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아
언터처블(여우, 2003)
대학 신입생이던 정현은 동아리 전체모임에서 4년 선배인 종빈을 만나 첫눈에 반하게 된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미 연경이라는 이름의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감정을 어쩌지 못한 정현은 짝사랑으로 내내 가슴앓이를 한다.
그러 던 중 종빈과 연경은 약혼을 한다. 그러나 가을 무렵 들려온 파혼소식은 정현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종빈을 볼 수 있다는 일념으로 찾아간 동아리 모임에서 그녀는 다시금 그를 향한 사랑을 확인 하는데……
해어와(대현문화사, 2002)
그녀의 간절한 외침이 어머니의 처절한 절규에 소리도 없이 파묻혀 버렸다. 쓰러지는 아버지를 향해 달려가는 어머니를 금부에서 나온 나장이 막아섰다. 나장을 거칠게 밀친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품에 안아 일으키고는,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참렬함으로 크게 울부짖었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이대로 두면 저들이 어머니마저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한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 때, 부모님 곁으로 정신없이 달려나가는 그녀를 행랑어멈이 강하게 붙잡으며 만류하고 나섰다.
온몸을 비틀어 반항하면서 행랑어멈을 때리고 할퀴어 보아도 그녀를 붙들고 있는 강한 힘은 조금도 약해지지가 않았다. 도리어 더욱 더 옥죄이면서 행랑어멈이 울음을 터트렸다.
그 날 아침 일찍, 역모를 꾀한 정2품 전 홍문관 대제학 권화와 그의 아들 종6품 성균관 전적 권흔을 삭탈관직 후 사사하라는 어명이 내려졌다.
그녀 나이 아홉이던 그 해, 첫 서설이 하늘을 무너뜨리며 그렇게 차갑게 내리고 있었다.
review:
리뷰를 쓰기 전에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생각하는 일이고, 리뷰를 쓰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말의 무게를 재는 일입니다. 말이란 묘하고도 섬세하여 비슷하게 생긴 말도 그 빛깔과 무게가 달라 적량을 적시와 적소에 사용하지 않으면 부자연스럽고 어색합니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손이 아닌 정성으로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문장을 읽으면서 수고와 노력에 감탄했습니다. 모티머 J. 애들러와 찰스 반 도렌은 "문학의 비평기준은 진(眞)이 아니라 미(美)"¹라는 말을 했는데, 아름다운 문장이 일품입니다. 당시의 세태와 습속을 비판한 부분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악독한 여조에 의한 모함, 남주의 오해에 따른 파국, 마지막의 화해를 기둥으로 삼은 플롯은 진부합니다.
PS: 그림은 우암의 《계녀서》²중 일부입니다. 《해어화》의 시대배경이 1622년, 《계녀서》의 집필 년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암이 1607년 생이니 비슷한 시기입니다. 《해어화》의 문장과 비교해보십시오. 거의 400년 전 글이지만 의미 파악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 주석을 달았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을 저본(底本: 기본 텍스트)으로 삼았는데 알아볼 수 없는 글자가 있어서 한국고전간행회의 해제본을 대본(對本: 참고 텍스트)으로 빠진 글자를 채웠습니다. 동일한 글자가 달리 표기된 것은 텍스트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주석은 1994년 명문당에서 발행한 김종권의 《新完譯 內訓·戒女書》에서 발췌했습니다.
투기하지 말라고 누누이 강조하는 모습에서 기생만큼은 아니지만 사대부집 아녀자도 만만한 삶을 살았으리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임금을 가르친(우암은 봉림대군이었던 효종의 스승임) 대학자가 시집가는 딸을 위해 손수 붓을 들어 한자가 아닌 한글로 문집을 남겼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은진 송씨(우암의 본관) 중 우암의 직계는 아버지가 딸에게 《계녀서》를 써 주는 전통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주1. "문학의 비평기준은 진(眞)이 아니라 미(美)" : 모티머 J. 애들러, 찰스 반 도렌,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원제: How to read a book)》멘토, 2001. 229 p.
주2. 《戒女書》: 딸을 훈계하는 글. 우암 송시열이 권씨에게 시집가는 맏딸을 위해 썼음. 조선 중기 한글 연구에 중요한 자료일 뿐 아니라, 필사본(필사자 불명)으로 쓰여진 《계녀서》의 글자체는 한글서체 중 민체(民體)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사료입니다.
동그라미 친 부분을 유의하십시오. 반복되는 글자는 당시에도 '〃'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석을 단 부분은 《우암선생계녀서》와 《남편을 섬기는 도리》입니다.
《계녀서》목차
우암선생계녀서
부모를 섬기는 도리
남편을 섬기는 도리
시부모를 섬기는 도리
형제와 화목하는 도리
친척과 화목하는 도리
자식을 가르치는 도리
제사를 받드는 도리
손님을 대접하는 도리
투기하지 말아야 하는 도리
말씀을 조심하는 도리
재물을 준절하는 도리
일을 부지런히 하는 도리
병환을 모시는 도리
의복·음식을 마련하는 도리
노비를 부리는 도리
주고 받는 도리
팔고 사는 도리
비숙원하는 도리
종요로운 경계
옛 사람의 착한 행실
발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