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2부작

1편 《수수께끼 풀기》 황이준, 한지연

2편 《플러스》 황이준, 한지연

수수께끼 풀기(여우, 2003)

지루하다. 견딜 수 없을 만큼……살아있는 미이라! 그것이 이준의 모습이다.

지루함을 털어 낼 신선한 사냥감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준은 달콤한 피냄새를 맡았다.

갖고 싶다. 가져랴만 한다.

드디어 사냥이 시작되었다.

6월의 어느 날, 심술궂고 장난 같은……

그들만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플러스(북박스, 2002)

다시 돌아올 그날까지 기다리겠어요.

오늘 하루만 맘껏 슬퍼하고 오늘 하루만 맘껏 울기로 하였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서 기다릴 것이다.

결혼은 할 수 없어도 믿음은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어 떠나야 하다니

과거의 자신은 철저하게 이곳.

그녀가 살고 있는 이곳에 두고 갈 것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힘들 줄 알고 있었다면?

처음 그 사람을 만났을 땐 그래서

계속 도망치려고 애쓰기도 했구.

하지만 이젠 너무 늦었어…….

한 달만, 아니 단 하루만이라도

그 사람하고 덜 살았더라면……

어쩌면…… 어쩌면 너 말대로 그렇게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은 안 돼.

지금은 그 사람도 너랑 똑같이

나한텐 가족이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또 앞으로 어떤 일이 더 일어나

나를 힘들게 할지 몰라도

난 그렇게 할 수 없어. 지석아."

- 본문 중에서 -

review:

손에 잡힐 듯한 긴장감, 철처히 파헤쳐진 심리, 백퍼센트 상황으로 이루어진 줄거리, 끔찍하지만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는 개연성, 막힘없이 읽히는 편한 문체. 그러나 이와 비례해서 분노와 슬픔은 차곡차곡 쌓입니다.

일부 독자들이 반발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참혹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뻔히 보면서 막을 수 없는 답답함이라니. 작품속으로 들어가서 두 사람을 떼어놓을 수도 없고 발만 동동 구르다 작가에게 원망을 돌린 것입니다. 저도 등장인물 모두의 생각과 감정에 휘둘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작품을 덮으면서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로맨스가 아닙니다. 결코 로맨스가 될 수 없습니다. 왜 그런지 알아보겠습니다.

연애소설의 요건과 범주 - 김창식, 《연애소설이란 무엇인가》국학자료원, 1998. 13-21 p. -

연애소설이 갖추어야 할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은 무엇인가? 연애소설로서 최소한의 필요조건은 남녀간의 사랑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녀간의 사랑을 그린다고 다 연애소설이 될 수는 없으므로 여기에 연애 소설로서의 충분조건이 뒤따르게 된다. 이제 그 문제를 하나하나 검토해보기로 한다.

- 중략 -

둘째, 연애소설에서는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나 인물들이 반드시 등장해야 한다. 이는 사랑을 전면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한 문학적 장치이다. 능숙한 연애소설 작가는 이 장애물을 소설 곳곳에 적절히 배치하여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독자들이 연애소설에 흠뻑 빠지는 이유도 두 남녀의 사랑이 그런 장애에 부딪혀 어떻게 바뀌며, 또한 그 사랑은 최종적으로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궁금증을 끝내 떨쳐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연애소설에서 사랑의 장애물과 그 극복 과정은 독자들을 사로잡는 관건이 된다. - 하략 -

