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다현
그림자 신부 1-2 (2013. 5. 8, 파란미디어, 26,000원)
작품유형: 동양황궁물
시대/장소: 과거/가상제국 단
커플: 준(20-->46, 단의 황태자-->예석황제, 지배자남), 경요(희경, 20-->46, 여국의 둘째 공주/상단 후계자-->단의황후, 강단녀)
진정한 황제가 되기 위해서는 한 사람에 대한 특별한 마음은 가져선 안 된다고 믿고 있던 단국의 예석황제 준. 그의 앞에 이국의 공주이자 억지 화친의 제물로 바쳐진 이름뿐인 황후 경요가 등장한다. 백성을 아끼는 황제가 되려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씩씩하고 당당한 경요의 매력에 점차 빠져드는 준. 그러나 모든 것의 주인인 황제일지라도 절대 가질 수 없고 가져선 안 되는 유일한 한 가지가 바로 그림자 신부였는데….
review:
작가의 작풍은 《계약직 아내》에서도 보이는데, 직선적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작품을 통해서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합니다. 일견 교훈적이거나 지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부 독자에게는 반발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제 경우는 교훈과 감동 사이 아슬아슬한 경계에 걸쳐져 있습니다.
작가는 제왕이 가져야 할 덕목, 치자의 도리, 윤리, 감정을 작품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국의 공주로 태어났으나 상단의 후계자로 자란 경요는 여성성에 구애받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단의 황태자 준은 황위에 오르기 위해 지난한 노력을 했지만 목적을 이루자 길을 잃습니다. 연의 왕 제선은 정통성 없는 왕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킵니다.
각각의 목표와 성취가 충동하고 연심의 방향도 꼬여 있어 지루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작품 전체에 걸쳐 목적성이 두드러져 로맨스가 상대적으로 죽었습니다. 읽을 만합니다.
계약직 아내 1-2 (2015. 5. 15, 파란미디어, 가격: 26,000원)
작품유형: 계약결혼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박민호(32, 영일그룹 회장 아들, 짝사랑남), 이진영(26, 기간제 교사, 철벽녀)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 민호
“뭘 그렇게 떨어. 어차피 연극이고 거짓말인걸. 첫 업무잖아. 잘해내야지.”
부모를 잘 만난 덕에 어려움 없이 자란 바람둥이 도련님. 어릴 때부터 겪은 가족들의 심한 갈등은 그를 결혼에 냉소적인 남자로 만들었다. 진영에게 사랑이 사치라면, 그에게 연애는 가벼운 놀이이자 게임일 뿐이다. 아버지를 증오하는 만큼 아버지를 닮은 자신을 잘 알고 있다. 스스로에게 복수라도 하듯 꿈도 희망도 없이 인생을 낭비하며 살았다. 그러다 자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상 속 여자, 진영을 만난다.
사랑을 하기엔 삶이 고달픈 여자, 진영
“나는 절대로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당신도 날 사랑하지 마. 우리 둘이 사랑하게 되면 모든 게 엉망이 될 거야.”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여덟 살 때 입양되었다. 좋은 양부모 밑에서 행복을 느낀 것도 잠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나기 힘든 현실. 도망치듯 민호의 계약직 아내 일을 수락한다. 서로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단순하고 명쾌한 관계. 절대로 사랑이 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민호는 절대로 사랑할 수 없는 남자였다.
review:
박민호와 이진영. 흔한 이름만큼이나 흔한 계약결혼 커플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흔함은 이성애 로맨스에서 클리셰로 나오는 설정을 말합니다. 그러나 클리셰 따윈 저 멀리로 보낸 진영의 사고방식이 신선합니다. 암투병중인 양모(이모)를 위해 부잣집의 혹독한 시집살이를 자처한 것 까지는 흔한 설정이지만 남편도 시부모도 고용주로 생각하는 것은 특이합니다. 높은 월급만큼 시부보 봉양하고 집안을 관리하는 그녀는 만능 가사도우미에 상냥한 매춘부를 썩은 이미지입니다. 미혼모인 친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여덟 살에 이모에게 입양된 진영은 양부모에게 부채감이 있으며, 풍비박산 난 집안을 홀로 담당하며 키워준 은혜를 갚고 있습니다.
잘생기고 돈 많은 민호는 찬바람 부는 집안의 평화를 위해 돈을 미끼로 진영과 결혼합니다. 그녀의 딱한 사정과 독특한 결혼관에 이끌린 것 까지는 결혼의 동기로 삼았으면 좋았습니다. 여기에 진영을 사랑하는 것까지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3년의 결혼생활 중에 민호가 진영에게 빠져드는 플롯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아무리 우연한 만남이 겹쳤다지만 몇 번 만난 적도 없는 여자를 사랑해서 계약결혼을 감행하는 설정은 과합니다.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진영은 이혼을 감행합니다. 아내의 행복을 위해 민호는 이혼을 허락하지만 그녀의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변화는 진영과 민호가 아니라 민호의 부모님에게서 시작됩니다. 가구 같은 며느리의 부재로 인생을 되돌아보는 민호의 부모는 자기반성과 태도의 변화를 보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재결합한 두 사람의 시련은 끝나지 않습니다 불임의 고통은 진영을 갉아먹고 민호를 힘들게 합니다. 해피엔딩이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입니다. 돈 받은 만큼 효도한 며느리라는 설정이 주제입니다. 민호의 사랑은 갸륵했으나 시종 진영의 심리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평균이상입니다.
프렌치 러브 박스 (2014. 9. 4, 파란미디어, 가격: 13,000원)
작품유형: 재회물, 기억상실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김동하(29-->45, PK그룹 사장-->부회장, 기억상실남), 연진희(25-->41, 건축가, 능력녀)
PK 그룹의 젊은 CEO 동하는 교통사고로 선택적 기억상실에 걸린다. 그는 그 사고로 사랑하는 연인 진희에 대한 기억만 잃어버린다. 사고 직전, 유학 문제로 동하와 큰 싸움을 한 진희는 동하가 자신에 대한 기억을 완벽하게 잊어버린 것에 충격을 받고, 바르셀로나로 유학을 떠나버린다.
5년 후, 각광받는 젊은 건축가가 된 진희는 동하가 인수한 호텔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여전히 진희를 기억하지 못하는 동하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며 그녀의 곁을 맴돌지만, 다시 그에게 상처받게 될까 봐 겁이 난 진희는 동하의 눈빛을 모른 척한다.
사랑했던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여전히 진희에게 운명처럼 끌리는 동하.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한순간에 없는 존재가 되고, 그를 버리고 꿈을 좇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진희. 사랑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진희의 마음을 기다려 온 남자 윤식.
review:
《계약직 아내》와 《그림자 신부》처럼 목적성이 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설정이 경직되어 있어서 등장인물의 행동이 자유롭지 않습니다. 기억상실에 걸린 남자는 옛 연인에게 다시 반하고, 남자에게 이별을 통고하며 상처 준 여자는 과거가 되풀이될까 두려워합니다. 거기에 막장 갑질의 클리셰인 남자의 어머니가 나타나 여자의 집안에 타격을 줍니다. 발단과 전개가 길고 결말이 짧습니다. 그냥저냥 읽을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