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대왕
2부작
《워너비》 서은준, 최수연
《거너비》 서은준, 최수연
《낙원》 시리즈
1편 《Paradise lost》이무진, 양승주
2편 《다섯 남자와 아기바구니》하재아(이무진파의 참모), 김성태(이무진파의 행동대장)
외전 《좋은 날》우해영, 양승주(이무진의 연인)
외전 《배고픈 거미 혹은 멍청한 나비》하재아, 김성태
《도마뱀》 시리즈
1편 《황금악어》리히트 아에리스 이올레, 트로가이아스 트로그(리히트의 이복동생)
단편 《테론 청동의 새》프레데릭, 로데리고
2편 《철의 도마뱀 전, 후》한스 리폰, 야고 소르카(에리페의 친구), 에리페 트로그(트로가이아스의 동부형), 드리케 리어더
3편 《유리투구》리히트 프리드리히 트로가이아스(리히트 18세와 트로가이아스의 아들), 한스 리폰 Jr.(한스 리폰과 야고 소르카의 아들)
4편 《청동의 새》엘리스 크레이그(로데리고의 분신), 오토 벨테인(한스의 부하)
5편 《백은의 곰》에티엔 프레유, 로데아스 트로그(에리페의 동복동생, 드리케의 동부동생)
6편 《환상열석》외전집
7편 《투명조롱》요르그 프리츠 레겐하드, 파울 리폰(한스의 형제)
8편 《비단전갈》알렉 에스몬드, 카이트 킴볼(크레이그의 부하)
《문라이트》시리즈
1편 《미스터 문라이트》이신월, 유정우
2편 《At the sunshine》유승후(정우의 동복형), 김노명(정우의 선배)
외전 《발톱뽑기》이신월, 유정우
《사계》시리즈
1편 《겨울》강영후, 정우람(승주의 동급생)
3편 《봄 : One sweet day》홍승화, 인수민(강영후의 옛 연인)
3편 《여름 : 눈동자 속에 바다 그림자》민재욱, 우해영(서영의 이복동생)
4편 《여름 : 바다에 내리는 비》민재욱, 우해영(서영의 이복동생)
외전 《좋은 날》우해영, 양승주(이무진의 연인)
5편 《상냥한 침묵》민재욱, 우해영
《원포릴》 시리즈
커플 1 : 박태연, 최경주
커플 2 : 최대환(태연의 친구겸 팀동료), 지영전(KG포맨스 투수)
커플 3 : 김정학(경주의 고교 선배), 신재오(경주의 친구)
커플 4 : 현선유, 심지헌(KG포맨스 1루수)
《지하철》시리즈
4편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 주십시오》민재욱, 우해영(서영의 이복동생)
외전 《I will love you》장진호(정도의 아르바이트생), 정수안(우람의 고종사촌)
외전 1 《正道》김정도(서영의 외삼촌), 김이원(정도의 후배)
외전 2 《秀炯》류진우, 김수형(재욱의 친구)
《직업》시리즈
1편 《행운을 파는 점쟁이》레비 헤링, 사빈 허쉬(제니크의 친구)
2편 《무뚝뚝한 재봉사》아이린 파벨(제러드의 라이벌), 보리스(제니크의 친구)
3편 《운이 없는 운전사》아서 로렌(제러드의 선배), 조지프 호어스틴(제러드의 선배), 퍼디난드 울프(제러드의 동급생)
4편 《뻔뻔스런 조율사》제니크 바이트만, 제러드 이안스타인 카리우
5편 《검은 고양이 클럽》제니크 바이트만, 제러드 이안스타인 카리우
양전 작품연표
3 on 3 summer collection (합동지, 1999. 7)
Another paradise / 양전
캥거루 아빠와 캥거루 새끼와 늑대의 이야기 / 문중
오른손이 모르게... / 천화 Jay
호박대왕 작품연표
거너비 = gonnabe (유우지& 호박대왕 트윈지 3호, 2007. 5. 6, 예약 : 10,000원)
검은 고양이 클럽 (2008. 1. 20, 가격 : 8,000원)
작품유형 : 판타지
시대/장소 : 현대/ 가상대륙 예렙
커플 : 제니크 바이트만(오래 살았음, 조율사, 뻔뻔공), 제러드 이안스타인 카리우(30대, 전직 카레이서, 상처수)
지아니를 맡기고 종적이 묘연해진 제니크를 찾아 평소 기웃거리지도 않던 고급 사교클럽에 온 재러드. 클럼 회원들의 의문의 죽음이 이어지고 급기야 재러드는 초현상까지 보게 되는데………
서장 ㅣ 009
1 검은 고양이 클럽 ㅣ 013
2 형이상학 클럽 ㅣ 159
3 삼색고양이 클럽 ㅣ 235
후기
히든 트랙
review:
《직업》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모든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총출동했습니다. 마이너스적 생각을 거듭하면 좋지않은 일이 일어난다는 철학적인 주제로 권력을 가진 인간의 욕망과 위기에 처한 인간의 간절함이 만나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군데군데 등장인물의 과거가 나와서 현재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신비한 대륙 예멘의 생존자 소수와 그들의 후예를 주인공으로 삼은 일련의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평균입니다.
겨울 (개인지 1호, 1999. 11. 27 - 1쇄, 2000. 11. 25 - 2쇄, 예약 : 6,000)
작품유형 : 학원물
시대/장소 : 1996년/서울
커플 : 강영후(17, 명전고2, 학생회장, 상처공), 정우람(16, 명전고1, 테디베어수)
명전고 학생회장 강영후는 모든 것에 뛰어나 보이지만 실상은 조실부모한 고학생이다. 그런 그가 품에 않으면 폭신한 테이베어 우람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된다. 그러나 바른생활맨 우람은 성인도 아닌 영후가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우람에게 상처받은 영후는 호스트바의 서태지(인수안)와 사귀는데…….
그 해의 모퉁이
To love others as oneself
69Kg의 테디베어
review:
주인공인 영후와 우람의 이야기보다 사랑에 실패한 영후와 수안이 서로의 상처를 핥는 모습이 슬프게 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수안이 진짜 좋아한 사람이 누구인지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수안의 새어머니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영후, 우람 커플 외에도 우람의 친구인 현지유와 우서영의 이야기도 비중 있게 나오지만 결말이 없어서 마무리가 미진합니다. 이 둘의 이야기는 다른 작품에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배경인 겨울과 어울리는 우울하고 스산한 분위가가 잘 매치됩니다. 수준은 평균입니다.
PS: 오타입니다.
「왜 그래? 감기 걸렸니?」
「아뇨…… 그냥 좀 사례가(--> 사레가)… 아 참, 이번에 반 배정 추첨식이 아니라던데. 들으셨어요?」
- 219 p. -
꿈속에만 살면서 (2001. 7. 25)
작품유형 : 스포츠물(야구)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최대환(31, KG포맨스 중견수겸 4번타자, 엘프공), 지영전(22, KG포맨스 투수, 여우수)
수십 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운전면허를 손에 넣은 엘프최. 그러나 마주오던 차와 부딪쳐 죽고 만다. 연인을 떠나보내고 재활을 위해 수술대에 오르는 영전은 마취도중 대환을 보는데...
review:
《One point relief》패러디에 실린 수박대왕(!)의 단편입니다. 그러나 패러디로 보기 어려운 것이 실제 주인공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대환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 영전과 그 동료들의 슬픔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만 제목대로 그것은 영전의 꿈일 뿐 대환은 멀쩡하게 살아서 악몽에 시달리는 영전을 걱정스럽게 지켜본다는 내용입니다. 평균작입니다.
다섯 남자와 아기바구니 = Five men and a cradle : 파라다이스 로스트 그 이후 (2004. 10. 24, 예약 : 5,000원)
작품유형 : 리버스
시대/장소 : 2001년 / 서울
커플 : 김성태(22, 교통순경, 깡패공), 하재아(21, 대학 2년, 여우공)
어느 덧 5년의 세월이 흘러 대학생이 된 재아와 교통순경이 된 성태. 고등학교 시절 요리부장이었던 성일의 가게 직원이 된 깡자는 아들 만세를 데리고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이때 성태에게 영장이 나오고 성태는 중대 결심을 한다.
한편 깡자의 전 남자친구이자 만세의 친아버지 정균이 프랑스에서 약혼자와 귀국함과 동시에 아기가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다섯 남자와 아기바구니
지리산에서 아침을
review:
셰익스피어의 유쾌한 희곡 《한여름밤의 꿈》과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한바탕 소동이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모두들 제자리를 찾습니다.
영장을 받고 잠깐 방황하는 성태와 죽음을 앞둔 어머니의 연락에도 냉정을 잃지 않는 재아. 《원 포인트 릴리프》의 귀염둥이 경주까지 성태를 찾아와 태연선배와의 관계를 털어놓는 등 성태는 주변에서 인생 상담가로서 인기 만발입니다. 가볍게 읽히는 작품으로 수준은 평균입니다.
뒤편 《지리산에서 아침을》은 유령이 등장하는 납량특집 분위기로 이 도한 가볍게 읽을 수 있습니다.
무뚝뚝한 재봉사 (2007. 3. 25, 가격 : 11,000원)
작품유형 : 판타지
시대/장소 : 현대/ 가상대륙 예렙
커플 : 아이린 파벨(브리앙 다미아노, 30대, 카레이서, 노예공), 보리스(판 온론, 300세 이상, 재봉사, 주인수)
제러드는 파티에서 동료 드라이버 린 파벨을 만난다. 유명 병원의 후계자인 칼의 얼굴도 보이고 피아노 조율사로 오인 받은 제니크도 파티장에 와 있었다. 제니크를 만난 제러드는 뭔가 사건이 일어날 것을 짐작하고 아니나 다를까 제러드는 바지를 찢어먹는다. 린, 제니크, 제러드, 칼은 보리스의 의상실로 향한다.
서장 l 009
1 조율하는 조율사 l 011
2 노예가 주인을 만나다 l 091
3 노예는 복종한다 l 129
4 재봉사는 회상한다 l 179
5 재봉사가 노예를 만나다 l 231
6 성스러운 숨결의 이야기 l 275
7 시간 나침반 l 295
8 조율사의 반격 l 307
히든트랙 l 325
후기 l 309
review: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면서 약간 혼동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캐릭터가 일관성이 있고 스토리의 연결도 무난해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습니다. 신화와 종교, 전쟁, 사랑과 희생 같은 소재가 어색하지 않습니다. 과거의 브리앙 다미아노와 판 온론. 현재의 린 파벨과 보리스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묘한 구석에서 예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초반부가 지루하지만 잘 넘기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PS: 작품 앞부분에 일반적인 재봉사와는 거리가 먼 보리스의 직업에 대해 나옵니다.
“내 친구 중에 재봉사를 하는 사람이 있거든.”
“그게 뭐?”
“내가 조율사인 것처럼, 그가 재봉사라는 거지.”
그것이 무슨 뜻인지 제러드가 알아차리는 데에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네가 가진 그런 기이한 직업과 비슷한 전문직이 있다는 건가?”
“거의 하지 않으니 직업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아주 특수한 기능을 가진 사람이지.”
어떤 특수한 기능일까. 제러드는 약간 호기심을 가졌다.
“네가 가진 그…… 기능보다 더 신기한 건가?”
“내가 부리는 잔재주 따위는 그가 가진 힘에 비하면 미미한 능력이야. 조율사는 나 외에도 몊 사람 있지만, 재봉사는 온 세계에 그 사람 하나뿐이니까. 그 사람은 날더러 늘 복사본, 짝퉁이라고 무시하는 걸.”
- 《무뚝뚝한 재봉사》/호박대왕. 24-25 p.-
그러나 보리스의 직업이 정확한 무엇인지는 후속작 《운이 없는 운전사》에서 밝혀집니다.
“저 사람이 이곳의 주인이야.”
“우리와 비슷한 나이처럼 보이는데. 저 사람이 그렇게 대단해?”
“하하, 저래 보여도 먹을 만큼 먹었어. 저 사람 자체도 대단하지만, 저 사람이 가진 능력은 정말로 엄청난 거야. 운명의 실을 가지고 있거든.”
“운명의 실?”
환상의 다리에 이어, 이번에는 또 무슨 대단한 아이템인가. 제러드는 가만히 청년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느꼈는지 청년이 이쪽을 돌아보고, 갑자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응, 엄청난 능력이지. 시간을 이을 수도 있고, 자를 수도 있어. 사람들에게 시간이 흐르지 않게 할 수도 있고, 물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수도 있을 것. 과거를 자신 앞에 불러올 수도 있고……부러운 능력이지. 기억상실 환자에게 그의 기억도 끌어다 준 적이 있으니까.”
- 《운이 없는 운전사》/ 호박대왕. 263 p. -
미스터 문라이트 (유우지 &호박대왕 트윈지 1호, 2003. 9. 15, 예약 : 9,000원)
작품유형 : 학원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이신월(이신, 고1, 복수공), 유정우(고1, 축구부, 고민수)
8년 전 형이 데려다 키워주기 전까지의 기억이 희미한 정우. 겉도는 가족관계가 고민이지만 나름대로 착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튀는 형 승후 덕분에 바람잘 날이 없는데…….
review:
작가의 후기에 나온 대로 후속편 《At the sunshine》이 빠진 적분에 이야기의 흐름이 뭉텅이로 빠졌습니다. 평소 보여지는 모습과 확연히 다른 형 때문에 위기에 빠진 정우가 학원에서 얼굴만 알고 지내는 이신과 축구부 호진선배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탈출하지만 형의 본모습을 알게 되면서 가출하는 것이 기본 줄거리입니다.
힌트는 적고 내용도 뭔가 빠졌지만 집중해서 읽으면 못 읽을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후속편을 반드시 읽어야 작품의 온전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발톱뽑기 (유우지& 호박대왕 트윈지 3호, 2007. 5. 6, 예약 : 10,000원)
작품유형 : 학원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이신월(이신, 고1, 복수공), 유정우(고1, 축구부, 고민수)
안으로 파고드는 발톱을 한 번도 자기 손으로 깍아 본적이 없는 정우. 형의 부재는 곪아드는 엄지발톱만큼 아프다. 그러나 형을 떠난 지금 혼자 힘으로 발톱을 깍아야 한다.
review:
《미스터 문라이트》와 《At the sunshine》의 외전입니다.
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는 정우와 그런 그를 도와주는 이신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어머니의 외도와 그런 어머니를 용서하지 못하는 승후 사이에서 갈등하는 정우지만 어느 규격에도 맞지 않는 이신은 그런 정우에게 숨 쉴 틈을 제공합니다.
배고픈 거미 혹은 멍청한 나비 (유우지 &호박대왕 트윈지 1호, 2003. 9. 15, 예약 : 9,000원)
작품유형 : 회상물
시대/장소 : 2001년 / 서울
커플 : 하재아(16-->21, 대학 2년, 거미공), 김성태(17-->22, 교통순경, 나비수)
어두운 가정환경으로 세상에 불만이 많은 재아. 뛰어난 미모를 무기로 사람을 뒤통수치는 것을 계속한다. 그러다가 만난 성태. 나비같이 날아다니는 성태를 잡으려고 신중하게 거미줄을 쳤다. 분명히 잡힌 것은 성태인데 왜 내가 잡힌 것 같을까?
review:
호박대왕, 유우지 트윈지 1호 《Love, life but lazy》에 실린 짧은 단편입니다. 사실은 다른 작품을 읽으려고 책을 펴다가 발견했습니다. 성태를 만난 후 재아의 짧은 소회와 그 후 두 사람의 역학관계가 밝혀지는데 반한놈이 진다는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백은의 곰 상, 하 (2006. 8. 27, 예약 : 20,000원)
작품유형 : 판타지, 임신수
시대/장소 : 미상(과거)/솔론국
커플 : 에티엔 프레유(어린시절 --> 24, 솔론의 왕제, 소녀곰공), 로데아스 트로그(어린시절 --> 20, 랏수스 신관, 합죽이수)
솔론 전 국왕의 서자이며 왕제인 마르센느 공 에티엔. 나이차 많은 이복형인 국왕을 뛰어넘는 인망과 배경 탓에 본의 아니게 정쟁의 중심에 서 있다. 정작 본인은 자신의 위치에 대해 별 불만도 특별한 야심도 없건만, 상황은 그를 자꾸만 모반과 죽음 중 하나를 택하도록 몰아간다. 그러던 중 에티엔은 국왕으로부터 곤란한 명령을 받게 된다. 랏수스에 가서 그곳의 신관인 로데아스 트로그를 국혼의 대상으로서 솔론으로 데려오라는 것. 한 번 만났을 뿐이지만 그에게 미묘한 호의를 가지고 있는 에티엔은 명령에 불복하려 하나, 국왕은 그의 어머니를 볼모로 그에게 고통스러운 임무를 강요한다.
上
서장 l 009
1 꿈 그리고 꿈 l 013
2 만남 l 053
3 대륙 무투대회 l 105
4 신탁 l 199
5 결정 l 257
6 긴 여행 l 287
下
서장 l 009
1 급류 l 011
2 미카엘 l 047
3 국혼의 날 l 081
4 처형 결정 l 103
5 반정의 밤 l 121
6 이별 l 169
7 헌신 l 189
8 고백 l 209
외전, 꿈의 소동 l 241
외전, 산의 이름 l 293
후기 l 309
review:
원래가 말이 없는 로데아스라 그의 심리를 파악하는데 힘들었습니다. 동기를 모르니 행동도 의심스럽고 전체적으로 물음표가 둥둥 떠다니며 읽었는데 작품 마지막에야 에티엔과 로데아스가 어릴 때 꿈속에서 만나 서로 사랑하던 사이라는 것을 알고 ‘아하’하고 이해했습니다.
차라리 앞뒤를 바꾸었으면 쉽게 이해가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좀처럼 보기드문 에티엔 캐릭터가 마음에 듭니다. 평균작입니다.
