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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작
1편 《녹색 까마귀》시빌 마이언, 레이븐
2편 《Scarface》베인 호라드, 에일먼드 벨리셔스(시빌 마이언 부하의 후손)
작품연표
나선몽 1-3 (2018. 5. 30, 비하인드 출판, 리디북스 제공, 가격: 8,200원)
작품유형: 동양판타지, 오메가버스, 재회물, 기억상실
시대/장소: 6과거/가상제국 방국
커플: 방현성(10대 초반->20대, 친왕->황제, 기억상실공), 기조(10대 후반->20대, 암살자, 율목친왕->화비, 자객수)
황제의 화풀이 인형이라 불리는 기조는 아무런 첩지도 없는 황궁 접객소의 노예지만 황제의 기묘한 집착 때문에 무기력한 날들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친왕이 황궁으로 돌아오고, 친왕은 재밌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황제의 장난감인 기조에게 변덕스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황제의 폭력과 매정한 처사에만 익숙하던 기조는 장난이라지만 가끔씩 잘 대해주는 친왕의 태도에 마음이 흔들린다. 한편 황제는 기조에게 폭력을 계속해서 행사하면서도 집착하고 놓아주지 않는데...
1권
1장. 가을
2장. 방연호
3장. 겨울 - 1
2권
3장. 겨울 - 2
4장. 방현성
5장. 봄
結
외전
1. 토납
2. 절연
review:
표지 그림이 열일한 작품입니다. 설정과 세계관이 형편없지는 않으나 작가의 서양판타지보다 여러모로 부실합니다. 초반의 우울하고 피폐한 상황은 흥미를 끌지 못했고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데 실패했습니다. 반전과 복선이 있긴 했으나 주위를 환기시킬 정도는 아니며 심심하게 지나갑니다. 평균이하입니다.
녹색 까마귀 1-2 (2017. 2. 8, 북큐브 출판, 리디북스 제공, 가격: 8,000원)
작품유형: 서양판타지, 기억상실, 재회물
시대/장소: 69년-7642년/파르티잔 산맥, 마이언 왕국
커플: 시빌 마이언(300세 이상, 레비쥬, 북부대공->왕, 난독증, 기억상실공), 레이븐(1000세 이상, 카디넬, 파르티잔 마법사, 소심수)
전쟁의 신과 마법의 신이 사라졌지만 그 힘은 인간의 몸에 스며들었다. 전쟁의 힘을 가진 레비쥬들은 마법사들을 파트너로 삼아 세계를 유린한다. 그러던 어느 날, 레비쥬 시빌은 낯선 곳에서 눈을 뜬다. 그런데 3년이 지나 있고 그간의 기억도 없다?
믿었던 마법사에게 배신당한 것을 깨달은 북부의 왕 시빌은 복수를 결심하고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그런데 기억을 잃은 3년 동안 함께 지냈다고 하는 숲지기 레이븐이 점점 거슬리기 시작한다. 마법사는 아니라는데 그렇다고 평범한 인간도 아닌 것 같고, 하는 짓은 반짝거리는 것에 약한 게 꼭 까마귀 같고. 자꾸 녀석이 등장하는 야한 꿈도 꾸고…….
능청스런 전쟁의 화신이 자신의 화려한 금발로 까마귀 같은 수를 홀려 낚아채는 이야기.
1권
깨어남
3년
하얀 도시의 왕
외전 영주님의 이름
2권
대관식
Epilogue
외전 푸른 둥지의 왕
외전 Raven
외전 후일담
외전 주인님
외전 옛날이야기
외전 후일담 2
외전 팬레터
외전 까마귀 은화
외전 레이븐 컬렉션
review:
배경 지식을 알면 알수록 깨닫는 것이 많은 작품입니다. 전신의 조각 레비쥬, 마법의 관념에 사로잡힌 마법사. 인간이지만 짐승의 영혼을 가진 카디넬.
“예전에 신들이 살아서 땅 위를 걷던 시대가 있어. 인간들과 사랑하고 왕국에 간섭하며 그 힘을 대지 위에 마구잡이로 퍼부었다. 그러다가 전쟁이 일어나 죽는 자들이 자들이 생겨났다.”
“죽어? 신이?”
“응. 전쟁의 신과 마법의 신이 죽었지. 그들의 힘은 세상으로 흩어지고 신으로서의 의식은 소멸되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던 거야.”
