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휘경

나에게 넌(눈과마음, 2003)

나에게 그녀는…….

감히 꿈꿀 수 없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순수한 존재였지요.

순수한 그녀가 나에게 ‘짝’이라고 불러주었을 때부터 난 감히 그녀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어줄 영원한 나만의 짝으로요.

그리고 이제 그녀는 내 곁에 있습니다.

그는 나에게…….

어릴 때부터 어른 같고, 그래서 안타까운 존재였지요.

처음 만났던 그 어린 날에도 키도 크고, 손도 크고, 발도 크고, 그는 모든 것이 다 컸는데……. 그런데도 그는 늘 날 안고서 흔들어 주고 싶은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오늘도 난 착한 아이에게 하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그를 안아주고 싶습니다.

“너의 곁에 영원히 있을 거야.”

내 사랑 복숭아(눈과마음, 2004)

그 여자, 홍지영에 대한 고찰

복숭아만 보면 거의 미친다. 먹는 것, 입는 것, 심지어 주변의 공기도 복숭아로 채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거침없는 입담은 애교다. 길거리에서 펀치를 즐긴다. 게다가 나를, 남자인 나를 이겼다.

아! 충격!

그 남자, 이현오에 대한 고찰

여자 앞에서 폼 재기 좋아한다. 분위기 있는 여자가 좋다나? 그런데 알고 보면 분위기 있고 솔직 담백한, 이렇게 괜찮은 나를 툭하면 걷어찬다.

도대체 왜!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눈과마음, 2003)

나, 소영은 사람 볼 줄 아는 어르신들이 너도나도 한눈에 며느릿감으로 콕 찍는 참한 규수 중에 규수라고. 근데 뭐? 내가 싫어서 가짜 애인을 데리고 나오려고 한다고? 절대 용서 못해!

나, 강인규. 아버지 덕에 먹고 살 생각하는 한심한 족속과는 다르다. 내 길을 알고 꿋꿋이 걸어가는 남자 중에 남자지. 그런 내가 참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정략결혼, 중매결혼 등 이따위 사랑 없는 결혼이지. 어, 근데 이 여잔? 시작은 중매라도 사랑이라면 되잖아.

“나 결심했어. 이 여자랑 결혼할 거야.”

흥, 누구 맘대로.

미안하지만 난 네가 하려던 발칙한 짓거리를 알고 있다고.

“당신은 내 타입이 아니야.”

일침을 가하는 그녀의 쌀쌀맞은 소리에, 심장에 금이 가도 그녀를 포기할 수 없는 인규, 너의 앞날에 행운을…….

치명적인 우연(눈과마음, 2002)

자신을 배신한 남자를 응징하는 주연을 지켜본 준규는 그녀에 대한 야릇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가질 수 없는, 다시는 맛볼 수 없는, 그래서는 안 되는 금단의 열매인 그녀이기에 갖게 되는 욕심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녀를 보내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한데…….

평범한 사랑을 꿈꾸었지만 연이은 사랑의 실패를 맛본 그녀, 주연.

남자들이 이기적으로 내뱉곤 하는 남녀간의 우정이란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제부터 그녀 주변의 남자는 모두 친구가 될 것이다. 우정만을 나누는 친구. 그리고 그 외는 알 필요도 없는 그저 모르는 사람들일 뿐.

특별하게 오랜 시간 한 여자만을 사랑한다고 믿어온 그, 준규.

뒤늦게 깨달은 진정한 사랑을 되찾아야 하지만 그녀는 우정만을 원한다. 그녀의 마음을 열 방법은 무엇일까?

review:

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은 프로야구 심판과 톱스타의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랑'을 역설적인 제목으로 커버했습니다. 《치명적인 우연》또한 '우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독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작품에 사용된 플롯은 '우연'을 넘은 '작위'입니다(우연을 만병통치약인양 사용하면 작위의 늪에 빠져 헤어나올 길이 없습니다).

여주와 남주가 우연히 사랑을 나눈 것, 여주가 임신중절 하러 가서 우연히 남주를 만난 것, 여주가 우연히 옛 남자친구를 만난 것, 남주가 미국에서 우연히 여주에 대한 얘기를 엿들은 것. 이 외에도 얼마든지 있지만 이만 하겠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남주입니다. 그렇게 다짐해놓고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합니다. 좀 나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읽을 맛이 날 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오해하고 사과하고, 또 오해하고 사과하고를 반복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함정(눈과마음, 2003)

그는 타인의 환상을 깨는 데는 도사였다. 처음 젊은 사장이 취임했을 때 회사 내의 갓 스물을 넘긴 여직원부터 환갑에 가까운 청소부 아줌마까지 모두들 한껏 들떠 있었다. 유학 중이던 그가 처음 사람들 앞에 나타났을 때는 아버지가 과로로 인한 돌연사를 했을 때였다. 급하게 귀국해서인지 정돈되지 않은 외모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조차 너무나 멋지게 보였었다. 족히 24시간은 면도를 하지 않은 듯한 그의 얼굴은 거무스름한 수염 자국으로 남성다움을 더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잃은 그를 위로하기보다는 그의 외모와 카리스마에 존경과 흠모의 시선을 던지기에 더 바빴었다. 하지만 막상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그를 남몰래 흠모해 마지않던 모든 여성들을 질리게 만들었다. 유학파인 그가 개방적이고 여자들에게도 매너가 좋을 거란 여자들의 환상은 취임식을 가진 그날로 여지없이 깨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