--> 작가는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로 이준의 결혼을, 사랑을 방해하는 인물로 황 회장과 서영을 내세웠습니다. 장애물은 거대하고 견고했을 뿐만 아니라 이해 불가능했으며 비정상적이고 몰지각했습니다(황 회장은 정액을 제공하겠다는 이준의 의사를 무시하고 서영과 결혼하고 육체적인 관계를 맺도록 함). 극복 과정은 잔인하고 끔찍했으며(임신한 서영이 지연의 집으로 쳐들어와 일주일이나 머무는 동안 절정을 이룸) 아이의 탄생으로 완전히 극복되지도 못했습니다. 작품이 끝날 때까지 주인공들은 장애물을 극복하지도 사랑을 승화시키지도 못한 채 만신창이가 됩니다.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인물 모두는 조금도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제자리에 멈추어 있습니다. 저는 작가가 장치한 장애물이 왜 생겼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치를 떨었고 결과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셋째, 다음으로 문제삼아야 할 것은 소설에 나타난 사랑의 목표나 지향점이다. 연애의 과정이 행동 발전의 중심축을 이루더라도, 그 목표가 인간간의 깊은 이해나 화합(화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혐오나 진정한 인간 관계를 단절시키는 데 있다면, 이를 연애소설에 포함시킬 수 없다. 이는 사랑이 '자기 실존의 성취'와 관련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 자신의 실체를 깨닫는 한편, 남을 이해하며 그들과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 우리가 어릴 때 연애소설에 쉽게 빠져드는 것도 그런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을 발견하고 아울러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 하략 -

--> 서영을 혐오합니다. 그녀는 돈에 몸을 팔았고, 자존심 때문에 한 여자의 가슴에 못을 박았으며, 두 남녀의 사랑을 파괴했고, 제 몸으로 낳은 자식을 버렸습니다. 황 회장도 경멸합니다. 그는 위법적인 일을 서슴없이 자행하며, 생명을 담보로 아들을 협박해 목적을 달성합니다. 두 사람에게 숭고한 희생이나 그럴듯한 대의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단지 돈 때문이었습니다. 더욱 안 좋은 것은 이들이 어떤 희생도 치르지 않은 데에 있습니다(혹은 아주 작은 희생을 치렀거나). 잠깐의 불쾌한 결혼생활(그 동안 그녀가 얌전히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있는 행패, 없는 행패 다 부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했습니다) 이후 서영은 사랑하는 사람과 유유히 미국으로 떠나고, 황 회장은 아들을 잃었을 망정(두 사람은 원래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으니 희생이라 부를 것도 없습니다. 또한 예상했던 일입니다.) 소원하던 손자를 얻었으니 손해 본 것 없습니다. 이준과 찬혁 또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이준은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했으며 찬혁은 가족같은 사람의 슬픔을 방관했습니다.

이 작품에는 인간간의 깊은 이해나 화합이 없습니다. 인간에 대한 혐오와 인간관계의 단절이 있을 뿐입니다. 단절을 이만큼 잘 표현한 작품도 없습니다. 이준과 지연의 단절, 이준과 찬혁의 단절, 이준과 황 회장의 단절, 이준과 서영의 단절, 지연과 찬혁의 단절, 이준과 석원의 단절. 작가의 의도가 인간의 혐오와 인간 관계의 단절이라면 작가는 잘 표현했습니다. 아주 잘 표현했습니다. 가위에 눌릴 정도였으니 단연 최고입니다. 그러나 로맨스의 주제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이해, 화해, 승화, 용서, 평화, 선함, 아름다움과 같은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혹자는 시기와 질투, 분노와 복수도 포함된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것들은 사랑의 부작용일 뿐 속성이 아닙니다. 작가는 사랑 대신 사랑의 부작용을 부각시켰습니다. 그러나 부작용이 지나치면 후유증이 남습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발견하고 남을 이해하며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배우기는커녕 원망하고 미워하게 만들었습니다.

넷째, 작품에 표명된 작가의 사랑관 또는 연애관의 문제이다. 어떤 연애소설이 단순하고 흔해빠진 연애담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그 속에 사랑에 관한 작가의 생각이 분명하고 진지하게 표명되어야 한다. - 하략 -

--> 작가의 사랑관은 무엇입니까?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 것(이준)? 사랑하는 여자를 미워하는 상관을 끝까지 지켜주는 것(찬혁)? 사랑하는 남자의 임신한 아내에게 밥을 지어주는 것(지연)? 사랑하지 않는 남자의 아이는 버리는 것(서영)? 시간이 지나면 모든 일이 해결될테니 서로에게 돌아올 그날을 기다리며 인내하고 참아내는 것(이준-지연, 찬혁-서영)? 정상적인 것은 하나도 없으며, 긍정적인 것 또한 찾을 수 없습니다.

