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땀 

몬스터, 외전 (2021. 1. 8, SOME 출판, 리디북스 제공, 가격: 5,100원)

작품유형: 현대물, 힐링물, 쌍방구원

시대/장소: 현대/가상도시

커플: 장태준(30-->31, 프리랜서 용병, 집착남), 설아(23-->24, 나눔 아기, 불쌍녀)

빚 때문에 팔려 10년간 온갖 고된 일을 하며 살아온 설아.

그녀는 어떤 사람을 끝방에 가두고 아편에 중독시키라는 주인의 명령을 받는다.

그날 새벽,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끌려온 남자가 의식을 잃은 채 끝방에 갇혔다.

review: 

다음달에 JPT시험이 있어서 공부중입니다. 시험 앞두고 모든 수험생에게 생기는 “딴짓 증후군”에 걸렸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고수위, 나이차커플, 서양물, 평점4점 이상 키워드에 꽂혔습니다. 리디북스 십오야 쿠폰으로 10만원어치를 다운받았으니 계획적이고 아름다운 소비는 아닙니다. 5월 16일에서 24일까지 25종을 읽었는데 그 중 “심봤다” 싶은 작품이 2종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중 더 나은 작품입니다. 현대물입니다만 10만원 꾸러미 중 한 권의 댓글에 낚여서 구입했습니다.  

신데렐라 클리셰는 너무 흔하고 고리타분하여 요즘 독자들에게 외면 받는 장르입니다. 이 작품은 신데렐라 클리셰를 정면으로 다루었습니다. 미묘하게 비켜간 변주도 아니며, 반전이 인상적인 클리셰 비틀기도 아닙니다. 남녀의 상황을 뒤바꾼 미러링도 아닙니다. 정통 신데렐라 클리셰입니다. 가난하지만 착하고 예쁜 여주인공이 잘생기고 부유한 남자를 만나 팔자 고치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작품에 감동한 부분은 무엇인가 생각해 봤습니다. 설아는 열세 살부터 십년을 노예로 자랐지만 심성이 정말 정말 착합니다. 그리고 나쁜 놈들에게 잡혀서 끝방에 끌려온 남주인공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합니다. 가진 것 없어도, 내일이 없어도, 오늘을 불사르며 진심을 보입니다. 산전수전공중전의 달인인 장태준이 이것을 놓칠 리 없습니다. 세상에 없던 단 하나의 진실. 아무것도 없는 나를 사랑하는 여자. 내 배경을 모르는 여자, 내일을 보지 않는 여자. 그리고 그에게는 여자를 구할 능력과 의지가 충만합니다. 전형적인 해피엔딩각인데, 깔아놓은 떡밥이 진수성찬이라 거둬들이며 읽는 맛이 있습니다.

장태준의 캐릭터성이 잘 살아있고 설아의 처지가 동정이 가면서 마지막 안도에 이릅니다. 작가는 구룡성채를 배경으로 했다고 하는데 18세기말 아편이 만연한 청나라의 아편굴이 연상되었습니다. 부유하고 행복하게 컸으나 열세 살에 집안이 망하면서 언니와 단 둘이 남은 설아. 아편굴의 골방에서 주인에게 학대받으며 아편을 팔고 주인의 수발을 드는 나눔 아기로 자랍니다. 자아도 자존감도 말살되고 희망도 없지만 착한 천성이 그녀를 구원합니다. 보육원에서 자랐으나 일신의 능력으로 탑급 용병이 된 태준이 칼빵을 맞고 아편굴에 오면서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일상적으로 봐 오던 아편쟁이와 다른 용모의 젊은 남자에게 속절없이 빠져드는 설아. 난생처음 받아보는 대가 없는 사랑에 눈이 돌아버린 태준의 모습이 읽는내내 회복과 휴식이 되었습니다. 수작입니다. 비슷한 내용의 게이 로맨스로 하루사리의 《종의 기원》과 차교의 《적해도》, 숀다의 《나이트크럽 연정》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