 아버지와 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멕에게 약점을 잡혀 사귀게 됩니다. 아직 미성년자인 멕에게 스물여섯 먹은 막경이 휘둘리고 있지만 천재적인 두뇌와 뛰어난 외모와 싸움실력을 가진 멕에게 순진한 순경 놀리는 일은 아주 쉽습니다.
순진한 주인수를 위해 결국 져주는 미성년 주인공 묘사가 자연스럽습니다. 10년 후 우리나라의 사회문제로 대두될 만한 다문화가정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도 인상적입니다. 평균이상입니다.
오타입니다.
강이지(--> 강아지)를 쓰다듬는 것 같은 손길이었지만 존경의 마음으로 가득찬 막경은 가만히 머리를 내맡기고 헤헤 웃었다. (94 p.)
그런 방법적인 면만 제와하면(--> 제외하면) 지나치게 닮아 있어서, 서경위는 걸음을 빨리했다. (299 p.)
아는사람 작품연표
불온한 친절함 : Sherlock Holmes Fan Fic book (1호, 2010. 1. 24, 가격: 5,000원)
작품유형 : 탐정물, 패러디, 팬픽, 기억상실
시대/장소: 1891-1892/스위스 마이링겐
커플: 제임스 모리어티(30대, 수학자, 전직교수, 범죄자문가, 거짓말공), 셜록 홈즈(시거슨, 30대, 탐정, 기억상실수)
런던에서 범죄자들에게 자문을 해 주며 홈즈와 막상막하의 실력의 보이는 교수를 쫓아 스위스의 산골 마을로 들어간 홈즈. 폭포에서 교수와 대결하다 떨어지고 기억을 잃는다. 홈즈의 기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교수는 홈즈에게 치명적인 한 방을 준비하는데…….
Chapter 1. 불온한 친절함 010
Chapter 2. 범죄자와 중독자 사이 032
Chapter 3. A perfect man 056
Chapter 4. A melodrama 069
1894년. Epilogue 1. 096
1894. 5월. Epilogue 2. 100
Post script 111
인용문 목록 120
review:
《셜록 홈즈》시리즈는 초등학교 저학년 이후로 읽은 적이 없어서 아주 단편적인 정보만 갖고 있습니다. 그것도 일본에서 아동물로 편역한 중역(重譯)본이라 홈즈와 왓슨을 정의의 영웅 비슷한 인물로 기억합니다. 순화되고 요약된 아동도서에는 홈즈의 코카인 중독과 인간적인 고뇌, 식민지 장사로 떼돈을 벌면서 인권을 착취하던 당시 런던의 이중적인 분위기도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결정적으로 영화를 보지 않아서 모리어티 교수나 홈즈에 대한 선입견도 없어서 이 작품은 저에게 하나의 새로운 소설이었습니다.
새로운 소설로서의 《불온한 친절함》은 수작입니다. 기억상실과 약물중독이라는 이중의 올무에 잡힌 탐정은 1년의 휴식과 자존심을 맞바꾸었는데 왓슨과의 관계, 범죄자들과의 밀고 당기기에서 시달린 심신을 치유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기려고 시작했고 승산도 있었던 게임에서 패배한 교수는 후회공의 모습을 보여주어 독자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망중한 같은 1년, 기억이 돌아온 이후의 갈등과 후회는 모두 교수의 몫인데 그의 고뇌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후속작이 기대됩니다.
보스포러스 해협의 신사 : Sherlock Holmes Fan Fic book (2호, 2012. 7. 29, 가격: 5,000원)
작품유형 : 탐정물, 패러디, 팬픽, 재회물
시대/장소: 1894/터키
커플: 제임스 모리어티(30대, 수학자, 전직교수, 범죄자문가, 도망자공), 셜록 홈즈(시거슨, 30대, 탐정, 추적자수)
사라진 1년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아 포기한 홈즈. 왓슨의 두 번째 신혼여행에 의기소침하여 터키로 여행을 온다. 터키에서 그의 신분을 알아차린 영국 서기관의 부탁으로 사라진 술탄의 편지를 뒤쫓는다.