비단전갈 (2009. 5. 26, 예약 : 10,000원)
작품유형 : 판타지, 임신수
시대/장소 : 미상(과거)/가상제국
커플 : 알렉 에스몬드(아레그, 에스몬드 후작, 25, 공), 카이트 킴볼(리스 클라크, 25, 수)
시골 마을에서 고아로 자란 소년 리스. 똑같이 고아 처지인 소년 아레그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었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심술로 표현하다 보니 둘의 사이는 험악 그 자체. 그러던 중 아레그에게 커다란 신상의 변화가 일어난다. 고아인 줄만 알았던 그가 알고보니 제국 어디의 떵떵거리는 갑부 집안 아들이라는 것. 제국으로 가게 된 아레그는 마을에서 자기가 아끼던 소녀를 함께 데려가겠다고 하고 안 그래도 심란한 리스에게 '덤으로 너도 데려가 줄까' 하고 놀려댄다. 그리고 그 얘기에 결정적으로 빈정상한 리스는 혼자 고향 마을을 떠나 용병계에 투신, 나름 잘 나가는 용병이 되어 십여 년 후 우연히 아레그와 재회하는데.
서장 ㅣ 009
비단전갈 ㅣ 017
시간 ㅣ 321
후기 ㅣ 349
hidden track l 353
review:
자존심 강한 남자들이 속마음을 보여주지 않으려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도착해서야 서로를 인정하는 내용입니다. 시리즈의 후속작이라서 전작의 주인공들이 한 번씩 등장해서 그 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재미있고 서브 커플인 로렌스 대장과 예하임 자작의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결정적으로 사막전갈 용병단의 난롯가가 기억에 남습니다. 거칠지만 순수한 남자들의 건강한 분위기가 작품을 읽는 동안 느껴졌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용병들이 많은 이유는 그들만의 뒤통수 때리고 한 대 쥐어박고 바로 잊어버리는 분위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Snow white》의 로크사 기병대와 비슷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작가의 마지막 작품임에도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합니다. 평균이상입니다.
뻔뻔스런 조율사 (2007. 12. 2, 예약 : 10,000원)
작품유형 : 판타지
시대/장소 : 현대/ 가상대륙 예렙
커플 : 제니크 바이트만(오래 살았음, 조율사, 뻔뻔공), 제러드 이안스타인 카리우(30대, 전직 카레이서, 상처수)
오만 사람과 염문을 뿌리고 다시는 제러드. 그러나 진실한 사랑 한번 해보지 못한 순수영혼이다. 학창시절 그에게 깊은 상처를 준 제니크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지아니를 데리고 제러드의 집에서 식객 노릇을 한다. 한편, 50년 주기로 호수의 주인이 예멘 사람들을 데려가는 시기가 다가오고 제니크가 사라진다.
서장 l 009
1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거짓말쟁이 l 013
2 스페어를 데려가는 호수의 주인 l 059
3 무장해제를 당한 운전사 l 085
4 꿈을 파는 점쟁이 l 119
5 점쟁이의 꿈을 산 운전사 l 211
6 샹그리라로 떨어진 기업가 l 233
7 애프터서비스를 하는 점쟁이 l 269
후기
히든 트랙
review:
《직업》시리즈의 구심점인 제니크와 제러드의 이야기입니다. 순서상으로는 시리즈의 네 번째지만 등장인물간의 관계도를 그렸을 때 가장 중심에 놓이는 사람들입니다.
판 온론의 주인이자 호수의 주인인 헬리켈이 그 나라의 백성을 데리러 오는 시기에 이를 감지한 점쟁이, 조율사, 재봉사의 신변이 분주해집니다. 특이한 능력을 가진 예멘 출신의 이들 직업인들은 각자의 연인을 보호하느라 노심초사하지만 운전사와 별다른 사건이 없다고 생각한 조율사는 스스로 호수의 백성이 되기를 자청합니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운전사는 조율사에게 속마음을 고백하고 조율사는 특단의 행동을 하여 두 사람의 목숨을 호수의 주인이게서 구합니다. 그 와중에 예멘과는 상관이 없는 예럅출신 기업가 레오니스 파벨이 호수의 주인에게 끌려갔다가 되돌아옵니다.
뭔가 회상물 같기도 하고 전생물 같기도 한 몽환적인 분위기의 작품입니다. 호수의 주인과 그 왕국이 상징하는 것이라든가 목숨이 여러개인 제니크의 초탈한 모습이라든가 300년 이상을 산 재봉사와 ‘성스러운 숨결’인 판틴의 원숙한 모습은 하루하루를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평균작입니다.
상냥한 침묵 上(2005. 7. 17, 상, 하 세트 : 15,000원)
작품유형 : 재회물
시대/장소 : 2005년/서울
커플 : 민재욱(30, 건축가, 건실공), 우해영(22, 신인가수, 싸가지수)
해영의 방황을 견디지 못하고 친구와 위장결혼을 하여 프랑스로 도피유학을 간 재욱. 프랑스에서 이혼을 하고 새로운 애인까지 만들어서 한국에 돌아온다. 애인과 함께 세운 건축사무소가 방송국의 일을 맡아 방송국 출입을 하다가 신인가수로 데뷔한 해영과 재회한다.
review:
매사에 친절하고 성실한 재욱이지만 마음속 깊은 부분에 있어서는 연인(옛연인인 해영이 아니라 새로운 연인 김윤호임)의 침입을 거부하고 침묵을 지키는 모습을 제목에 잘 표현했습니다.
《여름》의 후속작으로 전편의 우울한 헤어짐 이후 8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미대생이던 재욱은 어쩐 일인지 건축가가 되었고 싸가지 만땅의 해영은 예쁜 얼굴을 무기로 가수가 되었습니다. 8년만의 재회에 원치 않는 방해꾼이 되어버린 윤호가 물먹는 것으로 작품은 마무리되고 해영과 재욱은 사랑을 완성합니다.
전작 같은 언해피가 아니라서 부담 없이 읽었습니다. 열렬한 사랑을 나누다 외부에 의해 억지로 헤어졌던 사랑이 식어서 헤어졌던 사소한 갈등이 커져서 대판 싸우고 헤어졌던 간에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재회물에는 연애 당사자들간의 감정에 앙금이 남아 있습니다. 두 사람이 공유했던 기억은 주변인물이나 독자를 부외자로 만드는데 재회한 연인들에게 새로운 애인이 있다면 그 소외감이야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눈치 빠르고 이기적이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해영이 재욱의 현재 애인 윤호를 절망으로 몰아넣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윤호도 열외감을 견디지 못하고 재발로 걸어 나간 케이스로 전형적인 부외자의 모습을 보입니다.
8년 전에는 불확실하고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던 해영도 형과의 관계가 정리되면서 많이 안정을 찾습니다. 상냥한 침묵으로 일관하며 옛사랑의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한 재욱도 쉽게 해영과의 관계를 회복합니다. 평균작입니다.
상냥한 침묵 下(2005. 7. 17, 상, 하 세트 : 15,000원)
위험한 침묵 7
기묘한 침묵 153
불량한 침묵 209
후기
Hidden track
세상의 모든 부부들이 하고 사는 일 (Pineapple boy 1.5호, 가격 : 4,000원)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양은철(20대 후반, 조폭두목, 음흉공), 박월진(대학1, 떡대수)
동기이자 조폭두목인 수열의 개입으로 어찌어찌 사귀게 된 은철과 월진. 그러나 밤일은 아직이다. 수열은 다시 한번 도움을 준다.
review:
전작의 줄거리를 그대로 이은 은철과 월진 커플 보다 월진의 남동생 월선과 물리교사 장후풍의 분위기가 더 좋습니다. 후기에도 나왔듯이 땜빵용 작품이라 수준은 형편없습니다. 적당히 읽으면 좋을 듯.
싱싱냉장고 vol.1/soft disc (新鮮組 합동지 1호, 1999. 12)
축전소설 Have you never been mellow? / 호박대왕 카이 ... 3
신선조
safe / 오계절 고양이 ... 31
페르시아 왕자 / 오계절 고양이 ... 63
에피타이저 / 아난다 콜라 ... 105
포이즌 / 아난다 콜라 ... 109
상처 / 아난다 콜라 ... 131
상처 속편 / 아난다 콜라 ... 163
원고후기 및 스트레스해소용 소설 in the bus / 아난다 콜라 ... 196
번역글 무라사키에 안겨 / 싹튼감자 ... 205
싱싱냉장고 vol.2/hard disc (新鮮組 합동지 1호, 1999. 12)
에피타이저 / 아난다 콜라 ... 7
라이벌 / 아난다 콜라 ... 11
로마 / 아난다 콜라 ... 103
儀式 / 오계절고양이 ... 137
我願意 / 오계절 고양이 ... 149
Nerves / 싹튼 감자 ... 273
문제없음 1 / 싹튼감자 ... 383
문제없음 2 / 씩튼감자 ...393
편집후기 ... 397
다음호예고 ... 407
일러스트 / 숯뎅이 식빵
여름 상(개인지 6호, 2002. 3. 3, 예약 : 7,200원)
작품유형 : 가출물
시대/장소 : 1997년/서울
《여름》커플 : 민재욱(22, 미대생, 건실공), 우해영(15, 가출소년, 방황수)
《正道》커플 : 김정도(29, 서영의 외삼촌, 은퇴한 백댄서이자 락카페 주인), 김이원(28, 정도의 후배, 정형외과 의사)
《秀炯》커플 : 류진우(20대 후반, 직장인, 어른공), 김수형(22, 재욱의 친구, 짝사랑수)
《좋은날》커플 : 우해영(명전고 1, 방황공), 양승주 (명전고 3, 상처수)
고자질 한마디로 이복형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해영. 자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집을 나가 이복형의 외삼촌 바에서 기거한다. 항상 자살을 생각하는 그는 지하철 안전선 밖에 서 있고 이를 지켜보던 재욱은 불안하기만 한데…….
5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 주십시오 지하철 시리즈 4
105 正道 지하철 외전 1
129 秀炯 지하철 외전 2
159 눈동자 속에 바다 그림자 사계시리즈 여름
261 후기
review:
15살 소년의 가출기인데 분위기가 우울합니다. 건강한 신체와 그에 어울리는 건강한 정신의 소유자인 재욱이지만 이복형과의 애증과 부모의 거짓에 피폐할대로 피폐한 해영을 구원하지는 못합니다. 이들의 만남과 헤어짐을 기둥 줄거리로 해영의 피가 섞이지 않은 외삼촌 정도와 정형외과 의사 이원 커플, 재욱의 친구이자 옛사랑인 수형과 진우 커플, 마지막에는 해영와 승주까지 얽혀 내용이 복잡합니다.
부모에게 끌려 집으로 돌아가는 해영이나 계약결혼으로 도망치듯 외국으로 날아버리는 재욱이나 이원을 남겨두고 종적도 없이 사라진 정도까지 마무리가 미흡합니다.
PS: 오류입니다.
해영의 나이가 17살과 15살을 오락가락 하고 있습니다.
재욱은 순간 가슴이 내려앉는 듯 놀랐다. 소년의 날카로운 눈.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그러나 완전히 같지는 않은 복잡한 표정. 차가움인지, 불안함인지, 호기심인지, 경멸인지 모를, 도저히 17살 소년의 표정이라고 볼 수 없는 눈빛.
「해…… 해영아 왜 그래. 무섭게.」
- 《여름 상》 99 p. -
방년 15세의 조숙한 소년이 이런저런 상상을 전개하며 눈을 데굴데굴 굴리는 동안, 이미 재욱은 멋도 모르고 고양이 그려진 티셔츠를 계산하고 있었다.
- 《여름 상》165 p. -
여름 하(개인지 7호, 2002. 4. 21, 예약 : 7,000원)
5 바다에 내리는 비 사계시리즈 여름
147 좋은날 여름+낙원 외전
221 ect
후기
열하단 = Enthusiasm (1호, 1999. 6, 가격 : 6,500원)
초 여름의 미열 / 해파리 - 007
겨울의 동물원 / 해파리 - 017
한 집에 사는 세 남자 / 수안 - 045
좋은 날 / 호바구 - 083
강릉관광안내책자 / 시엔 - 149
Just two steps away from you / 태트라 - 183
ナナは / 쇼우 - 209
천산지검(天山之劍) / 梅娘娘 - 239
표류 / 힛세 - 279
앙케트 –313
Hidden track 축전 暗海, 赤星 / 나다 - 335
소책자 강릉관광안내책자 / 시엔
운이 없는 운전사 (2007. 6. 24, 가격 : 10,000원)
작품유형 : 삼각관계
시대/장소 : 현대/ 가상대륙 예렙
커플 : 아서 로렌(고3 --> 30대, 상처공), 조지프 호어스틴(고3--> 30대, 짝사랑공), 퍼디난드 울프(고1 --> 30대, 연약수)
얼굴도 잘나 가문도 좋아 돈도 많고 성격...은 평탄치 못한 성장과정으로 인해 아주 조금 까칠하지만, 스스로는 지극히 상식적이며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전직 카레이서 현직 가십메이커(...) 제러드 카리우. 철없고 눈낮던 어린 시절, 찰나의 실수로 룸메이트였던 제니크 바이트만에게 한 조각의 연심을 품었던 대가로 현재 제니크는 물론 그의 동거인인 지아니의 식비까지 대고 있음. 제니크 따위에게 반할 정도로(?) 눈이 낮았던 한심한 과거를 청산하고, 마음 착하고 성격 좋은 칼 스키퍼와 새출발을 하...려고 했으나 눈치 없는 칼이 호응해 주지 못하는데다 물주를 쉽게 놔 주지 않으려는 제니크의 방해, 거기다 아주 약간 남은 과거의 미련 때문에 이도저도 아닌 삼각관계로 흐리멍덩 허송세월을 하고 있는 상태. 삼각인지 사각인지도 불분명한 관계에 놓여 있던 제러드는 어느 날......전혀 엉뚱한 남자에게 납치를 당하고 마는데......!!
review:
작가의 소개글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소개글만 봐서는 제러드가 주인공처럼 보이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습니다. 제러드의 고등학교 선배인 아서 로렌과 그 친구 조지프 호어스틴, 제러드의 동급생 퍼디난드 울프의 삼각관계에 제러드가 양념격으로 추가되어있습니다.
삼각관계 치고는 구도가 좋습니다.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딜레마에 빠져 청춘을 소비한 이들의 결과가 눈물겹습니다.
작가의 전형적인 제니크를 통한 제러드 괴롭히기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주인공들보다도 제러드가 곤경에 처한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유리 투구 (2005. 12. 18, 예약 : 9,000원)
작품유형 : 판타지, 임신수
시대/장소 : 미상(과거)/가상제국
커플 : 리히트 프리드리히 트로가이아스(리히트 19세, 18, 제국 황태자, 안달공), 한스 리폰 주니어(25, 적의궁사대 부대장, 상식수)
리폰가 열두 쌍둥이 중에서 가장 평범한 한스.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았다는 단순한 이유로 적의 궁사대에 들어가 잘 나가고 있다. 그러나 그의 평화는 얼마 가지 못했으니 열여덟이 되어 성인식을 마친 황태자에게 “내 비가 되라”는 요구를 받는다. 부모님과 같은 운명적인 사랑을 원하는 한스에게 일곱 살이나 어린 황태자의 요구는 터무니없다.
잿빛 눈동자 / 009
유리 투구 / 013
어느 개인 날 I / 189
마지막 마르니카 / 209
어느 개인 날 II / 239
후기 / 251
작은 에리페 / 259
review:
전작들의 치열함과 절박함은 없지만 풋내기들의 풋풋한 연애도 읽어볼만 합니다. 특히 한스가 파라디아에 좌천되어 벌어지는 사건들이 후편인 《청동의 새》의 시작 부분과 맞물려 있어 주의 깊게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교활한 아버지와 상냥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두 사람의 성격을 골고루 보여주는 프리드리히가 인상적입니다. 스스로는 계략에 능하고 술수를 잘 부린다고 생각하지만 속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모습에서 천상 트로가이아스의 자식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황금악어》와 《철의 도마뱀》을 읽으며 쥐어짰던 감정을 한 템포 쉬게 해주는 작품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습니다. 평균작입니다.
워너비 = wannabe (유우지& 호박대왕 트윈지 3호, 2007. 5. 6, 예약 : 10,000원)
작품유형 : 소꿉친구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서은준(대학 2, 재벌2세, 도련님공), 최수연(대학 2, 수동적수)
한사코 우정이상의 감정을 강요하는 은준을 부담스러워하는 수연. 은준과의 결정적인 장면을 목격당하고 키워진 집에서 내쫓기듯 진학한다. 어렵게 들어간 대학도 그만두고 본격적인 연예인 생활을 시작한 은준과의 접점도 거의 없다.
review:
상세한 배경 설명이 없어서 작품의 가운데로 뛰어든 느낌입니다. 중반에 앞의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한 번 빼앗긴 시선 때문에 줄거리의 맥락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내용은 괜찮습니다.
부잣집 아들에 어울리는 막무가내식 은준과 더부살이 눈치 백단 수연의 행동은 나름대로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알아주는 재벌집 자제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살았다는 것은 설정상 오류입니다.
- 어차피 1년 후엔 희정이나 은준이나 수연이나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애타게 그립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
평균작입니다.
