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그 여자의 남자친구 (눈과마음, 2003)

결국 난 그 순딩이에게 소리치고 말았지. 젠장! 그 동안 공들여 놓은 나의 이미지가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어. 천하의 범생이, 이진우에게 여자가 있을 줄이야. 하이구, 어울리기는 한다. 어울리는 것으로 따지자면 김우혁과 나만큼은 되는 것 같다. 김우혁과 나? 친구야. 단지 친구. 내가 수많은 남자 중 그 녀석을 유일하게 친구라고 인정하는 이유? 그 녀석은 나를 바꾸는 것 같은 되지도 않을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거든. 우리 가족이나 이 웃기지도 않는 세상 인간들처럼 말야! 난 그 점이 맘에 들어.

복수는 달콤해(큰나무, 2002)

천하의 나 이은수의 첫 키스를 그런 식으로 뺏다니…….

게다가 남자가 쪼잔하게 뒷소리나 하고, 그런 밴댕이 속 보다보다 첨이네.

축구야 정정당당한 경기였다고. 아, 내기에서 졌으면 승복을 해야지, 승복을.

치사하게 여자에게 데이트 비용을 씌워?

내 그 밴댕이 속 넓혀 주기 위해 이번 기회에 확 인간 개조시킨다.

그런데…… 그 인간 왜 자꾸 이렇게 내 맘을 흔들지?

아니, 무슨 여자가 저렇게 무식하게 잘 먹는담.

하이구, 볼때기 살 터지겠다. 내 삼십 평생 저런 왈패는 첨이다.

좋아, 박선우! 저 왈가닥에게 한 수 가르쳐 주자.

인간 하나 구제하지 뭐. 나 아니면 어디 데이트나 한 번 제대로 하겠어?

더불어 이 박선우가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거야.

두고봐. 한달 안에 저 왈가닥 기를 확 꺽어 설설 기게 만들어 주지.

그런데…… 이 여자 보기보단 귀여운 구석이 있잖아?

review:

부침개를 부치다보면 한 장으로 부치기는 너무 많고 두 장으로 부치기는 약간 모자랄 정도의 반죽이 남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여러분은 큰 한 장으로 부칩니까 아니면 작은 두 장으로 부칩니까? 혼자 먹으면 한 장, 둘이 먹으면 두 장. 이런 방법을 사용하십니까?

뜬금없이 부침개 얘기를 꺼낸 것은 《복수는 달콤해》와 《키에누 리브스 꼬시기》가 함량 미달의 작은 부침개 두 장 같아서입니다. 크기가 작더라도 하나는 피자, 다른 하나는 부침개였더라면 먹을 맛이 나겠지만 둘 다 같은 종류이니 쉽게 질립니다. 단 두 권이 출판됐을 뿐이지만 자기복제가 지나칩니다.

1. 동일한 플롯

은수는 주먹을 불끈 쥐며 '타도 박선우'를 다짐했다.

그러나 그것은 박선우가 그녀에게 던진 예비 선전포고에 불과했다. 본격적인 전쟁은 바로 연수원에서 터졌다.

- 본문 중에서 -

더 이상 이대로 당하고 살 수만은 없다. 벌써 5년이나 되었는데. 실력도 인정받아, 그냥 승진도 아닌 대리 시험가지 봐 승진한 김민준 아닌가!

민준은 그 날을 선포하기로 했다. 더 이상 기죽어 지내지 않기고, 키에누 리브스와의 전쟁 선포. 그 역사적인 첫날로.

- 《키에누 리브스 꼬시기》-

--> 대결구도는 신데렐라 플롯에 많이 사용됩니다. 사회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주인공이 이런저런 사건으로 맞부딪치면서 사이가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동일한 단어까지 사용한 점은 문제가 있습니다. 마지막에 가서 남주의 질투심을 유발하는 남자가 등장하여 오해를 부추기는 장면 또한 두 작품이 같습니다.

2. 동일한 캐릭터

--> 사장님 남주(박선우, 키에누), 부하직원 여주(이은수, 김민준), 여주에게 꼼짝 못하는 남동생(이은혁, 김민주), 여주를 방해하는 여조(정아, 윤미), 남주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남조(형준, 성호). 각기 맡은 역할은 물론 성격까지 똑같으니 남주의 국적만 다르다 뿐이지 한 틀에서 찍어냈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차라리 둘을 합쳐서 성의 있는 작품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이 훨씬 인상적이었을 텐데.