Chapter 1. 점성술사 007
Chapter 2. 술탄의 손님 036
Chapter 3. 11의 7 054
Chapter 4. 열차는 베오그라드를 지난다 066
Chapter 5. 믿음의 문제 089
Epilogue. 106
Post script. 111
인용문 목록. 120
review:
작품의 배경이 되는 터키 얘기로 시작하겠습니다. 이스탄불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이슬람 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교수님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분께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터키와는 다른 얘기를 들어서 간단히 적습니다.
터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친근하게 우리나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6.25참전국, 형제의 나라, 월드컵 3-4위 전에서 보여주었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발전하여 대장금 열풍까지 우리가 생각하는 터키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보기 드물게 한국에 우호적인 나라입니다. 그러나 터키에서는 도움을 주었더니 훌륭하게 성장하여 보답을 하는 한마디로 키워준 보람이 있는 형제의 나라(이슬람식 형제면 정말 친형제 이상으로 생각한답니다)라는 것입니다. 비자나 여권을 갱신하기 위해 이민국에 가서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좋은 방으로 안내하고 따로 사무실 직원을 부르는 등 편의를 봐주어서 상대적으로 국가 수준이 낮은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 친구들의 여권까지 같이 갱신을 해 주었는데, 현재 그 친구들이 자기 나라에서 고위급 관료로 일하고 있어서 어느 나라에 가든지 전화 한 통이면 VIP대접을 받고 있다는 부러운 말씀도 하셨습니다. 우리나라가 일본 정도로 터키에서 가까운 나라였다면 질투로 왜곡된 인식을 가졌겠지만 지도상으로 거리가 먼 데다 종교와 문화가 다르니 한 걸음 떨어져서 좋은 인식만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문화적으로는 동서양이 만나는 교차로인데다 1000년이 넘도록 외세의 침입이 없어서 우리나라와 같은 문화재 유출이나 파괴가 전혀 없는 문화강국입니다. 비록 현대에 와서는 국가 규모가 한국에 뒤지지만 터키의 박물관이나 도서관을 가면 천 년 전의 양피지 자료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읽고 해석할 사람들이 없어서 놔두고 있답니다. 그쪽 도서관에서 옛날 자료를 찾다보면 신라 시대에 교류한 내용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 고대 이슬람 어를 할 수 있는 한국인이 없어서 한국어로 직접 번역이 불가능하고 비싼 돈을 주고 이슬람 학자에게 영어로 번역을 부탁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습니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서 1894년의 터키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이집트와 수에즈 운하를 둘러싼 외교의 각축장이었습니다. 홈즈는 영국사람답게 영국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나 21세기의 글로벌한 시각으로 보면 자국의 안위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머리 좋은 놈이 홈즈에 대한 솔직한 감상입니다. 홈즈를 잡기위해 터키에서 술탄을 움직이고 편지를 훔치는 등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로 음모를 꾸미는 교수가 인간적으로 보였습니다. 기억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하지만 교수에 대한 열망 –잡고자 하는 열망과, 기억을 되찾고자 하는 열망이 복합된 –으로 삶의 의지를 되찾는 홈즈를 보는 것은 좋았습니다. 평균이상입니다.
작풍을 살펴보겠습니다.
1. 조폭물 위주로 집필
총 일곱 권(상하로 된 작품은 한 작품으로 계산)의 작품 중에서 《어린왕자》를 제외한 여섯권이 주인공이 조폭이거나 조폭과 관련된 사건이 등장합니다. 《어린왕자》또한 군대와 전투가 등장하는 폭력물이라는 점에서 조폭물과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처음 접할때는 눈이 번쩍 뜨이다가 두 권을 넘어가면서 시큰둥해졌습니다. 슬슬 다른 장르로 전환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2. 많은 예술작품에서 모티브를 차용
간단한 예를 들겠습니다.
지금 발레리의 새 남자 친구의 문제가 새롭게 등장했다. 만약 시빌의 말이 사실이라면, 물론 이번 경우에는 의심할 이유가 전혀 없지만 올리버는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막내 여동생이 폴 쇼의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가 없었다.
올리버는 발레리에게 할말을 마음속에 미리 짜두기 시작했다. 카슨 쇼는 접근 금지 인물이란 사실을 여동생에게 분명히 못박아둘 작정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우스꽝스런 일이 벌어지는 건 곧 가문의 수치였다.
