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다 그리고 아마도(신영미디어, 2001 - 제6회 로맨스 소설 현상공모 가작)
초등학교 시절, 말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첫사랑을 가슴에 담은 강우는 15년 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열린 동창회에서 태희를 다시 만난다.
부모님의 불화로 결혼과 사랑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태희에게 여지껏 누구에게도 준 적이 없던 마음을 빼앗겨 버린 강우. 그 역시 사랑은 낯설기만 한데….
서툴기만 한 두 사람의 풋사랑이 과연 달콤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review:
욕심내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술술 풀어나간 느낌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뭔가 남는 것도 있습니다. 특히 제목이 압권입니다. 책을 덮으면서 다음과 같은 표어를 생각했습니다.
"잘 지은 제목 하나, 열 광고 안 부럽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첫째, 프롤로그에서 묘사되는 강우의 생각은 열 두 살치고는 지나치게 조숙합니다. '어른스럽다'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어른입니다. 눈높이를 약간 낮추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둘째, 부적절한 단어의 선택.
영우는 주춤거리며 침대로 다가가 조심스레 아현을 뒤집었는데도 여전히 눈을 뜨지 않았다.
"나 원… 말만한 여자가 말이야, 이렇게 자의식이 없어도 되는 거야?"
--> 자의식은 심리적인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조심성"으로 바꿔 주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그런 거 알아? 높은 데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뛰어내리고 싶은 느낌이 드는 거. 적어도 바닥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황홀한 비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바보가 아니니까 뛰어내리는 것만큼은 참지."
강우는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것처럼 중얼거렸다.
"그 거대한 힘에 휩쓸리는 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하면서도 결국에는 망가진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무서운 거야."
--> 위의 문장에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망가진다"는 말이 육체적인 것을 의미한다면 "다친다"로 바꾸는 것이 낫고, 그 이상을 의미한다면 문장의 앞뒤로 개연성 있는 설명이 더 필요합니다. 이 상태로는 전달되는 의미가 모호합니다.
그 외에도 어디선가 읽은 듯한 표현들이 가끔 사용되었지만, 의식적인 것은 아닙니다.
셋째, 기업 전산 관리 컨설턴트를 하는 벤처회사가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외주로 주는 경우가 있습니까? 제 생각에는 스스로 만들 것 같습니다.
PS: 국내 로맨스 리뷰와 번역 로맨스 리뷰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단어"에 있습니다. 번역물은 플롯과 배경, 캐릭터 등에 주로 신경이 쓰이는 반면, 국내 작품은 단어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