“신은 죽었지만 전쟁이 사라진 것도, 마법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거든. 인간이 일으키는 전쟁과 마법들은 그대로 ‘관념’이라는 것이 되어 세상에 뭉쳤어. 세계를 떠돌던 관념은 구름처럼 뭉쳐 흐르다 그 몸이 무거워지면 비처럼 떨어졌다. 그러한 관념의 비를 맞은 인간은 신의 조각이라 할 만한 것이 되었지.”
“그중 전신의 힘을 가진 자를 ‘레비쥬’라고 한다.”
“신의 힘을 지녔으며 쉽게 죽지도 않고,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능력으로 전쟁을 일으키지. 그들은 죽음의 바람이다. 조각을 품었기에 불안전한(-> 불완전한) 그들은 완전을 꿈꾸며 다른 레비쥬를 죽이지만 결코 모두를 죽이지는 못하지. 그것은 마법사들도 마찬가지. 마법의 관념에 후려쳐진 그들은 완전한 마법의 지배를 꿈꾸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관념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레비쥬와 마법사는 계속해서 생겨나니까. 그래서 마법사와 레비쥬는 동맹을 맺는다.”
“힘을 합쳐 다른 모든 레비쥬와 마법사를 죽이는 것이 그 동맹의 요지.”
전쟁의 신과 마법의 신의 조각을 가진 레비쥬와 마법사는 연합하여 다른 레비쥬와 마법사를 죽이는 것이 운명입니다. 신의 조각을 가진 레비쥬와 마법사는 죽을 정도의 상처를 입지 않는 한 영원히 삽니다.
“인간이 만든 신에 대항하여 자연의 편에 선 자들이 숲지기다.”
“그래서 우리가 짐승의 족속이라 불리는 것이고 인간들에게 또한 배척받는 것이지.”
인간에게 죽음의 비밀을 말해 주고 신에게 마법의 비밀을 알려준 까마귀는 무덤에 외로이 앉아 있었다. 그는 세상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까마귀들이 시체를 먹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죽은 이의 비밀 또한 갖기 때문이다.
“카디넬은 성인이 될 때 자신을 수호해 줄 짐승을 고르게 됩니다. 그 짐승의 이름이 자신의 이름이 되고, 그 짐승의 영혼이 그자의 영혼이 되는 거지요. 그러니까, 그 전설 속의 까마귀가 저는 아닙니다만 굳이 따지자면 같은 영혼이라 할 수도 있는 거지요.”
운명에 이끌려 끊임없이 전쟁을 치르는 레비쥬와 마법사에 대항하여 자연의 편에 선 자들이 숲지기 카디넬입니다. 모든 일의 시작은 세상의 비밀을 인간과 신에게 말해 준 까마귀로부터입니다. 때문에 까마귀는 끊임없이 신들의 위협을 받는 신세가 됩니다. 공존할 수 없는 각자의 영역과 본능이 충돌하며 만들어낸 갈등이 작품의 주제입니다.
200년간 북부의 영지를 다스려온 레비쥬 시빌이 실종된 지 3년. 북부의 영지는 시빌의 마법사 아일린이 새로운 레비쥬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합니다. 각자의 세력을 가진 세 명의 레비쥬는 북부로 모여들어 싸움을 준비합니다. 한편 아일린에게 배신당해 목이 베이고 기억을 잃은 시빌은 파르티잔 산맥에서 숲지기 레이븐의 하인으로 3년을 지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를 떠올립니다. 대신 레이븐과 함께한 3년의 기억은 잃어버립니다.
기억을 되찾자마자 북부로 길을 떠나는 시빌. 레이븐을 시중꾼 겸 길잡이로 데려갑니다. 가는 도중 만난 레비쥬들은 모두 죽이고 수하도 두 사람 거둡니다. 영지로 돌아가 자신을 배신한 아일린을 죽이고 왕국을 되찾습니다. 그 후 마법사 없이 20년간 북부를 지배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잃어버린 3년을 기억하고 파르티잔으로 레이븐을 찾아갑니다. 죽지 않는 사람들답게 200년 후의 평범한 일상까지도 외전으로 풀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품의 전반부가 배경 설명과 복수에 관한 이야기라면 후반부는 영원히 사는 권력자가 권력을 내려놓는 과정입니다. 특히 자신 외에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고생하며 가꾼 나라가 조각날 수도 있기에 파급력이 큽니다. 300살이 넘고 200년 이상을 통치했기에 지겨울 수도 있지만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시빌은 연인인 숲지기와 함께 숲에 은거합니다. 레이븐이 1,000년을 넘게 산 마법사라는 점에서 영원한 통치가 가능함에도 왕위에서 물러납니다. 영생. 전쟁의 신. 세상의 모든 비밀을 아는 마법사. 설정과 소재는 신들의 판타지인데 주제는 유한한 인간입니다. 시빌은 왕국의 되찾을 때 레비쥬를 죽일 수 있는 무기까지 인간에게 줍니다. 자신이 레비쥬임에도 인간에게 왕국을 되돌려주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평균이상입니다.