위험한 침묵 (2005. 7. 17)
작품유형 : 연예물
시대/장소 : 2005년/서울
커플 : 김귀남(36, 연애기획사 부장, 어른공), 이수림(23, 신인가수, 소심수)
신인그룹 SUM의 멤버 수림은 동료인 해영처럼 약아빠지거나 뻔뻔하지도, 우주처럼 천연바보도 아닌 적당히 소심하고 성실한 성격이다. 그러나 개성강한 두 사람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신경이 너덜너덜한 상태. 거기다가 무대공포증까지 있어 대중 앞에서 실수연발. 특단의 조치로 그들을 관리하는 기획사 부장 마귀남(본명 김귀남, 해영은 김개남으로 부른다)의 집으로 들어가는데 그곳에서 먼저 들어와 살고 있는 동거남이 있었다.
review:
《상냥한 침묵 下》에 실린 단편으로 해영의 동료 수림과 그들의 상관 김귀남의 이야기입니다. 귀남의 집에 들어와 살고 있던 동거남은 해영과는 피가 섞이지 않은 외삼촌 김정도입니다. 《여름》의 속편인 《상냥한 침묵》과 이런저런 연관이 있는 등장인물이 대거 등장해서 전작의 마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수림은 해영처럼 뻔뻔스럽지도 못하고 정도처럼 천역덕스럽지도 못해 늘 손해보고 살지만 귀남은 그런 수림이 싫지만은 않은 듯 여러 가지를 양보하고 수림 본인도 모르게 보호합니다. 찬송가를 부르면 없던 신앙심도 생긴다는 노래 실력을 가진 귀남의 라이브에 홀딱 넘어간 수림의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순진한 수림과 백전노장 귀남의 모습에서 《황금악어》커플이 연상되기도 하는 내용으로 재미있습니다.
좋은 날 (열하단 = Enthusiasm 1호, 1999. 6, 예약 : 6,500원)
작품유형 : 학원물
시대/장소 : 1997년/서울
커플 : 우해영(명전고 1, 방황공), 양승주 (명전고 3, 상처수)
전학간 학교에서 만난 묘한 인상의 선배. 학교의 공식 남창으로 소문이 났고 그를 둘러싼 일단의 패싸움 얘기도 간간이 들린다. 그러나 해영은 그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데……
review:
합동지 《열하단》에 실린 단편으로 땜빵을 메꾸기 위해 긴급 수혈한 분위기의 작품입니다.
시기적으로는 《여름》과 《상냥한 침묵》의 중간이며, 재욱과 헤어진 직후의 해영과 병원에 감금된 무진을 방문하던 승주의 짧은 연애를 다루었습니다. 상처 입은 사람들끼리 핥아주는 모습이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각자의 연인은 따로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작품의 주제입니다.
《여름》과 《상냥한 침묵》은 물론 승주의 이야기인 《Paradise lost》를 읽지 않으면 작품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하철 1구역이 500원 할 때라 새삼스럽습니다. 평균이하입니다.
철의 도마뱀 前篇 (2005. 2. 27, 예약 : 10,000원)
서장 / 009
1. 제국, 야고 소르카 / 013
2. 제국, 한스 리폰 / 163
3. 제국, 음모 / 209
4. 제국, 무투대회 / 249
5. 제국, 추방 / 279
6. 랏수스, 에리페 트로그 / 287
7. 국경 / 303
후기 / 317
철의 도마뱀 後篇 (2005. 4. 24, 예약 : 10,000원)
작품유형 : 판타지, 임신수
시대/장소 : 미상(과거)/가상국가 랏수스, 가상제국
커플 1 : 한스 리폰 남작(20, 제국 기사단 부단장, 적의궁사대 대장, 마당쇠공), 야고 소르카(25, 궁사단 부단장, 자존심수)
커플 2 : 에리페 트로그(24, 랏수스 공작, 공), 드리케 리어더(20, 랏수스 전사대 전사부장, 수)
인질로 끌려온 제자를 따라 제국에 온 야고 소르카. 대륙 무투대회의 석연치 않은 승부에 집착하는 리폰에게 재시합 요청을 받는다. 그러나 위기에 빠진 조국 랏수스와 친구 에리페를 위해 고국으로 돌아가려 노력한다.
서장 / 009
1. 랏수스, 드리케 리어더 / 013
2. 제국, 리히트 18세 / 053
3. 국경, 모젤리 마을 / 085
4. 랏수스, 에리페 트로그 / 185
5. 사막, 추방 / 175
6. 랏수스, 영결 / 205
7. 제국, 결혼식 / 243
8. 제국, 약속 / 275
epilog 빛 / 287
외전, 탄생 / 301
외전, 5년 후 / 317
후기 / 327
review:
개인주의 성향이 발달하고 이기적인 욕망을 내세워도 부끄럽지 않은 시대를 살면서 인간적인 선함과 고상한 가치를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지극히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테마를 다룬 로맨스조차도 주인공들의 육체적인 욕망과 끈끈한 스킨쉽을 다룬 것이 많습니다. 이성애 로맨스는 남녀간 사랑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밀리터리 로맨스¹에서나 나라에 대한 충성과 동료들 간의 우정을 접할 수 있습니다. 반면 게이 로맨스는 장르의 특성상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남성들이라 남자들 특유의 우정과 조국에 대한 충성을 다룬 작품이 이성애 로맨스보다는 많습니다.
《철의 도마뱀》은 이런 장점을 잘 살렸습니다. 야고의 마음속에는 조국에 대한 충성과 친구를 향한 우정과 연인을 바라보는 사랑의 무게가 같습니다 (나중에는 자식을 가진 어버이의 심정도 갖습니다). 각각의 가치는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귀중한 것이며, 선택의 기로에 놓인 야고의 고민과 갈등은 독자로 하여금 함께 고민하게 합니다.
한쪽이 가라앉으면 다른 쪽이 솟아오르는 작품의 구조는 필연적으로 비극을 자아내고 거기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도 좋습니다. 신과 인간과 소유와 욕망과 사랑과 질투와 배신과 윤회와 죽음을 담담한 어조에 재치 있는 유머를 간간이 섞어서 표현한 수작입니다.
주1. 밀리터리 로맨스 (Military romance) : 군인이 주인공이거나 군사작전을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이성애 로맨스에서는 수잔 브럭맨(Suzanne Brockmann)의 《TDD》시리즈와 《트러블슈터》시리즈가 대표적이며, 게이 로맨스에서는 하나이라츠 후지코(花郞藤子)의 작품에 자주 나옵니다.
청동의 새 (2006. 2. 26, 예약 : 12,000원)
작품유형 : 판타지
시대/장소 : 미상(과거) / 테론국
커플 : 엘리스 크레이그(20대 초반, 여유공), 오토 벨테인(메레 엘리어트, 30대 후반, 체념수)
황태자의 특명을 받고 테론국으로 향하는 벨테인. 유능한 군인이자 예의바른 상식인 벨테인의 약점은 궁극의 길치라는 점이다. 헤매는 도중에 우연히 만난 용병대와 목적지가 같은 것을 안 벨테인은 그들의 자취를 따라 무사히 테론국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벨테인의 용병 길드의 마스터를 만나는데……
출행 / 009
핏빛 전갈 / 027
길드 마스터 / 077
고용 / 115
재회 / 147
출정 / 189
청동의 아이 / 205
함정 / 245
거래 / 269
지하로 / 293
배신 / 335
청동의 새 / 371
후기 / 389
산파가 너무 많다 / 397
review:
엄밀히 말하면 임신수가 나오는 작품은 아니지만 도마뱀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고 보너스 트랙에 트로가이아스가 쌍둥이를 출산하는 장면이 있어서 리뷰하면서 같이 읽었습니다. 전작 《유리 투구》에서 한직으로 떨어진 한스가 근무했던 파라디아의 연대장 오토 벨테인이 주인공입니다.
황태자비가 된 한스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제국과 테론, 솔론에 아이들을 파는 인신매매 조직을 소탕할 생각을 하는 벨테인. 어렵사리 황태자의 명을 받고 테론에 잠입하지만 용병 길드와 동업해야하는 어려운 입장에 놓입니다. 이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용명 길드의 마스터 대리이자 벨테인에게 첫눈에 반한 크레이그입니다. 이자 또한 구구절절한 사연을 갖고 있는 비밀의 인물입니다. 우울한 과거를 숨긴 벨테인과 신의 아들 크레이그. 신의 사랑을 받은 프레데릭 왕과 테론국의 시조신인 청동의 새까지 세 사람과 한 명의 신은 각자의 비밀과 사랑과 책임에 따라 행동하고 결과를 받아들입니다.
지나치게 수동적인 벨테인과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크레이그의 대비로 읽는 내내 균형을 잡기 어려웠습니다. 영광 뒤에 따라오는 후회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자멸해 가는 프레데릭이나 사랑하는 자를 위해 인간으로 죽는 로데리고의 모습에서 전능한 존재도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루하게 이어지지만 못 읽을 정도는 아니며 인신매매 소탕이라는 이타적인 주제가 마음에 듭니다.
PS: 신의 아들로 태어나 왕이 될 운명이었지만 계획이 어그러져 평범한 용병 대장에 그친 크레이그와 FM 제로 선장의 처지가 아주 비슷합니다.
츠모리 토키오의 《SF》3부작 《상신의 비 (원제: 喪神の碑)》, 《카라완기 사가라 (원제: カラワンギ サ-ガラ)》, 《삼천세계의 까마귀를 죽이고 (원제: 三千世界の鴉を殺し)》의 주인공 마리리아드 리리엔슬 왕자는 멸망한 라훼르별의 유일한 생존자로 파괴된 왕궁의 고립된 장소에서 15년간 컴퓨터를 양부모삼아 자랍니다.
“혹시 15년간이나 인간 없는 세계에서 컴퓨터에게 양육되었다는 건 라훼르 별에서의 일입니까!”
“그렇습니다. 목적이 카이유로 가면 옆의 라훼르성(星)을 다시 방문할 기회도 있을테니 <오드로>를 만날 수 있습니다.”
- 《상신의 비》1권 135 p. -
엘리스 크레이그는 환상의 도시 엘리스 성시에서 홀로 자랍니다.
그들은 어느새 황금빛 햇살이 내리쬐는 하얀 성 앞에 서 있었다. 성의 오래된 외벽을 보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새하얗고 깨끗한 궁전이었다. 싸늘한 얼음처럼 빛나는 첨탑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벨테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름다운 곳이군요.”
“내가 자란 곳이지.”
“이곳에서?”
그 하얀 궁전은 지금껏 벨테인이 본 어떤 궁성보다도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너무나 깨끗한 흰색으로 반짝여서 마치 눈으로 지은 궁전처럼 보였다. 어쩐지,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성이었다.
“무척 근사한 어린 시절이었겠군요.”
벨테인은 그렇게 말해 보았다. 크레이그는 손을 놓지 않은 채 어깨만 슬쩍 으쓱했다.
“아름다운 곳이긴 하지만. 너무 쓸쓸했어. 혼자였거든.”
- 《청동의 새》103 p. -
왕자에게는 라훼르별을 부활시킬 임무가 주어집니다.
ꡒ전하는 겨우 구한 생명인데, 동포의 죽음을 등에 짊어지고, 직계후손의 왕자로서 라훼르재생의 의무를 맡으셔서, 마치 자신의 인상은 없는 듯……. 저희들은 어리석게도, 되살아난 고향별의 환영(幻影)에 마음을 빼앗겨, 전하의 괴로워하시는 모습을 보고도 보지 않은 척 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 이상, 전하의 희생의 위에 서서 꿈을 쫓는 짓을, 저희들은 견딜 수 없습니다.ꡓ
ꡒ끈질기지만, 저는 누군가의 희생이 되었던 기억따위는 없습니다.ꡓ
- 《상신의 비》3권 32 p. -
크레이그는 청동새의 끊긴 혈통을 복원하고 새로운 왕조의 시조가 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프레데릭, 당신은 청동새의 혈통이 아닙니다. 물론 당신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증조할아버지도 이미 테론 왕가의 혈통이 아니었습니다. 청동새는 끊긴 혈통을 복원하고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즉 자신의 혈통이 아닌 자들을 청소하기 위해 당신의 곁에 태어났습니다.”
놀라운 이야기였다. 벨테인은 입을 벌린 채 그저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 혈통을 복원하기 위해 만든 혈족이 바로 나, 앨리스 크레이그입니다. 나는 로데리고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났지요. 청동새가 살았던 앨리스 성시에.”
- 《청동의 새》300 p. -
두 사람 모두 왕이 될 운명이었지만 마리리아드는 죽음으로, 크레이그는 청동새의 변심으로 운명을 벗어나 자유를 획득합니다.
라훼르 16억의 죽음의 속박과 재생의 중책은, MM이 그 모두를 짊어지고 죽음으로써, FM은 완전히 자유였다.
- 《카라완기 사가라》297 p. -
- 크레이그, 나의 아이.
로데리고는 힘없이 눈을 감으로며 노래 부르듯 중얼거렸다.
- 너로 청동의 핏줄은 끝이다……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크레이그는 눈물을 흘리며 미소를 지었다.
- 다행입니다. 덕분에 저는 당신으로부터 자유를 얻었으니까요.
- 《청동의 새》385 p. -
특히 마리리아드 왕자는 과거의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여성형 클론 프리덤 마리리아드 제로(FM 제로)선장으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합니다.
테론 청동의 새 (플로리스트 단편집, 2004. 12. 26, 예약 : 3,000원)
작품유형 : 판타지, 근친상간
시대/장소 : 미상(과거) / 테론국
커플 : 로데리고(청동새의 화신, 신공), 프레데릭(테론국의 황세자, 포기수)
테론국의 시조는 청동의 날개를 가진 새다. 국왕은 대대로 천동색의 머리색을 가졌으나 백여 년 전 포로로 끌려갔던 왕비가 낳은 아이가 왕이 된 후 더 이상 청동색의 머리를 가진 왕은 나오지 않았다. 청동색의 머리를 가진 아이를 낳기 위해 테론국은 청동색의 머리색에 가장 가까운 여인을 왕비로 맞이한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나 프레데릭이다. 그러나 나의 머리색은 평범한 갈색이다. 그러나 비천한 하녀에게 태어난 이복형 로데리고는 진한 청동색 머리를 갖고 있다.
review:
《도마뱀》시리즈에 등장하는 네 나라 중에서 신의 자취를 가장 찾기 힘든 나라는 리히트가 전권을 휘두르는 제국이고 그 다음이 백은의 털을 가진 곰의 신력을 갖고 태어난 에티엔이 지배하는 솔론입니다. 이 두 나라는 지배자의 안에 내재한 모습으로 신의 자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강철도마뱀이 시조인 랏수스는 사막노사의 모습으로 간혹 보이는데 선문답 주고받기식의 말을 던지는 사막노사 때문에 신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청동새가 시조인 테론은 청동새 자신이 직접 등장해 이런저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플로리스트 단편집》에 실린 《청동의 새》로 크레이그와 벨테인이 주인공인 장편 《청동의 새》와는 다릅니다. 표지의 “청동의 새”란 글자 앞에 “테론”이라고 작게 써 있어서 편의상 《테론 청동의 새》로 부르겠습니다.
왕실의 끊어진 혈통을 바로 세우기 위해 청동새 자신이 왕의 서자로 태어났다는 설정은 흥미롭습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이복동생이자 적자인 왕세자를 사랑해 죄를 덮어쓰고 죽음을 당하는 모습은 기독교의 메시야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청동새 로데리고의 프레데릭에 대한 사랑은 연애감정이아니라 자식을 위하는 측은지심같이 보입니다. 로데리고의 희생으로 프레데릭은 정통성을 인정받고 진정한 왕이 되나 로데리고에 대한 미련으로 일찍 왕위를 버리고 신관이 됩니다. 때문에 로데리고의 분신으로 태어난 엘리스 크레이그가 여분의 생을 얻어서 벨테인과 잘 먹고 잘 살게 되는데 이 얘기가 장편 《청동의 새》입니다.
장편 《청동의 새》보다 훨씬 인상적입니다. 테마, 설정, 캐릭터, 분량까지 적절히 안배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평균이상입니다.
PS: 오기입니다.
“흐음. 다르사스(--> 프레데릭). 결혼할 거야? 하긴 할 때가 됐지.”
내가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로데리고는 어깨를 으쓱했을 뿐이었다. 우습게도 내 결혼에 대한 그의 감상은 정말로 그것뿐이었다.
- 86 p. -
투명조롱(2007. 8. 26, 예약 : 9,000원)
작품유형: 판타지, 임신수
시대/장소 : 미상(과거)/제국
커플 : 요르그 프리츠 레겐하드(프리츠 레겐, 33, 백의창기대 대장, 끈기공), 파울 리폰(31, 청의검사대 부대장, 비밀수)
외모는 고지식한 리폰의 판박이지만 속마음은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야고를 닮은 파울. 한스의 아들이자 황태손인 베네딕이 너무 이쁜 나머지 직접 낳은 자기만의 아이가 갖고 싶은 파울. 얼굴도 모르는 남자의 씨를 받아 스스로 임신할 생각을 한다. 황태자의 명을 받아 수도를 벗어날 기회를 얻자 계획을 실천하는데…….
투명조롱 l 009
좋은교육 l 171
나쁜교육 l 193
여행 l 211
어느 개인 날 Ⅲ l 223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l 241
후기 l 241
hidden
review:
산전수전 다 겪은 맞수 호스트의 대결을 본 느낌입니다. 트로가이아스처럼 순진하지도 않고 리폰처럼 신파로 흐르지도 않고 프리드리히처럼 어리광스럽지도 않고 벨테인처럼 담담하지도 않은 적당한 긴장감, 적당한 줄다리기, 적당한 수위, 적당한 임신, 적당한 해피엔딩까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메인 커플인 파울과 프리츠 보다도 외전으로 나오는 야고와 리폰 커플, 트로이아스의 육아기와 프리드리히의 끝없는 의심이 피식피식 웃음짓게 합니다. 평균작입니다.