3. 이상한 문맥

그날 강남에 위치한 한 고급 맨션에서 약 10여 분 간 남자의 고함소리가 지속되다 멈추었다. 경비실에서는 갑작스런 고함에 놀랐지만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했다.

- 중략 -

선우는 가벼운 휘파람까지 불면서 자신의 아파트(--> 맨션)로 돌아왔다. 새삼 경비실에 인사로 건네며 집으로 올라갔다.

- 중략 -

선우는 집안으로 들어가면서 왠지 좀전까지만 해도 가벼워 날아갈 것 같았던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떻게 들어왔지? 이 맨션은 비싼 만큼 시설면이나 사람 출입에 있어 무척 철저했다.

--> 아파트면 아파트, 맨션이면 맨션으로 통일시켜 주는 것이 좋습니다.

'박선우…… 이건 단지 지난번 네가 은수의 집, 그러니까 맞다, 홈그라운드에서 당한 수모를 만회하기 위한 것일 뿐이야. 너 뭐 그렇게 여자에게 갑자기 달려들 정도로 굶주린 것도 아니고 저 여잔 그냥 여자라고 보기엔 좀 무리가 있잖아? 설사 달려든다고 해도 아마 넌 곧바로 바닥에 뻗을걸. 아직 지난번 멍도 다 안 낫잖니(낫잖아?)'

--> '~ 했소'와 '~ 하오' 체도 좋아하지 않지만 남자가 '~ 잖니'하는 것도 이상합니다.

4. 오타

'박선우, 그래 잰(--> 쟨) 여자가 아냐. 절대 아니라고 훗훗훗, 정말 고소하군."

- 중략 -

몸에 딱 맞는 빨간 니트에 긴 다리를 살려주는 8부 바지 밑으로 앵클부추(--> 앵클부츠)를 신은 그녀의 예쁜 발이 보였다.

- 중략 -

"검사님임(--> 검사니임), 이따 약속 잊지 않으셨죠? 그럼 이따 봐요……."

판에 박은 플롯, 똑같은 캐릭터, 군데 군에 눈에띄는 오타에 정리되지 않은 어수선함. 전체적으로 급히 서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키에누 리브스 꼬시기》보다는 낫습니다.

비가(눈과마음, 2002)

주영… 좋은 부모 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 남들이 선망하는 집안의 남자에게 시집와 아이도 낳고 순종하며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남편의 배신으로 그것이 단지 새장이었음을, 나를 둘러싸고 있던 것들이 거짓이고, 허상임을 알았습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찾으려 했습니다. 결국 사랑과 행복은 자신의 힘과 노력으로 성취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기찬… 날 때부터 가정교육의 영향으로 항상 최고라는 생각과 지나친 자신감과 우월감으로 나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남을 사랑하기는커녕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일탈 행동으로 인해 뼈아픈 경험을 한 후, 오히려 더욱더 냉소적이고 차가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주영의 변화된 모습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알 수 없는 감정에 휘싸였습니다. 그것이 단순한 소유욕이라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너무 늦은 깨달음이었습니다.

review:

사랑만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복수와 슬픔, 고통도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남주의 후회가 가슴에 와 닿지만 지나치게 작위적인 플롯이 거슬립니다. 6년이나 연하인 여주가 남주와 재회했을 때, 반말을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여주가 남주에게 자신의 의견을 떳떳이 내보이는 것은 좋지만 반말을 표현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마이너스 요인입니다. 그러나 전작들보다는 수준이 높습니다.

PS: 오타입니다.

소연은 주영을(--> 주영이)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송가인 = 送佳人(눈과마음, 2004)

“죽으면 안돼! 난 더 이상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아. 이젠 아무도 없단 말이야. 그래서 너라도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만 있어 준다면 난 그것만으로도 족했어. 난 욕심 부리지 않았단 말이야. 그런데 네가 죽으면 난 어떡해. 난 어떡하냐고! 너한테 하고 싶은 말 절반, 아니 그 절반의 절반조차 다 하지 못했어. 그런데 네가 이렇게 가 버리면 난 정말 미쳐버릴거야.”

