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영

시리즈  

1편 《천사와 사랑을》선우이준, 윤미사

2편 《내 아내는 보스》강지후(이준의 친구), 김단미

3편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선우세준(이준의 동생), 류하영

작품연표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영언문화사, 2002)

선우 그룹의 선우세준.

"악마의 미소"를 흩뿌리며 여자들을 모조리 사로잡는 그.

타고난 바람둥이 기질을 유감 없이 발휘하며 "돈 주앙"으로 이름높다.

돈 주앙의 작업 레이다에 포착된 새로운 목표는 꽃집 아가씨.

헌데 이 아가씨, 세준의 맹렬 어택을 요리조리 스리슬쩍 잘도 피한다.

따라다니는 남자보다는 연예인에 더 열광하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독살하고도 남을 만큼의 요리실력을 자랑하는, 자기 집도 찾지 못할 만큼 불치의 방향치를 앓고 있는 꽃집 아가씨.

정신 없이 그녀를 공략하던 세준, 어느 날 문득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히는데…….

아무래도 돈 주앙, 코가 꿰인 것 같다는.

review:

세 권쯤 읽으니 작풍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벼운 말장난, 악의없는 과장, 의미심장한 대화 다음에 이어지는 의미심장한 상황. 각 chapter의 첫머리에 실린 《플레이보이 지침서》또한 제 역할을 충분히 했습니다. 줄리아 퀸이 《공작의 여인 (원제: The duke and I)》에서 이미 사용했지만.

157센티미터에 53킬로의 꽃집 아가씨는 비정상입니다. 요리솜씨 빵점, 구제불능의 방향치, 스물 다섯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좋아하는 연예인을 필사적으로 따라 다니는 매니아적 기질, 눈치도 없을뿐더러 표정도 숨기지 못하는 이 아가씨는 좌충우돌 사건을 일으켜 웃음을 불러옵니다. 그러나 여주의 비정상도(非正常度)가 지나치게 높아 사심없이 받아들이기에 심리적인 저항감이 있으며 작품의 현실성도 그만큼 떨어졌습니다. 전반부가 지나치게 코믹해 후반부의 진지한 갈등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단점입니다.

여주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작가의 의도는 좋습니다. 순결문제는 나름의 생각들이 있을테니 생략하고, 사랑하는 사이에 대한 이준의 갈파는 정곡을 찌릅니다.

"장점도, 단점도, 인간적인 가장 추악한 부분도 남김없이 보여주는 것"

평균작입니다.

PS: 오타입니다.

지금까지 그에게 여자는 좋은 파트너였다. 이준은(--> 세준은) 여성들을 비하하거나 노리개처럼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 중략 -

운전하고 오는 동안 흥분은 어느새 모두 가라앉은 상태였고, 지금은 장하고(--> 긴장하고) 있었다.

내 아내는 보스(영언문화사, 2002)

그, 강지후>

그런대로 괜찮은 결혼 생활이다. 부모를 잃은 가여운 조카들과 늙으신 아버지의 압력에 밀려 맞선을 보고 두 달만에 한 결혼이지만, 나름대로 만족스럽다.

처음 보았을 때무터 얌전하고 단아하던 아내는 요즘 세상에서는 보기 드문 현모양처 타입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아내가 조금 이상하다.

현숙한 아내는 어디로 가고, 도대체 새벽 댓바람부터 마당을 붕붕 날아 다니는 저 여자는 누구란 말인가!

그녀, 김단미>

너무나 행복한 결혼 생활이다. 첫눈에 반한 남편과 결혼하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모른다.

그 노력의 결과로 나는 그의 아내가 되었다. 물론 요즘들어 남편이 조금씩 눈치를 채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훗, 이제 와서 어쩔 것인가?

강지후, 너는 이미 내 손안에 있음이야!

오호호호호홋!

review:

빛과 어둠, 사랑과 미움, 기쁨과 슬픔, 플러스와 마이너스 그리고 순기능과 역기능. 만물은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공존합니다. 로맨스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사랑, 가족, 화합이 로맨스의 순기능이라면 물질만능, 외모지상, 폭력의 미화는 역기능입니다.

이 작품에서 제가 주목한 부분은 순기능입니다. 부모 없는 조카를 위해 결혼을 결심하는 남주, 불쌍한 고아 남매를 친자식처럼 대하는 여주, 아이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손주의 모습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할아버지. 등장인물들의 이타적인 모습이 작품을 읽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감돌게 합니다. 폭력을 미화하지 않은 것도 좋았습니다. 표지 그림도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어린아이 둘과 어른 여성 중 인질로 잡고 있기에 어느 쪽이 편하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보다 힘이 약하니 반항도 못하고 손발을 묶어 놓으면 짐짝처럼 들고 다녀도 무방합니다. 아이 둘이 부담스럽다면 한 명만 데리고 있어도 됩니다. 정신질환자가 흉기를 휘둘러 어린아이를 해친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들 열 명이 있어도 어른 하나를 당해내지 못합니다. 경찰과 함께 있는 동안 몸 속에 무엇을 숨겼을지 모르는 성인 여자가 반항을 하지 않으리라 짐작한 부분도 이상합니다.

평균작입니다.

PS: 오늘의 주제는 '올바른 문장부호의 사용'입니다. 그림을 올린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그림부터 설명하겠습니다.

《그림 1》은 초능력자들의 텔레파시 대화를 보여준 것으로, 글자의 배치를 바꿈으로써 읽는 기능뿐 아니라 '보는' 기능을 덧붙인 예입니다. 여타의 부연설명 없이도 몇 명의 등장인물이 어느 방향에서 누구를 향해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림 2》는 '소리없는 메시지' 혹은 '의식하지 못하는 생각'을 보여준 것으로 일견 희곡같이 표기되었지만 '자각하지 못하는 의식'을 쌍점(:)과 괄호를 사용하여 독자를 이해시키고 있습니다.