플로리스트 단편집(2004. 12. 26, 예약 : 3,000원)
No wonder / 나다
크리스마스 선물 / 시엔
집 안의 고양이 / 유우지
테론 청동의 새 / 호박대왕
행운을 파는 점쟁이 (2006. 12. 17, 예약 : 12,000원)
작품유형 : 판타지
시대/장소 : 현대/ 가상대륙 예렙
커플 : 레비 헤링(30대, 신문기자, 금발패치공), 사빈 허쉬(100세 이상, 크리스털 공예점 주인, 점쟁이수)
쾌활한 성격에 여기저기 쑤석거리기 좋아하는 신문기자 레비 헤링은 오랜 시간 집적거려온 동료가 있다. 전직 신문기자이자 이제는 크리스털 공예점 주인인 사빈은 차례차례 사건을 물어오는 레비가 귀찮을 뿐이지만 어쩔 수 없이 휘둘리게 된다.
서장 l 009
1. 조율사, 거리에서 선장을 줍다 l 011
2. 조율사, 점쟁이의 방문을 받다 l 063
3. 점쟁이, 악령을 만나다 l 155
4. 점쟁이, 서재를 구경하다 l 215
5. 점쟁이, 순교자를 회상하다 l 225
6. 운전사와 조율사, 인조인간과 선장 l 257
7. 화가, 점쟁이를 그리다 l 321
8. 추억의 앨범 l 349
후기 l 367
review:
장르를 판타지로 분류했는데 좀더 자세히 들어가면 양자물리학의 평행우주론과 비슷합니다. 우주는 여러 개의 차원이 있어서 또 다른 차원의 또 다른 나는 전혀 다른 존재이고 각기 다른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평행우주론에 기반을 둔 문학작품이나 영화들은 다른 차원의 우주와 지금의 우주가 우연히 교차하면서 생기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나다의 개인지 1호 《겨울의 정원》에 축전으로 실린 《Fortune teller》가 제일 처음 소개되었지만 단행본으로 나오면서 세 번째 파트 《점쟁이, 악령을 만나다》로 제목이 바뀌었습니다. 순서상으로도 중간에 들어가는 것이 맞습니다.
전체적으로 스탠의 《13》과 비슷합니다. 판타지적인 배경, 특수한 능력을 가진 등장인물, 옴니버스식 구성, 인간적인 여운. 등장인물의 관계가 얽히고설키는 것까지. 작가 특유의 “비범하지만 평균적인, 혹은 평균이하의 생각을 가진 등장인물”이 다수 나와서 특이한 소재와 사건에 휘말리며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평균이상입니다.
환상열석 (2006. 10. 29, 예약 : 9,000원)
작품유형 : 판타지, 근친상간, 임신수
시대/장소 : 미상(과거)/가상제국, 가상국가 솔론
《잠자는 관사의 미인》, 《잠자는 성시의 새》 커플 : 엘리스 크레이그(뻔뻔공), 오토 벨테인(메레 엘리어트, 순진수)
《금지된 외출》, 《hidden track》 커플 : 마르센느 에티엔(소녀공), 로데아스 트로그(신관수)
《세 번째 증인》, 《환상열석》커플 : 한스 리폰 후작(순정공), 야고 소르카(자존심수)
《양철지붕 위의 개구리》, 《환영》커플 : 리히트 아에리스 이올레(뻔뻔공), 트로가이아스 트로그(순진수)
《방문자》커플 : 미카엘 아르노(28, 솔론 왕국의 왕세자, 로데아스의 아들), 티모시 리폰(26, 야고의 장남)
서장 l 009
1 잠자는 관사의 미인 l 011
2 잠자는 성시의 새 l 025
3 금지된 외출 l 049
4 세 번째 증인 l 089
5 세 번째 증인 II l 151
6 양철지붕 위의 개구리 l 171
7 방문자 l 195
8 환영(幻影) l 227
9 환상열석 l 239
후기 l 257
Hidden track
review:
기존작품의 외전집으로 전작을 읽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합니다. 다양한 커플들이 등장하지만 개인적으로 에티엔과 로데아스의 시중을 드느라 결혼도 물 건너간 센리의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소녀 같은 아버지와 과묵한 어머니 사이에서 어른이 되어버린 미카엘 왕자의 짝사랑도 인상이 남습니다. 무게감 있는 전작들에 비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들로 평균이상입니다.
황금악어 (2004. 12. 26, 예약 : 12,000원)
작품유형 : 판타지, 근친상간, 임신수
시대/장소 : 미상(과거)/가상국가 랏수스, 가상제국
커플 : 리히트 아에리스 이올레 (리히트 18세, 30살, 제국의 황태자, 음모공), 트로가이아스 트로그(15살, 랏수스 공작의 셋째 아들, 전사단 대장, 상냥수)
작은 나라 공작가의 서자로 태어나 아무 걱정 없이 살던 트로가이아스. 알 수 없는 운명에 휘둘려 제국의 볼모로 잡혀간다. 탄생의 비밀과 연인과의 관계를 알아버린 트로가이아스는 임신을 하는데…….
review:
대청소도 하고 내년 리뷰도 준비할 겸 서가를 정리했습니다. 유우지 작품이 서가의 안쪽에 있어서 몽땅 끄집어내고 같은 줄에 있던 호박대왕의 작품도 앞으로 뺐습니다. 커버가 씌워져 있지 않는 것은 커버도 씌우고 대충 마무리하고 자려다가 오늘 받은 책이나 훑어보자고 집어든 작품이 《황금악어》입니다.
밤을 꼬박 새서 읽었습니다. 말투와 행동은 버릇없지만 생각에는 절도가 있고, 무모하게 돌진하지만 상황판단에 능숙한 주변인물에게 둘러싸여 세상 편하게 살아온 트로가이아스. 엉뚱한 놈에게 찍혀 볼모로 끌려가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집착과 애증으로 점철된 기이한 운명입니다.
긴장된 플롯을 나른한 등장인물로 희석했고, 태평한 성격의 트로가이아스와 활시위가 팽팽히 당겨진 리히트를 적절히 조화시켜 작품의 강약을 잘 조절한 수작입니다.
여분이 있을 것 같은 결말과 인연을 엮어가기 시작한 조연을 대거 등장시켜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PS: 오타입니다.
결국 랏수스 공작인 드리케(--> 에리케)에게 협박을 가한 것이다.
- 364 p. -
At the sunshine (유우지 &호박대왕 트윈지 2호, 2003. 12, 예약 : 9,100원)
작품유형 : 학원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유승후(초 5 --> 고3, 복잡공), 김노영(초 3 --> 고2, 축구부, 얼떨결수)
초등학교 3학년 때 승후선배와 동생 정우의 이상한 관계를 우연히 알게 된 노영. 세월이 흘러 고등학교에서 재회한 승후선배는 노영에게 접근하고, 노영은 승후선배의 애인으로 찍혀 이상한 곳으로 끌려간다. 그곳에는 애써 보내준 축구부 후배 정우가 끌려왔는데…….
review:
전편 《미스터 문라이트》에서 빠진 줄거리가 포함되어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전편의 일부 내용이 그대로 나온 것은 종이 낭비입니다. 차라리 시각을 바꾸어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머니의 외도로 태어난 동생 정우에게 애증을 갖고 있는 승후. 승후의 비뚤어진 애정을 받고 자라 감정적으로 무언가 결핍된 정우. 승후을 중심으로 한 삼각관계의 파워게임에 휘말려 어느새 사건의 중심이 되어버린 노영. 접점을 찾을 수 없어 보였던 각자의 사연이 작품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정리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평균작입니다.
Born to be lazy (유우지 &호박대왕 트윈지 2호, 2003. 12, 예약 : 9,100원)
At the sunshine with Hobac
Long live love with Yuuji
Flower mountain I (시엔 개인지 1호 《Thinking of you》예약특전, 2002. 1)
작품유형: 학원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여현우(17, 세원고2, 비딱공), 우화산(17, 세원고2, 탈렌트, 자폐수)
좋아하는 쌍둥이 형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자 일시적으로 방황하는 현우. 주변의 관심과 동경의 시선도 무시하고 지내다 새로 전학 온 유명인과 조우한다. 그는 얼마 전 나이트에서 우연히 부딪힌 사람이다.
review:
시엔의 개인지 1, 2호 《Thinking of you (그리다)》, 《High way》의 축전 소책자입니다.
후기를 보면 작가의 의도는 쌍둥이가 등장하는 근친물이었는데 발효가 덜 되어 일상적인 학원물이 되었습니다. 《Have you never been mellow?》의 후편으로 전작의 주인공 여윤우의 쌍둥이 동생 여현우가 주인공입니다. 파트너인 우화산은 《여름》의 주인공 우해영의 5촌 조카입니다. 약한 자폐증을 앓고 있는 화산은 유명 연예인이지만 매사에 서툰 면모를 보입니다. 약삭빠르고 눈치 100단인 현우에게 어설프고 보호해야할 존재로 보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형인 윤우가 녹화해서까지 보는 드라마의 주연인 화산을 죽일 듯이 미워하는 현우는 윤우가 화산을 좋아하는 이유가 화산의 생김새가 윤우의 연인 김석호를 닮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상 윤우는 극중에서 맡은 화산의 캐릭터가 현실의 현우와 비슷하기 때문에 화산에게 주목한 것입니다. 두 형제의 짝사랑이 엇갈리며 지나가는 모습이 절묘합니다.
작가는 근친 묘사에 실패했다고 말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정도로도 의도가 충분히 전해졌다고 생각합니다. 평균이상입니다.
Flower mountain II (시엔 개인지 2호 《High way》예약특전, 2003. 1)
Fortune teller (나다 개인지 1호 《겨울의 정원》축전, 2003. 2, 예약 : 8,000원)
Have you never been mellow? (합동지 신선조 1호, 1999. 12)
작품유형 : 학원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김석호(17, 고2, 불륜공), 여윤우(17, 고2, 반장수)
반의 문제아 석호에게 묘하게 신경이 쓰이는 반장 윤우. 쌍둥이 동생 현우에게 석호가 나이 많은 남자와 호텔에 드나든다는 말을 듣고 사정을 짐작한다. 불륜에 빠진 석호에게 그만 정리하라고 충고했는데 석호의 방향전환이 윤우에게 향할 줄이야.
review:
신선조의 합동지 1호 《싱싱냉장고 vol.1 / soft disc》에 실린 호박대왕의 짧은 축전입니다. 구창모의 《희나리》를 전반에 내세워 스토리를 이어나가는데 오랜만에 기억이 나서 저도 모르게 흥얼거렸습니다.
분량이 워낙 적어서 커다란 사건이나 이벤트는 없지만 하나의 사랑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 치고는 지나치게 성숙한 내면이 위화감을 줍니다. 평균작입니다.
PS: 제목의 정확한 의미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I will love you(Pineapple boy 1.5호, 예약 : 4,000원)
작품유형 : 캠퍼스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장진호(대학1, 다정공), 정수안(대학1, 상처수)
사생아로 태어나 어머니까지 돌아가시고 외삼촌에게 냉대를 받다 친구와 함께 사는 수안.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다 친아버지의 이벤트회사에 일주일간 일하게 된다.
review:
《겨울》의 주인공 정우람의 고종사촌 정수안의 이야기입니다. 수안의 파트너 장진호는 《여름》의 주요 등장인물인 김정도의 가게 디마코의 아르바이트생입니다. 중학교부터 친구이상 연인이하의 관계를 유지해온 진호와 수안이지만 관계를 진전시킬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자상한 진호는 멀쩡히 자기 집이 있음에도 오갈 데 없는 수안을 위해 힘든 하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출생의 비밀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수안은 아버지를 만날 기회가 생기자 망설임 없이 기회를 잡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수안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수안은 아버지에 대한 기대를 접고 마음을 정리합니다. 과거를 청산하고 진호와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갈 여운을 남기며 작품은 끝납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묵묵히 헤쳐나가는 수안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런 수안을 곁에서 지켜보며 티내지 않고 기다리는 진호도 괜찮습니다. 평균입니다.
die Jugend (Never Sweet - Fuji Syusuke Fanatical Book 테니스의 왕자 패러디, 2002. 2. 26)
작품유형: 스포츠물, 테니스, 패러디
시대/장소: 현대/일본
커플 : 기쿠마루 에이지(세이슌중3, 상냥공), 오오이시 슈이치로(세이슌중3, 엄마수)
「좋아해.」
그것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평소처럼 빌려온 비디오를 보고, 냉장고 안에 들어 있었던 콜라 한 캔을 나눠 마시던 중이었다. 하던 얘기와 전혀 관계없이 (아무튼 오오이시 슈이치로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문득’ 단짝이고 복식조 콤비인 기쿠마루 에이지가 그렇게 ‘고백’하곤 ‘느닷없이’ 덤벼들어 키스했다. 앞뒤로는 어떤 맥락도 찾을 수 없는 행동이었지만 오오이시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놀라기로 하면, 그런 황당무게한 고백을 받고서도 기쁘다고 생각하고 있는 자신의 감정 쪽이 놀라웠다. 기쿠마루의 고백을 받기 전에는 전혀 자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고백이 기쁘게 느껴진 것은, 자신의 안에도 그와 같은 감정이 있기 때문이겠지…… 오오이시는 그렇게 생각했다. 남자끼리 사귄다는 것이 보통 흔히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그 상대가 기쿠마루라면 별로 버무감이 들지 않는 오오이시였다.
「…… 응.」
두 번째로 키스를 받고 오오이시가 조금 어정쩡하게 대답했을 때. 가쿠마루는 너무나 기쁜 얼굴로 활짝 웃었다.
review:
세이슌중학의 환상의 복식조 기쿠마루, 오오이시 커플. 기쿠마루의 고백을 오오이시가 받아들여 사생활에도 환상의 궁합을 보이려는 찰라 부장 데즈카가 끼어든다.
부상으로 선수생활에 위기가 찾아온 데즈카를 냉정하게 뿌리칠 수 없었던 오오이시는 데즈카의 난폭한 행동을 허락하는 대신 기쿠마루의 믿음을 잃어버린다.
사생활의 균형은 바로 테니스에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세이슌은 지역예선에서 만난 후도미네에게 패할 위기에 처하는데…….
전형적인 엄마 스타일로 부의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오오이시에게 짝꿍과 부장 두 사람의 대시는 과부하를 불러오지만 위기에 강해지는 세이슌 특유의 스타일로 오오이시는 진정한 파트너를 선택합니다.
H4 동인의 《테니스의 왕자》패러디로 원작을 모르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만 원작을 알고 있으면 이런 저런 커플링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오오이시와 기쿠마루는 같은 복식조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전형적인 케이스로 스토리의 진행에 무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난데없는 데즈카의 난입은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있으며 전체적으로 지루합니다.
Kiss of fire (Pineapple boy 1호, 2001. 3)
작품유형 : 조폭물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양은철(20대 초반-->20대 후반, 조폭두목, 음흉공), 박월진(중2 --> 대학1, 떡대수)
중학교 2학년 때 부모의 묵인 하에 젊은 조폭에게 시집간 월진. 대학에 들어와서도 남편의 간섭이 심해 움치고 뛰지를 못한다. 월진의 동기 수열은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나서는데…….
1. recipe
2. 박공출씨와 백마리아여사의 장남 박월진군의 어느 따스한 날
3. 박씨와 백여사의 장남 월진군의 장미빛 인생
4. 박씨와 백여사의 장남 박월진, 인생을 돌아보다.
5. 결전의 일주일 후 : 코드 네임 K.O.F
review:
게이 로맨스에서 흔한 설정인 조폭물. 그러나 호박대왕의 작품에서는 이 작품과 속편인 《세상의 모든 부부들이 하고 사는 일》이 유일합니다. 심도 있는 주제나 문제의식을 다루지 않은 가벼운 읽을거리입니다. 개연성도 없고 흐름도 어색해 찾아 읽지 않아도 됩니다.
Love, life but lazy (유우지 &호박대왕 트윈지 1호, 2003. 9. 15, 예약 : 9,000원)
안개 서린 숲 아래 유우지
후기
미스터 문라이트 호박대왕
배고픈 거미 혹은 멍청한 나비 호박대왕
후기
Never Sweet - Fuji Syusuke Fanatical Book 테니스의 왕자 패러디 (2002. 2. 26)
Genius. 1 호박대왕
die Jugend 10
Genius. 2 시엔
The Greatest 119
Genius. 3 해파리
As you wish 176
앙케이트 213
One point relief
작품유형 : 스포츠물(야구)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1 : 박태연(32, KG포맨스 투수, 침착공), 최경주(19, KG포맨스 유격수겸 1번타자, 어리광수)
커플 2 : 최대환(31, KG포맨스 중견수겸 4번타자, 엘프공), 지영전(22, KG포맨스 투수, 여우수)
커플 3 : 김정학(20, 태화타이탄 투수, 상처공), 신재오(19, 대학팀 포수, 이해수)
커플 4 : 현선유(20대 후반, 태화농구단 TH 워리어스 스몰 포워드, 괴롭힘공), 심지헌(20대 후반, KG포맨스 1루수겸 3번타자, 얼떨결수)
14살에 박태연 선수의 투구모습에 빠져든 경주. 비록 투수로의 전향은 못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박태연이 투수로 있는 KG포맨스에 입단한다. 그러나 태연은 어깨 부상이 심해 선수생활을 접으려고 하려는 찰나. 떼쟁이 경주의 눈물겨운 어리광이 시작된다.
review:
6권에 걸친 장편에 다양한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야구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캐릭터의 성격이 워낙 강렬하고 잘 잡혀 있고 각 커플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지리멸렬하지 않습니다. 작가의 후기작에 속하는 《황금악어》시리즈처럼 각각의 등장인물로 한 권씩 집필해도 좋을 뻔했습니다. 몸뚱아리 하나로 먹고사는 프로 운동선수라 자기 몸을 신주단지 모시듯 할 줄 알았는데 팀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모습이라든가 환상(환장?)의 팀웍을 자랑하는 동료선수들간의 관계가 보기 좋았습니다.
