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들의 저녁식사(씽크북, 2002)
민정윤. 방송국 구성작가. 미모와 지성을 겸비하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싶어하는 내숭 8단의 노처녀. 건망증과 히스테리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다.
김도완. 건축설계사. 키 18cm에 몸무게가 거의 90Kg에 육박하는 덩치군이지만 마음씨만은 비단결. 안타깝게도 선천적인 암컷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안승우. 광고회사 AE. 깍아놓은 듯한 외모와 타고난 입담의 소유자로 수십 명의 여자들을 울린 바 있는 바람둥이. 선천적인 여자밝힘증과 빈대기질이라는 심각한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이지석. 대학 강사. 오직 책과 바둑에만 관심리 있는 고리타분한 책상물림. 쪼잔함과 시니컬의 대명사일뿐 아니라 여자와 아이와 동물이라면 질색을 하는 이상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렇다면 성격도 제각각인 이들 네 명 중, 과연 주인공은 누구일까? 개성이 강한 인물들이 티격태격 좌충우돌 옥신각신 풀어내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보고서, 그 따뜻한 수다 속으로 들어가 보자.
review:
여운이 남는 작품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등장인물의 행동이 실리적이라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결혼이 아닌 동거로 만족하는 주인공의 결정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언젠가는 결혼하리라고 생각하기에 일종의 과정으로 이해했습니다.
PS: 오타 발견했습니다.
김도완과 안성우(--> 안승우). 그런 멋진 남자 둘이 바로 옆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도 마음 한 켠이 뿌듯해졌다.
- 중략 -
안승우는 아무리 봐도 숙녀를 숙녀로 대접할 줄 아는 요즘 보기 드믄(--> 드문) 신사인 듯 싶다.
팝콘 (씽크북, 2002)
팔씨름은 한번도 져본 적이 없고 꿈쩍 않던 대형화분을 번쩍번쩍 들어올리고, 설거지를 하다가 힘조절을 잘못해서 접시를 깨트리고…
오로지 가진 것은 힘뿐인 초강력 울트라 캡숑 파워 걸 남궁진.
외모도 볼품없고 말주변도 없는 그녀지만 그만큼 세상을 순수하게 보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쉽게 놓쳐버릴 수 있는 삶과 사랑의 의미들을 남궁진의 눈을 통해서 재치있게 그려낸 팝콘.
그녀에게는 부드럽고 섬세한 예술가 신우와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태하가 있다. 옛 애인 태하에 대한 사랑을 품은 채 편안한 남자 신우와 동거를 하고있는 남궁진. 그들의 밀고 당기는 신경전은, 어쩌면 당신도 한번쯤 느껴봤을지도 모를 생생한 현실감을 가지고 다가온다.
성격 좋은 남궁진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그들이 만들어 가는 신세대식 사랑의 문법을 해독해보자.
review:
소설 읽는 법
소설을 읽을 때는 빨리 그리고 완전히 몰두한 채 읽으라. 이것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충고이다. 한 권을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어 내려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바쁜 사람이 장편을 읽을 때는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가능한 한 짧은 기간 동안 웬만한 소설 한 권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어버리고 줄거리의 흐름을 놓쳐 헤매게 된다.
- 중략 -
빨리 그리고 완전히 몰두한 채 읽으라고 했는데, 이는 문학 작품이 독자에게 어떤 작용을 하도록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즉, 독자의 머리 속과 마음속에 소설 속의 인물이 들어가도록 하라는 것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면 그 사건에 대한 의문도 접어두고, 이해가 되기 전에 인물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비난도 하지 말라. 독자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니라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 열심히 살아보면 그들의 행동도 이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한 실제처럼 그 안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전에는 그 세계를 판단하지도 말아야 한다.
- 모티머 J. 애들러, 찰스 반 도렌,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원제: How to read a book)》멘토, 2001. 234-235 p. -
매춘과 양다리. 로맨스다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작품으로 읽기 전에 선입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선입견은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데 방해가 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앞에 소개한 《소설 읽는 법》을 철저히 지키며 순식간에 몰두해서 읽었습니다.
《팝콘》은 사랑에 빠진 연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의 이야기입니다. 매춘을 하고 양다리를 걸친 여주는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라 사랑을 찾는 여자입니다. 사랑하는 여자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여자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눈살을 찌푸릴 만한 사건 전개에 반감을 가질 법도 한데 무리 없이 읽히니, 상당한 개연성이 있습니다. 진짜 사랑은 작품이 끝나고 시작됩니다.
신우와 나는 다시 예전처럼 살아갈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둘 다 느끼고 있었다.
우리들의 이 흔해빠진 일상은 실은 아주 망가지기 쉬워서 끝내 잃어버리지 않는 건 기적이다. 나는 신우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한참 동안 그의 냄새를 맡았다. 바로 이것, 그의 냄새를 마음껏 맡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기적이다.
오늘 그것은 기적처럼 나에게 왔고 이제 그것을 지켜갈 일만이 남았다. 이 볼품없이 모든 것이 삐걱대는 아파트에 차츰 적응을 해나가고, 새벽까지 신우와 게임을 한 후 아르바이트에 지각을 하고, 가끔씩 서로 눈을 마주치며 살아가는…….
일상은 그저 매일매일의 생활과도 같이 공기와도 같이 우리의 주위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신우가 웃고 있다는 것, 내가 웃고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일상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기적이기도 하다. 신우와 내가 함께 살아간다는 그것은.
- 본문 마지막 -
지금까지 읽은 로맨스 중에서 가장 가난한 연인이 등장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백수 작곡가와 옷가게 아르바이트의 조합이 일상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묘사되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설명적인 독백이 많은 것과 두 남녀의 미래가 좀더 밝게 제시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책 뒤의 스토리 라인도 작품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PS: 오타 발견했습니다.
이런 곳에 오기로 했던 내가 잘못한 거야. 아니면 처음부터 이런 것쯤 단단히 각오를 했어야지. 그냥 쉽게 동(-->돈)을 벌 수 있는 줄 알았던 거야?
- 중략 -
창문을 오래 바라보다고(--> 바라보고) 서 있다가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나뭇가지 위에 태하로부터 받은 열쇠고리를 걸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