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양성구유 : 게이 로맨스의 독특한 장르

본론으로 들어가서 게이 로맨스에 등장하는 양성구유자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논의의 대상이 되는 작품들을 몇 가지 카테고리로 정리했습니다.

작가	제목	배경		발생원인		주제		출산유무		사유
		현실적	판타지	유전적	돌연변이	탐미	로맨스	유	무
야마아이 시키코	알렉산드라이트		0		0	0			0
이오카  노엘	GENE		0	0		0	0	0
하나이라츠 후지코	공포의 남자들		0	0			0		0	무성(옌호우)
	비비안		0	0			0	0
	황폐한 정원의 파수꾼	0			0		0		0	남성으로 전환
하야마	군경초		0	0			0	0
	심견초		0	0			0	0
	일야초		0	0			0		0	단편

8-1. 작가 

야마아이 시키코(山藍紫姬子), 이오카 노엘(五百香 ノエル), 하나이라츠 후지코(花郞藤子), 하야마(葉山).

위의 표를 처음 만들었을 때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작가가 모두 일본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국내 작가 중에 양성구유를 집필한 사람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제가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일본에 비해서 국내 작품의 수가 적은 것은 분명합니다.

국내에는 찾기 어려운 양성구유 작품이 일본에 많다는 것은 어떤 사실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소재의 발굴이나 집필의 자유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의 성문화가 우리보다 유연하고 확장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내 작가들은 양성구유 작품을 집필할 수 있다는(혹은 집필해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장르에 대한 개념이 없으니 결과물도 당연히 없습니다.  

한 작품만을 예로 든 야마아이 시키코와 이오카 노엘도 국내에 번역되진 않았지만 성의 변용(變容)을 다룬 또 다른 작품을 집필했습니다.

야마아이 시키코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신하는 《사랑과 증오의 미궁 (원제: 愛と憎しみの迷宮)》과 같은 작품은 물론, 《근곤화 (원제:瑾鶤花)》, 《무지개의 미인 (원제: 虹の麗人)》, 《겨울의 별자리 (원제: 冬の星座)》와 같은 양성구유 3부작과 《양성구유의 세계 (원제: 兩性具有の世界)》와 같이 제목으로 쉽게 알 수 있는 양성구유 작품을 집필했습니다. SF, 학원물, 리맨물, 양성구유, 호러, 청소년물과 같이 다양한 장르를 집필한 이오카 노엘도 《GENE》외에 남자에서 여자로 성이 변하는 《りぼん의 그림일기 (원제: りぼん繪日記)》와 같은 작품이 있습니다.     

8-2. 배경과 소재               

위의 여덟 작품 중에서 현실에 충실한 작품은 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하나이라츠 후지코의 《황폐한 정원의 파수꾼》뿐입니다. 나머지 작품은 모두 가상 국가를 배경으로 합니다. 일부 작품은 과거와 미래를 배경으로 하여 시대조차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야마아이 시키코 : 《알렉산드라이트》- 에스드리아(과거)

이오카 노엘 : 《GENE》- 차샨왕국(미래)

하나이라츠 후지코 : 《공포의 남자들》 - 팔미라(현대), 《비비안》- 오키스(현대)

하야마 : 《군경초》- 혜국(과거), 《심견초》- 심국(과거), 《일야초》- 이주국(과거)

대충 훑어봐도 작가의 특징을 알 수 있습니다. 가상 국가를 배경으로 삼았지만 현대에 초점을 맞춘 하나이라츠 후지코는 리얼리티에 충실한 반면, 가상 국가에 과거/미래를 배경으로 삼은 나머지 작가들은 현실을 무시한 판타지를 집필했습니다.    

양성구유 작품에 판타지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작가가 현대인의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찾아보기 힘든) 캐릭터를 다룬 만큼, 시대적/환경적으로 유연한 전개가 가능한 판타지를 배경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현실에 충실한 작품을 다루어봐야 이것저것 걸리는 것이 많으니까 - 자식을 낳으려면 반음양 중에서도 보기 드물다는 진성이어야 한다든지, 그들의 출생을 단순히 돌연변이로 치부해야 하는지 아니면 타당한 유전적 설명이 들어가야 하든지 - 작가의 상상력이 용인되는 장르를 배경으로 한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판타지 양성구유 작품의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스케일이 큰 대작¹이라는 것입니다.

