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름발이 사랑 (영언문화사, 2002)
극심한 질투와 집착으로 남편을 살해한 여자는 자신의 목숨마저 끊는다.
그로 인해 모든 희망이 날아가버리고 부모 없는 세상에 덩그러니 남은 두 남매, 해주와 동복동생 시후.
동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말하는 그녀의 선택은, '영희'라는 여자가 되어 낯선 남자와 단 하룻밤의 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이를 악물고 참았던 단 한번의 정사…….
이미 그녀의 순결을 가져버린 남자, 강무현. 그는 돈과 명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변호사이자 호색한이었다.
처음엔 한 여자에 대한 감정이 단순한 욕망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미끼를 풀어 그녀를 잡았다.
허나 그녀와 함께 하는 동안 평생을 쫓기듯 살아왔던 일상에 처음으로 편안함이 찾아왔다. 색다른 경험, 싫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그런데 해주가 몇 년 전의 바로 그 영희였다는 걸, 술집여자 영희였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review:
사랑하는 동생의 위해 희생하는 여주. 시기와 이기심으로 사랑을 죽이는 남주. 두 사람의 엇갈린 사랑은 파국으로 치닫고 뒤늦게 사랑을 깨달은 남자는 서둘러 여자에게 돌아오지만 한 번 떠나버린 파랑새는 감감 무소식.
우연과 오해가 남발되어 자연스런 분위기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지만 잘 짜여진 플롯이 어느 정도 상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순결 지상주의가 작품의 수준을 크게 떨어뜨렸습니다.
PS: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스물 세 살에 사시 패스하고 연수원 졸업하자마자 공군 법무관을 거쳐 곧바로 지방판사로 발령을 받았어. 하지만 녀석에겐 판사 월급이 양에 안 찼던 모양이야. 1년도 안 돼 때려치고 최고급 대우를 해주는 로펌에 들어갔거든."
- 중략 -
"판사로 재직하다, 변호사가 되어 처음 맡은 사건에서 누군가 뒷돈을 찔러주더군."
- 중략 -
무현의 행동을 빙글거리며 지켜보던 시후가 손가락으로 짓이겨진 담배를 가리키며 눈을 굴렸다.
"어, 이건 경범죄입니다. 변호사가 이런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되지요. 특히 검사 출신이라면 말이에요."
"글쎄, 내가 변호사였고, 검사 출신이던가? 생각이 안 나는데."
--> 무현은 판사에서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시후가 무현이 전직 검사라고 생각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한 무현이 왜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