《Romance Novels : What Are They》- RWA(Romance Writers of America) Homepage -

Two basic elements comprise every romance novel: a central love story and an emotionally satisfying and optimistic ending.

- 중략 -

An Emotionally Satisfying and Optimistic Ending -- Romance novels end in a way that makes the reader feel good. Romance novels are based on the idea of an innate emotional justice -- the notion that good people in the world are rewarded and evil people are punished. In a romance, the lovers who risk and struggle for each other and their relationship are rewarded with emotional justice and unconditional love.

--> 독자에게 좋은 감정을 갖게도 못하고 공평하지도 않습니다. 착한 사람은 죽도록 고생했고 악인은 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험한 일을 겪은 주인공은 책임져야 할 아이와 상처받은 영혼으로 다시 만났으며 독자들을 감정적인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이 작품이 로맨스가 될 수 없는 이유는 경멸받아 마땅한 사람(서영과 황 회장)들이 응분의 대가없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며(미국으로 떠나는 서영과 찬혁, 아이를 얻은 황 회장, 지연에게 돌아가는 이준), 선인(지연)의 희생에 아무런 보상이 없었기 때문이며, 주인공의 사랑이 극복되지 못했기 때문이며(어디까지나 시간의 경과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 극복이 아닙니다. 이준의 노력은 가상하나 그는 실패했습니다), 납득할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끝났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은 상처받고 아이라는 숙제까지 떠맡았습니다. 작가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지옥을 그렸습니다.

로맨스가 일반 소설과 다른 점은 인생 최고의 덕목인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크리스찬 로맨스[Inspirational Romance]라는 장르가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종교적인(신성한) 가치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으며, 어떤 종교는 사랑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합니다. 좋은 로맨스는 주제(사랑)의 속성과 작품의 지향점(작가의 의도)이 일치합니다. 약간만 엇갈려도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이 둘이 반대방향을 향한다면 독자는 혼란에 빠지고, 작품은 남는 것이 없습니다.

이 작품은 로맨스는 아니지만 일반소설로는 괜찮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는 가볍고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무겁고 진폭이 큰 사건들인데, 어색하지 않게 작품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백퍼센트 상황으로 이루어진 것도 큰 특징입니다. 지연과 결혼할 수 없는 이준의 상황, 서영과 결혼해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준의 상황,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지연의 상황, 따라서 이준을 보내야만 하는 지연의 상황, 돈이 필요한 민사장 내외의 상황, 이준의 아내감으로 키워진 서영의 상황, 아이를 낳아야만 하는 서영의 상황, 그런 서영을 지켜봐야만 하는 찬혁의 상황. 각각의 상황들이 철저한 개연성을 갖고 있어 쉽게 깨지지 않는 것은 가장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족쇄가 되어 작가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고, 상황에 따른 순리대로 결말을 맺어 결국 로맨스가 아닌 일반소설이 되어 버렸습니다. 작품 전체가 상황이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모든 작품의 시작은 만남과 탐색이라는 설정 부분이 필요하며 이 과정이 지나야 상황이 전개됩니다. 이 작품이 상황으로 시작해서 상황으로 끝을 맺게 된 것은 속편이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전작에서 이미 형성된 관계가 후속작의 상황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단순하지만 폐부를 찌르는 대화도 인상적입니다. 감정이입도 무리없이 잘 됩니다. 그러나 황회장의 의도가 불분명합니다. 특히 민사장은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면서 이준에게 결혼을 강요해 놓고 정작 아이가 생기자 서영만을 챙기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민 사장이 그 정도의 인물이라면 시작 단계부터 인공수정 쪽으로 나갔으면 독자의 분노도 어느 정도 가라앉았을 것입니다. 또한 지연이 아이를 키워주기를 바라는 듯한 언급은 왜 했는지(저 아이에게 석원이까지 맡길 순 없지. 준이만 거둬주는 것만 해도 난 고맙네). 황 회장이 직접 키우려고 그런 방법을 통해 낳은 것 아닙니까? 지연이 양육하면서 후계자 교육을 시킬 생각이라면 지연이 낳은 아이도 괜찮았을텐데 왜 꼭 서영의 아이여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연의 성격상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이 낳은 아이와 다른 방법으로 양육할 리도 없고 지연의 품에서 자란 아이가 한성을 이끌어갈 재목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오타 하나 발견했습니다.

