뜅굴이 

Masquerade 1-2 (2015. 4. 26(2쇄), 예약: 22,000원)

작품유형: 초능력물, 재회물

시대/장소: 20세기초/가상제국 아스타트

커플: 크라시안 아인츠 마우리츠(20대, 백작, 황테제, 염동력자, 안기부장, 소유욕공), 루시안 마우리츠(20대, 중앙정보국 요원, 공간이동자, 복수수)     

혁명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아스타트 제국. 선황제가 혁명 중에 죽고 장녀인 아밀리에 1세가 여황으로 등극한다. 제국은 여황이 이끄는 황제파와 군인 출신 총리가 수장인 총리파로 나뉘어 물밑에서 전쟁 중이다.

할렘에서 자란 초능력자 루시안 마우리츠는 제국에서 살아갈 신분을 갖기 위해 종앙정보국 요원이 된다. 공간이동능력자인 그는 밀폐된 장소에 침입하여 정보를 빼오는 것이 주요 임무다. 이번에 맡은 임무는 황제의 주구 노릇을 하는 안기부장 아인츠의 뒤를 캐는 것. 그러나 잡혀버리고 만다. 감금당하여 고문을 받으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아인츠는 루시안을 안고 뒹구는데…….

review: 

이 작가의 작품은 이상한 나라로 차원 이동한 소년 금복이 이야기 - 《고양이 K》- 본편만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생각한 것이지만 설정이 공중에 떠 있는 느낌입니다. 금복이가 어떻게 차원을 이동했는지, 어쩌다가 마녀의 고양이가 되어 밤에는 인간으로 돌아오는지 설명이 빠져 있습니다. 황당한 전개에 리뷰도 없이 처분한 기억이 있습니다. 이 작품도 설정에 허술한 구석이 있습니다. 

선황은 폭정을 일삼았고 민중봉기가 일어나 황족의 대부분이 죽어나 망명했습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제국은 선황의 장녀인 여황이 다스리는 나라가 되었으며, 정체불명의 황태제(여황의 동생, 어머니의 정체도, 당사자의 나이도, 외모도 불명임)가 차기 황제로 낙점되어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독자의 90%는 황태제와 주인공 아인츠의 연결고리를 짐작합니다. 궁금한 것은 아인츠의 집착입니다. 안기부는 황제의 직속기관이며, 루시안이 소속된 중앙정보국은 총리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거대 권력기관의 수장이 처음 만난 적대 기관의 보잘 것 없는 요원을 물고 빠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이것도 루시안의 회상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루시안이 자란 동네는 제국의 할렘으로 적자생존만이 유일한 법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창녀, 도둑, 매춘, 살인, 강도가 일상이며, 힘이 없으면 죽어도 당연한 곳입니다. 할렘을 물리적으로 격리하지는 않았으나 도심으로 들어 올 수 없습니다. 시민권이 없으면 체포되어 갇히니 온전한 신분이 없는 할렘 출신들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남다른 초능력을 갖고 있던 루시안이 일게 정부요원으로 남은 것도 시민권 때문입니다. 

할렘에서 못 볼 꼴 보고 꼬일 대로 꼬인 루시안이 꼬맹이를 주은 것은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독립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제 한 몸 추스르기도 어려울 때에 만난 꼬맹이는 루시안에게 짐만 될 뿐 어떤 이득도 없습니다. 그러나 루시안은 꼬맹이와 함께 지내며 위안을 받습니다. 꼬맹이에게 먹을 빵 한 덩이를 위해 몸을 팔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꼬맹이는 잔인한 황족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루시안은 황족에게 반감을 갖게 됩니다. 혁명 중에는 황족을 죽이고, 혁명 후에는 총리파에 속한 기관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황제파의 수장인 안기부장에게 잡힙니다.

