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애경

섹스=사랑(청어람, 2004)

“내가 바라는 게 뭔 줄 알아요?”

“나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거.”

“흥! 옛날 구질구질했던 구연경을 생각하는 거라면 아주 큰 오산이에요. 난 예전과는 달라 졌으니까.”

“그래도 넌 연경이야. 내가 사랑하는…….”

“난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오늘 내게 몸을 맡길 땐 넌 예전처럼 행복해했어. 몸은 거짓말하지 않으니까.”

건우의 간절한 어조에 연경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연경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건우의 얼굴이 차츰차츰 굳어졌다. 웃음소리가 마치 건우를 비웃는 것처럼 들려왔기 때문이다.

“건우 씨가 섹스하는 덴 선수니까. 건우 씨도 알다시피 제가 민감한 여자잖아요? 오늘 아주 끝내줬어요. 하지만 어쩌죠? 그게 다 조작된 거라면? 누군가가 한유이와 남건우가 헤어지길 간절히 바랐다면?”

“너 정말…….”

뒤돌아서는 연경에게 건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언제부터…… 창녀가 됐지?”

연경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건우의 말 한마디가 연경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힌다. 그러나 연경은 애써 태연한 목소리를 낸다.

“내가 당신 곁을 떠난 이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