“팔미라 왕국 쿠데타가 발생한 듯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만, 왕자가 국외로 도망쳤다는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근대에 들어오면서 지금까지 몇 번인가 있었던 정변에는, 패자의 일족은 모두 숨통이 끊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요. 그것을 5년이나 살아남았다라. 그는 평범한 왕자는 아닌 모양입니다.“

- 《공포의 남자들 1》/ 하나이라츠 후지코. 82 p. -

"크로스 전하의 호놀룰루에서의 성명발표이후, 이쪽에서는 아직 두드러진 움직임은 없습니다. 현재 오키스 제국의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인 이 탄사 장군은 정부광고를 통해 크로스 전하가 재입국을 도모하는 대로 즉시 체포하라는 성명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이번 2위의 전격적인 국외탈출에 관한 공식견해는 일절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외국보도진에게도 취재규제가 내려져, 북부에서 민중에 의한 항의행동이 시작됐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지만, 아직 확인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제도민 사이에도 강한 동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정부청사에 투석한 학생 몇 명이 오늘아침 일찍 체포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은 미정부의 대응에 집중돼있습니다. 크로스 전하와 대통령과의 회담결과에 따라서는 9년 전의 쿠데타와 같은 내란발발도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비비안》/ 하나이라츠 후지코. 23-24 p. -

12년 전에는 벽지의 비천하고 작은 나라였던 심은 지금에 와서는 대륙의 반을 장악하고 있는 대국이 되었다.

요즘 심왕에게 거역하는 인간은 조정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다고들 한다.

그 심의 수도의 이름은 「천무(天武)」라고 했다. 꽤 딱딱한 이름이지만 천도하면서 천하를 자신의 무력으로 덮겠다는 왕의 야심을 나타냈다는 이야기에 과연 그렇다고 생각했다.

- 《심견초》/ 하야마. 154 p. -

저녁 해가 흰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에스드리아 성의 벽을 핏빛으로 물들이기 전에 라몬 성장군(--> 전장군), 리비아 호장군, 다릴 쇄장군으로 이루어진 현재의 왕정에 불만을 안고 나라의 장래를 염려하는 대귀족들과 막시밀리언을 아군으로 끌어들인 혁명파는 다수의 시민들의 협력을 얻으며 속공으로 성을 공격해왔다.

한자리에 모여 있던 귀족들과 구스타프 4세는 그야말로 청천별력 같은 일에 새파랗게 질렸다.

- 《알렉산드라이트 상》/ 야마아이 시키코. 56 p. -  

에너지 문제는 세계의 운명을 나누는 중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라쵸 왕조만이 그 문제에서 벗어나, 천인의 후예에 의한 독선적인 일족 지배를 하고있다는 견해가 치인 왕조를 맹주로 한 삼국동맹의 침략을 정당화시켰다.

천공제국 라쵸 왕조는 이렇게 멸망하고, 치인 왕조가 이끄는 천공제국이야말로, 세계에서 유일한 천인 직계의 황제가 군림하는 천공제국으로서 살아남게 된 것이다.

- 《GENE 1》/ 이오카 노엘. 19 p. -

혁명과 반란, 폭동과 민중봉기를 다룬 작품 - 《알렉산드라이트》 - 이 있는가 하면 정복전쟁, 왕위찬탈을 다룬 작품  - 《심견초》, 《GENE》, 《공포의 남자들》, 《비비안》- 도 있습니다.    

전쟁과 폭동, 혁명과 반란을 다룬 소재는 변화무쌍하고 다이내믹하며 스케일이 커서 캐릭터의 이상한 몸 상태는 상대적으로 작게 보입니다. 즉 주변을 요동시켜 독자의 시선을 핵심문제에서 비켜가게 만들었습니다.

