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유

작품연표

여섯 번째 별

이블린의 반지 1-4, 외전 1-2 (2021.4.22, 페퍼민트 출판, 리디북스 제공, 가격: 14,300원)

작품유형: 판타지, 리맨물

시대/장소: 근대-근세/가상왕국 베린느

커플: 카이렌 나이트(21-->39, 모옌대 졸업반-->수상, 평민, 나이트 상단 상속자, 능력남), 이블린 레힐(18-->36, 모옌대 1학년-->마법부 장관, 국왕의 사촌, 마법사, 능력녀) 

Story line:

첫인상은 강렬했다. 안 좋은 쪽으로.

이블린 레힐, 왕위 계승 서열 3위에 뼛속까지 대귀족인 8서클 마법사. 카이렌 나이트, 과학을 신봉하는 베린느에서 가장 부유한 나이트 상단의 후계자.

“고작 단어 하나 지껄이는 걸로 주변을 모두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라니. 하여튼 마법사라는 종족은 나하고는 안 맞아.”

“항상 저렇게 남의 눈을 신경 쓰면서 사는 건 피곤하지 않나. 나랑은 근본적으로 달라. 친해지는 건 어렵겠어.”

절대로 호감을 가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어느 날부터 서로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마법부에는 다 머저리들만 모였나, 왜 다들 그 어린 여자 하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선배님, 선배님! 어떡해! 숨을 안 쉬는 거 같아!”

이거…, 위험하다.

본능의 경고를 기민하게 감지한 카이렌이 반사적으로 이블린의 눈을 피했다. 이런 종류의 위기감을 느껴본 건 난생처음이라 무작정 회피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격무에 시달리는 고위 관료들의 살벌한 연애담

review:

2021년에 어떻게 갤럭시 노트2를 쓸 수 있냐고 노인 학대를 멈추라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 그리고 노트2의 배터리가 간당간당하기 시작하여 갤럭시 S9으로 기기를 변경했습니다. 문제는 노트2의 노트에 리뷰용 메모를 잔뜩 써 놓았던 것입니다. 노트2가 완전히 맛이 가기 전에 얼른 리뷰를 완성해야겠다 싶어서 폰 두 개를 번갈아 보면서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그 남자 카이렌: 평민, 젊음, 부자, 능력 만렙, 목표 분명, 잘생김

그 여자 이블린: 왕족, 어림, 부자, 능력 만렙, 봉사정신 투철, 예쁨

스마트한 두뇌에 잘생김을 두르고 넘쳐나는 돈을 이용해 수상이 되려는 남자. 목표는 모두가 행복한 부강한 나라 만들기입니다. 왕국 최고의 마법사라서 왕족 신분을 자주 잊어버리는 여자. 마물 무찌르기와 잠 많이 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배경이 되는 베린느 왕국은 수상이 있는 왕정국가이며, 근대에서 근세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그런데 중세에나 등장할 몬스터, 게이트, 마법사, 마나가 나옵니다. 반면에 현대에서도 통할 성인지 감수성을 보여줍니다. 남녀 갈등이 극대 다다른 요즘 시의적절하게 읽었습니다. 시대(근대/근세)와 소재(중세)와 주제(현대)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 신선합니다. 작가는 이 모든 것을 섞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었습니다. 

싸우는 여자와 뒷바라지하는 남자. 전문직 남녀의 역할이 반전되어 재미있습니다. 재벌 출신 평민 수상과 왕족 출신 여성 마법사가 공동의 적 몬스터를 앞에 두고 의기투합하여 무찌르는 과정에 신출귀몰한 악당도 등장합니다. 남녀간 욕망이 아닌 이해를 바탕으로 관계를 형성하여 사랑도 일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보통 마스터피스급 주인공이 등장하면 재미는 있지만 여운은 남지 않는데 이 작품은 여운이 남습니다.

- 당신이 그렇게 애를 써서 만들려는 세상이, 몸과 마음을 다 갈아 바치면서 지키려는 일상이, 바로 이런 모습일 거라고 알려주고 싶었지. - 4권 중에서 -

국가경영을 위한 정치, 마물과의 전투, 줄다리기 같은 외교, 거대 상단을 이끄는 경제 논리 사이의 균형감각이 절묘합니다. 다양한 시공간을 아우르는 플롯, 복선과 암시의 완벽한 회수,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결말. 특히 주인공과 주변인의 협업에 교본 같은 작품입니다. 수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