-《사랑이 있다면 (원제: Wilderst hearts)》/ 제인 앤 크렌츠. 들녘미디어, 1997. 54 p.-
젊은 연인들, 적대적인 두 집안, 용납받지 못할 사랑, 비극적 결말. 제인 앤 크렌츠는 이 모든 상황을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단어에 효과적으로 응축했습니다. 예민한 독자라면 발레리와 카슨으로 인해 두 집안이 엮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화자(話者)의 마음까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몬드는 잊어버립니다. 그 빌어먹을 일들을 모두 잊읍시다."
올리버는 혼잣말을 내뱉듯 중얼거렸다.
안도하는 쇼의 표정은 오히려 안쓰러울 정도였다.
"고맙네, 올리버. 자네에게 위안이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난 지금 자네가 어떤 감정인지 이해할 것 같네. 자네에게 정말 큰 빚을 진 셈이야."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쇼는 안심하고 레인 가문과 쇼의 가문이 혼인을 맺도록 모든 가능성을 총 동원할 건 뻔한 일이었다. 올리버는 처음 애니와의 결혼을 받아들일 때 과연 제정신이었는지 심히 의심스러웠졌다.
"카슨과 발레리는 정말 완벽한 한 쌍이 될 거예요."
애니의 활달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올리버는 날카로운 바늘 끝으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아, 이 모든게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 같군요."
-《사랑이 있다면 (원제: Wilderst hearts)》/ 제인 앤 크렌츠. 들녘미디어, 1997. 288 p.-
예감은 틀리지 않아 적대적인 두 집안은 화해하게 됩니다. 이제 Stan이 어떤 작품을 모티브로 사용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리골레토》: 베르디의 오페라를 제목으로 사용. 오페라 가사를 여러번 인용. 오페라의 줄거리를 모르면 작품의 올바른 감상이 불가능함. 표지 그림은 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의 그림《The Salon in the Rue des Moulins》임.
《보리수》: 슈베르트의 가곡(가사는 빌헬름 뮐러의 시)을 제목으로 사용. chapter가 시작되는 첫머리에 가사를 인용. 문조가 《보리수》를 열창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감상. 본문에 가사 인용. 히틀러의 《나의 투쟁》인용. 바그너의 오페라가 BGM으로 등장. 본문에 바그너의 오페라 가사 인용.
《사랑의 미약》: 헨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와 막스 에른스트의 《antipope》를 주요 모티브로 삼음. 이 작품을 비롯하여 진. 슬로안, 롬니, 마그리뜨등 많은 화가와 작품이 등장.
《사자와 집시》: 헨리 루소의 그림 《잠자는 집시》를 변용하여 제목으로 삼음. 《잠자는 집시》는 표지 그림으로 사용.
《슬픈열대》: 레비-스트로스의 민족지(民族誌)를 제목으로 사용, 본문에 인용. 스페인어(불명확, 본문에 스페인어가 아닐까 라고 언급) 노래 등장. 《보리수》가사 인용.
《야수의 날》: 옥타비오 빠스의 시 언급.
《어린왕자》: 생 떽쥐페리의 소설을 제목으로 사용. 《어린왕자》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를 주요 모티브로 삼음. 《양들의 침묵》의 렉터 박사를 등장인물중 한 사람으로 패러디함.
《윤, 가출하다》: 바그너의 오페라를 주요 모티브로 사용. 본문에 가사 인용.
《준경의 하루》: 히틀러의 《나의 투쟁》언급.
《즐거운 노래를 불러 봐》: 노래 가사 인용.
《천둥이 말하는 것》: 엘리어트의 시를 제목으로 사용, 작품에 여러번 인용. 《나의 투쟁》여러번 인용. 싸이코 드라마 연출. 등장인물 대부분을 히틀러의 친위대로 인식. 바그너의 악극 파르치팔 인용. 《보리수》 가사 인용.
《페스트》: 알베르 까뮈의 소설을 제목으로 사용. 패러디.
《The commission》: 옥타비오 빠스의 시《되풀이》가 주요 모티브. 본문에 인용.