주1. 스케일이 큰 대작 : 아기자기하고 소극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은 《군경초》와 《일야초》뿐인데, 이들 작품은 정복전쟁을 다룬 《심견초》의 외전 격인 작품이므로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8-3. 캐릭터

게이 로맨스에 등장하는 양성구유는 어떤 혈통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왕가에 건강한 몸의 갓난아기가 태어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 네 조부인 칸다하 3세가, 오래만에(--> 오랜만에) 조금은 먼 친척인 우리들 공작가로부터 자매를 아내로 맞아들였지만, 태어난 이복 남매를, 그것도 모친이 서로 자매인 두 사람을 왕가는 다시 부부로 만들어버렸지. 그야말로, 분명 비참한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 두려워했었지만, 샤오란, 너는 이마에 있는 제3의 눈 외에는 어디를 봐도 이상한 곳이 없었다. 여동생인 옌호우도 마찬가지였고. 그러나, 과거에도 그러한 예는 있었다네. 신의 장난인지, 유난히 결함이 없는 아이가 태어나서 주변을 안심시킨다. 그러나, 반드시 그 다음 세대에, 보기에도 무참한 결과가 생긴가. -- 바로 너의 아이다. 새오란. 게다가 너의 신부후보는, 피의 일그러짐이 현저히 나타나있는 숙부의 딸, 그것도 확실히 저주받은 피를 이은 딸이다. 더욱 저주받을 일은, 그 혼인으로 아이가 태어나지 못 했을 경우, 너는 과거의 7세와 마찬가지로 ”마(魔)“를 반복하지 않으면 안 될 운명이었다…. 그래서 나는, 피를 바꾸기에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직게왕족의 피는 이미 한계인 것이다. 직계 내에서 무엇을 어떻게 한다 해도, 이미 피는 썩어갈 뿐이다. 지금, 여기서 새로운 피를 넣지 않으면 왕가는 멸망하고 만다고, 나는 그것만을 생각해서 행동에 나섰다.”

- 《공포의 남자들 2》/ 하나이라츠 후지코. 10 p. -

“네 신부후보가 어쩌고저쩌고 했었지.”

“사촌이다. 아버지 동생의 딸.”

“기형인가?”

“수족이 없어.”

“공작이 말했던 <7세와 같은 마(魔)>란 무슨 일이지.”

“아이를 가지지 못할 경우, 내가 7세처럼 여동생과 맺어지게 되어있었다.”

- 《공포의 남자들 2》/ 하나이라츠 후지코. 33 p. - 

“예의 여자 쪽은, 일대(一代) 잡종인 듯하네.”

“무슨 소린가?”

“단순한 <일그러짐>의 발현일 뿐이란 소리지, <선민이상가>가 울며 기뻐할 만한 귀중한 변이종은 아니었다는 소리다. 모든 태아는 뮬러관이라고 하는 조직 - 미래에 자궁이나 난관으로 발달해갈 <싹>이 되는 조직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남아의 경우에는 그 조직이 제몫으로 발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MIS라는 것이 분비되는 모양이다. 그 여자의 경우에 그것이 작용해서 자궁으로의 발달을 억제했다는 케이스인 듯하다. 그렇게 설명을 들어도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럼, 그 아이는 생물학적으로는 남자인가?”

“어느 쪽이라 가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이겠지. 양성인 것도 아닌, 다시 말해, 어느 쪽도 아니라는 소리가 되네.”

- 중략 -

“오빠인, 그에 대한 검사결과도 나와 있네.”

벳시 장군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쪽에는 이렇다할 이상한 점은 없었네. 아아, 하나있군. 무정자증(無精子症)이다. 이점과 결부해 그가 그 공작부터 얻은 정보라 말한 민족적 유전자 이상. 그 원인이 과연 실제하는 근친혼의 반복 소행에 의할 것인가, 지하광물의 영향의 가능성은 어떤가.”

- 《공포의 남자들 2》/ 하나이라츠 후지코. 178-180 p. -        

--> 팔미라 왕국의 마지막 황태자 샤오란(애쉬)은 무정자증이며, 여동생 옌호우는 어느 쪽 성도 아닌 무성(無性)입니다. 작가는 근친혼의 반복에 의한 유전적 돌연변이를 원인으로 설정했습니다.      

