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아

첫눈 오는 날의 기적(아름다운 날, 2001)

신기욱은 자신의 소설<거울의 나라>라는 소설이 200만부 판매를 돌파하면서 여기 저기 파티와 회견으로 불려다닌다. 영화제작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성공리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피로가 겹칠데로 겹쳐 모든게 짜증스럽기만 하다. 현관문을 따려던 순간 자신을 소설속 주인공 <혁진>이라 부르며 달려드는 여자, 자신은 <지희>라고 하는데, 바로 소설속 여주인공의 이름임을 깨닫고 난감해 하는 기욱. 여자의 눈빛은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진지하기만 한데.....

review:

소설의 남자 주인공 하정찬은 강주희를 알기 전까지 자신이 선호하는 여성 스타일을 긴 생머리의 여린 풀잎 같은 여자라고 생각한다.

- 중략 -

본능이 먼저 알아본 그의 사랑. 그래, 하정찬에게 서주희라는 여자가 운명처럼 다가왔듯이, 나에게도 박현영이라는 여자를 운명이 내준 것이리라.

작품에서 남주의 마음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남주가 쓰고 있는 소설이 등장하는데 결정적인 오류(여주인공의 이름이 강주희에서 서주희로 바뀌었습니다)를 발견하고 나니 뭐랄까요, 맥이 빠진다고 해야하나? 김이 빠진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런 오류만 없었더라면 작품을 좀더 진지하게 다루었을텐데,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게 됐습니다.

또한 삽시간에 죽어버린 여주인공의 가족들과 그녀가 걸린 병까지 그녀를 감싸고 있는 환경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여주인공이 떠나고 홀로 남은 남주의 모습도 전형적인 할리퀸 식으로 흐르고 있고……

별로 남는 것이 없는 작품입니다.

PS: 암에 걸린 주인공이 등장하는 로맨스가 몇 권 있습니다.

주디스 크란츠의 《테사 켄트의 보석 (원제: jewels of Tessa Kent)》, 하이틴 로맨스 10번 엔 햄프슨의 《파도의 노래 (원제: Song of the waves)》, 209번 캐롤 모티머의 《수선화의 집 (원제: Shadowed stranger)》, 368번 레베카 플란더스의 《죽음보다 강한 것 (원제: Second sight)》. 특히 《죽음보다 강한 것》은 남주가 죽을지 살지 모르는 상태에서 작품이 끝나는 특이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