가곡과 오페라를 넘나드는 음악, 현대 회화의 대가(大家)와 그 작품들, 싸이코 드라마, 옥타비오 빠스의 《되풀이》에서 시작된 문학 기행은 엘리어트의 《천둥이 말하는 것》을 거쳐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넘고 레비-스트로스의 《슬픈열대》를 건너서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 도달합니다.
Stan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저자를 모르고 읽어도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음악, 미술, 문학, 연극등 다방면의 작품을 모티브로 삼고 인용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방법은 툭 던지는 한마디로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을 독자에게 쉽게 이해시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작가가 사용한 방법은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독자들이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운 모티브를 사용했습니다. 작가가 인용한 모티브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유명하지 않습니다. 독자는 척 듣고 착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작가가 언급한 모티브를 일일이 찾아서 다시 읽거나(문학), 보거나(회화), 듣는(음악) 수고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 해석을 하게 됩니다(해석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둘째, 작가의 originalrity가 느껴지지 않음
뭔가에 기대고 있습니다. 어떤 주제를 말하고 싶은데 마땅한 표현을 찾을 수 없으니 주변에 있는 문학, 회화, 음악, 연극 중에서 비슷한 것을 끌어다댑니다. 차용한 모티브는 원작의 감정과 느낌을 되살립니다. 특유의 향취와 분위기를 갖고 나름의 원인과 결과에 의해 움직이는 이들 모티브는 강한 생명력(인용한 작품 전부가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는 대표작입니다. 당연히 뭔가 남는 것이 있습니다)을 갖고 서로 충돌을 일으킵니다.
우여곡절 끝에 작가가 인용하고 언급한 모티브를 찾은 독자는 혼란스러워하다가 당황합니다. 쏟아진 향수 꼴입니다. 약간만 뿜어 분위기만 바꾸면 될 것을 들이부었으니……. 작가 특유의 향기는 사라지고 값비싼 브랜드의 향수냄새만 진동합니다. 그것도 하나의 향수뿐이라면 어느 정도 참을 수 있는데 이것저것 섞었습니다.
작가 특유의 originalrity를 느낄 수 없습니다. 작가는 너무 많은 모티브를 지나치게 자주 사용했습니다.
3. 플롯 위주의 진행
시작하기 전에 미국의 유명한 호러소설가 스티븐 킹과 딘 R. 쿤츠의 창작론¹을 통해 플롯의 정의와 장/단점을 알아보겠습니다.
플롯은 소설의 으뜸가는 필수 조건이다
플롯이 없는 소설처럼 이 세상에 우스운 것은 없다. 뭐니뭐니 해도 플롯은 소설의 으뜸가는 필수 조건인 것이다. 정말로 재능이 있는(혹은 정말로 광기스런) 작가의 손에 걸리면 플롯이 없는 소설도 실험 소설의 일종으로 보일지 모르겠고, 작가에 따라선 그것이 효과적인 수법이 되어서 읽을 만한 글이 되는 경우도 혹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소설의 고전적 정의에 들어맞지 않는 한 결코 소설이라고 할 수 없다.
가끔 플롯이 모두 등장 인물의 행동에 맡겨져야 한다고 믿는 평론가나 작가를 만나게 된다. 그들의 이론에 따르면 미리 마련된 줄거리는 어떤 것이든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다. 작가들이 소망하는 것은 오로지 등장 인물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얘기 줄거리를 잡아 주는 거라고 한다. 어딘가 아리송한 이 방법을 따르기만 하면 보다 '자연스러운' 줄거리가 얻어진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어리석은 말이다.
얘기를 써가는 동안 등장 인물들이 너무나 생기에 넘치고 매력을 더해 가기 때문에 작가가 미리 준비했던 플롯이나 소설 전체의 흐름을 주인공의 성장 또는 변화에 걸맞게 바꾸는 경우가 흔히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직업적인 소설가라면 누구나 이러한 신나는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작가가 소설의 방향이나 의도 또는 내용 같은 것을 등장 인물에게 모두 맡겨 버린다면 결과는 반드시 지리멸렬 참담한 몰골이 될 것이다.