《그림 3》은 글자 사이의 공간과 글자의 크기를 바꿈으로서 남주가 취하는 동작의 크기와 동작 사이의 시간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전에 어떤 분이 "오타 아니냐"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오타 아닙니다.

《그림 4》는 글자 사이의 스페이스를 없앰으로써 갈등하는 남주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발좀도와주세요제스페이스바가고장났습니다"라는 메시지는 보는 사람에게 절박한 분위기를 유도합니다.

《그림 5》는 '대한민국이 있음'을 드러냄표를 사용하여 강조하고 있습니다.

위의 예들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글자 표기에 변화를 준 것입니다. 기본적인 책의 기능(읽는 기능)을 뛰어넘는 편집으로 '보는 기능'을 강조했으며, 효과가 있습니다. 《그림 2》와 《그림 5》는 올바른 문장부호와 띄어쓰기를 하고있으며, 《그림 1》, 《그림 3》, 《그림 4》는 무시했습니다.

"어머나, 우리 은수 정말 착하기도 하지. 네가 그래도 상관없다면 그렇게 하자꾸나. 박 선생님, 은수가 양·보·하·겠·다·니 정말 잘됐어요. 그럼 은수가 양·보·한 부반장 자리는 여러분이 상의하셔서 아·무·나 맡으시죠. 오호호홋."

- 본문에서 발췌 -

작가는 대화의 일부를 강조하기 위해 가운뎃점을 사용했습니다. 문교부 고시 제 88-1호 우리나라 현행 어문 규정 - 《한글 맞춤법 규정》 - 부록에 《문장부호》에 관한 설명이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가운뎃점(·)은 "열거된 여러 단위가 대등하거나 밀접한 관계임"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문장부호이지 강조할 때 사용하는 부호가 아닙니다.

가운뎃점(·) : 열거된 여러 단위가 대등하거나 밀접한 관계임을 나타낸다.

(1) 쉼표로 열거된 어구가 다시 여러 단위로 나누어질 때에 쓴다.

--> 철수·영이, 영수·순이가 서로 짝이 되어 윷놀이를 하였다.

(2) 특정한 의미를 가지는 날을 나타내는 숫자에 쓴다.

--> 3·1 운동 8·15 광복

(3) 같은 계열의 단어 사이에 쓴다.

--> 경북 방언의 조사·연구

강조할 때 사용하는 문장부호로 드러냄표(˚,˙)가 있습니다. 이 문장부호를 글자 위에 붙이거나 밑줄을 쳐도 괜찮습니다. 작은 따옴표의 사용도 가능합니다.

드러냄표(˙, ˚) : '·'이나 '˚'을 가로쓰기에는 글자 위에, 세로쓰기에는 글자 오른쪽에 쓴다. 문장 내용 중에서 주의가 미쳐야 할 곳이나 중요한 부분을 특별히 드러내 보일 때 쓴다.

. . . .

훈민정음

[붙임] 가로쓰기에서는 밑줄( ____ , ~~~~ )을 치기도 한다.

--> 다음 보기에서 명사가 아닌 것은?

작은따옴표(' '), 낫표(「」) : 가로쓰기에는 작은따옴표, 세로쓰기에는 낫표를 쓴다.

- 중략 -

[붙임] 문장에서 중요한 부분을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드러냄표 대신에 쓰기도 한다.

--> 지금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실천'입니다.

작가는 위의 그림들처럼 글을 쓸 때 올바른 문장부호를 사용할 수도 있고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효과를 노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잘못된 문장부호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문장을 강조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효과도 동일합니다(최소한 제 눈에는 같게 보입니다).

어문 규정대로 하자면(가로쓰기 기준)

. .

이런 방법, '이런' 방법, 이런 방법이 있습니다.

컴퓨터로 문서작업을 하는 경우 어문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이런 방법, 이런 방법, 이런 방법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여러 방법을 한꺼번에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올바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데 굳이 잘못된 방법을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천사와 사랑을(영언문화사, 2002)

가족 모임인 줄만 알고 찾아간 아름답고 한적한 교외에서 이준은 아버지의 함정에 걸려들고 만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결혼식 준비를 망연히 바라보던 이준은 철저한 사업가적 기질과 빠른 계산으로 아버지의 결혼 명령에 복종하게 되고…….

대부분의 정략 결혼이 그렇듯, 그는 결혼만 하면 순종적인 아내를 집안에 둔 채 일에만 몰두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온 머리를 뒤흔드는 착각이었다!

아내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가슴 조이며 안절부절못하게 될 이준의 공처가 시대가 그를 환영하고 있었다!

review:

처음 발행됐을 당시 훑어보듯 읽고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한번 읽었습니다. 그럴듯한 상황연출과 재치 있는 대화에 재미있는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읽으니 중요한 갈등이 숨어 있었습니다.

주인공들은 상대방에게 비밀을 동반한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이준은 미사가 할아버지의 부탁 때문에, 미사는 이준이 시아버지 때문에 자신과 결혼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준의 오해는 미사의 고백으로 풀리고, 미사의 오해는 마지막에서 해결됩니다.

고아, 유괴, 기억상실로 이어지는 여주인공의 성장배경이 작위적이고 CEO라는 직업을 가진 남주의 전형적인 캐릭터 - 냉정한 계산과 합리적인 두뇌, 강철같이 견고한 의지 그리고 빙하처럼 차가운 성격 - 가 거슬리긴 하지만 괜찮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