“네가 말하는 ‘너무 늦었다’는, 녀석을 황자로 귀국하게 하기에는 늦었다는 뜻일 테지. 그러나 ‘한사람의 반음양’이라면 불길하다 해도 ‘황제의 황후’로서, 여자로서 귀국한다면 문제는 없다.”

“그런 죄받을 짓을 잘도……, 1위께서는 황공하옵게도 황태자……!”

“반은 여자다.”

“당신께서는 형제이십니다.”

“피는 이어지지 않았다.”

- 《비비안》/ 하나이라츠 후지코. 20 p. -

--> 이번 발췌는 행간을 읽어야 합니다. 사촌(비비안과 크로스는 친사촌간임)간의 결혼을  “피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강행하는 크로스의 말에서 오키스 왕가가 근친혼에 관대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케이카는 요 일족 안에서는 무성의 아이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양성이라고 불려야 했다.

즉 남성기도 여성기도 각각 미숙하지만 두 가지 다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요 일족은 다른 일족과의 결합을 철저하게 싫어하는 일족이었다.

양성구유는 그 일족의 근친관계의 결과인 기형에 지나지 않는다.

- 《심견초》/ 하야마. 11 p. -

--> 다른 일족과의 경합을 철저하게 싫어하는 요 일족. 양성구유인 케이카는 근친관계에 의한 기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같은 요 일족을 주인공으로 삼은 《군경초》또한 동일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카사의 부친은 요나라 사람이지만, 어머니는 아니다.

무성이라고 소문이 나도, 기슈 외의 다른 누구도 카사를 맞이하러 오지 않았던 것은 그런 이유였던 거다.

- 《일야초》/ 하야마. 209 p. -

--> 요 일족에게만 나타나는 무성을 가진 카사의 혈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머니는 아니더라도 아버지가 요나라 사람이므로 양성구유가 되었습니다.

이리는 오랜 혈족간의 교배로 인해 태어난 돌연변이로, 양친을 사랑하고 사랑 받았지만, 마음 깊숙한 곳은 강한 열등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 《GENE 1》/ 이오카 노엘. 22 p. -

--> 라쵸 왕가의 마지막 왕족 이리 또한 근친혼에 의한 돌연변이로 양성을 갖고 있습니다.

양성구유의 출생 원인으로 첫손 꼽히는 것이 혈족 간 근친혼입니다. 근친혼에 대해 경직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명치 이전까지 활발하게 근친혼이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일본 왕실에서 근친혼은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이 방자 여사는 친사촌과 혼담이 오가다가 자식을 낳을 수 없다는 의사의 진단이 나오자 영친왕과 결혼합니다. 

이런 사회적 배경을 감안하면 일본작가들이 근친혼에 대해 관대하고 유연한 사고를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한 일본작가들이 왜 다량의 양성구유물을 집필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PS: 이방자 [李方子, 1901~1989]

일본 국왕 메이지[明治]의 조카인 모리마시 친왕(親王)의 딸로 태어나, 히로히토[裕仁] 왕세자의 비로 정해졌다. 이후 학습원(學習院)에 입학, 왕비수업을 받던 중 1916년 일본에 볼모로 잡혀와 일본 육군사관학생이 된 영친왕과 정략적 약혼을 하고, 1920년 황태자비가 되었다. 1921년 아들 진(晉)을 낳고, 1922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진을 잃는 슬픔을 겪었다. 1931년 다시 아들 구(玖)를 얻고 행복한 생활을 하였으나, 1945년 광복으로 일본왕족에서 제외되어 거처와 재산을 몰수당하고, 고생 끝에 1963년 의식불명이 된 병석의 영친왕과 함께 귀국하였다.

1962년 한국국적 취득 후 1963∼1982년 신체장애자 재활협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1965년 자행회(慈行會)를, 1966∼1988년 서울칠보연구소를 설립하였다. 1967∼1986년 사회복지법인 명휘원(明暉園) 이사장 및 총재, 1971년 영친왕기념사업회 이사장, 1975년 수원시 자혜학교(慈惠學校) 이사장, 1982년 광명시 명혜학교(明惠學校) 이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영친왕의 유지를 받들어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정박아 교육·지체부자유자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기술교육 등 육영사업에 정성을 쏟았다. 어린 마사코[方子]가 임신할 수 없다는 일본국의 은밀한 진단결과에 따라 조선왕족의 단절을 꾀한 정략결혼의 희생자이기는 하였으나, "내 조국도, 내 묻힐 곳도 한국"이라는 신념으로 봉사해 왔다.