“바보 같은 소린 네가 자꾸 하는 거야. 난 처음 널 보았을 때부터 너의 곁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어.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아 날 보내려 했다고 했지? 바보야. 그건 아무 의미가 없어. 곁에 없으면 결국 잊혀지는 사랑 따윈 아무 의미가 없어. 사랑하는 사람들은 말이야, 늘 곁에 있어 볼 수 있어야 그 의미가 있는 거야.”

쑤니 탈출기(눈과마음, 2003)

나야. 오랜만이다, 얘. 그동안 잘 지냈어? 너 그 얘기 들었어? 봉해순이 알지? 그래, 쑤니. 주변에선 이제 슬슬 결혼을 해야 한다고 압력을 팍팍 주고 있었거든. 집에선 부모님들이 한시바삐 걔 치우고 오붓한 황혼여행을 가실 계획을 세우시고 말야. 전부터 사귀던 남자친구가 있지 않았냐고? 그래, 있었지. 하지만 그 자식 바람나서 사고치고 결혼 날짜 잡았어. 뭐, 쑤니가 상심했겠다고? 훗훗, 천만에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

왜 그 여행 공동적금 말야. 무려 천만 원이나 되더라고. 그 돈 가지고 유럽으로 날랐어. 말로는 정신적 충격을 완화시키고자 하는 여행이라고 적당히 둘러대고 말야. 그래, 그렇다니까. 부럽지? 그런데 잘 다니다가 하필 이탈리아에서 사건이 터졌지 뭐니. 아나카프리에서 한국인 형제를 만났는데, 10대 동생 녀석은 처음엔 해순일 속이긴 했지만 그럭저럭 귀여워 괜찮았는데, 그 형이란 인간은 그야말로 치킨헤드에 어설픈 카사노바였대. 하지만…….

추락의 끝에서(눈과마음, 2003)

천대받고 멸시받았던 자신의 어두운 과거로 인하여 비상만을 꿈꾸던 윤하는 천사라는 가면을 쓰고 철저히 남들을 교묘하게 이용하며 기반을 다지던 중 회사의 실세인 박태현을 만나게 된다. 주변의 온갖 방해와 반대에도 그와의 결혼으로 신분 상승을 꿈꾸던 그녀는 처음엔 태현을 단지 위로 올라가기 위한 사다리 정도로 생각해서 이용하랴고 하지만 점차 태현이 자신에게 보여주는 진실한 사랑에, 속이고 있는 자신에 대해 차츰 갈등하게 되면서 이중의 가면을 벗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자신이 철저하게 숨기고 있던 과거의 베일이 타인에 의해 벗겨지려고 하자, 진실을 알면 자신에 대한 태현의 사랑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자신의 딱딱한 이중의 가면 뒤로 다시 숨어버리는데…….

세상에 단 하나 남은 천사라고 생각한 윤하. 너무나도 가녀리고 약한 여자이지만 세상을 밝고 굳건하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모습에 태현은 반해버리고 만다. 주변의 온갖 반대에 부딪쳤지만, 끝까지 그녀와의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그였지만, 실로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을 마침내 알게 된다. 과연 그의 선택은?

키에누 리브스 꼬시기(눈과마음, 2002)

키에누 리브스…… 그의 본명은 로빈 헤이든이고 현재 나와 같은 직장의 상사였다. 나이는 현재 34살 독신, 회사 내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모든 18세 이상 45세 미만의 아가씨든 아줌마든 간에 눈독과 침을 흘리고 있는 정말 기분 나쁠 정도로 완벽한 남자였다. 그의 친절한 미소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대로 넘어갔다. 물론 그것이 가면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몇 안될 것이다. 그 사실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나도 하나였다. 그 인간이 얼마나 일벌레에 차가운 인간인지 5년 동안 당한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도대체 신은 왜 이런 인간을 만드신 거야!

