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결론

게이 로맨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양성구유자는 고귀하게 태어나 연인에게 사랑 받고 자식을 낳습니다. 이성애 로맨스에 등장하는 여자와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자식을 낳는 것이 똑같습니다. 작가는 주인공의 신체적인 특징에서 독자의 눈길을 돌리기 위해 소재와 배경에 변화를 주고 역동적인 흐름으로 작품을 묘사합니다.

작가별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하야마는 현실을 무시한 로맨스에 무게중심을 많이 두었고 야마아이 시키코는 탐미와 관능의 대가답게 그쪽 방면의 묘사가 많습니다. 이오카 노엘은 미래를 배경으로 발생학적 원인을 해석하려 한 부분이 돋보이며 탐미와 로맨스 두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하나이라츠 후지코는 현재를 배경으로 양성구유를 가진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주변인의 행동을 통해 인간 존중의 모습을 훌륭하게 전달했습니다.    

“다른 사람과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슬퍼해도 하는 수 없지. 인정하렴. 하지만, 부끄러워할 필요는 전혀 없어. 머리카락이 금색이든 검든, 피부가 황색이라도, 어누(-->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듯이 말야. 조소당했다면 상처를 입는 게 당연. 그렇다고 해서 열등감을 안을 필요는 없지. 타인이란 자신과 다른 존재라고 하는 사실을 현실로써 받아들여 확실히 바라보렴. 그리고 자신에 대해 긍지를 가지지 않으면 안돼. 왜냐면 타인과 같은 부분이 있든 없든, 결국 이 세상에는 당신은 당신 한사람밖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나는…!”

개리슨은 갑자기 소리를 외치며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너를 좋아해! 네 강한 마음을 좋아한다! 의지에 넘친 눈동자를 좋아해. 너는, 너야!”

- 《공포의 남자들 2》/ 하나이라츠 후지코. 263 p. -

“도저히, 생각을 바꾸실 수는 없으십니까?”

비비안은 그 음성과 마찬가지로 표정 없는 다라 기에자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남녀 중 한쪽을 선택하라는 얘기 말인가?”

“예에. 외람되오나 전의를 대기실에 데려 왔습니다. 하나의 성별을 선택하시면 신탁은 무효가 됩니다.”

부인이 소매 자락에 매달렸다.

“부디……부디, 결단을! 제발 부탁이옵니다!”

비비안은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눈에서 궁전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파안 남국(南國) 하늘과 머리 꼭대기에 떠있는 태양을 받아 사금을 뿌려놓은 듯 반짝거리는 황금색 바다. 멀리를 보는 그 눈이 눈부심 때문인지 작아졌다.

“사물에는 모두 저마다 어울리는 모습이 있다. 기괴(奇怪)도, 전아(典雅)도, 미추(美醜)도, 모두 신께서 내려주신 유일한 형용(形容). 나는 - 내가 아닌 다른 것이 될 생각은 없다.”

- 《비비안》/ 하나이라츠 후지코. 49-50 p. - 

"세실이 실제로 날 용서했다고 생각해...?‘

스타일러가 나이프를 놓았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녀석은 사실 남자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스타일러는 가만히 냅킨으로 입가를 눌렀다.

“내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그 애에게 성별을 강요해 버린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돌이켜 보면, 그 애가...여성의 성기를 봉합하는데 분명하게 동의한 순간 같은 건 없었던 것 같아. 내가 독단으로 그 애의 성을 왜곡해 버린 거라면 내가 범한 잘못은 보상하려고 해도 보상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문제야...”

- 《황폐한 정원의 파수꾼》/ 하나이라츠 후지코. 63 p. -

“너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어. 수술하기 전에도 그랬고, 수술한 뒤인 지금도 그래. 세상에 단 하나, 누구와도 바꿀 수 없어. 네게는 가치가 있어. 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야. 날 믿어.”

- 《황폐한 정원의 파수꾼》/ 하나이라츠 후지코. 127 p. -

개인적으로 하나이라츠 후지코의 작품이 마음에 듭니다. 신체의 약점을 그대로 인정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주인공의 의연한 모습에서 현재 자신이 처한 난처한 입장을 되돌아보고 희망을 갖게 됩니다. 작가의 인간에 대한 연민과 다른 것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관대한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PS: 양성구유에 관한 신화적, 철학적, 성경적 기원과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찾아서 좀더 논리적이고 설득적인 논지로 리뷰를 전개했어야 하는데, 비교할 수 있는 작가와 작품의 수가 너무 적어서 처음의 의도와 맞지 않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