소설을 성공시키는 요령의 하나는 실생활상의 여러 경험에다 짜릿한 맛을 가미해서 조리해서 내놓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플롯 테두리 안에다가 복잡한 현실 생활을 건실하게 끼워 맞춤으로써 의미 심장한 진실된 순간의 결정체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만일 작가가 등장인물들에게 플롯의 전권을 위임해 버리면 지성이라는 냉정하고 확실한 안내인 없이 작품의 길을 가고 있는 꼴이 된다. 결과적으로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테두리도 내용도 없는 소설이 되어 버리고, 많은 독자들을 실망시킬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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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설계할 때 신형 차의 디자인을 조립공에게 맡길 수는 없는 것처럼 등장 인물로 하여금 스스로 줄거리를 엮어 나가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모름지기 소설의 오락적인 가치를 고상한 논설이니 뭐니 하는 것들보다 낮게 보려는 버릇을 지양해야만 한다.
적어도 여러분에게 인기 작가가 되어 보겠다는 뜻이 있다면 플롯에 그만한 경의를 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소홀히 한다 해도 그 소설의 독자가 갖는 관심만큼의 비중은 부여해야 한다.
- 《베스트 셀러 소설 이렇게 써라 (원제: How to write bestelling fiction)》/ 딘 쿤츠. 문학사상사. 1996. 39-41 p. -
--> 1. 플롯은 소설의 으뜸가는 필수 조건이다.
2. 등장인물은 스스로 줄거리를 엮어 나갈 수 없다.
3. 작가가 소설의 방향이나 의도 또는 내용 같은 것을 등장 인물에게 모두 맡겨 버린다면 결과는 지리멸렬해진다.
4. 플롯을 사용하면 정해진 아우트라인 안에서 내용적으로 충실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쿤츠가 취하는 입장은 분명합니다. 플롯 지상주의. 플롯이 가장 중요하다, 등장인물에게 플롯을 맡기면 않된다, 플롯은 작가가 이끌어나가야 한다.
내가 보기에 소설은 장편이든 단편이든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A지점에서 B지점을 거쳐 마침내 Z지점까지 이야기를 이어가는 서술(narration), 독자에게 생생한 현실감을 주는 묘사(description), 그리고 등장 인물들의 말을 통하여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놓는 대화(dialogue)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플롯은 어디 있느냐는 질문이 나올 법하다. 대답은 - 적어도 내 대답은 -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생각도 없고, 마찬가지로 한 번도 플롯을 구상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생각도 없다. 나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플롯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첫째, 우리의 '삶'속에도(설령 합리적인 예방책이나 신중한 계획 등을 포함시키더라도) 플롯 따위는 별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둘째, 플롯은 진정한 창조의 자연스러움과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므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소설 창작이란 어떤 이야기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이 나의 기본적인 신념이다. 작가가 할 일은 그 이야기가 성장해갈 장소를 만들어주는 (그리고 물론 그것을 받아적는) 것뿐이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최소한 노력이라도 해준다면) 우리는 함께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미쳤다고 생각해도 상관없다.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니까.
《뉴요커》와의 어느 인터뷰에서 내가 소설이란 땅 속의 화석처럼 발굴되는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을 했을 때 기자(마크 싱어였다)는 내 말을 못믿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안 믿어도 좋다. 다만 '내가' 그렇게 믿는다는 것만 믿어주면 된다고 대답했다. 그 말은 사실이다. 소설은 선물용 티셔츠나 전자 오락기가 아니다. 소설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어떤 세계의 유물이다. 작가가 해야 할 일은 자기 연장통 속의 연장들을 사용하여 각각의 유물을 최대한 온전하게 발굴하는 것이다. 때로는 그렇게 발굴한 화석이 조가비처럼 작은 것일 수도 있다. 또 때로는 엄청난 갈비뼈와 빙긋 웃는 이빨들을 모두 갖춘 티라노사우루스처럼 아주 거대한 것일 수도 있다. 단편 소설이든 천 페이지 분량의 대작이든 간에, 발굴 작업에 필요한 기술은 기본적으로 똑같다.
