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

2부작 

1편 《사랑하지 않는다 말하지 말라》민태준, 윤소은

2편 《꽃을 꺾으며》최도윤(민태준의 친구), 이지은 

꽃을 꺾으며 : 사랑하지 않는다 말하지 말라 외전 (2013. 9. 12, 리디북스 제공, 가격: 무료)

작품유형: 조선시대물

시대/장소: 조선/한양

커플: 최도윤(20-->25, 양반 거상, 생원, 자격지심남), 이지은(홍매, 정인주, 양반가 적녀-->기생, 가난녀)

진짜 양반 출신 거상의 적자로 포장되었으나 실상 기생첩의 아들은 도윤은 출생에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도윤에게 매심각 일패 기생 운향은 사촌이자 양반가 적녀 출신 동기의 머리를 올려달라 부탁한다. 기와집 한 채 값을 지불하고 동기의 머리를 돌리던 날, 꽃잠 대신 칼을 맞는다. 도윤은 홧김에 그녀를 매심각에서 데려와 첩장가를 간다. 아들의 혼인으로 화려한 혼맥을 맺으려는 도윤의 아버지는 홍매를 멀리 보내려하고 도윤은 필사적으로 막으려는데…….

review: 

《사랑하지 않는다 말하지 말라》에서 눈치 빠른 장사치이자 양반인 최도윤의 이야기입니다. 시기는 태준이 결혼하고 소은의 남동생과 도윤이 어울리며 지낼 때입니다. 기생 출신 생모를 가진 자격지심에 사랑하는 여인마저 기생인 도윤의 신분세탁이 주제입니다. 양반가의 적녀로 태어났으나 기적에 이름이 오른 이상 지은의 신분은 기생입니다. 이를 세탁하기 위해 지방 양반의 딸로 4년을 살고 이름도 바꿔 지은은 도윤과 혼인합니다.

아버지의 기생첩의 사치 때문에 기생이 된 지은의 처지는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사대부의 체면을 목숨처럼 여기는 조선의 양반 아비가 기생첩 때문에 적녀인 딸을 기생으로 파는 아이러니가 작품의 한 축입니다. 나머지는 도윤에 의해 다시 양반 신분이 되는 홍매의 이야기입니다.

조선이라는 신분사회의 한계와 비극을 작품에 녹였습니다. 해결과정이 속임수라 권할만한 방법은 아닙니다. 감정선도 모호하고 신분에의 한계만 두드러져 로맨스는 상대적으로 죽었습니다.     

사랑하지 않는다 말하지 말라 1-2 (2013. 9. 10, 신영미디어, 가격: 18,000원)

작품유형: 조선시대물

시대/장소: 조선/양주, 한양

커플: 민태준(20-->40대 중반, 중전의 남동생-->형조참의, 다정남), 윤소은(18-->40대 초반, 당찬녀)

그해 춘삼월, 날이 선 꽃샘바람처럼

자신을 도발하는 그녀의 눈빛이

마음속에 연정의 씨앗을 뿌렸음을

태준은 어리석게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씨앗이 초아草芽를 틔워 냈을 때,

그녀가 지기의 정혼녀가 돼 버릴 줄도…….

“사랑하지 않는다 말하지 마.

제발 그렇게만은…… 말하지 마라.”

제 실체를 속속들이 파헤치는 말로

자신의 자존심을 마구 할퀴었던 그가,

소은의 눈엔 차갑고 까칠해 보이기만 했다.

하나 어느 날 뜻밖에 마주한 그의 뜨거운 눈빛에

꽃다운 열여덟 소녀의 가슴은

속절없이 흔들리기 시작했으니…….

“사랑하지 않는다 말하지 말라 하시면 제가……

사랑하고 있다 말하여도…… 됩니까…….”

소녀를 구상유취의 싹수없는 간서치라 부른 사내와

사내를 귀공자의 거죽을 뒤집어쓴 불한당이라 부른 소녀.

그들이 높은 자존심을 던져 버린 그날

북풍한설과도 같았던 두 사람의 마음에 춘풍이 불어왔다.

1권

序章. 매화 꽃잎 난분분히

一章. 책만 읽는 바보

二章. 그날의 간서치

三章. 별산대놀이

四章. 댕기와 붓

五章. 견물생심

六章. 물화불애(勿話不愛)

七章. 살주계의 습격

八章. 천동의 별

2권 

九章. 소생의 꽃잠

十章. 청혼

十一章. 전부, 다

十二章. 친영의 날

十三章. 신혼의 아침

十四章. 사랑싸움, 눈싸움

十五章. 호랑이 아기씨

十六章. 섣달그믐, 정월초하루, 그리고

終章. 다솜 다솜(다솜: ‘사랑’을 뜻하는 옛말)