이 작품의 진가는 후속편에 있습니다. 인간의 통치로 이어지던 마이언 왕실에 돌연변이처럼 나타난 적통의 마법사 왕자. 그리고 그를 보필할 레비쥬 장군. 시빌이 지배하던 최초의 마이언 왕국처럼 레비쥬와 마법사 조합으로 영원한 통치가 가능한 구성이 후속작의 설정입니다.
만우의 궁 외전증보판 1-5, 외전(2020. 9. 25, 비하인드 출판, 리디북스 제공, 가격: 17,500원)
작품유형: 중동판타지, 황궁물, 임신수
시대/장소: 철기시대/가상왕국 모하림
커플: 이티마드 아타르(27->33, 모하림 왕국의 샤, 집착공), 니라브 자이나(23->29, 노예->샤의 반려, 노예수)
“이번 만우절에 가장 훌륭하게 나를 속인 자에게 대재상의 자리를 주겠다.”
재치있는 거짓말로 상대를 속이는 것이 허락되는 만우절을 한 달 앞두고, 샤 이티마드가 대신들에게 선언한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거짓이 몰아치는 와중, 샤 이티마드가 노예인 니라브를 귀족으로 오해하는 일이 벌어진다.
니라브의 주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니라브를 귀족으로 꾸며 샤 이티마드의 앞에 내놓는데….
무뚝뚝한 표정의 노예와 모든 것을 가졌지만 연인만 없는 샤의 이야기.
1권
1. 서장
2. 연애의 궁(1)
3. 연애의 궁(2)
2권
4. 연애의 궁(3)
5. 연애의 궁(4)
6. 연애의 궁(5)
3권
7. 거짓의 궁(1)
8. 거짓의 궁(2)
9. 거짓의 궁(3)
4권
10. 거짓의 궁(4)
11. 거짓의 궁(5)
12. 거짓의 궁(6)
5권
13. 거짓의 궁(7)
14. 거짓의 궁(8)
15. 거짓의 궁(9)
16. 종장
외전
둘째
review:
중동이 배경이라 옛날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20년쯤 전에 저희 사무실로 책이 한 권 들어왔습니다. 구입인지 기증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데 같은 내용이 절반은 영어로 나머지는 아랍어로 적혀있었습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우선 수서 파트에서는 동양서(한중일 등 한자 문화권의 도서)로 등록할 것이냐 서양서(영,독,프랑스 등 로마자 알파벳 문화권의 도서)로 등록할 것이냐가 문제였고 편목 파트에서는 영어로 편목할 것이냐 아랍어로 편목할 것이냐로 시끄러웠습니다. 사실 아랍어 편목은 불가능했습니다. 아랍어 알파벳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때 외대로 전화해서 물어본 기억도 납니다. 서양서 편목 담당자는 지도를 가져와서 봐라 중동(middle east)이라는 말 자체에 동양(east)이 들어가니 동양서로 해야 한다고 했고, 동양서 담당자는 영어가 절반이니 영어책으로 편목하면 된다고 왈가왈부하다가 서양서 등록번호를 붙여서 영어책 비스므레하게 정리한 기억이 납니다.
요즘 아프가니스탄 때문에 중동이 뉴스에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지만 우리와는 기후와 인종은 물론 생활방식과 종교도 많이 다른 문화권입니다. 시대물 로맨스에서는 술탄, 하렘, 일부다처, 노예, 소년십자군, 형사취수가 클리셰로 많이 등장합니다.
“모하림이 왕국이 되기 전, 주변은 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건 알고 있겠지?”
“... 몰랐습니다.”
“첫 번째 샤이자 선지자, 예언자이신 후이나 아타르께서 여신께 물을 청한 뒤, 사막분이던 라쟌은 풍요로운 땅이 되었다. 하지만 그 기적의 땅을 노리고 여신을 믿지 않는 불신자들이 더러운 칼을 들었다. 도둑놈의 심보로 덤벼든 그 불신자들은, 곧 첫 번째 샤이자 선지자, 예언자이신 후이나의 군대에 패배하여 사로잡혔다.”
