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

내 사랑 컴맨 (신영미디어, 1997, 제2회 로맨스소설 현상공모 당선작)

늑대 둘 여우 하나(영언문화사, 2002)

어려서부터 친구인 재신과 성열은 헛구역질을 임신으로 오해한 가족의 성화로 졸지에 결혼을하게 되고만다. 더구나 1년안에 아기를 갖지 못하면 본가로 끌려갈 처지. 이에, 밤이 되면 은근히 넘보는 성열과 접근금지를 선언한 재신의 티격태격 코미디같은 생활이 시작된다.

서로 사랑하지만 보이지 않는 자존심으로 인해 골탕먹이는 것을 일상 생활로 여기는 두 사람. 그들을 지켜보며 한심해하던 달토끼는 쓸데없는 마법을 걸어 신혼생활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큰아버님의 방문에 식사준비를 맡아준다는 조건으로 성열은 재신과의 하룻밤을 얻어내는데 성공하고 쾌재를 부른다. 그러나 재신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간 그는 아기가 유산되었다는 의사의 말에 절망에 빠지고 마는데...

몽연(영언문화사, 2002)

장르 - FF 정상, 과거)

계모의 모략에 기방으로 팔려가던 몽연은 우연히 만난 김학영의 도움으로 탈출하여 몽연터로 향한다. 친부가 터주로 있는 몽연터는 너무도 따뜻하고 아름답지만, 남장을 한 채 먼발치에서 아버지를 그리며 살아가는 그녀의 가슴에는 여전히 시린 아픔과 외로움이 존재한다.

그런 그녀의 가슴에 하얀 눈처럼 소리 없이 내려앉은 낯선 감정. 그러나 사내로 살아가는 그녀는 그 마음을 내어 보일 수가 없다.

그는 장난스레 다가서지만 때때로 의미 모를 안타까움을 담은 눈빛으로 그녀를 혼란시킨다.

그러던 어느 밤, 어둠에 숨어 여인으로 나선 그녀에게 꿈결처럼 그가 다가와 다정히 손을 내미는데…….

review:

조선시대 유토피아 - 작품에 등장하는 몽연터가 그런 느낌을 갖게 합니다. 어휘, 호칭, 사상 등 작가가 자료조사를 소홀히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지만 누구나 평등하기를 바라는 이상사회를 신분질서가 가장 엄격했던 조선시대에 구현한 것은 충분한 개연성 없이는 독자들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로 있다고 믿지 않는 "길동이"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간 배경이 소설적 허구임이 분명할진데, 여주인공 어머니의 기억상실까지 겹쳐져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작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는 아주 좋습니다. 사랑도 좋고, 이웃 간의 정리(情理)도 좋고, 화해도 좋고, 용서도 좋고. 로맨스의 순기능(順機能)을 잘 활용했습니다.

여기에 약간의 개연성만 덧붙여졌더라면 금상첨화일 텐데……

야누스의 미소 (신영미디어, 2000)

서울의 한복판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오리무중이고, 현장조사의 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한 답답한 현실 속에서 강력계 형사인 선우인숙과 황규원이 사건의 진실 속으로 한 걸음씩 서서히 다가간다. 한편 인숙에게 친구의 여자라는 슬픈 선을 그어버리고 먼발치에서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규원은 그녀와 충동적인 사랑을 나누고, 인숙은 그런 그를 향해 감추었던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내보이려 하지만 차츰 범인의 어두운 손길이....

review:

끔찍한 살인사건. 범인과의 끝없는 대결 - 이 작품은 로맨스라고 보기에는 추리 소설적인 측면이 지나치게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 전반에 걸쳐 살인사건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형사들의 수사가 대부분이고 주인공들의 사랑은 오히려 양념으로 들어간 듯 합니다.

신영미디어에서 처음 간행한 SY romance 1번 <야누스의 미소>는 장르가 추리소설입니다.

작품에서 여러 번 언급된 전문 용어들과 여러 가지 수사 기법등에서 작가가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추리소설에 있어서 필수 요소인 '논리'가 로맨스라는 '감정' 때문에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첫째, 인숙은 범인의 전화를 받고 범인이 규원이라고 의심합니다. 고등학교 동창으로 같은 대학을 졸업하고 동료 형사로 근무하는 규원의 전화목소리를 인숙은 정말로 알아듣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둘째, 범인에 의해 인숙의 남자친구가 다치고 또다른 남자는 죽임을 당합니다. 인숙은 규원을 위해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단서를 혼자서만 쥐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습니다. 죄없이 죽어간 무고한 사람들과 인숙의 직업이 형사임을 감안할 때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이런 일이 과연 있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듭니다.