메인 커플인 태연과 경주의 이야기도 태연의 상태를 생각하면 우울해 지지만 경주의 발랄한 성격이나 마지막의 희망적인 전망이 분위기를 상쇄하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6권 뒷표지 그림 - 2008년 11월 10일 경기에서 짧은 머리를 약간 기른 태연을 중심으로 모인 포맨스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 - 에서 작가의 의도를 읽게 됩니다. 1998년 집필을 시작해 2004년 마무리한 기간도 기간이지만 미국에서 돌아온 경주와 부상을 회복한 태연의 장래를 연상시키는 그림의 년도가 올해라서 더욱 인상적입니다. 수작입니다.
One point relief 1 : Play ball (2000. 2. 26(초판), 2000. 11. 27(2쇄), 예약 : 7,000원)
#1 Play Off ... 5
#2 Play ball ... 25
#3 Fly ... 43
#4 Past ... 69
#5 Pinch hitter ... 107
#6 Base line ... 145
#7 Over throw ... 205
#8 Under throw ... 255
KG피닉스의 언더스로 투수와 4번타자 이야기 294
편집후기 ... 296
Side story >>
The dreamer ... 297
One point relief 2 : Full count (2000. 11. 28, 예약 : 7,000원)
#9 Ball boy ... 5
#10 Called game ... 57
#11 Full count ... 131
#12 Strike out not out ... 175
#13 Naked Moon ... 235
트레이닝 옷에 얽힌 정통파 투수와 1번 타자의 이야기 ... 249
편집후기 ... 253
Side story >>
그 풍경의 저편 ... 255
One point relief 3 : No game (2001. 8. 4, 예약 : 7,000)
Side story >>
포맨스의 언더스로 투수와 4번 타자의 그 이후 ... 5
#14 No touch ... 29
#15 Cycling hit ... 81
#16 hustler ... 105
#17 Change of pace ... 141
Extra inning (후기) ... 198
4권 광고
One point relief 4 : Double play (2002. 6. 29, 예약 : 8,000원)
#18 Ball in play ... 7
side >>First Christmas ... 83
side >>누구나 힘들게 시작한다 ... 101
#19 Sinker ... 119
#20 Goodwill game ... 177
#21 Cleaning time 1 ... 203
#22 Cleaning time 2 ... 223
#23 Hey stone ... 243
side >>Ace return ... 267
Extra inning ... 287
Bonus ... 291
One point relief 5 : Balk (2004. 3. 28, 예약 : 8,000원)
Balk 1 ... 5
Balk 2 ... 57
Balk 3 ... 113
Balk 4 ... 155
Balk 5 ... 181
Balk 6 ... 213
Balk 7 ... 245
side ... 261
One point relief 6 : Relief (2004. 6. 27, 예약 : 8,000원)
Relief 1 ... 7
Relief 2 ... 53
Relief 3 ... 81
Relief 4 ... 113
Relief 5 ... 137
Relief 6 ... 157
Relief 7 ... 173
Relief 8 ... 191
Relief 9 ... 235
side ... 249
One sweet day(Pineapple boy 1호, 2001. 3)
작품유형 : 캠퍼스물
시대/장소 : 1998년/서울
커플 : 홍승화(20대 후반, 대학원생, 실연공), 인수민(대학1학년, 실연수)
대학의 남자 후배를 짝사랑하다 후배의 자퇴로 자연스레 실연하게 된 승화. 그냥저냥 지내다 대학 신입생 수민을 만난다. 수민 또한 고등학교 때 호된 실연의 아픔을 겪으며 많이 피폐해져 있다.
review:
《겨울》에서 영후와 상처를 핥아주던 서태지(인수민)의 이야기입니다.
추운 겨울을 넘기고 대학 신입생이 된 수민에게 봄이 왔는데 상대방 또한 실연의 상처가 있는 대학원생 승화.
시리어스한 유우지 작품 비슷한 분위기지만 임팩트한 장면이 없고 밋밋합니다. 영후와 승화의 싸움도 이해하기 어렵고 수민과 승화의 감정선도 동화되기 어렵습니다. 어쩌다보니 만나서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다 그냥 그렇게 연결되는 이야기로 평균 이하입니다.
Paradise lost(개인지 4호, 2001. 3. 25, 예약 : 7,000원)
작품유형 : 학원물
시대/장소 : 1996년 / 서울
커플 1 : 이무진(16, 하성고1, 강간공), 양승주(16, 명전고1 --> 대학입학, 상처수)
커플 2 : 하재아(16, 하성고1 --> 대학입학, 미인공), 김성태(17, 일년 꿇은 하성고1, 깡패수)
어린 시절 무진에 의해 도둑누명을 썼던 승주. 그 때문에 친구도 잃고 외로운 유년을 보낸다. 고등학교에 들어와 학교 짱 정지환과 어울린다는 이유로 무진에게 잡힌 지환을 구하려 무진의 아지트로 향하고 초등학교 이후 처음 보는 무진은 승주를 강간한다.
1. Crossroad, across paradise (낙원건너에 교차로)
2. Another paradise (또 하나의 낙원)
3. Paradise lost (낙원을 잃다)
- I. A man who loves nobody
- II. A man who loves everybody
- III. A man who loves only himself
- IV. A man who loves a past
- V. A man who loves the man
- VI. A man who loves everybody, 2
- Vii. Farewell
- Epilogue
4. Good-by, paradise
side lost virgin
review:
1999년부터 집필을 시작한 작품인데다가 1995년과 1996년을 배경으로 해서 여러모로 초기작의 분위기가 납니다.
주인수 양승주는 비사교적이고 외로운 캐릭터인데 반해 주인공 이무진은 본인의 이름을 딴 조직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카리스마적이고 매력적인 모습입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무진의 속마음은 어린시절의 아집과 욕구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결국 무진의 욕망은 폭력적인 모습으로 승주를 덮치고 승주는 애증의 감정을 갖습니다. 여기에 이무진파의 행동대장 김성태와 참모 하재아의 스토리가 비등하게 나옵니다.
초기작이라 그런지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보입니다. 우선 등장인물의 감정선이 지나치게 생략되어 있어서 누가 누구에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명확히 잡기가 어렵습니다. 또 하나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너무 많은 자유를 누리는 모습입니다. 돈이나 사생활, 학교 내의 권력, 타인에게 휘두르는 폭력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게 과장된 모습을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아쉬운 면이 많지만 읽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The Picture (같은 공기 마시기 소책자, 2003. 2. 16)
작품유형 : 스포츠물(야구)
시대/장소 : 현대/서울
커플 : 최대환(31, KG포맨스 중견수겸 4번타자, 엘프공), 지영전(22, KG포맨스 투수, 여우수)
둔감하고 느린 포맨스 4번타자 최대환, 일명 엘프최. 첩의 자식으로 태어나 본처의 손에서 자란 대환의 어린시절은 본인이 기억도 못할 만큼 고통스러웠다. 어찌된 일인지 대환의 아버지에 의해 어린시절의 사진마저 불태워져 그때의 추억은 찾을 길이 없다. 대환과 태연의 사이좋음을 질투하는 영전에게 아홉 살 대환의 사진을 자랑하는 태연은 곱게 보이지 않는다. 자존심을 무릅쓰고 손에 넣은 대환의 사진은?
review:
한 장의 사진을 사이에 두고 태연과 쓸데없는 신경전을 벌이는 영전의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강단 있고 머리 좋은 영전이지만 절반은 동화 속에서 사는 대환과 24시간 붙어있으니 머리 회전이 느려졌나봅니다. 태연의 도발에 홀랑 넘어서 속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었으니.... 평균작입니다.
Pineapple boy 1호(2001. 3)
Chapter 1 - Cocktail bar
recipe 1. Kahlua milk - by Xian 11
recipe 2. Pina colada - by Kurage 39
recipe 3. B - 52 - by Hisse 73
recipe 4. Kiss of fire - by Hobac 113
Chapter 2 - JSA(Joint stories area)
Never ever - by Xian 149
가을의 공원 - by Kurage 187
인우 - by Hisse 241
One sweet day - by Hobac 267
Pineapple boy 돌발본 1.5호 (예약 : 4,000원)
세상의 모든 부부들이 하고 사는 일 - by Hobac 9
I will love you - by Hobac 29
침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색기 없는 이야기 - by Hise 59
귀를 닫고 너를 듣는다 - by Kurage 73
Never let you go - by Xian 105
Remix one point relief : parady book (2001. 7. 25)
Comic side
援護人頭 日狸后(원호인두 일리후) : 海波理(해파리) ... 5
유치원에 가자! : 렌 ... 15
인스턴트 패러디 : NTV ... 27
Story side
볼(ball)의 궤적 : Ssamo ... 45
춘몽(春夢) : Shiro ... 59
IF : Xian ... 73
꿈속에만 살면서 : 수박대왕 ... 95
지나가는 비 : 나다 ... 107
One point relief : Kame ... 117
Illustration : Roy ... 41, 58, 91, 116
편집 후기 ... 149
Some like it lazy (유우지 &호박대왕 트윈지 3호, 2007. 5. 6, 예약 : 10,000원)
One and One - 유우지
워너비 - 호박대왕
거너비 - 호박대왕
발톱뽑기 - 호박대왕
도마뱀 시리즈 계보와 작품분석
《백은의 곰》이 발행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작품만으로도 작풍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에 정리했습니다. 호박대왕의 현대물은 읽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다룬 내용은 《도마뱀》시리즈 - 《황금악어》, 《철의 도마뱀 전, 후》, 《유리 투구》, 《청동의 새》- 다섯 권에 대한 분석임을 알려드립니다.
호박대왕의 《도마뱀》시리즈는 임신수, 세계관을 공유하는 독특한 배경설정, 호흡이 긴 판타지라는 공통점 외에도 주목해야 할 특징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서사성이 높다
문학, 특히 소설에서 서사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시작하기 전에 서사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서사와 문학
서사narrative는 문학보다 큰 개념이다. 서사에는 이야기story라 부를 수 있는 것을 담아내는 모든 매체와 형식들이 포함된다. 음성언어나 문자언어로 된 것들 이외에도 우리는 무수한 종류의 서사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이를테면 교회나 성당의 유리창을 장식한 스테인드 글라스를 상상해 보자. 아기 예수가 태어난 장면, 어린 예수가 목수일을 배우거나 양을 치는 장면, 성년의 예수가 기적을 베푸는 장면, 가시 면류관을 쓰고 형주에 못박힌 장면 등을 묘사한 일련의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들은 예수의 생애와 죽음을 이야기하는 서사물임에 틀림없다. 사찰의 외부 벽면을 따라 그려진 십우도十牛圖 연작들 역시 잃어버린 소, 곧 자기 자신의 마음을 진정으로 발견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서사물이라 할 수 있다. 발레와 마임의 동작들, 광고와 뮤직비디오와 롤 플레잉 게임roll-playing game의 동영상들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손색이 없는 매체들이다.
한편 언어로 된 것들 중에도 문학의 테두리를 훌쩍 넘어서는 다양한 종류의 서사물들이 존재한다. 역사적인 텍스트나 뉴스의 보도 내용은 물론이고, 환자의 병력病歷과 치료 과정을 적인 병원의 의료 기록부, 법정의 재판 기록물, 연례 행사 일정표나 과학 시간의 실험 보고서 등도 일종의 서사물이 될 수 있다.
- 《문학의 새로운 이해 : 문학의 이동과 움직이는 좌표들》/ 박진, 김행숙 지음. 청동거울, 2004. 13-14 p. -
서사는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말합니다. 여기에 원인과 결말이 있고, 갈등과 해결이 있으면 금상첨화입니다. 그렇다면 서사성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서사성
우리는 어떤 서사물이 다른 서사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사성이 높은지 여부를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짓말 하는 것들은 사랑할 자격도 없어?”/“사랑만 갖고 사랑이 돼?”라는 남녀의 대화로 이루어진 음료수 광고보다는 「신데렐라」이야기가 더 서사적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느낌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혹은 서사성이 높다는 것은 어떤 기준에 근거하는가?
이와 관련하여 먼저 스토리의 지속 시간을 고려할 수 있다. 동시적으로 느껴지는 상황에 비해 ① 시간 연속이 긴 스토리는 훨씬 더 서사적이다. 앞에서 언급한 광고는 남녀간의 언쟁 장면을 보여주는데, 언쟁이 일어나기 전이나 이후의 상황은 모두 생략되어 있다. 그들이 주고받는 말들을 통해, 여자가 자기 애인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언쟁의 직접적인 발단이었으리라는 점과, 사랑을 지나치게 이상적으로만 생각하는 남자가 뭔가 여자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것이 그들 관계의 근본적인 문제였으리라는 점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만약에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고 잠재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그것이 가시화되고 싸움이 일어나고 결국 화해하거나 이별을 하는 전 과정을 보여주는 서사물이 있다면, 위의 광고보다 더욱 서사적일 것이다.
또한② 서사물에서 다루어지는 사건이 구체적이고 특수한 것일수록 서사성은 높아진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진술보다는 소크라테스의 생애와 업적과 인간적 면모를 구체적으로 그린 서사물이 훨씬 더 서사적이다. 또 매일 반복되는 입시생의 평범한 하루 일과보다는 대학 입시를 치룬 날에 일어난 일들을 담은 이야기가 더 서사적일 수 있다.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유난히 운이 없는 날이나, 첫사랑의 소녀를 삼 년 만에 영화관에서 다시 만난 특별한 날의 이야기는 별다른 사건이 벌어지지 않은 여느 날들의 이야기보다 더욱 서사적이라고 하겠다.
③ 서사물은 갈등을 그릴 때에도 한결 서사성이 높아진다. 남녀가 처음 만나 사랑이 싹트고 그 사랑이 점점 더 깊어지다가 결혼을 하여 평생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보다는, 그 사랑이 부모의 반대에 부딪히거나 삼각관계에 빠져들어 갈등을 겪다가 대립이 중재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가 우리에게 훨씬 더 서사적으로 느껴진다.
④ 원인과 결과의 설득력도 서사성을 높여주는 한 요소이다. 우리는 우연성에 의존하는 이야기보다 인과적으로 연결된 이야기를 더욱 서사적이라고 느낀다. 가난하지만 착하게 사는 흥부가 제비다리를 고쳐 주었다가 보은의 박씨를 얻어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는 한 게으른 거렁뱅이가 로또 복권에 당첨되어 인생 역전을 이룬다는 이야기보다 더 서사적이다.
⑤ 완결성이 높은 결말도 서사적이라는 느낌을 강화시킨다. 이런 이야기는 어떨까? 옛날 옛날에 장마가 들어 홍수가 나자 쥐들이 이사를 가게 되었다. 쥐들은 일렬로 줄을 지어 앞선 쥐의 꼬리를 물고 물웅덩이를 건너갔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쥐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고 계속되었다. 꼬리에 R고리를 물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직도 쥐들은 그렇게 웅덩이를 건너가고 있다……. 이렇게 미완의 결말로 끝이 나는 이야기는 그다지 서사성이 높다고 말할 수 없다. 반면에 쥐가 들끓던 마을에 이상한 피리 부는 사나이가 나타나 피리를 불며 강으로 걸어들어가자, 쥐떼들이 피리 소리에 이끌려 홀린 듯이 그를 따라가서는 모두 강물에 뛰어들어 빠져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는 (비록 동화 전체로 보면 절반에 해당하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났을 뿐이지만) 벌어졌던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었다는 완결감 때문에 훨씬 더 서사적으로 느껴진다.
한편 우리는 ⑥ 인간화된 세계가 그려질 때 서사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원자핵 반응의 실험 스토리보다 <우조소년 아톰>의 이야기가 더욱 서사적인 이유 가운데에는 분명 그것이 인간화된 스토리라는 점도 포함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순수한 동물들의 세계를 그린 <동물의 왕국>의 이야기보다는 이솝 우화의 의인화된 동물 이야기가 더욱 서사적이라 하겠다. 이는 서사물의 이야기를 자신과 연관짓고 싶어하는 수용자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⑦ 하나의 이야기는 또한 사건들의 총합 이상의 의미를 가질 때 서사성이 높아진다. 흔히 주제라고 불리는 이야기의 요점이 없을 경우, 우리는 “그래서 뭐 어쨌단 말야?”라고 되묻게 된다. 그런 이야기는 서사물에 대한 우리의 상식적인 기대를 채워 주지 않기 때문이다. 콩쥐가 깨진 독에 물을 채우지 못하고 울고 있을 때 두꺼비가 나타나서, ‘밥을 먹고 나면 독에 물을 채우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콩쥐가 기뻐하며 밥상을 차려 주었더니 두꺼비는 밥을 다 먹고는 그냥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가 허탈한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콩쥐 팥쥐」이야기가 약속했던 권선징악과 인과응보의 익숙한 메시지를 여기서는 전혀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 중략 -
한편 ⑧ 서사성이란 관련성을 부여하고 전후 맥락을 발견하고 개별적인 사건들을 결합함으로써 ‘의미화’하고자 하는 인간의 강한 요망을 대변한다. 인간은 서사화 과정을 통해 의미를 만듦으로써 살아가는 존재이고, 그래서 본질적으로 서사적 존재이다. 서사에 관한 관심이 인간학이나 존재론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문학의 새로운 이해 : 문학의 이동과 움직이는 좌표들》/ 박진, 김행숙 지음. 서울 : 청동거울, 2004. 16-20 p. -
서사성의 여덟 가지 특징을 살펴봤습니다. 이제 《도마뱀》 시리즈에 하나씩 대입해 보겠습니다.
① 장편이 서사성이 높다.
여기에서 말하는 장편이란 분량의 의미보다는 내용을 말합니다. 《도마뱀》 시리즈는 총 다섯 권의 시리즈로 분량은 물론 제국의 시원(始原)부터 트로그가의 몰락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시조신과 그 후손의 흥망성쇄가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② 현실적이고 독특할수록 서사성이 높다.