학창시절 그들과의 우정을 빌미로 연관관계를 악착같이 유지해온 송 여사는 그 시절의 묘멸감(--> 모멸감)을 한순간에 날려버리고 있었다.

PS: 아무리 끔찍한 장면이라도 여러 번 보면 참을 수 있게 됩니다. 처음 읽는 분들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아래의 장면 - 사랑하는 여인이 있는 남주가 사랑하지 않는 아내에게 임신시키는 장면 - 은 로맨스에서 처음도 마지막도 아닙니다.

배란일을 위시한 삼 일! 이준은 비상구를 향해 오늘밤도, 내일 밤도 그리고 그 다음 밤도 서영을 찾아갈 것이다. 단지 번식만을 위해. 짐승처럼 헐떡이며 번식을 하기 위해……. 이준은 오늘밤도 서영의 몸 안에 자신을 담고 악에 바쳐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치욕적인 번식행위였다. 감정적 교감도, 따스한 체온도 느끼지 않고 뼈가 서걱대면서 잠시 만났다 떨어지는, 서로를 갉아먹는 치욕과도 같은 행위였다. 자신의 몫이 끝난 이준은 재빨리 서영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 중략 -

서영은 끔찍스러웠다. 철저하게 치욕적인 번식 행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온기는커녕 자신을 내리누르는 체중도 미처 느끼기 전에 휭 하니 나가버리는 이준. 자신의 자궁 안에 정액만 뿌리고 가버리는 이준! 인간적인 배려도 따스함도 없는 철저한 공격 행위였다. 서영은 더러웠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신의 자궁안에 그 정액을 오래도록 담기 위해서 꼼짝 않고 어둠에 쌓인 천장을 노려보며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이건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짐승일 뿐이었다.

- 분문 중에서 -

마리는 청결함을 추구하기 위해 영적인 존재로의 변화를 선언한 지 일년 후에 부부침실로 돌아왔다. 세바스티앙은 혼자 지내는 밤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그녀의 몸이 옆에 닿자 침입당한 것처럼 불쾌감마저 느껴졌다. 마리의 느슨한 허리띠를 묶은 거칠게 짠 모스릴천 잠옷은 늘 수련수의 복장을 떠올리게 했다.

그렇지만 단순하고, 기본적이고, 이기적인 욕구는 해결되야 했고, 일년 동안 더욱 굳어진 그의 감정은 아내와의 육체적 결합에 사랑이 있건 없건 상관이 없었다. 그녀는 침대 위에서 그의 곁에 무릎을 꿇었다. 동물성 음식을 전혀 입에 대지 않은 그녀는 얼굴이 야위었고 검은 머리칼이 얼굴 모양을 더욱 드러내주었다.

"다시 시도할 때에요."

그녀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그녀는 무릎에 깍지낀 손을 올려놓고, 차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봉사행위를 기다리는 한 낯선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바라는 대로 해주지, 지금은. 세바스티앙은 침대 옆 탁자에 서류뭉치를 던져 놓았다. 그는 그녀에게 말은 많이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임신을 한다 해도 여전히 쓸모없는 일이 되리라고 믿었다. 육년 동안 유산을 거듭했으면, 이제 포기할 때도 된 것이다. 이번에도 그녀가 아이를 실패하면, 그는 자기는 더 이상 아이를 원치 않노라고 말할 참이었다. 다시 실망과 슬픔을 치러낼 힘이 그에게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저주받았다는 불길한 느낌도 털어버릴 수가 없었다.

"오늘 밤에 시작해도 될까요?"