1989년 5월 11일 창덕궁 낙선재에서 지병으로 비운의 일생을 마치고, 19일 경기도 남양주시 홍류릉의 영친왕묘소에 합장되었다. 서울특별시문화상, 적십자박애장 금장, 5·16 민족상, 국민훈장 모란장, 소파상 등을 받았으며, 저서로 《지나온 세월》 《세계는 하나 The World is One》 《세월이여 왕조(王朝)여》를 남겼다.

- 《Naver 백과사전》 - 

위의 작품에 등장하는 양성구유자가 황족출신(비비안, 애쉬, 이리)이거나 명예황족(케이카, 壽珠, 카사)과 같은 고귀한 혈통인 것을 감안하면 작가가 황실이라는 울타리로 등장인물의 출신을 한정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들 작품 전부가 가상 국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인 것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위의 표에 표시된 붉은 색 부분을 참고하십시오. 판타지이면서 유전적인 발생원인을 갖는 작품이 《알렉산드라이트》를 제외한 전부입니다. 즉, 현실에는 보기 드문 독특한 양성구유를 근친혼이 활발한 가상 국가의 황실을 배경 삼아 자연스럽고 당연한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싫어. 용서해주세요. 아버지! 죽이지 말아주세요….」

슈릴은 막시밀리언의 두 눈을 바라보지만 다른 인간을 보고 있었다.

과거의 아이였을 때의 기억. 그것도 두려운 죽을 뻔 했을 때의 기억이 천둥소리와 같이 그의 마음속에 되살아난 것이다.

- 《알렉산드라이트 상》/ 야마아이 시키코. 145 p. -

--> 대귀족인 에네오노르가의 슈릴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돌연변이에 의해 양성으로 태어났는데, 가문의 수치로 여겨져 아버지로부터 목숨의 위협을 받습니다.

“제가 본 그 사람의 겁먹은 듯한 표정 -- 그걸 끄집어내, 어머니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을 뿐이라고 이유를 붙이고 싶으신 거죠? 제 몸이 다른 사람과 달라 절 싫어한 게 아니라, 제 몸이 이상해서 절 멀리한 게 아니라, 제 성기가 이상해서, 남자와 여자의 성기가 달려 있어서, 그런데도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서, 그래서 그 사람은 절 부정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고, 물에 빠진 절 구할 수 없었던 게 아니라고 말씀하실 거죠? 어머니는 방관했다고 믿기 때문에 제가 안정제 중독에 빠지고 있다고 말씀하실 생각이시죠!?”

- 《황폐한 정원의 파수꾼》/ 하나이라츠 후지코. 43-44 p. -

“무섭다, 라 -- 앤도 그 말을 입에 담았어. 이제 그 애와 사는 건 견딜 수 없으니 이혼해 달라더군. 혐오와는 다르다고 했어. 공포라면서... 그게 말이 돼? 세실은 괴물이 아니야.”

스트레튼은 단숨에 와인을 들이켰다.

“...여자를 때린 건 태어나 처음이었어. 마음이 좋지 않았지. 최악이야.”

- 《황폐한 정원의 파수꾼》/ 하나이라츠 후지코. 65-66 p. -

--> 판타지가 아닌 유일한 현대물인 이 작품에서 세실은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해 양성으로 태어납니다. 그의 어머니는 불완전한 자식을 직시할 수 없어서 아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남편과 헤어집니다.  

혈족간 근친혼이 원인이 아니라면 순수한 돌연변이가 원인이 되는데, 이들은 부모로부터 외면을 당합니다. 마치 절대로 태어나서는 안 되는 끔찍한 괴물이라도 되는 양 목숨에 위협을 받고 존재를 부정당합니다. 태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존재를 부정당하는, 즉 전부가 아니면 전무인, 비운의 캐릭터가 양성구유입니다.  