外傳. 불량스러운 나의 愛人

작가 후기

review: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성애로맨스는 정은궐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두 작품으로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위 시리즈는 남장여자가 주인공이라 전형적인 이성애로맨스는 아닙니다. 일종의 변칙입니다. 따라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성애로맨스의 정석 내지 고전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칠거지악과 삼종지도가 규범으로 존재하고 신분제와 남녀유별이 엄격했던 조선 배경의 이성애로맨스는 제약이 많습니다. 남녀가 함께 있을 기회가 적고 자유연애가 억압되었으며 혼전임신이라도 하면 돌 맞을 상황입니다. 남장이라도 하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이 작품은 조선의 가상시대를 배경으로 중전의 남동생과 한미한 가문의 여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양주지방 서원의 세 친구가 마음에 둔 훈장님의 따님은 돈 많은 장사치의 아들도, 양주 목사의 차남도 아닌 임금님의 처남에게 마음을 줍니다. 태준은 첫눈에 반하고 적대적 관계에서 재회한 소은이 지기와 혼담이 오가는 상황에서 마음고생은 물론 칼에 맞기도 합니다. 초반의 대사건으로 양주 별산대 놀이가 나오는데 어디 해설서를 옮겨온 듯 위화감이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했고 인용의 분량도 많아서 줄거리와 따로 놀로 있습니다. 그래도 조사한 정성과 집필 수준이 형편없지는 않습니다.     

작가의 의도는 답답한 조선시대에도 사랑할 사함들은 사랑을 했고, 성관계도 나름 문란했다는 것을 알리려는 것입니다. 또한 삼이네 가족, 천동이 부자의 구원, 도윤의 출생의 비밀 등으로 신분제를 비판하고 수정하려는 노력을 합니다. 읽을 만합니다. 개인적으로 줄거리나 주제보다 작품 중간에 나오는 징기스칸의 시가 기억에 남습니다.

성길사한의 시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잃고 마을에서 쫓겨났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목숨을 연명했고 목숨을 건 전쟁이 내 직업이고 일이었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말하지 말라.

그림자 말고는 친구도 없고 병사로만 십만, 백성은 어린애와 노인까지 합쳐 이백만도 되지  않았다.

배운 게 없다고 힘이 없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으나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

너무 막막하다고 그래서 포기해야겠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목에 칼을 쓰고도 탈출했고 뺨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살아나기도 했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나는 내게 거추장스러운 것은 모두 없애 버렸다.

나를 극복하는 그 순간 나는 성길사한이 되었다

PS: 전자책으로 무료 외전을 볼 수 있는데 태준의 친구 도윤의 이야기입니다.

캔디 레인 (2015. 3. 17, 신영미디어, 가격: 9,000원)

작품유형: 재회물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차승교(7-->32, HN그룹 차남, 혜윰백화점 이사, 시인, 짝사랑남), 공윤소(1-->26, 출판사 편집자, 둔감녀)

“이제 그만 가자.”

비 오는 금요일, 따분하기만 한 소개팅 자리.

그곳에 3년 만에 나타난 엄마 친구 아들은, 이상했다.

“승교, 오빠?”

그가 멈칫했다.

그녀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다 입술 끝만 올려 웃었다.

넌 아직, 여전하네…….

하는 것만 같이.

폐업 직전인 위기의 출판사.

윤소는 출판사의 사활을 위해 승교를 작가로 섭외해야만 한다.

그러나 에세이를 써 주는 대가로 그는 황당한 조건을 내걸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공윤소네 집에서 살고 싶다고.

거기에서 먹고, 자고, 글 쓰고.”

세상의 속도가 아닌 자기 속도대로 살고 있는 공윤소.

자기 속도대로 빗속을 걷는 차승교를 만나다.  

프롤로그

삼고초려도 첫걸음부터

양지 노트

삽질은 깊고 넓게

비 오는 밤

복병의 등장

아팠어

꿈을 꾸다

월, 화, 수, 목, 드디어 금

그리고 토요일

첫 번째 데이트

그날도 아마, 비

죄송합니다

나의 작은 아가씨

에필로그 1

에필로그 2

작가 후기

review: 

잘난 엄마 친구 아들에게 첫사랑 수필을 의뢰해야 하는 공윤소. 재벌 아들에 시인이기도 한 오빠의 친구가 집에 쳐들어오자 어버버하며 받아들입니다. 열여섯의 친구 여동생을 사랑한 스물둘의 청년은 미묘하게 어긋나는 운명의 장난으로 서른두 살이 될 때까지 동정을 유지한 천연기념물이 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의 매력은 첫사랑 수필을 빙자한 승교의 윤소에 대한 사랑 고백입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작용이 있지만 남성의 관점에서 보는 절절한 짝사랑 독백은 이성애 로맨스에게는 독특한 구성입니다. 승교의 수필로만 짧은 로맨스를 꾸밀 수 있을 정도로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에필로그도 있습니다.

둔감하다 못해 철벽을 치는 윤소의 기행에 사정을 아는 주변인들은 가슴을 치고, 참다 참다 사리가 생길 지경인 승교의 인내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손녀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늙은 시인의 수필도 음미할 만합니다. 평균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