그녀가 조심스레 그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일어나 잠옷을 벗었다. 그녀는 가운을 침대 가장자리에 걸쳐놓고 여전히 축복받기를 기다리는 청원자처럼 앉아 있었다. 소원이 담긴 듯한 그녀의 표정에 그의 몸속 어떤 어두운 것이 꿈틀했다. - 그는 그녀를 미워하지 않았다. 그녀가, 그들 둘 모두가 가엾을 뿐이었다.

그러나 감상이 일을 치러주는 것은 아니었다. 감상은 욕정에 자리를 물려주어야만 했다. 몇 달간 참아야 했던 그에겐 그녀의 탄탄한 올리브색 살갗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란 자극이었다. 그는 그의 몸을 뿌듯하게 바라보는 그녀의 눈을 보며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는 그녀의 턱을 손으로 받치고 기대에 찬 그녀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숨이 가빠졌고 입술이 열렸다. 그녀가 고개를 젖히며 그의 입술에 눈길을 주었다.

그는 그녀의 몸을 돌려 등이 그의 앞으로 오게 했다.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뒤로 돌아보며 잠시 멈칫했다. 이마에 주름이 잡혀 있었다. 그러더니 그녀는 고개를 팔에 묻었다.

얼굴을 팔로 가린 그녀는 그에게 모르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편이 나아. 그는 그녀가 임신을 하고 부부관계에 흥미를 잃을 때까지 앞으로는 뒤에서만 관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면 두 사람 다 억지로 사랑하는 척하지 않아도 되니까. 세바스티앙은 그녀의 허리를 들어올려 손으로 탄탄한 엉덩이를 쓸었다. 손가락끝으로 등줄기를 쓸어올라간 그는 잠시 어깨를 애무하다가, 손을 아래로 가져가 젖가슴을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부드러운 신음소리를 내더니, 애원하듯 말했다.

"느 므투르멘테 파(날 고문하지 마세요)."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세바스티앙이라고 그러고 싶을 리도 없었다. 그는 이 일을 해치우고 읽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세바스티앙은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몸을 밀어넣었다. 그녀의 몸이 그를 조였다. 그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더 깊숙이 들어갔다. 몇 초가 지나지 않아 그녀는 걷잡을 수 없는 신음소리를 냈다. 고양이처럼 등을 휜 채 그녀는 몸을 떨었다.

일 년 동안의 금욕생활은 그녀의 작은 움직임에도 그를 흥분하게 했다. 사정의 순간이 가까워 오는 환희 속에서, 그는 눈을 감은 채 그 쾌락이 그의 마음속의 닫힌 수로를 열게 내버려두었다. 그가 채 자신을 추스르기 전에 감정의 덩어리가 폭발했다. 그는 얼굴을 찌푸린 채 거친 고함을 지르며 몸 안의 것을 쏟아냈다.

거칠게 숨을 내쉬며 세바스티앙은 마리를 내려다 보았다. 그녀는 죽은 듯이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녀가 그에게서 몸을 빼내며 돌아누웠다. 침대에 웅크린 그녀의 얼굴은 감정이 격한 표정이었다.

"당신한테 다른 여자들이 있건, 그건 상관 없어요. 그렇지만 나와 자면서까지 그 여자 이름을 부르지는 말아요!"

그는 찬 물을 뒤집어 쓴 느낌이었다.

"내가 누구 이름을 부른 것 같지 않은데. 그리고 난 다른 여자가 없소."

세바스티앙은 옆으로 길게 누우며, 당황한 표정을 짓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니 부인, 말씀해보시오. 나도 기억 못하는 그 애인 이름이 뭔지."

그녀가 갑자기 그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세바스티앙은 순간적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아 세게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이 허공에서 떨렸다. 그제서야 손에 힘을 배며 그가 물었다.

"누구?"

"에이미." 그녀가 내뱉듯이 말했다.

세바스티앙은 허파에 바람이 새어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무언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자기를 손짓해 부르는 예감에 사로잡혔다. 그는 그 사실에 놀라지 않았다. 단지 마리에게 상처를 입힌 것이 미안할 따름이었다.

"그건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오. 난 당신한테 부정한 짓을 한 적이 없소. 섭섭하게 해서 미안하오."