리얼리티에는 충실하되 사건은 특별할 것. 까다로운 주문입니다. 《도마뱀》시리즈는 가상의 제국을 배경으로 신과 임신하는 남자가 등장하는 등 상당히 비현실적입니다. 그러나 임신하는 남자처럼 독특한 설정도 없습니다. 또한 제국과 솔론, 테론, 랏수스가 처한 정치적 상황을 치밀하게 묘사하여 균형을 잘 잡았습니다.
③ 갈등이 고조될수록 서사성이 높다.
두 명의 동생 중 하나는 솔론으로 다른 하나는 제국으로 보내야 하는 에리페의 고뇌, 사면초가에 놓인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야고, 운명 같은 사랑을 꿈꾸지만 등 떠밀려 억지결혼을 해야 하는 한스 주니어, 왕이 될 수도 있었지만 미련 없이 사랑을 택하는 크레이그, 전능한 신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한낱 인간으로 죽는 로데리고. 등장인물은 사랑과 운명과 책임 사이에서 고민하고 힘들어합니다.
④ 개연성이 클수록 서사성이 높다.
이 부분은 뒤에 따로 언급하겠습니다.
⑤ 완성도가 높을수록 서사성이 높다.
왕국의 시초부터 마지막까지 관통하는 이야기는 에리페와 로데리고의 죽음으로 마무리됩니다. 또한 리히트는 손자를 보는 것으로, 한스와 야고는 열 두 명의 자식을 낳는 것으로 완성도를 높입니다.
⑥ 인간이 주인공일 때 서사성이 높다.
기원은 악어나 도마뱀이나 청동새일지 모르지만 등장인물은 사랑하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는 ‘사람’입니다.
⑦ 복잡할수록 서사성이 높다.
《도마뱀》시리즈는 전작의 마무리를 하면서 후속작의 시작부분이 되는 구조입니다. 《철의 도마뱀》은 《황금 악어》에서 트로가이아스를 따라온 야고의 이야기이며, 《유리 투구》는 야고의 아들과 리히트의 아들이 주인공입니다. 《청동의 새》도 한스 주니어의 부하인 벨테인이 주인공이라 전작을 읽지 않으면 후속작을 이해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미발행 작품인 《백은의 곰》또한 《황금 악어》에서 파생된 이야기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의 이어짐, 작은 사건이 모여서 큰 이벤트가 되는 패턴입니다.
⑧ 의미가 있을수록 서사성이 높다.
이 부분은 뒤에 따로 언급하겠습니다.
이상으로 《도마뱀》시리즈가 왜 서사성이 높은지 살펴봤습니다.
둘째, 개연성이 높다
서사성의 특징 중 네 번째에 속하는 항목입니다. 원인과 결과가 설득적이면 독자는 쉽게 빠져들며 작품에 공감합니다. 작가의 독특한 집필 습관을 살펴보겠습니다.
“너를 보낼 수 없다면, 나일 수밖에 없으니.”
불쑥 수수께끼같은 말을 하고 로데아스는 스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입니까?”
- 중략 -
“결정한 사람을……원망할 마음은 없습니까?”
“누구를?”
로데아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트로가이아스는 그보다 더 의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에리페 형님이지……당연하잖아.”
총명한 로데아스가 어째서 그것을 모를까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로데아스는 한층 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리페를?”
“에리페 형님이 결정한 일이잖아?”
조금 전에 자기 입으로 얘기해 놓고, 로데아스는 처음 듣는 얘기라는 듯 눈을 깜박이다가 아아, 그 얘기인가, 하는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저었다.
“글쎄, 그 사람이 ‘결정’했다고 할 수 있을까.”
- 《황금 악어》167 p. -
--> 신탁을 받는 신관출신이라 그런지 로데아스는 선문답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그러나 선문답처럼 중얼거린 말 하나하나는 나중에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에리페는 장자이니 랏수스를 지켜야 할 테지. 그리고 네가 안 된다면 로데아스가 갈 수밖에 없잖아?”
리히트의 그 말에 트로가이아스는 문득 기시감을 느꼈다. 언젠가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그것은 언제였던가.
- 에리페는 장자이니 이곳을 지켜야 한다. 그러니 네가 아니면 내가 가는 것이 당연한 일.
그래, 로데아스가 그때 그렇게 말했다. 국혼이라는 미명 아래 당하는 강제혼이다. 그때까지 남자로서, 전사로서 또 신관으로서 살아온 그가 생면부지의 타국 남성의 씨받이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로데아스는 모두가 이상하게 여길 만큼 순순히 명령에 따랐다. 그리고 그 이유를 묻는 막내동생에게 그렇게 대답했다.
- 너를 보낼 수 없다면, 나일 수밖에 없으니.
어쩌면 리히트가 이렇게 말할 것을 로데아스는 그때 이미 알고 있었을까.
“저를 보낼 수 없다고 한 것은 어째서입니까? 왜 다들 그렇게 결정하고 있었을까요……?”
“아직도 눈치채지 못했나, 우리 개구리.”
리히트는 눈치라고는 없는 어린 도마뱀의 배를 꽉 껴안았다.
“그것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나 말고 누가 있겠어?”
“예……?”
“조금 손을 썼지.”
“손을 썼다는 건 대체……?”
“처음부터 제국 몫으로 자네를 지명했었다는 얘기야.”
- 《철의 도마뱀 전편》68 p. -
--> 《황금 악어》에서 로데아스가 수수께끼처럼 중얼거린 말의 해답이 나옵니다. 트로가이아스는 이미 제국에서 찜했으니 에리페는 결정권이 없습니다. 로데아스는 미리 짐작하고 트로가이아스에게 단서를 제공한 것입니다.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마 너뿐일 거다.”
“무슨……선택?"
트로가이아스가 물어도 로데아스는 그냥 자신의 말만을 반복했다.
“너만이 선택을 할 수 있늘 거야. 랏수스의 아이이면서 랏수스의 업을 받지 않은, 트로가이아스 너만이.”
- 중략 -
“하고 싶은 대로 하렴.”
로데아스는 천천히 트로가이아스를 쳐다보았다. 연인, 혹은 애정 비슷한 부드러움을 담은 시선이었다. 향후 그의 선택에 따라, 자신과 에리페 둘 중 하나는 이른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제국과 솔론과 랏수스, 세 나라 중 하나는 불타올라 잿더미가 될 것이다. 그에게 주어질 선택이 어떤 것인지, 어떤 것을 택하여 어떻게 흘러갈지, 로데아스도 아직은 다 모르고 있다. 트로가이아스는 아마 짐작도 하지 못하겠지.
- 《황금 악어》168-170 p. -
--> 알쏭달쏭한 이 경고의 해답은 한참 뒤에 나옵니다.
- 나는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해, 형?
말해줘. 당신은 알고 있겠지.
- 네가 원하는 대로.
기억 속의 로데아스는 그저 웃고만 있었다.
- 하고 싶은 대로 하렴.
망설인 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어느 쪽으로 엎어지든 자신은 아무 상관없다는 듯, 턱 밑에 깍지를 낀 채 여유롭게 사람의 고민을 즐기고 있는 검은 머리 남자에게, 자기가 무서워서 도망친다는 인상을 주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라이나의 안위보다 그쪽이 더 신경 쓰였다. 분명히 나중에 후회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트로가이아스의 입은 아마도 리히트가 의도했을 대답을 뱉어내고 있었다.
“……오늘밤에 뵙겠습니다.”
- 《황금 악어》283 p. -
--> 리히트의 방에 가야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 트로가이아스. 트로가이아스의 결정을 로데아스는 짐작했을 듯 합니다.
“트로가이아스가…… 어떻게 되기라도 합니까? 불행해지는 겁니까?”
더럭 걱정하며 묻는 야고를 보고, 노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그놈은 황금 악어의 사랑을 받았으니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잘 살 거다.”
“다행이군요.”
야고는 진심으로 안도했다. 하지만 노인은 혀를 끌끌 찼다.
“다행이냐? 그 녀석의 선택이 제 형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데?”
“설마요”
“제일 나쁜 건, 그 녀석의 선택이 제 형들의 운명을 바꾸는데, 본인은 그걸 끝까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괘씸한 놈.”
- 《철의 도마뱀 전편》301 p. -
--> 트로가이아스의 선택으로 에리페는 죽게 됩니다. 앞으로 로데아스의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합니다.
“만약 네가 에리페를 대신해 죽어야 할 그 때, 네가 이미 결혼해서 애를 거느린 경우라면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야단났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는 결혼을 못하죠. 멀쩡한 여자 과부 만들 일 있습니까?”
애써 야고가 명랑하게 대꾸했다. 노인은 웃더니 눈을 똑바로 떴다. 그 눈은 도마뱀처럼 동공이 세로로 서 있었다. 묘하게 오싹한 눈이었다.
“내가 관상을 보니 너는 결혼도 하고 애도 여럿 둘 사주팔자다. 괘씸한 놈.”
- 《철의 도마뱀 전편》185 p. -
--> 사막노사는 절체절명에 놓인 야고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언합니다. 또한 악어와의 사이에 많은 자식을 둘 것도 알고 미리 욕도 해줍니다.
“딱 잘라 말하면, 아이를 포기하면 네가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노사.”
“음?”
노사를 천천히 올려다보고 야고가 피식 웃음지었다.
“결혼해서 애가 딸려 있으면 기회를 주겠다는 게…… 그런 뜻이었습니까?”
“그 외에 뭐가 있겠나?”
- 《철의 도마뱀 후편》238-239 p. -
--> 노사의 의미심장한 예언을 기억한 야고. 그러나 결정을 번복하지는 않습니다.
파울은 눈앞의 형제와 자신이 모시는 주군을 생각하고 또 한 번 한숨을 쉬었다. 쭉 청의검사대 소속으로 프리드리히의 신변 경호를 맡아왔기 때문에 그는 황태자에 대해서도 또한 이십오 년을 함께 살아온 자신의 형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승부의 최종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지만, 그 승부의 분수령이 어디일지는 대강 알 것도 같았다.
“한스, 내가 보기엔 말야…….”
파울은 충고를 하려다가 말을 끊었다.
“뭔데?”
“아무것도 아니다. 그럼 난 간다.”
- 《유리 투구》54 p. -
--> 파울이 한스에게 충고를 했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합니다. 그러나 파울은 충고를 하지 않았고, 승부의 분수령에서 한스는 프리드리히에게 홀랑 넘어가 발목을 잡힙니다. 작가는 미리 암시를 던지고 나중에 상기시킵니다.
아이를 가지고 말았다. 자신의 몸속에 새 생명이 있다고 한다. 한스는 당황했다.
“어쩌지……? 어떡하지, 파울?”
파울은 자신과 가장 친한 형제를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역시 충고를 해 주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정말로 프리드리히의 비로 들어앉을 마음이 없다면 절대로 그에게 한 조각의 마음도 허용하지 말라고, 틈을 보이는 순간 기사로서의 그의 인생은 끝장일 거라고. 하지만 이제 와서는 다 늦은 이야기였다.
- 《유리 투구》176 p. -
--> 파울이 충고를 했으면 이야기가 달라졌을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같은 결과에 도달했을지 궁금합니다.
“한스.”
“응?”
“형은 바라는 것을 얻을 겁니다.”
“뭐?”
“다만 형과 아버지는 다르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몰라 한스는 멍해졌다. 에리페는 더 말하지 않고 손을 살래살래 흔들었다.
- 《유리 투구》57 p. -
--> 아버지처럼 운명 같은 사랑을 기대하는 한스에게 에리페는 아버지와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머리, 꼬리 자른 핵심만 짚은 이야기라 한스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작품의 마지막에 해답이 있습니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꽃피우는 운명적인 사랑을 인생의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현실은 정반대다. 주위에서 반대는커녕 박수치며 떠밀어 보내는, 그것도 자신은 별 생각이 없는데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휘말려가는 우스꽝스러운 결혼이다. 아버지들과는 전혀 다르다. 자신과 프리드리히 사이의 감정과, 아버지와 대장 사이의 감정은, 닮은 곳이라곤 한 군데도 없다. 하지만 뭐, 됐다. 자신은 아버지가 아니니 그와 똑같은 사랑은 애당초 무리였는지도.
아, 그러고 보니 누군가에게 그 비슷한 충고도 받았었는데……뭐였더라.
- 《유리 투구》187 p. -
--> 한스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에리페가 이미 충고했습니다.
"벨테인 경.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자네는 누구보다 훌륭한 아버지가 될 거야. 내 목을 걸고 보증하지.“
“…….”
무슨 일이 있어도 그는 자식을 판 자기 부모처럼 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벨테인은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남의 일이지만 한스는 기꺼이 자기 목을 걸 수 있었다.
- 《유리 투구》167 p. -
--> 어린 나이에 부모에게 팔려 몸을 판 적이 있는 벨테인은 결혼하여 자식 낳기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한스는 벨테인의 인격을 짐작하고 그에게 결혼할 것을 권합니다.
드러내놓고 말한 적은 없지만, 안드레아는 그가 자신 못지않은 불행한 성장기와 수없이 많은 생과 사를 가르는 고난을 헤쳐온 과거를 갖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만약 벨테인이 위험한 임무를 띠고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안드레아는 자신이 얼마나 슬플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 《청동의 새》14 p. -
--> 결혼해서 자식을 낳지는 않지만 안드레아를 양자로 들인 벨테인.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효자로 자랍니다. 한스의 추측이 어느 정도 맞은 듯...
"대체 이제 그 무례한 놈을 어디 가서 잡는단 말이야.“
프리드리히는 분한 모양이었지만 한스는 내심 잘 됐다고 생각했다. 어쩐지 지금도 아이펠은 완전히 미워할 수 없는 남자였다. 아마 그것은 그가 프리드리히와 조금 닮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라는 차이는 있지만, 남의 위에 서는 자라는 의미에서는 그 둘은 닮아 있었다.
‘멀리 도망가서, 부디 마음을 고쳐먹고 살아 주면 좋겠는데.'
- 《유리 투구》170 p. -
--> 감옥에 갇혀 있다가 어머니의 자살을 틈타 도망친 아이펠의 미래를 걱정하는 한스.
“솔직히 말해 보게. 아이펠. 그 외에는 무슨 일을 하고 있지?”
“아하, 역시 각하의 날카로우신 눈은 속일 수 없군요. 그 외에는 뭐 별 거 없어요. 취미를 겸해 시중의 약재상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특수한 약을 좀…….”
“아이펠!”
- 《청동의 새》155 p. -
--> 한스의 걱정도 무색하게 아이펠은 사체업과 불법 약재상을 겸하고 있습니다.
몇몇 사례에서 보듯이 초반에 암시와 복선(혹은 해답과 단서)을 제공하고 뒤에 반추하는 형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서사성의 네 번째 특징 원인과 결과가 설득적이어야 한다(개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세련된 방법으로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앞에 나온 A가 뒷부분의 A'와 연결된다는 깨달음은 독자의 흥미를 유발합니다. 위와 같은 방법을 호흡이 긴 장편에 사용하면 호기심과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도마뱀》시리즈는 신과 신관이 등장하는 역사물 판타지라 효과가 배가되었습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작가가 제공한 몇 가지 단서가 있습니다. 아마 《백은의 곰》에서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에리페 트로그라는 남자다.‘
리히트는 천천히 생각에 잠겼다. 경계해야 할 대상은 제국 안에도 밖에도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지금 그의 마음에 걸리는 사람은 단 둘 이었다. 에리페 트로그는 그 둘 중 한 사람이었다.
- 《철의 도마뱀 후편》72 p. -
--> 나머지 한 사람은 로데아스를 데려간 솔론의 에티엔 공작이나 로데아스 본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과는 《백은의 곰》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로데아스의 엷어진 모습이 천천히 흔들렸다. 드리케를 만나러 온 것이 그가 가진 마지막 신관의 힘이었다. 로데아스는 이제 랏수스의 신관이 아니라 솔론 왕의 배필로서 살아가게 될 운명이었다. 대륙의 또 하나의 패자가 될 운명을 타고난 자의 곁에서, 그의 운명을 지켜보며.
- 《철의 도마뱀 후편》295 p. -
셋째, 가치지향적이다
서사성의 여덟 번째 특징 의미가 있어야 한다와 일맥상통합니다.
"형님이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희생해야 하는 순간에. 나를 써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나는 형님에게 받기만 하고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지만, 마지막으로 그것만이라도 해줄 수 있다면, 나는 태어난 보람이 있을 거야. 평온하게 살다 의미없이 죽는 것은 내겐 가장 괴로운 일이니까, 그래서…… 트로가이아스.“
라이나는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트로가이아스의 머리를 껴안았다.
“울지 마. 트로가이아스. 나의 로그. 내가 죽어도 울지 마. 그때를 위해 나는 살았던 거나 마찬가지니까.”
- 《황금 악어》316 p. -
“그냥……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부모가 자신을 팔았다는 말을 하더군. 그것이 불행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얼굴로.”
“그랬습니까.”
“나에게는 그 나이 도래의 동생이 있거든.”
- 중략 -
“내 힘이 닿는 한은 도와주고 싶어. 부모가 파는 아이들 전부를 내가 사들일 수야 없는 노릇이지만, 천개의 손 얀보다야 견습기사 안드레아가 훨씬 폼나는 이름이잖아?”
- 《유리 투구》90 p. -
"로데아스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요…… 자신이 트로그의 핏줄이 아니라는 걸 공표하면 솔론에 가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 대답은 자네도 이미 알고 있을 텐데.”
“예……로데아스는 그럴 사람이 아니죠.”
- 중략 -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출생을 밝히지 않고 솔론으로 가는 편이 에리페에게, 혹은 트로가이아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 《철의 도마뱀 전편》71 p. -
"거절해, 야고."
무뚝뚝한 음성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늘 말없는 에리페의 최고의 다정함이라는 것을 친구인 야고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됐어. 어차피 나는 너의 신하가 될 터. 신하 된 입장에서 주군을 먼저 죽게 할 수는 없지."