좀처럼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는 아인츠는 루시안을 자신의 저택에 데려다 놓고 몸을 탐하는 만큼 보살핍니다. 몸은 편할지언정 마음이 불편한 루시안은 본격적으로 정보부 일을 수행하고, 동료 초능력자(투시력) 쟈크의 신변을 걱정한 여동생 폴린을 위해 쟈크가 잠입한 세력에 접근합니다. 황족 암살단은 점조직으로 되어 있어 신입인 루시안은 쟈크를 만나지 못하지만 계획은 착실히 진행되어 선황제의 동생을 암살하는데 성공합니다. 그 과정에서 루시안은 자신의 상관이 연루된 것을 알게 됩니다.

속으로는 앙숙이나 겉으로 보이는 황제와 총리는 동반자 관계입니다. 그러나 총리파의 정보 실무자가 황제의 숙부를 죽이는데 일조 했으니 이상합니다. 암살단은 1차 계획 성공 후 황제와 황태제를 암살할 2차 계획을 진행합니다. 도중에 루시안은 황제와 총리가 연인 관계이며, 아인츠가 황태제임을 알게 됩니다. 황족에게 반감을 품고 있는 그는 억울하게 죽은 꼬맹이의 복수를 위해 아인츠를 찌르고 사라집니다. 그리고 황제 암살 계획이 안기부에서 암살단을 제거할 함정으로 만들었으며, 가담자 대부분이 죽임을 당하리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황제와 총리의 관계, 아인츠의 정체로 머릿속은 복잡한 데 함정은 파여졌고, 암살단은 계획대로 몰살당합니다. 간신히 몸만 빠져나온 루시안은 기절한 채 아인츠의 저택으로 돌아와 치료받게 됩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꼬맹이가 바로 아인츠임을 알게 됩니다. 동료로 알고 있던 쟈크가 안기부 소속 요원이며, 때로 아인츠와 몸을 바꿔 루시안을 감시했음도 알게 됩니다. 아인츠와 총리와 황제의 관계는 잘 포장된 로맨스 소설의 요약본으로 대체합니다.

평민 출신 군인에 불과한 남자 로베르(--> 로버트).

고위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고위한 신분의 에밀리.

우연한 만남으로 깊은 사랑에 빠진 두 사람.

에밀리의 임신.

딸의 임신을 알게 된 잔악한 부친.

사랑하는 남자를 살리기 위해 도피시키는 에밀리.

힘을 길러 자신의 여자와 아이를 되찾겠다고 다짐하는 로버트.

아이를 살리기 위해 부친의 명예를 들어 협박하는 에밀리.

태어나자마자 에밀리의 동생이 되어 머나먼 지방에 유폐되는 아이.

잔악한 부친에게 이용당하는 아이.

온갖 역경을 헤치며 힘을 기른 로버트. 

잔악한 부친을 무너뜨리고 이루어진 두 사람의 재회.

아이를 되찾은 두 사람의 기쁨.

죽은 부친을 대신해 가문을 훌륭히 이끌어 나가는 에밀리.

- 2권 295 p. -

줄거리와 설정을 장황하게 설명했는데, 실제 작품도 단서가 주먹구구식으로 뿌려져 있습니다. 주의 깊게 읽으면 아인츠의 정체(황태제)나 그가 과거 꼬맹이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황제와 암살단의 관계가 모호하고, 임무 수행 중 실종된 쟈크를 찾기 위해 할렘으로 들어간 루시안이 운 좋게 암살단 조직원이 된다는 설정도 개연성이 없습니다. 황제 혹은 총리가 선황을 폐위시키기 위해 일으킨 것이 분명한 혁명도 얼개가 허술하여 결과에 비해 원인과 과정의 설명이 부족합니다.

제목은 잘 지었습니다. 각자가 본심과 가면을 쓰고 역할극을 하는 작품의 본질을 제대로 꼬집었습니다. 씬을 위한 작품이라는 작가의 의도는 충실했으나 그 외의 부분은 많이 부족합니다. 평균입니다. 

PS: 오타입니다.

여황의 등극으로 황실을(--> 황실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 2권 156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