여러분의 솜씨가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그리고 경험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아무것도 부러뜨리거나 잃어버리지 않고 화석 전체를 무사히 땅 속에서 끄집어내기란 아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나마 대부분이라도 발굴하려면 삽 대신에 좀더 섬세한 연장들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공기 펌프, 아주 작은 곡괭이, 심지어는 칫솔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플롯은 너무 큰 연장이다. 작가에게는 착암기와 같다고 해도 좋겠다. 물론 착암기를 사용하여 단단한 땅에서 화석을 발굴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착암기를 쓰면 발굴하는 것보다 부수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쯤은 여러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착암기는 너무 투박하고 기계적이며 파괴적이다. 플롯은 좋은 작가들의 마지막 수단이고 얼간이들의 첫 번째 선택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플롯에서 태어난 이야기는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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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결말이 어렴풋이 보일 때도 있지만 등장 인물들에게 내 방식대로 움직이라고 요구한 적은 없었다. 나는 오히려 그들이 '자기 방식대로' 움직이기를 바란다. 어떤 경우에는 내가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는 뜻밖의 결과가 나온다. 서스펜스 소설가에게 이것은 대단히 멋진 일이다. 그럴 때 나는 소설의 창조자일 뿐 아니라 최초의 독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가인 나조차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을 미리 알면서도 그 소설의 결말을 정확히 짐작할 수 없다면 독자들도 안절부절못하면서 정신없이 책장을 넘길 거라고 믿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왜 결말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가? 왜 그렇게 독재를 하려고 안달인가? 빠르든 늦든 모든 이야기는 결국 어딘가에서 끝나게 마련인데.
- 《유혹하는 글쓰기(원제: On writing)》/ 스티븐 킹. 김영사, 2002. 198-201 p. -
--> 1. 플롯은 진정한 창조의 자연스러움과 양립할 수 없다.
2. 소설 창작이란 어떤 이야기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3. 플롯은 좋은 작가들의 마지막 수단이고 얼간이들의 첫 번째 선택이다.
4. 플롯에서 태어난 이야기는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5. 등장 인물들에게 내 방식대로 움직이라고 요구한 적은 없었다. 나는 오히려 그들이 '자기 방식대로' 움직이기를 바란다.
킹의 생각은 단호합니다. 플롯을 사용하지 말아라, 등장 인물이 작품을 이끌어 나가도록 내버려둬라, 작가는 지켜보기만 할 뿐 개입하지 말아라, 플롯을 사용하면 작품은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럽게 변한다.
두 사람의 플롯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힘이다
2. 작가가 주도한다
3. 작품에 인위적인 손길을 가미하는 것이다
4. 플롯은 인간의 삶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의하는 것은 여기까지고 플롯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합니다. 쿤츠는 플롯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킹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라고 말합니다. 플롯에 대한 정의는 일치하지만 그 활용에 대해 정반대의 의견을 가진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누구의 의견이 맞느냐²를 토론하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문제이므로 생략하겠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Stan이 작품에 플롯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플롯은 작가가 인위적으로 작품을 이끌어 가는 것입니다. Stan은 작품을 이끌어가기 위해 사건이나 행사(event)와 같은 외부 인자를 사용합니다.
매주 화요일 커미션을 받는 날과 6개월에 한번씩 비숍에게 감사를 받는 《The commission》, 중간고사, 구기대회, 문화제, 여름방학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어지는 《야수의 날》, 운동회, 합창제, 연극제가 분기별로 행해지는 《천둥이 말하는 것》, 몇 년에 한번씩 반복되는 <밤>과 정기적으로 숲의 왕을 뽑는 식물제(植物祭)를 다룬 《어린왕자》.
대부분의 작품³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 일어나고 작품이 진행됩니다. 등장인물 스스로 뭔가를 변화시키거나 상황을 바꿀 수 없습니다. 미리 계획된 스케줄에 따라 움직일 뿐입니다. 작가는 시간과 연동한 플롯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PS:
주1. 스티븐 킹과 딘 R. 쿤츠의 창작론 : 킹과 쿤츠의 창작론을 예로 든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한 대중소설가입니다. 많이 팔리는 것은 독자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둘째, 두 사람의 작품은 국내에 많이 번역되어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작품이 궁금하면 언제라도 읽을 수 있습니다. 작품뿐만 아니라 창작론까지 번역되어 있습니다.
셋째, 유명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공포물이라는 마이너 취향의 글을 집필합니다(미국 페이퍼 백 시장의 50% 이상은 로맨스가 차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립니다.
