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세린
가면의 시간(눈과마음, 2002)
윤세희…쓰라린 과거의 아픔을 가진 여자. 그녀는 심장을 얼려 버릴 듯 다가서는 차가운 외로움에 꿋꿋하게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끝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악몽 속에서 언젠가는 찾아올 자신의 행복을, 자신의 사랑을 기다린다. 어느 날 우연히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남자와 부딪치고 그 첫 만남의 강렬함에 그녀는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인다. 그리고 그날 밤, 잊고 싶은 그녀의 과거는 악몽으로 되살아나고, 서서히 자신에게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다가서는 그를 어쩌지 못하는데…….
김태석…젊은 날, 순간의 욕망을 이기지 못한 실수로 죄책감을 가진 남자. 우연히 자신의 품으로 뛰어 든 여린 그녀를 만난다. 슬픔 가득한 그녀의 눈빛은 그의 심장을 사로잡고, 마냥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녀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외면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는 이제 그녀를 놓치지 않기고 결심하는데…….
review:
독자의 성향은 여러 가지라 초기작의 어설픔과 풋풋함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산전수전 다 겪어 노회(老獪)라 불러도 좋을 듯한 중견 작가의 원숙한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후자에 속합니다. 극히 일부의 작품 몇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처녀작은 베테랑 작가들은 결코 저지르지 않는 실수를 저질러 작품을 읽는 도중에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남주와 여주는 6년 전 처음 만나 관계를 가지고 헤어집니다. 그 사이 여주는 남주 모르게 임신하여 아이를 입양보냅니다. 6년 후 다시 만난 두 사람. 여주는 6년이 지났는데, 남주는 10년이 지났습니다.
몇 년 동안 회사를 키우기 위해 거의 일에만 매달려 왔었다. (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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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벌써 6년 전인데…… 그리고 그때 얼굴도 제대로 못봤는 걸 뭐." (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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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학교 물어 보셨죠? H대 건축설계학과 나왔어요. 그리고 일본에서 3년, 영국에서 3년간 유학을 했고요." (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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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태석은 유학을 마치고 회사를 차려 자리를 잡기 위해 늘 바쁘게 일한 탓에 시간이 없었고, 세희는 세희대로 직장 다니면서 야간대학 과정을 마치느라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한 적 없었다.
--> 6년의 유학 생활 이후 몇 년 동안 회사를 키웠다면 족히 십 년은 지났을 텐데, 어째서 두 사람이 6년 만에 만날 수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쉽게 지나치지 못할 실수가 있지만 작품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태석을 오랫동안 짝사랑해 왔던 비서 은영과 태석의 새로운 연인 세희의 관계가 로맨스에서는 보기 드물게 합리적으로 묘사되어 인상에 남습니다. 그러나 우연한 재회에 이어 입양보낸 아이까지 다시 찾는다는 설정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작가의 지나친 주인공 배려가 작품의 자연스러움을 해쳤습니다.
PS: 비슷한 소재의 작품으로 Robin Francis의 아메리칸 로맨스 36번 《방황하는 여로 (원제: Memories of love)》가 있습니다. 교수의 아들과 교수의 제자로 만난 남녀는 잠깐 사랑에 빠졌다가 헤어집니다. 수년 후 공항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 짤막한 인사후 다시 헤어집니다. 그러나 여주 페이지는 며칠이 지나 남주를 찾아옵니다.
남주 모르게 낳은 아이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처럼 사산된 것이 아니라 고아원에 있는 것 같다는 소식을 갖고.
고지식 대왕과 무식 마녀의 전설(눈과마음, 2004)
반듯한 이마에 날렵한 콧날, 섹시해 보이는 입술, 180센티미터가 넘는 키에 군 제대 후 지속적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매. 거기다가 자타가 공인하는 수재로 지금은 잘 나가는 외환딜러. 잘 나가는 내 인생에서, 내 삶에서 유일무이한 걸림돌이 있었으니 그 이름, 최종희. 결코 그녀와 부딪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 고지식 대왕 -
늘 익숙하다 못해 만만한 그 남자, 민재석. 24년 7개월 전부터 마주 보며 살고 있지만 그에게는 적응할 수가 없다. 그와 나는 맞는 게 하나도 없다. 아니, 뇌 구조 자체가 다르다. 행복지상주의자로서 사랑을 꿈꾸는 나는 로맨틱한 면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현실주의자인 재석이 정말 싫다. - 무식 마녀 -
그 여자가 맛있게 사는 법(눈과마음, 2003)
김은미…… 그를 본 순간 은미의 마음은 둥둥둥 북소리를 냈고, 그녀의 눈은 평상시의 배나 커졌다. 그녀가 하순과 지연이의 구박에도 불구하고 끼고 살다시피 하는 연애소설 속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한 마디로 킹카 중의 킹카리라.
황준호…… 멀리 보아도 작아 보이는 키에, 풍만한 살집을 가진 여자는 한눈에도 자신에게 넋이 빠진 듯 보였다. 그는 그런 여자가 처음도 마지막도 아닐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그의 관심을 끌기에는 분명 부족하다. 거기다 사람은 각자 수준에 맞는 사람끼리 어울려야 한다는 자만심이 가득한 그에게는 가당치도 않다.
빌링스에서 온 남자(눈과마음, 2003)
사춘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한서연. 얼음마녀라 불리는 그녀에게 어느 날 빌링스에서 온 남자가 나타난다. 따뜻한 남자지만 얼음마녀에게 따듯함은 공존할 수 없다. 다가서는 그에게 과연 어디까지 거부할 수 있을까?
일곱 살 때 입양되어 25년 만에 한국에 온 첫날. 슬픈 눈동자의 얼음마녀를 만났다. 그녀를 감싸고 있는 얼음을 녹이고 나면 그곳에는 자신과 같은 따뜻한 마음의 그녀가 있을 것 같은데……. 그가 다가갈수록 그녀는 점점 멀어지기만 한다. 그는 그녀의 얼음을 녹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