발행시기도 좋지 않았습니다. 같은 날 발행된 린다 하워드의 <사랑의 표적 (원제: Kill and tell)>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로맨스에 추리나 판타지, 미스테리 등을 가미하여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고, 죽도 밥도 아닌 것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아쉽게도 이 작품은 죽도 밥도 아닌 쪽입니다.

로맨스의 측면에서 봤을 때도 작가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작품의 처음부터 규원이 인숙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답을 미리 알고 있는 수수께끼를 풀고 싶은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작가의 노력이 많이 들어간 것은 분명하지만 로맨스로 보기에는 작품 전체에 걸쳐 끼친 영향이 미미하고 추리소설로도 범작(凡作)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PS: 근거를 요구하는 사회

네블님이 말씀하신 <야누스의 미소>에 대한 제 리뷰에 대해 몇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기본적인 개념 정립부터 하겠습니다. 아래의 글은 1991년 경인문화사에서 간행한 김현경의 <문헌정보학 연습>에서 발췌했습니다.

서평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술적 서평이고 다른 하나는 비평적 서평이다. 기술적 서평은 도서의 내용이나 형태를 있는 그대로 기술하며 평가자의 주관적인 요소는 가해지지 않는 서평으로서 예술적이기보다는 과학적이며 저널리즘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보는 간략한 신간 서평들이 모두 기술적 서평에 속한다.

비평적 서평이란 창작활동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행해지는 것으로서 주로 도서의 내용을 중심으로 장단점을 가려내고 공과를 판단하며 그 분야의 타도서와 비교하여 그 도서의 위치를 확인합니다. 이론의 발전을 밝히기도 하며 그 도서의 학문적 의의를 규명한다. 즉, 비평적 서평이란 비평자의 주관이 중심이 되는 서평으로서 오늘날 문학평론가들이 즐겨 이 방법을 쓰고 있다. 작품의 내용이나 가치를 소개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올바른 감상의 기회를 주고자 함은 두 방법이 동이하나 비평적 서평은 목적의식이 보다 뚜렷하다.

평가의 목적은 일반적으로 한 도서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그 내용과 본질을 독자에게 소개하며 가치평가를 해 주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도서의 평가차원을 내용적인 면에다 둔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가 중심이 된다.

첫째, 그 도서의 내용이다. 저자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가? 즉, 그 책 속에 흐르고 있는 의미와 테마를 알아보는 일에 해당된다.

둘째, 그 도서의 형식으로서 저자가 의도하는 바를 어떠한 방법을 구성하여 표현하고 있는 가를 보아야 한다.

셋째, 그 도서의 가치에 있다. 가치는 그 도서가 지닌 정신적, 미적 가치, 문헌상의 가치, 영구적인 또는 일시적인 가치 등 그 분야에서 그 도서가 차지하고 있는 이치를 찾아냄으로써 평가의 목표를 명확하게 달성할 수 있다.

위의 글에서 서평이라 함은 '리뷰'를 말합니다. 저는 비평적 리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저는 독서 행위와 그에 따르는 비평행위의 자유는 독자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누구나 책을 읽고 비평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습니다. 또 책을 읽으면 반드시 비평을 합니다. 비평이 독자의 의무이며 다른 독자에게 아니면 작가에게 일정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비평이 일정한 논리를 갖추고 있는 바(이것은 <독서행위와 비평행위>를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님께서 말씀하신 몇 가지 사항에 대해 논리적인 반론을 펴고자 합니다.

먼저 "작가의 기를 죽여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저는 이 질문을 '글을 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와 '비판 일색의 리뷰를 올리느냐'의 두 가지로 해석했습니다.

쿤츠는 <베스트셀러 소설 이렇게 써라>에서 "글 쓰는 일을 수월한 돈벌이 라고 보아선 안 된다. 이것만큼 가혹한 읽은 없다"고 했습니다. 또 "집필은 다른 어떤 일보다도 정신 집중을 요구하고 연속적으로 긴장되는 일"이며, "만일 좀 재미있을 것 같은 줄거리를 타자로 치기만 하면 될 거라고 간단히 생각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렇게 손쉽게 쓴 작품 따위는 사주는 출판사가 없고 자신의 작업이 헛수고였음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굳이 쿤츠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글쓰기의 어려움은 잘 알고 있습니다. 줄거리(Story line)를 제외한 5줄 짜리 리뷰를 쓰는데 하루종일 고민한 적이 많았으니까요.