그녀의 화가 조금 가라앉았다. 그녀는 그의 눈을 잠시 빤히 보더니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녀의 고개가 수그러졌다.

"당신이 기분좋지 않은 때 한 탓이이요, 세바스티앙, 그뿐이에요. 당신을 때릴 필요까진 없었는데. 그렇지만 당신이랑 나는, 너무 비슷해요. 너무 현실적이죠. 난 그 사실이 늘 자랑스러웠어요. 난 감정을 드러내는 걸 경멸했죠. 그리고 지금 우리 사이엔 부조화한 기운이 조금도 개입돼선 안돼요. 에미이가 누구죠?"

"당신을 만나기 전에 알던 사람이야. 미국에서. 샘낼 필요는 조금도 없어."

놀란 그녀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렇게 오래 전에요? 대체 어떤 여자였기에 그럴까!"

"잊어버려요. 난 그 사람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난 질투하는 게 아니에요. 단지 당신의 집중력을 누가 흐리게 할까봐 걱정인 거죠. 당신은 아빠가 되려고 해요. 이번 아이는 살 거에요. 때가 아주 좋아요. 별자리도, 분위기도, 징조도…."

"당신 신비주의가 효력을 나타내주길 바라오."

피곤하고 답답한 그는 그녀의 손을 놓았다. 잠시 그는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는 그녀가 나가 주기를 바라는 눈치를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그녀는 그의 가슴털의 희끗희끗해지는 좁은 부분에 키스했다. 그녀는 지금은 화가 났다기보다 가슴이 답답한 얼굴이었다.

"그럼 주무세요. 난 내 방에 가서 명상을 해야 해요."

그에게서 물러나며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침대난간에 걸려 있는 가운을 집어들었다.

세바스티앙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다음 배란기까지 안녕."

그녀가 나간 후 그는 어지러운 기분으로 일어나, 방 저편에 있는 커다란 장으로 갔다. 그는 맨 아래 서랍을 벌컥 열어젖히고, 린넨 손수건들을 마구 바닥에 꺼내놓았다. 맨 아래엔 옻칠이 된 커다란 상자가 있었다. 그는 몇 년 동안 그 상자를 열어본 적이 없었다. 그 속엔 어머니가 지니셨던 켈트족의 숱한 십자가들과 피오 보클레르가 그에게 준 성경책, 외할아버지의 권총, 그리고 그 권총에 사용되는 탄약통이 있었다.

바닥 모서리에 낡은 은빛 동전이 끼어 있었다. 은목걸이 줄에도 녹이 슬어 있었다. 세바스티앙은 목걸이를 상자의 갈라진 틈에서 잡아뺐다. 그는 발코니로 나가는 문을 열고 찬 밤공기에 알몸으로 나가 정원 저편으로 목걸이를 세게 내던졌다.

기억들은 그가 깨닫고 있던 것보다 더 위험스러웠다. 기억을 자꾸 키우면, 그는 자신의 선택과 자신의 삶, 그리고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게 될 뿐이었다. 그는 그것이 두려웠다.

- 데보라 스미스, 《미러클 : 사랑의 기적 (원제: Miracle)》, 청아출판사, 1993. 2권 39-44 p. -

비슷한 장면을 페미니즘 소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마가렛 에트우드(Margaret Eleanor Atwood)의 《시녀 이야기 (원제: The handmaid's tale)》¹의 한 장면입니다. 여주와 남자(남주가 아닙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여주 한 명입니다)와 남자의 아내가 한 침대에서 메이킹 러브도, 성교도, 강간도 아닌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배[腹]를 바람에 부풀려 나가는 배[船]

의식은 항상 똑같이 진행한다.

