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원

시리즈 

1편 《그대 떠나는 이유가》 홍재준, 송인지

2편 《콤플렉스 연대기》 장준영(재준의 친구), 은세아

결혼이라는 이름의 전쟁(영언문화사, 2003)

악녀, 부모의 사랑을 제외한 모든 것을 다 가진 여자 한규희.

그녀의 빛나는 건달, 자유를 제외한 모든 것을 남자 백석호.

쟈벌가의 외동딸 규희는 사춘기 시절 비슷한 배경을 가진 석호를 만나 짝사랑을 시작하지만 석호에게 규희는 귀여운 여동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제 속절없이 흐른 세월은 그녀의 풋사랑을 집착으로 말들었고, 규희는 돈과 권력을 바탕으로 권모술수를 부려 석호와 결혼하기에 이른다. 언젠가는 그의 사랑을 얻을 수 있으리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러나 연이어 일어나는 사건과 오해로 두 사람은 헤어지고 만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재회한 두 사람에게는 세월의 강보다 더한 오해와 상처가 남아있다.

악녀, 사랑하다. 그리고 그녀에게 남은 것은…….

그래도 여전히 사랑하다.

그대 떠나는 이유가 (영언문화사, 2002)

사랑을 모르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거부당하고 외면당하는 것이 두려워 아무에게도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는 바보스런 남자입니다.

어느 날 그의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가 나타납니다. 텅 빈 영혼을 가진 남자 곁으로 선뜻 다가서지 못한 채 여자는 그의 황량한 마음 언저리에서 맴돌며 눈물짓습니다. 그러나 그러다가... 마침내 깨닫게 되죠. 추레한 삶을 살기에 우리네 인생이 너무 짧다는 것을.

review: 

자기주장 없이 남주에게 끌려만 다니다가 상황의 변화에 따른 인식의 전환에 이어 정체성을 확립하는 여주인공이 인상적입니다. 사랑에 목말라 매사에 순종적이던 모습에서 자기주장을 당당히 펼치는(마음이라도 먹은) 모습으로의 전환이 작품의 기승전결과 맞물려 어색하지 않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로맨스에서 여러 번 보아온 식상한 어구(語句)들과 "오만한 남주 무릎꿇리기"라는 전형적인 플롯, 군데군데 눈에 띄는 매끄럽지 못한 문장에서 초보자다운 면이 나타납니다.

전반적으로 통찰력¹이 돋보이는 작품이며 작가의 나이(1978년 생)를 생각할 때, 그 동안 들인 노력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기대가 됩니다.

주1. 통찰력 : 조정래씨는 《소설창작, 나와 세계가 만나는 길》에서 작가가 문제 의식을 길러내는 방법으로 "관찰, 통찰, 성찰"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통찰(洞察)은 이해와 판단의 과정입니다.

PS: 오류 하나 발견했습니다.

상황 1. 재준은 친분이 있는 검사 장준영과 형사 오건우의 농담에 피식 하고 웃음을 지으며 술을 들이켰다.

--> 재준의 친구는 장준영(검사)과 오건우(형사)입니다.

상황 2. "만약에, 물론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말야. 만약에 세아 씨가 자네가 싫어져서, 자네보다 좋은 사람이 나타나서 혁준이랑 자네를 버리고 가버리면 어떻게 할 거야?"

--> 재준이 준영에게 한 말로 준영은 아내 세아와 아들 혁준이 있습니다.

상황 3. 정 부장과 아우들, 그리고 뒤따라 들어온 준영과 그의 부인 세아와 아들 건우. 그들이 너나 없이 한마디씩 하자 아기의 울음소리는 절정을 치닫기 시작했다.

--> 마지막 부분으로 재준의 부하와 친구들이 아기를 보러 온 장면입니다. 그런데 준영의 아들 이름이 잘못되었습니다. 준영의 아들은 "혁준"이 맞으며, "건우"는 친구입니다.

신데렐라, 그 이후(영언문화사, 2004)

경제력 제로인 엄마와 언니를 책임져야하는 스물셋 고지나 양.

그녀의 유일한 희망은 도시락집 ‘따뜻한 법’뿐.

씩씩하기만 한 순진무구 아가씨에게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다!

‘따뜻한 밥’ 최초 고객 강동우 씨.

처음엔 그저 사사건건 꼬투리나 잡는 쫌생원인 줄만 알았는데, 결국 입에 쓴 그의 충고는 훌륭한 조언이었던 것!

급기야 핸섬한 그의 자태에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한 고지나 양.

이제 누가 뭐래도 강동우는 ‘따뜻한 밥’ 최고의 고객이다!

그리고, 너무나도 설레는 그와의 첫 데이트…….

콤플렉스 연대기(영언문화사, 2002)

너무도 행복해 그것이 행복인 줄 몰랐다. 그래서 무지개 너머 행복을 좇았다. 하지만 행복은 가까이 그녀와 함께 하는 일상에 있었다.

천덕꾸러기 고아와 공주, 준영과 세아는 그렇게 만났다.

높디높은 담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닿을 수 없는 거리가 그들 사이엔 놓여 있었다. 5년을 흘려버린 지금 그 담은 사라졌지만, 준영은 또다시 그녀의 주위에 높다란 담을 쌓으려 한다. 그 안에 있는 그녀의 모습이 진정한 행복이라 착각하면서, 하지만 세아가 원한 행복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새장 안에 갇힌 삶,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희생으로 호화롭게 치장된 그 새장…….