“자비로우신 여신께선 불신자들에게 기회를 주었으나, 그들은 여신을 거부하고 저주하였다. 때문에 후이나께선 그들을 노예로 삼아 수천의 윤회를 거듭해 죄를 씻도록 했다. 여신께서 내리신 성지를 탐한 죄를 씻어내기 위하여, 정명한 믿음을 지닌 자들에게 봉사하여 그 빛을 나눠 받도록 베려하신 것이지. 그들은 적이자 불신의 죄를 지은 자들이니, 죄인을 사로잡았다는 말고 마냥 틀린 것은 아니다.”
샤의 첫 번째 재상이라 불리는 모다흐 알탄은 다섯 자손을 보았는데, 그중 둘째가 야와 인연을 맺고 자식을 낳았다. 첫 번째 샤인 선지자 후이나는 대재상 모다흐 알탄을 이용하여 법과 제도를 정비했으나 두 번째 샤인 샤 모운에겐 모다흐 알탄이 필요하지 않았다. 샤 모운은 다른 이의 도움 없이도 제도와 법의 허점을 찾아내어 보완해낼 수 있는 능력자였다.
샤들은 왕국을 다스리며 부족한 능력이 생길 때마다 배우자를 통해 그 능력을 채워 넣었다.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에 탁월한 재능을 지녔던 신관이나 아름다운 무희를 배우자로 삼기도 하고, 무에의 달인이나 장군을 배우자로 삼기도 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샤들이 능력은 신에 가까워졌다. 전능하다 할 정도로 모든 것을 빠르게 익히고 다루는 샤의 모습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말하기에 부족함 없었다.
샤 자체가 신으로 모셔지지 않는 것은 여신의 신앙이 단단하기 때문이었다. 샤라는 건 결국 여신의 배우자가 될 가장 완벽한 인간을 위한 혈통이었다. 그 말인즉, 샤는 어디까지나 인간이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 2권 중에서 -
작품의 기둥이 되는 배경입니다. 사막 왕국 모하림은 척박한 땅임에도 부유합니다. 여신의 은총이 내리기 때문입니다. 여신은 왕국을 지배하는 샤를 통해 자신의 완벽한 배우자를 기다립니다. 이를 위해 역대 샤들은 나라를 경영하면서 좋은 재주를 가진 가문의 사람들과 혼인하여 그들의 재주를 지닌 후대의 샤를 낳습니다. 여신의 은총을 받은 샤는 남녀 누구든 잉태시킬 능력이 있습니다. 좋은 혈통을 섞어 더 좋은 혈통을 만드는 과정이 정반합 또는 진화의 무한순환을 보는 것 같습니다.
거짓의 달에 주인의 옷을 입은 니라브를 만난 샤는 그를 시골의 병약한 귀족청년으로 착각합니다. 그러나 샤의 눈에 띈 니라브는 노예 입니다. 재상가의 사생아라 혈통은 좋을지 모르나 여신을 믿는 그는 신앙적으로 종속되어 있으며, 죽음의 윤회를 거쳐야만 천형 같은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시골 귀족의 교양 없음이 마땅찮은 샤는 그를 직접 가르칩니다. 천재에게 글자와 역사와 교양을 배운 니라브는 자의식이 생기고 현상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나 노예의 속성을 버리지는 못합니다.
종교에 기반한 신분제, 여신의 반려를 낳아야 하는 의무, 진흙 속의 진주를 알아보는 안목, 배움과 진리에 대한 목마름과 바닥으로 떨어진 자존감이 작품에 녹아있습니다. 읽으면서 여러 번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샤는 니라브의 어떤 점을 장점으로 보았을지 궁금합니다. 한 번 들으면 바로 기억하는 기억력일까, 고대어도 금방 배우는 언어력일까, 노예로 살았지만 여신을 원망하지 않는 신앙심일까. 사실 이런 것들은 샤의 선조들이 배우자를 통해 이미 얻은 재주일 것입니다. 아무튼 샤는 니라브를 통해 홀로 완전한 자에서 누군가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뀝니다. 평균이상입니다.