"그것과는 달라!"
에리페는 고개를 세게 흔들고 야고를 감싸듯 노인 앞으로 나섰다.
“노사. 지금 야고의 말은 취소해 주세요.”
“에리페?”
에리페가 깊은 눈으로 노인을 쳐다보았다.
“야고를 제 대신 죽게 하지 마십시오.”
“싫은데.”
“노사!”
“이미 그에게서는 확답을 받았다.”
- 《철의 도마뱀 전편》184 p. -
당대의 신관은 울면서 그들의 신인 강철 도마뱀에게 열흘 밤낯을 호소했다. 신관의 목숨을 가져가는 대가로, 강철의 도마뱀은 그들이 괴로운 삶을 이어갈 단 하나의 방법을 내려 주었다.
- 《철의 도마뱀 전편》179 p. -
"만약 에리페가 죽지 않았으면, 지금 네가 겪고 있는 그 고통을 대신 겪고 있었을 거다. 원래 에리페의 몫이어야 할 불행을 네가 대신 겪고 있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드리케의 어깨가 조금 떨렸다. 로데아스는 알고 있었다. 아마 그 말로 드리케는 앞으로의 자신을 버팅 것이다. 불행하면 불행할수록, 가슴의 고통은 가벼워질 것이다. 그를 대신해 불행한 거라면, 드리케는 사양하지 않을 터였다.
- 《철의 도마뱀 후편》293 p. -
“좋아. 어디 해 보지.”
“……정말이십니까?”
벨테인은 얼른 믿기지 않아 그만 그렇게 되묻고 말았다. 크레이그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인신매매 조직의 뿌리를 뽑는 것이 자네의 일생의 숙원이잖아? 내가 자네의 청을 들어준다는 것이 그렇게 의외인가?”
- 《청동의 새》95 p. -
소설에서 가치지향적인 주제를 찾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부의 독자는 그것을 찾느니 명심보감이나 철학책을 읽겠다고 할 것이며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소설을 읽는 독자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받은 교육의 대부분은 가치를 배우는데 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는 동안에 바른생활과 윤리 시간에 배운 덕목들은 행동의 목적이 자연스레 가치를 향하도록 만듭니다. 사물을 분간하면서부터 배운 선의 개념은 일생을 지배하며 판단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유전자 단계에서 심어진 것은 아니더라도 오랜 기간에 걸친 교육이 제2의 천성이 되어 독자는 무의식적으로 주인공이 선하기를 기대합니다.
권선징악이나 인과응보를 다룬 작품이 지리멸렬하지 않은 것은 남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묘사나 설정이 좋더라도 테마가 없으면 쉽게 잊혀집니다. 혹은 태연히 사람을 죽이는 악당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면 눈살을 찌푸리기도 합니다.《도마뱀》시리즈는 그런 면에서 볼 때 좋은 주제를 택했습니다.
나라에 충성하고, 우정에 진실하며, 희생을 몸소 실천하는 이타적인 주인공이 등장하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냅니다.
다음으로 주인공의 이미지를 조성할 때 고려해야 할 다섯 가지 항목을 설명해 보겠다. 일반 독자에게 지속적으로 호소하려면 히어로나 헤로인은 이 다섯 가지 모두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태연하게 살인을 범할 수 있는 주인공은 안 된다.
(1) 고결함
다시 말해 내가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것은 살인, 폭행, 금전적인 탐욕, 절도, 배신 행위 등 부도덕한 항목들이며 이들 문제에 관한 한 주인공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옳고 그르고의 관념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어쩌다 역경에 빠져 도덕적인 관념이 흔들릴 때가 있다손 치더라도 주인공은 한사코 선과 정의의 편에 서 있어야 한다. 가능한 한 재난을 당하고 있더라도 거기서 빠져 나오기 위해 법이나, 윤리, 또는 도덕 등을 어기지 말아야 한다.
- 중략 -
어떤 때는 얘기의 진행상 주인공이 살아 남기 위해 비도덕적인 행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절박한 처지에 빠질 때도 있다. 가령 악한이 주인공을 궁지에 몰아넣고 도끼로 목을 후려치려고 하는 아슬아슬한 순간, 기회를 엿보던 주인공이 품었던 단도로 악한을 찔러 죽임으로써 화를 면한다는 장면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그럴 경우라도 주인공이 그걸 당연한 행위로 여기고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서는 절대 안 된다. 살인이 제아무리 정당 방위였고 피해자가 제아무리 흉악한 악인이었다 할지라도 주인공은 자신의 죄악에 와들와들 떨고 살인을 한 것을 혐오스럽게 뉘우치는 모습으로 그려져야만 한다.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렇지도 않으며, 도덕적 행위에 어긋나는 일을 하고도 태연한 주인공이라면 독자의 동정이나 공감을 얻기 힘들다.
- 《베스트 셀러 소설 이렇게 써라 (원제: How to write bestselling fiction)》/ 딘 쿤츠. 문학사상사. 1996. 134-135 p. -
넷째, 감정적 불균형
태어나면서부터 찍은 리히트와 아무것도 모르고 태평하게 자란 트로가이아스. 《황금 악어》
연인을 위해서는 조국도 버릴 각오를 한 리폰을 한사코 피하는 야고. 《철의 도마뱀》
신의 보석을 갖기 위해 환생을 계속하며 배신자에게 죽임을 당하는 에리페와 아무것도 모르는 드리케. 《철의 도마뱀》
결혼을 피하기 위해 지방으로 좌천되는 한스 주니어를 두 살 때부터 점찍은 프리드리히. 《유리 투구》
왕이 될 수도 있었지만 연인을 위해 용병대장에 머무른 크레이그와 평범한 아저씨 벨테인. 《청동의 새》
한눈에 보아도 커플간의 감정적 균형이 기울어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저울추가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습니다. 작가의 솜씨에 달린 일입니다. 《백은의 곰》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다섯째, 신데렐라 플롯
제국의 황제(리히트)와 약소국의 서자(트로가이아스) 《황금 악어》
황제의 촉망받는 신하(리폰)와 약소국의 인질(야고)《철의 도마뱀》
공작의 장남(에리페)과 그 부하(드리케) 《철의 도마뱀》
황태자(프리드리히)와 궁사대 부대장(한스 주니어) 《유리 투구》
신의 아들(크레이그)과 변경의 연대장(벨테인) 《청동의 새》
공작(에티엔)과 신관 출신 씨받이(로데아스) 《백은의 곰》
전형적인 신데렐라 플롯입니다. 지위가 높은 쪽에서 손을 내민다는 설정까지 같으니 감정이입만 잘하면 충분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 작풍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호박대왕의 작품은 크게 넷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초창기 단편과 축전, 트윈지와 단권으로 발표한 시리어스한 분위기의 《사계》, 《지하철》시리즈가 한 파트, 게이 로맨스에서 보기 힘든 프로야구 선수를 주인공으로 한 《원포릴》시리즈가 한 파트, 신화와 전설, 황제와 신관이 등장하는 긴 호흡의 판타지로 임신수의 새로운 지평을 연 《도마뱀》시리즈가 한 파트, 마지막으로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가상국가와 초능력을 가진 등장인물이 나오는 《직업》시리즈가 한 파트를 차지합니다. 시대배경, 장소, 등장인물의 성격, 플롯, 줄거리 어느 하나 공통적인 부분이나 일관된 흐름은 찾기 어렵습니다. 작가 스스로 밝힌 하나의 단서를 제외하고는.
저는 불륜은 좀(그것도 노말 불륜커플은 더더욱) 받아들이질 못합니다. (그런 녀석이 소설에서는 불륜에 의한 출생의 비밀을 종종 등장시키고는 함;)
- 《One point relief 5》작가후기 중에서 -
작가 후기에서 밝혔듯이 호박대왕의 작품에는 유독 불륜에 의한 사생아의 출생, 근친상간, 이복형제, 이부형제, 원수같이 싸우는 부부, 이혼부부, 재혼부부, 별거부부, 결손가정, 가정불화로 겉도는 자식, 혼자 사는 청소년의 얘기가 많습니다.
지유는 혼자 산다. 멀쩡하게 부모님 다 계시고, 형에 누나에 동생까지 있는 녀석인데도, 중학교 졸업하면서 독립을 선언했다. 집에서는 안 말리는 눈치다. 많은 형제 가운데서도 말썽꾸러기였던 탓에, 오히려 ‘적극 환영’이라는 분위기.
- 《겨울》 36 p. - 현지유편
「그 해영이라는 놈, 서영이 친동생 아냐」
「뭐……?」
「배다른 형제던데. 지금 집에 있는 사람은 계모고. 서영이네 친어머니는 이혼하고 다른 데 사신다나 봐」
- 《겨울》 36 p. - 우해영, 우서영편
우람은 멍하나 말을 듣고 있었다. 죽은 고모의 얼굴이 떠올랐다. 독실한 신자였던…… 결혼하지 않은 몸으로 수안을 낳고, 자신의 오라비에게마저 멸시당하며 힘든 날을 살다 간 고모. 주위의 수군거림에도 대꾸 없이 참는 것에 익숙해 있던 고모.
- 《겨울》 143 p. - 정우람편
「내가 다 키웠는데…… 넌 친엄마 아니라고 이제…」
「친엄마라도 그럴 거야, 나」
수민은 그녀의 말을 자르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나, 엄마가 딴 남자란 사는 거 보기 싫어. 민사장 아저씨한테 유감 없고, 엄마 재혼도 찬성했지만, 그거랑은 또 달라. 지금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얘기해도, 둘이 다정한 꼴 솔직히 눈꼴 시어.」
- 《겨울》 36 p. - 인수민편
아무도 키워 준가는 사람 없이 공중에 붕 뜬 나를, 지금의 집으로 데려와 키워 준 사람이 승후 형이다. 인간적으로, 거대한 은혜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그때 나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지만, 그때까지 학교에 다였던 기억도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도 전혀 없다. 신기하게도.
- 《미스터 문라이트》 203 p. - 유정우편
아무도 나쁘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의 사랑에 괴로워하던 아버지도, 그런 아버지를 사랑하고 미워해서 용서할 수도 헤어질 수도 없었던 어머니도. 그저 울기만 했던 어린 동생들에게도 죄는 없었다.
아무도 행복할 수 없는 그 불합리한 상황이 나빴을 뿐이다.
결국 자기 자신을 놓아버리는 길을 택한 어머니도, 분명 괴로웠을 테니까.
- 《배고픈 거미 혹은 멍청한 나비》 299 p. - 하재아편
정도와 함께 귀남의 집에서 식객 노릇을 하던 시절. 해영과 정도의 복잡한 관계에 대해 약간 들은 적이 있었다. 해영과 서영이 배다른 형제라는 것. 그리고 해영과 피가 통하지 않는다고 늘 강조해야 할 만큼(?) 닮았던 정도는, 사실은 서영의 외삼촌이라는 것. 즉 정도에게 해영은 자기 누나의 가정을 파탄낸 여자의 아들이자, 파탄의 주 원인이었던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생각지 못했던 악연에 그저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아무래도 정도는 자신을 키워준 누나와 그 남편을 부모처럼 생각하고 자랐던 것 같다. 해영의 존재 때문에 그 가족이 깨어졌을 때 정도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 《상냥한 침묵 하》185 p. - 우해영, 우서영편
「재욱 씨…… 어머니네 가족이라는 것은, 재욱 씨 가족 아니에요?」
「어머니 재혼 상대와 그 집 애들인데? 내 가족이라기는 좀 그렇지. 같이 산 적도 없고.」
「아…… 아버지 돌아가셨어요?」
해영은 질문하고 나서 자기 입을 틀어먹았다. 하지만 재욱은 태연하게 대꾸할 뿐.
「아니. 왜?」
「엑……?」
「뭐. 가까운 시일 내에 재혼하실 것 같아. 그 쪽도.」
- 《여름 상》 54-55 p. - 민재욱편
「딴 소문 보면 모르냐. 3학년 중에 안 잔 녀석이 없다는 거. 그 말 대로만 명전의 고3들은 전무 호모게? 좀 전 같은 말종들이 완력으로 승주 건드리고는, 자기네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퍼뜨린 소문들이야. 할머니 대부터 창녀라는 소문은 승주네 어머니가 재혼하신 게 뻥튀기된 거고, 패싸움에 관한 거라면 승주는 100% 피해자야」
- 《여름 하》 172 p. - 양승주편
은준의 어머니가 은준의 눈에 생긴 멍을 알아차리고 난리를 피우는 일은 결국 없었다. 그날부터 은준은 아예 집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은준의 부모가 걱정할 거라는 수연의 생각은 그러나 완전히 어긋나 버렸다. 은준이 제대로 시험을 치르고 별 무리 없이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을거라는 전망이 들자, 은준의 어머니는 아이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벌써부터 사방에서 걸려 오는 축하 전화에 대고는 그토록 아들 자랑을 하면서, 정작 그 아들이 일주일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것은 모르는 것 같았다.
은준의 아버지도 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 《워너비》 226 p. - 서은준편
남의 집에 맡겨져 자라면서 바쁜 아버지의 얼굴을 반년에 한 번 볼까말까 했지만, 원망한 적은 없었다. 다만 요즈음 가끔 생각했다. 아버지가 신강전자의 사원이 아니었다면, 해외부임을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자신과 함께 매일매일 얼굴을 맞대고 가족으로서 함께 살았다면, 이렇게 끔찍한 엇갈림은 없지 않았을까. 아버지는 수연을 모르고, 수연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서로 피는 통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다.
- 《워너비》255 p. - 최수연편
「괜찮아, 정우는.」
「뭐가 괜찮아요! 어떻게 자기 동생을 놔두고…!」
「나와 너만 거기 없으면 다 해결될 일이야. 거기다, 그 동생은 원수의 자식이잖아? 네가 그렇게 말했다며?」
목소리가 웃고 있었다.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그래도 친동생이잖아요?」
「하지만 원수의 자식이지.」
- 《At the sunshine》 151 p. - 유정우편
「3년 전이면 아무리! 나라도 열네 살이야. 중학생 남자애가, 서른살 짜리 아저씨를 꼬셨다면, 상식적으로 누가 믿겠냐?」
석호는 또 기묘하게 미소지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게 또 사실이라서. 뭐… 대번 믿는 쪽이 상식이 없는 거겠지만」
석호는 트릿하게 웃고는 젓가락을 담배처럼 입에 물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도 아니잖아? 그 아저씨가 내 사촌 매형이라는 사실에 비하면」
- 《Have you never been mellow?》 13 p. - 김석호편
「글쎄. 그럴지도 모르겠군. 난 부모가 없어서, 어떤 게 진짜 부모의 애정이라고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 우웅」
월진이 은철에게 조금 미안하다고 생각하며 머뭇머뭇 눈치를 볼 때였다. 은철이 담배를 피워 물며 월진을 쳐다보았다.
「피울래?」
「…… 응」
어깨를 숙여 월진의 담배에 불을 붙여 주고, 은철이 뒤로 물러나 소파에 기댔다.
「적어도, 길러 준 인간에게 성폭행 당하는 화려한 경험은 없었을 거 아이야? 험한 꼴 당하지 않도록 버리지 않고 길러 주신 것만으로도, 부모님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지.」
- 《Kiss of fire》 133 p. - 양은철편
- 쟤 어디 좀 모자란 애 아니예요? -
- 아까는 멀쩡하게 잘 해 놓고서는, 갑자기 왜 저러지? -
- 부모는 가끔 와요? -
- 자모회도 안 오고…… 그런 여자들 있잖아. 애가 어떻게 자라든 관심 없는 -
- 《Paradise lost》10 p. - 양승주 편
「우리 아버지, 거의 5년간 딴집 살림하고 있었거든. 결국엔 엄마가 3년 전에 동생들 데리고 집 나가버렸다?」
잠깐 머리를 긁었다. 이런 땐 뭐라고 말해야 하나?
「왜 넌…… 안 데리고 갔다냐?」
별 생각 없이 물은 말이었는데 재아 녀석이 인상을 팍 쓴다.
「…… 원래 엄마가, 나 별로 안 좋아했었어. 그 인간 닮았다고… 아버지 안 들어올 때마다 날 보고 그 말하더라……. ‘생긴 것도, 성격도 영락없이 지 아빠’라나. 제길, 자기가 낳아 놓았잖아. 닮은 거 갖고 내 탓을 하다니 양심도 없는 여자」
- 《Paradise lost》108 p. - 하재아 편
위의 예문에서 알 수 있듯이 초기작 대부분의 주인공이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닭벼슬 머리를 한 만인의 고민상담자 김성태 뿐입니다. 복잡하게 꼬인 가족관계는 캐릭터의 성격을 규정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왜 어린 나이에 원조교제를 하는지, 가출을 했는지, 천상천하 유아독존인지, 왕따인지, 우등생의 탈을 썼지만 속은 정신병원에 가야할 이중인격인지..... 작품의 마지막에 이들의 가정사와 성장환경이 드러나며 독자를 이해시키고 있습니다.
재오는 정학의 관심이 떠난 틈에 녹차 컵을 치우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가정사정이 이렇게 복잡하기도 힘들 것이다. 호적상의 아버지, 생부 대우 아버지, 그리고 또다른 아버지. 정학은 그중 둘밖에 알지 못하지만. 재오는 별 수 없이 알아버린 사실을 눌러 감추었다.
- 《One point relief 5》 146 p. - 김정학편
부모의 냉전. 누가 들으면 정략결혼이라도 한 줄 알겠지만, 사실 재오의 모친과 부친은 요란한 연애 끝에 양가이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커플이었다. 모친은 태화와도 연이 있는 대단한 집안 출신인 반면, 아버지는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보통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사랑과 결혼은 다른 무제였던 것일까. 그렇게 사랑했던 두 사람은 결혼한 그 순간부터 싸워대더니 재오가 아직 초등학교 다닐때부터 별거에 들어가 일년에 한두 번 만나는 싸늘한 사이가 되었다.