넷째, 작가가 되기전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나는 이 작은 책 속에 문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일까 말까를 놓고 오랫동안 깊이 고민했다. 정말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고등학교 선생으로서 제법 잘 가르친 경험(그때는 '실무 영어'라는 제목으로 문법을 교묘히 위장했다)도 있거니와 학창 시절에도 문법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 《유혹하는 글쓰기(원제: On writing)》/ 스티븐 킹. 김영사, 2002. 144 p. -
또 한때는 아팔라치아 빈곤 대책 계획의 일환으로 경제적으로 불우한 어린이들을 1년 동안 지도해 본 적도 있다. 청소년 문제의 대상이 되는 애들도 많았다. 이 직장에 그날 응시했던 소년들에게 폭행을 당한 감독관이 있었다든가, 내 전임자가 학생들에게 쫓겨 다니다 아무 이유없이 구타를 당해 장기 입원했다는 얘기 등을 들었다. 그 학생들은 대개 체격이 좋고 힘깨나 쓰는 탄광 지대의 소년들로 규율적인 행동을 무시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극도의 피로에 시달리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 《베스트 셀러 소설 이렇게 써라 (원제: How to write bestelling fiction)》/ 딘 쿤츠. 문학사상사. 1996. 218 p. -
Dean R(ay) Koontz
1945-
Career: Teacher-counselor with Appalachian Poverty Program, 1966-67; high school English teacher, 1967-69; writer, 1969--.
- Contemporary Author Online, Gale, 2002. 중에서 -
킹은 가르치는 일을 잘했고 쿤츠는 경력에 첫 번째로 등장한 카운셀러 노릇이 너무 힘들었는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고등학교 영어교사가 됩니다. 두 사람 모두 문법, 문장, 소설 창작 등 미국 문학을 포함한 문학 전반에 관해 가르쳤던 사람들입니다. 그때의 경험이 창작론을 집필하는 동기가 됐습니다.
다섯째,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두 사람은 서로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창작론을 주의 깊게 읽어보면 여러모로 재미있습니다.
요즘 소설가 중에도 나만큼 쓴 작가들은 수두룩하고(예를 들자면 루스 렌델/바바라 바인, 에번 헌터/에드 멕베인[각각 동일 작가의 다른 필명임 - 옮긴이]. 딘 쿤츠, 조이스 캐럴 오츠 등등). 더러는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쓰기도 한다.
- 《유혹하는 글쓰기(원제: On writing)》/ 스티븐 킹. 김영사, 2002. 185 p. -
이 점에서 스티븐 킹은 《스탠드》에서 옥의 티라고 할 만한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내가 몹시 좋아하는 작가인데 때때로 난처한 실수를 저지른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선과 악의 긴박한 대결을 예감시키는 몇백, 몇천 단어의 매혹적인 표현을 보여 준다. 드디어 대결의 시간이 다가오지만 대결의 극적인 효과는 거기까지 이어진 5만 내지 6만 단어에 달하는 클라이맥스하고는 전혀 무관한 표현 때문에 격감되어 버린다. 그런데도 《스탠드》는 평범한 작품으로 끝나지 않았고, 재미있으며 상상력이 풍부한 소설이 되었다. 그것은 킹의 솜씨가 비범해서 클라이맥스와 관계없는 언어의 나열로도 끝 매듭을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 작가들에겐 도저히 바랄 수 없는 훌륭한 솜씨다. 하물며 신인 작가들이라면 이런 방법은 꿈에라도 생각해서는 안 된다.
- 《베스트 셀러 소설 이렇게 써라 (원제: How to write bestelling fiction)》/ 딘 쿤츠. 문학사상사. 1996. 112 p. -
주2. 누구의 의견이 맞느냐 : 쿤츠와 킹의 작품 대부분을 읽은 사람으로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면 킹의 손을 들겠습니다. 킹의 작품은 은근하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쿤츠의 작품은 읽은 순간 강렬한 임팩트가 있지만 여운이 없습니다. 플롯의 사용도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플롯을 사용하면 괜찮은 범작(凡作)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기의 명작은 스토리가 뛰어난 작품들입니다.
주3. 대부분의 작품 : 분량이 적은 단편집과 《리골레토》만 빠졌습니다. 《리골레토》는 단편을 길게 개작한 것이며 동일한 상황이 반복되므로 예외로 두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