Scarface(스카페이스) 1-3 (개정판, 2017. 5. 12, 북큐브 출판, 리디북스 제공, 가격: 13,000원)
작품유형: 서양판타지, 모험물, 재회물
시대/장소: 마이언력 321년-1209년, 우주력 1년-197년/마이언 왕국, 마이언 제국(우주)
커플: 베인 호라드(29-1,085세, 레비쥬, 카디넬, 마이언 장군->우주 해적왕, 기다림공), 에일먼드 벨리셔스(20대 중반-1,000세 이상, 마이언 왕국의 왕손, 대공, 천문관측사, 마법사->마법왕, 야망수)
Story line:
신화의 시대가 끝나고 인간의 시대가 도래한 어느 날.
인간들이 패권을 장악하고 레비쥬와 마법사가 인간사회로 편입된 시대. 마이언국의 장군인 베인 호라드는 전신의 힘을 가졌다는 레비쥬지만 짝이 되어줄 마법사가 없어 능력을 다 펼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왕의 밀명을 받고 죽은 줄 알았던 왕국의 시조 시빌 마이언을 만나기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일행이자 감시자로 붙은 것은 비리비리한 연금술사 한 명. 그런데 이 연금술사의 정체가 까면 깔수록 심상치 않은데.
마법사가 필요한 전쟁광과 평화를 사랑하는 최종보스의 이야기.
1권
chapter 0. epilogue
chapter 1. 레비쥬 (1)
chapter 1. 레비쥬 (2)
chapter 1. 레비쥬 (3)
chapter 1. 레비쥬 (4)
Note 004
2권
chapter 2. 마법사 (1)
chapter 2. 마법사 (2)
chapter 2. 마법사 (3)
chapter 2. 마법사 (4)
3권
chapter 3. 인간 (1)
chapter 3. 인간 (2)
chapter 4.별
Note 블룸
Note 귀환
review:
시빌에 의해 억지로 마이언의 왕이 된 스카 벨리셔스의 후손이 주인공입니다. 깡패와 도둑 출신 선조의 훌륭한 전통에 따라 벨리셔스 왕가의 왕위 쟁탈전은 살벌합니다.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고 욕망을 감추려 들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잘 나가던 마이언 왕국은 옆 나라 셀바스에 레비쥬 왕이 등극하면서 위험에 빠집니다. 레비쥬 왕 바올은 전쟁을 일으키고, 마이언 왕의 장남 아민공이 전사합니다. 바올에게 계속 밀리던 마이언에 레비쥬 장군이 나타나면서 전쟁은 소강상태에 빠집니다.
외적으로는 전쟁 중이며 내적으로는 왕위 쟁탈전이 한창인 왕가에 외로운 섬처럼 동떨어진 인물이 있습니다. 죽은 왕의 장남 아민공의 외아들 에일먼드입니다. 십대의 나이에 아버지가 전사하고 복수하지 말라는 유언을 철저히 지켜 전쟁에 나서지 않음으로 왕위 쟁탈전에서 빠진 인물입니다. 연금길드원으로 돈 많은 한량이나 할 수 있는 천문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그에게 소환장이 날아옵니다.
파르티잔 산맥에 사는 건국왕 시빌 마이언을 찾아가 그가 가진 왕관의 보석을 받아오라. 그것으로 다음 왕을 지명할 때 시비가 없도록 하겠다. 고귀하나 권위없는 왕족이 맡을만한 임무입니다. 연금술사이기도 한 에일먼드는 호위로 레비쥬 장군 베일 호라드와 길잡이겸 가이드로 지도제작자이자 술집주인인 헤비츠 바인헬츠와 동행합니다. 이로써 훌륭한 모험물의 얼개가 만들어집니다. 은둔 고수를 찾아가는 여행, 개성적인 파티원, 전쟁통에 대륙을 가로질러야 하는 위험까지.
뛰어난 두뇌를 가졌지만 세상사 쉽게만 살아온 연금술사인척하는 마법사(보석 취득 후 레비쥬를 죽일 것을 명령받음). 마법사가 없어 반쪽짜리 힘만 발휘하는 레비쥬. 동네에 철도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측량사(보석 취득 후 나머지 두 사람을 죽일 것을 명령받음). 겉으로는 개성적으로 보이지만 사연은 제각각이고 여행이 진행되면서 트러블도 만만찮게 일어납니다. 여행코스도 취향대로 도서관, 디저트 맛집, 술집 순례로 짜려고 신경전을 벌입니다. 파티원들 사이에 소소한 갈등이 일어나는 와중에 전쟁은 전쟁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지나려는 나라는 마이언도, 셀바스도 아닌 타타르입니다. 전쟁 중인 마이언과 셀바스 사이에서 중개무역으로 쏠쏠한 이득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나라는 국교인 도나렌교를 전도하기 위해 순례자들에게 관대하고, 세 사람은 순례자인척 타타르에 들어가 파르티잔 산맥으로 가려고 합니다.