결국 그녀는 다시 눈물로 그를 떠날 준비를 한다. 곁에 있으면 자신이 그를 죽이게 된다는 것을 알기에.

review: 

《그대 떠나는 이유가》가 먼저 간행되었으나 스토리상 《콤플렉스 연대기》가 먼저입니다. 전작의 주인공 홍재준의 친구인 장준영 검사가 주인공입니다.

잠깐 엉뚱한 얘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면식만 알고 지내는 아저씨 한 분이 계시는데, 딸이 한 명 있었습니다. 어쩌다가 그 딸의 결혼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아저씨 왈,

"대한민국 모든 남자들 중에서 내가 절대로 사위 삼을 수 없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검사와 변호사다"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남들은 열쇠가 몇 개 있어야 사위 삼을 수 있다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직업 중의 하나를 왜 싫어할까 궁금해서 여쭤봤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검사가 뭐냐, 한 사람을 죄인 만드는 것 아니냐? 변호사는 뭐냐, 그 사람의 죄를 없애주는 것 아니냐? 왜 남자가 돼서 일구이언을 하느냐 말이다."

다분히 편견 섞인 생각이었을 뿐만 아니라, 만나본 적도 없는 딸이 검사나 변호사를 차버릴 정도로 대단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검사로 있을 때는 남의 죄를 철저히 추궁하다가 변호사가 돼서는 누군가를 열심히 옹호한다는 것이 그분에게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일구이언으로 보인 것입니다.

작품에서 준영의 직업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봤습니다.

1. 여주의 아버지 앞에 당당하게 나타나기 위한 도구

"맞아. 김 여사 좋겠네. 그 집 막내딸 얼굴이 예쁘긴 하지. 우리 같은 서민이야 무슨 수가 있나. 머리 좋아 판검사 되는 것 말고야."

"맞아. 그러니 애들을 잡는 거잖아. 공부하라고."

돈, 권력, 일등 신랑감…….

2. 여주가 위험에 처했을 때,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는 수단

상대는 검사였다. 그리고 그는 검사를 상대로 장난을 할 정도로 간은 부은 것은 아니었다

3. 천직

검사. 그는 이 일이 정말 좋았다. 아저씨에게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에 택한 직업이었지만, 그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는 선택이었다. 권력이나 사회적인 지위의 문제가 아니라 나쁜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수 있는 합법적인 직업이라는 점이 너무 좋았다.

4. 준영이 세아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척도 - 작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 좋을 일을 왜 그만두었을까?'

그는 잠시 병실 천장을 바라보며 자문했다.

그리고 답했다.

'세아를 위해 돈을 많이 벌려고 그랬지."

준영은 사랑하는 여인을 행복하게 해 줄 생각으로 좋아하는 직업인 검사직을 휴직하고, 돈 많이 버는 변호사로 일합니다.

"요새 병원에서 너무 자주 보는군. 우릴 버리고 무슨 노팜인가 로팜인가엘 갔다더니 10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났지?"

- 중략 -

"잠검 누워 있는 동안 대한민국이 양아치 천국이 되었다는 거 알아? 우리 너무 힘들어. 일어나. 일어나서 일 좀 해."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검사나 판사가 변호사가 되려면 옷을 벗어야 합니다. 똑같은 법을 다루고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한 입 가지고 두 말하는 것 같이 보일 정도로 검사가 하는 일과 변호사가 하는 일은 다릅니다. 검사와 변호사는 서로 만날 수 없는 줄다리기의 양끝과 같습니다. 가운데는 판사와 피의자(의뢰인)가 서 있습니다. 검사의 힘이 센지 변호사의 힘이 센 지는 줄을 당겨봐야 알 일입니다.

준영의 경우처럼 현직 검사가 휴직 상태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다시 검사직으로 돌아가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또는 현실을 모르는 작가가 만들어낸 한바탕 해프닝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해프닝치고는 작품 전체에 미치는 데미지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클라이맥스와 그에 따르는 결말이 준영의 휴직과 그 동안의 변호사 활동, 그리고 복직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더, 검찰청법 제43조에 따르면 검사 재직중 할 수 없는 행위가 몇 가지 있습니다.

제43조 (정치운동등의 금지)

검사는 재직중 다음의 행위를 할 수 없다.

1. 국회 또는 지방의회의 의원이 되는 일

2. 정치운동에 관여하는 일

3. 금전상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일

4. 법무부장관의 허가없이 보수있는 직무에 종사하는 일

검사를 하면서 비정상적인 축재를 하느니 차라리 옷을 벗고 숫자와 씨름을 하는 쪽이 나았다.

본문에서 말하는 비정상적인 축재는 뇌물을 의미하지만, 검찰청법 43조에 따르면 검사 이외의 직업을 갖는 것 자체가 위법입니다. 캐릭터의 성격상 강직하고 속물인 준영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반드시 옷을 벗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가 옷을 벗지 않은 작가가 몰랐기 때문일까요?

요새 왜 이런 것만 눈에 띄는지 정말 알 수 없습니다. 작품의 수준은 각자 읽어보시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