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문  

인간의 가장 오랜, 그리고 친숙한 인식습관은 둘로 나누는 것, 즉 이항대립입니다. 0과 1, 홀수와 짝수, 능동과 수동, 육체와 혼, 물과 불, 해와 달, 하늘과 땅, 음과 양, 삶과 죽음, 육체와 정신, 참과 거짓, 선과 악, 찬성과 반대, 가벼움과 무거움, 더하기와 빼기, 더위와 추위, 천사와 악마, 천국과 지옥, 수은과 유황¹, 그리고 남자와 여자 …….

이항대립은 상호배타적인 개념의 쌍입니다. 이런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파생한 상징주의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코드로서 수많은 문화 속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음은 여성적이고 차갑고 약하고 어두운 반면, 양은 남성적이고 뜨겁고 강하고 밝은 기운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여 하늘에도 땅에도 속하지 않는 인간조차 다시 남자와 여자로 나뉜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둘로 나누지 못할 것은 하나도 없을까요? 세월이 흐를수록 사회는 복잡해지고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둘로 나눌 수 없는 것이 반드시 존재하며, 이들 딜레마는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인류의 역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남녀 양성을 가지고 태어난 양성구유자. 어찌 보면 완전체일수도 있고, 달리 생각하면 가장 불완전한 존재일 지도 모릅니다. 이들 양성구유자를 다룬 작품을 살펴보면서 둘로 나누지 못하는 것들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해결책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주1. 수은과 유황 : 중세시대 연금술에 사용한 대표적인 물질로 수은은 -를, 유황은 +를 의미합니다. 연금술은 화학반응으로 표현되는 생명철학으로 기본교리는 ‘하나로서 전체’라는 믿음, 곧 모든 이원성의 화해를 궁극의 목표로 삼습니다. 연금술의 첫 단계는 두 가지 상반되는 재료를 섞는 것인데, 곧 여성원칙과 남성원칙의 결합을 의미합니다. 연금술사들은 그것을 ‘철학적 결혼’이라고 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