타타르에서 거하게 사고를 치고 바다로 도망간 세 사람. 바다에서 해적 레비쥬를 만나 구사일생 끝에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시빌이 아닌 레이븐에게서 보석을 받은 세 사람은 이번에는 적국 셀바스를 가로질러 마이언에 도착합니다. 시작할 때와 몸도 마음도 바뀐 그들은 서로의 목숨을 살려주고 각자의 목적에 따라 헤어집니다. 그리고 1000년이 넘어 우주에서 재회합니다.
“혈통의 정당성을 지닌 마법사와 그를 보좌하는 레비쥬라니. 인간의 국가를 만든 입장에선 악몽 아닌가?” - 본문 중에서 -
통쾌한 한 방 또는 블록버스터급 결말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위의 전개를 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지 않는 천재 왕과 전쟁 신의 화신인 장군이 경영하는 나라. 사기캐지만 전작과 이어지는 흐름이 이런 설정이 되도록 진행되어 어색함이나 위화감이 없습니다. 그러나 천문학을 연구한 에일먼드는 별을 욕망합니다. 마법사의 연구주제는 카디넬의 속성과 비슷합니다. 벗어날 수 없는 운명입니다. 말 타고 총 쏘는 시대에 에일먼드의 욕망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시대가 계속되고 과학이 발전하여 별로 떠날 수 있기를 바라는 에일먼드는 전쟁을 갈망하는 레비쥬의 속성과 섞일 수 없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집니다. 그리고 천년이 흐른 우주력 197년. 마법왕 에일먼드가 지배하는 행성이 72개에 달하고, 이중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이 13개에 존재할 때 해적왕 호라드가 등장합니다. 그
리고 별을 갖고자 하는 욕망을 이룬 에일먼드는 전쟁을 원하는 연인을 위해 우주 전쟁을 일으킵니다.
작품에서 인상적으로 느낀 것은 위에 언급한 대로 정석대로 가지 않은 것입니다. 전작에서 도 시빌과 레이븐이라는 이상적인 레비쥬(200년 이상 영주로 군림)/마법사(이자 카디넬. 이 사람은 천년도 넘게 살았음) 조합이 마이언 왕국을 버리고 파르티잔 산맥에서 유유자적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요즘 트렌드에 맞는 소확행 같기도 하고, 소위 힘순찐(힘을 숨긴 진짜)들의 이야기 같기도 했습니다. 위기에 짠하고 나타나 나라를 구해줄 수도 있을 것 같고. 뒤의 이야기가 상상되면서도 편안해지는 마무리였습니다. 시빌과 레이븐에게 감정이입하면 전능에 가까운 사람들이 인간들 틈바구니에서 아웅다웅하는 모습도 한낱 유희로 보입니다. 이들에게는 힘든 세상일도 찰나에 불과할 뿐이라 독자에게 힘든 현실을 잊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왕손출신 마법사/장군출신 레비쥬(이자 카디넬)의 조합이 각자의 욕망을 이루고자 천년이나 헤어져 있어야 하는 당위가 잘 설명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재회하여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합니다. 우주에서의 이야기는 후일담 형식으로 내용이 길지는 않습니다. 재회 후 회포를 풀고 해적왕의 소굴에서 레비쥬들에게 전쟁의 기쁨을 알려주는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 아키즈키 코오의 《후지미 (원제: 富士見二丁目交響楽団)》시리즈나 카야타 스나코의 《델피니아 전기 (원제: デルフィニア戰記)》와 파생작 《스칼렛 위저드 (원제: スカ-レット ウィザ-ド)》, 《새벽의 천사들 (원제: 曉の天使たち)》, 《크래시 블레이즈 (원제: クラッシュ ブレイズ)》, 《천사들의 과외활동 (원제: 天使たちの課外活動)》, 《투르크의 해적(원제: トゥル-クの海賊)》시리즈처럼 베인/에일먼드, 시빌/레이븐이 함께 등장하는 우주 스토리를 한두 권 내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진정한 블록버스터가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여행을 겸한 모험을 거치며 서로를 알아가는 세 사람. 서로를 죽이라는 처음의 임무를 포기할 만큼 서로를 좋아하고 이해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수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