- 《One point relief 5》 144 p. - 신재오편
「어머닌 항상 잘해 주셨어요.」
「……」
「저한테도, 성희한테도 잘해 주려고 애쓰신 거 알아요.」
「하지만…… 친엄마였다면」
- 《One point relief 3》 61 p. - 박태연편
어떤 곳에서도 자신의 색을 잃지 않고, 오히려 그 밝음으로 주의를 물들이는 녀석, 고등학교 때 그러했듯이. 차경주는 프로에 와서도 결국 차경주였다.
그런 점이 좋았다. 부러웠다. 그러다 어떤 특정 인물에 다다라서는, 질투 비슷한 것도 했다. 속편하게 미워하려고도 했다.
- 《One point relief 2》 81 p. - 차경주편
「고등학교 때요. 프로 와서는 거의 안 맞았지만. 고등학교 선배들이 깡패가 많아서, 매일 끌려다니면서 얻어터졌어요. 맞느라고 늦게 들어간 날이면 늦었다고 아버지가 또 패고, 밤에 목욕탕에서 옷 벗고 보면 어느 게 살색인 곳보다 멍색인 곳이 더 많았다니까요.」
「……」
「그렇게 불쌍한 표정 안 해도 돼요. 우리 아버지, 싑게 흥분해서 손이 막 나가는 사람인 것만 빼면, 자식한테 애정만땅이거든요. 졸업식은 그렇다 치고, 입학식까지 가족을 끌고 쫓아왔을 땐 진짜 내가 쪽팔려서.」
「……」
「애정과 관심이 너무 지나쳐서 자식 입장은 좀 곤란하지만요. 뭐. 곧 죽어도 말 안 듣는 나 같은 애를 둔 아버지 입장도 곤란하긴 마찬가지겠고」
- 《One point relief 3》 123 p. - 차경주편
「형님과 형수님이 절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저도 그 애를 제 자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태연은 처음엔 그 말 뜻을 알지 못했다.
「원해서 생긴 자식도 아니에요. 그리고 애를 그렇게 바보로 키운 건 형수님이시지 제가 아닙니다. 왜 내가 그 녀석을 웃는 얼굴로 받아줘야합니까? 찾아올 때마다 저도 귀찮다고요!」
- 《One point relief 5》 101 p. - 차경주편
「네가 방금 봤던 그분, 지금 어머니가 대환이 친어머니 맞아.」
「……그게…대체 무슨 뜻이에요?」
「그녀석이 태어날 때 아버지가 다른 분과 혼인 상태였다는 뜻이지.」
「그럼……」
영전은 할 말을 잃었다.
「여기서부터는 반은 내 추측이지만. 젖먹이 상태일 때 어머니한테서 떨어져서 아버지 집에 와서 돌아가신 어머니 손에 자랐던 것 같아. 열살 때 그분 돌아가시고 나서, 친어머니가 아버지와 재혼을 하신 거지.」
「…복잡하군요.」
- 《One point relief 5》 41 p. - 최대환편
가족은 물론, 동료선수, 기자와 팬이 잔뜩 모인 공항에서 람바다를 출 수 있는 경주. 경기장에 사촌 형수의 친정식구들까지 동원할 수 있는 막강 인기인 경주. 부모님의 오랜 불화를 곁에서 지켜본 재오에겐 부러운 일이지만 사실 경주는 탄생과 동시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친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불행한 캐릭터입니다. 《원포릴》시리즈 또한 재오, 경주, 대환, 정학이 불행한 가정환경을 갖고 있으며 작품의 진행이나 캐릭터의 성격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반면 태연은 비록 계모에게 자랐지만 상대적으로 건실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친아버지의 폭행을 극복한 경주나 정상적인 계모(?) 밑에서 자란 태연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원포릴》은 《사계》, 《지하철》시리즈처럼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특히 작품의 마지막이 경주의 미국행과 태연의 재활치료로 마무리되어 희망적인 미래를 암시하는 것이 《사계》, 《지하철》시리즈의 될 대로 되라 식의 결말과 다릅니다.
그때 솔론 왕의 궁으로 들어간 트로그 가의 아들은 왕자를 낳고 이내 병들어 죽었다고 전해지지만, 아마 살해당했을 거라는 추측이 우세했다. 아이를 낳은 그는 필요 없는 존재, 아니 죽어 줘야 할 존재였다. 태어난 아이는 오로지 솔론 왕의 핏줄만을 이은 솔론의 후계자여야 했던 것이다.
- 《황금악어》151 p. - 벨로레제 트로그편
천성이 솔직하고 밝은 드리케에게 그 비밀은 너무나 무거운 것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둘도 없는 친구가 사실은 자신의 아버지가 수장의 부인과 밀통하여 낳은 이복의 형제라니, 그것은 누구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사실이었을 것이다.
- 《황금악어》174 p. - 드리케 리어더편
자신이 얼마나 드리케를 사랑하는지, 아마 드리케 본인도 모를 것이다. 그만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세상 누구보다 불행해질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축복을 바라기에는 지나치게 교만했고, 구원을 받기에는 지나치게 꿋꿋했다. 불행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그가 강했기 때문에, 결국 구원도 축복도 구하지 않고 혼자 영원히 견뎌야 하는 운명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백은의 곰 下》275-277 p. - 드리케 리어더편
생각해 보면 나를 낳을 때부터 이미, 그녀의 정신은 어딘가가 부셔져 있었다. 어떤 의미로는 랏수스, 그리고 그 가문에 드리운 저주의 가장 큰 희생자는 그녀였을지도 모른다.
극과 극을 달리는 두 가지 감정이 너울거리던 그녀의 눈, 아직 일어서지도 못하는 아기였지만 나는 그녀가 나를 보며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고 있었고, 그녀는 내가 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빤히 쳐다보는 것을 그녀는 무척 싫어했었다. 충동이 모성을 앞서고 말 것 같은 불길한 날은 늘 에리페가내 곁에 와 있었다. 마치 그녀의 충동으로부터 나를 지키려는 것처럼.
- 《백은의 곰 上》11 p. - 로데아스 트로그편
센리는 그가 진심으로 화를 내거나 증오로 얼굴을일그러뜨리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배다른 동생을 미워하는 국왕이 사람들 면전에서 그에게 모욕을 주거나 희롱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일을 시켜도, 그는 유순하게 복종할 뿐이었다.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솔론 국왕의 하나뿐인 동생은 덩치만 큰 바보라는 소문이 났을 것이다.
- 《백은의 곰 上》17 p. - 에티엔 프레유편
"고맙다. 미카엘."
"사랑해요. 아버지."
"나도 사랑한다. 아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순간, 아주 작게 반짝이는 빛을 뿌리며 저주가 풀렸다. 걸린 이유는 알지만 푸는 방법은 아무도 알지 못했던 도마뱀들의 저주가, 도마뱀과 곰의 피가 섞인 어린 아이에 의해 너무나 힘없이 풀려버리고 말았다.
- 《백은의 곰 下》308 p. - 미카엘 아르노편
벨테인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마도, 대가 끊긴 청동의 아이 - 청동의 머리카락 색을 가진 아이를 태어나게 하려고 세심하게 간택된 여인이 결국 평범한 보통의 소년을 낳고, 왕궁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하녀가 왕과의 동침으로 너무나 쉽게, 누구도 기대하지 않은 - 그리고 바라지 않았던 청동의 아이를 낳고 만 모양이었다.
'불쌍한 페넬리. 열병으로 죽었다고 하지만, 왕비님이 독살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
- 《청동의 새》211 p. - 로데리고편
양자라는 명목으로 돈을 주고 엘리어트를 데려가려던 귀족은 이미 팔려온 소년들 여럿을 시체로 만들었다는 소문이 따라다니던 사람이었다. 아마 아버지는 차라리 그처럼 엘리어트가 일찍 죽기를 바랐던 모양이었다. 그가 오래 살아남을 경우 남창이나 다름없는 그이 처지가 나중에 출세할 예정인 장남에게 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엘리어트를 판 대가로 거액의 돈 - 형식적으로는 지원금 -을 받은 후 아버지는 칼로 자신의 얼굴을…….
- 《청동의 새》277 p. - 오토 벨테인(메레 엘리어트)편
"프레데릭, 당신은 청동새의 혈통이 아닙니다. 물론 당신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증조할아버지도 이미 테론 왕가의 혈통이 아니었습니다. 청동새는 끊긴 혈통을 복원하고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즉 자신의 혈통이 아닌 자들을 청소하기 위해 당신의 곁에 태어났습니다."
놀라운 이야기였다. 벨테인은 입을 벌린채 그저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 혈통을 복원하기 위해 만든 혈족이 바로 나, 엘리스 크레이그입니다. 나는 로데리도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났지요. 청동새가 살던 엘리스 성시에."
- 《청동의 새》300 p. - 엘리스 크레이그편
"이 남자는 초상화의 남자에게 푹 빠져서, 이 궁을 바쳤어. 오로지 그를 위해, 혹은 그 때문에 인간 이하의 짓을 여럿 저질렀지. 결국 그 상대는 감당하지 못하고 절교를 선언하고 떠나 버리고. 이 남자는 더더욱 인간 이하가 되어 버렸어. 이 남자의 악행은 수도 없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가 막혔던 것이 뭔지 알아……? 자신과 똑같은 상대를 연모했다는 이유로 친여동생을 강간해, 마르니카를 낳게 한 거야. 그것이 결정적으로 자신의 절망케 하리라는 것도 모르고."
- 《황금악어》321 p. - 라이나 루드비히편
"나는 제국의 역사에 남을 큰일은 하지 못했지만……괜찮아. 나는 대신 트로가이아스를 만날 수 있었어.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준 사람이 있었어. 한 번은 로그를 구할 수도 있었어.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준 사람이 있었어. 그걸로 충분해. 그러니까 괜찮아…… 트로가이아스는 내가 넓은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기를 바랐어. 나는 트로가이아스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그러니까 나는…… 트로가이아스가 바라는 대로 살았어."
- 《유리 투구》221 p. - 라이나 루드비히편
남자는 황제가 연 무도회에서 지방 귀족의 딸이라는 이올레를 소개받아 짧은 연애 끝에 결혼했다.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남자가 깨달은 것은, 이올레가 낳은 아들을 보았을 때였다. 마르니카의 증거인 하얀 금발과 녹색의 눈동자. 황실에 금발은 드물지 않았지만, 마르니카가 아닌 한 하얀 금발, 그리고 녹색 눈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무서운 의혹에 사로잡혀 그는 자신의 비를 추궁했다. 결국 이올레가 리히트 16세의 숨겨둔 딸이며 자신의 이복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그는 두 번 다시 그녀도 그녀가 낳은 아이도 돌아보지 않았다. 예법에 따라 마르니카의 탑으로 거처를 옮긴 그녀가 그곳에서 투신해 자살한 것은 그로부터 1년 뒤였다.
- 《황금악어》322 p. - 리히트 아에리스 이올레편
황제를 죽인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그를 죽이지 않았다면, 지금 자신에게 삶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겨우, 그에게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 남자는 결국 미친 채로 침대에 누워, 조금씩 죽어갔다. 구원은 받지 못했다. 사랑하는 사름은 돌아오지 않았다. 매일매일 조금씩 남자의 생명을 거두며, 리히트는 자신도 언젠가 그와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예감했다. 인간이 되지 못한 자들의 운명은 이러한 것이라고.
하지만 자신은 구원을 받고 말았다.
그날 도망시켰던 가이아스 공작의 아이가 자신을 구해 주었다. 살아 있는 해골이 되어 숨만 쉬고 있는 공범자를 두고, 자신이야말로 혼자만 구원을 받아 인간이 되어버렸다. 인간의 감정을 알고, 감히 편안한 잠을 누리게 되었다.
그것을 깨달은 날, 리히트는 실낱처럼 이어지고 있던 황제의 생명을 자기 손으로 끊었다. 그것이 마지막 자비라고 생각하면서.
- 《환상열석》236 p. - 리히트 아에리스 이올레편
"폐하."
리히트가 트로가이아스의 얼굴을 억지로 남자에게 향하게 했다.
"이 아이가 트로가이아스입니다. 당신이 리히트의 이름을 주려고 했던 가이아스 공작의 아들, 또한 당신의 아들이며……나의, 동생인."
- 《황금악어》325 p. - 트로가이아스 트로그
《도마뱀》시리즈는 지난번 계보와 작품분석에서도 다루었듯이 인과 관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등장인물의 탄생의 비밀이 뒤로 가면서 베일을 벗음과 동시에 작품의 기둥 줄거리와 맞물려 어떤 결말을 향하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에피소드와 외전의 형식으로 여러 작품에 분산되어 함께 읽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감이 있지만 앞부분의 의문은 뒤의 결말과 훌륭히 연결되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불륜과 그 결과로 태어난 아이들은 작품에서 복선의 구실을 하고 있으며 작품을 이끌어가는 힘이 됩니다.
등장인물의 인생은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이 시리즈가 멀게는 한 제국의 탄생부터 가깝게는 에티엔의 선조인 100년 전의 신관후보 벨로레제 트로그를 거쳐 리히트와 트로가이아스의 손자에가지 걸쳐져 있는 판타지임을 생각하십시오. 해피엔딩은 해피엔딩대로 시리어스는 시리어스대로 개연성을 주면서 만들어가는 결말에 독자는 감탄과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직업》시리즈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제러드가 자신의 혈통을 밝히게 되면, 그의 가엾은 어머니는 부정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게 된다. 일생 불행하게 살았던 어머니가 죽어서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제러드였지만, 그것은 살아 있는 사람의 인생보다 중요하게 지켜져야 할 일은 아니었다.
- 《행운을 파는 점쟁이》 262 p. -
"그래서, 그 성스러운 숨결하고 지아니가 무슨 상관이 있는데?“
“대신이 있으니까 죽어도 상관없다 - 고 지아니가 말했지.”
제니크가 중얼거렸다. 제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바로, 성스러운 숨결을 대량 복제하려던 연구소의 사고방식이야. 제러드.”
“…….”
“지아니는 거기서 태어난 아이야. 성스러운 숨결을 복제하는 것은 포기했지만, 그 외에도 그 연구소는 여러 가지를 연구하고 있어.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비밀리에. 레멘 인들의 특질을 연구하고 있지. 거기는 급장처럼 빠른 회복력을 가진 사람들도 사실은 몇몇 있어. 유령을 보고 정크션의 존재를 감지하는 사빈 같은 경우는 연구소에게도 드문 능력을 가진 케이스였지만. 지아니 녀석은 능력이 무척 들쭉날쭉해서 나오다 말다 하고 중간에 바뀌기도 해서 다들 골치아파하는 존재였지. 그렇게 태어나는 대량생산 아이들은 대부분 아주 긴 생명력을 가진 사람이 많고, 때때로 희한한 능력을 가진 아이도 태어나는데……. 동조하든가……그야말로 사생활침해에 딱 알맞은 능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사람이 말이야.”
“……너도 거기서?”
“응.”
제니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 《행운을 파는 점쟁이》 308 p. -
판의 왕가에는 쌍둥이가 태어나는 일이 잦았다. 브리앙이 보기에 그것은 그저 유전적인 현상일 뿐이었지만, 판의 백성들은 그것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했다. 쌍둥이가 태어난다는 것은 이 땅을 지배하는 ‘호수의 주인’의 의지다. 두 아이 중 하나를 자신에게 바치라는 요구인 것이다. 그 풍습에 따라, 쌍둥이 중 하나는 호수의 주인에게 속하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판의 왕가를 이어가게 된다. 즉 판 온론이 호수의 주인에게 바치는 제물이며, 판 아이린의 판 왕가를 이어가는 유일한 자손이 된다.
- 중략 -
어머니는 내 결혼식 때 온론을 죽여 제물로 바칠 생각이야. -
“……!”
- 힘을 가진 아이를 제물로 바치면. 더 강한 힘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 제물이 고귀한 자이면 고귀할수록 호수의 주인은 더 큰 대가를 돌려주지. 온론을 제물로 바치면 호수의 주인은 판의 멸망을 막아 줄거야. 하지만……그러고 싶지 않아. 온론을 죽이고 태어나는 아이 따윈 낳고 싶지 않아. 나는……온론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해. -
투명한 눈물방울이 브리앙의 손에 떨어졌다.
-제발, 그 아이를 데리고 달아나. -
- 《무뚝뚝한 재봉사》 171-202 p. -
《직업》시리즈는 판타지임에도 현대를 배경으로 삼아 《도마뱀》시리즈와는 분위기나 주제가 전혀 다릅니다. 또한 등장인물의 현실적이고 얍삽한 모습은 자신을 희생해서 나라를 구한 《도마뱀》시리즈의 영웅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직업》시리즈에서 탄생의 비밀은 개인의 문제일 뿐 겉으로 내세우거나 작품을 좌우하는 복선은 되지 못합니다. 왕자로 태어났으나 제물로 자랐고 귀족 태생의 엘리트 브리앙을 노예로 둔 판 온론이 300년 후에 일개 재봉사로 살아가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뛰어난 이능을 갖고 있지만 스스로를 대체가 가능한 부속품의 일부로 여기는 지아니와 제니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잘생긴 용모, 많은 돈, 뛰어난 운전실력을 가진 재러드도 스스로를 평범한 인물로 생각하고 전면에 나서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급적 조용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런 요소에 의해 《직업》시리즈는《도마뱀》시리즈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불우한 가정환경을 가진 주인공과 불륜에 의한 사생아의 탄생이라는 소재를 너무 자주 사용했습니다. 전형적인 캐릭터야 말로 매너리즘에 빠지는 지름길이니 다음 작품에서는 다른 소재와 주인공을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