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은성

영원, 그 가능성에 대하여(큰나무, 2003)

인생이 너무나 완벽한 나머지 여자를 삶의 불필요한 존재로만 인식하는 영리한 늑대, 한윤하.

“영원? 글쎄, 그런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애초에 여자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내가 왜 그 여자와의 영원을 생각하겠어?”

인생을 현실과 이성의 눈으로만 바라보는, 그래서 자기 이익에만 충실한 교활한 너구리, 이가인.

“영원? 몸에 좋다는 영약을 죄 집어삼켜도 기껏해야 백 년을 넘기기 힘든 인간이 영원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 아야? 그 따위 있지도 않을 가능성에 내 인생을 걸 정도로 바보는 아니라고. 내 인생은 훨씬 더 많은 가능성으로 빛나고 있으니까!”

잃어버린 조각 찾기(눈과마음, 2004)

사랑을 꿈꿔 본 적 있나요?

사랑이요? 별로. 그런 걸 할 시간도, 의욕도 없어요. 뭐, 안 하고 살아도 별문제 없고, 해봤자 괜히 골치만 아프고. 그런 데 신경 쓸 시간 있으면 깡패 하나를 더 잡아넣고, 미결 사건 파일 하나를 더 뒤지는 게 생산적이고 보람되지. - 하진 -

사랑이라……. 글쎄요, 그런 걸 꿈꿨던 적이 있었던가. 아니, 없었던 듯하군요. 혹시 아주 어릴 때 그랬을 수도 있지만, 기억나지 않아요. 난 그럴 자격도 없고, 그런 걸 꿈꿀 만큼 하나님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 이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