그렇다면 글 한 줄 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아는 사람이 책 한 권을 쓴 작가의 노력에 과연 침을 뱉을 수 있겠느냐? 더군다나 해본 적도 없는 일에? 또는 하지도 못하는 일에? 먼저 제 리뷰가 기를 죽이는지 아닌지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닙니다. 또한 제가 비판적 리뷰를 올리는데는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소설 쓰기와 같은 힘든 작업을 한다고 과정을 중요시한 나머지 결과물이 형편없더라도 잘했다고 칭찬만 할 수는 없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수대에 올라간 아들을 눈물을 머금으며 바라보는 늙은 어미의 심정이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리뷰는 작품으로 평가하는 것이지 작가가 그 작품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작가의 수고와 노력을 고려하여 칭찬 일색의 비평을 한다는 것은 값싼 동정 이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음으로 "왜 직접 소설을 쓰지 않느냐"는 질문

저는 논리적인 사람입니다. 그러나 로맨스는 감정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소설 창작은 문학 행위 중에서도 창조적인 행위에 속합니다. 개인적인 성격으로 보았을 때 소설보다는 비평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사회는 "근거를 요구"하는 사회입니다. 밥 한끼를 먹어도 영수증을 주고받습니다. 앞으로 이런 요구는 더해질 것입니다. 그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차츰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책 한 권을 읽었을 때 재미있다. 왜 어디가 재미있느냐, 시시하다. 어느 부분이 시시한지 합당한 근거를 대야 할지도 모릅니다.

제가 네블님에게 궁금한 점은 <야누스의 미소>를 읽었는지의 여부입니다. 만일 읽지 않았다면 우리사이의 논쟁은 여기에서 끝입니다. 님은 전쟁터에 무기도 가지고 오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나 읽었다면 또 다른 논쟁이 가능합니다. 저는 <야누스의 미소>에 대해 네 가지 비평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에 합당한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제가 제시한 근거를 논리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서 부연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로맨스가 아니다.

아름답고 육감적인 여자와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가 만납니다. 둘은 위험에 처해 있으며 육체적으로 끌리고 있습니다.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로맨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007 시리즈는 첩보물입니다. 저는 <야누스의 미소>를 그런 의미로 생각했습니다. 추리소설적인 측면이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주인공의 사랑은 곁다리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이며 님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백 명이 있으면 백가지 색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 리뷰입니다. 그러므로 한가지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소설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플롯과 내용을 생각했을 때 <야누스의 미소>에서 두 남녀 사이에 흐르는 감정과 그에 근접한 행동의 묘사, 즉 로맨스적 요소가 작품 전체에서 얼마를 차지하고 있는지 계산해 보시기 바랍니다. 결코 많지 않습니다. 로맨스의 요소 요건 중 첫 번째 "작품 전반에 걸쳐 남녀간의 사랑이 나타나야 한다"를 충족시키지 못하며 오히려 "작품 전반에 걸쳐 추리 소설적 측면"이 간하게 풍기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이 작품을 "로맨스가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둘째, 추리소설로는 실패했다.

그 이유로 두 가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여주인공이 오랬동안 함께 지낸 남자 주인공의 전화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했다는 비논리와 형사의 직함을 가지고 있으면서 사건에 중요한 단서를 혼자서만 알고 있었다는 이해 불가능한 행위.

셋째, 죽도 밥도 아니다.

로맨스도 아니며 추리소설로도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부분을 고려할 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넷째, 독자가 결과를 미리 알았을 때 작품의 흥미는 반감된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 훌륭한 작가의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하며 <야누스의 미소>는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네블님께서 <야누스의 미소>를 읽었다면 위에 제시한 저의 네 가지 비평을 반박할 수 있는 근거를 논리적으로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영화처럼(영언문화사, 2003)

도대체가 나쁜 놈 같아야 무서워 해줄 것 아니겠어요?

3분 포악한 척하면 뭐하냐구요. 세 시간은 별장에 쉬러 온 친구 대하듯 다정한데 말이죠.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납치라는 걸 당하긴 했는데…… 몰론 처음엔 무척 겁났죠.

그런데 이 납치범! 인물도 준수하고 키도 훤칠합니다.(미남이 최고야!)

본인은 조폭 보스라고 주장을 합니다만 악질 같아 보이지도 않는데다 납치범의 신분임을 망각하기 일쑤고(기회포착!) 그래서 영화처럼 황홀한 로맨스나 피워볼까 했더니 손만 닿아도 화들짝 놀라는 게 아무래도 뭔가 이상합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 반, 잡혀 있고 싶은 마음 반……. 이럴 땐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무래도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봐요.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