나는 옷을 완전히 입은 채로 위를 보게 된다. 단 건강에 좋은 하얀 면바지만은 벗고 있다. 만일 눈을 뜨면 기둥이 네 개인 세리나 죠이의 식민지풍의 특대 침대의 크고 하얀 덮개가 나지막한 구름같이 머리 위에 늘어져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그 구름에는 작은 은빛 빗방울 무늬가 가득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더 가까이 다가가면 그것이 네 장의 꽃잎의 꽃무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얀 카페트, 작은 가지무늬의 커텐, 게다가 은색 손잡이의 솔과 거울 세트가 놓여 있는 테두리를 장식한 화장대는 눈을 떠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보이는 것은 덮개뿐. 그 천은 얇아 큰 곡선을 그리며 늘어져 있고 섬세함과 육중함을 동시에 느끼게 할 것이다.

그것은 배의 돛과도 비슷하다. 산월이 가까운 임부의 배와 같은 부풀은 돛, 이라는 한 구절이 옛시에는 있다. 바람을 안는다. 배[腹]를 바람에 부풀려 나가는 배[船].

은방울꽃 안개가 우리들을 둘러싼다. 차가운 것이 거의 한기가 느껴질 정도이다. 이 방은 따뜻하지 않다.

내 머리 위, 침대 끝쪽에 세리나 죠이가 누워 있다. 그녀는 양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로 나는 그녀의 배에 머리를 올려놓고 그녀의 넓적다리는 내 몸의 양쪽에 올라가 있다. 그녀의 치골이 내 두개골의 아랫부분에 딱 닿고 그녀의 넓적다리는 내 몸의 양쪽에 올라가 있다. 그녀도 또한 완전히 옷을 입고 있다.

내 양팔은 들어올려져 있다. 그녀가 내 양손을 잡고 있다. 이것으로 우리들은 일심동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자세가 진짜 의미하고 있는 것은 그녀가 진행을 따라서 생산물도 또한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생산물이 있다고 가정하고 하는 얘기이지만, 그녀 왼손의 반지가 내 손에 죄어든다. 이것은 앙갚음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내 빨간 스커트는 허리부분까지 말려올라가 있다. 그렇게까지 위는 아니지만, 그리고 그 아래서 사령관이 퍼크하고 있다. 그가 퍼크하고 있는 것은 나의 하반신이다. 나는 메이킹 러브라고는 부르지 않겠다. 그가 하고 있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니까. 성교라는 말도 부정확하다. 그러면 둘 중의 한 명만이 열심이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또 강간이라는 말도 의미가 벗어나 버린다. 지금 여기에서는 내가 동의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행해지지 않으니까. 요컨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것이다. 선택할 것은 적고, 이것이 내가 선택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잠자코 누워 머리 위에 있는데 보이지 않는 덮개를 떠올린다. 나는 빅토리아 여왕이 딸에게 말한 충고를 생각해낸다. 눈을 감고 영국을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는 영국이 아니다. 나는 그가 빨리 끝내주기를 바랬다.

어쩌면 나는 미쳐 있고 이것은 새로운 종류의 정신요법인지도 모른다.

정말로 그렇다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나는 차도가 있어서 이런 일을 하지 않고 끝나게 될 테니까.

세리나 죠이가 나의 손을 꽉 잡는다. 마치 퍼크되어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 그녀이고 쾌감이나 아픔도 느끼고 있는 듯.

사령관은 4분의 2박자를 정확히 맞춘 행진 리듬으로 퍼크한다. 치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같이, 쉬지 않고, 그는 샤워를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남자처럼 마음에 없는 느낌으로 움직이고 있다. 뭔가 생각에 잠겨 있는 남자같이, 마치 그는 어딘가 다른 곳에서 자기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면서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이젠 그의 리듬에는 감질이 난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에 두 여자를 상대로 한다는 것은 모든 남자가 동경하는 성적인 꿈이 아닐까. 전에 그들은 그렇게 말한 것이다. 흥분되는군, 이라고.

지금 이방에서 세리나 죠이의 은색 덮개 밑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은 흥분되는 듯한 그런 것이 아니다. 정열과 사랑과 낭만이라는, 전에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개념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성적이 욕망과도 관련이 없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세레나에게 있어서는 특히 그렇다. 이제 성적인 흥분과 오르가즘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 것들은 경박함을 나타내는 것으로밖에 간주되지 않는다. 불성실한 사람을 위한 쓸데없는 기분전환에 지나지 않는다. 시대에 뒤지는 것이다. 전에 여자들이 그런 것에 관하여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여 책을 읽거나 생각하거나 걱정하거나 글을 썼던 일이 이상스럽게 생각된다. 그런 것들은 분명히 애타심이 없는 기분전환에 지나지 않으니까.

