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팥빵(현대문화센타, 2003)
가란이
볼때기는 빵빵해, 빵빵한 것 왕만두
왕만두는 맛있어, 맛있는 건 단팥빵
단팥빵은 안남준, 남준이는 질겨
질긴 건 오징어, 오징어는 깡깡해
깡깡한 건 가란이
딩 동 댕!
남준이
얼굴은 두꺼워, 두꺼운 건 전과책
전과책은 무거워, 무거우면 코끼리
코끼리는 귀여워, 귀여운 건 가란이
가랑이는 옹골져, 옹골진 건 단팥빵
단팥빵은 남준이
딩 동 댕!
연록흔 (현대문화센타, 2002)
1편 《설월(雪月) 위의 붉은 낙화(落火)》
2편 《연화(蓮花) 위의 물방울》
3편 《죽화(竹花)가 날리는 숲》
황제의 보물을 훔친 죄로 참수당할 위기에 처한 아버지의 목숨과 평생의 자유를 맞바꾼 남장소녀 연록흔. 황룡국의 천자, 가륜의 호위가 되어 황룡국에서 벌어지는 여러 기이한 사건을 해결하며 강한 무인이 된다. 주종관계는 어느덧 변색되어…….
review:
무협과 판타지, 로맨스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국내 로맨스에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남장여인이 등장하는 진부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단어와 한자를 익히며 많이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되어 중간중간 호흡이 끊어지는 것과 록흔의 죽음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주지 못한 것은 단점입니다. 가륜의 어머니에 관한 언급이 부족하여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PS: 오타입니다.
"너는 안 된다 하지만 나 역시 안 되는 걸……. 내가(--> 네가) 주인 있는 꽃이란 것도 이젠 중요하지 않다. 주인은 바뀔 수도 있으니."
- 2권 -
그가 묻는 것이 남연국의 주융이란 자가 혼례 축하 선물로 받친(--> 바친) 식양의 투명성에 관한 거라면 그녀라고 해서 알 턱이 없었다.
- 3권 -
은장도 (현대문화센타, 2002)
작품유형 - 2인 1역, 장르 - FF&P(한국, 윤회, 현재)
가륜은 거의 숨이 끊어져 가쁜 숨을 내쉬는 자신의 정혼자를 껴안았다. 중독되었음이 분명한 입술은 검게 변색되어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정혼자 옆에 앉아 가숨에 박힌 단도를 움켜쥔 그녀의 동생은 독기 잔뜩 어린, 핏물 번진 입술로 마지막 길에도 언니에 대한 저주를 뿜어대고 있었다.
"말해줘요, 공자님. 왜 언니가 아니면 안 되는 거였죠. 공자님이 아니었으면 난 착한 우리 언니를 죽이지 않았을 거예요. 왜 내가 아니고 언니죠? 정혼자라는 이유만으로 언니는 공자님의 사랑을 받아야 했던 건가요?"
가륜은 눈물 어린 눈으로 정혼자의 여동생인 정화를 응시했다.
"인화가 내 정혼자가 아니었다 해도 난 인화를 사랑했을 것이오.
정화 낭자, 그대는 참으로 무서운 짓을 했소. 어찌 이리 참혹하게 언니를 죽일 수 있소?"
"당신을 끌었던 것이 언니의 얼굴이었다면 난 다시 태어나고 또 태어나서…… 언니의 인두껍을 쓰고 당신의 사랑을 얻을 거예요. 내생에도 또 다른 후생에도 두 사람이 맺어지게 하지 않아요. 차라리 내 것이 못 되는 공자님을 죽였더라면 좋았겠지만…….
난 알았어요, 당신이 자신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게 언니였다는 걸.
그래서 언니에게 독을 먹인 거예요.
당신이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으니까.
이제 느껴지나요? 내가 매일매일 느끼던 마음의 고통이."
정화의 저주에 가륜의 입술에서 나지막한 맹세의 말이 흘러나왔다.
"그렇다면 난 인화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어도, 설령 당신과 독같은 거죽을 쓰고 있다 해도 내생이든 다음 후생이든 그녀를 찾아 사랑할 거요." 가륜은 사랑하는 여자의 마지막 생명을 부여잡듯 인화를 더욱 가까이 끌어안아 얼굴을 마주 댔다.
그런 가륜을, 사랑하는 남자를 인화는 마지막 모든 힘을 짜내어 어루만졌다.
review:
이원호의 《밤의 대통령》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철저한 자료조사, 눈에 보이는 듯한 싸움묘사, 있는지도 몰랐던 다양한 무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까지 오랜기간 준비하고 숙고한 작가의 노력이 돋보입니다. 후기에 참고문헌까지도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평상시 로맨스의 소재로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왔던 조직폭력배가 등장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일반인과 조폭의 인연, 거의 모든 로맨스에 등장하여 독자들을 식상할대로 식상하게 만든 아름답고 교활한 안티헤로인(antiheroine)과 안티히어로(antihero) 까지도 환생과 윤회의 틀에 짜맞추어 자연스럽게 이끌어 가는 솜씨가 놀랍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혈연(홍콩, 영국, 일본)이 섞여 거의 모든 부문 - 멋진 외모, 높은 작위, 최상의 부, 중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진 보스급 조직폭력배 - 에서 최고가 되어있는 남주의 지위는 지나치게 작위적입니다.
개인적으로 한쪽에서는 영원한 사랑을 속삭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폭력을 휘두르는 남주를 좋아하지 않습니다만¹작품 자체는 상당히 완성도가 높습니다. 이런 작품 - 늑대의 눈물, 악어의 눈물, 노회(老獪)한 스파이의 후회 - 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남주의 마지막 선택도 로맨스의 당연한 수순을 잘 밟았습니다.
주1. armian이 로맨스에 등장하는 폭력남주를 싫어하는 이유 : 로맨스의 역(逆)기능에 해당되는 것으로, 한 여자에게는 애절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적(敵)은 자기 마음대로 다루어도 된다는 독선, 아집, 위선, 자기기만이 싫습니다. 로맨스가 개인을 다루고는 있지만, 사회선(社會善) 또한 무시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폭력을 휘두르는 남주를 이해(용납)하는 경우는 군인, 경찰, 요원 정도 - 아시겠지만 이들은 승인(!)받은 사람들 - 입니다. 결국 취향의 문제인데, 법의 테두리를 쉽게 무시하는 남주를 armian은 좋아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