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환

2부작 

1편 《그대가 손을 내밀 때》 윤지유, 지무이

2편 《장미를 사랑하는 남자》 아르젤 그 벨랑 부비에, 윤가린(윤지유와 지무이의 딸)

그대가 손을 내밀 때(영언문화사, 2002)

"내가 당신하고 결혼하면 그렇게 얻는 게 많다고?

좋아요, 좋다구요! 하지만 당신은 나와 결혼해서 무엇을 얻는 거죠?"

"바로, 너. 난 아내를 얻는 거지. 공식적인 혜성그룹의 안주인, 나 윤지유의 신부를 말이야."

review:

"오만한 남주 무릎 꿇리기"를 좋아하는 것은 한국의 독자들인가? 아니면 작가들인가? 지금까지 소개된 국내 장편 로맨스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신데렐라 소재에 마지막 장면에서 무릎꿇는 남주가 등장하는 것은 어떤 강박적인 인식이 모두의 마음에 심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비슷한 유형의 작품들 중에는 괜찮은 편에 속합니다. 등장인물의 감정 변화가 논리적으로 전개되었으며, 문장력도 뛰어납니다. 그러나 해설이나 설명 부분에서 생략되어도 좋을 호칭이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누구에 대한 이야기인지 독자가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당사자의 이름이나 인칭을 들먹이는 것은 매끄러운 읽기에 방해만 될 뿐입니다.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생략하는 것이 낫습니다.

이혼의 조건(현대문화센타, 2003)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녀의 사랑과 진심을 더러운 죄악으로 만들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는 곱게 드레스를 차려입은 그녀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며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속삭였다.

"너는 내게 허수아비야. 너는 절대로 사랑받을 수 없어.

잘난 네 집안의 배경으로 날 얽어맨 너를 혐오해.

네가 차지한 자리는 내 여자의 자리야.

평생 동안 너를 증오하겠어. 아니 경멸해."

사랑을 받는 자는 오만하다.

상대방이 준 그 사랑을 무기로 단지 짝사랑이라는 이유로 그 사람에게 상처주고 아프게 해도 그것이 죄인 줄 모른다.

review:

일반 로맨스와 달리 두 쌍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거며 첫사랑의 파경과 두 번째 사랑의 성공 등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입니다. 사랑은 환상이고 결혼은 생활임을 말하는 주제도 신데렐라 판타지 일변도에서 벗어나 신선합니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의 많은 독백 때문에 대화가 살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오타와 오류도 많습니다.

지헌은(--> 지민은) 모질도록 매몰차게 욕을 퍼붓고는 전화를 끊었다.

- 중략 -

가끔씩 기업의(--> 기억의) 서랍 속에서 사랑하는 여자의 아름다운 웃음을 꺼내보며 추운 겨울날 곁불을 쬐듯이 행복해했다.

- 중략 -

타의의(--> 타의에) 의하여 자신의 것을 포기하거나 단념하는 것을 절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지헌이었다.

- 중략 -

"그런 어머니의 아들인 나를 받아드려(--> 받아들여) 줄 수 있니?"

- 중략 -

"하지만 강군(--> 정군). 나이든 사람 어지간히도 놀라게 한 것은 사실이유."

- 중략 -

"개는(--> 걔는) 철이 더 나야 해요."

장미를 사랑하는 남자(러비더비, 2003)

윤가린. 

어린 시절부터 사랑했던 남자 무형과의 결혼을 불과 이주일 앞둔 어느 날. 그 사람의 지독하게 잔인하고 폭력적인 또 다른 얼굴을 목격하고 두려움에 떨며 무작정 도망치고 만다.

부서진 나뭇잎처럼 이리저리 이국을 떠돌던 어느 날. 황금빛 눈동자에 아름다운 미소를 담은 그 남자. 프로방스의 농부를 자처하는 아르젤을 만나는데...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그 남자의 대지(大地)같은 사랑 안에서 가린의 사랑과 아름다움은 꽃처럼 활짝 피어나기 시작하고,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마침내 영원의 맹세를 하게 된다.

아르젤 드 벨랑 부비에.

유럽에서도 가장 유서 깊은 부비에 가문의 상속자.

후작 아르젤... 그러나 과거의 영광은 사라진 지 오래, 그에게 남은 것은 낡아빠진 성 하나와 빚더미에 올라있는 몰락직전의 가문 뿐.

그러나, 성실한 농부로 자처하는 그 남자의 비밀.

그는 전 세계 화장품 업계의 경영자가 노리는 천재적인 조향사였다.

절대적이고 완벽한 향수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그에게도 꿈속에서조차 찾아다니는 미지의 향기가 있다.

그것은 십오년 전, 극동의 작은 나라에서 만난 한 소녀의 잔상...

운명이 정해준 길을 따라 그녀가 그에게로 날아왔다.

정무형. 

가린이라는 운명을 위하여 검은 용의 운명을 버린 남자.

그러나 그녀 대문에 다시 피의 숙명을 지고 가야만 한 남자.

이십 년이 넘게 그녀만 바라보았다. 사랑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그녀를 감추고 그녀를 길들였다.

영원히 함께 하리라 생각했다. 누구보다도 행복하리라 생각했다.

가린이 그의 손에 젖은 피를 두려워하고 혐오하며 도망치기 전까지는...

상처 입은 그녀가 마음을 달래고 그를 용서하여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린 그에게 날아온 청천벽력의 소식.

맙소사. 그의 여자가 다른 사내와 셜혼을 한다는 것이었다.

왜 가린은 무형의 흐르지 못하는 눈물은 보지 못하는 것일까?

이토록 사랑하는데... 넌 왜 내 것이 아닐까? 가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