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이

그날들 (2014. 12. 15, 오후, 가격: 9,000원)

작품유형: 재회물, 학원물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서윤(18-->31, M사 데이터관련 팀장, 순정남), 정원주(19-->32, 제일실업 작은 사모-->이혼, 최책감녀)

나를 할퀴며 끊임없이 파고들던 가난.

뿌연 날들 속에서 어른이 되고 싶던 내가 너를 만났다.

순도 높은 진심만을 말하며 빛을 내던 소녀.

어떻게 그런 너에게 빠져들지 않을 수 있을까.

나 없던 13년 사이

누군가가 새겨 놓은 네 흉터마저도

내겐 찬란한 빛과 같았다.

지금도 쉽게 나를 소년으로 만드는 너.

그리고 남자가 되어 너를 바라보는 나.

위태롭고 처연했지만 누구보다 아름다웠던 널

여전히 가지고 싶어하는 내가 있다.

내 젊음의 또다른 이름.

너를 끌어안기 위해 손을 뻗는다.

그 순간 펼쳐지는 너와 나의 거리,

거기에 누구도 가지지 못한 기억들이 있다.

우리가 함께 걸었던 시간, 바로 그날들이.

▪ 하나: 꿈

1~7

▪ 둘: 회귀

8~21

▪ 셋: 작가의 말

▪ 넷: 에필로그

review: 

개천용 범생이의 풋사랑의 대상은 알아주는 상날라리 누나입니다. 옆집에서 산 지 1년도 안된 시간이지만 어른스러운 윤에게는 한 번뿐인 사춘기였습니다. 윤은 원주의 행복을 빌었지만 그녀는 헛똑똑이처럼 이혼녀가 되었고, 다시 만난 윤의 옆에 설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탠퍼드 출신의 전직 애널리스트, 날라리 출신 연습생. 둘 사이의 과거가 없었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만큼 철거촌 이웃사촌으로 지낸 추억은 둘 사이에 단단한 울타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추억도, 잘난 남자의 13년 기다림도 원주가 스스로에게 지운 자격지심을 없애지는 못합니다. 그런 원주를 윤은 기다립니다. 13년 기다림 후에 온 결정적인 기회를 낚아채지 않는 윤이 작품의 백미입니다. 가난하지만 정이 있었던 이웃사촌,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으며 미래를 꿈꾸던 과거를 아름답게 묘사했습니다. 꿈꾸던 미래를 손에 쥐었지만 아팠던 과거를 되새기는 원주의 7년이 가슴에 남습니다. 평균이상입니다.      

잘나고 또 잘나셨구나 (2016. 11. 8, 로맨스토리 출판, 리디북스 제공, 가격: 3,600원)

작품유형: 키잡물, 재회물

시대/장소: 현대/서울

커플: 이강우(9-->30대 후반, 한국병원 외과의사, 기다림남), 이선아(1-->30대 초반, 드라마 연출-->대학교수, 여동생)

미친 스펙 폭군 네로,

내겐 너무 잘나신 분 이강우.

“꿈이라 생각하고, 내일이면 잊어도 좋아.”

그로부터 시작된, 혹독한 사춘기.

평화롭게 회전하던 나의 지구가

제대로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Prologue 

Chapter 1

Side Story I

Chapter 2

Side Story II

Chapter 3

Chapter 4

Side Story III

Chapter 5

Epilogue 

외전 Supplement(전자책 무료로 이용 가능)

review: 

얼마 전 이보나의 《아내가 돌아왔다》를 리뷰하며 재회물의 장점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재회물에 키잡물입니다. 키잡물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괴물. 저놈 못하는 게 뭐야?”

“날 때부터 의사가 되도록 태어난 인간을 이길 수 있냐? 아무리 죽었다 깨나도 저놈은 성골이고 우리는 진골이라고.”

소위 대단한 백 때문에 절로 꿰찬 밥그릇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고 남보다 배로 타이를 연습하고 첫 압빼 수술을 완벽히 해내도 나는 사람들에게 더 거대한 괴물이 될 뿐이었다.

괴물 같은 내게 누구도 장난을 걸거나 떼를 쓰지 않았다.

그런데 너는 그렇지 않았지. 장난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억지 부리던 건 네가 유일했다.

빽빽거리며 우는 게 시끄러워 숙제를 하다 말고 나와 안아 줬더니 요술을 부린 것도 아닌데 네가 울음을 그치고 날 보며 웃었다. 야단을 쳐도 언제 야단맞았냐는 듯 책상 옆에서 꼼질거리며 내 곁을 맴돌았다. 그러다 시선이 마주치면 헤헤, 해사하게 웃었다. 어디 나설 때마다 쫓아 나와 꼭 한번은 넘어지고서도 얼른 일어나 부지런히 따라오는 기척에, 따라오지 말라고 윽박지르던 나는 결국 한숨을 쉬며 걸음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무심하거나 차갑거나. 잘해 주는 거 없는데도 내게 네 전부를 보여주는 너의 솔직함이 좋았다. 시시각각 변하는 네 표정과 성장이 놀라웠다. 다들 함부로 대하지 않는 내 앞에서 겁 없이 대거리를 하고 장난 걸고 웃었다 울었다 하는 너 같은 아이, 나는 본 적도 없다.

그래서 맘에 들었다.  

- Side Story 1 중에서 - 

위의 인용을 보면 알겠지만 키잡물은 대단한 남자를 보통의 여자가 차지하는데 개연성을 줍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공통된 기억은 둘만의 세계를 만들고 타인의 접근을 차단합니다. 독자에게는 범 앞에서 노는 하룻강아지 모습을 흐뭇하게 볼 수 있는 특별한 좌석도 마련해 줍니다. 그래서 대단한 집안의 괴물 같은 남자 이강우는 잘 넘어지고 잘 우는 모자란 여동생을 이기지 못합니다.

멋진 오빠 찬양기 같지만 대리만족으로는 최고입니다. Side Story와 무료 외전에서 보이는 강우의 절절한 기다림은 또 다른 감동을 줍니다. 유사 근친상간 분위기도 있어서 취향인 분들은 일독하십시오. 평균이상입니다.