8-4. 주제

그렇다면 왜 게이 로맨스에 양성구유라는 장르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동성간에 자식을 갖기 위해서는 복제인간을 만들거나 양자를 들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복제인간은 한 사람의 유전자만 갖게 되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두 사람의 자식으로 볼 수 없고, 양자 결연은 피의 이어짐이 없습니다. 그러나 파트너의 한쪽이 출산이 가능한 양성구유는 남-남사이라도 둘 사이에 친자식을 낳을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저는 이전의 저와 다른 점을 육체 안쪽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 몸의 변화에 관해서는 그저 직감으로 밖에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틀림없어요. 이전의 나와는 다릅니다. 아무래도 자궁과 고환, 모두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전의 저에게는 자궁이 없었죠. 하지만 다시 태어난 저는 양쪽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완전한 양성구유(兩性具有). 게다가 제 안의 남성도 사정할 수가 있어요. 이 점은 당신과의 성행위에 의해서 확인받았습니다.

- 중략 -

“완전한 양성구유…만일 그 여자, 아니 그 여자라고도 부를 수 없지. 그놈이 생식 행위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대단한 일이야.”

자웅의 결합 없이 생식할 수 있는 생물체는 하등한 것들 중에 많다. 예를 들면 지렁이는 하나의 몸 안에 암수가 동시에 있어 스스로 알을 낳는다. 단세포 생물이 세포 분열하는 것도 무성 생식 중 하나다. 남녀의 행위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태어나는 아이는 부모와 같은 유전자를 갖게 된다. 즉, 야마무라 사다코가 야마무라 사다코를 낳는 것이다.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건가? 

- 《링 2 : 스파이럴 (원제: らせん)》스즈키 코지. 씨엔씨미디어. 364-365 p.

--> 《링》시리즈에서 가장 무서웠던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이루어져 야마무라 사다코는 혼잣몸으로 계속 ‘자신(자식이 아님)’을 낳습니다.

[양아체…천인은 궁극적으로 단성생식(單性生殖)을 추구했어.]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는 양아체에게 이리가 설명했다.

[즉 나나 라카 같은 양성체가 천인에게는 궁극적인 이상에 가깝다는 거야. 배우자가 없어도, 혼자서 자신의 분신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건 다시 말해 자력으로 자신의 클론을 만들어내서 불로불사를 실현하려고 했던 거야.]

[이리는 당신 같은 야만족과는 다릅니다. 양아체. 하지만 당신 덕분에 난자가 발생한 건 사실이죠.]

[…내가 뭘 했다는 거지?]

그들의 말을 반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대로 양아체는 경악을 눌러 삼키고 물었다.

[나 때문에 난자가…?]

[기적을 일으킨 겁니다.]

라카는 큰 목소리로 말하고 웃었다.

[사랑이 난자를 제조하는 호르몬을 움직이게 하는 유일한 열쇠니까 말이죠.]

- 중략 -

[천인의 세계가 망한 이유를 알았겠지? 양아체]

[…사랑이 없으면 자손을 늘릴 수 없게 된 건가? 사랑이 없어졌다는 건가? 몸의 기능에 영향을 줄만큼 강한 사랑이….]

그건 양아체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놀랄 만한 사실이었다.

세계를 마음대로 다스렸던 천인이 사랑을 잃고 멸망한 것이다.

- 《GENE 9》/ 이오카 노엘. 170-173 p. - 

--> 단성생식을 진화의 꽃으로 봐야 하는지 멸망의 지름길로 봐야 하는지……. 《유전자》를 의미하는 《GENE》의 주제는 근친혼을 일삼은 종의 멸망과 사랑에 의한 새로운 탄생입니다.        

위의 표에서 보여주듯 관능과 탐미를 주제로 한 《알렉산드라이트》를 제외한 나머지 로맨스를 주제로 한 작품 중에서 자식을 낳은 작품은 《군경초》, 《심견초》, 《비비안》, 《GENE》입니다. 나머지 작품들은 자식을 낳을 수 없는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즉, 자식을 낳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모든 작품의 양성구유자가 자식을 낳았습니다. 게이 로맨스에 양성구유라는 독특한 장르가 존재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연인들끼리 자식을 낳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