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달콤한 복수 (아름다운날, 2001)

이세현은 자주 가던 칵테일 바에서 요염한 한 여인의 시선을 느낀다. 허벅지까지 길게 트여진 드레스 사이로 은밀하게 드러난 날씬한 긴 다리와 그를 향한 정열적인 시선이 단번에 그를 사로잡는다.

한편 신유정은 비밀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를 본 순간 바로 자신이 찾던 사람임을 한눈에 알아본다. 그는 단지 복수의 수단일 뿐이기에 그에게 아무런 감정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복수는 지나치게 달콤했다. 불타는 그의 눈동자는 어느새 그녀를 사로잡았고, 뜨거운 그의 숨결을 느끼는 순간 그녀 스스로 사랑의 새장에 갇히고 마는데……

review:

아버지에게 짐승처럼 얻어맞는 딸. 정부와 살고 있으면서도 아내를 얻으려는 파렴치한. 자식을 돈줄로 또는 물건처럼 생각하는 부모. 단돈 천만 원에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폭언을 퍼붓고 헤어지는 남자. 순결 상실을 탈출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여자. 이용당한 복수는 반드시 하고야 마는 남자. 정상적인 구석이 하나도 없는 등장인물에 어수선하고 정리되지 않은 시작.

작가가 후기에서 말했듯이 리얼리티의 부재. 즉, 비현실적인 작품입니다. 처음보다는 끝이 낫기는 하지만 독자들이 받아들이기에 심리적 저항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작품에 설정된 세현의 나이가 너무 젊습니다.

장면 1. 31세. 여성에게 두려움과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상류층의 이단자.

장면 2. 변호사 출신으로 굵직굵직한 소송을 승소한 그는 한국 최고의 변호사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었으며 4년 전부터는 로펌을 설립하여 그의 진가를 더욱 발휘했다.

장면 3. "역시 이세현 변호사군. 그것도 한때 3년 동안 검사로 이름을 날렸으니……"

장면 4. 24살에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2년의 연수를 마친 직후, 곧바로 변호사로 전향한 수희는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장면 1. 현재 세현의 나이는 31살입니다.

장면 2. 그는 27살에 로펌을 설립했습니다. 또한 그 전에 변호사로서 어느 정도의 경력을 쌓고 있었습니다.

장면 3. 그는 24살 때부터 검사로 일했습니다.

장면 4. 사법연수원의 연수 기간은 2년입니다. (직접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작품에 의하면)

위의 연수가 맞으려면 세현은 22살에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그때부터 법조계에서 일을 해야만 합니다. 이 계산에서 군대에 간 기간은 빠져 있습니다. 또한 장면 2에 필요한 변호사로서의 경력도 빠져 있습니다. 군대는 안 갔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대학은 언제 졸업했을까요? 대학 졸업 안 했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군대 안 갔다. 로펌을 설립하기 전에 변호사로서의 경력 없다. 대학 졸업 안 했다.)을 고려한다면 작품이 어색하고 이상해집니다. 결국 검사로서 변호사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고 거기다가 4년 전에 로펌까지 설립한 한국 최고의 변호사가 31살이라는 설정은 독자들이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추측이긴 하지만 세현의 검사 경력은 유정이 납치된 후, 동료 검사였던 상훈의 협조를 얻기 위해 급조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과정에서 나이 계산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또한 세현은 3년 간이나 검사로 일했는데 왜 장면 2에서는 "변호사 출신으로"라는 타이틀이 붙었을까요? 오히려 "검사 출신으로"가 맞지 않을까요?

한가지 더 아쉬운 점은 액션과 대화의 부재입니다. 작품의 모든 진행이 등장인물들의 마음 속의 독백으로 이루어지는데 따분하고 지루합니다. 다들 행동할 줄은 모르고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식의 진행은 자연스러운 감정이입보다는 작가의 감정을 독자에게 억지로 주입시키려는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주인공들 간에 납득할 수 있는 감정변화와 더불어 작가가 여주인공을 통해서 하려는 말도 쉽게 캐치할 수 있었으나, 저는 나무에 생긴 상처를 살펴보느라 진정한 숲의 모습을 놓쳤습니다.

PS: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 사생아에 대한 편견이 작품에서처럼 심하리라곤 생각되지 않습니다. 또한 스스로가 동네방네 떠들어대지 않는 이상 남들이 그 사람의 출신을 시시콜콜히 알고 있으리라고도 생각되지 않습니다. 당사자가 소문내고 다녔을 리도 없고. 그런데 어떻게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을까요?

불꽃처럼(영언문화사, 2003)

당돌한 신참 여배우 민채경 VS 냉혈한 영화 제작자 김하원 불꽃처럼 열정적인 여자와 냉철한 이성으로 무장한 남자, 스캔들 내다!   "여자친구 있어요? 관심 있거든요. 당신이랑 사귀어봤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거절할 건가요?" 사랑에 빠진, 성격 급한 여자의 당돌한 일격! "언제나 이런 식으로 남자를 유혹합니까? 툭 까놓고 말하죠. 당신의 몸에 소유권을 가지는 대가로 내가 지불해야하는 조건이 뭡니까? 여주인공 자립니까? 날 어떻게 해보려는 것보다는 대본을 한번 더 보는게 이로울 겁니다." 이 여자를 믿기 힘든, 냉철한 남자다운 대답! 정반대의 두 남녀 사이에 일어난 수상쩍은 스파크의 정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