이것은 사령관에게 있어서까지도 기분전환이 아니다. 이것은 진지한 일인 것이다. 사령관 또한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이다.

실눈을 뜨면 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내 몸통 위에 쑥 나온, 결코 불쾌하지 않은 그의 얼굴을, 아마 그의 이마에는 몇 개로 뭉친 은발이 늘어져 있고 그는 내부로 가는 여행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도달하려고 서두르고 있는 장소는 마치 꿈 속같이 그가 다가가는 것과 똑같은 속도로 그에게서 떨어져가 버린다. 만일 실눈을 뜬다면 그의 뜬 눈이 보일지도 모른다.

만일, 그가 더 미남이었다면 나는 이 행위를 지금보다 더 즐길 수 있었을까?

적어도 그는 전의 남자보다 낫다. 전의 남자는 비오는 날 교회의 외투를 맡기는 곳에서 나는 듯한 냄새가 났다. 코딱지 냄새가 났다. 그 사람과는 다른 이 사령관은 방충제 냄새가 난다. 아니면 이것은 뭔가 악취미적인 면도 후에 바르는 로션 냄새일까? 왜 그는 이런 바보스런 제복을 입고 해야만 하는 걸까? 하지만 그의 포동포동 살찐 하얀 알몸이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다.

우리들 사이에서 키스는 금지되어 있다. 이 행위를 견디어 낼 수 있는 것은 그 덕분이다. 한 사람은 내 몸에 틀어박힌다. 한 사람은 몸을 움직이게 한다.

그는 안도의 한숨과 같이 꽉 누른 헐떡이는 소리를 내며 마침내 도달한다. 숨을 멈추고 있던 세리나 죠이가 숨을 내뿜는다. 팔꿈치를 대어 몸을 박히고 있던 사령관은 우리들이 결합한 몸 위에 푹 스러지는 것을 참으로 몸을 일으켜 세운 채로 있다.

그는 잠시 쉬고 몸을 빼어내서 뒤로 내려가 지퍼를 고쳐 잠근다. 그는 끄덕이고나서 뒤를 돌아보고 야단스러울 만큼 신경을 써서 문을 뒷손으로 조용히 잠그고 방을 나간다. 마치 우리들이 둘 다 병이 나서 누워 있는 그의 어머니인 듯. 이것 좀 우스운 일이지만 내게는 웃을 용기는 없다.

세리나 죠이가 내 손을 놓는다.

"일어나요. 빨리 일어나 이 방에서 나가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규칙에는, 임신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그녀는 10분간 베개 위에 다리를 올려놓은 자세로 쉬게 하도록 되어 있다. 그 동안에 그녀는 조용히 명상에 빠지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는다. 목소리에는 증오가 담겨 있다. 마치 내 몸에 대고 있으면 기분이 나빠지고 자기 몸이 더러워진다고 얘기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나는 그녀의 몸에서 내 몸을 풀고 일어선다. 사령관의 정액이 다리를 타고 내려온다. 뒤돌아보기 전에 그녀가 파란 스커트가 흐트러진 것을 고치고 양다리를 조여 붙이는 것이 보인다. 그녀는 머리 위의 덮개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면서 석고 같이 굳어버리고 똑바른 자세로 침대에 누워 있다.

나와 그녀 어느 쪽이 괴로운 것일까?

- 마가렛 애트우드, 《시녀이야기 (원제: The handmaid's tale)》 문학사상사, 1991. 142-146 p. -

주1. 《시녀이야기》 : 대표적인 페미니즘 소설로 여성판 《1984년》입니다. 길리아드 공화국의 핸드메이드(자녀가 없는 고위층 집안에 대신 아이를 낳아 주어야 하는 대리모 하녀)인 오프레드의 독백을 통해서 여성의 디스토피아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