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유
갈색 눈동자(눈과마음, 2003)
누구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식을 잃어버리고 난 뒤 아들 자리를 대신 메꾸어 줌과 동시에 유능한 경영 파트너를 소임을 다해 온 닉이 차기 사장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그룹 내 공공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이었다. 닉 자신조차도. 결국 아무리 유능하고 높은 신임을 쌓아도 혈육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인가? 그는 이 순간 배신과도 같은 스티븐슨 회장의 유언장을 보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였다. 겨우 스무 살짜리 동양 계집 때문에…….
축복받지 못한 탄생. 부모님의 기일과 같은 날. 이렇게 또다시 한바탕 욕을 얻어먹는 날이면 어김없이 애초에 나 같은 것 태어나지 말았던 게 더 행복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이러한 상황들, 지긋지긋했다. 졸업 후에 깨끗이 독립해서 이 집을 나가리라. 그것이 지금께 그녀를 이 집에서 미치지 않고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했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내 마음을 뺏어봐(눈과마음, 2002)
"남의 몸을 떡 주무르듯이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앞으로 날 어쩔거야?"
기가 막혔다. 나와 사이좋은 걸들 간에 이간질을 획책하여 난데없이 여난(女難)에 시달리게 만들더니 이건 또 웬 날벼락? 그날 밤의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 미치겠단다. 사귀고 싶으니 의견을 달래나 뭐래나? 그날 밤? 무슨 밤? 정말 미칠 사람은 바로 나다! 이게 의견을 묻는거냐? 협박이지. 도대체 신은 무슨 심보로 이런 찰거머리를 나에게 붙이셨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사귀자는 프로포즈를 수도 없이 받아 봤지만, 이런 막무가내 철편피 계집애는 머리털 나고 처음이다! 무슨 구실을 대서라도 이 막가파 말괄량이를 얼른 쫓아내야만 했다.
"그렇게 내 의견이 듣고 싶다면 지금 당장 대답해 주지. 싫어!"
서윤후 최초의 거절이었다.
review:
단락단락 끊어지는 감정선에 믿어지지 않는 상황연출이 부자연스러운 작품입니다. 등장인물의 심리가 명확히 나타나지 않아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친구의 오빠에게 반말을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오류입니다.
"여기가 강원도에서도 꼭대기여. 특히 이 마을은 다른 마을보다 좀 더 높은 데 있어놔서 말야. 겨울이 보름 정도 더 빨리 찾아오지. 그래 산에 오르고 난 다음엔 어디 묵어 갈 만한 민박집이라도 정해 놨어?"
"작년에 갔던 친구 집에 갈 거예요. 친구도 방학이라 내려와 있을 거고. 간다고 말을 해 놓긴 했는데, 해 지기 전에 산부터 오르고 싶어 아직 친구에겐 인사도 못했어요. 그래도 가면 반갑게 맞아 줄 겁니다. 호호호."
- 중략 -
"어떻게 된 거야?"
"이사 갔대."
"친구는?"
"올해 휴학을 해 버려서 그동안 연락이 없었는데 이사를 가 버린 줄은 몰랐어."
"그럼 연락도 하지 않고 무작정 내려온 거였어?"
--> 앞 장면에서는 친구에게 말을 해 놓은 상태인데("간다고 말을 해 놓긴 했는데") 다음 장면에서 연락도 하지 않고 무작정 내려왔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오타도 있습니다.
북어국 끓여주는 남자
- 중략 -
옷 다 입었으면 얼른 와서 앉아. 북엇국 끓여 놨으니까."
--> 앞에는 북어국(X), 뒤에는 북엇국(O)으로 표기되었습니다.
그녀는 북엇어국(--> 북엇국)을 내려다보고 윤후를 한 번 쳐다보았다.
권하고 싶지 않은 작품입니다.
홍주(눈과마음, 2003)
전기가 들어온 지 30년도 안 된 작고 외진 첩첩산중 마을에 할머니와 단 둘이 외롭게 사는 홍주.
시커멓고 우락부락한 마을 선머슴들만 보아오던 홍주의 눈에 뽀사시한 얼굴의 세영의 존재는 군계일학,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남자를 모르던 처녀 가슴에 사랑의 화살이 날아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두근거리는 첫 키스를 뒤로하고 돌아오겠단 약속을 남기며 떠난 세영은 바람처럼 사라져 돌아오지 않는다. 1년을 하루같이 손꼽아 기다리던 홍주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자 이 모두가 자신을 농락한 세영탓이라 여기고 그를 찾아 상경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