書評詩 : 키에누 리브스 꼬시기

키에누야 키에누야 네 비록 輕하여도

一 卷 무게 될 것이며

케에누야 키에누야 네 비록 淺하여도

一 張 두께 될 것이라

昨夜에 달아보고 今夜에 재어보니

含量에 未達하여 虛脫하고 憂鬱하다

背景詩 : 키에누 리브스 꼬시기

解語花를 一讀하고 一首를 作했는데

一同이나 二異하니 未熟하고 不足하다

一心이면 必行이니 幼稚하다 웃지마라

시만 읊으려고 했는데 이해하지 못하는 분이 계실까봐 간략한 배경설명과 함께 해설을 달았습니다(시 해설은 고등학교 국어 시간 이후로 처음이라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해어화》를 읽으면서 작품에 등장하는 한시와 시조에 매료되었습니다. 어딘가에서 흉내라도 내보리라 마음먹고 있다가 이번에 시도했습니다. 처음이 《키에누 리브스 꼬시기》에 대한 서평시이고, 그 아래는 배경시입니다. ('시'라는 호칭을 사용했지만 정확한 장르는 '현대시조'입니다).

서평시

1행. 키에누야 키에누야 네 비록 輕하여도 (키에누야 키에누야 네 비록 경하여도)

-->《키에누 리브스 꼬시기》가 아무리 가볍다 하나 (輕 : 가벼울 경)

--> 키에누 : 《키에누 리브스 꼬시기》를 의인화 한 것, 반복해 부르면서 강조함.

2행. 一 卷 무게 될 것이며 (일 권 무게 될 것이며)

--> 책 한 권의 무게는 나갈 것이며 (卷 : 책 권)

3행. 키에누야 키에누야 네 비록 淺하여도 (키에누야 키에누야 네 비록 천하여도)

--> 《키에누 리브스 꼬시기》가 아무리 깊이가 없다 하나 (淺 : 물얕을 천, 원래는 물수(水) 변(邊)이 아닌 사람인(人) 변 '얕을 천'을 사용해야 하는데, 윈도우에서 지원이 되지 않는 바람에 부득이 물수변을 사용했음)

--> 1행과 3행은 3·4조의 운율과 두운(頭韻)을 맞추었습니다.

4행. 一 張 두께 될 것이라 (일 장 두께 될 것이라)

--> 접시 한 장의 깊이는 될 것이다 (張 : 얇고 넓적한 물건을 세는 단위)

--> 2행과 4행은 1행과 3행의 대구(對句)이며 '一'자와 '될' 자로 운을 맞추었습니다.

5행. 昨夜에 달아보고 今夜에 재어보니 (작야에 달아보고 금야에 재어보니)

--> 어젯밤 무게를 달아보고 오늘밤 깊이를 재어보니 (이틀에 걸쳐서 읽었는데)

--> 昨夜 : 어제 밤. 今夜 : 오늘 밤

6행. 含量에 未達하여 虛脫하고 憂鬱하다 (함량에 미달하여 허탈하고 우울하다)

--> 수준에 미치지 못하여 많이 아쉽구나

배경시

1행. 解語花를 一讀하고 一首를 作했는데 (해어화를 일독하고 일수를 작했는데)

--> 《해어화》를 읽고 이에 자극받아 시 한 수를 지었는데

2행. 一同이나 二異하니 未熟하고 不足하다 (일동이나 이이하니 미숙하고 부족하다)

--> 한 가지는 같으나(비슷하게 흉내는 내었으나) 두 가지 다른 점(행과 연이 맞지 않아)이 있어 미숙한 점과 부족한 점이 있다

3행. 一心이면 必行이니 幼稚하다 웃지마라 (일심이면 필행이니 유치하다 웃지마라)

--> 사람이 한 번 마음을 먹었으면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하니 시가 유치하다고 비웃지 마라

PS: 진짜 리뷰입니다.

여주의 나이가 어려서 자라기를 기다린 것도 아니고 상사와 비서의 관계라 업무적으로 부딪치는 것도 아닌데 남주(그것도 외국인이)가 5년 동안 지켜보기만 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설정입니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플롯에 흔한 조연(남주를 좋아하는 여조, 남주를 오해하게 만드는 남조)들을 등장시킨 것도 마이너스 요인입니다. 마지막 장면의 남주 어머니와 의붓 여동생에 와서는 할리퀸인지 국내 로맨스인지 구분이 가질 않았습니다.

오타 하나 발견했습니다.

한동안은 정말 정신이 없었다. 출국 수속에 짐 싸기는 물론이고 업무 인계로 윤미에게 들들 볶였다. 보기보단 윤미는 일에 있어서 무척이나 철저한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윤미를 보게(--> 다시 보게)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