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원

겨울 신부(눈과마음, 2003)

“이게……무슨 짓이예요!”

비상구를 울리는 자신의 목쉰 음성에 더욱 당황한 해연은 가슴속만큼이나 활활 타오르는 얼굴에 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두 다리를 벌리고 서 있는 황태자의 번들거리는 눈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손등으로 입술을 벅벅 문질렀다.

“그렇게 처음 키스하는 숫처녀같이 굴 건 없잖아?”

‘뭐? 첫 키스! 나의 첫 키스를 훔친 도둑놈 주제에 뭐?’

이제는 다른 이유에서 얼굴이 불덩이처럼 타오르는 듯하다가 갑자기 찬물을 뒤집어쓴 것마냥 머릿속에 차갑게 냉각되어 갔다. 아마 이럴 땐 그 잘난 남자의 상판을 한대 쳐주는 게 로맨스 소설에서 본 여주인공들의 전형적인 대응 방식이라는 것이 그 순간 뇌리에 떠오른 건, 혈관을 타고 흐르는 민씨 집안의 뜨거운 피가 고귀하신 황태자의 피를 보고 싶은 잔인한 욕구에 파르르 떨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웨딩드레스(눈과마음, 2003)

고아로 자라나 세상에 혈육이라곤 쌍둥이 자매인 동생, 두나 한 사람뿐이었던 하나는 5년 전 갑작스러운 두나의 죽음을 아직 잊지 못한다.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며, 마냥 행복해하던 두나가 임신한 채로 차에 치어 비참하게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어느 날, 회사에서 두사의 사진 속의 남자를 우연히 만나게 된 하나는 바로 그가 두나를 그렇게 죽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걸 확신한다. 그리고 회사 직원들과 함께 간 나이트 클럽의 운영자인 도현을 다시 만난 그녀는 그를 통해 과거에 두나가 룸살롱에서 일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 이유로 두현이 두나를 버린 거라고 생각한 하나는 두나를 버리고 죽게 만든 그에게 복수를 결심하고, 자신이 두나인 줄 알고 있는 그에게 접근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